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 빼는 외국인, 경상흑자 1000억달러 돌파에도 원·달러 환율 1560원 육박
- 원화 가치 곤두박질…외환위기급 고환율
진격의 코스피도 속도 조절 전망
이란 전쟁·외국인 셀 코리아 등 악재 겹쳐
우리금융연구소 “한은 최종금리 3.5% 상회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고환율 부담이 향후 국내 증시의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연구소는 ‘6월 금융시장 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견인하는 상승 랠리가 이어지겠으나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부담으로 인해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달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500원 내외에서 높은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중동지역 종전 협상 교착상태와 안전자산 선호 ▲엔화 약세 지속
등 원화 가치가 오르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뜻이다.
실제 원화 가치는 연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4원 오른 1539.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야간거래에서는 주간거래 마감가보다 19.9원 오른 1559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1561.5원을 찍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기록했던 1561.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문제는 경상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200억달러(약 31조2000억원)를 웃도는 등 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는 가운데 원화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상수지와 환율이 거꾸로 가는 배경에는 이란 전쟁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피하려는 자본시장 내 투자 회피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급등한 국제 유가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부각시켰고, 이는 원화 가치가 절하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장서 차익 실현하는 외국인…20일 연속 순매도 행렬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4거래일 동안 18조67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이러한 이탈 행렬 배경에는 유가 급등과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주가 상승 시 이익을 확정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 등이 거론된다. 코스피가 9000선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고점 우려감이 커지고, 반도체 관련주 상승으로 수익률이 급등해 투자금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5월 중순 이후부터 봐도 일평균 3조원 수준의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당국이 환율 문제를 언급했지만 상승세를 막아서지는 못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4일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1540원을 돌파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도 시장금리 리스크(위험) 시나리오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한은 전망치보다 크게 높아진다면 금리 인상 사이클이 2008년이나 2022년과 유사하게 매우 가파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초호황이 장기화하고 중동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 등을 가정했을 때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 센터장은 이 경우 최종금리(당초 예상된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금리 수준)가 3.5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2년간 시장금리도 현 수준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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