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지분 40% 확보했지만”…고려아연 2년 전쟁, 결국 주주 손에 달렸다
- 고려아연 최대 실적·영풍 본업 부진…MBK는 1.6조 투자금 장기전
10월 콜옵션 이어 내년 3월 이사회 9석 승부…일반주주 표심 관건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2024년 9월 13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당시 영풍과 MBK는 최윤범 회장 체제의 경영과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경영 정상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웠다.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맞섰다.
이후 공개매수 가격은 66만원에서 83만원까지 올랐고 고려아연도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까지 높이며 반격했다. 전장은 법원과 주주총회로 옮겨갔다. 자사주와 상호주,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둘러싸고 소송과 표 대결이 반복됐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여전하다. MBK·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40% 이상을 확보했지만 이사회 주도권은 여전히 최 회장 측이 갖고 있다. 2년 동안 수조원의 자금과 수많은 소송이 오갔지만 지분율만으로 경영권을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주주들이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실적 고려아연, 본업 흔들린 영풍
지난 9월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 최대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출석 의결권의 81.8% 찬성을 얻었다. MBK·영풍 측 박유경 후보의 찬성률은 27.9%였다.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외국기관의 98.3%, 국내 개인주주의 79.1%가 백 후보를 선택했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에서도 86.9%의 지지를 받았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됐다. 일반 이사 4석은 양측이 2석씩 나눠 가졌다. 이에 따라 현재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MBK·영풍 측 7명으로 구성됐다. MBK·영풍 측이 적지 않은 이사회 의석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40%가 넘는 지분 우위가 주총 장악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처럼 MBK·영풍이 지분 우위에도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고려아연의 본업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빼놓기 어렵다.
고려아연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2조4450억원, 영업이익은 1조3330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58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실적 공시 이후 106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2년 전 양측이 공통으로 내세운 명분은 ‘기업가치’였다. MBK·영풍은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과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고, 고려아연은 현 경영진의 성장 전략과 경영 성과를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분쟁 이후에도 고려아연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경영 성과는 최 회장 측이 일반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 됐다.
반대로 영풍은 올해 1분기 4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15억원으로 줄었다. 핵심 생산시설인 석포제련소 가동률도 1분기 57.23%에서 2분기 51.7%로 낮아졌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상반기 가동률은 100% 수준을 기록했다.
고려아연 경영진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는 영풍으로서는 석포제련소 정상화와 본업 경쟁력 회복 역시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할 과제가 됐다.
MBK에도 ‘시간’이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MBK 측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취득한 고려아연 주식은 172만2738주다. 평균 취득단가는 94만6112원으로, 이를 단순 계산하면 투자금은 약 1조6300억원에 이른다.
MBK는 공개매수 당시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5785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했다. 이후 상당액을 자기자본으로 상환하고 현재는 고려아연 지분을 담보로 한 6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는 연 6.2% 수준이다.
6000억원에 연 6.2%를 단순 적용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72억원이다. 분쟁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10월 콜옵션보다 중요한 ‘2027년 3월’
MBK는 2024년 영풍과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에 따라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일부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현재 지분을 계약상 산식에 적용하면 대상은 약 257만주 규모다.
다만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MBK·영풍 연합 전체의 고려아연 지분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영풍 측 지분 일부가 MBK로 이동하는 구조다. 대신 실제 옵션이 행사될 경우 양측 내부의 지분구조와 경제적 이해관계에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경영권 향방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승부처는 2027년 3월 정기주총이다.
현재 19명의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MBK·영풍 측 7명으로 나뉘어 있다. 내년 3월에는 집중투표 대상 이사 8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 등 총 9명이 선임 대상에 오른다. 이번 9월 임시주총보다 훨씬 큰 폭의 이사회 재편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4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MBK·영풍에는 다시 이사회 진입을 확대할 기회가 된다. 고려아연 역시 최근 감사위원 표결에서 나타난 일반주주의 표심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결국 분쟁 3년차의 승부는 일반주주 설득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에는 양측 모두 지분 확보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느 쪽이 회사의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는지를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단계”라며 “내년 3월 이사회 재편을 앞두고 결국 일반주주와 기관투자가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양측 모두에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임시주총은 MBK·영풍 측에 다소 불리한 결과로 끝났고, 의도했던 바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본게임은 다음 주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표 대결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는 지분율 자체가 가장 중요했지만 3%룰과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앞으로는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설득해 명분을 쌓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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