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VC 시장 반등의 신호…정책 드라이브에 ‘펀드·인력’ 확대된다
- [VC업계가 웃는다]①
투자 규모 확대되자 지난해 하반기 채용 두 배로 증가
신규 벤처투자 작년 3분기에만 4조, 팬데믹 이후 최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 확대와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침체됐던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 환경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VC업계에서는 인재 영입을 중심으로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금융 역할 확대와 관련한 정책 논의가 이어지면서 벤처투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기대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업계의 주요 인력 확보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살아난 VC 채용 시장, 지난해 4분기 ‘인재 영입’ 급증
VC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전반에 확산된 ‘상생금융’ 기조와 함께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이 분명해지자 연기금·금융회사·공공기관 자금이 벤처펀드로 다시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이에 VC업계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투자 경험이 많은 VC 출신 경력자들이 필요해졌고,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곳이 향후 투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펀드 조성 환경 개선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 속에서 VC업계의 인력 수요도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협회 채용 게시판에 등록된 VC 업체의 채용 공고는 2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월 한 달 동안 올라온 전체 채용 공고(21건)보다 많은 수준으로, 올해 1월 채용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증가세를 보이던 채용 흐름은 지난해 4분기 들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협회에 등록된 VC 채용 공고는 74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35건 대비 두 배를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올해 상반기로 이어지며 채용 수요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올라온 VC 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부분도 투자심사역으로 전체 채용에서 26%를 차지했다. 투자 검토, 펀드 결성 등과 관련해서도 인재 영입에 활발한 모습이다.
채용 재개는 단순한 인력 보충 차원을 넘어 향후 투자 확대를 염두에 둔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성장 산업의 정책적 육성이 강조된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 확대 논의가 가속화하면서, 관련 분야를 담당할 심사역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선 AI 관련 펀드의 경우 기술 이해도와 산업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력 선점에 경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인재 채용 분위기가 바뀐 영향에는 벤처투자가 활발해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신규 벤처투자는 9조7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특히 3분기 실적만 보면 4조원을 기록해 팬데믹 이후 단일 분기로는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벤처펀드 신규 결성 규모도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3% 급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감소하던 펀드결성이 처음으로 반등세로 전환한 것으로, 투자 확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VC 업계의 인력 확충 움직임과 함께 증권업계로의 VC 심사역 이동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발행어음 사업자 확대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 확대가 이어지며, 증권사들이 스타트업이나 유망 벤처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모험자본 투자와 관련한 인력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지난 10일까지 변리사 자격을 보유한 투자 심사 경력 직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는데, VC 등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했다. 최근에 다시 신기술금융실 경력직 채용에 나서면서 투자 업체 발굴, 투자 심사 제안서 작업 등을 담당할 인재 영입에 나섰다. VC 등 심사역 1년 이상 경력을 기본사항으로 내세웠다. NH투자증권도 기업금융(IB)을 담당 업무 채용에 나섰는데 선호 경력으로 VC 경험을 앞세웠다.
발행어음에 IMA까지 모험자본 판 커져
증권업계를 보면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이 신규 발행어음 사업자로 지정돼, 기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4곳이던 발행어음 사업자가 총 7곳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IMA 사업자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두 곳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가 자기자본 기준 8조원에 충족시켰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KB증권 등도 자기자본 6~7조원대로, IMA 사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모험자본 공급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전망인 만큼 운용 자산 증가에 대비해 투자 심사와 사후 관리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고, 핵심 인력 확충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VC 펀드 확대와 투자 기회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인력 보충도 불가피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기 때문에 펀드를 만들 기회가 많아지고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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