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르망 제패했는데 韓 왜 못 뚫나…푸조가 안 팔리는 이유
- 한불모터스 시절 서비스 불신·낮은 잔존가치 '이중고'
스텔란티스, 가격 낮추고 서비스망 확대…반등 시동
반등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꾸준히 투입하는 동시에 구매 이후의 정비 편의성과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낮아진 진입장벽을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와 재구매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반등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브랜드 발목 잡는 오래된 불신
푸조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수려한 디자인과 탄탄한 주행 성능이 강점으로 꼽힌다. 모터스포츠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특히 세계적인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며 자동차 제조사로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업계에서 "차량 자체의 상품성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푸조는 국내 시장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한불모터스가 국내 판매를 맡던 시절부터 누적된 서비스 불신이 꼽힌다.
여기에 제한적인 판매·정비망과 애매한 브랜드 포지셔닝이 겹치면서 소비자 선택지에서 점차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대중 수입차로서 가격 경쟁력이나 유지 편의성에서도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 점 역시 부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서비스에 대한 불신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이 2008년 1월부터 2009년 9월까지 품질보증기간 내 승용차 관련 소비자 불만을 분석한 결과, 푸조의 시장점유율 1%당 소비자상담 접수 건수는 5.6건으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피해구제 신청은 8건으로 절대 건수는 많지 않았지만, 당시 시장점유율(2.5%)을 고려하면 점유율 1%당 신청 건수는 3.2건으로 역시 가장 높았다. 판매 규모 대비 소비자 분쟁이 상대적으로 빈번했다는 의미다.
업계는 당시 누적된 소비자 불만이 현재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차량 구매 이후 부품 수급과 수리 기간, 서비스센터 접근성을 우려하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 기존 고객의 재구매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판매량도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푸조는 지난해 국내에서 979대가 등록되며 연간 판매량 1000대를 넘지 못했다. 올해도 ▲1월 33대 ▲2월 79대 ▲3월 72대 ▲4월 28대 ▲5월 51대 ▲6월 65대가 등록돼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328대에 그쳤다. 월평균 판매량도 55대를 밑돈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올해 5월 전체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9860대로 전년 동월보다 5.9% 증가했지만, 푸조는 같은 달 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성장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푸조는 차량 자체의 상품성이 부족한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다만 과거 서비스 경험에서 비롯된 불신이 오랫동안 누적돼 이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푸조 사업을 직접 맡은 뒤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도 서비스 신뢰 회복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2022년 한불모터스를 흡수하며 푸조·시트로엥·DS의 국내 사업을 넘겨받았다. 이후 서비스 접근성과 부품 공급 체계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략이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SBH)다.
SBH는 지프와 푸조의 판매·서비스망을 함께 활용하는 모델이다. 기존 지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푸조 판매·정비 기능을 더해 부족했던 네트워크를 빠르게 보완하는 방식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1월 기흥과 수원에 SBH 서비스센터를 잇달아 개소했다. 이에 따라 푸조의 국내 서비스 네트워크는 전국 17곳으로 확대됐다.
서비스 운영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에 따르면 푸조 고객의 애프터서비스(AS) 대기 기간은 2024년 평균 9.9일에서 지난해 7.4일로 단축됐다. 정비 리드타임도 1.7일에서 1.5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소비자 만족도 지수는 23포인트 상승했다. 과거 서비스망 부족과 긴 대기 기간으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가격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올해 2월 국내에 출시한 7인승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시작 가격을 4890만원으로 책정했다. 주요 유럽 시장보다 최대 3000만원 낮은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푸조의 부진이 차량 자체의 상품성보다 국내 소비자 수요와 맞지 않는 ▲차종 구성 ▲낮은 잔존가치 ▲늦어진 전동화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푸조 차량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국내 수요에 맞는 차종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부족하고, 낮은 잔존가치와 제한적인 서비스망도 약점”이라며 “한국 시장에서는 중대형 모델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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