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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사양산업? 디지털 기반으로 재정의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애드 아시아 2023 서울, 광고를 재정의하다
구글·메타도 참여…K-콘텐츠 활용 사례 공유

지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애드 아시아 2023 서울’이 열렸다. [사진 애드 아시아]
[허태윤 칼럼니스트] 올해 ‘애드 아시아 2023 서울’은 지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광고산업의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37개 국가에서 600여 명의 전문가들과 3000명 이상의 국내 산업 종사자들이 애드 아시아 2023 서울에 참석했다. 수천명이 한자리에 모인, 명실상부 아시아 지역 내 최대 규모의 광고 축제다.

애드 아시아 자체로도 올해 행사는 규모가 컸다. 78개의 세션이 열렸고, 참여한 연사는 125명이었다. 애드 아시아는 65년 전 처음 열렸는데, 개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올해 행사에서는 전시회도 처음으로 시도했다. 30여 개의 관련 기업이 부스 52개를 세웠다. 여기에서 100회에 가까운 비즈니스 매칭도 이뤄졌다.

연사도 질적으로 수준 높았다. 국내 광고회사만 모여 산업계 현안을 논의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었다. 구글과 메타, 네이버 등 규모 있는 플랫폼이 참여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업의 사장급 연사가 와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마케팅으로 유명한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는 K-콘텐츠를 활용한 광고 사례를 공유했다. 세계 10위권 광고회사가 된 제일기획의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연단에 섰다.

‘광고 왕국’인 일본에서는 덴츠와 하쿠호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경험을 나눴다. 디지털 광고의 강국인 중국에서도 레오 디지털의 C레벨과 D&S그룹의 회장이 참석했다. 인도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구루인 조시 폴(Josy Paul) BBDO의 회장이 ‘브랜드 행동주의’와 관련한 관심을 환기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옥외광고 분야에서는 세계옥외광고협회의 톰 고다드 회장이 연사로 나섰다. 이들 연사를 보면 해외의 유명 크리에이티브 축제인 ‘칸 라이언즈’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애드 아시아 2023 서울이 세계적인 수준의 연사와 이들 연사가 참가자들에게 전달한 통찰로 주목받은 이유다.

전문가들의 이목을 끈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연사들이 공유한 통찰이었다. 올해 초 챗GPT가 나타난 후 마케팅과 광고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광고회사는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사람은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인가?” 등 질문은 올 한해 산업계 종사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현 제일기획 대표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에 비견한다고 했다. 인터넷이 지난 1995년 출현한 뒤 10년 동안 인터넷 광고시장은 200배 수준 성장했다.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구글과 같은 세계 최고의 기업도 탄생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구글이 전체 매출의 80%를 광고에서 올리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이를 만든 애플이 구글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이 된 점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른 점도, 매출의 90% 이상을 광고에서 올린다는 점도 꼬집었다. 생성형 AI도 결국 광고시장을 더 크게 만들 것이란 뜻이다.

빅테크 기업의 핵심 사업은 ‘광고’

미키 이와무라와 구글 아시아태평양(APAC) 최고마케팅책임자와 리카르도 스코티 메타 비즈니스마케팅 헤드도 AI가 지금보다 마케팅을 개인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하는 과정은 더 짧아지고, 여기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은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사용자의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천 인사이트의 힘은 더 커질 것이라고도 했다. AI는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기나긴 구매 여정을 줄여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크리에이터에게는 많은 콘텐츠를 정교하게 생산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도 광고계의 거물인 조시 폴 BBDO 회장도 이번 애드 아시아에서 주목받았다. BBDO는 광고대행사로, 브랜드 행동주의를 바탕으로 광고를 제작해 사회의 변화를 만들고 있다. 폴 회장은 브랜드가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행동(Create Act, Not Ads)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광고의 역할로도 제안했다.

실제 폴 회장은 ‘에이리얼’이라는 세제 광고를 통해 세탁이 여성의 몫이라는 인도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세탁과 관련한 인도의 사회적 편견은 79%에서 26%로 줄어들었다. 행동주의 브랜딩이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만들고, 매출도 높이는 이유다.

디지털 옥외광고 분야도 애드 아시아의 또 다른 관심거리였다. 한국의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은 코엑스 인근의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오프라인에서 소비자 경험을 만들었다는 점이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 세계 마케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옥외광고 세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 옥외광고가 더 크고 호화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융복합 기술과 다양한 센서의 발전으로 눈부신 혁신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기술로 광고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만큼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의 미래가 장밋빛인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은 신흥 경제국가이지만, 광고산업은 그 위상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정보기술(IT) 산업과 플랫폼 생태계의 하위산업 정도로 여겨졌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애드 아시아가 서울에서 열렸다는 점은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디지털 관련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고의 위상을 올리기에도 좋은 계기가 됐다.

구글이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에서 일으킨다는 점은 새롭지 않다. 스마트폰이 생긴 뒤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수익도 90% 이상이 광고에서 발생한다. 디지털 빅테크 기업의 사업 모델은 광고라는 뜻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빅테크 기업을 광고 기업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광고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개념도 바뀌어야 하지만, 아직 전통적인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광고가 사양산업이라고 말한다. 올해 열린 애드 아시아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애드 아시아를 계기로 광고산업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새롭게 정의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는 그 중심에서 성장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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