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해외주식 열풍’에 웃은 증권사들…커지는 서학개미 존재감
- [증권사 해외주식 대전]①
2025년 상반기 증권사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총액 1조원 돌파
편의성 무기 토스증권, 출범 5년 만에 2위 ‘돌풍’…미래에셋·삼성 등 기존 강자 맹추격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 증시에 쏠리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엔비디아·테슬라 같은 글로벌 대형주의 주가 급등이 개인 매수세를 이끌고 완화된 금리 불확실성과 높은 환율 변동성이 투자 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과거 코스피·코스닥에 집중하던 투자자들이 이제 글로벌 증시 흐름에 맞춰 미국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자를 일컫던 ‘서학개미’가 시장에서 더 이상 소수가 아닌 주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는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와 일부 산업에 편중된 구조 탓에 장기 성장을 기대할 만한 투자처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컸다. 반면 미국 시장은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패권을 쥔 기업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인 자산 증식에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졌다. 여기에 해외 직접투자의 문턱이 낮아지고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를 통한 거래가 보편화되자 투자자들은 망설임 없이 미국행을 택할 수 있었다.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은 국내 증시의 회복세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코스피가 연초 대비 20% 넘게 상승해 3200선을 돌파했지만, 개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주식을 사 모았다. 실제로 통계는 이런 흐름을 증명했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2분기에만 1132억달러(약 158조원) 늘어나 역대 최대치인 1조1250억달러(약 1573조원)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살아나도 투자자들의 '글로벌 자산 선호'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모습이다.
이 같은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증권사 실적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각 사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12개 증권사는 2025년 상반기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로 1조4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258억원보다 66% 넘게 증가한 수치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수익(약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는 해외주식 리테일 부문이 증권사 실적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급성장한 해외주식 리테일 수수료
개별 증권사 성적표를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이 더욱 두드러진다. 서학개미들의 투자 열풍에 힘입어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60%를 상회하는 수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784억원 증가한 1908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고, 키움증권은 1391억원으로 해당 부문 실적이 621억원 늘어나며 3위에 올랐다. 삼성증권 역시 수탁수수료 수익이 1313억원으로 404억원 증가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807억원, 775억원으로 300억원 이상 늘어났다.
5위권 밖의 증권사들도 상당한 실적 증가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717억원으로 226억원 증가했고, 신한투자증권은 514억원으로 168억원 늘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244억원으로 188억원 늘어 4배 이상 실적이 성장했다. 하나증권(149억원)과 메리츠증권(26억원)도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대신증권은 871억원에서 720억원으로 줄어들며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적표를 낸 곳은 토스증권이다. 토스증권은 상반기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183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전년 동기(659억원) 대비 1176억원 증가하는 등 178% 상승률을 보였다. 실적 순위에서도 미래에셋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불과 4년 전 출범한 신생 증권사가 단숨에 업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토스증권의 성장 배경으로는 높은 편의성과 활성화된 커뮤니티 기능이 핵심으로 꼽힌다. 토스증권만의 직관적인 앱 디자인과 소수점 거래로 신규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활발한 커뮤니티는 이용자를 플랫폼에 머무르게 하는 효과를 냈다. 초기에는 2030세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지만, 최근에는 간편한 투자를 선호하는 4050세대까지 고객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토스증권이 이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자 기존 대형 증권사들 역시 서둘러 앱 편의성을 개선하고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세대 교체’와 ‘플랫폼’…경쟁의 새 패러다임
한편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이번 해외주식 실적 증가가 국내 투자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국내 대기업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형성했던 기성세대의 투자 공식이 힘을 잃고, 글로벌 기술주에 더 친숙하며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소통을 선호하는 ‘신세대 투자자’들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이를 감안하면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위탁수수료 실적은 결국 이 새로운 시장 주도층의 마음을 누가 먼저, 그리고 더 깊게 끌어들였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신세대 투자자의 마음을 얻는 방식 또한 과거와는 다르다. 이들은 단순히 거래 체결만 빠른 증권사를 원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번역되는 정보, 투자자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커뮤니티 등 즐기고 머무를 수 있는 등의 콘텐츠를 요구한다. 또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을 넘어 일본, 유럽 등 다양한 시장으로 확대됨에 따라 금융업이 미디어 및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해외주식 경쟁이 플랫폼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경험'의 영역을 넘어 '습관'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경쟁 역시 단순히 수수료 수익을 넘어, 미래 고객의 주거래 금융 플랫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한번 형성된 투자 습관과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시장에서 시작된 이 경쟁이 향후 국내 리테일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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