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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배당 정책 변경에 증권가 ‘설왕설래’

현금 배당·자사주 매입…동일 규모라면 이론상 동일 효과
자사주 매입 규모·시기 불확실성에 단기 주가 약세 불가피

 
 
메리츠증권이 배당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시장에서는 때 아닌 기업의 주주환원 철학과 효과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리츠증권이 배당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시장에서는 때 아닌 기업의 주주환원 철학과 효과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당장 현금 배당 축소에 초점을 맞춘 해석으로는 메리츠증권이 초대형IB 인가를 위한 자본금 확충이라는 추측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추측 등이 나온다. 반면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모두 주가 상승이라는 면에서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에 무게를 둔 쪽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장기적인 주가 안정을 선택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배당락’ 발생하는 현금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지난 14일 장 마감 직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금융지주 등 메리츠 금융3사는 동일한 내용의 공시를 냈다. 현금 배당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메리츠증권이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적인 공시였다.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으로 지급한 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38%에 이른다. 메리츠화재의 지난 3년간 배당성향도 35%였고 메리츠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66%나 된다.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 가운데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이론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주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수가 줄어들면 그 만큼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번 배당 정책 변경 은 현금 배당이냐 자사주 매입이냐로 방법만 바뀐 것일 뿐 주주가치의 후퇴를 의미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며 “현금 배당을 지급하면 배당기산일 이후 배당락이 발생해 주가가 하락하는 반면 자사주 매입은 매입 기간 동안 주가의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도 보다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이미지=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의 설명에도 올해도 두둑한 현금배당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메리츠증권 주가는 공시가 나오기 전인 14일 4830원에 마감했으나, 다음 거래일에는 12.9% 하락한 4205원을 기록했다. 한 주가 지난 21일에도 4275원으로 공시 전에 비해서는 11.5% 낮았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공시 전 종가가 각각 2만1150원, 1만9600원이었으나 한 주 뒤에도 10% 이상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현금 배당 대신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한 결정이 무조건 주가를 낮추는 요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메리츠 금융3사 모두 향후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시기와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 증권의 지난 10년간 배당 정책을 살펴보면 한 번도 주주가치를 훼손한 적이 없다”며 “향후 정리가 되는 대로 자사주 매입의 시기와 방법 등을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 계획의 구체적인 일정과는 별도로 증권가에서는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 금융3사의 배당 정책 변경을 둔 추측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는 대주주 지분율 높이기 위해서라는 주장과 각 회사별로 담당 사업을 위한 자본금 확충 목적이라는 해석, 그리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세 가지 모두 중론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최근 10년만 살펴봐도 주주가치 훼손한 적 없어”

 
가장 먼저 떠올랐던 추측은 현금 배당 대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진다는 추측이다. 자사주를 매입할 때 대상이 되는 주식은 시장에서 매입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의 지분율은 높아진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대주주 지분율만을 목적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2.17%를 차지하고 있는 조정호 회장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56.09%, 47.06%씩 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승계 등의 문제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려면 현금배당을 늘리고 배당금으로 주식을 사는 편이 훨씬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자본금 확충 목적이라는 해석 역시 크게 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국내 6번째 초대형IB 후보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게만 허용되는 초대형IB 인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현금 배당을 줄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의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은 4조7644억원으로 초대형IB의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5651억원의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38%)을 적용해 현금 배당을 지급하더라도 2147억원에 그치기 때문에 초대형IB 인가를 위한 배당 정책 변경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주주 지분율 향상이나 자기자본 확충 등에서 뾰족한 근거를 찾기 어렵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해석은 메리츠증권이 배당정책 변경을 공시하면서 일부 RCPS의 보통주 전환 공시가 함께 나오면서 주목받았다. 메리츠증권은 자사가 발행한 RCPS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보유중인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보통주 전환 청구가 들어온 RCPS는 21만주로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00678주로 전환된다.  
 
RCPS는 이름 그대로 상환권과 전환권이 부여된 우선주다. 기본적으로는 우선주로서 보통주보다 먼저 배당을 받지만, 발행 당시 정한 금액으로 현금 상황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7년 6월29일 8종류의 RCPS를 발행했다. 총 발행 규모는 7480억원에 이른다. 여기서는 메리츠증권이 워낙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다 보니 통상 보통주에 비해 더 많은 배당금을 받아가야 할 우선주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자사주 매입 규모와 시기 등 제시돼야 판단 가능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RCPS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 매입으로 변화를 줬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RCPS 투자자들이 보통주 전환을 선택하려면 주가가 높은 편이 유리한데, 현금 배당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변경하면서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현금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한다고 해서 주가가 더 오르거나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RCPS까지 염두하고 정책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메리츠증권의 배당 정책 변경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을 전망이다. 동일한 규모의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동일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규모와 시기 등이 분명해져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배당성향 하락은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의 규모 및 시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기존 배당성향에서 미달하는 만큼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면 기업가치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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