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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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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산업 일반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은 증권사 샐러리맨 출신이다. 지난 89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증권맨에서 대한민국 가치투자의 선도주자인 신영자산운용 사장에 오르기까지 그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지난 6월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신영자산운용을 찾아 허남권 사장을 만났다. 지금으로부터 30년이 다 된 시절 이야기다. 1980년 1월 100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1989년, 드디어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1000포인트 돌파한 이후 최고의 직장은 단연 증권사였다. 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앞다퉈 증권사로 몰렸다. 고려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던 허남권(54) 신영자산운용 사장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무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영증권에 입사했다.어렵게 증권사에 들어왔지만 증권맨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명색이 애널리스트인데 롤러코스터 같은 장세에 주식 예측은커녕 소문에만 의존해 테마주만 쫓아가기 일쑤였다. 어디가서 증권맨이 직업이라고 얘기하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3년치 연봉을 몽땅 날리고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도대체 ‘주식 한 주의 가치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때부터 기업 가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장고 끝에 다수가 하지 않는 주식 투자법을 자신이 먼저 갈고 닦아보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 정보가 귀했다. 근무지였던 서울 강남지점에서 기업들의 보고서 자료가 비치된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오가려니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게 들었다. 그렇게 독학으로 기업의 수익가치 등 개념에 눈을 떴다. 마침내 7년 차 대리 시절이던 1995년, 그는 신영증권 자회사 신영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합류 후 그는 ‘많이 벌기보다는 항상 벌어야 한다’는 투자원칙을 세웠다. 항상 벌기 위해서는 가치투자가 답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에 비해 충분히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투자방법이다. 허 사장은 신영의 가치투자 운용방식으로 ‘신영마라톤’, ‘신영고배당’ 펀드를 만들었고,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이 됐다. 결과적으로 그의 투자는 옳았다. 신영자산운용과 펀드수퍼마켓에 따르면,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는 신영마라톤펀드는 지난 2002년 설정 이래 누적 수익률이 500%가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박스피 장세에서도 최근 5년간 누적 수익률(6월16일 기준)이 71%다. 2003년 선보인 고배당 기업에 투자하는 신영고 배당펀드는 640%를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신영고배당펀드 누적수익률은 81%나 된다.꾸준한 수익을 낸 덕분에 지금도 투자자들의 돈이 신영으로 몰리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중소형사이지만 운용자산 규모는 대형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신영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운용자산은 현재 4조7000억원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일임 자산까지 포함하면 무려 12조 원에 달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00년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올랐고, 2014년에는 CIO를 겸직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부사장으로 지낸 지 3년 만인 지난 5월26일, 그는 3년 임기의 신영자산운용 사장직에 올랐다. ━ 사장이면서 최고투자책임자(CIO) 겸직 취임 후 일주일이 지난 6월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신영자산운용 허 사장의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직함이 바뀐 것 이외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투자자와 직원들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겸손해 했다. 허 사장은 그동안 담당했던 CIO를 계속 맡기로 했다. 그는 운용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자 운용 철학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17년간 CIO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CIO를 맡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최근 상승 랠리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6월 14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2387.29포인트를 찍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올 들어 지난 6월16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335포인트(16%)가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스피 지수가 32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2022년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허 사장은 앞으로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허 대표는 “올 들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2007년 이후 최대치”라며 “코스피 상승 랠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같이 생각하는 첫째 이유는 아직까지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그 회사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11배로 미국(17배), 필리핀(17.8배), 인도네시아(15.5배)보다도 낮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 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월부터 6월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7조947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던 5월 초부터 2개월간 3조 3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한 달간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2159억원으로 직전 달보다 29.3% 증가했다. 허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코스피지수 상승세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PER가 미국의 절반만 돼도 3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도 상승랠리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수 있도록 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기관 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상장사는 ‘짠물 배당’으로 전세계 투자자 사이 악명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3%다. 한국 상장사의 순이익이 100만원이라면 1년 동안 19만3000원의 배당을 받는다는 뜻이다. 유럽연합(81.4%) 미국(53.8%) 일본(35.2%)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62.5%)보다 낮은 수준이다. ━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이 주가 끌어올려 여기에 늘어나는 상장사 기업 수익도 배당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통계를 보면 코스피 상장법인의 현금 배당액은 2014년 15조4948억 원에서 지난해 21조7807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주요 경제 공약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슈들이 많은 만큼 이는 곧 기업들의 배당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배구조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허 사장은 “앞으로 한국의 폐쇄적인 기업문화, 소액주주와의 소극적 소통과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한국 증시는 상승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3000포인트를 언제 넘어설지를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앞으로 지주사나 배당주 투자가 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지주회사의 지분가치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반대 없이 대주주 지분을 늘리려면 배당을 확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16일 종가 기준으로 LG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9.3%, SK는 8% 올랐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올해 초부터 지주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국민연금은 주요 그룹의 지주사인 SK, GS, 한진칼의 지분을 지난해 말 대비 1~2%포인트 가량 높였다. SK 지분은 지난해 말 7.4%에서 8.4%로 늘었다.그는 배당주 투자자라면 배당 측면에서 우선주가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주가가 보통주보다 낮지만,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어 주요 기업 배당성향 강화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률은 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52개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80%로 연 1.5% 안팎인 정기예금 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7% 안팎)보다 높다. 주가가 제 자리를 유지해도 예금보다 낫다는 의미다. 성적도 괜찮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고배당 종목에 투자하는 국내 48개 배당주 펀드는 올 들어 지난 6월16일까지 15%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중소형주 펀드는 10%, 일반 주식형펀드 13%다.그는 앞으로 중소형주도 눈여겨볼 종목이라고 강조한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중소형주가 수혜를 입을 수 있어서다. 신영자산운용은 오는 7월 성과보수형 중소형주 펀드를 출시한다. 신영자산운용에서 출시하는 첫 중소형주 펀드이자 허 사장이 취임 후 내 놓는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사진 김춘동 기자

2017.06.23 17:51

6분 소요
[가치투자 전문가 6명이 말하는 ‘신(新) 가치투자 전략’] 못난이로 오해 받는 미인 찾아 구애하라

산업 일반

‘증시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기업가치(기업이익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를 중시하는 가치 투자자는 매우 고통스러운 국면에 있다. 증시 하락 국면에서보다 더 큰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다.’ 지난 3월 신한금융투자가 낸 보고서 중 일부다.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상장 종목을 5등급으로 나눠 최근 3개월 수익률을 조사했더니, PER가 가장 높은 종목군이 가장 싼 종목군보다 수익률이 더 좋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한 증시에서 고평가된 종목이 저평가 종목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싼 종목을 골라 오래 보유하라’라는 원칙을 따르는 가치 투자자 입장에선 한숨이 나올 만한 통계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한샘·호텔신라처럼 PER가 40배 이상 비싼 주식 가격은 크게 올랐다. PER는 현재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에 비해 주식이 비싸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싼 주식 장기 보유’만으론 2% 부족 그렇다고 가치투자를 접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가 않다. 3개월 수익률을 놓고 ‘박탈감’을 운운하는 자체가 가치투자의 철학과 맞지 않다. 더욱이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달리는 말(급등하는 주식)’에 잘못 올라탔다가 낙마하는 수가 있다. 물론 단기 수익률만 따지면 가치투자가 손해 본 장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늘려 보면 다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2조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시기 ‘가치주 펀드’에는 1조원이 순유입됐다.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좋아서다. 펀드 평가사 등에 따르면 55개 가치주 펀드의 3년 평균 수익률은 12%가량 된다. 이 시기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 갇혀 0.8% 오르는데 그쳤다. 펀드매니저 600여명의 3년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10명 중 8명이 가치투자자였다.중요한 것은 가치투자도 가치투자 나름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싼 주식을 사서 무작정 오래 보유하는 것’을 가치투자로 여기던 시절은 지났다. 또한 가치투자가 단기 매매보다 투자 수익률이 낮다는 것 역시 오해다. 가치투자 전략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펀드시장을 주름잡는 가치투자 대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할까? 2008년 결성된 ‘가치투자포럼’ 회원 6명으로부터 비법을 들었다.전문가들은 일단 좋은 비즈니스모델에 주목했다. 막연한 시장 전망이나 저렴한 주가가 아니라, 사업성 자체가 ‘가치’ 있어야 한다는 전제다. 사업이 잘될 수 있는 기업인데 단기 실적이 부진하거나 호재를 못 만난 종목이 이들의 노림수다. ‘저평가된 싼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단기 악재가 산적해 있지만 비즈니스모델이 우수한 홈쇼핑에 주목하고 있다”며 “또 독특한 성장 전략을 가진 금융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역발상 투자를 선호하는 그는 시장의 오해로 주가가 잘못 평가된 기업에서 투자기회를 찾는다. 최 대표는 “오해를 겪은 기업의 주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해가 풀리면서 주가가 반등한다”면서 “지난해 반정부 시위로 경제가 흔들린 태국에 투자해 100% 가까이 수익률을 올린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미 여러 차례 태국공항을 탐방해 기업의 실제 가치를 잘 알고 있었던 그는 반정부 시위가 격해져 태국공항 주식이 급락하자 집중 투자를 결정해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 기업 외형에 휘둘리지 말라 장기투자·분산투자·균분투자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당신이 오너가 되어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만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인가’로 투자를 판단한다. 오너의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한단 얘기다. 허 부사장은 현재 일본의 화장품 등 내수산업에 연관성이 높은 회사들에 투자하고 있다. 엔저 영향으로 중국 특수가 예상되고 오랜 기간 이어진 불황을 견딘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절대 저평가주에 투자하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아무리 최고의 기업이라 해도 주가가 이미 크게 올랐다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며 “반드시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돼 정말 싸다고 생각될 때만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 부사장이 판단하는 기준은 PER 10배 이하, PBR 0.5배 이하다.중국의 1등주에 관심을 쏟는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전무는 “장기투자가 가능한가, 수요가 안정적인가, 기업의 경쟁력이 있는가를 주로 본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 소비재와 관련한 한국의 수혜주와 중국 현지의 해당 업종 1등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중국인민재산보험, 중국복성제약, 텐센트 등이다.TSI투자자문 대표를 지낸 이택환 호서대 교수는 기업 내용에 앞서 시장 상황과 환경을 따져본다. 성장하는 국가의 소비 환경을 주시하는 것이다.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소비가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살핀다. 소비는 성장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주로 소비 관련주에 투자하는데 보험·헬스케어·식음료 업종에 관심을 둔다. 이 교수는 “중국 소비주와 한국 내 지주사와 우선주에 투자하고 있다”며 “향후엔 중국의 비중을 키일 예정인데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은 베트남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중국인민보험과 복성제약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손해보험이 향후 5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 제약시장에 대해선 낙관적이다. 한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는데, 매출이 5배 늘면 이익은 10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교수는 “향후엔 중국의 화장품과 음식료 업체 주식을 사들일 용의도 있다”고 했다. ━ 장기적 안목으로 꾸준히 공부해야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는 회사의 업종과 성장률·크기 등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회사의 실제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평가하다 보면 현재 보이는 기업의 크기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용 대표는 “주가가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낮다면 단기적으로 어떤 상황이든 투자하는 편”이라며 “단기 실적 전망이 좋다 해도 5~10년 후에도 좋을 것 같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관심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는 자동차 ·IT 업종 중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를 골라 투자한다. 또 경기를 잘 타지 않는 기업의 우선주나 지주사 등에 주목하면서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 저평가돼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가치투자자들은 각자 나름의 투자처 물색법이 있다. 최준철 대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소외된 업종을 지목한 뒤 그 업종 내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는 종목을 살핀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 인터넷 주식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 대표는 “가치투자를 하기 위해선 관련 업종과 기업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면서 “유행을 쫓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택환 교수는 증권사가 내는 기업 리포트를 참고해서 투자할 업종(섹터)을 고른 뒤 기업을 선별하는 방법을 쓴다. 소비재 주에 관심이 많은 만큼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그 기업이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보는 것도 투자포인트다. 이 교수는 “50대 투자 가도 앞으로 30년은 투자할 시간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일관되고 지속성 있게 투자하라”면서 “결국 투자는 지식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관련이 있으니 끊임없이 사유하고 공부하고 실행하라”고 조언했다.용환석 대표는 “산업과 기업에 대해 이해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항상 보수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면서 “시장 상황이나 단기 주가, 다른 투자자의 수익률에 흔들리지 말고 확신이 있다면 주가와 무관하게 종목을 보유할 수 있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허남권 부사장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활의 변화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소비시장 자체가 자신의 생활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허 부사장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지식과 성격, 판단능력 등 본인 스타일을 잘 알아야 한다”면서 “가치투자는 시간에 투자하는 전략이니만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가가 조금 떨어졌다고 손절매 하거나 조금 올랐다고 환매해 버리면 가치투자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이채원 부사장은 “투자 세계에는 누구에게나 적합하고 완벽한 전략은 없다”면서 “투자자 자신의 성향이 가치투자에 적합한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투자하는 기업이 속한 산업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것을 권한다. 투자에만 신경이 팔려 기업이 어떤 업황에 놓여있는지 모를 수 있으니 조심하란 의미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하루 2~3시간 이상은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면서 “투자는 요행이 아니라 지식과 연구로 수익을 올린다”고 강조한다.조용준 전무는 “늘 리스크 요인을 살펴보라”고 주문한다. 가치투자도 잘못 판단하면 투자금을 날릴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는 얘기다. 투자를 하기 전엔 자신이 투자하는 이유를 먼저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 전무는 기대수익률을 정한 뒤 자신이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글로 써볼 것을 권한다. 투자가 합리적인지 객관화 시켜보라는 의미다.

2015.05.1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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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NORMAL INVESTMENT - ‘뉴노멀’ 장기 침체로 투자 트렌드 지각변동

산업 일반

자기만의 운용철학을 바탕으로 적은 수의 전략펀드에 운용역량을 집중한 회사가 수익률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가치 투자 철학을 가진 곳들이다. 이 밖에 중위험·중 수익으로 안정성 속에서 낮아진 금리를 조금이라도 이기려는 상품이 꾸준히 이슈를 만들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고착화가 부른 금융투자 업계의 변화다.이제 우리 경제에서 저성장·저금리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그나마 1~2년 전에는 위기감으로 나온 말이지만, 이제는 어느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뉴노멀은 극심한 저성장과 저소비 등이 일상화돼 새로운 표준이 된 상황을 뜻한다.문제는 뻔한데 이를 타개할 마땅한 호재는 보이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세계 각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보조성장할 곳이 보이지 않으니 투자가 마땅치 않다. 2000년대와 같은 ‘묻지마 투자’로 성장에 기댄 고수익을 내기는 힘들어졌다. 성장할 곳이 보이지 않으니 투자가 마땅치 않다. 2000년대와 같은 ‘묻지마 투자’로 성장에 기댄 고수익을 내기는 힘들어졌다.그렇다고 안전한 예·적금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2%로 인하했다.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예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다. 은행에 돈 맡기면 손해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이에 따라 금융투자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안전자산에도, 위험자산에도 투자가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도 몇몇 상품은 인기를 끌었다. 금융소비자 역시 통해 뉴노멀 시대의 생존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 한 우물 파는 가치주펀드 자산운용업계는 지금 가치투자 전성시대다. 강방천 회장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비롯해 신영자산운용(이하 신영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투밸류운용) 등 오랜 시간 가치투자를 고집해온 운용사가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장기수익률도 눈에 띈다. 최근 3년간 한투밸류운용은 48.85%, 신영운용은 36.05%의 수익률을 올렸다. 2년, 3년, 5년 수익률에서 신영운용과 한투밸류운용은 항상 5위권 안에 올라 있다. 가시적 성과가 나오면서 금융소비자도 가치투자를 찾기 시작했다. 신영운용과 한투밸류운용의 설정액은 10월 16일 기준 1년 사이에 각각 4조 원, 2조 원가량 증가했다.업계에서는 이들 운용사의 높은 수익률 비결로 ‘한 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은 장인 정신’과 ‘일관성 있는 운용철학’을 꼽는다. 신영운용을 이끌고 있는 허남권 부사장은 1996년 신영자산운용 창립멤버로 합류해 26년 동안 한 회사에 몸담고 있다. 이채원 한투밸류운용 부사장도 ‘27년의 우직한 한 투맨’이다.이들은 국내 가치투자 1세대 매니저로 분류된다. 가치투자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장기투자함으로써 시장을 이기는 투자전략을 펼쳐왔다. 업계에서는 “두 부사장 모두 뚜렷한 투자철학을 유지해 온 사람들”이라며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이제야 성과로 인정 받는다”고 평가한다.가치투자 전략은 이렇다. 해당 회사의 과거·현재·미래 수익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현재 주가와 비교해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주식을 산다. 주가가 충분히 올라 가치와 비슷한 수준이 되면 주식을 판다. 주가가 쌀 때 사서 적정 가치까지 도달할 때를 기다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 성격을 지닌다.가치투자의 수익률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성장주펀드가 10점과 -10점을 오가는 사이 가치주펀드는 3점을 꾸준히 받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기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성장주의 경우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가치주는 전체 성장과는 관계 없이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통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투자자의 인식이 달라진 점도 인기몰이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부사장은 “단기 모멘텀(추동력) 투자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장기투자로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 1%라도 더…배당주펀드와 ABCP 가치투자전략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가치투자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도 올해 가치주펀드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롱숏펀드 대표 운용사로 자리매김한 트러스톤 자산운용 역시 ‘트러스톤밸류웨이 펀드’를 출시해 좋은 성과를 냈다. 허남권부사장은 “최근 10여 년간 가치주의 실적이 좋았던 것에 비하면 지금 가치투자 바람이 부는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단 전문가들은 가치투자에서도 유의할 점이 있다고 충고한다. 가치투자는 가장 보수적인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가치투자 붐은 저성장 국면에서 수익률이 높게 나오자 부플려진 기대감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다.허 부사장은 “고수익을 기대하고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기대수익률을 낮춘 후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채원 부사장은 “최근 가치주펀드가 우후 죽순 생기면서 성격이 다른 가치주가 많이 등장했다”며 “투자자 본인과 운용사의 철학을 투자 전에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최근에는 배당주펀드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연초 이후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16.52%), ‘한국투자 셀렉트배당’(10.6%), ‘신 영고배당’(9.11%) 등이 높은 수익을 냈다. 배당주펀드는 저성장 시장에 기업의 배당정책을 강조하는 정책적 수혜가 가미된 투자 상품이다. 주가의 상승 동력이 약한 상황에서 배당을 통해 ‘+α’ 수익을 내려는 것이다.게다가 정부의 배당 확대 의지가 확고하고, 연말배당 시즌이 다가오면서 우량주를 중심으로 추가 배당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배당주펀드로의 자금 쏠림이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도 초저금리 시대를 이겨낼 효자상품으로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보인다.구조화 상품 중에서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α’ 수익을 올릴 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꼽힌다. ABCP는 예금·매출채권 등 만기가 비교적 짧은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을 근거로 발행되는데다 단기상품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동시에 단기자금을 확보하려는 투자자가 많이 찾는다. 특히 올해에는 낮은 국내 금리보다 높은 중국은행의 금리를 이용한 위안화예금 ABCP가 급증하기도 했다. ━ 원금 지키고 싶은데…ELS와 롱숏펀드 최근 주춤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 중순까지 펀드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이 롱숏펀드다. 롱숏펀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long)하고 하락 예상 종목은 공매도(숏·short)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중위험·중 수익의 ‘절대수익형’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박스권에 갇힌 증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인기를 끌었다.다만 증시 상승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잇단 정부정책 호재로 증시가 상승하면서부터 롱숏펀드의 이익 실현폭이 제한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KDB자산운용의 ‘KDB코리아베스트 하이브리드’펀드는 높은 수익률(연초 이후 11.48%)을 기록하기도 했다.주가연계증권(ELS)도 뉴노멀 시대에 주목 받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9월 ELS 판매액은 7조 원을 넘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LS는 코스피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대개 계약 때 약속한 연 6~7%를 받을 수 있다. 과세표준 분산 등 필요에 따라 월 지급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롱숏펀드와 마찬가지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014.10.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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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VESTMENT VALUE ASSET MANAGEMENT | 한국의 명품펀드②

유통

“ 3년간 안 올라도 괜찮다. 저평가된 종목, 소외된 회사를 찾아라.” 남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나홀로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한 가치투자 펀드가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호’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내내 가장 빛을 발한 상품은 가치투자펀드다. 특히 국내 시장에 가치투자 철학을 처음 선보인 이채원(50) 부사장이 이끄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년 연속 자산운용사 중 수익률 1위를 달려 진가를 발휘했다.이 회사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주식)’는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던 지난해 초에도 꿋꿋이 플러스 수익률을 지켜내는 내공을 보였다.2006년 4월 설정된 이후 최근(7월 18일 기준)까지 164.58%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해 평균 약 19%의 수익률을 낸 셈인데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설정 후 연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다. 그 사이 코스피지수는 약 40% 상승했으니 약 120%포인트 초과 수익을 거둔 셈이다.이 부사장은 최근 거둔 결실에 대해 ‘바보들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우직하게, 변하지 않고 가치투자 철학을 지켜온 것이 지난해부터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그의 투자법은 간단하다.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사서 값이 올랐을 때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 펀드가 사들인 주식 중 약 3%를 차지하는 한국전력은 주가가 2만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에 불과할 때 사들였다. 지난 5월경 한국전력 주가는 4만2000원까지 올랐다.언뜻 너무 쉬워 보인다. 하지만 투자는 심리다. 남들이다 오르는 주식을 따라 달릴 때 혼자 뚝심 있게 투자 철학을 지켜내기란 절대 쉽지 않다. “펀드매니저가 가치 대비 주가가 싼 주식을 찾아서 샀다고 칩시다. 그런데 코스피는 오르는데 이 주식만 안 오르는 시기가 1년에 한 분기씩 꼭 옵니다. 펀드수익률이 추락하면 회사 사장님께 불려가죠. 판매사인 증권사에서 난리치죠. 결국 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 회사를 나가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5년 이상 펀드 보유 고객이 전체의 60%이 부사장 자신의 체험이기도 하다. 국내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모두 IT주를 앞다퉈 사던 그때도 가치투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부사장은 “지금이야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때는 혼자 외롭고 힘들게 내 철학을 지켜내야 했다”고 회상한다. 거품이 걷히고 국내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자 주식시장은 박스권에서 지루한 보합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 트렌드에 밀려 소외된 종목이 제값만큼 오르고 가치투자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의 특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3년까지 적용되는 펀드다. 투자자에게는 부담되지만 펀드 운용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가치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높은 수익률에 비해 순유입은 적은 편이지만 순유출 없이 꾸준히 운용 규모를 늘려나간다. 5년 이상 펀드를 갖고 있는 고객의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이다. 그만큼 고객과의 신뢰가 두텁다는 의미다.신뢰는 조직 내부에도 필요하다. 자산운용사의 오너가 펀드매니저들을 믿고 지지해주지 않으면 장기에 걸쳐 수익을 내는 가치투자를 견지하기 힘들다. 이 부사장은 “오너십이 확고하고 독립된 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한국밸류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설명한다.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언제 메워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 시기를 기다릴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가치투자그룹인 트위디 브라운이 조사해봤더니 보유 종목이 올린 전체 수익의 80~90%가 총 보유기간의 2~7% 동안 발생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0년 들고 있던 주식이 어느 한 달 새 최고가를 기록한다는 거죠.”지난해 엄청난 수익률을 냈지만 이 부사장의 심기는 오히려 불편하다. 가치투자는 수익이 나면 날수록 실제 가치와 주가간의 차이가 메워지기 때문에 팔고 또 다른 저평가 된 종목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부사장의 표현에 따르면 “평생 도망치는 숙명”이다.“보유한 종목들이 지난해 내내 신고가를 치는데 저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오더군요. 만원할 때 사랑스럽던 주식이 2~3만원이 되니 쳐다보기도 싫고요. 지난해 워낙 많이 올라서 지금 주식시장에 ‘지나치게 싸다’고 느낄 정도의 종목은 없습니다. 저평가된 종목이 그만큼 줄었다는 거죠.”그렇다면 이쯤 돼 가치투자의 상승기류에도 제동이 걸리는 걸까? 이 부사장은 “모든 종목에 거품이 낀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주식시장에 트렌드는 늘 존재해왔고 반대로 소외 받는 영역도 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좋다고 인정하는 주식은 소용 없습니다. 시장의 오해 때문에, 일시적인 실적 악화나 외국인의 매도세 때문에 가격이 내려간 주식을 찾는 게 저희들의 역할이죠.”예전에 돌 10개를 들춰 가재를 2~3마리 잡았다면, 이제는 돌 100개를 들춰야 그만큼 잡는다는 의미다. 한국밸류자산운용에서 일하는 17명의 펀드매니저는 한 해 약 1650회 기업탐방을 갈 정도로 발품을 팔며 리서치에 ‘올인’한다. 이 부사장 자신도 스스로 말하길 “27년 동안 주식 밖에 모르고 산 사람”이다. 운전도, 골프도, 하다못해 이메일 보내는 것도 최근에 배웠을 정도로 주식 빼면 아무 것도 없는 삶이다.“고객 돈으로 손해보는 게 너무 싫어 잠도 못 자고 주식 생각만 한다”고 털어 놓는다. 적게 버는 한이 있어도 남들이 다 마이너스날 때 플러스를 유지하는 게 그의 운용 스타일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너도 나도 가치투자 펀드를 내놓지만 이 부사장은 “우리는 멘탈이 다르다”고 자신한다. “저평가된 주식, 그러나 앞으로 3년은 죽어도 안 오를 주식이 있다면 남들은 못사도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그게 차이점입니다.”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이 부사장은 “내수 부양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말한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주택 경기가 살아나야 위축된 소비심리도 풀립니다.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소득이 늘어야 내수가 살죠.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투자 안하는 것도 내수가 침체되고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에요. 내수가 부양되면 주식도 덩달아 오르고, 또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2014.08.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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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증시 고수 10인의 대전망 - 패자의 역습 준비할 때다

증권 일반

소외된 경기 민감 내수주 유망, 한국 증시 8% 정도 상승 여력 가져 이채원 부사장은 가치투자 전문가다. 이 부사장은 2006년 회사 설립 뒤 대표 펀드인 ‘한국밸류 10년투자 주식 1호’를 운용하면서 ‘가치투자 철학’을 유지해왔다. 이 펀드에 가입한 5만여명의 고객은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6년 4월 설정 후 1년과 3년 수익률(1월 22일 기준)이 각각 18.2%, 50.8%다. 설정 후 수익률은 164.2%로 안정적인 성과를 자랑한다.그와 같은 가치투자가에게는 사실 증시 전망이 무의미하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는 게 가치투자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투자 전략도 단순하다. 평가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면 사고, 비싸면 판다. 전망에 기대지 않고 지금 잘 하는 기업,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낮은 기업에 집중하는 게 철학이자 원칙이다.이 부사장은 “시황에 흔들리는 투자보다 가치에 기반한 투자가 올해에도 수익 창출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중심만 잘 잡아서 적정 지수를 기준으로 투자한 사람이 수익을 냈습니다. 반대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한다고 해서 주가가 잔뜩 내렸을 때 오히려 팔고, 그러다가 이미 주가는 올랐는데 ‘양적완화 축소 안 한다’ 해서 산 사람들은 손해를 봤죠. 올해도 이슈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가치에 맞는 적정가를 산정해 투자하는 게 소중한 돈을 지킬 전략입니다.”이런 관점에서 코스피 지수 1960포인트는 사야 할 타이밍이다. 현재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은 1150조원 정도다. 이들의 4년 평균 이익은 90조원 내외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9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나누면 8%다. 주식에 아직 8%의 수익 창출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2~3%에 머무는 정기예금 수익률과의 차이가 크다. 이 부사장은 “다른 투자자산과 주식 수익률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삼투압 현상처럼 자본이 주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주식 투자를 늘려야 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유망 업종으로는 경기에 민감한 내수업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추천했다. 지난해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은 제외하는 게 좋다. 그동안 수출 기업 위주로 주가가 오르면서 오랜 기간 소외된 ‘패자의 역습’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소비재 중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업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 부사장은 “PBR 0.5배 정도의 저평가 종목이 많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해당 업종의 여건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주요 변수로는 환율을 지적했다. 예상보다 엔저가 심화되면 단기 쇼크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속도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부사장은 이런 변동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런 시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는 “양적완화 축소를 세게 하면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줄어주가가 하락하겠지만, 길게 보면 미국 경기가 좋아졌다는 신호”라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시점이 가치투자를 위한 좋은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4.01.27 15:05

2분 소요
꽂히면 10년 기다리는 우린 가치투자가

산업 일반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가치투자가들. 싼 가격에 주식을 살 때마다 시간도 사야 한다. 투자가 옳았음을 알기까지는 적어도 3년이 걸린다. 외로운 싸움 속에서도 자신을 이해하는 동지는 큰 힘이 된다. 허남권(49) 신영자산운용 본부장과 이채원(48)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서로 의지하며 가치투자가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본부장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고집스럽게 자신의 투자원칙을 지켜온 두 사람을 10월12일 여의도 신영증권 6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자신 있게 내민 건 펀드 운용 성적표다. 그들의 투자철학과 신념이 그대로 담긴 결과다. 두 사람을 스타 펀드매니저 반열로 올린 펀드들이기도 하다.허 본부장이 맡은 신영마라톤펀드는 올해 4월 딱 10년 됐다. 2002년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300%가 넘는다. 그가 운용 중인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 역시 2003년 5월 설정 후 수익률이 346.9%에 이른다. 이 부사장은 2006년부터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를 운용한다. 10월14일 기준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98.1%. 이 펀드는 지난해 국내 증시가 10%가량 하락하면서 대부분의 펀드가 손실을 냈을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가치투자가라는 공통점 외에도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금융가에서 유일하게 회사 명함을 바꿔 본 적이 없다. 여의도 입성 시기마저 똑같다. 88년 허 본부장은 신영증권, 이 부사장은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96년 두 증권사가 계열사로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때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둘 다 올해로 회사에 입사한 지 25년 됐다. 이직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경영자가 그들의 경영철학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허 본부장은 “펀드 매니저에겐 ‘자신의 투자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들려준다. “스카우트 제안은 몇차례 있었지만 특별히 옮길 이유가 없었어요. 경영자가 운용사 설립 때부터 소신껏 펀드를 운용하라며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 원칙엔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이채원 부사장은 기업 오너가 금융산업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맞장구쳤다.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증권업계에서 탄탄하게 기초를 닦은 금융전문가로 손꼽는다. 특히 이 부사장은 김 부회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99년 IT열풍으로 닷컴 주식이 급등했을 때 그는 가치주 전용 펀드를 운용했다. 지수가 20% 올랐는데 펀드는 거꾸로 20% 빠졌다. 법적으로 가치주 전용 펀드는 기술주를 단 한 주도 살 수 없었다.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이 부사장은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는 심각하게 회사를 그만둘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때 김 부회장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회사 돈 줄테니 증권에 와서 고유계정을 운용하라고 하시더군요. 가장 힘든 시기에 큰 힘이 됐습니다. 이후 증권사에서 6년 동안 고유계정 700억원을 굴려 2000억원의 수익을 냈어요. 보답을 한 거 같아 다행입니다(웃음).”입사 초기 ‘주식에 미쳤다’ 소문두 사람이 증권사에 입사한 데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 몫 했다. 88년은 코스피 지수가 1000을 돌파했을 때다. 최고의 직장은 당연 증권사였다. 대학을 졸업한 우수 인재들이 앞다퉈 증권사로 몰렸다. 허 본부장 역시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고려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행정고시를 준비했었다. 공부를 할 수록 적성에 맞지 않았다. 과감히 진로를 증권사로 바꿨다.이 부사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그가 경영학과를 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 회사원이 되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부터 멋진 슈트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회사원이 멋있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증권사에 입사한 후 주식 투자가 천직임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2년 후 각각의 회사에서 허 본부장과 이 부사장은 ‘주식에 미쳤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투자에 푹 빠졌다.이 부사장은 주식투자 편람책자를 통째로 외웠다. 수 백 개의 종목 코드를 암기했다. 허 본부장 역시 밤새 주식을 공부했다. 당시엔 기업 분석보다 테마주나 감으로 투자하는 때였다. 한 순간에 큰 돈을 날릴 수 있었다. 그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는 바텀 업(Bottom Up) 밖에 없음을 그때 깨달았다”고 얘기했다. 열심히 주식 투자를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 신영증권과 동원증권은 96년 운용사 설립을 인가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이때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허 본부장과 이 부사장이 가치투자가가 된 계기는 뭘까. 이 부사장은 “돈 깨지는 걸너무나 싫어한다”고 강조한다. 펀드를 떠나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덧붙였다. “리스크를 질 수 있는 일을 싫어해요. 농담 같지만 위험한 일은 안 합니다. 놀이기구 한번도 탄적이 없는 걸요(웃음). 중요한 자료는 5~6개씩 보관합니다. 보통 책이나 음악 CD도 두 개씩 사요. 정말 아끼는 제품일 땐 세 개 구입합니다.”기다림은 최소 3년, 기쁨은 두 배이 부사장 얘기에 허 본부장이 “아무래도 소심한 성격은 비슷한 거 같다”며 웃었다. 그는 “손해 보는 걸 싫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치투자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을 이기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자산은 사이클을 갖고 움직이기 마련이지요.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뚜렷한 투자원칙을 갖고 투자를 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지요. 여기에 투자 일관성을 갖는다면 남보다 사이클 반복 횟수가 늘어납니다.” 이 부사장은 “기다리는 것은 자신있다”고 얘기한다. “주식만 사면 그 주가는 떨어집니다. 그리고 2~3년 후에 오릅니다. 그러니 기다릴 수 밖에 없어요.”기다리는 일은 허 본부장도 만만치 않다. “맞습니다. 빨라야 3년이죠. 10년 이상 들고 있는 종목들이 수두룩 합니다. 분명 매출과 배당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주가가 제자리라면 언제까지 들고 있을 수 있어요. 기다림이 클수록 보상이 큰 종목이 많아요. 파라다이스는 5~6년 전에 2000원부터 4000원에 사들였죠. 10배 가량 올랐습니다. 10년 전에 투자한 한세실업도 10배 이상 수익을 냈지요.”이 부사장은 기다린 보람을 갖게 해준 종목으로 동원산업과 유진테크를 꼽았다. “그나마 동원산업은 꾸준히 올랐어요. 5만원부터 샀는데 30만원까지 올랐으니까요. 유진테크는 1000원에 사서 반 토막 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시 기업 탐방을 가서 꼼꼼히 분석했는데 내재가치가 뛰어났습니다. 리스크도 없고요. 과감히 더 사들였습니다. 현재 유진테크 주가가 1만3700원입니다.” 두 사람은 주식을 살 때보다 팔 때 고심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허 본부장은 주가가 내재가치를 넘어설 때 판다고 얘기한다.문제는 그때 가격에 버블이 생긴다. “보통 남들이 사기 시작할 때 팔기 시작하는 거 같아요. 가치투자가는 값싼 가격에 사지만 시간도 삽니다.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보상심리 때문에 팔고 싶은 욕구가 크지요. 그러다 보면 잔치상를 뺏길 수 있어요. 그래서 버블 전부터 버블 끝날 때까지 파는 방식을선호합니다.”반면 이 본부장은 무조건 내재가치보다 더 많이 오르면 판다. “보통 팔면 주가가 두 배는 더 뛰는 거 같아요. 충분히 올랐다는 생각에 2만원에 판 종목이 100만원까지 치솟은 경우도 있습니다. 꾸준히 이익 내고 배당 주면서 매년 10%씩 오르는 주식만 있으면 마음이 편할텐데요(웃음).”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두 사람은 펀드 자금 운용에도 닮은 점이 있다. 투자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개인 자산을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넣었다. 허 본부장은 회사 펀드매니저들에게 “가난한 매니저는 펀드를 운용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남의 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가난하면 말이 안되죠.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돈을 넣어 부자가 되어야 합니다. 솔선수범을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실제로 허 본부장은 여유자금을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분산해 넣어놓고 있다. 현재 원금의 5배 이상 수익을 냈다고 귀띔했다.이 부사장도 마찬가지. 그는 “한국밸류10년투자신탁과 운명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빼곤 모두 이 펀드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다. 한국투자증권 일부 고유자금은 물론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김남구 부회장의 자금도 투자돼있다. 그만큼 이 부사장의 어깨는 무겁다.인터뷰 말미에 주식 시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허 본부장은 내년 초까지 주식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현재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유동성 효과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투자들이 인정해야 할 것은 저성장·저금리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적어도 금리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동성이 높은 장에선 주식형 펀드에 올인하기 보다 주식혼합형펀드가 나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시장 전망에 대한 시각은 이 부사장도 비슷했다. 그는 2~3년 이상 주식시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요즘 주식시장에선 모바일·게임·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요. 성장이 둔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막연한 것보다 확실한 가치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일본과 중국 쪽에 수출하면서 경쟁력이 있는 필수 소비재에 관심이 높습니다.”이 부사장 얘기에 허 본부장이 한 마디 보탰다.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우직한 기업이 언제나 정답입니다.”

2012.11.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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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와 성장주 환상서 벗어나라

산업 일반

▎1964년생 중앙대 경영학과 1988년 동원증권 입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 '가치투자의 대가’ ‘스타 펀드매니저 1세대’로 불리는 이채원(46)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이보다 그를 더 유명하게 한 펀드가 있다. 그가 2006년 운용을 시작한 ‘한국밸류10년 투자주식’ 펀드다. 말 그대로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목표로 설계한 상품이다. 투자철학부터 투자방식까지 철저히 가치투자 중심으로 운용한다. 가치투자를 믿고 가입한 고객에게는 연평균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돌려주는 게 이 부사장의 바람이다. 현재까지 성적은 좋다. 펀드 개설 후 올 9월 초까지 수익률은 54%에 이른다.가치투자가가 바라본 시장은 어떨까. 그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지수 방향성이 뚜렷했습니다. 상승세를 보이거나 하향세를 나타냈죠. 올해는 방향성이 없습니다. 한동안 박스권 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불확실한 시대에는 분산투자가 안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산을 쪼개 투자하는 것이다. 그가 오래전부터 강조했던 3·3·3 투자 방식이다. 주식, 부동산, 채권 등 3대 자산에 약 33%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올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여기에 원자재를 넣었다. 주식, 부동산, 채권을 각각 30% 비중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원자재에 투자한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한꺼번에 많은 돈이 풀렸다. 유동성이 높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1980년대 브라질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물가는 1000% 올랐고, 주가는 3000% 상승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물자산이다. 실제 분산 투자에 앞서 이 부사장은 투자의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투자 전략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에 임하는 자세로 봤을 때는 딱 두 가지뿐이죠.첫째 시장을 전망하고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사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분석되면 파는 방식이죠. 바로 모멘텀 투자죠. 반대로 예측과 전망을 배제한 채 자산의 가치가 저평가되었으면 사고, 고평가됐을 때 파는 가치투자 방식이 있습니다.” 그는 누구도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전망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꼽았다.그는 2007년 지수가 오를 때 수십 개의 보고서를 모아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황당한 보고서들이다. 예를 들어 당시 신세계가 70만원이었을 때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올리고 적극 매수를 권유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현재 신세계 주가는 50만원까지 빠져있다. 해마다 한 번씩 나오는 100만원짜리 삼성전자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시장을 예측하기보다 자산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치를 평가하는 3가지 기준이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이다. 수익성은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진다.PER은 주가가 주당 몇 배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PER이 높다는 것은 주당 이익에 비해 주식 값이 높다는 얘기고, 낮다는 것은 주당 이익에 비해 주식 값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정성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살펴본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장부가격에 의한 주주 소유분)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1조원인 기업의 PBR이 1배 이하라면 당장 망해도 청산가치가 현재 주가 수준을 넘는다는 얘기다.마지막으로 성장성은 기업의 매출액 증가와 산업 전망을 살펴본다.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이라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다. 하지만 성장성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99년에 인터넷 열풍 속에 일부 인터넷 종목 per 은 5000배에 달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성은 후퇴했다. 한순간에 인터넷 주식 주가도 반 토막 났다.문제는 현재 투자자들이 성장성만 보고 주식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투자자자들은 꿈이나 환상을 좇게 마련이죠.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성장성과 유동성이 높은 대형주를 선호했죠. 시장 상황에 맞게 자문형 랩이 등장하면서 인기 있는 20~30개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일부 종목은 장부가 대비 너무 높은 배수에 거래되고 있습니다.”실제로 순자산의 5배 이상에 거래되는 종목이 늘고 있다. 자산은 1조원인데 시가총액은 5조원이라는 얘기다.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거품이 낀 주식일 수 있다.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가 1.5배, 2차전지로 뜬 LG화학은 3배, 중국 진출로 호황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4배로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는 알짜 주식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주식이 늘고 있는 것. 이 부사장은 장부가의 5배 이상 평가 받는 종목은 성장성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다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지속적으로 성장하면 다행인데 한순간에 멈춰버리면 PBR도 확 낮아지기 때문이다. 즉 5배 평가를 받다가 0.5배로 빠지면 주가는 10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든다. 이 부사장은 이제는 테마와 성장이라는 꿈에서 벗어나 현실 중심의 투자 패러다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가치주가 오르게 마련입니다. 환율이 안정을 찾고 정부 규제가 풀리면 내수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죠.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가치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할 때입니다. 최대한 싸게 사서 제값에 판다면 손해 보지 않습니다. 종목을 고를 때는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 등 3가지 가치를 골고루 따져야 하고요. PBR은 1배 이하, PER은 5 배 이하인 종목 중 매년 지속적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연말까지 분할 매수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2010.09.29 17:59

4분 소요
불황기엔 곳간 꽉 찬 회사가 든든

산업 일반

미국 대통령과 중앙은행 총재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검토할 정도로 경기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애널리스트의 수익 추정치도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런 시기에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으로 가치투자를 추천한다. 시장이나 경기 전망 대신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방법이다. 가치투자의 개념을 먼저 정리해보자.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주식의 가격과 비교해서 저평가된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방법이다. 주가는 항상 변동한다. 장밋빛 기대감으로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도 하고,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도 한다.1년 사이에 주가의 고점이 저점의 2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주가처럼 쉽게 요동치지 않는다. 기업의 주가에는 기업의 가치와 투자자의 심리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다른 의미에서 가치투자란 왜 내가 이 주식을 사는지 정확한 답을 알고 투자하는 것이다. 수익가치를 보고 사는지, 자산가치를 보고 사는지, 성장성을 보고 사는지 등의 이유와 그래서 어느 정도를 적정가치로 생각하는지 답을 알고 기업을 선택하면 장기투자할 수 있다.주가가 가치 대비 크게 하락했을 때가 가치투자 하기 좋은 시기다. 따라서 주가가 조정을 보이는 지금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우선순위를 알아야 한다. 먼저 순자산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불안한 환경에서 가장 확실한 기준은 순 현금이 많은 회사다. 그중에서도 주식의 총 가치인 시가총액보다 회사의 순 현금(총 현금-총 차입금)이 큰 기업은 안전한고 저평가된 기업이다. 워런 버핏이 투자 초창기에 시가총액보다 순 현금이 많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것과 같은 이치다. 순 현금이 시가총액보다 많으면 주주에게 항상 이익이다. 회사의 영업 상황이 어려울 때 현금만 분배해도 이론적으로 주가 이상 분배 받기 때문이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형성되기 어려운 주가지만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이런 종목이 나타난다.표의 기업들은 모두 보유 순 현금이 시가총액보다 큰, 안전한 기업이다. 게다가 이익이 날 때마다 보유현금 규모가 커져 순 현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주주가치 역시 커진다. 물론 순 현금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기업이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표의 기업들은 모두 최근 3년 평균 3.5% 이상 배당할 정도로 안정적인 이익이 나는 회사다. 투자할 주식을 선택할 때 회사의 여러 면을 살펴야겠지만 경기가 불안정할수록 현금창출 능력과 보유 현금을 보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앞으로 성공적인 가치투자를 위해 워런 버핏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성공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 주식의 베타계수, 효율적 시장,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옵션가격 결정모형 등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하나도 모르는 편이 훨씬 나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투자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그리고 주가와 비교해 생각하는 방법, 이 두 가지만 잘 배우면 됩니다.”  (필자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근거한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4년째 ‘가치투자포럼’의 간사를 맡고 있다. 이 모임의 회원은 강방천, 허남권, 이채원 등 10명의 유명 펀드매니저다. 저서로는 ,가 있다.

2010.09.15 11:51

2분 소요
[새로 나온 책] “경제학은 우울하지 않다”

산업 일반

우울하다는 학문이 있다. 경제학이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비관적 예측을 하며 붙은 별명은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솔직히 경제학의 첫인상은 딱딱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다. 예를 들어 보자. ‘저성장 국가 경제에 대한 미시적 접근과 이에 대한 고찰’이란 제목은 사람들의 관심과 접근을 자동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과연 이런 제목의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지만 『경제학 비타민』의 저자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학이 우울하지 않다”고 한다. 조금만 더 알고 보면 경제학은 참 유용하고 현실적인 학문이라는 것이다. 왜 저자는 경제학에 대해 “현실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쉽게 이해하고 실용적인 해법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이라고 변론하고 나선 것일까?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보자. ‘서울대 졸업생들은 얼마나 인맥을 활용하고 있나’ ‘고교 평준화가 되면서 해당 지역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이 떨어졌을까’ ‘아파트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비싼 스타벅스 커피가 한국에서 성공하는 이유’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한국인터넷문화가 일본보다 앞선 이유는’ ‘판매자들이 꼭꼭 감추고 있는 꼼수는’ ‘우리가 투덜거리면서도 직장을 다니게 되는 진정한 이유는?’ 평상시 우리 주위에서 나누어온 대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한 교수는 경제학이 이런 문제의 답을 찾아 주는 도구라고 한다. 일반인도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학 이론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 위한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아니라 일상생활 도구로서의 경제학이 가진 유용한 점을 알리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사실 얼마 전부터 불기 시작한 경제학 열풍에 대해서도 다소 삐딱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어렵고 딱딱한 이론만 강조할 뿐 경제학의 참모습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을 설명하는 주요 원리인 ‘인센티브’가 우리의 현실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소재를 일상에서 찾았다. 소재는 쉽지만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복잡한 경제이론과 씨름하는 것 이상으로 깊이 있는 경제학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경제학이 사회문제에 완벽한 해답을 줄 수 없다고 한다. 다만 현상에 대해 파악하고 우울한 현실을 증명해낸다. 하지만 경제학에는 희망도 있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 비타민》 저자: 한순구 출판사: 한국경제신문/02-3604-5536 값: 1만2000원 가치투자에는 정답이 없다 이 책은 “나는 겁이 많다. 겁이 많으니 소심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가치투자가 좋아서 한 것도 아니고 가치투자가 최선의 투자법도 아니다”는 말이 이어진다. “주식투자도 유일하게 옳은 투자법이 없으니 ‘내 몸에 잘 맞는 투자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 방식으로 공짜 주식이나 다름없는 삼성라디에이터를 발굴했던 일 등을 사례로 들고 있다. ■ 이채원, 이상건 지음 ■ 이콘 031-955-7979 / 1만2800원 자기주장 훈련으로 당당하게 우리는 살면서 불이익을 받고 손해를 볼까봐 어쩔 수 없이 “예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수없이 부딪치는 인간 관계에서 부당하게 가해지는 압력을 극복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 방법은 ‘자기주장 훈련’이다. 인간의 뇌에는 잠재돼 있는 흥분기제와 억제기제가 있다. 흥분기제를 활성화시키고 억제기제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 훈련을 통해 당당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허버트 펜스터하임, 진 배어 지음, 이양희 옮김 ■ 말글빛냄 02-325-5051/ 1만3000원 세 치 혀가 전쟁 원인 적벽대전은 삼국지에서 가장 장엄한 전쟁이다. 이런 적벽대전의 서두를 공명이 연다. 이 과정에서 손권의 부하들과 설전을 벌인다. 결국 ‘세 치의 혀’로 손권군과 조조군을 맞붙게 한다. 공명의 말을 분석해 보면 상대방의 질문 그 자체에서 말문을 닫게 하는 논리를 펼친다. ‘너는 못생겼다’고 말하면 ‘천하의 현인들은 용모가 아니라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하지만 너는 용모로 평가하니 현인이 아니다’는 식이다. ■ 김기홍 지음 ■ 부표 02-512-7626 / 1만2000원 인재가 곧 미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전자에 ‘암 2기’라는 사형선고를 내린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소니를 제치고 세계 최강으로 등극했다. 그 비결은 ‘인재경영’에 있었다. 이 책은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 10주년을 맞아 천명한 ‘천재경영론’에서 “10년 후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라는 화두에서 출발했다.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인재경영은 인재를 효율적으로 육성하고 운영하는 법을 말한다. ■ 가재산 지음 ■ 쌤앤파커스 02-324-0255 / 1만3000원 직접 실천한 자가 이긴다 방법만 알면 성공할 수 있을까?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것만으로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살을 빼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도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이 첫 번째 거짓말이다. 소규모 사업자들은 성공을 위해 주변의 조언을 많이 듣는다. 과연 이런 말들이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힘든 과정을 이기고 직접 실천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이다. 이 밖에 ‘돈이 돈을 번다’ 등 8가지 거짓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스티브 챈들러·샘 벡포드 지음, 김도연 옮김 ■ 그리고책 02-717-5486 / 1만원 합리적으로 경제학 다가가기 행동 경제학이란 인간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경제학에 접목시킨 학문이다.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현실적인 경제학을 완성함으로써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흔히 인간을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 책은 인간의 경제행동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들을 질의응답식으로 소개해 경제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 도모노 노리오 지음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02-333-3953 / 1만8000원 짧은 말도 ‘테마’있게 말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말주변이 없다’ ‘긴장을 많이 한다’ 등의 이유로 청중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강연 기술’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말하기는 스피치뿐 아니라 목소리와 표현, 어휘와 문장 등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 처음부터 오래 말할 수는 없다. 짧은 스피치부터 ‘테마’가 있게 말해야 화법이 는다. 또 풍부한 상식도 말하기에 큰 도움이 된다. ■ 야기 켄 지음, 이영미 옮김 ■ 랜덤하우스 02-3466-8955 / 8500원

2007.01.15 11:26

5분 소요
재테크 : “한번 투자하면 3~4년 묻어둬라”…‘가치투자론자’ 3人 좌담

산업 일반

한국의 위런 버핏을 꿈꾸는 세명의 투자가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최준철 대표. 이채원 상무. 신형준 고문. 이채원 동원증권 자산운용본부 상무 신형준 ㈜둥근해 고문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서울대에 수석 입학한 학생은 담담하게 “공부 열심히 해서…”라고 소감을 밝힌다. 음식점 사업에 성공한 사장은 “맛있게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서…”라고 성공비결을 얘기한다. 당연한 대답에 실망할 때가 있다. 이쯤 되면 성공으로 가는 특별한 길을 찾는 사람들의 꿈은 산산조각 난다. 출렁거리는 주식시장.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해 돈을 벌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해 본래 가치보다 비쌀 때 팔면 되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파악해 저평가된 종목을 산다는 것이 바로 ‘가치투자’ 이론이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투자철학을 열심히 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채원(40)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최준철(28) VIP투자자문 대표, 청솔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형준(40) ㈜둥근해 고문이 그들이다. 이채원 상무는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유명한 가치투자가인 워런 버핏이나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으며 가치투자를 배웠다. 그리고 ‘가치투자’를 내걸고 펀드매니저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IT붐이 일었던 90년대 말에 시련을 맞았다. 그가 들고 있었던 종목은 SK텔레콤·삼성전자·한국전력·롯데칠성·남양유업 등이었다. 투자자들은 새롬기술을 사지 않고 쓸데없는 종목을 들고 있다며 그의 사무실 창문에 돌을 던지기까지 했다. 새롬기술의 주가는 수백배 수직상승을 하던 때였다. 결국 투자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IT 거품은 순식간에 빠졌다. 2000년 4월 그는 동원증권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아닌 증권사 고유계정(자체 자금) 운용을 맡았다. 역시 ‘가치투자’를 내걸었다. 4년여 동안 160% 정도의 누적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는 가치투자를 내건 투자회사를 지난해 8월 설립했다. 대학 시절부터 인터넷을 통해 투자 활동을 공개해 오다 정식으로 사모펀드를 만든 것. 그의 이름만 믿고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한번 투자하면 3년 동안 중간에 빠져나갈 수 없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지만 투자는 꾸준하게 이어졌다. 설정 이후 지금까지는 14%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재야의 주식 고수인 신형준씨는 청솔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신씨는 PC동호회 시절부터 자신의 투자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도 ‘가치투자’를 내세운다. 그는 3년여 동안 자신의 투자 종목과 매입·매도 시기를 완전히 공개한 ‘청솔 누드 투자’를 올렸다. 그가 개설한 ‘청솔 가치투자 멤버십 클럽’의 회원들은 모두 괜찮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지수는 허깨비, 기업가치 봐야 가치투자가 대체 뭡니까?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이하 이):실제 기업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이죠. 기본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식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벌어놓은 재산(자산가치), 수익의 힘(수익가치), 벌어들일 수익(성장가치)을 정교하게 파악하고 예측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일반투자자들은 ‘손안에 든 새’(배당금·땅·현금보유액)로 우선 파악해야 합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이하 최):수급만을 생각하면 장세에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을 우선하면 기업의 가치를 먼저 파악하는 데 힘을 쓰게 되죠. 신형준 주식회사 ㈜둥근해 고문(이하 신):공감합니다. 차트나 시스템 변동성에 투자하는 시기는 이미 끝났습니다. IMF 이후 한국 기업들의 경영은 예측이 가능하고, 안정화되고 있어요. 기업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사실 가치투자는 미국 같은 선진 주식시장에서나 가능하지 않나요? 최:미국을 선진적인 증시로, 한국을 후진적인 증시로 보는 시각은 틀린 것입니다. 99년에 있었던 IT 버블의 근원지는 미국 나스닥시장이었잖아요. 단기적으로 한국 시장이 수급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증시는 비슷해요. 주식시장은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 때문이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성적인 판단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요즘에는 주가 추이에 따른 투자가 많기 때문에 기업가치와는 상관없이 저평가된 주식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럴 때가 우량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죠. 이:지난 88년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와 미국의 다우존스는 같은 1,000포인트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종합주가지수는 700포인트대이고 다우존스는 10,000포인트대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단순 수치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우존스는 1만6,000여개 종목 중 단 30여개의 종목만으로 시세를 평가합니다. 이에 비해 종합주가지수는 모든 종목의 평균을 내는 식으로 산출하죠. 만약 종합주가지수도 우량주 중심으로 산출하면 지수가 6,000포인트대 정도 될 것입니다. 따라서 종합주가지수의 흐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주식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최:우선 주식에서 대박을 이루겠다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은 금리 3%대 시대입니다. 이:벤자민 그레이엄은 ‘1.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2.위의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는 투자 철학을 세웠다죠. 수익률보다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원금을 보존할 방법을 생각하면서 투자해야 합니다. 신:공감해요. 주식의 경우 손해를 보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보통 투자자들은 일반 주식투자→투기성 주식투자→선물옵션투자의 사이클을 갖게 되죠. 최:사실 ‘모든 주가 예측은 투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투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수익성을 예측하는 것인데 말이죠. 기업의 가치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시장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유도 생깁니다. 불안감 때문에 투자를 그르치지 않으려면 기업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순수 여윳돈으로 투자하라 가치투자에 적합한 종목은 무엇인가요? 이:보통 업종 1위 기업이 가치가 높아요. 1등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한국전력·POSCO·롯데칠성·남양유업·농심·태평양·대림·하이트·유한양행·빙그레·코리안리·현대모비스 등이 업계 1위인 종목들이죠. 신:시간이 흐를수록 강한 기업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죠. 상식적으로 봐도 업계 1위 업체에 주목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최:저는 내수주를 추천하고 싶어요. 식료업계의 경우 생활 속에서 회사의 장단점을 쉽게 알 수 있죠. 산업 자체가 오래돼 업계 정리도 끝난 상태고요. 롯데칠성이나 농심·남양유업은 다른 회사의 업계 진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죠. 신:하지만 농심은 가격이 많이 올라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지난해 1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 1년 만에 25만원을 넘었으니까요. 최:농심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격이 비싸서 직접투자하기 힘들면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등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필요해요. 이:기술주에 관심이 있다면 휴대폰에 사용되는 정밀부품 생산업체를 정해 지켜보세요.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 가치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최:가급적이면 경쟁자가 적은 업종이 유리합니다. 경쟁은 이윤을 깎아먹기 마련이죠. 매매 타이밍은 어떻게 잡나요? 신:타이밍을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치투자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만 주식투자에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무조건 여윳돈으로만 해야 합니다. 이:‘투자는 엉덩이로 하라’는 말이 있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주식투자를 해야 합니다. 기업만 좋아봐요. 언젠가 제 가치를 찾는 날이 옵니다. 저는 관심을 갖고 있는 50개 종목을 늘 체크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사고팔 준비를 하는 셈이죠. 일반인들은 2∼3개 정도 종목의 기업가치와 주가 움직임을 늘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투자할 만합니까? 최:저는 삼성전자는 매매하지 않고 있어요. 삼성전자의 사업성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앞날을 잘 알지 못해 투자를 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삼성전자의 경우 투자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과거 20∼30개 사업을 진행하던 삼성전자가 아닙니다. 휴대폰·반도체·LCD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어요.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40만원대 중반이면 살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대체로 신고문의 말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삼성전자는 이제 시장을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어요. 가치투자 종목 어떻게 고르나 “라면 잘 팔리면 농심株 산다” ‘주식에 투자하되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겨라.’ 가치투자론자 3인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채원 상무는 “직장인들이 펀드매니저처럼 하루종일 기업과 경제상황을 분석하기는 어려운 만큼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직접투자를 원한다면 “최선을 다해 기업의 정보를 얻어라”고 이상무는조언했다. 그는 “10만원짜리 옷 한 벌 사는데도 여러 군데 다녀보는데 ‘∼카더라’라는 정보에 1억원씩 투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1. 잘 아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라 최대표는 “사업의 내용이나 회사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종목을 골라야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업계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아는 것이 많잖아요. 그것을 이용하세요. 사람들은 내가 알면 남들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고급 정보를 알고 흘려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치과기구를 판매하는 회사에만 투자하는 치과의사’가 가장 적절한 투자사례”라고 말했다. 2. 주위로부터 정보를 얻어라 신형준 고문은 “미국의 주식투자가 피터 린치는 아이들과 주부로부터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면 수없이 많은 투자정보들이 있다”며 “이를 무심코 흘려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인점이 잘되니까… 라면이 잘 팔리니까…’라는 식으로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문은 “지난해에는 현대모비스에 다니는 친구가 보너스를 많이 탔다는 말을 듣고 그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3. 1등 종목에 주목하라 이채원 상무는 업종 1위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1등 하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며 “1등 기업은 늘 지켜보고 있다가 주식 값이 저평가되는 시점을 노려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등 기업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있지만 1등 기업은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대로 안정적인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라면업계에서 ‘농심을 따라잡기 위해 삼양식품이 값싼 재료로 무리수를 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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