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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도 못 뜬 GTX-B·C노선…정상화는 언제쯤?

[GTX 시대]②
공사비 급등에 사업성 악화로 착공 늦어져
공사 예상 기간만 5년, 빨라야 2030년 완공 전망

GTX 노선도 [사진 국토교통부]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최근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운행을 시작했다. GTX 노선 개통은 지난해 3월 먼저 개통한 GTX-A노선 수서역~동탄역 구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장 수도권 서북부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GTX-A 노선과 달리 GTX-B와 GTX-C 노선의 경우 착공식을 연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 여파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GTX-B노선은 인천시 송도 인천대입구역을 출발해 인천시청·부평·부천종합운동장역, 서울시 신도림·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상봉역을 지나 경기도 남양주 별내·왕숙·평내호평·마석역까지 수도권 서남부와 동북부를 연결하는 82.7km 길이의 노선이다. 14개역 모두 환승역으로 계획됐다. 이 중 상봉~마석 62.8㎞는 민자 사업 구간이다. 나머지 용산~상봉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재정 구간으로 계획됐다. 

추가 자금 분담 방안 놓고 갈등 빚는 B노선

민자구간 건설에는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현대건설·DL이앤씨·롯데건설·태영건설·금호건설·동부건설 등이 참여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주간사로 자금 조달과 추후 운영도 담당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철도’를 슬로건으로 열린 GTX-GTX-B노선 착공 기념식에서 “오늘 착공하는 GTX-B노선이 인천 시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2030년 GTX-B노선이 개통되면 이곳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23분, 서울역까지 29분 만에 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새로 들어서는 GTX역을 중심으로 기업이 들어오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투자와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며 “GTX가 인천의 교통지도는 물론 산업지도·생활지도·문화지도까지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달리 현재 GTX-B노선 개통은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추가 자금 분담 방안’을 두고 재무투자자(FI)와 건설투자자(CI)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FI인 신한은행은 GTX-B노선의 경우 건설사들이 주도하는 CI주도형 사업이기 때문에 CI 측에서 자금 제공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GTX-B노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약속된 비용 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CI 측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시공사들은 GTX-B노선은 명목상 건설투자자 주도형 사업일 뿐, 사업 기획자는 재무투자자이므로 신한은행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민자 사업 수익률이 악화된 점이 CI와 FI 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금리 여파 및 공사비 상승 등으로 건설경기가 얼어 붙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로 리스크를 떠밀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우건설과 신한은행이 금융약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GTX-C노선은 양주 덕정역에서 청량리역, 삼성역을 거쳐 수원역까지 84.46km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GTX-C 노선 착공을 축하하며 광역급행철도 추진으로 국민들의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GTX-C 노선을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역세권에 신규 주택 부지가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자금 조달 및 주민 반대 휩싸인 C노선

하지만 GTX-C노선도 자금 조달 문제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사업 시행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8월까지 착공계를 내기로 했지만 자금조달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제출이 지연되고 있다. 

GTX-C노선 공사에 투입 예정인 총 사업비는 4조6000억원이다. 이는 2019년 12월에 결정된 고정금액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사비가 급등한 탓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발했다. 특히 정부가 일부 구간의 사업비를 부담하는 B노선과 달리 C노선은 전 구간 민간 사업자가 완공 후 운영 수익을 챙기는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사업비가 늘면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이 때문에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GTX-C노선의 경우 청량리역 인근 주민들의 반대 문제도 해결해야된다. 서울 동대문구는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로 청량리역 인근 C노선 변전소(수직구 포함) 건립의 직권취소 및 이전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시공사와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 및 의견수렴절차가 인접한 아파트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기 전인 지난 2023년 8~9월께 이뤄져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국공립어린이집,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등 아파트와 50m 이내 거리에 초고압 변전소가 들어설 상황에 놓이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에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와 매우 가까운 ‘변전소 입지의 부당성’을 이유로 들며 국토부가 청량리역 변전소 설치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갑작스런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국정운영이 마비되면서 GTX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GTX-B노선은 2030년, GTX-C노선은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개통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회예산정책처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GTX-B노선은 2024년 착공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공사 기간 72개월을 감안하면 2031년 이후 개통할 것으로 점쳐진다. GTX-C노선 역시 변전소 설치를 둘러싼 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실착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올해 착공해도 개통은 2030년 이후로 예측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GTX-C노선의 경우, 2025년부터 실착공에 돌입한다고 하더라도 준공시기는 공사기간 60개월(5년)을 적용하면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며 “해당 사업은 토지보상 절차 지연과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 착공시기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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