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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틱톡을 중국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미국서 유통 불가”…이른바 ‘틱톡 금지법’ 하원 통과
젊은층 ‘최애’…미국서 성공한 첫 중국 앱, 향방은?

틱톡 로고. [사진 AFP/연합뉴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외국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이 한국을 위협한다고 여겨질 때, 그 앱을 자국 기업에 매각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에서 벌이지는 일이다.

미국 정치권이 숏폼 동영상 앱 틱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하원은 최근 틱톡을 겨냥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적성 국가의 통제를 받는 모바일 앱을 앱스토어 미국 영토에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하려면 법안 발효 후 180일 안에 지분을 매각해 적성 국가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의 앱을 유통하는 앱스토어가 처벌받는다.

실질적인 ‘틱톡 금지법’이다.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을 매각하거나 미국에서 철수해야 한다. 이 법이 상원 문턱을 넘을지는 불확실하지만,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이 뜻을 모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는 사실은 틱톡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잘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상원을 통과하는 대로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우려하는 중국 앱

틱톡은 1분 이내 길이의 ‘숏폼’이라는 콘텐츠 포맷을 확립해 세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며, 2017년 ‘뮤지컬리’라는 미국 앱 인수를 계기로 서구에서도 급성장했다. 2019년 누적 다운로드 10억 건, 2021년 30억 건을 돌파했다. 누적 다운로드 30억 건을 넘은 앱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페이스북 메신저 외엔 없었다.

미국 10대들이 가장 즐겨 쓰는 앱이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틱톡을 가장 큰 위협이자 경쟁자로 지목한 바 있다. 틱톡을 겨냥해 유튜브는 쇼츠, 인스타그램은 릴스라는 숏폼 서비스를 내놓았다. 현재 미국 내 틱톡 사용자는 1억7000만명에 달한다. 미국과 서구에서 큰 규모의 성공을 거둔 최초의 중국 모바일 서비스이다.

틱톡의 성공은 미국에 적잖은 우려도 함께 일으켰다. 미국 내 틱톡 사용자의 사용자 데이터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검열을 노골적으로 실행하며, 중국 인터넷 기업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 사용자 정보를 넘기도록 하는 법률을 따라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틱톡 알고리즘을 활용해 미국에 여론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력한 영상 추천 알고리즘은 틱톡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바이트댄스는 해외 사업은 중국 사업과 별도로 진행하며, 해외 사용자 데이터 역시 별도 서버에 분리해 중국 측에서 접근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선 ‘더우인’, 해외에선 틱톡 브랜드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본사에서 해외 사업의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실제로 중국 측 직원이 해외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체류 시간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틱톡 알고리즘이 청소년들에게 자기 몸에 대한 불만이나 우울증을 부추기는 영상을 추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판이라 규제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정권 때부터 주요 정부 기관이나 교육 기관들은 업무 휴대전화에 틱톡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 매각을 압박해, 실제로 오라클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오라클의 틱톡 인수는 흐지부지됐지만, 틱톡 규제 주장은 줄곧 정계나 행정부에 잠복해 있다가 이번에 새로운 법안 형태로 표출됐다. 법안 제정 작업이 시작된 것은 몇 달 전부터다. 물밑에서만 조용히 진행하다 최근 몇 주 사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절차가 진행됐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과 관련, 틱톡에 친하마스 성향 영상들이 대거 노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한 계기였다.
틱톡 애호가들이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하원에서 진행된 투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하원 에너지산업 소위에서는 50-0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하원 전체 회의에서도 352-65로 통과됐다.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직후 바이트댄스는 틱톡 앱에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 법안 통과 반대를 압박하는 전화를 걸라는 알림을 띄었다. 자신 집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지역구 의원 사무실로 바로 전화할 수 있게 했다. 의원 사무실은 밀려드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 일은 도리어 의원들에게 틱톡을 규제해야 한다는 확신을 심는 계기가 되었다. 10대들의 전화 폭주를 보며 틱톡이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틱톡 계정을 활용해 2022년 중간 선거에 개입하려 한 의혹이 있다”라며 올해 중간 선거나 대만 이슈 등의 문제에서 중국이 사이버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을 주요 국가 위협 중 하나로 제시했다.

틱톡 금지, 자유를 위해 자유를 억누르는 셈?

틱톡에 대한 우려는 여야를 가리지 않지만, 틱톡 금지법이 바람직한 해법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틱톡은 청년 세대의 ‘최애’ 앱이며, 많은 자영업자·인플루언서 등이 틱톡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반박하기 어렵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정부가 맘에 안 드는 앱은 모두 금지해 버릴 수 있게 된다. 중국이 미국인의 데이터를 확보할 다른 수단은 이미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 강화에 초점을 맞춘 법률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미국 스스로 임의로 앱을 차단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의 인터넷 검열이나 표현 규제를 비판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구글 등 대부분 해외 서비스를 차단하는 중국의 틱톡 법안 비판이 설득력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자유의 적을 막아야 하는데, 그 막는 행위가 자유를 억누르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중국·러시아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서구 사회가 겪고 있는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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