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포용금융 압박 속 지방은행 부실 88%↑…건전성 경고등
- [‘포용’ 가면 쓴 관치 금융 논란]②
지방은행 무수익여신 1년 새 약 90% 급증
‘이자 못 받는’ 부실채권 폭탄…지방은행 연체율 2배로 뛰어
특정 구간서 저신용자 대출금리 역전…고신용자 ‘형평성’ 우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금융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포용금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청구서가 금융권으로 날아들면서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지방은행이 연체율 상승이라는 직격탄을 먼저 맞고 있다. 정부가 재정으로 감당해야 할 복지 영역을 민간 은행에 강제하면서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은행 무수익여신 1년 새 90% 가까이 증가
금융권에 따르면 iM뱅크·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5곳의 올해 1분기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은 총 1조60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8551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만에 7511억원(87.8%)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되거나 부도 처리돼 이자조차 받을 수 없는 부실채권을 뜻한다.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사망 채권으로도 불린다.
은행의 부실 채권을 분류할 때 보통 ‘고정이하여신’을 본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뜻한다. 그런데 무수익여신은 그중에서 ‘이자도 안 들어오는 채권’만 추려낸 것이다. 1년여 만에 90%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한계기업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은행은 이자 수익이 끊기는 동시에 부실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손실 대비 적립금) 규모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한계 기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올 1분기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1.3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0.2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2024년 말(0.65%)보다는 2배 많은 수준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는 곳은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고 빌려준 곳은 연체율이 높아지며 은행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더 높은 금리를 받으며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금리가 더 뛰면 기업들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은행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상반기 ‘깜짝 실적’ 시중은행도 하반기 동력 약화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상황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 대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은행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10조8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0조3254억원)보다 5.5%(5695억원) 많은 수준이다. 증시 호조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증권 계열사 브로커리지·자산관리(WM)·트레이딩 수익 확대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지주사를 떠받친 효과도 컸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가 소진되는 등 은행의 성장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초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낮춰 잡았고, 우리은행도 16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의 영업점별 월 취급액을 기존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 가능 한도가 목전까지 차면서 은행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고환율 여파가 차주(돈 빌린 사람) 상환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대손비용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포용금융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용 점수 낮을수록 금리 싼 역전 현상 속출
특정 구간에서는 신용점수가 더 낮을수록 대출금리가 저렴해지는 금리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6월 기준 신용대출금리를 보면 신한은행의 경우 ▲신용점수 600점 이하인 차주의 대출 금리는 7.26% ▲650~601점은 8.05% ▲700~651점은 7.95% ▲750~701점은 7.67%로 집계됐다. 신용점수 800~751점 대출금리가 7.25% 수준이었다. NH농협은행도 650~601점대 대출금리가 7.53%로 600점 이하 대출금리(7.2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IBK기업은행·BNK경남은행·BNK부산은행·SH수협은행·iM뱅크·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서도 일부 구간에서 신용점수가 높은데도 대출금리가 높게 나타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의 신용대출은 금액이 많지 않아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될 경우 차주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 점수가 높은데도 더 많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차주 입장에서는 차별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서는 정부가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에 영향을 끼치고 금리 역전을 유도하는 것을 ‘지배구조 리스크’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더 신중하게 포용금융의 가이드라인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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