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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외국인 매수만으로 2050선 못 넘어

Stock - 외국인 매수만으로 2050선 못 넘어

국내외 경기 회복 이어져야 … 하락폭 크고 소외된 종목에 관심을



갑자기 세상이 변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또 오늘 같았던 시장이 8월 말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르는 이유는 다 아는 것처럼 외국인 매수다. 짧은 시간에 매수가 집중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7월 말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8월에는 2.4%로 오히려 떨어졌다. 물론 매수한 날만 감안하면 5%대로 상승하기는 하지만. 그러던 것이 8월 말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8월 29일에 비중이 9%대로 올라가더니 이후 12일 동안 평균 12%를 기록했다.

9월 10·11일에는 심지어 16%로 올라갈 정도였다. 전체 거래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를 넘는 상황에서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여기에 프로그램 매수까지 가세했다. 8월 29일 이후 하루에 4000억에 달하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됐다.



외국인 매수 영향력 줄어들 듯만약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세력이 있다면 주가는 거래량만 늘 뿐 상승이 정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이 이에 해당한다. 당시 외채협상이 끝나자 외국인이 45일 사이에 3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시가총액이 70조원 정도였으니까 대략 시가총액의 5%가 넘는 금액이 시장에 들어온 셈이 된다. 이를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55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힘입어 업종 대표주들이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가 두 달이 안 되는 사이에 170% 상승했다. 삼성SDI는 270%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를 막은 게 기관투자가였다. 외국인 매수에 대항해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고 이에 따라 2월 말 600선에 육박하던 주가가 6월에 280선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기관 입장에서 주식을 내다 파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당시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외국인이 아무리 많은 주식을 사들여도 이에 대항하는 세력이 강하면 주가가 올라가기 힘들다. 지금은 9월 중순 들면서 환매로 인한 기관 매도가 늘고 있지만 아직 외국인 매수에 비하면 양이 많지 않다.

시장이 수급에 의해 움직일 경우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매도하는 입장에서는 작은 수량만 팔아도 주가를 내려가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자금 유입이 정체되거나 줄어들 경우 주가의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

9월 중순까지의 주가 상승은 아주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2000년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하루 거래대금 중 12% 이상을 차지한 날은 51일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거래일수 중 1.5%다. 1년 중 나흘 정도 밖에 나타나지 않는 희귀한 경우인 것이다. 기준을 거래대금의 10%로 낮춰 잡아도 비중이 3.2%로 1.7%포인트 밖에 높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주가 상승은 드물게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기초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외국인 매수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 거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다른 경우가 있을 순 있다. 지금보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액의 외국인 매수가 꾸준히 들어오는 경우다. 그러면 상승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더라도 효과가 누적되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매수세가 약해지면 경제 지표에 따라 주가가 달라질 것이다. 두 가지 예를 통해 가능성을 살펴보자. 먼저 대량 매수가 끝난 후에도 주가가 올라간 경우다. 2004년 초 이후가 여기에 해당한다.

2003년 10월~2004년 2월 다섯 달 사이에 외국인은 시가총액의 4.6%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인다. 매수 기간 중 주가가 27.8% 상승했고, 매수가 끝난 후에도 주가가 올랐다. 무엇보다 시장 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3년 3월을 바닥으로 대세상승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 특수가 본격화됐다. 그래서 매수가 멈춘 후에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2000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1월~4월 초 3개월 간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1.8%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지만 주가가 18%나 하락했다. 매수를 멈춘 후에는 하락이 더욱 가팔라졌다. 코스피 지수가 2000년 초에 고점을 기록한데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가 겹쳤기 때문이다. 하락이 멈춘 건 2000년 말 주가가 50% 가까이 하락한 후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주가 올랐다지금은 주식시장이 좋은 환경인가 나쁜 환경인가? 우선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기가 바닥을 지난 건 분명하다. 많은 논란에도 아직 금융완화가 축소된 것도 아니다. 유동성과 경제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에 비해 주가는 높은 상태다. 회복의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가가 2050선을 넘긴 힘들다. 결정적인 경제 회복 요인이 없어서다.

양적완화 축소도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 정책은 경제 흐름을 강제로 바꾸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그 변화로 인한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정책을 쓸 경우 경기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가 되진 않는다. 경기 둔화를 가능한 한 천천히 진행시켜 사람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게 목표가 되는 것이다.

양적완화를 비롯해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많은 정책은 금융위기 직후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일 때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경제가 회복됐고 이제 미국이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나은 지역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도 옛날 정책을 고수한다면 당연히 실제 경제와 정책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지금 양적완화축소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그런 시간을 벌기 위한 형태라 보는 게 맞다.

자동차·IT 주식에 대한 호의적 반응이 있었지만 정작 주가가 오른 것은 조선·화학·해운 등이었다. 소외되고 하락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오른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형태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시장에 외국인 매수가 몰리는 게 선진국 시장과의 과다한 주가 차이 때문이라면 똑같은 논리가 종목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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