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美 워싱턴 홀린 ‘이건희 컬렉션’ 현실이 된 KH ‘문화 강국’ 꿈
- 세계 미술 심장부서 첫 해외 순회전
일 평균 750명 관람…K미술 세계 무대 진입 신호탄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을 케이팝 콘서트장과 같은 열기로 가득 채웠던 'KH 컬렉션'의 파급력이 이제 태평양을 건너 세계 미술계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다. 앞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기증한 2만3000여점의 유산은 단순한 미술품 기증을 넘어, 한국 미술이 K-팝과 K-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최정상 무대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문명사적 신호탄’이 되고 있다. 최근 열린 해외 순회전은 우리 문화의 깊이와 섬세함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공헌이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선순환 모델을 제시하며 K-컬처의 격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의 첫 번째 전시로 '한국의 보물 :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를 오는 2월 1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공동 개최 중이다.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돼,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기반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대여한 소장품으로 이뤄졌으며, 전시 및 도록 원고 집필에도 양관 학예연구직이 참여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해외 순회전은 스미스소니언을 시작으로 시카고미술관, 영국박물관 등 세계 최정상급 무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를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종합적으로 소개한 첫 본격 해외 순회전으로 K-미술이 ▲K-팝 ▲K-드라마 ▲K-영화에 이어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15일 막을 올린 이건희 컬렉션 해외순회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CNN, 포브스 등 20여개 현지 매체가 보도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맞춰 미국에서 대규모 한국 미술 전시회가 개최된 것은 문명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유족들이 기증한 ‘KH 컬렉션’은 故 이건희 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소장품 중 2만3000여점에 달한다. 여기에는 국보 40점, 보물 127점 등 지정문화재 160여점이 포함돼 있으며, 고미술품 2만1693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내외 거장들의 근대 작품 1488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전달됐다.
이러한 대규모 기증은 단순히 유물의 이동을 넘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기업이 국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를 통해 미술 산업을 활성화하며, 궁극적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컬렉션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초격차'를 보여줬다"며 “이번 기증이 국내 미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귀중한 촉매가 됐다”고 밝혔다.
백제 금동불상부터 김환기 걸작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인류의 보물
이번 해외 순회전에 출품된 321점의 작품은 한국 미술의 정수를 담고 있다. 18세기 진경산수화의 최고 걸작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는 조선의 독창적인 미감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작이다.
순회전에 전시된 작품은 백제 금동불상부터 김환기 걸작까지 1500년을 아우르는 한국 미술의 정수가 담겨 있으며,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K컬처 이면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월 초순까지 NMAA 순회전에는 총 4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회전은 일평균 약 750명이 관람하고 있으며 이는 통상적으로 NMAA에서 열리는 유사한 규모의 전시회에 방문하는 일평균 관람객 대비 2배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워싱턴포스트 서면인터뷰에서 "K팝 등 대중문화가 한국의 역동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순회전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섬세함과 깊이를 만날 기회”라고 소개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K 컬처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이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문화의 힘과 예술성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도시대 목판화가 서구에 일본 미학을 전파해 인상파와 아르누보에 영향을 준 것처럼 이건희 컬렉션을 필두로 한 K미술이 575억달러(약 84조7000억원) 규모 글로벌 아트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의 경제적 효과는 뚜렷했으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은 약 2468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열풍은 2022년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유치로 이어졌고 외국 화랑들의 한국 진출러시를 촉발시켰다. 같은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 341만명을 달성하며 세계 톱5 박물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 65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번 순회전을 계기로 국립현대미술관 위상도 높아졌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첫 회고전이 오는 3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 컬렉터는 "지금 아트시장에서 가장 '핫'한 국가가 한국"이라며 "서울 강남권 화랑에서 외국인 작가가 전시하면 한국에서 개인전을 했다고 자랑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지방 문화 인프라 결핍 채우는 '맞춤형 기증'
故 이건희 회장의 철학 중 하나는 '온 국민의 문화 향유권'이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유족들은 화가의 연고지에 따라 작품을 분산 기증하는 '맞춤형 기증'을 선택했다. 제주 이중섭미술관에는 작가의 제주 시기 삶을 담은 유화 12점이, 강원 박수근미술관에는 작가 연구에 필수적인 스케치 등 18점이 돌아갔다.
국내 주요 박물관은 9백여곳 중 수도권에만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3백곳이 집중돼 있어 그동안 '지역간 문화향유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단지 박물관 수뿐만 아니라 지방 박물관들은 소장품의 양과 질이 관람객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해 외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견학 코스나 외국인들의 관광 코스에서도 지역 박물관보다는 수도권 소재 대형 박물관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돼 왔다. 故 이건희 회장의 고미술품 대규모 기증은 이런 지방 박물관들의 고민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족들이 기증한 대규모 유물을 13개 소속 박물관 상설전시에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지방 문화기반시설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국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미술 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컬렉션 증여 이후 다른 소장자들의 기증 문의가 잇따르면서 '제2의 이건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적 의무를 다한 거인의 발자취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한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컬렉션은 그 뿌리부터 '국가적 보물'의 유출을 막고, 지키고자 하는 의미가 있었다"며 "단순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 미술품의 컬렉션이 아니라 한국의 근대 현대미술이 체계적으로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이 말은 그의 삶과 철학을 관통한다. 그는 문화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창출하는 힘'으로 봤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을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가 남긴 2만3000여점의 보물은 우리 사회에 '위대한 유산'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제 세계의 미술관에서 울려 퍼지는 K-미술의 찬사는 거인이 꿈꾸었던 '문화 강국' 한국의 모습이 현실이 됐음을 알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티’ 나는 남자와 ‘팩폭’ 날리는 여자, 시트콤보다 더 시트콤 같은 ‘여단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1/11/isp20260111000031.400.0.jpg)
![면봉 개수 → 오겜2 참가자 세기.. 최도전, 정직해서 재밌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2/21/isp20251221000019.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美관세 위협에 글로벌 의약품 생산량 급증[제약·바이오 해외토픽]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낙엽은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비운의 투수 장명부, '이것'으로 재조명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바닷속 지뢰 제거 '소해함', 국산화·유무인 복합으로 더 강해진다[김관용의 軍界一學]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자산 효율화" 대기업들, 지방 부동산 줄줄이 '매각'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韓·日 빅마파 어나프라주 판매 러브콜 비보존..."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이전 논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