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사 합의금' 받으려고 장기 입원...병든 '車보험', 고칠 방법은
- [다시 골칫거리된 車보험]②
전기차·수입차 늘며 '대당 수리비' 증가세
'경상환자 치료비' 잡는 것이 중요...의료계 반발이 관건
그동안 자동차보험료는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 속에서 조정돼 왔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개선과 투자수익 증가로 흑자를 기록하자 금융당국은 소비자 부담 완화를 이유로 보험료 인하를 요구했고, 보험사들은 이에 맞춰 4년 연속 보험료를 낮췄다. 그러나 손해율이 다시 빠르게 상승하자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이런 식의 ‘내렸다가 올리는’ 불안정한 구조 대신, 자동차보험 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인 치료비 치솟은 이유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 수리비(대물)와 사람(대인)에 대한 치료비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처리를 통해 차량 수리와 운전자·동승자의 치료비가 자동차보험에서 지급된다. 이 비용이 늘어날수록 보험사의 부담은 커지고 손해율은 상승한다.
최근 차량 수리비는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다. 배경에는 수입차·전기차 비중 확대가 있다. 차량에 장착된 센서, 레이더, 카메라 등 전장 부품이 늘어나면서 과거 판금·도색으로 끝났던 접촉사고가 이제는 부품 교체 사고로 바뀌고 있다. 범퍼 접촉사고만 나도 각종 센서 교체가 필요해 수리비가 수백만 원대로 올라간 상황이다. 또한 정비 공임과 부품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수리비는 더 높아졌다.
사고 1건당 수리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누리집에 따르면 교통사고 건수는 2018년 21만7148건에서 2019년 22만9600건으로 일시 반등했지만, 2020년 20만9654건, 2021년 20만3130건, 2022년 19만6836건, 2023년 19만8296건으로 전반적인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동차보험 사고 1건당 평균 수리비는 2015년 약 180만~200만 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320만~350만 원까지 상승했다. 불과 10년 만에 1.7배 가까이 뛴 셈이다.
두 번째 요인은 대인 치료비 증가다. 특히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의 평균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통원 횟수도 늘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경상 사고 1건당 평균 치료비는 2017년 70만~80만 원에서 최근 120만~130만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상환자에게 지급된 치료비(보험 처리)는 최근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중상환자(연 3.5%)보다 2.5배 이상 높은 9%를 기록했다. 지급된 치료비 규모만 1조3000억원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합의금(향후 치료비)이다. 합의금은 보험사가 환자와의 조기 합의를 목적으로 지급해 온 일종의 관행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보험사가 경상환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은 치료비보다 많은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합의금 총액이 치료비를 넘어선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합의금 지급 대상에서 경상환자를 제외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상해등급 1~11급 환자에게만 합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상환자는 부상 정도가 경미해 병원에 오래 입원할 이유가 없지만, 보험사로부터 높은 합의금을 받기 위해 병원과 짜고 장기 치료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런 의미 없는 치료에 쓰이는 치료비와 합의금을 줄여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는 한방 치료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들어 한의원·한방병원 치료비가 자동차보험에서 폭넓게 인정되면서 침·부항·추나요법 등을 받기 위해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늘었다. 일반적으로 한방 치료는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아 보험사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비교적 가벼운 사고임에도 장기간 입원하거나 치료를 이어가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당국이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이 8주를 넘을 경우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이른바 ‘8주 룰’을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과잉·장기 치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줄이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 압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보험료 조정보다 ‘비용 구조’부터 손봐야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고 내리는 것보다 수리비와 치료비 구조가 안정되면 손해율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불합리한 관행이 자리 잡은 자동차 수리비와 경상환자 치료비 문제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부터 자동차 수리 시 순정 부품(OEM)과 ‘품질인증부품’을 함께 적용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시행했다. 차량 사고로 보험 수리를 진행할 경우, 품질인증 부품이 존재하면 해당 부품의 가격과 조달 기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용 절감 효과가 높은 부품을 우선 사용하는 방식이다.
차량 수리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안전을 이유로 OEM 부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장기적으로 품질인증부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면 OEM 중심의 고비용 수리 구조도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사업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게 보고 있다. 다만 치솟는 한방 치료비와 경상환자 치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치료비 손해율을 단기간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의료계는 ‘8주 룰’ 도입과 ‘경상환자 합의금 지급 제외’에 대해 “소비자 보상권을 박탈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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