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100% 절세 막차' RIA 공제율 단계적 축소…서학개미 복귀 변수로
- [역대급 국장, 서학개미는 여전히 미장으로] ②
5월 말 100% 공제 종료…현재 80%, 8월부터 50%로 축소
해외주식 재매수 시 감면 혜택 감소…투자자 선택권 제약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미국 주식 투자자 박모(39) 씨는 최근 국내시장복귀계좌(RIA) 가입을 검토했지만 결국 투자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세제 혜택은 매력적이지만 공제율이 이미 축소된 데다 미국 인공지능(AI)·빅테크 기업의 성장성을 포기할 만큼 유인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세금을 일부 줄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투자자는 수익률을 따라간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발길은 여전히 미국 시장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RIA를 도입했지만 이달부터 세제 혜택이 축소되면서 핵심 유인책도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세제 혜택보다 수익률과 시장 신뢰가 자금 이동을 결정하는 만큼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주식을 RIA 계좌로 이전한 뒤 매도하고, 매도 대금을 국내 상장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 ETF, 예탁금 등에 투자해 1년 이상 유지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해외로 유출된 개인 투자자금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대표적인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했던 혜택 구간은 이미 종료됐다. 정부는 해외주식 매도 결제일 기준으로 지난 5월 31일까지 양도소득의 100%를 공제했지만 현재는 7월 31일까지 80%만 적용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는 공제율이 50%로 추가 축소될 예정이다.
특히 해외 투자 재진입에도 사실상 제약이 따른다. 투자자가 RIA 가입 이후 일반 증권계좌는 물론 ISA, 연금저축, 신탁·일임계좌 등을 통해 해외주식 또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순매수할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
해외에 투자된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정책 취지를 반영한 장치지만, 미국 주식과 국내 주식을 동시에 운용하는 투자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투자 선택지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제율이 100%에서 80%로 낮아진 현재 시점부터 RIA의 유인 효과도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RIA의 핵심 매력은 해외주식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을 매도해 2000만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한 경우 일반 계좌에서는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1750만원에 대해 22%(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세액으로 환산하면 약 385만원 수준이다. 반면 지난 5월까지는 RIA를 활용할 경우 양도소득 전액이 공제돼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현재는 공제율이 80%로 축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같은 2000만원의 양도차익을 가정할 경우 과세 대상 금액이 발생해 약 33만원 수준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오는 8월부터 공제율이 50%로 낮아지면 세 부담은 약 192만원 수준까지 늘어난다. 절세 효과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자가 체감하는 혜택은 감소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매도 시점을 앞당긴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00% 공제가 적용되는 5월 말 이전에 차익 실현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났으며, 일부 증권사에서는 관련 문의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제율 축소 이후에는 세제 혜택만으로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는 효과가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세제 혜택보다 수익률이 자금 이동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증시 역시 AI 산업 성장과 빅테크 실적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투자처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달러 자산 선호와 환차익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세금보다 수익률…美 AI·빅테크 선호 여전
국내 증시에 대한 구조적 불신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과 비교해 국내 증시의 주주환원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이후 핵심 사업부를 다시 상장하는 중복상장 관행과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 문제도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매도 재개, 세제 개편,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등 주요 제도가 반복적으로 변경되면서 정책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RIA는 분명 세금 절감 효과가 있는 제도지만 투자자들은 결국 수익률을 보고 움직인다"며 "공제율이 100%에서 80%로 낮아진 상황에서는 국내 복귀 유인도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서학개미를 국내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보다 국내 시장 자체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기업 경쟁력과 주주환원 정책, 시장 신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금 이동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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