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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KEB하나은행 통합 이후 주가는] 중장기 완만한 상승에 무게

[삼성물산·KEB하나은행 통합 이후 주가는] 중장기 완만한 상승에 무게

삼성물산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지난 9월 2일과 1일 통합법인 출범식을 갖고 투자자들에게 새 출발을 알렸다. 두 기업은 각각 산업·금융계의 대표 선수인만큼 시장은 성장 가능성과 발전 전략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남아있다. 통합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 노사분규 등 여러 갈등이 노출된 탓에 과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인지 의견도 분분하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올라섰다. 9월 15일 신주 상장을 앞두고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순위 3위를 예약한 상태.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경영권 안정, 사업영역 확대 등의 이슈가 가세하며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앞선다. 무엇보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큰 산을 넘었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커진 점을 호재로 꼽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분율 16.54%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5.51%,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 5.51%, 이건희 회장도 2.8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만 30.4%에 달한다. 자사주와 삼성SDI(4.8%) 등 계열사 지분을 합하면 특수관계자 지분은 40.2%에 이른다. 이에 비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율이 2.2%에서 0.6%로 떨어지는 등 외국인 지분율은 10.4%로 쪼그라들었다. 오너 일가로서는 경영권 위협에서 한결 홀가분해졌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삼성물산의 실적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가 앞으로 주가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통합 법인 출범식에서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 선도기업이라는 비전과 함께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제일모직과의 통합으로 조직에 패션·리조트 부문이 새로 생긴 가운데, 바이오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하는 ‘사업 지주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다. 통합 직전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의 매출 부진과 상사 부문의 수익성 저하로 눈에 띄는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상사 부문은 고질적인 실적 부진 탓에 지난 2012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돈 못 버는 회사는 서초동에서 나가라”라는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삼성물산, 단기 실적·수급·주주소통에 주목
일단 삼성물산의 미래 비전을 보면 기존의 건설·상사 부문을 기본 플랫폼으로, 제일모직이 쥐고 있던 사업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2020년 목표 매출인 60조원 가운데 건설부문에 23조6000억원을 맡기로 했다. 건설 부문은 앞으로 신규주택 사업을 줄이는 대신, 제일모직의 리조트·건설 부문과 협업을 통해 건축·플랜트 분야의 수익성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제일모직 건설 부문과의 중복 업무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군살을 뺄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1조9000억원에 불과했던 패션 부문 매출을 5년 뒤에 10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밝힌 점도 눈에 띈다. 패션 부문은 윤주화·이서현 사장의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되며, 앞으로 상사 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아울러 바이오 사업 역시 제일모직이 46%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삼성SDS를 활용한 정보기술(IT)과의 융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짧은 시간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직 정비와 중복 사업에 대한 교통정리가 아직 한창인데다, 경기 침체로 수익성 회복 시점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유전 등 에너지 관련 사업에서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은 주주들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삼성물산은 합병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제일모직과 대 합병하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고, 많은 소액주주가 ‘사측이 주주이익을 해쳤다’며 등을 돌렸다. 또 거래정지 직전 삼성물산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5만7234원에 훨씬 못 미치는 4만8100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손해를 감수하고 합병에 손을 들어준 우호 주주들로 부터도 원성을 사고 있다. 삼성물산은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드는 등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높이더라도 기본적으로 실적이 바탕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단기적으로 수급 등의 문제로 부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옛 주주들은 거래 제한이 풀리면 매도에 나설 가능성과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혼재돼 있다. 현대증권 30만원, 하나금융투자 24만원, 하이투자증권 30만원 등 대다수 증권사들은 삼성물산 예상 주가를 통합 이전 대비 4~6배 높게 책정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에 의한 주가 상승은 15일 재상장일을 전후해 종료될 것”이라며 “더불어 주가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라 투자에 다소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EB하나은행 주가는 통합에도 시큰둥한 모습이다. ‘1년 전부터 예고된 잔치에는 손님이 몰리지 않는 법이다.’ KEB하나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이렇다. 두 은행의 합병은 이미 2년 전에 결정된 일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합이 진행됐다. 이런 측면에서 통합 이슈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으며, 시장의 기대감도 그리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8월 두 은행의 통합 계획을 밝힌 뒤 3만원대 중반에서 횡보하던 하나금융 주가는 4만4000원선으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와 달러값 급등에 따른 외화자산 손실 등으로 주가가 2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당장 KEB하나은행은 통합이라는 호재보다는 순이자마진(NIM) 하락, 환율 변동성 증가 등 은행권 전반의 악재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문제를 한번에 털어낼 동력은 없기 때문에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통합 이후에 외환은행의 수익성을 다시 회복시키고, 내부 분란을 잠재우는 한편, 은행 간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하는 등 숙제가 더 많다. 하나금융에 대한 17개 증권사의 목표 주가 평균치는 지난해 10월 4만7000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4만원으로 떨어졌고, 통합 법인 출범 이후에도 이 수치는 변동이 없다.
 KEB하나, 통합 잔치 끝난 지 오래
다만,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의 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298조8000억원으로, 우리은행(286조9000억원)·KB국민은행(281조5000억원)을 앞선다. 지점수도 945개로 KB국민(1147개)과 우리은행(990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영업력이 좋고 프라이빗뱅킹(PB) 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과, 건전성 높고 외환 업무에 특화된 외환은행이 합치면서 앞으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은행 합병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통합으로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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