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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넘어도 통합까지 ‘첩첩산중’

[아시아나항공 항로는] 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화물사업부 매각 승인
미국 심사 어디로…내부선 “통합 반대” 목소리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매각 동의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에서 큰 고비를 넘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통합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기업이 등장해도 실제 매각을 위해 주주총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등 험로가 예상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등을 조건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결합 승인을 이끌어도 미국의 기업 결합 심사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매각 승인으로 EC의 결합 승인 가능성이 커진 것은 맞지만, 양사 통합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화물사업부 매각 난항” 전망 

항공업계 등에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까지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당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은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등인데, 이들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사들일 여력이 있느냐에 관한 의구심이 많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화물사업부 ‘몸값’은 5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티웨이항공 시총이 이달 6일 기준 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적정 몸값’을 두고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다.

또한 인수 기업이 화물사업부 관련 부채 1조원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의향을 내비친 국적 항공사 중에 인수를 완주할 항공사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화물사업부 인수 기업을 찾아도 과제는 남아 있다. 화물사업부 매각을 위해 주주총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사업부 매각으로 예상되는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화물사업부 인수 기업과 고용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대한항공 측은 화물사업부 고용과 관련해 “고용 승계‧유지 조건으로 화물 사업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한편,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한 상태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약속한 대로 고용 승계 등이 이뤄질 수 있지만, 인수 기업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기업을 찾았다고 해도, 주주총회, 고용 승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라며 “현 상황에선 화물사업부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사업부 매각에 관한 내부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이달 6일 서울 KDB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화물사업부 매각 규탄 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 2일 입장을 내고 “지금의 결정으로 유럽연합, 미국, 일본에서의 거래 종결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과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속한 수많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합병의 문제점에 대해 대국민 선전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용 안정과 아시아나항공의 존립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항공업계에선 “내년 4월 총선(제22대 국회의원선거)을 앞두고 있어,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서울 한진빌딩. [사진 한진그룹]

“유럽연합 넘어도 미국 심사 장담 못 해”

EC 측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해도 미국과 일본의 경쟁 당국의 심사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항공업계에선 “미국 경쟁 당국인 법무부(DOJ) 측이 EC의 승인 여부를 떠나 깐깐하게 경쟁 제한성을 따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경쟁 제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면 소송을 제기하는데, 소송이 시작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인식된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 말 EC 결합 승인이 목표고, 미국 법무부와 시정 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다. 일본 경쟁 당국과는 시정 조치안 협의가 완료되면 정식신고서를 제출한다. 내년 초 심사 종결을 목표로 잡은 상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을 승인하면서 EC의 결합 승인 가능성이 높아진 분위기”라며 “화물사업부 매각에 따른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양사 통합을 위한 중복 사업 정리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화물사업부 매각 역시 중복 사업 정리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지만, 지금으로선 통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사 통합 문제가 정쟁 속으로 휘말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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