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추억 돋는 현대차 ‘포니’...이 차가 왜 중요한가요[가봤어요]
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서 ‘포니의 시간’ 전시회
최초의 포니부터 쿠페 콘셉트까지 다양한 모습 전시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포니(PONY)가 되살아났다.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Lake Como)로 날아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 리유니온(Hyundai Reunion) 행사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 리유니온은 현대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 비전과 방향성을 소개하는 헤리티지 브랜드 플랫폼이다.
해당 콘셉트는 현대차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것이 특징이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흘렀다. 현대차는 6월 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의선 회장은 “반세기 전 후발주자로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5, 6 등의 ‘월드카 오브 더 이어’(WCOTY) 수상 등으로 전동화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오늘날 챗GPT 등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존재의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갖고 나가야 하는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포니의 시간’ 전시회를 시작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후발주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과거를 알리고, 이를 되돌아보며 미래 방향성을 확립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이 강화됨에 따라 우리 정체성을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정체성 소통에 대한 답은 과거 여정에서 찾고자 했다. 그렇게 포니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 포니는 40·50세대에겐 친숙할 수 있지만 20·30세대에게는 낯설다. 포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1975년 12월. 현대차는 첫 번째 독자 모델인 포니의 양산을 시작했다. 울산 조립공장에서 포드 코티나(Cortina) 2세대 모델을 단순 조립해 판매하던 현대차가 설립(1967년 12월)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독자 모델을 만든 것이다.
당시 자동차 전문가들이 “현대차가 고유 모델을 개발하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져라”라고 말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현대차는 그 어려운 일을 단기간에 현실화했다. 1973년 3월 자동차 생산을 결심한 현대차는 1976년 2월 29일 포니의 고객 출고를 시작했다. 개발부터 양산, 고객 인도까지 3년도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에 따르면 포니의 이 같은 탄생은 ‘자동차 생산이 100% 국산화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정주영 선대회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동차 산업은 다양한 소재와 가공 기술이 접목된 종합 산업이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자동차가 우리나라 기계 산업을 이끌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고 도전했다고 한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전망처럼 독자 모델 개발은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한 계기가 됐다. 포니는 공식 출시와 함께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1978년 전 세계 40개국에 1만대를 수출했다. 대한민국도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독자 모델을 선보인 현대차는 오늘날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지난 5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 누적 9451만5314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포니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현대차라는 기업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차 하나를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수십 년 역사를 지닌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느낄 수 있다. 현대차가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고, 포니의 시간이라는 전시회를 준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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