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지루한 기업 된 애플 터너스 체제에 달린 반전 [특파원 리포트]
- 합의형 리더십 한계, 속도 잃은 의사결정
향후 1~2년 분수령, ‘다음 제품’ 없으면 붕괴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 늑파원] 애플은 지금 처음으로 ‘성장 기업’ 지위를 잃을 위기에 서 있다. 돈은 여전히 잘 벌지만, 더 이상 시장을 놀라게 하지 못하는 회사가 됐다는 평가가 월가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문제는 이 변화가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는 점이다. 시장은 이미 애플을 ‘혁신 기업’이 아니라 ‘가장 잘 운영되는 성숙 기업’으로 재분류하기 시작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15년은 분명 성공의 시간이었다. 그는 스티브 잡스 이후 흔들릴 수 있었던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공급망과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애플을 ‘현금 창출 기계’로 만들었다. 시가총액 수조달러 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그의 시대였다. 서비스 사업 확장과 가격 전략 조정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 성과의 이면에는 분명한 대가가 있었다. 혁신의 속도는 느려졌고, 제품은 점점 ‘개선형’에 머물렀다. 애플은 더 강해졌지만, 덜 흥미로운 회사가 됐다.
문제는 간단하다. 애플은 ‘다음 제품’을 잃어버렸다.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는 여전히 잘 팔리지만, 시장의 판을 바꾸는 새로운 카테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홈팟과 비전 프로는 기대에 못 미쳤고, 수년간 추진해온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도 결국 접혔다. 과거 애플은 미래를 먼저 보여주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경쟁사 흐름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시장이 애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사이 산업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변화의 중심에 애플은 없었다. 혁신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신생 기업들이 주도했고, 기존 빅테크들도 공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애플은 뒤늦게 ‘애플 인텔리전스’를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추격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발 늦은 대응이 누적되면서 존재감 자체가 약화된 것이다.
특히 시리는 애플이 놓친 기회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애플은 누구보다 먼저 음성 인터페이스를 확보했지만, 이를 AI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실패했다. 초기 우위를 유지하지 못한 채 경쟁에서 밀려났고, 이제는 외부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거론된다. 플랫폼을 만든 회사가 플랫폼을 빌려야 하는 상황은, 애플의 전략적 위치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느린 애플’…합의형 리더십의 한계
왜 이렇게 됐을까. 답은 애플의 방식에 있다. 팀 쿡 체제의 핵심은 ‘합의’와 ‘완성도’였다. 틀리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구조다. 이는 대규모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최적화된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느리지만 정확한 의사결정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AI 시대는 특히 그렇다. 완성도를 기다리는 사이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오픈AI와 구글은 불완전한 제품이라도 먼저 내놓고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며 빠르게 개선한다. 반면 애플은 완성도를 확보할 때까지 출시를 미루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 결과 기술 격차뿐 아니라 시장 영향력에서도 뒤처지게 됐다. 신중함이 장점이던 시대에서, 신중함이 약점이 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인물이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다. 오는 9월 새 CEO로 내정된 존 터너스는 애플 내부에서 보기 드문 ‘결정하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쿡이 질문을 통해 합의를 끌어냈다면, 터너스는 방향을 정하고 실행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애플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느린 조직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속도’다. 애플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더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더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중앙집중적인 의사결정 구조로의 전환은 그 출발점이다. 다만 이 변화는 동시에 리스크를 동반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실패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의 애플이 과거처럼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조직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다음 제품’ 없으면 반전도 없다
그래서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인다. 제품이다. 애플이 다시 ‘다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폴더블 아이폰이든 ▲스마트홈 기기든 ▲전혀 새로운 디바이스든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의 혁신이다. 과거 아이팟이나 아이폰처럼 시장 자체를 재정의하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AI 역시 같은 문제다. 애플이 뒤처진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방향일 수 있다. 현재 생성형 AI는 가능성과 함께 부작용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만약 애플이 사용자 경험과 프라이버시를 중심으로 보다 정제된 AI를 제시할 수 있다면, 오히려 후발주자라는 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낼 수 있느냐다.
내부적으로도 선택의 시간이 왔다. 제품 라인업은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개발 조직은 과부하 상태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은 효율을 떨어뜨리고 조직 피로도를 높인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할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동시에 앱 개발자들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면 플랫폼 경쟁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월가는 이미 계산을 끝냈다. 향후 1~2년 안에 변화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애플의 프리미엄은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안정적인 수익성뿐 아니라 ‘성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미 있는 AI 성과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가 등장한다면, 애플은 다시 성장주로 재평가될 여지도 충분하다.
결국 애플의 문제는 하나다. 더 이상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터너스 체제의 과제도 하나다. 그 스토리를 다시 증명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혹시 밥 친구가 필요하세요?... 그렇다면 오늘은 ‘이자반’ [김지혜의 ★튜브]](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4/19/isp20260419000032.400.0.png)
!['2NE1' 맏얻니의 샤넬♥...셀럽의 출국룩 가격은? [얼마예요]](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6/04/18/ecn20260418000015.400.0.p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트럼프 "이란, 협상 취소되자마자 더 나은 제안"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코르티스 ‘레드레드’, 900만 스트리밍 돌파... 글로벌 인기 ‘시동’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이란, 협상 취소되자마자 더 나은 제안"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초대형 개발 '이오타 서울2', 결국 회생…대주단 전원 리파이낸싱 동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암세포 제거 넘어 환경 재설계”…코오롱생명과학 KLS-3021, 전임상서 ‘딜 테이블’ 직행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