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금리전망, 동결이냐 vs 인하냐…한은 새해 첫 금통위 ‘D-1’
요동치는 원달러환율…채권전문가들 60% 동결 예상
‘금리인하 의견→동결’ 분위기...‘경기 부양’에 방점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준금리 결정에 시선이 쏠린다. 최근 경기 하방 우려를 감안해 인하에 무게추가 쏠리는 반면, 고환율과 물가,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 동결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경기 추이를 더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은 정책 목표 1순위 ‘물가 안정’…기준금리 동결 예상”
금리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원달러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싣리는 분위기다.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1월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많았지만 미국 달러지수가 110선에 육박하고 잠시 진정세를 보였던 원달러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동결 전망이 증가하면서다.
금융투자협회 ‘2월 채권시장지표(BMSI)’ 발표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60%가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투협이 이달 3일부터 8일까지 55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전문가 100명을 설문한 결과다.
다만 응답자의 40%는 금통위에서 25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금투협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더 많았으나, 경기침체 우려로 내수 부양을 위한 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직전 조사 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오를 텐데, 한은의 정책 목표 1순위가 물가 안정인 만큼 성장보다는 우선 물가와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종합 채권시장지표(BMSI)는 105.6(전월 103.1)으로 전월대비 2.5p 상승했다. 연초 국고채 금리가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2월 채권시장 심리가 전월 대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달 3일부터 18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198개 기관, 949명)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5개 기관 100명이 응답한 결과다. 종합 BMSI는 개별 설문문항(10개)에 대한 누적 답변인원(1100명)의 응답(호전 216명, 악화 154명, 보합 730명)을 기초로 산출했다.
하지만 외환시장과 국고채 시장의 흐름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8원 오른 1470.8원으로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올해 첫 1470원대로 올랐다. 또 5%에 육박하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한국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할 한은 금통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축된 소비·투자 등 내수를 고려하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와중에 한국만 금리를 인하하면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금리인하 의견에서 동결로 의견을 바꾸기도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8일 장중 1440원대로 떨어졌던 환율이 금통위 직전 20원 넘게 상승하고 있어 쉽사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며 "다음 2월 금통위까지 6주간 트럼프 정부 출범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채 금리와 환율을 점검하는 기간을 거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정’보단 ‘경기 부양’에 방점”...금리 인하 의견도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정책 완화는 실질적인 재정 부양책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소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까지 세 차례 연속 인하 이후 향후 몇 달 동안은 완화 속도가 완만하게 조절되고, 기준금리는 다음 2개 분기 동안 각각 25bp씩 추가 인하돼 최종 금리는 연 2.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정치 상황뿐 아니라 미국의 통화·무역 정책 관련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에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는 한은이 밝힌 바와 같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며 가계 부채도 주택 거래 둔화와 함께 하락세에 있다”며 “최근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개시와 은행의 해외 차입 완화를 고려할 때 환율에 대한 고려가 이전만큼 한은의 정책 여력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 국면이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 심리 부진과 내수 부진 흐름 지속될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추경 등 재정 정책과 공조 차원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수급으로 상승 압력이 제한되는 가운데 금융 안정 측면보다 경기 부양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통화정책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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