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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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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삼양의 '60년 라면전쟁'...K-푸드, '세계의 별'로 만들다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유통

6·25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남대문시장 거리. 한 그릇에 5원 하는 미군부대의 음식잔반을 끓여 죽으로 만든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이 서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대책으로 당시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던 인스턴트라면을 떠올렸다. 1963년, 그렇게 한국 최초의 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한국인을 기아로부터 해방시켰던 구황식품, 라면이 이제 글로벌 식품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 라면업계의 두 거인 농심과 삼양이 있다.이 두 라면 제국의 60년 대결은 단순한 기업 경쟁이 아닌, 한국 식품 산업의 진화와 혁신의 역사다. 각각 40%와 77%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는 이 두 브랜드는 이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우뚝 섰다. 전쟁 이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긴급식량에서 시작해, 이제는 한국 식문화의 첨병이 된 두 라면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 속에 K푸드의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라면 名가 삼양과 농심의 탄생 한국 최초의 라면을 출시한 것은 삼양식품의 창업자 전중윤 회장이었다. 일본 묘조식품(明星食品)의 회장을 집요하게 설득해 한국시장에 도입된 '삼양라면'은 국물과 면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혁신적인 식품이었다. 무료로 기술을 받고, 로열티도 없었던 파격적 계약 덕에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인 10원에 출시되었다. 출시 당시 커피 한잔이 35원, 담배한갑이 25원, 자장면이 25원이었던 시절이었다. 삼양라면은 한국인의 허기를 달래주는 '국민 식품'이 되었다.1971년, 롯데공업(후의 농심)이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의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라면 시장을 노렸다. 롯데공업은 초기에 '롯데라면'을 출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삼양라면은 시장점유율 70%를 넘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열세를 면치 못하던 롯데공업은 라면 사업을 삼양에 매각하는 것까지 고려할 정도였다.전세를 뒤집은 건 1982년,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춘호 회장이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안성탕면'과 '너구리'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삼양이 닭육수를 고집할 때 농심은 쇠고기 육수로 차별화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게임체인저였다. 적절한 매운맛은 한국인의 혀를 사로잡았고, 시장 점유율은 점점 농심 쪽으로 기울어 갔다. 승승장구하던 농심과 달리, 삼양에겐 재앙이 닥쳤다. 1989년,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소기름(牛脂)을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경쟁사의 고발로 추정되는 이 사건은 삼양을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10년 가까운 법정 싸움 끝에 우지가 건강에 무해하다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시장점유율은 10%대로 추락했다. '가짜뉴스'의 원조 격인 이 사건으로 한 기업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라면시장에는 이때부터 농심의 독주 체제가 이어진다.파산 위기에 몰린 삼양은 2012년, 승부수를 던진다. 당시 불닭, 매운갈비 등 매운맛 열풍이 만들어진 것에 주목하며 만든 것이 극한의 매운맛을 강조한 '불닭볶음면'이었다.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해외에서 '불닭 도전' 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판매 금지 조치(너무 매워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의 정부 리콜 조치)가 역설적으로 '핫 챌린지'라는 전 세계적 현상을 만들어냈다. 금지된 맛에 대한 호기심이 글로벌 마케팅의 엔진이 된 것이다. 삼양은 이때부터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삼양의 글로벌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은 국내 생산이지만 현지 니즈를 철저히 반영한 현지화 전략에 있다. 미주는 화이트 소스로, 중동은 할랄 인증으로, 유럽은 저나트륨 제품으로 현지 입맛을 공략했다. 2024년, 해외 매출 비중 77%, 그중 89.7%가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하며 단일 제품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했다. 급기야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을 제치며, "라면=농심"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 왔다.농심의 글로벌 전략은 1994년 LA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에 이어 2022년 미국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을 개시하면서 꾸준히 시장을 넓혀갔다. 중국에서도 상하이에 이어 청도, 심양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현지화를 꾸준히 하며 현지 유통장악력을 앞세워 시장을 서서히 안정적으로 확장해 왔다.두 브랜드의 성공 DNA농심과 삼양의 경쟁은 상반된 전략의 성공사례다. 농심은 신라면을 필두로 정통의 맛을 지키며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현지생산의 글로벌 인프라로 안정적 성장을 추구했다. 반면 삼양은 불닭이라는 파격적 제품 하나로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국내생산을 통해 K푸드라는 브랜드 정체성, 안정적 품질을 추구하며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으로 빠르게 시장을 침투했다. 농심이 '정통성'과 '안정성'으로 승부했다면, 삼양은 '혁신'과 '소비자 주도형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재창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두 기업 모두 K푸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품질의 일관성을 지켰다는 점이다. 경쟁브랜드인 일본과 인도네시아 제품 대비 고품질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이유다.배고픔을 달래던 구황식품에서 시작해 한류의 첨병이 된 라면의 여정은 K푸드 세계화의 교과서다. 농심과 삼양의 60년 경쟁은 단순한 시장점유율 다툼이 아닌,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독창적 문화 코드를 창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이 세계의 식문화를 바꾸고 있다. 맵고 뜨거운 한 그릇의 라면이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이 역설적 성공 스토리 속에서, K푸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2025.04.12 10:00

4분 소요
배형근 현대차증권 사장 “증권업계 게임 체인저 될 것”

증권 일반

현대차증권은 27일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화재보험협회빌딩에서 제7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해 부의한 주요 안건을 가결하며 올 한해를 ‘게임체인저 역량확보, 비즈니스 체질 개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이번 제71기 정기 주주총회 결과 ▲재무제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 부의 안건은 사측의 원안대로 가결됐다.정관 일부 변경의 건의 경우 준법 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및 시행으로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의무화를 위해 회부됐다.배형근 현대차증권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대차증권은 증권업계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며 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본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해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재 확보 및 고급 네트워크 등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또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통해 디지털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등 미래 신기술도 적극 도입하겠다”고 전했다.아울러 비즈니스 체질 개선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리테일부문 강화와 기업금융(IB)사업의 전략적 재편을 통해 다각화된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VIP 고객 관리를 위한 패밀리 오피스 출범 등 PB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인수‧합병(M&A) 자문 활성화 등 기업금융 강화와 인프라, 신재생 에너지 등 비부동산 투자 확대를 통해 IB 수익 포트폴리오를 더욱 견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리스크관리 고도화 및 지속가능성 제고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우선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위해 시스템 기반 위험관리 강화를 통해 선제적이며 실효성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또하나 IB업무 시스템과 유동성 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 및 안정성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책무구조도 도입 등 준법 경영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투명 경영 문화를 조성하고, 2045 탄소중립 로드맵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2025.03.27 17:37

2분 소요
내년 예산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 중점…AI·반도체 투자도 확대

경제일반

내년 예산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에 대응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놓인 인공지능(AI)·반도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기획재정부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와 투자 중점, 재정혁신 방향 등을 담은 원칙이다.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 편성 때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677조4000억원·예산 기준)보다 4.0% 증가한 704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기재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의 주요 방향으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등 불확실성에 대응해 수출 지역·품목을 다변화하고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AI·반도체 등 지원을 확대하고 기존 산업의 AI 전환도 본격 추진한다. AI·바이오·양자 등 이른바 '3대 게임체인저'인 기초·원천 기술도 중점 투자 대상에 올랐다.기재부 관계자는 "중점 투자 방향은 올해 지침과 유사하지만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 부문을 강조한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위기·폐업 소상공인의 재도약과 유망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에도 예산을 중점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는 의무지출의 중장기 소요도 점검한다. 기존의 '건전재정' 원칙에 '지속가능성'을 더해 재정 운용의 혁신을 기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령화 심화로 앞으로 재정 여력의 대부분을 의무 지출에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의무지출은 공적연금·건강보험, 지방교부세·교부금 등처럼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처럼 정부가 필요할 때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과는 상반된 개념이다.필수적 소요를 제외한 모든 재량 지출에 10% 이상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지출 효율화 노력도 계속된다.정부는 정책수요자 맞춤형 지원, 구조적 문제 해결 중심의 지원, 부처 간 융합·협업 강화 등을 통해 '저비용 고성과' 재정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재정 여건과 지방자치단체 역할을 고려한 중앙·지방 간 효율적인 재원 분담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축소 주장이 끊이지 않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도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민생 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한 경기 마중물 역할도 내년 예산안의 기본 방향에 포함됐다.정부는 건설업 불황, 내수 부진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고용을 지원하고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에도 주력할 계획이다.인구위기·지역소멸위기 등 구조적 과제에 대한 예산안 투자도 강화한다.출산율 반등을 위해 일 가정 양립·양육·주거 등 핵심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고용·소득 돌봄도 지원한다.특히 청년이 유망 신산업과 지역 핵심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인재 육성·고용 서비스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쉬었음·미취업 청년 등을 대상으로 유형별 패키지 지원을 마련하고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자산형성도 뒷받침한다.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한 핵심 전력을 고도화하고 드론·위성 등 미래 전장환경에 대비한 전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포함됐다. 장병 의식주 등 복무요건 개선 노력도 이어간다.기후위기 피해를 줄이고 선제적으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안전 시스템도 구축한다.민생안정, 산업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미래, 국민안전 등을 골자로 한 기금운용계획안도 이날 확정됐다.정부는 기금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지출 구조개편, 재량지출 감축 등을 추진하고 기금 여유자금은 칸막이를 없애 효율적·통합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기재부는 5월 말까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 국민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 예산안을 편성,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2025.03.25 11:30

3분 소요
엔비디아, 새로운 메모리 '소캠' 베일 벗어…제2의 HBM

경제일반

미국 엔비디아 주도로 개발 중인 새로운 메모리 모듈 규격인 '소캠(SOCAMM)'이 베일을 벗었다.소캠은 기존 AI(인공지능) 가속기의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개발돼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7~21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5'를 통해 소캠의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미국 마이크론도 전날 업계 최초로 소캠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뉴스름 인터뷰에서 "고객사와 소캠 검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혀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소캠(Small Outline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은 저전력 D램 기반의 AI 서버 특화 메모리 모듈이다. 엔비디아가 전송 속도는 더 높이고, 전력 효율성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과 개발 중이다.일반적으로 서버에 사용되는 'DDR' D램 대신 전력 효율이 높은 저전력 D램(LPDDR)을 사용해 전력 소모를 3분의 1수준으로 줄인다.그러면서 데이터를 막힘 없이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입출구는 크게 늘렸다.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인 I/O 핀 수가 기존 D램 모듈이 262개인데 비해 소캠은 694개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알딤(RDIMM)' 규격과 비교했을 때 동일 용량에서 대역폭이 2.5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크기도 같은 용량의 기존 메모리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메모리 부품 크기를 줄여 제품 설계의 제약을 줄여준다. 특히 서버 크기를 줄여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업계 일각에선 이 메모리가 HBM 만큼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엔비디아는 이 D램을 현재 개발 중인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츠'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이 제품은 고성능 AI PC의 대중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을 받는다.책상 위에 놓을 수 있는 작은 크기지만, 슈퍼 컴퓨터급 성능을 갖췄다. 엔비디아 젠슨황 CEO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기조연설'에서 "모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연구자, 학생의 책상에 AI 슈퍼컴퓨터를 배치해 AI 시대 참여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소캠은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산업군에도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또 현재 AI 데이터센터 역시 막대한 전력 소비량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HBM를 보완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그레이스 블랙웰 울트라(GB300)에 소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5.03.21 09:42

2분 소요
기업 하기 힘든 나라는 안됩니다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금융권에서 지난달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구체적 책무를 지정해 문서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사고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책무구조도를 도입, 지난 1월 은행과 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오는 7월 대형 금융투자사·보험사, 내년 7월 여신증권사·저축은행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는 금융회사 임원의 책임과 처벌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의 책무를 포괄적으로 기재하도록 해 CEO가 무한책임을 지는 구조라는 점과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의 입증 주체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CEO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임기를 채울 수 있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없을 것이라며 책무구조도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 법으로, 사업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경영책임자의 의무사항 불명확성과 과도한 처벌 기준 등을 이유로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책무구조도와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두 경영자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는데요,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이 또 하나 입법화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경제계는 기업 경영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한국을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요즘 기업의 경영 여건은 최악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벌어지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히기는커녕 확대되고 있고, 국내에는 탄핵 정국에 경기 부진까지 겹치며 생존을 걱정하는 CEO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자꾸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고 있으니 “못 해먹겠다”는 얘기가 절로 나오는 겁니다. 지금은 매우 비상한 시기인 만큼 비상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기존의 규제에 새로운 규제가 더해져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생존조차 어려워집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2년 만에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과감한 규제 철폐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이보다 더한 상황도 맞이하게 될 겁니다.

2025.03.01 06:00

2분 소요
HD한국조선해양, ‘SMR 추진 선박’ 공개...무탄소 시대 활짝

산업 일반

HD한국조선해양이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선보이며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HD한국조선해양은 1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고 밝혔다.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SMR 기반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HD한국조선해양이 이번에 공개한 설계 모델은 기존 원자력 추진선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켜, 실제 장비와 안전설계 개념을 적용해 경제성과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원자력 추진선은 기존 내연기관 선박과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갖는다. 기존 선박과 달리 배기기관과 연료탱크가 필요하지 않아 설계 효율이 높다. 또 기존 기관실이 차지하던 공간을 활용한 추가 컨테이너 적재가 가능해 물류 운송 효율성을 극대화했다.아울러 이중탱크 방식의 해양 방사선 차폐 시스템(스테인리스강·경수 활용)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와 공동 개발한 초임계 이산화탄소(S-CO₂) 기반 추진 시스템을 적용, 기존 증기 기반 방식보다 열효율을 약 5% 개선하며 추진 성능도 향상시켰다.HD한국조선해양은 경기도 용인의 미래기술시험센터에 해상 원자력 실증 설비를 구축해 안전설계를 검증하고, 해상 원자로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패트릭 라이언ABS 최고기술경영자는 “원자력 추진선은 탄소 중립이 대두되는 현 조선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이라며 “ABS와 HD한국조선해양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해상 원자력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서밋에서는 ‘대형 선박의 원자력 추진’을 주제로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그린에너지연구랩 상무(부문장) ▲크리스토퍼 제이 위어니키(Christopher J. Wiernicki) ABS 최고 경영자 ▲존 마이클 리처드슨(John Michael Richardson) 전 미 해군 작전사령관 등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박상민 부문장은 이 자리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원자력 추진선 상용화에 필요한 국제 규정 마련을 위해 주요 선급뿐만 아니라 국제 규제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며, “육상용 SMR 원자로 제작 사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해상 원자력 사업 모델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02.13 15:55

2분 소요
우주항공청,

정책이슈

민간우주기업 주도의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 내년부터 본격 시작된다.우주항공청은 지난 29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청사에서 국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화될 '혁신형 재사용발사체 핵심기술 선행연구 사업'에 대한 기업 공청회를 개최했다.공청회에는 우주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혁신형 재사용발사체 선행연구 사업의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우주청은 올해 5월27일 개청 초기부터 재사용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를 중점 정책으로 선정해 국가우주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지난 10월13일 스페이스X의 스타십 1단 슈퍼헤비가 발사대로 성공적으로 귀환하는 장면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재사용발사체 기술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업은 스타십과 같은 메탄 추진제 기반의 엔진 개발을 민간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총 3년간 한국판 스페이스X를 육성하는 경쟁형 R&D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박순영 우주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은 "스페이스X는 재사용발사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고, 재사용발사체는 우주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자리잡고 있다"며 "2030년대 전 세계 대부분의 발사체가 재사용발사체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나라도 국내의 높은 제조 역량과 누리호의 개발 경험, 민간기업의 혁신역량을 잘 조화시킨다면 재사용발사체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패러다임 전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우주청은 현재 내년 말께 4개 기업을 선정해 1단계 사업을 2026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ㅇ

2024.10.30 09:00

1분 소요
현대차, 10년간 120조 투자…중장기 미래 전략 ‘현대 웨이’ 탄력

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올해부터 2033년까지 총 10년간 12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 확장 및 에너지 사업자로의 역할 강화 등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두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다.현대차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Hyundai Way)를 발표했다.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번 행사에는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과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김흥수 GSO본부장 등이 발표자로 나서 중장기 전략에 관해 설명했다.현대차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해 ‘현대 웨이’ 실행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했던 10년간(2023~2032년) 투자액 109조4000억원 대비 10.1% 늘어난 금액이다.향후 10년간 연평균 12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단행 하는 현대차는 완성차 기술력 혁신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에너지 사업자로의 역할을 강화해 수소 사회로의 조기 전환에도 매진한다.현대차는 10년간 ▲R&D 투자 54조5000억원 ▲설비투자(CAPEX) 51조6000억원 ▲전략투자 14조4000억원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실행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현대 웨이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다.현대 웨이의 상세 전략을 살펴보면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 실행에 전체 투자액의 77%에 달하는 92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R&D 투자가 37조4000억원, 설비투자가 50조8000억원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전동화 전환기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차세대 하이브리드 및 EREV 모델 개발, 그리고 배터리 경쟁력 확보 등을 추진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모빌리티 게임체인저’ 전략에는 22조1000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SDV 전환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와 같은 신사업 추진에도 힘을 싣는다.‘에너지 모빌라이저’ 전략에는 5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수소 밸류 체인의 사업화를 위한 외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수소 생태계를 구축에 나선다.현대차는 현대 웨이를 통해 중장기 시기별로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하면서 전기차 성장 둔화기를 극복하고 영업이익률은 점차 끌어올릴 계획이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EV의 수익성을 모두 개선해 2030년에는 연결 기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다.장재훈 사장은 “현대 웨이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만의 유연한 대응 체계”라며 “모빌리티와 에너지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이어 “현대차는 완성차 제조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을 추진해 게임 체인저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에너지 사업자의 역할도 강화해 수소 사회를 실현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시기에도 글로벌 톱 티어 리더십을 지속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8.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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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컴패니온, 라오스 대학과 연구소 설립

IT 일반

유컴패니온그룹은 라오스 현지의 로고스 외국대학교와 함께 부설협력연구소(Future Innovation Lab)를 설립했다고 22일 밝혔다. 유컴패니온은 데이터 비즈니스 기반의 IT서비스 전문기업이다.회사 측은 연구소 설립에 대해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현지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라오스에서 IT기반의 대학으로 급부상 중인 로고스 대학과 현지 IT 역량 확보·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양 기관은 인공지능(AI) 기술 분야를 포함한 IT기술 전반에 걸쳐 협업을 진행한다. ▲AI Station(AI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관리부터 전반적인 AI의 기본 틀) ▲AI Innovation(Gen-AI, xAI 등과 같은 AI의 요소기술) ▲AI Academy(연구 분야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 및 교육 제공방법) 등의 영역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유컴패니온은 연구소의 연구 방향 설정 및 연구과제 선정을 주도한다. 연구 진행 과정과 모니터링 산출물을 바탕으로 양국의 정부 또는 민간 기업의 협력을 추가로 추진하겠단 포부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컴패니온이 IT신기술 및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최근 설립한 자회사 유런업이 담당한다.한수진 유컴패니온 회장은 “연구소가 현지에서도 게임체인저로 인식되고 있는 인공지능 등의 IT기술 연구를 통해 라오스의 IT산업 발전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당사의 IT기술력과 현지 개발인력의 공동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확보는 물론 향후 인접 국가들로의 진출을 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2024.07.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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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홀린 현대차·기아 EV 비밀...남양연구소서 답을 찾았다[가봤어요]

산업 일반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가진 최고의 선택지다.” “탁월한 에너지 효율을 갖췄다.” 전 세계 자동차 관련 기관 및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다. 전동화 시대,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달라졌다.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올해의 차’에서 3년 연속(2022~2024년) 최고의 상을 독식하기도 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아이오닉 6·기아 EV9 등 모두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순수 전기차다. 현대차그룹 전기차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지난 27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종합연구소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전동화 차량 개발 핵심 연구시설이 자리잡고 있다.‘남양연구소’는 1995년 출범한 종합기술연구소다.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설계· 시험·평가 등 기반 연구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승용·상용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책임진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날 현대차·기아는 남양연구소에서 차량 개발의 주요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배터리 분석실 ▲상용시스템시험동 ▲상용환경풍동실을 공개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전동화시험센터 내 위치한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이다. 전기차 핵심 구동계인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개발하고, 실차 효율을 평가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하는 곳이다. 1축·2축·4축 동력계 시험실로 구성되며,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실내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한다.내부로 들어서자 좌우로 위치한 여러 개의 시험실 유리창 너머로 모터 소리가 들렸다. 시험실 한쪽에 위장막으로 가려진 물체가 눈에 띄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새로 개발 중인 동력계 장비라 가려놓은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25년 차세대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다.4축 동력계 시험실은 내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다른 시험실과 달리 실제 차량을 직접 구동해 시험 평가하는 곳이다. 안전을 위해 모든 작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가·감속 페달을 로봇이 밟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혹 조건에서의 파워 일렉트릭(PE) 시스템 사전 점검을 진행한다. 페달은 안정상의 이유 등으로 로봇이 제어한다”면서 “뉘르부르크링도 모사해 검증한다”고 현장에 있던 연구원은 설명했다.뒤이어 방문한 기초소재연구센터 내 ‘배터리 분석실’. 전기차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를 분석해 세부 구성 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작년에 준공했다는 이 분석실의 규모는 50평 정도다. 안으로 들어서니 매우 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재료분석팀 이재욱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 특성상 수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드라이룸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셀을 해체하고 분석을 진행한다. 그래야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분석의 시작은 ‘셀 해체실’에서 이뤄진다. 배터리 셀 구조 파악과 구성 소재 분석을 위한 시료 채취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해체실 6면이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도배돼 있었다. 소방포를 깔고 해체 작업을 하며, 세라믹 도구로만 해체를 한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채취된 시료는 메인 분석실에서 본격 분석한다. 레이저 광원을 활용해 물질 간의 결합을 분석하는 라만분광분석기가 눈에 들어왔다. 시료 표면에 레이저를 쫴 나온 신호를 기반으로 물질 특성을 분석하는 장비다. 반도체 웨이퍼나 배터리 분리막 코팅 소재 등의 구조 분석에도 활용된다고 한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뒤이어 상용차를 테스트하는 곳도 둘러봤다. 이날 공개된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 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곳이다. 44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설명했다.거대한 시험동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량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차체·안전 구역에서 차량 내외부의 안전을 테스트하는 충돌 시험과 기후환경을 재현한 시험 장비들을 볼 수 있었다. 로봇 팔이 차 문을 일정한 강도로 반복해서 열고 닫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문을 여닫는 강도는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하다.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현장 연구원은 설명했다.이어 방문한 BSR(Buzz·Squeak·Rattle) 시험실은 사방이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로 도배돼 있었다. 내부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음이 없었다. 차량 부품 간 발생하는 민감한 소음까지 잡아내기 위해 이처럼 공간을 꾸몄다고 한다. 상용내구시험팀 이진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모빌리티의 발전 방향이 전기차와 같이 점점 더 조용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BSR 소음을 평가하는 시험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상용환경 풍동실이었다.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주행 환경시험을 위한 다양한 융복합 연구 장비들이 대거 설치돼 있다. 풍동실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실내 온도를 –40℃~60℃까지, 습도를 5%~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 수도 있다. 1000마력 다이나모 모터는 물론 세계 현지 모드를 재현할 수 있도록 160인치 모니터로 구성된 도로영상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상황에 맞춘 테스트도 가능하다.길이 20m·너비 10m·높이 6.6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풍동실 내부. 테스트가 한창인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눈길을 끌었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웠다. 중동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에 실내를 맞췄기 때문이다. 이 환경에 방치된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보통 6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한다.현장에는 400kW급 초고속 충전기 3대도 마련돼 있었다. 이를 통해 언제든 혹서 및 혹한의 상태에서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고 한다.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 연구원은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부처와 학계,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번 남양연구소 방문을 통해 전동화 시대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현대차그룹이다. 앞으로 이들의 도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할 것 같다.

2024.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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