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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수만 밀어낸 명분 ‘멀티 레이블’…수익성 강화 나선 SM엔터 [돈 되는 아이돌]

업계 3위로 밀려난 SM엔터, 이수만 ‘책임론’
‘변화 미온적’ SM, 5년 전 전략 이제야 도입
수익성 강화 전략 SM 3.0 추진…‘내홍’ 변수

아는 사람만 아는 아이돌, 관심 없는 사람에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아이돌. “나는 모르겠다”며 아이돌을 단순한 ‘문화적 현상’으로 치부하던 당신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형성된 K-팝(POP)은 세계를 강타하며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이돌 생태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셈이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인 아이돌은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입기도 합니다. 아이돌이 돈이 되는 비결, 쉽고 재미있게 짚겠습니다. [편집자]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2 Winter SMTOWN : SMCU PALACE’ 전시 포스터.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트와이스의 노래에서 ‘제이와이피’라는 시그니처 사운드가 사라졌다. 르세라핌과 뉴진스는 같은 하이브 소속이지만 다른 레이블의 그룹으로 음악방송에서 경쟁을 펼친다. ‘멀티 레이블’은 이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도 지난 3일 ‘SM3.0’ 전략을 발표하고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1995년 창립 이후로 지속해온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구조의 탈피를 공식화한 셈이다. 회사는 효율성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변화의 이유로 들었다. 지속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도입을 꼽았다. 멀티 레이블은 엔터사 산하에 독립된 여러 레이블을 두고 각 레이블이 아티스트를 전담해 기획부터 음반활동까지 맡는 방식을 말한다.

SM, 경쟁사 대비 5년 늦은 ‘멀티 프로듀싱’ 도입…왜?

멀티 레이블은 에스엠을 제외한 대형 엔터사가 이미 2010년대 후반부터 도입해온 전략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2018년, 하이브는 2019년도부터 해당 전략을 도입해 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에스엠은 경쟁사에 비해 멀티 레이블 체제 도입에 미온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에스엠의 아버지로 통하는 이 총괄이 경영 방침 변화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5년 전 국내 엔터 시장에서 각광받은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에스엠이 이제야 도입하는 배경으론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에스엠은 그간 신규 지식재산권(IP) 발굴이 늦고, IP 출시 지연률이 높아 수익성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엑소·레드벨벳·NCT·에스파 등 K-팝(POP) 시장에서 대규모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를 다수 보유했음에도 ‘성장성’엔 의문을 표하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에스엠의 신인 IP 출시는 3.5년에 한 팀 수준이고, IP 출시 지연률 역시 25%에 그친다.

이에 따라 에스엠 안팎에선 이 총괄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4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지만, 변화에 늦은 에스엠은 업계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사내에서도 이 총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소액 주주를 대변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계속된 체계 개편 요구도 힘을 받게 됐다. 이 총괄은 최근 보유 지분 중 3.66%를 남기고 14.8%를 하이브에 넘기며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일 거버넌스 개선 조치의 일환으로 발표한 ‘SM3.0’ 전략의 핵심 내용은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이다. [SM 유튜브 캡처]

에스엠은 SM3.0 전략을 통해 이 총괄의 공백과 현재 마주한 성장성 저하 우려를 돌파하겠단 포부다. 각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독립성을 가진 제작센터를 신설하고 사내·외 레이블을 만들어 음악적 다양성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매년 2팀 이상의 신인 IP를 발굴하고 음반 발매수도 기존 연간 31개에서 40개 이상으로 늘려 매출을 확대에도 나선다. IP 출시 지연률도 5%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에스엠은 IP 전략 외에 버추얼 아티스트 및 메타버스 분야도 확대한다. 그간 확보한 정보기술(IT) 역략을 기반으로 신규 먹거리를 마련하겠단 취지다. 5개의 멀티 제작센터 외에도 가상 아티스트 IP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아바타 제작 센터를 신설한다. 올해 에스엠에서는 3개의 신인 그룹과 한 명의 솔로 데뷔를 준비 중인데, 이중 솔로 가수는 버추얼 아티스트다. 에스엠 측은 전략 발표 영상을 통해 “에스엠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덤 이코노미 비즈니스와 메타버스 등에 대한 투자 전략은 3월 내 추가 발표 예정이다. 

수익성 증명된 ‘멀티 레이블’…SM 변수는 ‘내홍’

멀티 레이블 체계는 이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사업성이 확보된 전략으로 평가된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도입 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2019년부터 다양한 레이블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하면서 기업을 키워왔다. 2020년 원래 사명이었던 빅히트를 하이브로 변경하며 사업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현재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코즈(KOZ) 엔터테인먼트, 어도어 등 레이블 9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스틴 비버나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한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홀딩스도 인수, 글로벌 확장도 속도를 내며 IP를 다각화 중이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의 군 입대로 향후 단체활동 불확실성이 불거지자 멀티 레이블 전략과 신인 IP 발굴을 ‘방어 전략’으로 내걸기도 했다. 하이브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BTS를 제외한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의 매출은 연평균 3배 이상 성장했다. 또한 올해 신인그룹 네 팀을 데뷔시켜 BTS의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이브는 지난 9일 미국법인인 하이브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힙합레이블 QC 뮤직을 인수했다.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피에르 ‘P’ 토마스 QC 미디어 홀딩스 최고경영자(CEO)·케빈 ‘코치 K’ 리 QC미디어 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OO)·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 [사진 하이브]

멀티 레이블이 정착되면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이나 데뷔 주기가 빨라진다. 또 레이블마다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어 IP 확장과 기업의 성장도 노릴 수 있다. JYP 사례가 대표적이다. JYP는 지난 2018년 ‘JYP 2.0’ 비전을 발표하고 아티스트별 레이블을 구축했다.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는 당시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콘텐츠 제작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체계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JYP의 멀티 레이블 도입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영업이익은 2016년 138억원에서 2022년 1025억원으로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33% 수준이다.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 4000원 대에서 멀티 레이블을 본격화한 2018년도엔 39000원대로 올랐다. 현재 73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에스엠 역시 SM3.0 전략을 통해 경쟁사가 그간 이룬 사업적 효과를 만들겠단 포부다. 업계에선 다만 멀티 레이블 전략이 에스엠에 안착하기 위한 조건으로 경영권 안정화를 꼽고 있다. SM3.0 전략 발표 후 일주일 만에 하이브가 에스엠의 최대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총괄과 최근 에스엠 지분을 확보한 카카오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경우, 신규 전략 진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다.

에스엠 경영진은 이 같은 시선에 ‘SM3.0 전략 유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하이브의 지분 인수에도 성장 동력 마련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진 측은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최대주주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측 역시 1인 프로듀싱 체제 회귀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이브 측은 “이 총괄은 향후 3년간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이 총괄이 여전히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싱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은 근거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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