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최고의 무기, 세계 1등 브라우저 크롬…분사해야 한다면? [한세희 테크&라이프]
크롬이 사용자 불편하게 하는 이유
정부, 지배력 남용 막기 위해 크롬 매각 요구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지금 이 글을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면, 아마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읽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구글 크롬은 빠르고 가벼운 성능을 앞세워 세계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출시 후 15년 이상 세계인의 인터넷 관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 역시 크롬을 초창기부터 썼고, 지금도 가장 좋은 브라우저라 생각하지만 요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메모리를 많이 쓴다, 사용자 추적을 많이 한다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읽기’ 모드를 제대로 지원 안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읽기 모드는 웹페이지의 번잡한 광고나 다른 구성 요소를 정리하고 핵심 텍스트만 큼직하고 깔끔하게 보여주어 내용에 집중하게 하는 기능이다. 모바일 기기의 작은 화면에서 글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읽기 모드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크롬은 읽기 모드 도입이 늦었고, 지금도 마지 못해 흉내만 내는 인상이다. 크롬의 읽기 모드는 화면 전체를 쓰는 다른 브라우저와 달리 화면 오른쪽 3분의 1 정도 공간에 별도 창을 열고 텍스트를 빡빡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라 읽기가 별로 쾌적해지지 않는다.
온라인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구글이 광고를 제거하는 읽기 모드를 적극 밀기 어렵다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광고는 언론사나 콘텐트 제작자가 더 많은 독자 또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좋은 콘텐트에 재투자할 재원을 얻게 하는 원동력이니, 미디어 업계 변방에서 먹고 사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 불평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읽기 모드가 불편한 크롬의 모습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 광고 회사 구글에 검색 사용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을 하는 크롬의 본모습이 드러나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크롬은 주소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나오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더 많은 사람이 구글 검색을 쓰고, 검색 광고를 더 많이 보게 하기 위함이다. 검색해서 찾아간 웹페이지에 보이는 광고도 구글의 기술로 배치된 광고이다. 크롬이 검색 유입을 늘이기 위해 사용자 친화적 기능을 도입 안 하거나 불충분하게 제공한다는 의심도 나온다.
크롬의 탁월한 성능은 구글 검색 사업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성능이 좋으니 많은 사람이 쓰고, 이들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와 행태 정보는 검색 품질을 더욱 높인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빙 같은 경쟁 서비스가 넘어설 수 없는 해자를 구축한다.
모든 검색 접점 장악한 구글
PC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장악했다. 안드로이를 쓰는 스마트폰에는 구글 검색과 크롬 브라우저가 내장되어 있다. 안드로이드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아이폰 사용자를 잡으려 거액의 돈을 주어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 주소창의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샀다. 구글은 이를 위해 애플에 2022년 한 해에만 200억 달러(한화 27조 5000억원)를 지급했다. 애플 영업이익의 17.5%, 구글 매출의 16%에 달한다. 브라우저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파이어폭스와 삼성전자에도 기본 검색 엔진 탑재를 위해 적잖은 돈이 지급되었다.
우리가 검색을 접하는 모든 길목을 구글이 지키고 서서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있다. 그러니 검색 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이 장악한 길목을 열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미국 정부가 구글에 크롬 분사를 요구한 이유이다. 법원은 지난 8월 구글이 검색 시장 독점 사업자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이의 후속 조치로 독점 해소를 위한 정부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크롬 매각 요구, 효과 있을까
법무부는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크롬 매각을 비롯해, ▲안드로이드에서 구글 검색 우대 금지 ▲사용자 검색 데이터 외부 제공 ▲기본 검색 엔진 탑재 거래 금지 ▲검색 광고 노출 순위 투명성 제고 ▲유튜브, AI 모델 제미니 등 다른 구글 서비스 우대 금지 ▲다른 브라우저 출시나 투자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크롬을 매각해 사용자의 검색 접점을 다변화하고 검색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 다른 검색 및 브라우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반면, 구글은 “과도하고 급진적인 정부 개입”이라며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안은 정부측 의견일 뿐이다. 법원은 내년 8월 구글에 대한 조치를 명하는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정부 안이 받아들여지면 사상 최초의 테크 기업 분할 사례가 된다. 하지만 구글은 항소할 것이고, 재판은 몇 년 이상 걸릴 것이다.
당장 구글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가능한 결과들을 예측해 볼 수는 있다. 구글의 검색 사업에 제약이 걸리고 검색 데이터가 풀려 다른 검색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퍼플렉시티와 같이 최근 등장한 AI 대화형 검색이 성능 향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구글은 검색은 물론, 검색 데이터를 활용하던 AI 부문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했던 AI 스타트업과 관계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바라는 이런 효과가 나타날지 장담하긴 어렵다. 브라우저에 구글 외 다른 검색 서비스 선택 화면이 뜨더라도, 충분히 좋고 이미 오래 동안 써온 구글이 아닌 다른 검색 엔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클까? 애플에 매출의 15%를 주지 않고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구글로선 나쁜 일은 아니다.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크롬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분리해야 하겠지만, 이는 극렬할 반대를 일으킬 방안이라 법무부가 이번에 제안하지 않았다. 단, 현재 조치들이 효과가 없다면 안드로이드를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었다.
확실한 것은 사용자 화면에 구글이나 빙, 네이버를 선택하게 하는 화면을 한번 띄우는 것보다는 구글 검색을 대체할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구글에 대한 조치가 그런 혁신 기업을 키울 첫단추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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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크롬을 초창기부터 썼고, 지금도 가장 좋은 브라우저라 생각하지만 요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메모리를 많이 쓴다, 사용자 추적을 많이 한다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읽기’ 모드를 제대로 지원 안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읽기 모드는 웹페이지의 번잡한 광고나 다른 구성 요소를 정리하고 핵심 텍스트만 큼직하고 깔끔하게 보여주어 내용에 집중하게 하는 기능이다. 모바일 기기의 작은 화면에서 글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읽기 모드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크롬은 읽기 모드 도입이 늦었고, 지금도 마지 못해 흉내만 내는 인상이다. 크롬의 읽기 모드는 화면 전체를 쓰는 다른 브라우저와 달리 화면 오른쪽 3분의 1 정도 공간에 별도 창을 열고 텍스트를 빡빡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라 읽기가 별로 쾌적해지지 않는다.
온라인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구글이 광고를 제거하는 읽기 모드를 적극 밀기 어렵다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광고는 언론사나 콘텐트 제작자가 더 많은 독자 또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좋은 콘텐트에 재투자할 재원을 얻게 하는 원동력이니, 미디어 업계 변방에서 먹고 사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 불평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읽기 모드가 불편한 크롬의 모습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 광고 회사 구글에 검색 사용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을 하는 크롬의 본모습이 드러나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크롬은 주소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나오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더 많은 사람이 구글 검색을 쓰고, 검색 광고를 더 많이 보게 하기 위함이다. 검색해서 찾아간 웹페이지에 보이는 광고도 구글의 기술로 배치된 광고이다. 크롬이 검색 유입을 늘이기 위해 사용자 친화적 기능을 도입 안 하거나 불충분하게 제공한다는 의심도 나온다.
크롬의 탁월한 성능은 구글 검색 사업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성능이 좋으니 많은 사람이 쓰고, 이들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와 행태 정보는 검색 품질을 더욱 높인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빙 같은 경쟁 서비스가 넘어설 수 없는 해자를 구축한다.
모든 검색 접점 장악한 구글
PC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장악했다. 안드로이를 쓰는 스마트폰에는 구글 검색과 크롬 브라우저가 내장되어 있다. 안드로이드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아이폰 사용자를 잡으려 거액의 돈을 주어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 주소창의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샀다. 구글은 이를 위해 애플에 2022년 한 해에만 200억 달러(한화 27조 5000억원)를 지급했다. 애플 영업이익의 17.5%, 구글 매출의 16%에 달한다. 브라우저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파이어폭스와 삼성전자에도 기본 검색 엔진 탑재를 위해 적잖은 돈이 지급되었다.
우리가 검색을 접하는 모든 길목을 구글이 지키고 서서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있다. 그러니 검색 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이 장악한 길목을 열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미국 정부가 구글에 크롬 분사를 요구한 이유이다. 법원은 지난 8월 구글이 검색 시장 독점 사업자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이의 후속 조치로 독점 해소를 위한 정부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크롬 매각 요구, 효과 있을까
법무부는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크롬 매각을 비롯해, ▲안드로이드에서 구글 검색 우대 금지 ▲사용자 검색 데이터 외부 제공 ▲기본 검색 엔진 탑재 거래 금지 ▲검색 광고 노출 순위 투명성 제고 ▲유튜브, AI 모델 제미니 등 다른 구글 서비스 우대 금지 ▲다른 브라우저 출시나 투자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크롬을 매각해 사용자의 검색 접점을 다변화하고 검색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 다른 검색 및 브라우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반면, 구글은 “과도하고 급진적인 정부 개입”이라며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안은 정부측 의견일 뿐이다. 법원은 내년 8월 구글에 대한 조치를 명하는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정부 안이 받아들여지면 사상 최초의 테크 기업 분할 사례가 된다. 하지만 구글은 항소할 것이고, 재판은 몇 년 이상 걸릴 것이다.
당장 구글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가능한 결과들을 예측해 볼 수는 있다. 구글의 검색 사업에 제약이 걸리고 검색 데이터가 풀려 다른 검색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퍼플렉시티와 같이 최근 등장한 AI 대화형 검색이 성능 향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구글은 검색은 물론, 검색 데이터를 활용하던 AI 부문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했던 AI 스타트업과 관계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바라는 이런 효과가 나타날지 장담하긴 어렵다. 브라우저에 구글 외 다른 검색 서비스 선택 화면이 뜨더라도, 충분히 좋고 이미 오래 동안 써온 구글이 아닌 다른 검색 엔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클까? 애플에 매출의 15%를 주지 않고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구글로선 나쁜 일은 아니다.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크롬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분리해야 하겠지만, 이는 극렬할 반대를 일으킬 방안이라 법무부가 이번에 제안하지 않았다. 단, 현재 조치들이 효과가 없다면 안드로이드를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었다.
확실한 것은 사용자 화면에 구글이나 빙, 네이버를 선택하게 하는 화면을 한번 띄우는 것보다는 구글 검색을 대체할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구글에 대한 조치가 그런 혁신 기업을 키울 첫단추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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