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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맞은 ‘메타’의 변신은 무죄? 유죄? [한세희 테크&라이프]

메타, 트럼프 취임 앞두고 콘텐츠 정책 변경
팩트 체크 폐지를 두고 찬반 주장 부딪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다. 2020년 재선 실패 후 4년의 시간을 지나 권토중래한 트럼프에게 빅테크 기업들은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대체로 친민주당 진보 성향이다. 최근 몇 번의 대선에서도 이들의 정치자금 기부의 90%는 민주당에게 갔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아마존과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CEO가 대선 승리 축하 메시지를 올리고 취임식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유화적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누가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저택에 가 함께 식사를 하는지에 언론의 관심이 쏠린다. 

저커버그, 트럼프와 악연 끊을까?
트럼프에 대한 태도를 가장 극적으로 바꾼 빅테크 경영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이다. 메타는 2020년 의사당 난동 사건 등의 문제로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한 악연이 있다. 트럼프는 메타가 페이스북에서 바이든 대통령 아들의 비리 의혹에 관한 뉴스를 차단하는 등 자신을 방해해 지난 대선에 패배했다며 “2024년 대선에서 그가 불법을 저지르면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틱톡 제재를 추진했으나, 같은 정책을 이어간 바이든 시기에는 “틱톡 규제가 페이스북을 돕는다”며 유화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현 X), 유튜브 등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백신 회의론 등 코로나19 관련 콘텐츠를 적극 규제했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을 단속하고 정치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의 노출을 줄이는 정책을 폈고, 이 과정에서 공화당 등 보수 진영으로부터 콘텐트를 검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요 소셜 미디어의 콘텐트 관리 정책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국가의 중요한 정치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저커버그는 지난 번과 달리 이번 대선에선 선거 관련 기부를 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당선 후 2번에 걸쳐 마러라고에서 트펌프와 만나는 등 밀접하게 소통했다. 그리고 1월 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의 콘텐트 관리 정책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은 ▲외부 기관과 제휴해 진행하던 팩트 체크를 종료하고, ▲성 정체성이나 젠더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표현 수위 규제를 낮추며, ▲정치 관련 게시물의 노출을 다시 확대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2016년 트럼프 대선 당선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자리잡은 소셜 미디어 콘텐트 관리 원칙을 대부분 뒤집었다. 

이와 함께 메타는 인종이나 성적 지향, 나이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에게 포용적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고, 공화당 출신 조엘 카플란을 글로벌 정책 담당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트럼프 열렬 지지자인 데이나 화이트 UFC CEO도 메타의 새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팩트 체크 폐지 논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 AFP=연합뉴스]
저커버그는 정책 변경을 설명하는 동영상에 직접 등장해 그간 팩트 체크 프로그램이 ‘편향적(biased)’이었다고 말했다. 또 가짜 뉴스 확산 방지 활동으로 사용자가 ‘검열(censor)’ 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편향’이나 ‘검열’ 같은 표현을 직접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이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비판하며 사용한 키워드이다. 공개 반성문인 셈이다. 

그간 팩트 체크는 잘못된 정보를 담은 게시물을 메타와 계약한 외부 전문 기관이나 언론사가 찾아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노출을 감소시키며, 게시물을 공유하려는 사람에겐 팩트 체크 기관의 문서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메타는 앞으로 사용자들이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에 직접 의견을 적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커뮤니티 노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X에서 쓰이는 방법이다. 또 메타는 혐오 표현을 걸러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였다.

메타의 정책 변경은 반발을 샀다. 팩트 체크 폐지로 가짜 뉴스가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메타의 팩트 체크 폐지를 비난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소셜 미디어의 콘텐트 관리 방식이 성공적이었는지는 논란이다. 팩트 체크의 효과는 좋게 보아도 제한적이었다. 합리적 판단 기준을 제시해 가짜 뉴스를 막고 편향과 양극화를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이미 의견이 갈린 사안에 대해서 사람들은 추가 정보가 제시된다 하여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결론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 

AI를 활용한 콘텐트 관리는 오류가 많아 무해한 게시물이 삭제되고 계정이 정지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혐오 표현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성 정체성 등 사회적 토론 대상이 되는 주제들에 대한 대화를 가로막는 측면이 있었다. 

메타의 변화는 권력 앞에 약해지는 모습으로 비출 수도 있으나, 큰 문화적 흐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커버그는 정책 변경 발표 후 보수 성향 인기 팟캐스트에 나와 “팬데믹 때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을 희화화하는 밈까지 삭제하라 요구하고, 우리 직원들에 전화해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표현의 확산을 막자는 좋은 의도의 행위는 결국 표현 행위를 가로막거나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표현만 활성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메타가 비겁한지 민감한지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듯하다. 다만, 비즈니스란 이런 물줄기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이 같은 정책 변화를 발표한 메타는 “유럽연합(EU)이 각종 규제로 콘텐트 표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하소연도 잊지 않았다. 미국 빅테크에게 강경한 규제를 밀어붙이는 EU에 대한 민원을 트럼프 정부에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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