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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들썩이는 서울 집값] 고강도 규제의 역설?

[다시 들썩이는 서울 집값] 고강도 규제의 역설?

수요 억제 대책의 한계 분석...집값 잡을 카드 많지 않아
역대 최강인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이 1주년을 맞은 시점에 체면을 구기고 있다. 최근 몇 달 간 상승세가 둔화하며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인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더라도 현재 주택시장 상황은 정부가 8·2 대책으로 목표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어렵다.

8월 2일 직전에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16%로 지난 2월 마지막 주(0.21%) 이후 최고다. 8·2 대책의 핵심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4월 이후 약세로 돌아선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이 7월 하순부터 하락세를 벗어났고 7월 마지막 주 상승률이 0.1%를 넘었다. 가격지수로는 서초구가 3월 수준으로 올라갔고 강남·송파구도 회복 직전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이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수요와 거래도 다시 늘고 있다.

8·2 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해졌다. 지난 7월까지 1년 간 상승률이 7%다. 8·2 대책 전 1년은 4.7%였다. 지난 1년 간 아파트값 상승으로 강남권이 가장 큰 득을 봤다. 강남구는 2000년대 중반 집값 급등기였던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10.2% 올랐다. 지난해 6월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취임사에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고 선언했다. 정작 8·2 대책 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은 아파트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셈이다. 지난 1년 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억1660만원 상승했다. 강남권은 2억~3억원 뛰었다. 서울과 달리 다른 지역에선 지난 1년 간 집값이 한풀 꺾였다. 지방은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지난 1년 간 전국 평균 상승률이 8·2 대책 전 1.25% 상승에서 0.48%로 한풀 꺾였다.
 8·2 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 평균 1억 넘게 올라
정부가 8·2 대책에서 정조준해 전방위 규제를 가한 서울이 되레 집값이 많이 오른 이유가 뭘까. 정부는 8·2 대책 때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이라는 지역 맞춤형 규제를 도입했고,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25개 자치구 중 절반에 가까운 11곳은 투기지역에 포함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거래제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이 적용됐다.

최근 서울 집값이 고개를 드는 것은 정부의 규제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부가 7월 초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주 대상 지역인 강남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종부세 개편안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개편안이 3주택 이상 보유자 위주로 세금을 강화하면서 시장 예상보다 강도가 세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는 11만 명이다. 전체 27만여 명의 40%다.

앞으로 나타날 악재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크지 않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도에 따라 재산세·종부세 모두 뛸 수 있다. 하지만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갑자기 오를 경우 보유세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신중히 처리할 것으로 본다.

큰 변수인 금리 인상도 마찬가지다. 국내 경기가 위축돼 인상 속도와 폭이 당초 시장 우려보다 더디고 작다. 지난해 11월 한 차례 오른 뒤 변동이 없다.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불확실하다. 실제 과거 2005년과 2010년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8번 기준금리를 올리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고 그 뒤 떨어졌다. 금리 인상 효과보다 금융위기 영향이다.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5번 올렸을 때는 가격이 내려갔다.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2009년 ‘반짝’하던 상승세가 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2010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집값 기대감이 강하면 악재가 묻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2 대책이 낳은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대출·양도세에 이어 종부세에 이르기까지 다주택 보유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다주택자 수요가 감소하며 전체 수요는 줄었지만 시장에 유통되는 주택 공급이 이보다 더 감소해 시장은 ‘초과수요’ 상태다.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자 매물이 끊기다시피 했다. 집을 갈아타기 위한 매물도 집값 상승 기대감 때문에 별로 나오지 않는다. 집을 갈아탈 경우 새 집을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기존 집을 처분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당장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각종 규제 속에 주택 수요자는 집값 전망이 밝은 ‘똘똘한 한 채’에 몰린다. 저렴한 집보다 초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입지여건이 좋고 가격 안정성이 높은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다. 대출 규제에도 자금은 여유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지난 5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부동자금 1100조원이 투자처를 찾아 떠돌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가 많지 않아도 한두 가구 거래로 집값이 뛰고 지역·단지에 따라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시장 앞에 이미 지방을 휩쓸고 수도권 외곽까지 올라온 ‘입주 쓰나미’가 기다리고 있다. 준공해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하반기부터 급증한다. 하반기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2만4000여 가구로 상반기(1만1000여 가구)의 2배가 넘는다. 2020년까지 반기 입주물량이 평균 2만 가구 정도다.
 서울 주택보급률·자가보유율 낮아
입주 급증은 주택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주요 악재다. 2016년부터 지방 아파트값이 약세를 띤 데 입주 급증이 한몫했다. 하지만 서울 주택시장이 받을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서울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2016년 기준으로 주택보급률이 96.3%로 주택 수가 모자란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이나 지방은 105%를 넘어섰다.

지난해 주거실태 조사 결과, 서울 거주 일반가구 가운데 주택을 보유한 가구가 48.3%로 아직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전국 평균 자가보유율은 61.1%다. 서울 주택시장에 주택 대기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과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었는데 가격이 더 오르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2007년 3만800여 가구에서 2008년 5만6000여 가구로 50% 넘게 급증했지만 아파트값은 전년(7%)보다 더 많이 올랐다(7.1%). 2014년에도 2013년(2만3000여 가구)보다 60% 더 많은 3만7000여 가구 들어섰는데 서울 아파트값은 2013년 하락세(-1.3%)에서 상승세(2.0%)로 반전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종부세 강화, 금리 인상, 입주 급증 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앞으로 2~3년 간 누적되면 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서울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데 불안한 양상의 서울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규제 강도가 가장 센 투기지역을 확대하는 정도다. 서울 대부분 자치구가 전달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0.26%)의 1.3배 초과라는 투기지역 기본 요건에 해당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2 대책 한계가 수요 억제 대책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어서 공급 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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