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메니톡스 VS 대웅 5000억 '보톡스 전쟁'…웃은 곳은 따로 있었다
- 메디톡스 청구액 10배 증액…대웅 ‘나보타’ 생산 중단 위기
휴젤 국내 점유율 8년 연속 1위…美·中·유럽 허가 확보
소송전이 이어지는 동안 국내 보톡스 시장의 지형도도 크게 달라졌다. 휴젤은 국내 시장 점유율 40%대로 8년 연속 1위를 지켰고, 중국·유럽·미국 등 세계 3대 시장의 품목 허가도 모두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장기간 소송전을 벌이는 사이 휴젤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5000억원 배수진 vs 나보타 공장 사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은 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둘러싼 다툼이다. 두 회사 모두 이번 소송 결과가 사업의 존립과 실익에 직결되는 만큼 타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웅제약에는 글로벌 사업의 존립이 걸려 있다. 1심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4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나보타 균주와 완제품의 폐기, 제조·판매 금지를 명령했다.
나보타는 경기 화성시 향남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대웅제약은 2027년 화성 신공장 가동도 준비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돼 제조·판매 금지가 확정되면 연간 2200억원이 넘는 나보타의 국내외 생산과 공급이 중단된다.
대웅제약은 2021년 미국 유통사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등이 체결한 합의에 따라 미국 현지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 미국에 공급할 물량도 생산할 수 없다. 대웅제약이 국내 생산라인을 지키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메디톡스는 기술의 정통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손해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청구액을 기존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면서 법원에 내야 하는 수입인지대도 23억원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입인지대는 소송을 제기할 때 법원에 내는 수수료로, 청구액이 커질수록 늘어난다. 메디톡스가 수십억원의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청구액을 높인 셈이다.
메디톡스에는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액상형 톡신 ‘MT10109L’은 2024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심사에서 반려됐다. 메디톡스는 올해 하반기 FDA 품목 허가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 먼저 진출한 대웅제약을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소송의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오는 9월 17일 열리는 항소심 첫 변론기일부터 5000억원대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싼 법리 공방과 증거조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추가 변론과 증거 제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재무적 불확실성과 사업 리스크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항소심은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실제 손해액, 증액배상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오면 국내 보톡스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장악한 휴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전이 길어지는 동안 휴젤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휴젤의 보톡스 제제 ‘보툴렉스’는 시장 점유율 40%대를 기록하며 8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확보한 높은 점유율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됐다.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술하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병·의원에서는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1심 판결과 소송 결과에 따라 특정 제품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의료진의 제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의원 상담팀장은 “한 번 공급받기 시작한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편”이라며 “보툴리눔 톡신은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고 수요도 많은 시술인 만큼 보툴렉스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의 인허가와 진출 속도에서도 휴젤이 앞서 나갔다. 휴젤은 국내 기업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세계 3대 시장인 중국과 유럽, 미국에서 모두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주요 시장에 잇달아 안착하면서 글로벌 에스테틱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24년 2월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레티보’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판매돼 왔다. 올해 7월부터는 직접 판매와 파트너십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판매 체제를 전환했다. 올해 인도 에스테틱 시장에서는 점유율 9%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HA) 필러를 앞세워 연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고, 4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톡신과 필러를 함께 판매하는 교차 판매 전략으로 해외 유통 효율성도 높였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를 넘어섰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해외 수출액은 북미 시장을 먼저 공략한 대웅제약이 앞선다. 올해 상반기 나보타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한 1365억원이다. 대웅제약은 일찌감치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뒤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시장을 확대해왔다.
휴젤 관계자는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시장 진출로 북·남미 지역의 성장이 본격화했고, 점유율 22%를 확보한 중국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국내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해 2028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80%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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