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DOWN|이원덕 우리은행장] 600억 횡령사태, 취임 한달 만에 ‘호된 신고식’
4일 은행장 간담회 앞서 국민께 사과
금융당국, 책임자 엄정 조치 예고…우리금융도 타격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취임 한달만에 대형 악재를 맞으며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의 간담회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600억원대 횡령사고와 관련, 공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국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을 고객 숙이게 만든 사고는 우리은행 내부 직원의 ‘614억원 횡령’ 건이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동생과 함께 지난 2012년과 2015년, 2018년, 세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횡령했다가 지난달 27일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600억원대 횡령금액은 우리은행의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하면 재무적으로는 큰 타격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우리금융의 주가에도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일단 사과와 함께 담당자를 엄중처벌하고 고객 신뢰 회복을 약속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은행이 받을 타격을 최소화했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번 사태가 이 행장의 사과로 끝날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행장은 2017년~2020년 내부회계관리 책임을 맡았다. 이 기간에도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은 진행됐다. 이 행장이 고객를 숙인 이유는 그가 ‘우리은행장’이기도 하지만 당시 회계관리 책임자였기 때문일 수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책임자에게 엄정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3일 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권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로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감원이 횡령사고 당시 ‘내부회계책임자’였던 이 행장에 대한 직접 검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물론 금감원도 횡령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횡령사고가 발생한 기간, 금감원은 우리은행 검사만 11번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 검사였냐’는 비난이 빗발친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이 행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업권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취임한 이 행장 입장에서 이번 횡령사고가 단순 신고식이 될지 자리를 위협하는 ‘아찔한 사고’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횡령사고는 지난해 말 ‘완전민영화’ 이후 승승장구를 예고했던 우리금융에게도 타격이다. 우리금융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2.5% 상승한 88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사상 최대치이며 주요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높은 순익 상승률이다.
지난해 2조5000억원대 역대급 순익을 냈던 우리금융은 올해 가수 아이유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완전민영화 이후 본격적인 날개를 펼 기세였다. 하지만 이번 횡령사고로 고객 신뢰를 잃으며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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