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코스피 축포’ 터트린 李정부...남은 숙제는 ‘코스닥’ [증권가 레이다]
- 코스피 2600→8000 돌파, 세계 시총 7위 도약
반도체 쏠림·코스닥 부진 여전…“증시 정상화는 아직 진행형”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지수는 강세장이지만 체감은 약세장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두고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출범 당시 2600선 안팎에 머물던 코스피는 8000선을 훌쩍 넘어 9000선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때 만성적인 저평가 시장으로 불리던 한국 증시는 이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정작 시장 참여자 상당수는 그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많은 종목은 오히려 하락을 이어갔다. 코스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증시는 체감상 하락장”이라는 말이 증권가에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9000피’ 앞둔 코스피, 숫자로 프리미엄 증명
지난 1년은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변화의 시기였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을 ‘주식 정상화’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오랫동안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으로 꼽혀온 지배구조 문제와 낮은 주주환원율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시장에 전달됐다.
그 결과는 주가로 나타났다. 외국인 자금은 다시 한국 시장으로 유입됐고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도 확대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가파른 지수 상승세가 시작됐다. 그 결과 코스피는 9000선을 앞두고 있고, 시가총액 순위는 세계 13위에서 7위권까지 상승했다.
이 정도면 정부가 내세웠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코리아 프리미엄 시장’ 목표는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적어도 지수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
연초 수준에 머문 코스닥
하지만 다른 숫자만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문제도 발견된다. 최근 증권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우려 역시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가 함께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에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ADR(등락비율)이다. ADR은 일정 기간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값으로 시장의 체감 온도를 보여준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8788.38까지 상승했던 지난 1일 ADR은 48.1%를 기록했다. 50%를 밑돌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실제 5월 마지막 주 코스피 상장 종목 922개 가운데 820개 종목이 하락했다. 하락 종목 비중이 88.9%에 달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데 대부분 종목은 떨어진 셈이다. 시장을 끌어올린 주역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주인 두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지수는 상승했지만 상당수 중소형주와 금융·제조업 종목들은 오히려 소외됐다.
문제는 코스닥에서 더 심각하다.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시장에서는 ‘3000닥’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흘러갔다. 코스닥지수는 6월 2일 장중 1009.75를 기록했다. 연초 945.57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바이오 업종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AI와 반도체로 수급이 몰리는 과정에서 바이오를 비롯한 성장주는 외면받았다. 여기에 금리 부담과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치며 코스닥은 좀처럼 반등 동력을 찾지 못했다. 정부가 강조한 자본시장 정상화가 아직 절반의 성공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코리아 프리미엄’은 특정 대형주 몇 종목의 상승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본다. 건강한 자본시장은 우량 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부실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퇴출 절차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명 정부 1년의 주식시장 성적표를 평가한다면 ‘코스피는 기대 이상’이지만 증시 정상화는 ‘아직 진행형’이다. 사상 최고치의 환호 속에서도 주식시장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분명해 보인다. 증시 정상화는 이 정부 2년 차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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