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해외 진출 14개 안방 기업 성공 방정식은 [CEO 110인 긴급진단]⑥
- 시장 포화 위기에서 기회 찾아, 수출 강소기업으로 체질 개선
KOTRA ‘수출기업화 사업’ 밀착 지원…무역 실무부터 탄소 규제 대응까지 해결
확실한 기술력·전문가 조언 ‘수출은 생존 위한 필수 전략’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우리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족한 자본과 인프라, 경험의 부재, 불확실성 등 여러 한계를 마주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안정된 국내 시장에 안주하기보다 실패를 감수하고 해외 다른 나라에서 사업에 도전하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도전에 힘입어 수출액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0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 심화는 우리 경제의 쏠림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4월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36.3%를 차지했다. 1년 전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9% 수준이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183억 달러로 1년 만에 18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끊임없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2025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성공사례집’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14개 기업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성공 방정식을 분석했다.
코트라가 소개한 기업은 ▲아이피테크 ▲세진기전 ▲비케이에너지 ▲캠프티 ▲삼오씨엔에스 ▲이음인터네셔널 ▲리얼화이트 ▲이지템 ▲아미스트리 ▲지베누어 ▲소노온코리아 ▲마린테크노 ▲세림바이오테크 ▲보라메디코스. 총 14곳이다. 주로 국내 사업에 집중했던 산업재‧서비스‧소비재 기업이었다.
KOTRA, 맞춤형 멘토링으로 무역 장벽 허물어
이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트라의 ‘수출기업화 사업’ 지원이 자리한다. 해당 사업은 수출 경험이 없는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거나 수출을 막 시작한 초보기업이 더 많은 수출을 하려고 할 때 돕는 코트라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코트라은 바이어 찾는 방법이나 계약 조건 협상 방법 등 무역실무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수출전문위원을 매칭해주기도 한다. 전문가가 직접 기업 맞춤형 무역실무를 안내하는 등 1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출 멘토링도 지원한다. 법률‧금융‧관세‧물류‧지재권 보호 등 수출 유관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출 관련 전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한걸음 내딛기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수출이 손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규제 및 인증 장벽의 선제적 극복 ▲실무 지식 습득을 통한 수출 역량 강화 ▲현지 시장 맞춤형 전략 수립 등 기업 스스로 수출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하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아이피테크는 조선과 해양, 육상 플랜트 현장에서 사용되는 스틸그레이팅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스틸그레이팅은 강철을 활용한 배수 덮개‧통로용 구조물을 말한다. 주로 산업 현장, 공공장소, 상업 건물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배 위의 발판, 해양 플랜트의 작업통로, 석유화학 단지와 발전소의 워크웨이 등이 있다. 눈이나 비가 와도 그대로 쌓이지 않고 물이 빠져나가도록 설계한 격자형 구조물이 아이피테크의 주력 제품이다.
생소한 무역 실무와 글로벌 규제, ‘현장 밀착형 대응’으로 돌파
2012년 경남 함양에서 문을 연 아이피테크는 10년이 넘는 동안 국내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다. 국내 대기업 계열 조선소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고 여수 화학단지와 울산 등 대형 육상 플랜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럼에도 수출을 모색한 것은 국내 시장이 정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과 플랜트 산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국내 매출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김판수 아이피테크 대표이사는 수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2024년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의 한 글로벌 정유·에너지 기업이 한국 업체를 찾는다는 소식에 견적과 기술 검토 논의를 거쳐 계약 단계까지 넘어갔다.
문제는 영문으로 된 구매약관과 계약 조건이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와 생소한 무역 조건에 익숙하지 않았다. ‘인코텀즈’(Incoterms)라는 단어가 반복되는데 내수 중심 기업이었던 아이피테크에게는 생소한 말이었다. 인코텀즈는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ICC)가 제정한 국제 무역 거래 조건이다. 무역 거래 시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의 비용, 위험, 책임의 한계를 규정한다. 운송 비용을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어떻게 부담하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EXW(공장 인도)라고 계약하면 수출자가 자신의 공장이나 창고에서 물품을 넘기면 모든 의무가 끝난다. 이후부터는 수입자가 운송과 위험을 모두 부담한다. 만약 DDP(관세 지급 인도)로 계약하면 수출자가 수입국 내 지정된 목적지까지 물품을 운송하며 통관 절차와 관세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 EXW와 DDP 사이 ▲FOB(본선 인도) ▲CIF(운임·보험료 포함 인도) 등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에 책임을 분담하는 계약도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인코텀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곧 기회이자 리스크가 된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이 계약협의 시작부터 완료까지 임원회의에 참석하며 계약 과정의 실무를 지원했다. 수출 관련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수출에 대한 실무 교육도 진행했다.
계약과 별도로 바이어 측에서 요구한 이산화탄소 발생 데이터 및 저감 대책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글로벌 무역에서는 생산 공정과 물류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내수 기업은 고민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수출전문위원으로부터 소개받은 탄소 저감 대책 관련 전문 컨설턴트는 바이어와의 화상 미팅에 직접 참여하여 전기 사용량, 물류 이동 과정까지 하나씩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정리했다.이런 과정을 거쳐 2025년 계약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수출액은 246만1742달러(약 34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국내 매출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디뎠고, 수출 실무 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김판수 대표는 무역의 날 정부 포상 대상자로도 선정됐다.
실력은 기본…외국 기업과 합작 구조로 해외서 승부
세진기전은 엘리베이터와 관련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2025년 3월에 문을 연 신생 기업이지만,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수출을 염두에 두고 설립한 회사다. 박광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핵심 인력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분야의 대기업과 동종 업계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았다.
회사 설립 당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기술이 있어도 일감을 따내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요구 조건이 다양하고, 구조만 제대로 잡히면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쉽지 않은 해외 진출을 위해 세진기전은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매출을 기록 중인 중국 파트너사와 합작 구조를 선택했다. 중국에서 부품을 소싱하고, 한국에서 가공·조립·시험을 거쳐 해외로 다시 수출하는 모델이었다.
문제는 수출 복합 구조라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중국에서 가공한 일부 부품을 국내로 들여와 완제품을 만든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인데, 완제품이 탄생해 목표한 나라로 보내기까지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했다. 중국 회사는 물론 세진기전 역시 수입이나 수출, 물류, 관세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았다. 코트라는 설립 초기부터 복합 구조 수출 모델을 통한 수출을 뒤에서 도왔다.
이를 통해 베트남에서 첫 수출 실적을 올렸다. 현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3만9512달러(약 2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위기를 ‘수익 다변화’ 기회로… 확실한 기술력이 성공 뒷받침
삼오씨엔에스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기업이다. 김현철 대표가 2013년 2월 설립했다. 주요 수출국은 카자흐스탄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11만8826달러(약 1억6700만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정보 보안 문제의 상당수가 외부 해킹보다 내부자의 오남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보면서 2015년 개인정보 접속 기록 관리 솔루션 ‘파르고스(PARGOS)’를 개발했다. 파르고스는 개인정보 접속 로그를 저장한 후, 빅데이터 기반 저장 구조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이상 행위와 징후를 상시적으로 탐지·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파르고스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정보보호제품,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혁신제품, 2024년 조달청 지정 우수제품으로 선정되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대학, 금융기관, 민간 기업에서도 파르고스를 사용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좁았다.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성장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선 수출이 필요했다. 그 첫발은 교육부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대학교에 진행한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이었다. 2024년부터 2031년까지 해당 대학에 AI 및 빅데이터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사업이었는데 삼오씨엔에스가 AI 빅데이터 실습실 구축 분야 기업으로 선정됐다.
카자흐스탄 수출이 가시화됐지만, 수출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이때 도움을 준 곳이 코트라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은 통관을 위해 필요한 고유부호 신청부터 수출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까지 세세하게 조언했다. 통관 절차와 각종 서류 작성은 수출을 해본 적 없는 기업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첫 수출을 마친 뒤 삼오씨엔에스에게 ‘수출은 더 이상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실제로 실행 가능한 전략’이 됐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개인정보 보호 제도가 유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 수출이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주는 황금알이 된 셈이다. 국내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해외 지사를 통한 간접 수출 모델도 검토 중이다.
이들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수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절박함이 자리한다. 국내 시장의 정체를 ‘위기’로 직시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성공의 무대로 밀어 올린 셈이다. 글로벌 표준을 학습하는 유연한 적응력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내수 시장에만 익숙했던 기업들이 무역 언어를 배우고, 글로벌 화두인 탄소 배출 규제에 즉각 대응한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 ‘틈새시장 공략’ 전략도 주효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수출 경험이 없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게 첫 수출 계약부터 과정 전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기업과 경영자의 의지가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 납품이나 국가 지정 혁신 제품 선정 등을 통해 기술력을 충분히 검증받는 등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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