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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TO 시장, 규제 없는 것이 가장 큰 규제” [이코노 인터뷰]

[갈림길 선 STO]③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토큰증권협의회 회장) 인터뷰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미비…“STO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토큰증권협의회 회장). [사진 바이셀스탠다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규제가 없는 것이 가장 큰 규제’인 패러독스에 빠진 셈이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토큰증권협의회 회장)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 367조원 규모(하나금융경영연구소)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STO 산업을 잘 관리하고 올바로 성장할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할 관련법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 대표는 “다행히도 국회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21대 총선 공약으로 STO의 빠른 법제화를 약속했고, 정당간 이견도 없다”며 “다만 이들 정당이 STO 관련 법안 제정을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새로운 자금줄을 마련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밝혔으나 정작 정책을 집행하는 금융당국의 스탠스는 이와 상이한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금융당국이 STO 투자 대상을 특정 현물로 국한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사례로 ‘보충성의 원칙’(예외적 조항이나 이론, 행위가 보충적으로만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이 있는데, 금융당국은 지분증권(주식), 채무증권(채권), 집합투자증권(ETF 등) 등 기존 정형증권으로 사업목적이 달성 가능하면 STO의 주요 방식인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또 STO의 기초자산을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실제 현물에 국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STO를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려 해도 현재의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아래서는 STO 상품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물 발행 중심인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주식과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STO 발행이 시작됐다. 일본 SBI홀딩스는 자회사인 SBI e스포츠 주식을 STO로 발행했고, 미국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스펜 리츠 역시 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지분의 18.9%에 달하는 1800만 달러를 STO를 통해 조달했다. 지난해 독일 지멘스는 6000만 유로 규모의 회사채 STO를 발행했다.

해외, STO 컨버전 진행…한국 우량 기초자산 관심 多

신 대표는 “해외에서는 기존 증권의 STO 컨버전(전환·Conversion)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STO 플랫폼이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이 여전히 공고하다”며 “부동산, 미술품 등 국내 이미 소개된 STO 자산들도 훌륭하지만 투자 대상을 한정적인 특정 현물로 국한하면 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STO 생태계는 어떤 국가나 기업도 글로벌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다시 말하면 한국에서도 글로벌 STO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나올 수 있지만, 글로벌 트렌드와 다른 규제정책은 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투자자가 언제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기초자산을 청산하기 이전에도 투자자 간 매매가 자유롭게 이뤄지게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유통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STO 역시 자본시장법 통제 아래 엄격한 검증을 거쳐 발행되는 만큼 향후 시행령 등을 통해 보수적으로 투자한도를 제한하기보다는 진취적으로 한도를 넓히는 방향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STO 발행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를 간소화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 대표는 “이미 STO는 사업재편을 승인받은 기업,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상품만 발행이 가능하다”며 “사전에 엄격한 검증작업을 거친 기업들이 빠르게 기초자산을 STO로 발행할 수 있는 절차 간소화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돌다리도 두드리는 금융당국의 고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가장 절실한 투자자 보호는 투자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또 원하는 시기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 역시 STO 기반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PIECE)의 운영사인 바이셀스탠다드를 운영하면서 관련 규제에 대해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PIECE에서 선보이는 투자상품들도 조금 더 시장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중소상공인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상생금융 1호’, 그간 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선박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런 상품들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기에 가는 길이 더 험난한 건 사실이지만, STO 시장에 선을 보여야 바이셀스탠다드도, 더 나아가 STO 산업 전반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STO 법제화와 관련 규제 개선이 늦어지면서 바이셀스탠다드는 해외시장으로도 활로를 모색 중이다. 신 대표는 “다수 해외 금융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우량한 기초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이에 동남아시아 지역부터 한국의 우수한 자산을 STO로 선보이기 위해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싱가포르에 업무 거점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 설립도 논의하고 있다”며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아직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늦지 않게 해외에서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STO가 소액 투자자의 대체투자 상품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STO를 활용해 일부 자산가와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인 대체투자 상품에 소액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만든다면 우리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기업으로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토큰증권협의회 회장). [사진 바이셀스탠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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