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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신형 에어컨이 6년전 출시 모델?”…뿔난 LH 신혼희망타운 주민들

고양 장항A5‧지축A2 입예협 “2021년 신형 나왔는데 2017년 구형 제품 달아”
LH “최신 기능 추가한 ‘최근 생산’ 모델…프리미엄급 설치 어려워”

고양 장항 A5블록 신혼희망타운 예상 조감도. [사진 LH]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고양 지역 신혼희망타운(신희타) 입주자들과 에어컨 설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신희타 분양 시 선택품목(옵션) 중 하나인 ‘최신형 시스템 에어컨’에 대한 해석을 두고 고양 장항‧지축 단지 입주예정자들과 LH가 이견을 보이는 모습이다.

6일 고양 지축 A2블록과 고양 장항 A5블록 입주예정협의회(입예협)에 따르면 두 단지 입예협은 LH와 체결한 시스템 에어컨 옵션 계약이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조정 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중이다.

고양 지축A2‧장항A5블록 신희타 입주예정자들은 분양 당시 LH가 최신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해주겠다고 했으면서 약 6년 전 출시 모델을 설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계약 체결 당시 분양계약서 등에 정확한 모델명 없이 ‘에어컨 시공시점의 최신모델’을 설치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고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는 설명이다. 고양 지축 A2블록 신희타 389가구 가운데 341가구가 시스템 에어컨 옵션을 선택해 약 87%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고양 장항 A5블록도 신희타 444가구 가운데 375가구가 시스템 에어컨을 추가해 전체의 약 80%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파트 준공 및 입주를 약 1~2년 앞둔 시점에 시스템 에어컨 모델이 2017년에 처음으로 출시한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LH는 최신형 모델의 의미가 구형 모델 가운데 시공 시점에서 최근 생산한 제품이라며 입주예정자들의 시정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최근에 생산한’ 모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옵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지 분양 공고문과 모델하우스, 옵션 계약안내문 등 어느 곳에서도 시스템 에어컨의 정확한 모델명이나 상세 기능에 대한 안내가 없었고 LG전자 대표번호만 적혀있었다고 비판했다.

2022년 3월 15일 고양 지축 A2블럭 신희타 옵션 관련 문의에 대한 LH 답변서. [사진 독자 제공]

이승범 장항 A5블록 입예협 대표는 “2020년 12월 29월 LH의 분양 공고문에서 시스템 에어컨 옵션 정보는 단순히 에어컨 대수뿐이었다”며 “LH 직원과 모델하우스 직원은 ‘시스템 에어컨 옵션을 선택하면 실제 시공하는 시점의 LG전자 최신형 제품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후 2021년 5월 13일 전자 계약을 진행할 때도 룸 카펫, 아일랜드 장, 하이라이트 인덕션 쿡탑 등 다른 옵션들은 제품 모델명이나 자세한 기능 등을 확인할 수 있게 안내문이 나와 있었지만, 시스템 에어컨만 옵션 관련 안내문과 전자 계약 옵션 선택 페이지에서도 상세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배찬우 지축 A2블록 입예협 부대표는 “시스템 에어컨은 한번 설치하면 몇 년 이상 써야 하고 최소 300만원에서 60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 가전”이라며 “지난해 LG에서 새로운 라인이 나왔는데도 입주자들은 LH의 말장난으로 최신형이 아닌 2017년 구형 모델을 비싸게 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LH는 해당 단지 시스템 에어컨은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LG 싱크큐(ThinQ) 기능을 탑재하고 올해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최신 제품이 맞다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고양 장항 A5블럭 시스템 에어컨은 ‘LG멀티V S주거’ 일반 제품으로 LG전자의 지속적인 제품 리뉴얼을 통해 최근 출시한 LG ThinQ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올해 생산한 제품”이라며 “입주예정자들이 요구하는 별도 프리미엄 제품은 설치가 어렵고, 모델하우스 상담사의 최신 제품이라는 설명은 최신 ‘생산’ 제품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단종 시 동등사양 이상 제품으로 대체함’이라는 규정이 있지만, 해당 단지에 설치하는 시스템 에어컨 모델은 아직 단종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일반형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을 설치해주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선분양 방식이 지배적인 국내 아파트 분양 시장 특성상 고가 옵션을 선주문하고 2~3년 뒤에야 확인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LH의 경우 택지를 개발하면서 분양한 뒤에 시공사를 선정하기도 한다”며 “단지별 계약 내용에 따라 분양 시점 또는 시공 시점 등으로 내부 옵션 설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데 모델명을 안내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신형이라는 의미를 사양(그레이드)을 업그레이드 할지, 성능(트렌드)을 업그레이드 할지로 보는 것은 시행사, 즉 LH의 마음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다만 그는 “공사하는 동안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 나오면 이전에 출시한 제품 가격은 떨어질 확률이 높다”며 “옵션계약을 할 때 돈을 먼저 받고 향후 해당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이윤이 남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정도 법무법인 백양 변호사는 “시스템에어컨 옵션계약을 체결할 당시 구체적인 모델명이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LH가 외부로 표시한 의사를 기준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입주예정자들은 모델하우스 직원의 말이나 민원에 대한 회신을 통해 시공 당시의 최신모델을 설치할 것을 믿고 시스템에어컨 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LH가 착오를 유발했다면 최소한 시스템에어컨 옵션계약을 취소하고 이와 관련해 입주예정자들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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