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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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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삼양의 '60년 라면전쟁'...K-푸드, '세계의 별'로 만들다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유통

6·25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남대문시장 거리. 한 그릇에 5원 하는 미군부대의 음식잔반을 끓여 죽으로 만든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이 서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대책으로 당시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던 인스턴트라면을 떠올렸다. 1963년, 그렇게 한국 최초의 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한국인을 기아로부터 해방시켰던 구황식품, 라면이 이제 글로벌 식품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 라면업계의 두 거인 농심과 삼양이 있다.이 두 라면 제국의 60년 대결은 단순한 기업 경쟁이 아닌, 한국 식품 산업의 진화와 혁신의 역사다. 각각 40%와 77%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는 이 두 브랜드는 이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우뚝 섰다. 전쟁 이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긴급식량에서 시작해, 이제는 한국 식문화의 첨병이 된 두 라면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 속에 K푸드의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라면 名가 삼양과 농심의 탄생 한국 최초의 라면을 출시한 것은 삼양식품의 창업자 전중윤 회장이었다. 일본 묘조식품(明星食品)의 회장을 집요하게 설득해 한국시장에 도입된 '삼양라면'은 국물과 면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혁신적인 식품이었다. 무료로 기술을 받고, 로열티도 없었던 파격적 계약 덕에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인 10원에 출시되었다. 출시 당시 커피 한잔이 35원, 담배한갑이 25원, 자장면이 25원이었던 시절이었다. 삼양라면은 한국인의 허기를 달래주는 '국민 식품'이 되었다.1971년, 롯데공업(후의 농심)이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의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라면 시장을 노렸다. 롯데공업은 초기에 '롯데라면'을 출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삼양라면은 시장점유율 70%를 넘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열세를 면치 못하던 롯데공업은 라면 사업을 삼양에 매각하는 것까지 고려할 정도였다.전세를 뒤집은 건 1982년,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춘호 회장이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안성탕면'과 '너구리'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삼양이 닭육수를 고집할 때 농심은 쇠고기 육수로 차별화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게임체인저였다. 적절한 매운맛은 한국인의 혀를 사로잡았고, 시장 점유율은 점점 농심 쪽으로 기울어 갔다. 승승장구하던 농심과 달리, 삼양에겐 재앙이 닥쳤다. 1989년,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소기름(牛脂)을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경쟁사의 고발로 추정되는 이 사건은 삼양을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10년 가까운 법정 싸움 끝에 우지가 건강에 무해하다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시장점유율은 10%대로 추락했다. '가짜뉴스'의 원조 격인 이 사건으로 한 기업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라면시장에는 이때부터 농심의 독주 체제가 이어진다.파산 위기에 몰린 삼양은 2012년, 승부수를 던진다. 당시 불닭, 매운갈비 등 매운맛 열풍이 만들어진 것에 주목하며 만든 것이 극한의 매운맛을 강조한 '불닭볶음면'이었다.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해외에서 '불닭 도전' 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판매 금지 조치(너무 매워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의 정부 리콜 조치)가 역설적으로 '핫 챌린지'라는 전 세계적 현상을 만들어냈다. 금지된 맛에 대한 호기심이 글로벌 마케팅의 엔진이 된 것이다. 삼양은 이때부터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삼양의 글로벌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은 국내 생산이지만 현지 니즈를 철저히 반영한 현지화 전략에 있다. 미주는 화이트 소스로, 중동은 할랄 인증으로, 유럽은 저나트륨 제품으로 현지 입맛을 공략했다. 2024년, 해외 매출 비중 77%, 그중 89.7%가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하며 단일 제품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했다. 급기야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을 제치며, "라면=농심"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 왔다.농심의 글로벌 전략은 1994년 LA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에 이어 2022년 미국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을 개시하면서 꾸준히 시장을 넓혀갔다. 중국에서도 상하이에 이어 청도, 심양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현지화를 꾸준히 하며 현지 유통장악력을 앞세워 시장을 서서히 안정적으로 확장해 왔다.두 브랜드의 성공 DNA농심과 삼양의 경쟁은 상반된 전략의 성공사례다. 농심은 신라면을 필두로 정통의 맛을 지키며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현지생산의 글로벌 인프라로 안정적 성장을 추구했다. 반면 삼양은 불닭이라는 파격적 제품 하나로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국내생산을 통해 K푸드라는 브랜드 정체성, 안정적 품질을 추구하며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으로 빠르게 시장을 침투했다. 농심이 '정통성'과 '안정성'으로 승부했다면, 삼양은 '혁신'과 '소비자 주도형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재창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두 기업 모두 K푸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품질의 일관성을 지켰다는 점이다. 경쟁브랜드인 일본과 인도네시아 제품 대비 고품질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이유다.배고픔을 달래던 구황식품에서 시작해 한류의 첨병이 된 라면의 여정은 K푸드 세계화의 교과서다. 농심과 삼양의 60년 경쟁은 단순한 시장점유율 다툼이 아닌,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독창적 문화 코드를 창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이 세계의 식문화를 바꾸고 있다. 맵고 뜨거운 한 그릇의 라면이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이 역설적 성공 스토리 속에서, K푸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2025.04.12 10:00

4분 소요
부동산 ‘찐 고수’들이 만든 앱, 아직도 모르세요?[이코노 인터뷰]

부동산 일반

부동산은 어렵다. 내 집을 구하는 것도, 내 집을 파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이사를 3.6회나 다닌다고 한다. 살면서 3~4번 정도는 집을 보러 다니는 셈이다. 물론 투자의 개념으로 봐도 부동산은 어렵다. 워낙 큰 목돈이 들어가는 분야다 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만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부동산은 주거와 투자 대상이다 보니 온 국민의 관심사다. 하지만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다. 부동산 분양사무소에서 뿌리는 정보는 객관성이 떨어지고 신문기사들은 광고기사들로 도배된 지 오래다. 현장에 가면 답이 있다지만 매번 발품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터넷 강국에서 무슨 걱정이냐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운영되는 대부분의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각종 광고성 글로 넘쳐나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진짜 정보’를 찾기 매우 어려운 시대다.‘찐 고수’들이 만든 부동산 앱정우룡 뉴글 대표가 회사 창업을 생각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가짜 정보가 넘치는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자들에게 ‘진짜 정보’를 공급하기로 결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기존 언론의 역할이 다양한 매체와 크리에이터로 분산되게 됐어요.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서 오히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난거죠. 부동산 정보 시장의 불균형을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에 뉴글을 창업하게 됐습니다.”국내에는 200여개의 부동산 프롭테크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있지만 부동산 실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은 이곳에서 양질의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프롭테크 앱들이 시세와 매물 데이터를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떤 지역의 시세를 아는 것보다 여러 부동산 관련 콘텐츠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살고 싶은 동네를 결정하거나, 투자하고 싶은 곳을 찾을 때 많은 탐색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이 적정 매수시기인지, 청약을 넣어도 되는 지역인지 등의 결정도 쉽지 않죠. 저는 이런 부동산 정보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체득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일반 사람들은 접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놀이터’를 만든거죠.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기사나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분양 리포트, 부동산 강의나 스터디 모임 등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거예요. 재밌게 즐기면서 부동산 정보도 얻는, 그런 플랫폼을 지향하는거죠.”뉴글이 기존 프롭테크 앱들과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하는 지점은 단연 ‘자체 콘텐츠들’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분양 리포트, 부동산 뉴스, 제휴된 82명의 크리에이터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과거 부동산 전문 기자로 일했던 정 대표는 뉴글 만의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업계 고수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양질의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려면 업계의 ‘찐 고수’들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동산 관련 업체 관계자와 데이터 고수를 섭외해 뉴글로 모셔왔죠. 또 전·현직 기자들로 구성된 뉴글의 필자들이 매일 작성하는 부동산 이야기는 저희의 강점입니다.”특히 정 대표는 뉴글에서 제공하는 분양 리포트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고퀄 리포트”라고 강조했다. 뉴글 분양 리포트는 22년간 분양 현장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다. 분양 현장을 정밀하게 분석한 데이터를 담았다. 뉴글 방문 회원들에게 가장 인기인 콘텐츠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분양 정보는 대부분 겉핥기식에 그치는 수준이에요. 여러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내용도 디테일이 떨어지죠. 뉴글에서 볼 수 있는 리포트처럼 정보를 핵심적으로 요약해주는 곳은 없어요. 플랫폼 방문자들도 분양 리포트를 보고 나면 느끼는 거죠. 아 여기는 ‘제대로된 플랫폼이구나’를요.”출범 초기부터 순항...“부동산 교과서 만들고파”뉴글은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출범이 1년 4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차별화된 콘텐츠 덕에 회원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이 밖에도 여러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신용보증기금 ‘리틀펭귄’에 선정됐다. 리틀펭귄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해 밀착 지원과 육성을 제공하는 신용보증기금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에는 나눔엔젤스 Seed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 경기스타트업캠퍼스 입주기업에 선정됐고 최근에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입점에도 성공했다. 뉴글의 혁신이 여러 곳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뉴글의 또 다른 차별화 지점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다. 플랫폼 방문 시 내가 관심 있는 지역,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우선 제공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뉴글은 조만간 GPS(위치기반서비스) 연동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회원 거주지역과 연관된 분양 및 급매 정보를 우선 전달하게 된다.“부동산은 다양한 개인별 상황이 반영되는 영역이에요. 학군이나 역세권, 문화시설 여부 등 개인별 취향과 함께 가족 형태, 연봉, 예상 소득 등이 더해져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되죠. 이때 뉴글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수요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끝으로 정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부동산 정보 습득을 통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세사기 사태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부동산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 재산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부동산 공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부동산 초보자들이 잘못된 정보나 자극적인 정보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저희가 멋진 ‘부동산 교과서’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줌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건전한 재테크 문화를 확립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2024.12.21 10:01

4분 소요
中 아쿠아리움도 클라스가 다르네, '고래상어' 알고보니...

국제 이슈

중국의 한 아쿠아리움이 관광객을 속이고 '로봇 상어'를 전시해 논란에 휩싸였다.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샤오메이샤 씨월드 수족관'은 오랜 기간 재단장을 거쳐 다시 손님을 맞이했다. 이곳은 6만㎡(약 1만 8150평)로 중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으며, 재개장 후 일주일 동안 무려 10만여 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특히 길이 약 20m의 고래상어가 다른 해양 생물들과 함께 전시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래상어는 세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물고기로, 몸통이 흰색 반점으로 뒤덮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시했다고 말한 고래상어는 몸통 연결 부분이 뚜렷하게 보이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로봇으로 만들어진 상어였다. 겉모습은 그럴듯해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볼 경우 기계적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고래상어를 보기 위해 약 5만 원의 입장권을 구입한 관람객들은 "사기나 다름없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관람객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래상어 전시가 가장 실망스러웠다"며 "처음엔 기대감이 가득했지만, 내가 그곳에 도착해 보게 된 것은 로봇으로 된 고래상어였다.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람객 역시 "만약 아이에게 '이 고래상어는 사실 로봇'이라고 설명한다면 아이는 의아해할 것"이라며 황당함을 드러냈다.이에 아쿠아리움 대표는 "로봇이 맞다"고 인정하며 "이는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래상어는 멸종 위기종으로 현재 거래가 금지되고 있어 로봇 상어를 전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대신 관람객을 위해 수백만 위안(100만 위안=약 1억 9000만 원)을 투자해 로봇 고래상어를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래상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기종에 해당한다.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쿠아리움이 아니라 로봇 박물관이라고 하는 게 나아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속인 건 속인 거다", "가짜를 보여주느니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4.10.18 09:30

2분 소요
법원 “최태원·동거인, 노소영에 위자료 20억 지급해야”

산업 일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낸 30억원 규모 위자료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이광우)는 22일 노 관장이 최 회장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이 공동으로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등으로 노 관장과 최 회장 사이 신뢰가 훼손됐고,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또 “원고의 정신적 충격이 분명함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이어 “피고는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인정하지 않는다”며 “부부는 정신·육체·경제적 공동체로 혼인과 가족생활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므로 제3자가 부부 공동생활을 방해하고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해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노 관장은 앞서 최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 중 지난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 이사장을 상대로 30억 원대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원고 측 대리인인 김수정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원고(노 관장)와 자녀가 겪은 고통은 어떠한 금전으로도 치유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무겁게 배상책임을 인정해 주신 것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보호하시려는 법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피고 측 대리인인 배인구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밝히면서도 “이번 소송이 원고의 혼인 파탄이 먼저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런데도 재산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위해 기획된 소송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와 가족들은 이미 십여 년 동안 치밀하게 만들어진 여론전과 가짜뉴스들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며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받아본 후에 논의해서 조속하게 의견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2024.08.22 15:03

2분 소요
“자기야 나랑 채굴할래?”…코인 시장에 사기 판친다

재테크

지난해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었음에도 사기 피해 금액이 ‘조 단위’로 나타나는 등 ‘코인 사기’ 문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기업과 재벌 총수가 투자한 코인이라며 허위 광고를 하거나 코인 거래소 직원을 사칭하는 등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연애나 결혼을 구실로 코인 투자를 꾀어내는 악랄한 수법까지 급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 금액은 5조294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1693억원이었던 피해액은 2019년 763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2020년에 213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가상자산 시장 호황기인 2021년에는 3조1282억원으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는 약세장(크립토 윈터)에 진입함에 따라 1조192억원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1조원이 넘는 큰 규모를 기록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일평균 가상자산 거래규모는 2021년 하반기보다 53% 감소했으며, 시가총액도 58% 줄었다.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최근 5년간 841건(2135명)이었다. 유형별로는 코인 투자를 하면 수익률을 내주겠다는 식으로 홍보해 투자를 끌어모으는 ‘가상자산 빙자 유사수신·다단계’가 616건(1819명)으로 전체의 73.2%를 차지했다. 이밖에 ‘기타 구매대행 사기’가 177건(224명)으로 21%, ‘가상자산 거래소 직원의 사기·횡령 등 불법행위’가 48건(92명)으로 5.7%를 차지했다.금융감독원에서 접수된 가상자산 투자 빙자 유사수신 관련 피해상담·신고 건수도 올해 1분기 59건으로 지난해 동기 40건보다 47.5%나 증가했다. 지난해 통틀어선 199건이 접수돼 2021의 119건보다 67.2% 급증했다.금감원 관계자는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한 뒤 자금을 편취하는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지난해 대비)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불법 유사수신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재용 코인, 100배 급등 확정!”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되고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기 유형과 사례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이재용 코인’이다. 유튜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만든 코인이라는 수많은 허위 광고 홍보가 올해 초까지 약 1년 넘게 올라왔다. 이재용·삼성전자뿐 아니라 ‘정의선’, ‘현대차’, ‘네옴시티’, ‘빈 살만’, ‘시진핑’ 등 키워드도 자극적으로 제목과 썸네일에 삽입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실제 피해자도 나타났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2월 초 유튜브 재테크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가 직접 개발하고 투자한 코인이며 400% 이상의 고수익이 가능하다”라는 영상을 보고 담당자에게 상담 요청을 했다. 모 투자회사 소속 담당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B는 “해외 코인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의 ‘프라이빗 세일 물량’을 확보했다”며 “현재 가격보다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투자를 유도했다.프라이빗 세일은 누구나 참여하는 것이 아닌 코인공개(ICO) 이전에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판매하는 행위다. 본래는 코인 프로젝트들이 초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소수 큰 손이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지만, 유튜브·카카오톡 오픈채팅방·텔레그램 등에서 홍보되는 프라이빗 세일들은 사기일 가능성이 많다.B는 삼성전자가 블록체인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내용을 보여주며 A씨의 신뢰감을 더 높였다. 원금을 보장한다는 약속까지 했다. 결국 A씨는 B의 말에 현혹돼 총 1000만원을 안내받은 계좌로 입금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계좌도 대포통장으로 추정된다. 이후 A씨는 출금을 요청했지만 B는 “락업 기간 동안은 매도할 수 없다”며 출금을 여러날 미루다가 결국 연락이 두절됐다.락업은 가상자산 상장 후 일정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상장 전 가상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됐다. 문제는 의도와 다르게 락업 해제 전 투자금을 편취해가거나, 락업 기간 동안 코인 가격이 급락해버리는 등의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유명 해외 코인거래소 직원을 사칭하고 코인 가격 그래프를 조작하는 사례도 있었다. C씨는 지난해 12월 코인으로 주식리딩방 손실에 대해 보상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해외 거래소 소속 직원이라는 D는 C씨에게 □□코인을 추천했다.D는 카카오톡으로 도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분증과 위조 명함을 제시하면서 “□□코인은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며 높은 가격으로 조작된 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여줬다. 이어 D는 고수익을 위해 ‘레버리지 투자’를 도와준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했고 이후 수건의 대출을 실행시켰다. D는 C씨에게 자체 개발 지갑사이트에 □□코인이 입고됐으니 알려준 계좌로 빠르게 입금하라고 재촉했다. 이 지갑사이트마저 조작된 것이었다.C씨는 결국 해외 거래소 직원이라는 D의 지위와 조작 사이트에서 보여지는 코인의 잔고를 믿고 담당자에게 총 1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C씨는 출금을 요청했지만 담장자는 연락을 끊고 투자금을 편취해 사라졌다.지난 4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거래소 임직원을 사칭한 사칭범이 ‘투자 리딩방에서 손실 본 걸 코인으로 보상해 주겠다’며 접근해 링크를 전달하여 사이트 가입 및 지갑 생성을 유도한다는 사기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사칭범은 업비트 임직원의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 이미지를 전송해 사칭하고 있으니 QR 코드 혹은 해당 링크에 접속하지 말고 제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을 거론하는 조금 더 과감한 사례도 있다. E씨는 C씨처럼 주식리딩방에서 손실을 봤는데 이 리딩방의 손실보상팀이라고 하는 F로부터 코인 투자 권유하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F는 금감원 명의의 가짜 문서를 제시하며 “금감원 권고 조치에 따라 손실을 본 고객들에게 손실 보상을 해준다”고 E씨를 설득했다. E씨는 당연히 금융당국의 공식 문서라 생각하고 믿음이 생겨 총 3500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F와 연락은 두절됐다.악랄함은 어디까지?…급증하는 ‘사랑의 사기꾼’사람의 감정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기 수법도 급증하고 있다. 바로 연애나 결혼 등을 빌미로 접근해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뜯어가는 ‘로맨스 스캠’이다.국내 블록체인 가상자산 규제기술 전문 기업 웁살라시큐리티의 ‘가상자산피해대응센터’(CIRC)에 따르면 지난해 CIRC를 통해 신고된 사건 중 로맨스 스캠이 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21년 대비 10% 상승한 수치다. 암호화폐 지갑 프라이빗 키 유출 사고가 22%, ICO 투자 사기·리딩방 사기가 17%로 뒤를 이었다. 또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로맨스 스캠이 기브어웨이(에어드롭), 사칭, 투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른 유형의 스캠보다 피해액이 월등히 컸다. 로맨스 스캠을 당한 피해자들은 평균 1만6000달러(약 207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기꾼들에게 입금했다.기존 로맨스 스캠은 특정 코인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사기가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굴 사이트 가입을 통한 채굴 수익을 미끼로 한 사기 수법이 변화했다는 게 웁살라시큐리티의 분석이다.지난해 3월 한 30대 남성 G씨는 데이팅 앱에서 30대 대만인 여성과 만나 결혼까지 제안할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다. 어느날 여성은 코인 채굴기에 투자하면 하루에 최대 2%씩 이자를 준다며 함께 부업을 하자고 소개했다. G씨는 세 차례 정도 소액을 넣어 이자를 얻고 출금에도 문제가 없자 이후 대출까지 받아 2억원 이상 투자했다. 그러나 갑자기 출금이 막히고 사이트가 폐쇄됐으며 여성과의 연락도 끊겼다. 지난 1월 그룹 클릭비 출신 김상혁도 로맨스 스캠을 당해 2000만원을 날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속는 셈 치자’며 100만원만 넣어봤다는 그는 실제로 6시간마다 6000원 정도의 배당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김상혁은 “하루에 2만4000원의 배당금이면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생각에 조금씩 지갑에 돈을 늘리다보니 2000만원을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박정섭 웁살라시큐리티 CIRC 수석연구원은 “처음에는 소액 투자를 요청하면서 수익률이 보장됨을 확신시켜 준다”며 “결국 거액이 투자되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현금화가 어렵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나아가 해당 자산을 현금화 하기 위한 추가 입금을 요구해 이를 위해 별도 대출까지 받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수법이니 주의를 바란다”고 당부했다.늘어나는 코인 사기에 금감원 ‘신고센터’ 가동나날이 다양화하고 지능화하는 가상자산 투자사기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설치해 6월 1일부터 연말까지 7개월 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 신고센터는 금융사기전담대응단을 컨트롤타워로 해 민생금융국, 자산운용검사국 등 유관부서와 협업할 예정이다. 또 수사 필요사항은 검찰 등 수사기관과도 긴밀히 공조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에게 전파해야 할 사항은 신속히 금융소비자경보를 발령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제도 공백기를 틈타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법 시행 전이라도 선제적인 대응하기 위해 전담 신고센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2023.06.19 06:00

6분 소요
“소보다 못한 대체육의 저주”…축산인구 100만명이 휘청인다

유통

#. 이마트 매장 내 축산 코너. 냉동 제품을 파는 냉동고에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티드’ 제품이 진열돼 있다. 버거 패티부터 민스, 슬라이스 구이용, 풀드 바비큐까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일명 ‘가짜 고기’다.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언리미티드 제품은 올해 1~6월까지 3000개가 넘게 판매 됐다. 판매수량은 많지 않지만 매월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인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대체육 시장이 커지면서 이마트는 냉동 뿐 아니라 냉장 쪽에도 대체육 관련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이다. ‘새로운 고기’의 등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정부와 유통 기업들은 대체육을 미래식량으로 키운다는 기조지만, 육류시장을 사수하고자 하는 축산업계는 이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축산 매대에서 식물성 식품을 팔아선 안 되고, 대체 식품에 ‘고기’ 또는 ‘육(肉)’ 자 사용을 금지해야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올해 초 축산대체식품 육성 기술개발에 향후 5년간 99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히자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는 즉각 반대성명서를 내고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축단협은 대체육을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배양육 등 식품첨가물 시장의 확대라고 봤다. 이들이 대체육 시장에 반기를 드는 주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대체육이 육류를 대체할 수 없는 점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의혹 ▲국내 축산업의 축소 등이다. ━ 고기? 대체 고기?…영양 성분은 다르다 축산업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대체육이 전통 축산 시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기와 연장선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분류에서 대체육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이번 논쟁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가장 큰 차이로 영양 성분이 꼽힌다. 대체육은 크게 콩고기라 불리는 식물성 대체육과 동물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배양육으로 나뉜다. 배양육은 생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어 현재 유통되는 대체육은 대부분 식물성 단백질이다. 육류 고기와는 다른 종류의 단백질이기 때문에 영양 성분에도 차이가 난다. 실제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미국 듀크대 연구팀의 ‘대체육 상품 18개 제품과 소고기 제품 18개 비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종류의 식품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함량에선 큰 차이가 없었지만, 대사산물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대체육보다 소고기 제품에 대사산물이 월등히 많았다. 특히 염증과 면역력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스쿠알렌, 안세린, 시스테아민 등은 소고기 제품에서만 확인됐다. 반대로 대체육에만 있는 대사산물도 있었다. 연구팀은 두 제품의 영양성분이 서로 달라 대체육이 육류제품을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식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대체육 기술이 발전하면서 육류와 비슷한 형태를 구현하지만 질근질근 씹히는 육류 식감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식물성 단백질은 특히 기존 육류와 다른 식감을 낸다. 결국 대체육이 함박스테이크나 햄버거 패티와 같은 분쇄육 효과만 낼 뿐 스테이크와 같은 육류 요리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 인공첨가물 더해진 가공식품…GMO 우려도 대체육이 가공식품으로 사실상 안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대체육은 실제 고기와 유사한 모양과 식감, 맛을 내기 위한 인공첨가물이 더해지고 여러 차례 가공처리를 거친 상품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대체육 제품의 성분표를 살펴보면 나트륨, 포화지방 성분 등을 함유한 다양한 첨가물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대체육에는 육류와 같은 붉은 색을 내기 위한 색소가 더해지는 데 이 중에는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레그헤모글로빈’이라는 성분이 포함된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콩이나 식물뿌리혹에서 추출하는 데 일부 외국 식품업체에서 이 레그헤모글로빈을 추출할 때 유전자변형 콩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됐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와 관련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안전성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체육 생산 과정이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은데다 100만명 넘게 종사하고 있는 국내 축산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축산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유용 서울대 교수(동물생명공학)는 “대체육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데도 상당한 양의 전기가 사용되고, 식물성 고기를 만들기 위해 대량의 물과 재료가 필요하다”면서 “또 무엇보다 대체육 생산으로 죽어가는 돼지와 소 등을 처리하는 행위가 친환경적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또 대체육이 축산 농가를 비롯해 사료업체, 운송업체, 식당 등 국내 축산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대체육은 국내 축산산업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식품 안전성에 대해서도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같은 해외국가에서 사기업이 아닌 정부가 대체육 개발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 명확한 기준 마련돼야…법적 기반 미비 전문가들은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대체육이 하나의 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관리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체육의 법적 정의는 불명확한 상태다. 원료와 제조 기준에 대한 규정도 없다. 다만 현행법상 대체 단백질로 분류돼 원재료가 곡물이면 곡류가공품, 콩이면 두류가공품으로 분류된 기준을 따르고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대체육 상품에 기존 육류제품 용어 사용이 불가하다는 법이 통과 됐다”면서 “명칭에서 고기를 뺄지 말지, 대체단백질 시장의 기준이 어디를 따라야 할지 업계와 소비자 혼란을 하루 빨리 줄이기 위해서라도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은 다르지만 대체육 사업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도 하루빨리 합리적인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A사 관계자는 “현재 대체육은 ‘고기’, ‘육’ 등으로 표시 및 광고를 할 수 없어 ‘미트, 베지’ 등 고기 우회적인 표현을 마케팅에 쓰고 있다”면서 “정작 마트에 납품할때는 고기로 취급돼 대장균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게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B사 관계자도 “대체육에 대한 FM적인 룰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미 투자와 제품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명확한 분류와 가이드라인이 뒤늦게 나온다면 기껏 개발한 제품에서 성분을 빼거나 추가하는 등 소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체육이 아직 국내에선 태동기를 거치고 있지만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 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명확한 규제 안에서 안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024년까지 식물성 고기, 배양육 등 대체육에 대한 식품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체육 관련 논쟁이 가속화되는 만큼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07.08 10:00

4분 소요
가짜고기? 친환경고기?…MZ세대에게 ‘대체육’이란 [체크리포트]

유통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10명 중 7명이 ‘환경을 생각해 대체육으로 식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30세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체육 인식과 관련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일반 육류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 90%에서 2030년 72%로 줄고, 2040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MZ세대는 대체육에 대해서 67.6%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향후 대체육으로 음식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환경을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71.4%로 가장 높게 나왔다. 또한 53.2%가 대체육의 소비가 공장식 사육 등 동물복지 문제 근절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대체육의 소비 행태 또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대체육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2.6%로 MZ세대 10명 중 4명은 대체육을 섭취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중 대부분은 대형마트(37.6%)나 일반 식당(33.6%)에서 대체육을 소비했다고 답했다. 경험해 본 대체육 종류로는 샌드위치나 샐러드에 들어가는 햄 등의 돼지고기 대체육(40.6%)이 가장 높았고, 햄버거 패티 등에 들어가는 소고기 대체육(34.5%)의 경험이 다음으로 많았다. 대체육 시장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됐다. 아직 대체육을 경험해 보지 못한 대상 중 앞으로도 경험해 볼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21.8%에 그친 반면 78.2%의 응답자가 대체육을 먹어본 경험은 없지만 향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2.02.05 12:00

2분 소요
“이중에 어떤 게 대체육일까요?”…블라인드 테스트해보니 대체육  경쟁력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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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키보다 큰 기계에서 납작한 고기패티가 쏟아져 나온다. 패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곧장 급속 냉동실로 들어간다. 쉽게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패티를 진공 포장하면 소비자에게 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선 육류가공 공장이라면 날 법한 피 냄새가 안 난다. 고깃덩어리를 넣고 분쇄하는 공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고기를 만들어내는 설비가 공장 한쪽에 있다. 진짜 고기였다면 마블링을 만들어냈을 지방부터 비릿한 풍미를 내는 가짜 피, 그리고 재료를 풀어지지 않게 하는 결착재까지 이곳에서 만든다. 이것들을 섞은 뒤 모양을 내면 패티가 나온다. 이곳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디보션푸드’가 지난 7월 충북 음성군에 세운 공장이다. 약 1653㎡(500평) 공간에서 대체육 패티를 하루 3t까지 만들 수 있다. 한 달 시운전을 마치고 이달 말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지만, 모르고도 사 먹을 수 있다. 유력 식품업체에 납품을 앞두고 있어서다. 실전을 코앞에 두고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을 지난 23일 찾았다. 처음으로 공장을 공개한단 박 대표지만, 불문에 부쳐지는 설비가 많았다. 식물성 피나 결착제 등 재료를 만드는 공정이 그랬다. 이곳에선 본격적인 생산 공정에 앞서 재료를 준비한단 뜻에서 ‘전처리 공정’이라고 부른다. 다른 업체에서 따라 할까 봐 특허 등록도 안 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 업계에선 설비만 봐도 ‘어떻게 만들어내는구나’ 단박에 아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괜한 걱정이 아닌 듯하다. 신세계푸드·농심 등 식품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서다. 기술력을 내걸고 나온 경쟁 스타트업도 있다. 공동 창업자인 이용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식물성 지방은 A사가 좋다’라는 식으로 업계 표준이 없다 보니 원천기술 싸움이 심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분자요리를 전공했다는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는 연구진과 함께 지난 2년간 이 재료들을 개발해왔다. 진짜 고기와 다르지 않은 식감을 내는 게 목표였다. 대신 칼로리는 더 낮고 영양소는 더 많게 했다. 2018년 처음 창업했을 땐 미국에서 함께 요리를 배운 이 CTO와 둘이서 시작했지만, 판이 커지면서 약학·영양학 박사들이 개발에 합류했다. 처음 만든 결과물은 형편없었다. 박 대표는 “10명이 시식했는데 맛있다고 한 사람이 한 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버전은 달랐다. 500명 중 70%가 호평했다. 요식업계에서도 이 정도면 ‘대박 메뉴’로 친다. 맛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지난해 시리즈A 라운드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삼성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탈(VC)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 경쟁사 제품과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니 사실 식물성 고기의 역사는 짧지 않다. 국내에서도 콩·쌀겨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콩고기’가 1971년에 처음 나왔다. 그런데도 투자사에서 이 업체에 관심을 가진 건 식물성 피를 만드는 기술 때문이었다. 현재 시장에선 대체육 제품 중 미국 ‘비욘드미트(Beyond Meat)’에서 만든 걸 가장 고급으로 친다. 100g당 1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그런데도 이 회사 제품을 프라이팬에 구워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노릇하게 색깔이 변하는 진짜 고기와 다르게, 붉은색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생고기를 연출하려고 낸 붉은 색 색소가 유지돼서 그렇다. 이걸 해결한 게 미국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였다. 콩 뿌리에서 인간 헤모글로빈과 유전적으로 70% 닮은 성분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걸 맥주 발효법을 차용해 대량 생산했다. 덕분에 이 회사 제품은 구웠을 때도 진짜 고기의 외양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3년 차 신생 스타트업이 이 기술을 구현했다고 하니 주목받는 건 당연했다. 관건은 맛이다. 동물의 피는 지방과 함께 풍미를 내는 요소로 여겨진다. 이 업체에서 개발한 식물성 피가 맛까지 따라 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서 기자가 패스트푸드업체 L사의 만든 불고기버거와 비욘드미트·디보션푸드 패티를 각각 넣은 버거를 차례로 시식했다. 안대를 껴서 눈으론 구분 못 하게 했다. L사 불고기버거는 바로 알아챘다. 첫 번째 사진에서 가운데 것이다. 강한 불고기 소스 맛에 꾸덕꾸덕한 식감이 익숙했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이 디보션푸드 패티로 만든 버거였다. L사 패티보다 맛이 담백한데, 취향에 따라 이쪽을 더 좋아할 사람이 있을 법했다. 맛만큼 쉽게 느껴진 건 식감이었다. 고기패티와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씹는 맛이 있었다. 반면 사진에서 왼쪽인 비욘드미트의 패티는 씹는 순간 입자들이 흩어졌다. 적어도 ‘업계 1위’ 비욘드미트와 한번 붙어볼 만한 실력은 갖춘 듯했다. 비욘드미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대체육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4억680만 달러(4751억4240만원) 매출을 올렸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9년보다 36.6% 늘었다. 전 직원 6명인 디보션푸드는 공장 오픈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08.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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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정용진의 남다른 '대체肉 관심'…사업전략은 달라

유통

재계 '인싸(인사이더,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로 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체육에 꽂혔다. 두 총수 모두 미래 먹거리 전략으로 대체육을 선택한 모양새다. 대체육은 콩을 재료로 고기 맛을 낸다고 해서 일명 '가짜 고기', '콩고기'로도 불린다.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가치소비’ 바람을 타고 핫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 가짜 고기에 남다른 관심…서로 다른 전략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40년이면 60% 이상을 차지하며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추월할 전망. 그만큼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최 회장과 정 부회장은 대체식품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가 국내 기업들의 대체육 시장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서도 두 총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전략은 다르다. 최 회장이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주요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반면, 정 부회장은 대체육을 직접 개발해 선보이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을 쓰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최근 독자기술을 통해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는 대체육에 대한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2016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5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대체육은 그동안 일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으로 여겨졌지만, 베러미트는 고기보다 더 맛있는 대체육을 통해 진짜 고기를 즐기는 이들을 겨냥한다는 복안이다. 브랜드명 베러미트는 ‘고기보다 더 좋은 대체육으로 인류의 건강과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해 기여하자’는 의미. 정 부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의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통해 대체육 사업을 적극 육성해왔다. 지난해 이마트는 식물성 단백질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 벤슨힐바이오시스템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친환경 먹거리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8월부터 이마트 22개 점포에 식물성 원재료만 취급하는 채식주의존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4월 노브랜드버거를 통해 대체육을 활용한 노치킨 너겟을 선보이며 대체육 시장 성장성을 점치기도 했다. ━ SNS에 발효단백질 아이스크림 칭찬, 이유는 정 부회장이 국내를 주 무대로 활동 중이라면 최 회장은 철저히 해외파다. 최 회장이 최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 대체식품 역시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브랜드들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날 최 회장은 아이스크림, 고기, 우유, 치즈 등의 대체식품을 소개하면서 “이 중 1등은 단연 발효단백질 바닐라 아이스크림, 대체 유단백질로 바닐라 맛을 살리기가 가장 어렵다”면서 브레이브로봇 제품을 치켜세웠다. 해당 아이스크림은 미국 발효 단백질 선도기업인 퍼펙트데이의 첫 브랜드. 최 회장이 지난해 약 540억원을 투자한 곳이다. 재계 ‘ESG 전도사’로 알려진 최 회장의 대체육 전략은 투자를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다. 미국에선 퍼펙트데이를 시작으로 대체 단백질 개발사인 네이처스 파인드에도 약 290억원을 투자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중이다. 영국의 대체육 생산기업인 미트리스팜과도 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중국의 선도 F&B 유통기업인 조이비오그룹과 1000억원대 펀드를 조성하면서 대체식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인 중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뒤 아시아 대체식품 시장을 순차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 미래 먹거리에 ESG까지…황금 시장으로 업계에선 수장들이 대체식품에 직접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련 투자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장점인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휘해 대체육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고, 최 회장은 식물성 대체육 분야로의 포트폴리오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 측은 독자 기술의 대체육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고기는 규제가 많아 해외 수출이 쉽지 않지만 대체육은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 수출을 통한 시장 개척이 수월하다. 신세계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 뿐 아니라 세계 시장 교두보로서의 활로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재계 화두인 ESG 방향과도 맞닿아 있어 대체육은 그야말로 두 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황금 시장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대체육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선도 기업들이 투자와 기술력을 무기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새 활로가 열릴 것”이라면서 “환경과 동물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과 함께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대체육이 곧 일상으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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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가 ‘가짜 고기’를 만드는 ‘진짜 이유’

유통

신세계푸드가 ‘가짜 고기’라 불리는 대체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돼지고기 대체육 브랜드를 내놓고 미래 식품기업으로의 제2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대체육은 채식주의 바람을 타고 급부상하는 시장이다.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열풍 속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관된다. 감쪽같은 ‘가짜 고기’를 만드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Better meat’ 론칭…대체육 사업 진출 28일 신세계푸드는 자체기술을 활용해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슬라이스 햄)을 선보였다. 대체육 시장으로의 첫 진출이다. 브랜드명 ‘베러미트’는 ‘고기보다 더 좋은 대체육으로 인류의 건강과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해 기여하자’는 신세계푸드의 의지를 담았다.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시장에 눈독을 들인 건 이미 큰 그림을 그려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래식품기업으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대체육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일찌감치 내린 것이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신세계푸드가 대체육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그러던 중 일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품으로 여겨졌던 대체육이 실제 고기와 맛, 식감 등은 유사하면서 영양성분도 뛰어난 착한 단백질로 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건강과 식품안전,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화되면서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대체육 첫 제품의 맛과 품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본격 진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40년엔 ‘기존 육류 시장’ 규모 추월 업계에선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의 성장성을 큰 배경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하며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선 대체육이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례로 미국 시장에서 대체육의 판매량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1%나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5조2500억원에서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 역시 약 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성장 가능성은 어느 분야보다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 등 글로벌 기업의 성장이 대체육을 일상적인 소비제품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ESG경영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전통적 육류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대체육이 각광 받으면서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과 함께 관련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무엇보다 해외 진출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고기의 경우 규제가 있어 해외 수출이 쉽지 않지만 대체육의 경우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체 기술을 가지고 개발한 뒤 해외 수출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식품기업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 뿐 아니라 세계 시장 교두보로서의 활로가 되는 셈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웰빙이나 ESG, 비건 열풍 등 다양한 대체육들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 신세계푸드 독자기술로 개발해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그간 미국 같은 나라는 고기를 수출할 수 없었는데 대체육의 경우 해외시장을 뚫기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탱글탱글 탄력성…쫄깃한 식감까지 구현 신세계푸드가 독자기술로 선보일 첫 제품은 돼지고기 대체육 햄인 ‘콜드컷’이다. 대체육 시장은 소고기 대체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돼지고기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육류 소비행태 변화와 대응과제’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국내 소비자 1인당 육류 소비 비중은 돼지고기가 49.1%로 가장 높았고, 닭고기(27.1%)와 소고기(23.8%)가 뒤를 이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섭취시 고기 원물을 구이, 볶음, 찜으로 조리해 먹거나 햄, 소시지 등 가공제품으로 즐기는 것에 익숙한 만큼, 베러미트 대체육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풍미와 식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슬라이스 햄의 한 종류인 콜드컷으로 첫 제품을 출시했다. 베러미트의 콜드컷은 콩에서 추출한 대두단백과 식물성 유지성분을 이용해 고기의 감칠맛과 풍미가 살아있다는 게 신세계푸드 측 설명이다. 식이섬유와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활용해 햄 고유의 탱글탱글한 탄력성과 쫄깃한 식감도 똑같이 구현됐다. 비트와 파프리카 등에서 추출한 소재로 고기 특유의 붉은 색상과 외형도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시중에 판매 중인 대체육들의 단점으로 지목됐던 퍽퍽한 식감은 주요 재료들의 ‘배합 비율과 온도’로 해결했다. 신세계푸드가 찾아낸 최적의 조건이 적용되면서다. 늘, 후추, 넛맥, 생강 등을 활용해 대두단백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완벽히 제거됐다. 신세계푸드는 베러미트 콜드컷 제조에 사용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육류 식감 재현 기술’에 대해 특허 출원도 진행했다. 베러미트의 콜드컷은 부드러운 이탈리안 정통 햄 ‘볼로냐’, 다양한 향신료가 어우러진 독일 정통 햄 ‘슁켄’, 고소한 맛의 이탈리안 정통 햄 ‘모르타델라’ 등 3종으로 개발됐다. 그 중 신세계푸드는 최근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샌드위치, 샐러드의 재료로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시장 확장성이 높은 ‘볼로냐’ 콜드컷을 가장 먼저 내놓기로 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베러미트 대체육의 맛과 식감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볼로냐’ 콜드컷을 넣은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를 개발했다. 29일부터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맛볼 수 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7.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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