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틱톡서 띄우고 아마존서 판다…마리엔메이가 70개국 뚫은 비결[이코노 인터뷰]
- 김수민 마리엔메이 공동대표 인터뷰
해외 매출 85% 이상…SNS로 국가별 소비자 반응 확인
온라인 넘어 현지 오프라인 확대…“반짝 흥행으론 10년 못 가”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잠들기 전에 꼭 ‘마리엔메이’를 검색합니다. 터키어·아랍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로 올라온 후기와 댓글까지 봐요.”
김수민 마리엔메이 공동대표에게 소셜미디어(SNS)는 광고 채널인 동시에 시장조사 창구다. 해외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반응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다음 제품과 마케팅에 반영한다.
2020년 출범한 스킨케어 브랜드 마리엔메이는 현재 70여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전체 매출의 85%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북미와 유럽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고 최근에는 중동과 남미, 일본에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리엔메이는 출범 당시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국내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뒤 해외로 나가는 대신 처음부터 여러 국가에 동시에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1년 투자에 나선 실리콘투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초기 판로를 넓혔고, 이후 국가별 판매 데이터와 SNS에서 쌓이는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시장마다 제품과 메시지를 달리했다.
김 대표는 애경산업을 시작으로 테팔·켈로그·필립스 등을 거쳐 유니레버 카버코리아에서 마케팅 전략과 기업 전략을 담당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을 경험한 그는 마리엔메이를 공동 창업하면서 성분과 효능, 사용법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K-클린뷰티’를 브랜드 방향으로 잡았다.
미국은 성분, 동남아는 ‘비포·애프터’
같은 제품도 국가마다 소비자가 반응하는 지점은 달랐다. 김 대표는 “미국은 리뷰나 성분 중심이 중요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사용 후의 정확한 효과나 비주얼 임팩트가 좀 더 잘 통한다”며 “유럽에서는 안전한 성분과 클린뷰티 철학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는 색소침착이나 피부톤과 관련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예상하지 못한 시장에서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다크서클 개선을 앞세운 아이크림의 비포·애프터 콘텐츠가 SNS에서 퍼지면서 아프리카에서 대량 발주가 들어왔다. 기존 판매 데이터만으로 시장을 정하기보다 SNS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함께 살피는 이유다.
제품을 크리에이터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시딩 마케팅’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수천명에게 제품을 보내지 않는다. 마이크로 크리에이터에게 먼저 제품을 제공하고 반응이 확인된 제품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규모를 키운다. 이후 월 최대 4000명 수준의 시딩에 브랜드 앰배서더와 대형 크리에이터를 더한다.
김 대표는 “일종의 테스트처럼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며 “소수 크리에이터에게 검증된 제품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대량 시딩을 하고, 그 위에 로열 앰배서더와 영향력이 큰 메가 크리에이터를 쌓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스피큘 제품을 알린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캠페인도 이 과정을 거쳤다. 제품을 바를 때 느껴지는 따끔함을 콘텐츠 소재로 삼았다. 회사에 따르면 캠페인 영상은 1억뷰를 기록했고 100여개국에서 1만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후속 캠페인까지 약 1만8000건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데이터만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미 판매가 이뤄지는 시장에서 제품과 마케팅을 개선할 때는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새로운 제품이나 카테고리를 만들 때는 창업자의 판단으로 먼저 시도한 뒤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틱톡서 발견하고 아마존서 산다
해외 판매 채널도 역할이 다르다. 아마존에서는 검색 키워드와 상세 페이지·리뷰·평점이 중요하다. 이미 제품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가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틱톡숍은 소비자가 제품을 찾기 전에 영상이 먼저 노출된다. 크리에이터의 사용 장면이나 짧은 영상을 보고 처음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틱톡숍은 콘텐츠가 수요를 만드는 플랫폼”이라며 “틱톡에서 제품을 발견한 소비자가 아마존으로 넘어와 구매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틱톡이 제품을 처음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아마존은 검색과 리뷰를 거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온라인에서 먼저 해외 소비자를 확보한 마리엔메이는 오프라인 유통망도 넓히고 있다. 터키에서 8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화장품 유통업체 그라티스(Gratis)를 비롯해 대만 코스메드(Cosmed), 말레이시아 사사(Sasa) 등에 입점했다. 조지아에서는 300개 약국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다음 입점 목표 중 하나로 미국 얼타뷰티(Ulta Beauty)를 꼽았다.
온라인 중심 전략으로 빠르게 국가를 넓힐 수 있었지만 비용과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는 한계도 나타났다. 온라인 광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커진다. 비슷한 성분과 효능을 앞세운 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화면만으로 브랜드 차이를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
김 대표는 “온라인으로만 지속하면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굉장히 커진다”며 “스킨케어는 실제 제품을 체험하고 사용감을 느껴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채널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빠른 해외 확장이 장기적인 브랜드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또 다른 문제다. 김 대표가 경계하는 것도 특정 제품 하나가 SNS에서 바이럴(소문)을 타면서 단기간에 인기를 얻는 데 그치는 경우다.
마리엔메이는 소비자 후기를 활용한 바이럴 콘텐츠와 별도로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특정 국가나 유통 채널에 매출이 집중되지 않도록 판매처도 넓히고 있다.
김 대표는 “잠깐 뜨는 것은 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을 가려면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텔링이 명확해야 하고 특정 국가나 특정 유통 채널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 된다”며 “성공 사례를 여러 국가에서 반복해서 만들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리엔메이의 다음 목표도 제품 하나의 흥행보다 브랜드를 남기는 데 맞춰져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소비자가 피부 고민이 있을 때 먼저 떠올리는, 효능이 증명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의 클린뷰티 브랜드로 기억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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