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목욕탕 의자 같네”…잘 달리는 볼보 ES90의 뜻밖의 약점 [타봤어요]
- 볼보 ES90 트윈 모터 시승기
456마력 트윈모터의 매끄러운 주행감
주행 완성도 높지만 2열에선 아쉬움만
지난 17일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을 타고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경기 포천시 소흘읍까지 왕복 약 130km를 달렸다. 도심과 고속도로, 한적한 외곽 도로를 두루 달려본 ES90은 빠른 차라기보다 편안한 차에 가까웠다. 다만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아쉬운 부분도 분명했다.
ES90 트윈 모터 모델의 공차중량은 2545kg에 달한다. 106kWh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68.4kg·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4초다. 2.5톤이 넘는 덩치에도 상당한 성능을 갖췄다.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수치에 걸맞은 힘이 금세 드러난다. 덩치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주행 환경에 따라 차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 조향과 서스펜션 감도를 조절할 수 있고 오프로드 기능도 갖췄다. 세단이지만 활용 범위가 넓다.
오프로드를 활성화하면 차고를 높이고 내리막길 주행 제어 기능을 함께 작동시킨다. 직접 기능을 켜자 차체가 서서히 올라갔다. 세단이지만 다양한 노면 상황까지 고려한 셈이다.
여러 기능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감이다. ES90에는 네 바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전자제어 댐퍼가 초당 500회씩 움직이며 주행 상황에 맞춰 승차감과 차체 움직임을 조절한다. 3102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도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차체가 갑자기 튀어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느낌도 적었다. 속도는 빠르게 올라갔지만 힘이 한꺼번에 쏟아지지는 않았다. 볼보가 강조하는 ‘부드럽고 선형적인 가속’이 어떤 느낌인지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빠른 가속보다 편안한 주행감에 무게를 뒀다는 인상이 강했다.
주행 보조 기능도 안정적이었다. 고속도로에서 파일럿 어시스트를 활성화하자 차선 중앙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달렸다. 다른 차량에서는 차선 한쪽으로 과하게 붙어 불안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ES90에서는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다.
트렁크 활용성도 눈에 띄었다. 용량은 409L다. ▲26인치 캐리어 1개 ▲24인치 캐리어 2개 ▲20인치 캐리어 1개 ▲20인치 플랫 캐리어 1개 ▲도트백 ▲보스턴백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었다. 리프트백 형태라 짐을 싣고 내리기도 편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음성인식 기능이다. ES90은 ‘아리아’라고 부르면 통풍시트나 공조 등 차량 기능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 운전석에서 “통풍시트 켜줘”라고 말하자 곧바로 작동했다. 어느 좌석에서 명령했는지도 정확하게 인식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나도 켜줘”라고 말하자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왔다. 조수석 통풍시트 대신 가수 로꼬의 ‘너도’가 재생됐다. 차 안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앞선 명령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어가는 능력은 아직 부족해 보였다.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도 다소 제한적이었다. 글로브박스와 창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실행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통풍시트와 공조 등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브박스나 창문까지 제한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사소하지만 의외였던 부분도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천장에 흔히 달려 있는 손잡이가 없다. 평소 조수석에서 몸을 일으키거나 자세를 고쳐 앉을 때 손잡이를 자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불편했다.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2열은 호불호가 갈릴 만했다. 공간 자체는 넉넉하다. 휠베이스가 3102mm에 달하는 만큼 무릎 공간은 충분하다. 다만 시트 방석은 다소 짧게 느껴졌다. 엉덩이를 깊숙이 넣고 앉아도 허벅지 아래쪽을 충분히 받쳐주지 못해 일부가 뜨는 느낌이었다.
이날 한 기자는 2열에 앉아본 뒤 “목욕탕 의자에 앉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꽤 와닿는 비유였다. 공간이 좁아서가 아니라 허벅지가 충분히 받쳐지지 않으면서 앉은 자세가 묘하게 어색했다. 앞좌석에서 느낀 주행감과 승차감이 좋았던 만큼 2열의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왔다.
ES90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차다. 직접 운전할 때의 만족도는 높았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안정적인 승차감은 플래그십 세단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반면 음성인식과 일부 편의 기능, 2열 착좌감은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가격은 ES90 트윈 모터 기준 플러스가 7960만원, 울트라가 8741만원이다. 울트라에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추가하면 9041만원으로 9000만원을 넘어선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상온 복합 기준 최대 520km다.
ES90은 뒷좌석보다 운전석에서 더 매력적인 차였다. 부드러운 주행감과 안정적인 승차감은 장거리 운전에서 특히 강점으로 다가온다. 반대로 2열을 자주 이용한다면 계약하기 전 직접 앉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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