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스페이스X, ‘매출 5000조’ 전망…“밸류에이션 뻥튀기·환상론” 우려도
-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우주 AI 인프라 독점 가정한 파격 전망
국내 우주항공 테마 ETF로 조 단위 뭉칫돈 쏠림
금감원, 투자 과열 우려에 점검 예고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오는 12일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스페이스X의 미래 가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조(兆) 단위의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공동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 설명자료를 통해 스페이스X의 오는 2040년 매출액이 3조4000억달러(약 527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40년 2조7000억달러(약 418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다른 공동 주관사인 골드만삭스 역시 스페이스X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인공지능(AI) 부문 매출이 2025년 32억달러(약 5조원)에서 2030년 3220억달러(약 500조원)로 급증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관측 속에 스페이스X는 기업공개로 역대 최대 규모인 750억달러(약 116조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로 책정됐다. 이번 투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전체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약 2712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될 공식 종목 코드는 ‘SPCX’다.
국내 우주항공 테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최근 조 단위의 개인 순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는 지난 4월 14일 300억원 규모로 상장한 이후 순자산이 빠르게 증가했다. 5월 19일 1조원, 5월 28일 2조원을 차례로 돌파한 데 이어 현재 순자산은 2조4653억원을 기록 중이다. 상장 이후 개인 순매수 금액만 1조8151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우주항공 관련 전체 ETF 개인 순매수 총액의 약 86%를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스페이스X의 구체적인 자금 조달 소식이 전해진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1조2022억원이 집중적으로 몰렸다. 이 상품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49.6%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과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우주항공TOP10’에도 한 달간 각각 2220억원, 77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31.13%, 35.04%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에 맞춰 상품 구조 개편과 신규 출시로 대응하고 있다.
투자열기 과열…돌발 사고에 급락 가능성도
하지만 투자 열기 과열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지구 밖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독점해 지상과 우주를 잇는 거대한 AI 클라우드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희망은 공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주관사들이 IPO 흥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뻥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스페이스X의 매출액이 2040년까지 3조4000억달러가 되려면 2025년 예상 매출액(187억달러)을 기준으로 15년간 매년 매출이 평균 40% 이상씩 복리로 성장해야 한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나 정보통신(IT) 인프라 확장 속도를 고려할 때 단일 기업이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1년 예산이 6조~7조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스페이스X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돌발적인 기술적 오류 하나에 시장 전체가 급락할 수 있는 민감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지난 달 30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대형 로켓 발사 준비 시험 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우주 관련 종목과 ETF들이 일제히 급락한 바 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스페이스X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5일 개인 및 법인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점검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진행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은 5일 오전 판매 시작 후 단 몇 분 만에 1차 물량인 3억달러(약 4650억원)가 완판됐는데,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소외 공포(FOMO) 심리를 자극해 자격 요건이 되지 않는 개인들에게 전문투자자 등록을 성급히 유도했거나, 투자자문사·투자일임사 등이 개인투자자를 불법적으로 모집해 대리청약에 나섰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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