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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상’ 택한 배민, 알면서도 둔 악수…쿠팡 ‘전방위 진격’ 영향

정부 압박·점주 비판에도 ‘요금제 개편’ 단행
쿠팡이츠와 ‘무료배달’ 출혈 경쟁 부담 증가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앱 내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통합해 ‘음식배달’ 탭을 신설하고 모든 가게의 노출 경로를 일원화한다. [제공 우아한형제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결국 배달 앱 ‘업계 최저 수준 수수료’ 카드를 버렸다. 회사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가 내는 주문 중개수수료를 9.8%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현행 대비 3%포인트(P) 올라간 수치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곳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우아한형제들이 ‘악수인 걸 알면서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부에서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료 인하를 주요 경제 정책 중 하나로 삼고 있음에도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점주들 사이에서 ‘플랫폼 갑질’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수수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에서 이뤄진 변화다. 우아한형제들이 그런데도 수수료를 인상한 데에는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DH 계열사 중 유일한 ‘캐시카우’가 우아한형제들밖에 없다는 점이 정황적인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이란 성과를 써낸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란 비교적 불명확한 사유로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이번 수익성 강화의 배경에 ‘본사 개입’이 확실히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런 ‘회사 내 사정’은 이번 수수료 인상에 간접적 요인에 그친다는 시각도 시장에 공존하고 있다. 쿠팡이 자본력을 앞세워 배달 앱 시장 영향력을 높이는 상황이라 우아한형제들이 ‘살아 남기 위해’ 수익성 강화 전략을 도입했단 견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22년에 정액제 중심의 요금제를 정률 수수료 체계로 개편할 때도 쿠팡에서 운영하는 배달 앱 쿠팡이츠를 고려했다는 점은 이미 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

쿠팡이츠는 당시 점주를 대상으로 9.8%의 중개수수료를 받으면서도 플랫폼 이용자를 대상으론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우아한형제들은 당시 쿠팡이츠의 진격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중개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6.8%로 책정했다.

이번 배민 요금제 인상은 약 2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개편이다. 중개수수료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쿠팡이츠와 동일하다. 같은 형태의 서비스에 요기요는 12.5%를 받고 있다. 부가세는 모두 별도다.

국내 유일 정액제 상품 유지 앱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전 대표의 사임을 알렸다. 피터얀 반데피트 사내이사가 현재 임시 대표를 맡고 있다. 차기 대표는 오는 8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될 예정이다. 피터얀 반데피트 대표는 지난 10일 회사 사옥에서 전사 발표를 열고 사내 구성원을 상대로 요금제 개편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배민에 입주한 업주들을 대상으로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소비자에는 배민배달(한집·알뜰 배달)로 노출되는 ‘배민1플러스’ ▲소비자에는 가게배달로 표기되는 ‘울트라콜’ ▲카테고리 상단 등에 가게를 광고할 수 있는 ‘오픈리스트’ 등을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이번 요금제 개편의 핵심은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가 9.8%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다만 회사는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역별 배달 환경 등을 고려해 2500원~3300원에서 책정되던 업주 부담 배달비를 전국적으로 1900원~2900원 수준으로 인하한다. 개편된 요금제는 오는 8월 9일부터 적용된다.

배민1플러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주문·배달을 직접 중개해 주는 서비스다. 단건으로 배달하는 ‘한집배달’과 묶음으로 전달하는 ‘알뜰배달’로 나뉜다. 가게 입장에선 주문부터 배달까지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라 편리하다. 다만 음식값의 일부를 중개수수료로 내야하고 배달비도 추가로 부담하는 구조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배달팁은 우아한형제들이 주문 환경을 분석해 자동으로 적용한다.

가게배달을 이용하는 업주는 울트라콜이나 오픈리스트 상품에 가입해 배민의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다. 울트라콜의 경우 업주가 설정한 위치(깃발)를 중심으로 특정 반경에서 접속하는 사용자들에게 가게를 노출해 주는 상품으로, 월 이용료는 8만원이다. 다만 배달은 가게가 직접 수행하거나 대행사를 통해야 한다.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팁도 가게가 설정할 수 있다. 정액제 상품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플랫폼은 배민이 유일하다.

오픈리스트의 경우 플랫폼 내 가게 노출에는 이용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값의 일부를 중개수수료로 내야 한다. 배달도 대행사를 통하거나 직접 수행하는 구조다.
[자료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요금제 개편과 함께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통합한 ‘음식배달’ 탭을 신설한다. 모든 가게의 노출 경로를 일원화해 고객이 음식 주문을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단 취지다. 가게배달 노출을 추가로 보장하기 위해 음식배달 외에 가게배달 탭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가게배달 업주가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울트라콜 가입자 중 주문수가 적은 업주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배민배달과 울트라콜을 동시에 이용하는 업주의 가게배달 월 주문수가 50건 미만이면, 울트라콜 월 광고비의 20%를 환급하는 특별 할인을 시행한다. 포장 주문 서비스 신규 가입 업주에게 적용되는 중개이용료 6.8%도 우선 내년 3월까지 50% 할인한 3.4%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은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과 업계 유일 정액제 상품 운영 등을 통해 사장님 가게 운영에 보탬이 돼 왔다”며 “사장님의 배달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 혜택을 강화해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쿠팡 ‘생태계 교란’에 결국…

우아한형제들의 이런 변화에는 쿠팡과 치열하게 전개해 온 ‘무료배달 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그간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에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수익성을 챙겼다. 물론 2022년 요금제 개편으로 점주들의 부담이 높아졌지만, 그 수준이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준’은 아니란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이 월 7890원짜리 구독 상품인 와우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지난 3월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5월엔 무료배달 서비스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 배달 앱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실제로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무료배달 시행 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업계 3위였던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도입 후 단숨에 요기요를 제치고 2위에 오르며 배민을 빠르게 추격하는 형국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월간활성이용자(MAU) 수 기준 배민 앱의 시장 점유율은 62%로 나타났다. 당시 요기요는 19%, 쿠팡이츠는 16%를 각각 점유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올해 6월 기준 쿠팡이츠 점유율은 21%로 상승했다. 요기요는 이 이간 점유율 16%를 기록하며 3위로 주저앉았다. 배민 역시 최근 6개월 사이 점유율이 3%P가량 빠졌다. 반면 쿠팡이츠 점유율은 최근 1년 사이 약 10%P 상승했다. 쿠팡의 와우멤버십 이용자는 약 1400만명으로, 국내 구독 상품 중 최대 규모다.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시행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인 점은 단기적으론 소비자에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그러나 결국에는 쿠팡이 쿠팡이츠 가입 점주들의 부담을 높여 소비자 혜택으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음식값 상승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시장 변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우아한형제들은 ‘무료배달’를 유지해 왔다. 출혈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로 9.8%를 받는 상황이라 타격은 우아한형제들에 더욱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쿠팡은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을 시작한 지 약 일주일 만에 와우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쿠팡의 인상된 요금제는 내달부터 도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와우멤버십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배달 앱 시장을 교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가장 쉬운 카드인 ‘요금제 개편’을 아껴뒀다. 여타 플랫폼처럼 점주에 부담을 당장 전가하기보단 ‘자구책’을 세워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배민클럽이 탄생한 배경이다. 배민 이용자가 부담하는 배달팁을 무료(알뜰)로 제공하거나 할인(한집)해 주는 구독형 상품이다. 쿠팡이 구독 상품 수익을 기반으로 무료배달을 시행할 수 있던 점과 같은 접근이다. 월 3990원을 내면 배달비 할인과 B마트 관련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배민클럽은 9일부터 사전 가입을 시작해 내달 20일부터 이용료를 받기 시작한다. 이제 가입자를 모집하는 단계다. 국내 최대 구독 상품인 와우멤버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유의미한 경쟁을 벌이려면 우아한형제들에 남은 카드는 ‘요금제 인상’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률 수수료를 적용하는 자체 배달 서비스(OD·Own Delivery) 시장에선 업계 1위 배민과 2위 쿠팡이츠의 격차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OD 상품은 우아한형제들의 주된 수익원이다. 배민클럽 구독료를 통해 지출 비용을 벌충하기엔 시기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부담이 상당하리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와우멤버십 영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장에 침투하는 쿠팡의 행태는 배달 앱 시장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에서도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으로 이뤄진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의 ‘끼워 팔기’를 조사해달라고 신고했다. 이들은 “쿠팡은 일방적으로 와우멤버십 가격을 58%가량 인상하면서 별개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끼워 팔기’를 하고 있다”며 “이는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5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수수료를 쿠팡이츠 수준으로 인상했지만, 쿠팡이츠와의 무료배달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동률의 수수료율을 기반으로 멤버십 기반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남았기 때문이다. 1400만명 이상의 멤버십 가입자 중 쿠팡이츠 이용자를 늘려야 하는 쿠팡이츠의 숙제와 수많은 멤버십이 시장에서 등장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배민클럽을 성공시켜야 하는 배민의 숙제가 남았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가 지난 6월 1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쿠팡의 유료 멤버십 요금 인상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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