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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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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잘해야겠다…" 이선옥 작가, 문가비 정우성에 일침?

정책이슈

이선옥 작가가 정우성의 혼외자 스캔들 관련 “누가 미혼모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나”며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이 작가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문가비가 정우성의 아이를 출산한 것을 두고 “여성이 스스로 출산을 결정했는데 누가 미혼모를 만들었다 할 수 있나”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성인인 여자가 스스로 아이를 낳기로 선택하고 낳은 것”이라며 “남자가 미혼모를 만든 것인가? 35세 여성이 세뇌당한 미성년자도 아니고 누가 미혼모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나”라고 말했다.이 작가는 “낙태권 주장에서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고, 낙태든 출산이든 여성의 몸에서 행해지는 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선택 권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이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한 사안에 미혼모 만들었다고 남성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일각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꼬집었다.그러면서 “낙태죄 처벌에 남성을 포함하라던 요구는 남성에게 출산 후 책임을 같이 지라던 것 아니었나”라면서 “정우성의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하니 (기사에) 이런 제목을 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타인의 삶은 타인의 것이다. 본인들의 정념을 투영해서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면서 “이 사건으로 저 여성(문가비)의 삶이 불행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피임을 잘해야겠다는 교훈 정도를 본인 삶에 새기면 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앞서 문가비는 지난 22일 출산 소식을 알렸고, 아이의 친부가 정우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정우성 소속사는 ““문가비 씨가 SNS를 통해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 배우의 친자가 맞다.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서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며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은 결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일간스포츠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1.28 13:07

2분 소요
美 대선, 끝날 때까지 모른다…지지율 오차범위서 혼전 지속

국제 경제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안개 속을 뚫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여론조사마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ABC 방송이 입소스와 함께 지난 10월 18~22일 전국 성인 28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그룹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를 각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의향이 있는 응답자(오차범위 ±2.5%포인트) 가운데서 해리스 부통령이 51%를 얻어 47%를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우위를 보였다. 10월 초 조사 결과(해리스 50%·트럼프 48%)보다 벌어졌다.유권자 그룹별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14%P) ▲흑인(83%P) ▲히스패닉(30%P) ▲대졸자(22%P) 그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위를 보였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성(6%P) ▲백인(11%P) ▲고졸 이하(11%P) 등에서 각각 우위를 나타냈다.CBS 방송과 유거브가 전국 등록 유권자 2161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3~25일 실시해 발표한 결과도 박빙으로 나타났다. 투표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오차범위 ±2.6%P)의 50%는 해리스 부통령을, 4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CBS 방송의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9월 TV 토론 후 전국 단위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4%P 앞선 것으로 나왔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1%P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10월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두 후보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각각 48%로 같게 나왔다. 48%로 동률이었다. NYT는 이 결과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고무적이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2016년과 2000년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주요 선거인단이 걸린 경합 주에서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해 패배했는데 이번에는 전국적인 판세에서도 공화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NYT와 시에나대가 10월 초 공개한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9% 대 46%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3%P 앞섰지만, 같은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진 것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뜻이다.이런 상황은 경합 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합 주에 거주하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CBS 방송이 조사한 결과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50% 수준이었다. 9월 이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앞서있었는데,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동률이 된 것이다. 이 추세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CBS 방송은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 주 대상 조사에서 9월에는 3%P 우위에 있었으나 2주 전에는 1%P로 줄었고 이번에 같은 수치가 나왔다고 보도했다.유권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현안 가운데서는 ▲이민 문제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 관리할 것이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겼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낙태권 보호에 대해 잘 대응할 것이라는 응답이 55%로 집계됐다.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발걸음이 어디로 쏠리느냐 하는 점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NYT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15%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한 표가 아쉬운 초박빙 승부에서 부동층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가 판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서 부동층의 42%는 해리스 부통령 쪽으로 32%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끝나도 폭력‧불복 현상 재현 우려판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지면서 대선이 끝나더라도 미국에서 불복과 정치 관련 폭력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AP통신이 NORC공공문제 연구소와 함께 실시해 10월 29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10명 중 4명은 대선 이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폭력 시위와 선거 불복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실제 지난번 미국 대선 직후인 2021년 1월 6일 워싱턴DC 의사당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조 바이든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TV 생방송에 출연해 “의사당 포위를 끝내라고 촉구하라”고 촉구했다. 선거에서 패배했던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동영상을 통해 “(시위대) 여러분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가져야만 한다”면서도 “나는 여러분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의사당 시위대 진압을 위해 약 1100명의 주 방위군이 동원됐다.AP통신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지지자들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막고자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대선 결과에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11.02 06:00

4분 소요
“전 세계가 주목” 해리스·트럼프, 첫 TV토론…진검승부 예고

증권 일반

미국 대통령 선거의 분수령이 될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TV 토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첫 TV토론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방송 주최로 10일 오후 9시(한국 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열린다. 두 후보가 경합주 등에서 초접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번 토론은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펜실베이니아대학교 선거연구센터의 마크 트러슬러 정보분석가는 “보통 대선 TV 토론은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역대급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대선 같은 경우엔 TV 토론이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1%의 지지율이라도 더 확보하는 후보가 승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번 토론에서 두 후보는 맨몸으로 스튜디오에 입장해야 한다. 사전 질문지도 없으며 빈 종이와 펜, 물병만 허용된다. ABC 방송은 이들이 모두 발언 없이 진행자의 질문에 2분씩 답변해야 하고 한 후보가 답변하는 동안 다른 후보의 마이크를 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 중간의 휴식 시간에도 양측은 서로 말할 수 없다.토론을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낙태권 보장 등을 맹공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물가상승과 이민자 범죄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해리스 부통령은 토론을 앞두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역을 상대로 모의 토론 훈련을 진행했다. 그는 전날 밤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모진 등과 정책 이슈를 중심으로 토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 필라델피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2024.09.10 22:30

2분 소요
[국제] 美 중간선거 개시...유권자 70% "미국 상황 불만"

차이나 포커스

(워싱턴=신화통신) 올해 미국 중간선거 투표가 8일(현지시간) 시작됐다.이날 아침 미국 전역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차례로 들어섰다. 올해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선출한다. 이외에 미국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의 주지사 등도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식료품∙연료유 등 생필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광폭의 금리인상을 계속함에 따라 경기 침체 위험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미국 설문조사 업체 갤럽(Gallup)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였으며, 낙태권∙범죄∙총기정책∙이민 등이 그 뒤를 따랐다.미국 NBC 뉴스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조그비(John Zogby)는 전반적으로 미국 및 중간선거 유권자들의 정서가 저조해 국가 흐름에 공감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각자 입장에 따라 공감하지 않는 이유도 제각각이라고 말했다.버지니아주의 한 공화당 지지자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인플레이션과 고물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민주당 지지자는 여성의 권리 보장을 주장하는 한편 미국의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2022.11.09 10:12

1분 소요
[국제] 美 대법, 약 50년 만에 낙태권 보장 판결 폐기

차이나 포커스

(워싱턴=신화통신) 미국 대법원이 약 50년 전 미 전역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파기했다.24일 사무엘 엘리토 대법관은 다수 의견서에서 "로는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며 "논리는 매우 약했으며, 그 결정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전했다.이어 "헌법에 귀를 기울이고 낙태 문제를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반면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은 24일 판결로 '수백만 명의 미국 여성'이 헌법상 기본적 보호를 잃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법과 관련된 항소 사건을 고려한 후 나온 것이다.낙태를 옹호하고 금지하는 양측 단체들이 이날 진압 경찰이 배치된 국회의사당의 대법원 앞으로 모여들어 시위를 벌였다.'로 대 웨이드' 판결이 파기됨으로써 미국 최소 24개 주(주로 남부와 중서부)에서 낙태에 대한 접근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낙태를 불법화하는 '트리거 조항'도 자동으로 시행될 예정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 놓았다"며 이날은 국가와 대법원에게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로 판결이 사라지면서 미국 여성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에 처해졌다"고 덧붙였다.

2022.06.25 13:17

1분 소요
[채인택의 글로벌인사이트 | 미국 페미니즘 폴리틱스(Feminism Politics)] 박 시장이 촉발한 페미니즘의 본질

전문가 칼럼

국민이 인식하는 평등과 정치인이 생각하는 평등의 간극이 사회갈등의 원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사건의 후폭풍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2차 가해가 가해지고 있다. 진상 규명보다 의혹 덮기에 바쁜 모습도 보인다. 사태가 정쟁으로 확대되는 모습까지 모인다.문제의 본질은 여성 권리에 대한 국민의 인식 발달을 정치권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여권주의)은 이미 한국은 물론 국제 사회 전반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당수 정치·경제·사회 지도자들이 아직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숨어있는 이런 인식이 박 시장 사건을 계기로 수면에 등장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이 인식하는 페미니즘과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 사이의 간극이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페미니즘은 정치제도, 문화관습, 사회동향에 존재하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밝혀내고 성차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목적의 이념과 운동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이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사회 변화 이뤘지만 권리 향상은 못 이뤄 주목할 점은 페미니즘은 인간존중과 권리확대를 추구하는 시민혁명 속에서 생겼으며 19~20세기의 여성참정운동으로 시작해 사회관습이나 인식에 자리 잡은 성차별과 싸우는 사회운동으로 발달했다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이런 기원은 자연스럽게 지평의 확장으로 이어졌다.사회운동으로서 페미니즘은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리버럴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래디컬 페미니즘, 생태주의적 패미니즘 등으로 다양한 흐름을 이뤘다. 그러면서 인종, 사회 계급, 국적, 종교, 연령에 성적 지향까지 폭넓은 문화적·사회적 요인에서 차별금지와 평등을 지향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으로 이어졌다. ‘확대된 페미니즘’이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모든 중류의 억압이나 차별에 맞서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이런 과정을 통해 페미니즘은 학문이나 사회적 변화의 영역을 넘어서서 정치의 영역으로 이어졌다. 영국 정치학자이자 교과서 저술가인 앤드루 헤이우드의 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이미 정치적 용어다. 역사적으로 여성 참정권 확보운동으로 시작됐지만 갈수록 영역이 확대도 피임약·낙태 합법화, 공적 부문에서 엘리트 여성의 참여 확대, 직장내 젠더 관련 권력관계의 평등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이끌어왔다.여기서 생각할 점이 정치는 인간과 권력과의 관계라는 사실이다. 페미니즘 정치는 의회와 정당에서 벌어지는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의 권력 관계에 고루 스며들었다. 사회와 직장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과 공직자는 일부 직종을 여성에 맡기거나 여성이 맡아야 좋다는 기대착오적인 인식으로 대응해왔다. 여성 비서에게 속옷 정리나 마라톤 동행, 혈압 측정 등 개인 수발을 들게 하는 것이 뒤늦게 문제가 된 이유다.대한민국 사회의 역동적인 발전에서 여성 권리의 자각을 지도자들이 과소평가하거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은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이는 같은 해 7·8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노동운동의 활성화와 노동조합 활동의 정착이라는 사회적 변화라는 변혁을 이끌었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자각과 사회적 권리 확대는 정치적 변화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마찬가지로 촛불혁명은 거대 권력도 시민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정치권력의 교체를 가져왔다. 이는 여성의 정치적 자각과 사회적 권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남녀 할 것 없이 정치적 변혁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발언권은 이에 비례해 신장하지 못했다. 여성의 인식이나 자각과 현실 사회 사이에 괴리가 생긴 셈이다. 이 간극이 불만을 불러왔다.페미니즘이 역사적으로 두 차례의 물결로 이뤄졌다는 점을 새삼 떠올릴 필요가 있다. 1차 물결은 동등한 참정권 확보였고, 2차 물결은 사회 전반에 걸친 양성 평등의 확립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며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성차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여성권리를 확대하는 사회운동은 겉과 속이 달랐다. 수많은 남성 정치인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지만 이는 이미지 정치에 이용되는 경향이 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권리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여성들의 인식도 변했는데 민주화를 이끈 세력조차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 인종 문제 안에 여성차별 이슈 담겨 있어 페미니즘이 정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국을 보면 잘 드러난다. 페미니즘은 미국의 2020년 대통령 선거 지형에도 이미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겉보기엔 인종차별 문제에서 촉발한 인종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확대된 페미니즘’의 작동으로 볼 수 있다. 잠시 사태를 살펴보자. 5월 25일 미국 중서부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사태가 발생했다. 흑백 인종차별에서 시작한 운동은 여성·동성애자·이민자·빈민층 등 다양한 계층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차별금지와 평등을 주장하는 시위가 인종을 넘어 젠더, 사회계층, 성적 지향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평등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여성을 배려의 대상으로나 여기는 정도로는 전근대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당당한 세계의 절반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인 유리천정 깨기를 통해 시대를 이끌어갈 기회를 함께 마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이는 현실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여성 후보를 내세울 예정이다. 유세과정에서도 이를 밝혔다.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인물은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뿐만 아니라 1942년생으로 올해 78세다. 만일 올해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해 내년에 취임하면 임기 중 80세를 넘긴다. 차기 대선에 나올 가능성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부통령을 맡았던 여성이 차기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임기 중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단순한 민주당의 승리를 넘어 페미니즘 정치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여성 부통령, 유색인종 부통령, 유색인종 여성 부통령이 탄생하는 것은 물론 다음 선거에서 그런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할 수도 있다.실제로 이번에 거론되는 민주당 부통령 예비 후보군을 살펴보면 미국 정치가 그동안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유색인종·여성 정치인·지도자를 길러왔는지를 알 수 있다. CNN 방송은 6월 26일 카말라 해리스(56) 연방상원의원(캘리포니아), 케이샤 랜스 바텀스(50) 애틀란타 시장(조지아), 발 데밍스(63) 연방하원의원(플로리다), 엘리자베스 워런(71) 연방상원의원(매사추세츠) 등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AP통신은 미셸 루한 그리샴(61) 뉴멕시코 주지사와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유력 후보로 더했다. ━ 다양한 인종의 여성 리더들 미국사회 포진 그리샴 지사는 뉴멕시코에서 12대를 살아온 히스패닉(또는 라티노) 집안 출신이다. 그는 히스패닉계표를 모을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다. 주목할 점은 히스패닉의 정치적 가치다. 히스패닉은 미국 독립 이전 멕시코 땅이었다가 나중에 미국 영토가 된 캘리포니아·뉴멕시코·텍사스 등에서 원래 거주하던 스페인 이민이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중남미계를 전반적으로 가리킨다.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는 흑인보다 더 많다. 미국의 인종별 분포를 보면 백인 76.5%에 흑인 13.4%, 아시아계 5.9%의 분포다. 히스패닉은 인종은 아니지만 강력한 정체성을 가진 별개의 인구 집단이자 정치적인 세력으로 미국 인구의 18.35%를 차지한다. 흑인보다 5%포인트 이상 많다. 히스패닉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합주인 플로리다 주 등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 경합주은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백중세를 이루거나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변하는 주를 가리킨다. 그리샴은 가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히스패닉 출신인데, 바이든도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 겹치는 문제가 있다.라이스 전 보좌관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스탠퍼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교육 받은 뒤 빌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보실에서 1993~1997년 근무했다. 1997~2001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으로 일하며 지역 개발과 에이즈 협력에 주력했다.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일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3~2017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으며 2009~2013년 유엔대사를 맡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대사를,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고 최근 외교 막후를 폭로해 물의를 빚은 존 볼튼과 경력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소속 정당에 대한 충성심, 업무스타일, 그리고 인종 정체성은 반대다. 라이스 보좌관은 성공한 흑인 여성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바이든이 연방상원에서 외교위원장을 오래 맡은 외교통이라 경력이나 전문 분야가 겹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워런은 백인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파산법을 강의하던 교수 출신이다. 변호사로 소비자 보호와 경제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와 바이든과 대결하기도 했다.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과 함께 미국 민주당의 진보세력의 주축으로 평가 받는다. 문제는 나이가 72세라 바이든과 정부통령으로 나설 경우 모두 70대라는 게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유력한 주자로 꼽히는 해리스 연방상원의원은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던 타밀족 출신의 어머니와 자메이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시아말라 고팔란 해리스는 유방암 전문 과학자이며,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다. 해리스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해 ‘흑인’으로 말하고 있다. 해리스는 변호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을 지냈다. ━ 미국 대선, 페미니즘 정치의 열매 수확 앞둬 바텀스 시장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변호사다. 기업체와 로펌 등에서 사회경험이 풍부하게 쌓았다는 장점이 있다. 판사와 시의회 의장을 거쳐 애틀란타 역사상 처음으로 입법·사법·행정 분야에서 모두 근무한 경력도 있다.데밍스 연방하원의원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경찰에 27년간 근무하며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첫 여성 경찰서장을 지냈다. 여성과 대한 유리 천정을 하나 깨부순 인물로 평가받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진행하면서 실무를 맡았다.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7월 12일 태미 덕워스(52)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덕워스는 미국 퇴역군인과 중국계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국 방콕에서 태어났다. 미국 육군에 들어가 1992~2014년 복무하면서 중령으로 전역했다. 헬기 조종사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를 잃는 전상을 겪어 의족을 차고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서 2009~2011년 국가보훈부 차관을 지냈으며 일리노이주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 연방상원의원이 됐다. 미국 연방상원의원 중 두 번째 아시아계이며 첫 참전여성이다.미국은 여성들이 집단적·사회적으로 성폭행·성희롱·성차별을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2017년 10월 처음 나타난 나라다.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의 권력자인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행과 성희롱을 폭로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그 배경은 남성이 지배해온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벌어져온 부절절한 젠더 불균형, 또는 젠더 간 권력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와인스틴이 영화 제작이나 캐스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적자유결정권을 유린하고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상하 관계, 주중 관계, 계약 관계로 이뤄진 사회와 직장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상으로 벌어져왔다.여성의 사회진출, 디지털 미디어 확산에 따른 여성의 젠더 인식 확대와 연대 강화 등 여러 요수가 결합해 오늘날 미국이 미투의 중심국가이자 페미니즘 정치의 선두 국가로 대두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에 민주당 부통령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여성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드러난다.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홍보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여성과 소수파의 사회적 인식 확대와 자각이 사회적 변혁으로 이어진 경우일 것이다. 장구한 페미니즘 정치에서 하나의 싹이 돋아난 셈이다.한국의 성추행 사건도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다. 산업화와 민주화까지 이뤘지만 그동안의 사회적 변화와 여성들의 인식 변화를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지도자들이 벌이는 인지 부조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사회는 변하고 있고, 사람의 인식도 바뀌는데 정치와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이미 세계를 바꾸고 있는데 말이다. 페미니즘은 인간적인 21세기를 살기 위해 반드시 함께 가야 할 시대정신의 동반자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07.19 17:20

8분 소요
폴란드 - 낙태권 없는 여성 위해 ‘드론’으로 낙태약 보낸다

항공

━ Poland - ‘ABORTION DRONE’ FOR POLISH WOMEN A women’s rights group are planning to fly a drone carrying abortion medication across the border from Germany to Poland to distribute the pills to Polish women who have severely restricted access to terminations.The ‘abortion drone’ is being sent by not-for-profit organization Women on Waves, which distributes medical abortion pills to women all over the world.Abortion laws in Poland have been severely restricted since 1993. Women are allowed to have an abortion is if they are a victim of rape, incest, if the fetus is severely damaged or poses a significant risk to the health of the mother. According to a recent UN report, there are over 50,000 dangerous, underground abortions being carried out in the country each year.Dr Rebecca Gomperts, founder and director of Dutch-based organization Women on Waves is keen to stress that the project will not be breaking the law because although those who perform abortions in Poland can be prosecuted, women are not criminalized for taking the abortion pill. Gomperts says this means “the drone can deliver the medication directly to women in Poland who need it, safely”.She adds that taking the abortion pill, which is free and available to women under nine weeks pregnant in Germany, “will not result in any criminalization of women, even if they have to seek medical help should complications during the termination”.But Gomperts admits that the main purpose of the drone is symbolic. “We are only looking at a few women at the moment, combining the delivery of legal services whilst also hoping to raise awareness of the social injustice experienced by women in countries where abortion is illegal.” — EILISH O’GARA ━ 폴란드 - 낙태권 없는 여성 위해 ‘드론’으로 낙태약 보낸다 한 여성인권단체가 독일에서 드론(무인기)에 낙태약을 실어 국경 넘어 폴란드로 보낼 계획이다. 낙태권의 엄격한 제한을 받는 폴란드 여성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 ‘낙태 드론’은 세계 각지의 여성들에게 낙태약을 보급하는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위민 온 웨이브스가 날려 보낸다.폴란드는 1993년 이후 법으로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또는 태아가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거나 산모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낙태가 허용된다.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에선 매년 5만여 건의 위험한 불법 낙태가 이뤄진다.위민 온 웨이브스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의사 레베카 곰페르츠는 이 프로젝트가 법에 위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낙태하는 여성은 기소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낙태약을 복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곰페르츠는 따라서 “드론이 낙태약을 필요로 하는 폴란드 여성에게 그 약을 직접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녀는 “낙태 과정에서 합병증으로 인해 의술이 필요할 할 수도 있지만 폴란드 여성의 낙태 약 복용은 범법 행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독일에선 임신 9주 미만의 여성은 무료로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곰페르츠는 ‘낙태 드론’ 프로젝트가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인정했다. “지금 당장은 소수의 여성만을 대상으로 낙태약과 법률적 지원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가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부당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5.06.29 09:48

3분 소요
FEATURES MICRONATIONS -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하나 만들어라”

산업 일반

독자적인 이상향 추구하는 초소형 국민체, 호주에 가장 많아 조지 크룩섕크는 황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황제와는 다르다. 그의 황실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다. 그의 제국엔 사람보다 캥거루가 더 많다. 그는 오후에 샴페인을 마시며 지도자로서 호사를 누리지만 싸구려 핑크 샴페인만 찾는다.10월 초 호주 시드니 서남쪽으로 5시간 정도 차로 달려 아틀란티움 제국(the Empire of Atlantium)에 입국(?)해 크룩섕크를 만났다. 바티칸의 약 두 배, 모나코의 절반 정도 크기의 진흙과 목초지로 ‘호주 안에 있는 가장 작은 나라’다. 슈퍼마켓이 있는 가장 가까운 두 마을이 차로 한 시간 또는 그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고 그 마을들은 15m 높이의 머리노 양 조각상과 호주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감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크룩섕크에게 이 농촌 낙원인 아틀란티움 제국은 자신의 거주지만이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이상향적인 제국이다.“내가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보이자 부모님은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나서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크룩섕크는 돌이켰다. “그 말은 정계에 진출하라는 뜻이었지만 나는 조카들과 함께 집 뒤뜰에서 우리만의 나라를 만들기 시작했다.”그때가 1981년 10월이었다. 크룩섕크는 시드니 교외에 있는 집 마당 구석에 선을 긋고 그곳을 아틀란티움 제국의 수도로 명명했다. 머지 않아 조카들이 그를 조지 2세 황제(종신직)로 추대했다. 1990년대 말 조지 황제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 땅을 구입해 ‘오로라’로 명명하고 “글로벌 행정 수도, 의전의 중심, 정신적 고향”이라고 선언했다.아틀란티움은 올해로 건국 32주년을 맞았다. 조지 황제는 다양한 곳에서 온 방문자들(일부는 군복, 일부는 기모노 차림이었다)과 나에게 각자가 서야 할 곳을 정해 주었다. 건국 32주년 기념탑 제막식의 비디오 촬영에 방해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비디오는 페이스북에 올라 이 ‘초소형 국민체(micronation)’의 약 2000명 국민에게 전파됐다. 그들은 탄자니아와 터키 같은 먼 나라 출신들이다(특히 터키에서 아틀란티움의 인기가 높다).조지 황제는 매일 약 1건의 시민권 신청을 받으며 매년 건국일에 기념식을 갖는다. 그러나 호주나 유엔 또는 세계의 어떤 정부도 아틀란티움 국민이나 건국 기념일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틀란티움의 황제는 “호주에서 일하는 외국인처럼” 호주 정부에 세금을 낸다. 사실 호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대사관처럼 생각하면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곳을 둘러싼 나라가 허용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조지 황제는 국경일을 기념해 솜사탕 색깔의 샴페인 한잔을 들고 “이런 상황에는 약간의 악의적인 요소가 있다”며 내게 윙크를 했다. 그는 아틀란티움을 실제 제국으로 생각한다. 그가 선포한 칙령은 로마 공화정 말기와 영국 크롬웰 시대에서 따온 표현으로 가득하다. 기후변화부터 안락사, 낙태권, 자기인식적 존재의 기본적 평등, 미터법 개혁 등 주장하는 의제는 상당히 진보적이다.어떤 면에선 정치이론의 대담한 실험이고 또 어떤 면에선 야심적인 이상향 추구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행위 예술인 셈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어떻게 부르든 간에 아틀란티움은 고유한 국기, 휘장, 우체국, 우표, 통화(‘임페리얼 솔리더스’로 부르며 미국 달러화와 연동돼 있다)를 갖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국가 출신의 헌신적 추종자들도 있다. 홍콩 정부에서 고위 정책입안자로 일했던 인물이 국무장관이고, 인도 출신의 유명한 의사가 사회복지부 장관이다.조지 황제는 “내가 15세에 생각해낸 이 작은 아이디어에 세계 도처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시민권을 갖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선 그 자신도 놀랐다. “그들은 아틀란티움 국민으로 불리고 싶어한다. 아주 강한 열망이지만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홈메이드 제국의 부상1964년 7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동생 레스터는 2.5x9m 크기의 대나무 뗏목을 타고 자메이카 서남부 해안에서 약 20㎞ 떨어진 먼 바다로 나갔다. 당시 그곳은 공해였다. 그는 낡은 포드 자동차 엔진 블록을 사용해 그 뗏목을 해저에 고정시키고 그 뗏목을 ‘뉴아틀란티스(New Atlantis)’로 선포했다.1856년 미국 연방의회에서 가결된 모호한 ‘구아노섬법(Guano Islands Act, 미국 시민은 바닷새의 배설물인 구아노가 퇴적된 섬을 점령하는 행위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을 근거로 내세우며, 새 나라의 헌법도 만들었다. 미국 헌법에서 ‘미국’이라는 단어만 ‘뉴아틀란티스’로 바꾼 문서였다.그의 별난 행동은 주화나 우표 등의 용품판매를 통해 해양학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명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대자연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뉴아틀란티스는 1966년 강한 허리케인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레스터 헤밍웨이의 발상은 오래 가지 못했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널리 알려졌다. 그러면서 우익 자유주의자들은 인공섬 국가를 만든다는 발상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 아이디어는 근래 들어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팰의 공동 설립자 피터 티엘이 공해상에 떠있는 인공도시를 건설하는 시스테딩연구소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다시 유행했다.초소형 국민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19세기 초부터 있었다. 거의 국민국가(nationstates) 개념의 도래와 일치한다. 그러나 1960~70년대가 돼서야 부유한 서방의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현상이 진정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967년 영국 근해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상요새에 세워진 시랜드(Sealand) 공국, 1970년 서호주에 세워진 헛리버(Hutt River) 공국, 1971년 덴마크 코펜하겐 근처에 세워진 자유의 마을 크리스 티아니아(Freetown Christiania)가 대표적이다.호주 시드니 소재 매커리대의 주디 래타스 박사는 초소형 국민체 현상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명이다. 래타스는 세계 전체에 공식으로 인정 받는 국가와 맞먹는 수만큼 초소형 국민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중 약 35개가 호주에 있다. 지구상에서 자칭 왕, 해적, 몽상가들이 가장 많은 나라가 호주다.“유럽이나 세계의 다른 곳과 달리 호주의 초소형 국민체 중 다수는 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돼 투쟁을 지속하는 방편이 됐다”고 래타스가 말했다. “호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고 당국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고방식이 그 연결 고리다.”1776년 미국이 혁명으로 독립하자 영국은 그때까지 미국으로 보내던 죄수를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그 대안이 호주였다. 호주로 이송된 죄수들은 무자비한 억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은밀한 멸시가 생겨나 오늘날 호주인들의 특성 중 일부가 됐다. 따라서 초소형 국민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정부에 불만을 표하고 반항하는 표시로 해당 국가에서 이탈해 자신의 나라를 세웠다.예를 들어 폴 왕자가 이끄는 와이(Wy)공국은 자연보호구역을 통과하는 도로를 두고 지방의회와 오랜 분쟁 끝에 2004년 세워졌다. 데일 황제의 산호해 제도 동성애자 왕국(Gay and Lesbian Kingdom of the Coral Sea Islands)은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호주 정부에 대한 반발로 2004년 만들어졌다. 초소형 국민체의 유일한 여성 지도자인 폴라 공주는 주택 저당권 실행 분쟁으로 2003년 스네이크힐(Snake Hill) 공국을 만들었다.초소형 국민체 거의 전부는 군주제를 모델로 ‘국가’를 운영한다. 하지만 리히텐 슈타인이나 산마리노 같은 미소국가(microstate, 微小國家) 또는 민족자결단체나 망명정부와는 다르다. 초소형 국민체 중 일부는 정치적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내줘야 할지 거부해야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저질 지도자들은 시민권 신청을 기꺼이 받아 들여 거짓 꿈으로 사람들을 유혹해 돈을 갈취한다. 래타스는 “일부는 괴짜이면서 남에게 해를 주지 않지만 사악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난 선구자가 아니다”호주에 자칭 황제가 그렇게 많은 이유를 다른 역사적인 단서에서 찾을 수도 있다. 1930년대 서호주의 분리독립 제안이 그 단서라고 래타스는 말했다. 그 제안은 호주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1970년대 들어 헛리버 공국을 설립한 서호주의 레너드 왕자는 대중의 영웅이 됐다. 헛리버는 그 후에 세워진 대다수 호주 초소형 국민체의 모델이 됐다.레너드 왕자는 ‘대중의 영웅’이라는 호칭은 기꺼이 받아들이겠지만 ‘초소형 국민체 운동의 선구자’라는 칭호는 원치 않는다. 그의 대변인(이제 그는 언론 인터뷰를 사절한다)은 헛리버 공국이 초소형 국민체 현상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는 데 반발했다. “독립 선언이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문득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사소한 분쟁 또는 단순한 의견 불일치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헛리버는 그런 것과 전혀 다르다. 우리는 그런 초소형 국민체 운동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헛리버 공국은 서호주 주도 퍼스에서 북쪽으로 차로 5시간 걸리는 곳의 건조한 지역에 있다. 크기는 홍콩 정도다. 그곳 주민들은 야생화를 아시아에 수출하고 관광과 주화, 우표, 장신구의 판매로 살아간다. 완전히 독립한 주권 국가라고 주장하며 호주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대신 세금에 상당하는 가치의 ‘선물’을 기증한다).레너드 왕자의 사례는 세계 전역의 법학, 사회학 교과서에 실린다. 그가 인정하든 않든 그가 만든 모델은 오늘날까지 건재하다. 그가 저버렸다고 주장하는 나라 호주에서 특히 그렇다.자기 침실 안의 왕자가 되려면조지 황제는 건국일 하루 뒤 공식 복장(양복, 장식띠, 메달) 차림으로 자동차를 타고 인근 도시 부로와(인구 1070명) 거리를 누볐다. 국기가 휘날리는 그의 차는 어린이 엔터테이너 피트 해적과 이동형 양털깎기 전시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고 이웃 왕국의 통치자라고 그를 소개했다. 군중은 ‘아니, 뭐라고?’라는 반응을 보였다.조지 황제의 이런 행동은 아틀란티움이 실제 지도자를 가진 실체 있는 제국이라는 물리적 현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또 그의 자기비하적인 자기확대라는 모순된 조합의 일부이기도 하다. 조지 크룩섕크는 자신이 하는 일에 위엄이 있다는 착각을 하지않는다. 그는 머리가 비상하고 기이하게 매력적이며 유머가 있다. 그의 초소형 국가 실험이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처럼 호소력을 갖는 이유다.그는 차량 퍼레이드 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세계에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 스스로 ‘내 집 안의 왕자’라고 부른다고 자신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나 그 후계자들과 동급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환상에 사로잡혔다.”호주의 대다수 초소형 국민체가 실패한 이유가 그런 사고방식이라고 크룩섕크는 말했다. 그들은 한 가지 재능만 있는 사람으로 정부에 대한 한 가지 불만이 그들의 자칭 독립을 부추겼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때문에 모든 일을 망치고 말았다. “초소형 국민체를 시작하는 사람 중 다수는 자신이 시찰하며 둘러보는 모든 것의 군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실제로 기대한다. 그들이 시찰하고 둘러보는 것이 작은 땅과 빨랫줄이라고 해도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난센스 아닌가?”조지 황제에겐 아틀란티움 제국이 자신의 근거지인 동시에 자신이 열렬히 추구하는 운동의 무대다. 또 자신의 취미인 동시에 “어린 시절의 정치이론 실험이 되물릴 수 없게 된 상황”이기도하다.

2013.10.30 15:40

7분 소요
여성의 반격이 시작됐다

산업 일반

공화당이 양성평등 운동을 공격해도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큰 착각이다선거 직전 며칠 동안 보수당 전문가들은 확신에 찬 듯했다. 공화당의 “여성 문제에 관한 전쟁” 주장을 민주당이 지나치게 써먹었으며(Democrats had overplayed the idea of a Republican “war on women”) 막상 선거일이 닥쳤을 때 분노한 여성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지는 않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저명한 여성심리 분석가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태트는 이렇게 썼다. “오바마의 온정주의적인 이론은 민주당, 특히 남성 민주당원이 성혁명의 수호자를 자처하면 승리한다고 가정한다. (‘진짜 성폭행이라면 임신할 가능성은 없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공화당의 토드 에이킨 하원의원 같은 사람들로부터 여성 유권자들을 보호해 준다면 말이다.” 그것은 “그릇된 자만심”이라고 그가 주장했다. 선거 당일 종교보수파 여성단체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모임(Concerned Women for America)’의 재니스 크라우스는 “오바마의 ‘여성문제에 관한 전쟁’ 정치구호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역풍 맞아”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그는 “여성이 현재 56% 대 40%로 오바마보다 롬니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그 뒤 나온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여성들이 오바마에게 재선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종교 보수파에 역사적인 타격을 줬으며, 기록적인 숫자의 여성을 상원에 들여보내고, 새로운 집권연합의 핵심이 됐다. CNN 출구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전체 투표자의 53%를 차지했다. 11% 포인트 차로 오바마를 더 지지했다(반면 남성은 7% 포인트 차로 롬니를 더 지지했다). 러트거스대학 미국 여성 및 정치 연구소에 따르면 남녀격차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컸다. 1996년의 최고 기록 다음 가는 격차였다. 공화당은 승리가 확실시 됐던 미주리와 인디애나 두 곳의 상원의석을 여성 표 때문에 잃었다. 공화당 후보들이 강간·임신·낙태에 관해 쇼킹한 발언을 한 뒤였다. 여성의 표심을 사로잡지 않으면 영원히 소수당 지위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일부 보수파들 사이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비영리 단체 독립여성포럼(Independent Women’s Forum)의 캐리 루카스는 내셔널 리뷰 온라인에 쓴 글에서 “여성문제에 관한 전쟁” 프레임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가정이 틀렸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일이 우파의 모든 사람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다(This should be a wakeup call for everyone on the right).”실제로 미국 역사상 여성, 특히 진보파 여성이 유권자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그렇게 많은 권력을 쥐었던 적은 없었다. 차기 상원의 여성 수는 20명이다. 평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최고 기록이다(11월 6일 새로 선출된 여성 상원의원 5명 중 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어쩌면 이번 선거의 최대 반전은 노스다코다주 상원 레이스였다. 티파티(공화당 강경보수파)가 미는 릭 버그를 민주당의 하이디 하이트캠프가 눌렀다. 지난 9월 여론조사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버그의 승률을 80%로 점쳤었다. 매사추세츠 출신의 최초 여성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최초의 레즈비언 상원의원인 위스콘신주 출신 태미 볼드윈도 승리를 거뒀다.선거 당일 일일이 손꼽기도 어려울 만큼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여성 의원이 쏟아져 나왔다. 하와이의 마지 히로노는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상원의원이 된다. 태미 더크워스는 여성 상이용사로선 최초로 의회에 선출됐다(became the first disabled female veteran elected to Congress). 그녀는 이라크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양 다리를 잃었다. 그녀는 티파티 계파의 허풍쟁이 조 월시 하원의원을 물리쳤다. 최근 여성의 목숨을 구하는 데 낙태는 필요 없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뉴햄프셔주는 워싱턴에 파견하는 의원 대표단을 미국 최초로 여성으로만 구성했다. 뉴햄프셔주는 또한 민주당 소속의 여성 매기 하산을 주지사로 선출했다.여성이 승리한 여러 주에서 특히 남녀격차가 컸다. 예컨대 뉴햄프셔주에선 남성이 4% 포인트 차로 롬니를 더 지지한 반면 여성은 16% 포인트 차로 오바마를 더 지지했다. 바로 이 여성들이 뉴햄프셔주를 정치적 여성 상위 사회로 바꿔 놓았다고(have turned the state into a political matriarchy)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여성이 올해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은 여성의원 선출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협한 정치인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Women voters proved that politicians cannot threaten their rights with impunity).동일임금 법안, 낙태·산아제한(equal-pay legislation, abortion, and birth control) 같은 이슈들이 유권자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모른다. 사회안전망의 견고성 등 온갖 현안에 대해 여성은 남성보다 더 진보적이다. 그리고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생식권의 역할이 적었다 해도(reproductive rights had played less of a role in the race) 오바마를 밀었을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이처럼 커다란 남녀격차는 ‘가족계획(Planned Parenthood)’ 지지와 피임의 보험 적용 같은 이슈를 대선 캠페인의 중심 공약으로 삼은 대통령의 전략을 뒷받침한다. 현대의 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두 낙태권을 인정한 ‘로 vs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지지한다. 하지만 오바마는 여성의 건강을 특히 중시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was unique in foregrounding women’s health).‘가족계획’의 세실 리처드와 조지타운대 법과 대학원생 샌드라 플루크를 주요 선거운동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일각에선 그가 너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특히 낙태를 “안전하고 합법적이고 드물게(safe, legal, and rare)” 만들자는 문구가 2012 민주당 정강에서 빠진 뒤였다(빌 클린턴이 처음 만들어낸 슬로건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주저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를 옹호한 후보를 대다수 여성이 지지했다.물론 공화당이 지나치게 급진적인 데 대한 반사이익도 있었다(It helped, of course, that the Democrats had such radical foils). 공화당은 기성체제의 쇠퇴와 그에 따른 원리주의 세력의 부상으로 다른 많은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낙태와 피임 문제에서도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그들은 로널드 레이건 시대 이후로 낙태반대 운동을 벌여 왔다.하지만 과거에는 지도자들이 온건한 여성들에게 겁을 주지 않으려고 무척 신경을 썼다. 조지 W 부시는 출산의 선택을 단호히 반대했지만 낙태를 불법화하기보다는 “생명의 문화(culture of life)”를 장려하자고 포괄적으로 말했다. 과거 그는 미국 대법원이 흑인 노예였던 드레드 스콧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1857년의 악명 높은 판결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그때 알 만한 낙태반대 운동가들은(in-the-know anti-abortion activists) 그가 ‘로 vs 웨이드’ 판결에 비유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단순히 미국 역사의 인종차별적인 오점을 비판하는 말로 받아들였다.마찬가지로 과거 낙태반대운동 정치조직은 더 미묘하게 활동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 그들은 이른바 부분출산중절(partial-birth abortion) 금지를 가장 강력히 추진했다. 후기 임신중절 수술로(a late-term procedure) 때때로 비극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 낙태 찬성 운동가들(pro-choice activists)조차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다. 당시 보수파의 구상은 낙태권을 가장자리부터 야금야금 파고들면서 낙태 합법화 판결이 뒤집어지는 날을 기다리려는 것이었다.이제 신세대 운동가들이 이런 점진적인 접근법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신 모든 수정란(fertilized egg)을 법적인 인간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신세대 운동가들이 티파티 운동과 힘을 모아 공화당 내에서 세력을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절충주의자들을 외면하고 순수파들을 지지했다. 그에 따라 토드 에이킨이 미주리주 상원의원 후보 지명을 받았지만 ‘진짜 강간(legitimate rape)’이라는 정치용어를 새로 만들어낸 뒤 패하고 말았다. AP통신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상당수(solid majority)’가 지지 후보를 결정할 때 에이킨의 발언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 클레어 매커스킬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마찬가지로 리처드 머독도 예비선거에서 현역 상원의원 리처드 루거를 누르고 올라왔지만 민주당 후보 조 도널리에게 패하고 말았다. 성폭행 피해자가 임신하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으로 일어난 일(something God intended happen)”이라고 주장한 뒤였다.공화당이 선거에서 패하면 보수파들은 흔히 그들이 너무 온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7일 우익 지도자 여러 명이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런 주장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낙태에 관한 극단적인 입장에 반대하는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낙태에 반대하는 단체 ‘수전 B 앤서니 리스트’의 마저리 대넌펠저 회장의 말이다. “미트 롬니, 공화당, 그리고 그들의 수퍼팩(super PAC, 연방 선거법의 자금 규제를 받지 않는 독립 후원단체) 세력들이 이 같은 취약점을 전혀 부각시키지 않았다. 우리가 부동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그것이 설득력 있는 논리로 밝혀졌는데도 말이다.”그러나 에이킨과 머독의 패배는 이 같은 해석과 일치하지 않는다(The defeat of Akin and Mourdock is going to make this interpretation a hard sell). 오바마가 자신의 낙태 찬성 입장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앞으로 적어도 일부 공화당 지도자는 전과 달리 여성을 소외시키지 않으려고 신경 쓸 가능성이 커진다. 하원은 어느 때보다 보수적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곧바로 ‘가족계획’에 대한 예산지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또 다시 연방정부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it’s hard to imagine that it will soon make another threat to shut down the government over defunding Planned Parenthood). 상원에 새로 진출한 여성들은 동일임금 같은 문제에서 약간의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6일의 대선 이후 “여성문제에 관한 전쟁”을 벌인다고 간주되는 정치인은 누구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2012.11.14 17:38

6분 소요
승리의 일등공신

산업 일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공화당 인사들의 출마 포기와 롬니의 부정직한 선거운동이 오바마를 도왔다버락 오바마는 지난 5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2만 명의 지지자를 상대로 마지막 선거유세 연설을 했다. 2008년 오바마의 ‘젊은이의 행진(Children’s Crusade, 그해 아이오와 민주당 당원대회에 이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참석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 시작된 디모인 선거운동 본부에서 가까운 곳이다.그 자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됐다. 오바마가 눈물을 흘렸다. 그의 왼쪽 눈에서 눈물 몇 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자신이 성취하려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인 듯(perhaps in appreciation of the enormityand the improbability-of what he was about to accomplish)했다.하지만 24시간도 안 돼 그 눈물은 기쁨의 몸짓으로 바뀌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2008년 대통령 당선 직후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연설을 하던 때보다 더 활기차고, 더 이상주의적(more exuberant, more idealistic)으로 보였다. 그럴 만하다(And for good reason).올해의 경제 흐름은 조류라기보다 태풍에 가까운 위력으로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The economic current against President Obama this year was more like a typhoon than a tide). 넓게 보면 1948년 트루먼 대통령 시절부터 2008년 부시 대통령 시절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8%를 웃돌았던 기간은 총 39개월이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가 집권한 46개월 동안 실업률이 8%를 넘은 기간은 43개월이나 된다.중산층의 가구당 소득 중간값(median household income for the middle class)은 2000년 이후 5000달러가까이 떨어졌다. 또 중산층 가정의 순자산 중간값(median net worth of a middle-class family)은 2007~2010년 40%나 떨어졌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 오바마가 탄핵을 당하지 않은(Obama wasn’t impeached) 건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재선까지 성공했으니 그의 부모가 아들의 이름을 제대로 지은 게 확실하다. 오바마의 성공 비결이 뭘까를 생각해 봤다.공화당이 그를 도왔다(The Republicans Helped Him).젭 부시, 미치 대니얼스, 크리스 크리스티, 마르코 루비오, 존 순, 헤일리 바버 등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모두 출마를 포기했다(all took a pass this time). 그 결과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을 바꿔보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눈 앞엔 ‘클라운 카(clown car, 조그만 차에서 광대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서커스 쇼의 일종)’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예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쪽엔 매주 새로운 후보가 등장했는데 모두 이상한 사람들뿐이었다. 롬니는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후보(the strongest candidate in a weak field)였다. 마치 ‘대법원에서 가장 섹시한 인물(the sexiest member of the Supreme Court)’로 뽑힌 것처럼 영광스러운 일인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롬니는 경쟁 후보들보다 자금을 수백만 달러씩 더 써서(by outspending him or her by many millions) 그들을 물리쳤다. 또 극우파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공격했다(outflanking them on the far right). 예를 들어 뉴트 깅리치나 릭 샌토럼을 우익의 입장에서 공격하려면 극우파가 되는 수밖에 없다.하지만 롬니는 온건파로 나설 수도 있었다. 보울스-심슨 위원회(적자 재정 감축을 위한 오바마 정부의 초당적 기구)의 요구대로 부자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내는 데 찬성하든가. 또는 30발짜리 탄창을 장착한 개인화기(30-round ammo clips for assault weapons)에 반대하든가.아니면 낙태나 동성애자 권리에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어느 한쪽의 입장을 고수하든가 말이다. 하지만 롬니는 조지 W 부시보다 더 우익으로 갔다. 그는 부시의 합리적이고 포괄적인 이민 개혁정책을 지지하던 입장을 바꿔 깅리치와 릭 페리가 “불법 이민자들을 인간으로 취급한다(treat undocumented immigrants as human beings)”고 공격했다.롬니는 선거운동 막바지 몇 주 동안 뻔뻔스럽게도 중도로 방향을 틀었다(made a brazen effort to move to the middle). 그리고 그 전략은 거의 성공을 거둘 뻔했다. 만약 그가 극우파의 시대에 뒤진 주장에 도전하는 메사추세츠주 출신의 온건파로서 일관성을 보여줬다면 지금쯤 대통령 당선자(president-elect)가 돼 있었을지도 모른다.거짓말은 실패를 낳는다(Fibbing Fails).미트 롬니는 첫 번째 선거 광고에서 버락 오바마가 “경제 이야기를 계속하면 우리가 패배한다(If we keep talking about the economy, we’re going to lose)”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말은 4년 전 공화당의 한 보좌관이 한 말을 오바마가 인용한 것이다. 오바마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매케인 상원의원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제 이야기를 계속하면 우리가 패배한다’라고요.” 이 거짓 광고부터 “크라이슬러가 지프의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려 한다”는 마지막 허위 광고까지 롬니는 놀라울 정도로 부정직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롬니의 지프 광고는 역효과를 낳았다(Romney’s Jeep ad backfired). (톨리도에서 지프를 생산하는 근로자를 포함해) 오하이오의 노조원 사이에서 오바마의 지지도는 2008년보다 훨씬 높아졌다.롬니는 차라리“난 여러분을 바보로 여긴다”는 광고를 내보내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Romney may as well have run ads that said, “I think you’re stupid”). 지프 광고를 보고 유권자들이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because that’s the message voters got).전당대회는 여전히 중요하다(Conventions Are Still Consequential).대통령 선거 때가 돌아오면 “이제 전당대회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헛소리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치인들이 모여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지를 놓고 흥정을 벌이는 밀실 따위는 없다(there are no smoke-filled rooms in which grizzled pols horse-trade over who the nominee will be).대통령 후보는 유권자들이 선택한다. 전당대회가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에서 예전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못 한다(예비선거에서 윤곽이 정해지기 때문이다)고 해서 이젠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당대회는 결혼식과 같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이미 결정됐지만(the conclusion is foreordained) 의식이 어떻게 치러지는지가 중요하다(how it’s pulled off matters).공화당의 전당대회는 평범했다. 마치 평범한 결혼식처럼 특별히 불길한 조짐은 없었다. 하지만 연로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건배를 제안하고 ‘빈 의자 퍼포먼스(연단의 빈 의자에 오바마가 앉아 있다 가정하고 롬니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대화를 진행했다)’를 펼친 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반면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연사로 초청했다. 클린턴이 연설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마치 그의 전성기 시절로 되돌아간 듯 그에게 환호를 보냈다. 말하기 좋아하는 한 인사는 클린턴이 오바마에게 롬니의 입장 바꾸기 전략(flip-flop)을 공격하지 말라고 조언함으로써 오바마를 선거에서 패하게 할 뻔했다(may have cost Obama the election)고 말했다(여론조사에 따르면 롬니의 입장 바꾸기 전략은 실제로 그에게 도움이 됐다.롬니가 당초의 입장을 바꿔 낙태권리를 지지하기를 기대하는 여성들이 롬니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클린턴이 여전히 대단한 영향력을 지녔다(Clinton was still magic)는 사실을 안다. 클린턴의 연설이 끝난 직후 내 친구이자 CNN의 동료인 공화당원 알렉스 캐스텔라노스는 이렇게 말했다. “버락 오바마의 재선을 확정하는 순간이 될 듯하다(This will be the moment that probably reelected Barack Obama). 빌 클린턴은 과거에 한번 민주당을 살렸다. 민주당이 극좌로 치닫던 시기에 나타나서 당을 중도로 이끌었다. 그리고 오늘 밤 다시 한번 민주당을 살렸다.”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우위로 올라서기(surged to a solid lead) 시작했다. 빌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의 연설(내가 들은 연설 중 최고 수준이었다), 감성적인 조 바이든,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할 일을 다하는 오바마 대통령 덕분이다. 민주당은 치열한 접전을 끝내고(blowing open a dead-heat race) 승리를 차지할(walk away with it) 기세였다.한번의 토론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One Debate Can Change Everything).난 사실 대통령 후보 TV 토론의 위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TV 토론은 “선거전의 양상을 다시 한번 다져주는(solidify the race where it is) 행사”에 불과하다고 믿었고 그렇게 말해 왔다. 하지만 틀렸다. 첫 번째 TV 토론에서 미트 롬니가 인상적인 토론을 펼치는(turn in a truly impressive performance) 장면을 672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그는 조용하고 자신 있게 5가지 경제 살리기 계획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반면 오바마는 그의 말을 무시하는 듯 산만하게 굴었고 역겹다는 표정이었다. 이 토론 한번으로 롬니는 전세를 뒤집었다(Romney’s performance singlehandedly turned the tide).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얻은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하지만 두세 번째 토론에서는 오바마가 우세했다. 그는 무자비하면서도 재치 있게 롬니를 공격했다(hitting Romney mercilessly andwittily). 롬니는 꼼짝없이 당했고 오바마는 그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선거전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접전을 벌였고 선거전의 나머지 기간 동안은 오바마가 약간 앞서는 상태(a narrow but stable Obama lead for the rest of the race)를 유지했다.추한 작전은 초반에 써라(Go Ugly Early).우리 아버지는 “네 인생의 주인공은 언제나 너(You’re always the hero of your own story)”라고 말하곤 했다. 내 경우엔 확실히 맞는 말이다. 뉴스위크를 떠나 있던 동안 오바마를 지지하는 수퍼팩(super PAC, 연방 선거법의 자금 규제를 받지 않는 독립 후원단체)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모금에 열을 올리면서 아랫사람들에게 호통도 많이 쳤다(I was busy raising money and raising hell). 이전에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빌 버튼과 션 스위니가 설립한 이 수퍼팩은 극우파의 전략을 흉내내(to take a page from the far right) 롬니의 최대 강점을 최대 약점으로 탈바꿈시키기로(turn Romney’s greatest strength into his greatest weakness) 했다. 그들은 롬니를 입장 바꾸기 선수(a flip-flopper)나 ‘극보수파(severe conservative)’라고 공격하는 데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버튼과 스위니는 자신들의 전략적 비전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들은 롬니가 운영하던 투자 컨설팅 회사 베인 캐피털을 공격 목표로 정했다. 두 사람은 큰 돈 쓰는 일을 혐오하는 민주당의 기성 세력 때문에 좌절하고, 시카고 선거운동 본부의 일부 운동원들이 자신들의 수퍼팩을 ‘형편없는 실패작’이라고 비난했지만 꿋꿋이 견뎌냈다.우리의 목표는 롬니의 최대 강점인 사업 기록을 약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작전의 지침을 제공한 사람은 2009년 작고한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었다. 2008년 선거를 앞두고 나는 케네디를 찾아갔다. 당시 난 롬니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케네디는 그를 이길 방법을 알려줬다(Kennedy gave me a tutorial on how to beat him). 그는 “롬니를 얕보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기지와 재력이 있는 데다 못할 말이 없고 어떤 입장이라도 취할 수 있는 인물이다(He’s smart and resourceful and will say anything, take any position).”케네디는 자신의 선거운동원들이 베인 캐피털에 인수된 뒤 문을 닫은 회사의 직원들을 추적해 조사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는 케네디의 전략을 흉내내 해고된 중산층 근로자 수십 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상징했다(emblematic of the collapse of the middle class).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의료보험이 취소됐고 생활은 엉망이 됐다.조지아 주지사를 지냈으며 현 상원의원인 내 오랜 친구 젤 밀러는 “공격 받은 개는 짖어대기 마련(a hit dog barks)”이라고 알려줬지만 롬니는 침묵을 지켰다. 그때 롬니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그는 우리처럼 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수퍼팩이 자신을 고든 게코(영화 ‘월스트리트’에 나오는 탐욕스러운 기업 사냥꾼) 같은 인물로 규정하도록 내버려뒀다. 롬니에게서 사업 기록을 빼면 그에게 남는 건 개인적인 매력뿐이었다(Without his business record, Romney was left with nothing but his charm).정부가 진짜 해결책이다(Government Really Is the Solution).허리케인 샌디는 우파의 신념 두 가지를 무너뜨렸다. ‘버락 오바마는 고집스러운 당파주의자(an intractable partisan)’라는 것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덩어리’라는 것이다. 허리케인이 닥친 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원인 뉴저지주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이 일이 있기 몇 주전 공화당 전당대회의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오바마를 맹렬히 공격했다)와 힘을 합해 일하는 모습은 두 사람 다 실용적인 문제 해결사(pragmatic problem solvers)라는 사실을 증명했다.허리케인 샌디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네 명 중 세 명은 연방정부가 위기에 훌륭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요즘처럼 반정부적 정서가 팽배한 시점에 놀라운 일이다. 연방정부가 지방자치에 간섭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불평을 늘어놓는 건 좋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BP나 핼리버튼 같은 세계적 기업보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구조의 손길을 기대하지 않는가? 만약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선의를 가진 미국인들은 서로를 공격하는 대신 힘을 합해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2012.11.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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