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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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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주문하고, 걷다 보면 힐링” 경주 대릉원돌담길, 봄나들이 명소 등극

여행

만개한 벚꽃이 돌담길 위로 흩날리던 지난 주말, 경주 도심에 14만 5천여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경주시는 경북도와 손잡고,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2025 경주 대릉원돌담길 축제'를 개최했다.올해 축제는 벚꽃 개화시기를 고려해, 예년보다 약간 앞당겼다. 도로 통제구간에는 인조잔디와 나무 팔레트 테이블이 설치됐고, 분홍색 횡단보도와 대형 꽃무늬 등은 별도의 조형물 없이도 돌담길 경관을 활용한 포토존으로 변신해 봄 정취를 더했다.푸드트럭과 프리마켓도 다채로웠다. 팟타이부터 타코야끼, 불초밥까지 세계 각국의 먹거리들이 지역 수공예품과 함께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QR코드 주문 시스템과 통합결제 서비스는 기다림 없이 먹고 즐기게 했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어 너무 편했다"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쏟아졌다.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벚꽃코인'은 설문조사나 친환경 미션을 통해 제공돼,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관람객의 참여도를 높였다. 코인을 모으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어, 놀이와 환경 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함께해 봄' 구역에서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카드지갑 만들기, 도로 위 미술놀이터 등 지역 공방 운영자들이 마련한 체험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한편, 이번 축제는 전국 산불 피해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메인 무대 공연을 축소하고, 관람 동선 내에서 소규모 버스킹과 추모 안내를 진행했다. 돌담길 내 레스토랑의 일부 수익금은 산불 피해 복구 성금으로 기부됐다. 또 무인 계측기 6대를 축제장 전역에 설치해, 인파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축소된 구성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으며, 도심형 축제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경주의 역사·자연·문화가 어우러진 시민 중심 축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4.08 15:06

2분 소요
“한복 입은 미키 등장”…무신사 뷰티, 클리오 협업 단독 출시

유통

무신사 뷰티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디즈니코리아)와 메이크업 브랜드 클리오(CLIO)의 협업 제품을 단독 출시한다고 2일 밝혔다.이번 협업 제품은 한복을 입은 디즈니 ‘미키와 친구들’ 캐릭터를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고궁을 여행하는 디즈니 ‘미키와 친구들’ 캐릭터가 제품 곳곳에 포인트로 등장해 디즈니 팬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협업 제품은 톤업 쿠션, 파우더, 아이섀도 팔레트 등 나들이가 많은 봄철에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으로 구성됐다. 세 가지 컬러로 피부 톤을 자연스럽게 밝혀주는 ‘웨이크업 톤업 쿠션’과 펄 입자와 보색 원리를 활용해 화사한 피부를 연출할 수 있는 ‘라이트 세팅 파우더’를 선보인다. 특히 ‘라이트 세팅 파우더’는 미키 손 모양의 퍼프를 함께 제공한다.또한, 서울 고궁을 테마로 기획한 12가지 컬러의 아이섀도 팔레트 ‘프로 아이팔레트 에어’도 출시한다. △경회루 꽃놀이 △덕수궁 돌담길 △경복궁 산책 등 다양한 구성으로 퍼스널 컬러에 맞춰 골라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미키 마우스’ 파우치를 함께 제공한다.무신사 뷰티는 이번 협업 상품을 오는 8일 오전 11시까지 25%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인다. ‘프로 아이팔레트 에어’ 기획세트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전용 아이섀도 브러시를 추가로 증정한다.디즈니코리아와 클리오의 특별한 협업 상품은 무신사 뷰티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2025.04.02 17:12

1분 소요
케이뱅크 임직원, 연말 맞아 연탄·난방유 등 나눔 봉사

은행

케이뱅크가 연말을 맞아 3년 연속 임직원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훈훈한 온기나눔을 실천했다.케이뱅크는 지난 21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을 찾아 임직원 30여 명과 함께 ‘금융권 합동 사랑의 온기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기부금 1000만원을 후원했다고 밝혔다.금융권 합동 사랑의 온기나눔은 케이뱅크와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권 유관기관이 함께 진행하는 임직원 참여 사회공헌활동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20여 명이 참여한 봉사단 규모를 확대해 올해는 30여명이 동참했다.특히 작년까지는 난방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연탄을 기부하고 직접 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취약계층 수요를 반영해 난방유와 탄소매트, 양말 등 온기패키지도 함께 전달하는 나눔 활동으로 확대됐다.온기패키지 등을 전달한 홍제동 개미마을은 1970년대 인왕산 자락에 형성된 밀집촌으로 기반시설 등이 부족해 겨울철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다. 이날 봉사활동은 연말 겨울철을 앞두고 취약계층에게 온정의 손길을 나누고자 하는 케이뱅크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케이뱅크 임직원 30여명은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 가구에 연탄과 난방유 등 온기패키지를 손수 배달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직원 김화원 매니저는 “지난해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 뿌듯하고 보람찬 마음을 얻어 올해도 동참하게 됐다”며 “우리의 작은 손길이 추운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선물이 되길 소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케이뱅크는 이번 봉사를 비롯해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임직원이 걸은 걸음 수에 따라 기부금을 조성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전체 임직원의 70%가 참여해 성황리에 종료했다. 같은 달 임직원 30여 명이 함께 세운상가와 종묘 돌담길에서 환경정화 플로깅(Plogging)을 실시하기도 했다. 행사를 진행한 케이뱅크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역대급 한파가 예고된 상황에서 난방비 부담을 겪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임직원이 함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 곳곳에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도록 다양한 나눔 활동을 지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2024.11.22 13:39

2분 소요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임직원과 세운상가∙종묘 돌담길 플로깅 행사

은행

케이뱅크가 종묘 돌담길 및 주변 거리에서 환경정화 플로깅(Plogging)을 실시했다고 27일 밝혔다.지난 24일 오후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을 비롯해 임직원 30여 명이 참여해 세운상가와 종묘사직 돌담길을 걸으며 도로 등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깨끗한 거리를 조성했다.환경 보호 취지에 맞게 이날 쓰레기 수거에 사용된 비닐 봉투도 생분해성 수지 원료로 만들어져 100% 자연 분해되는 자연친화적 생분해 제품을 사용했다.이번 행사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일대의 환경 정화는 물론, 걸음 수만큼 취약계층 이웃을 위한 기부금 조성으로도 이어졌다.아울러 케이뱅크는 5월 한달 동안 가정의 달을 맞아 ‘임직원 걷기 기부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임직원이 걸은 걸음 수당 1원을 매칭해 기부금을 조성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취약계층 이웃을 위해 전달할 예정이다.플로깅에 참여한 한 직원은 “최근 종묘 돌담길을 둘러싸고 카페, 식당들이 생겨나 쓰레기가 많았다”며 “동료들과 직접 걸으며 문화유산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케이뱅크는 사회공헌활동을 지속 실천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에 기부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또한 5월 한달 동안 진행 중인 ‘임직원 걷기 기부 캠페인’도 실시해 취약계층 위한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케이뱅크 관계자는 “환경과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이번 플로깅 활동을 실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임직원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4.05.27 10:00

1분 소요
봄 향기 가득한 경북으로 봄 나들이 어때요?

여행

기상청과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올해 봄 날씨는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으며 봄꽃은 평년 평균과 비교해 3~7일 정도 빠르게 핀다고 전망했다.겨울 장마로 움츠려진 어깨를 펴고, 봄향기 가득한 추억을 선물하는 경북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경북에서 가장 빨리 봄을 알리는 꽃 소식은 팔공산 가산산성에서 들려온다.칠곡군 가산산성 부근에는 세계 최대의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 눈 덮인 1월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3월이면 가산산성 동문부터 가산 바위까지 샛노란 꽃밭을 이뤄 팔공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복과 장수'의 기운을 선물한다.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 매화의 암향은 3월 중순이면 경북 최북단 울진에서 그 절정을 느낄 수 있다. 울진군 매화면에는 대규모 매화단지가 있다. 2019년에 1,079그루의 매화나무를 식재해 ‘매화나무 특화거리’를 조성한 덕택에 울진을 찾는 상춘객들이 봄의 전령 매화의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에 더욱 취한다.의성 사곡면 산수유 마을은 3월 중순부터 수만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노랗게 마을을 뒤덮는다. 이 시기 마을 밭에는 의성을 대표하는 마늘이 자라고 있어, 초록색의 마을과 동산을 뒤덮은 노란 산수유 어울림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 눈을 더욱 즐겁게 한다.4월이 되면 경상북도 곳곳에 벚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 중에 가장 으뜸은 경주다. 대릉원 돌담길 및 쪽샘지구, 보문호 주변으로 펼쳐진 벚꽃을 보기 위해서 찾은 사람들로 4월이면 경주는 인산인해를 이룬다.봉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 수목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산림생물자원과 다채로운 식물을 볼 수 있는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이다. 특히 4월 말에는 약 5만 송이의 튤립과 수선화가 개화해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5월이면 영주 소백산 봉우리와 능선엔 철쭉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5월 소백산 산행은 철쭉꽃의 즐거움과 등산의 건강함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봄의 마지막 선물이다. 경북의 봄에는 아름다운 봄꽃과 따뜻한 사람의 향기가 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4.03.14 16:57

2분 소요
문화체험터 된 아바이 일터, 캔버스로 거듭난 수백 년 돌담

여행

비린내는 났지만 비루하지 않았다. 고향 등진 죄인이라 척박해도 견뎌야 했다. 게다가 꼬물꼬물 자식들의 퀭한 눈을 보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할복장에서 산더미로 쌓인 오징어의 배를 갈랐다. 속초 아바이마을의 기억이다. 500년 된 돌담길은 숱한 세월을 견뎌 마을을 지켰다. 돌담은 경계를 나눌 뿐, 이웃을 가르지 않았다. 대문이 없으니 파수꾼도 할 일이 없다. 동네 댕댕이며 냥이들은 속된 말로 ‘개 팔자’다. 한술 더 떠 ‘인싸’ 모델이다. 곳곳에 스톤아트로 존재감을 높인다.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이다.한반도 어디라도 스토리를 품지 않은 곳이 없듯, 속초에도 사연은 차고 넘친다. 동해 너울보다 더 울렁이고 설악 준령보다 더 아찔한 드라마가 여기 있다. 더불어 입맛도 사로잡은 겉바‘속초’ 생활 테마 여행 속으로~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생명을 앗아 생활을 잇는다. 배를 갈라 배를 채웠다. 오징어며 명태의 배를 갈라 모래톱 보잘것없는 곳에 자리한 난민은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다. 전쟁통에 고향 등진 불청객은 속초에 기대어 거친 삶을 지켰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이다.아바이마을의 오징어 할복장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아바이마을 주민들의 삶을 문화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전시물이 가득하다.더 이상 오징어의 배를 가를 필요가 없다. 배를 가르던 아바이도 하나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 블랙홀에서 예술을 끈으로 기억을 역사로, 예술로 다듬고 있다.할복장은 비린내 찌든 아바이가 오징어의 생명을 빌려 미력한 이녁의 생활을 이었던 곳이다. 고향 등진 삼팔따라지가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원추형 누옥이나마 고단한 몸 뉠 수 있으니 그나마 고마운 일이었을 거다. 거친 삶이지만 속초가 있어 기대온 일상이 고스란히 청호동 아바이마을 담벼락에 한 땀 한 땀 벽화로도 남아 있다.기운 다한 아바이·아마이나, 기운 다한 할복장을 틀어잡았다. 갈고리를 걸어야 움직이는 갯배가 속초와 아바이마을을 잇듯, 아바이의 느린 시간과 우리의 잰 시간을 밀고 당기며 눈높이를 맞춘다.분단과 실향의 역사가 오롯하고, 드라마 ‘가을동화’의 애잔함이 여전한 이곳. 감성 가득한 아바이마을에서 감성을 채웠다면 아바이순대·명태순대·함흥냉면·가자미식해·가리국밥으로 화룡점정 마침표를 찍어보시길.스톤아트의 현장, 상도문 돌담마을500년 된 돌담길은 이방인을 경계한다? 이내 가가호호 대문 없음에 경계는 허물어져 연계와 맞닿는다. 이 유서 깊은 집성촌엔 속초 첫 교육기관인 도문서당이 있었다. 설악산 자락에 자리한 속초가 기댄 상도문 돌담마을이다.상도문 돌담마을의 담벼락은 격의 없다. 동네 유래를 설명한 어르신의 연애담도 나지막한 담벼락 덕이란다. 작은 돌 집어 던져 ‘카톡카톡’, 들꽃 꺾어 이모티콘 ‘카톡카톡’…그렇게 사랑이 꽃피는 마을이더랬다. 전통마을의 좁은 골목이 아닌 널찍한 골목의 여유는 동네 사람들의 넉넉한 웃음을 닮았다.담벼락 호박넝쿨 사이로 뜬금없는 스톤아트는 우연하게도 담 넘어 댕댕이며 냥이가 오버랩됐다. 우연이 집집 돌담마다 이어지니, 필연이다. 스톤아트 모델은 바로 그들이다. 예술가의 호기는 지나가는 참새마저 돌담마을에 남겼다. 이 참새는 어디서 이 마을을 기억할까!돌담엔 이 마을 유력자인 조선조 오윤환 선생 등의 필담이 시로, 에세이로 부각돼 꼬리를 문다. 구절구절 눈길을 사로잡으니, 발길은 더뎌진다. 선생은 날 잡고, 나는 시간을 잡는다.돌담은 ‘인싸’가 분명하다. 내 발길은 물론 제비의 날갯짓도 그들을 향한다. 유독 제비가 많은 이유도 돌담 덕이다. 제비는 그사이에 숨어들고, 알을 낳고, 벌레를 잡아먹는다. 오선지 닮은 전깃줄에 오페라 악보처럼 빼곡히 앉은 그들의 모습에 맞춰, 댕댕이가 제비를 보며 껑껑 울어댄다. 소란스러운 연주회에 나른한 냥이는 파티에 지친 백작 부인마냥 도도히 꿈나라다. 상도문의 늦여름 풍경은 채도 높인 수채화를 빼닮았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쵤영 장소이기도 했으니, 풍광은 두말이 필요 없다고개를 드니 진경산수다. 돌담이 집집을 경호하듯 설악산의 수려한 봉우리가 마을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대청봉에서 발원한 쌍천은 마을의 앞가슴을 풀어헤쳐 젖줄을 만들었다.돌보고 감싸주니 사람 사는 곳이더라. 이 마을엔 강릉 박씨, 해주 오씨, 강릉 김씨 등이 집성촌을 이뤘다. 500년 역사는 조선 후기 유학자 매곡 오윤환 선생, 속초지역의 효행을 상징인 박지의 선생이 족적을 남겼다.유력자만 기억될 곳은 아니다. 기와 수채화로 마을 화사하게 꾸민 민박집 주인 할머니나, 꽃사과나무 그늘에서 시를 읊는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에 방문객의 광대승천이다. 살아보기형 생활관광 ‘속초오실’상도문 돌담마을에서 오는 11월30일까지 살아보기형 생활관광 ‘속초오실’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모를 통해 선정, 지원 중인 전국 13개 체류형 생활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다.도문인형극·마을이야기꾼투어·막걸리만들기체험·천연염색체험·돌담떡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실줄과 날줄로 엮어있다. 이들과 어우러진 속초오실 체험 2박3일 코스는 2인 기준 16만 원에 선택 추가 시 21만 원이다.‘오실’ 프로그램의 거점은 마을 중앙에 있는 ‘문화공간 돌담’이다. 옛 정미소 건물을 개조해 카페를 겸하고 있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마을 소개와 프로그램 안내를 받을 수 있다.기본 프로그램에는 없지만 육모정상점은 들러볼 만하다. 육모정은 육각 지붕 모양인 학무정의 다른 이름으로, 영모재, 인지당 등의 편액이 방향을 달리해 붙어 있다. 옛날 마을 가게였던 상점을 개조한 ‘셀프 흑백사진관’은 재미가 넘쳐난다. 옛집 안방을 배경으로 조명과 카메라가 자리 잡았고, 이용자가 포즈를 취한 후 리모컨으로 셔터를 누르는 방식이다. 여행지에서 건진 흑백사진 한 장이 추억의 깊이를 더한다. 인쇄하지 못한 사진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을 수 있다.선택 체험으로 로컬 맥주 업체 ‘몽트비어’에서 주조 과정 체험, 속초관광수산시장 방문이 있다. 이음택시(2만6000원)를 신청하면 속초터미널에서 상도문마을까지, 마을에서 2개 체험장까지 2회 이용할 수 있다.

2023.09.23 09:00

4분 소요
[ZOOM] 털실 뜨개옷 입은 가로수, 따뜻해진 거리 풍경

만평

서울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가 털실로 만든 꽃무늬 옷을 입었다. 중구 자원봉사센터 봉사단 100여 명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넉달간 공들여 짠 ‘뜨개옷’이다. 털실값은 소공동 시민참여 예산으로 마련했고 봉사단원들이 가로수 크기에 맞춰 제작·설치했다. 돌담길과 정동길 일대 가로수 230여 그루가 이 옷을 입고 월동준비를 마쳤다. 나무나 동상 등 공공시설물에 털실 옷을 입히는 ‘그라피티 니팅(Graffiti Knitting)’은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거리 설치미술이다. 보온·해충 방지 효과는 볏짚을 이용해 나무를 감싸는 잠복소(潛伏所)보다는 털실로 만든 ‘뜨개옷’이 작다. 하지만 내년 2월까지 삭막한 겨울 거리 풍경을 화려한 색감으로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신인섭 기자 shinis@edaily.co.kr

2022.12.03 14:00

1분 소요
‘생수업체‘도 메타버스 탑승…제페토서 이호테우해변 여행한다

산업 일반

편의점부터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전문점, 패션브랜드까지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생수업체도 가상현실 구축에 나섰다. Z세대(1996년~2010년 출생자)의 차세대 주요 소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와 유통사 광동제약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제주삼다수 월드’를 개장했다고 19일 밝혔다. 제주삼다수 월드는 제주도의 자연경관을 담은 세계관을 통해 삼다수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으로 꾸며졌다. 무료한 일상에서 제주삼다수 월드에 접속하는 순간 제주도로 이동하게 되는 콘셉트로, 제주삼다수 월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탁 트인 제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목마등대가 있는 이호테우해변, 월정리 사색의자, 무지개해안도로 외에도 돌담길, 꽃길, 숲길을 걸으며 제주의 자연을 느껴볼 수 있다. 곳곳에 배치된 제주삼다수 브랜드 이미지(BI)를 강조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에게 좀 더 친근한 브랜드로 다가가고자 했다고 제주삼다수 측은 설명했다. 또 브랜드 캐릭터 ‘쿠아(QUA)’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보다 쉽고 재밌게 제주삼다수 월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쿠아는 자연의 가치를 중시하고 일상에서 적극적인 환경 보호 실천에 나서는 캐릭터로 자연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도 한다. 이용자들은 쿠아와 함께 삼다수 카페와 플레이그라운드 등 여러 장소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김정학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가상현실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 이번 ‘제주삼다수 월드’ 오픈의 목표”라면서 “‘국민 생수’의 명성에 걸맞게 앞으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5.19 19:00

2분 소요
[함승민 기자의 ‘위헌(違憲)한 경제’(1) 어디까지 무상교육인가] 학교운영비는 위헌, 급식비는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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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가재정 도외시 못해” … 국가-지자체 부담 논란엔 “규정 없어” ‘경제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원초적 기준은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아니, 단순히 합법적인 경제는 정의로운 경제일까. 또는 법에 어긋난 경제활동은 모두 불공정한 행위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법률의 근간이자 잣대가 되는 헌법으로 경제를 짚어봤다. 실제 헌법소원 판례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경제와 법을 의심하고 행동하며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위헌(違憲)’한 한국경제의 민낯을 살펴본다. “중학교까지는 의무적으로 보내라 해놓고, 급식비는 학부모가 알아서 내라고? 이거 세금이나 마찬가지잖아!” 지난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2010년 4월. TV에는 ‘무상급식’을 두고 격론을 벌이는 정치인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내가 낼 필요 없는 것 아니야?”. 지금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그런데 1년여 전 지방 교육감 선거에서 한 후보자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급식비를 누가 내느냐, 원칙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뉴스를 통해 관련 정보가 쏟아졌다. 의심과 분노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 헌법상 초·중등학교는 무상교육 A씨보다 앞서 같은 의심을 품었고, 행동도 빨랐던 이가 있다. 안양시에 사는 신상섭(가명)씨는 A씨가 뉴스를 보고 있을 때 헌법재판소에 들어서고 있었다. 헌재에 오기 전 그는 스무 살이 된 딸이 중학생 시절에 낸 급식비 100여 만원을 돌려달라고 법원을 통해 정부와 경기도, 안양시에 요구했다. 법원은 ‘학교 급식법’이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씨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했다. 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학교급식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헌법 제31조 3항이다. 헌법상 의무교육 범위는 ‘초등교육+α’다. α는 법률로 정하도록 열어 놨다. 지금 법률은 중학교 3년까지를 의무교육에 포함하고 있다. 의무의 당사자는 국민이기도 하고 국가이기도 하다. 학부모 또는 친권자는 해당 연령대의 자녀가 반드시 의무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국가는 이를 위해 인적·물적 교육시설을 정비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다만, 학계에서는 의무교육 조항이 개인보다는 국가의 의무를 강조한다고 본다. 개인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에 이를 뒷받침할 의무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헌법이 무상교육을 명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이 강하고, 그 비용을 학생과 부모 개인의 부담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어쨌든, 결론은 헌법상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교에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여전히 이런저런 명목으로 학교에 돈을 낸다. 대표적인 게 학교운영지원비다. 학교운영지원비로 걷힌 돈은 시설 유지비, 회계 직원 인건비, 교원 연구비 등으로 사용된다. 과거 육성회비·후원회비·기성회비로 불린 항목이 이름을 바꿔 유지됐다. 2008년 한 학부모단체가 이를 문제 삼았다. 중앙 정부와 5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0년 6월 헌재로 향했다. 신씨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막 두 달이 지났을 때다.법률도 헌법에 어긋나면 심판의 대상이 된다. 이번엔 초·중등교육법이 법정에 섰다. 이 법 제30조는 국·공립 중학교의 세입 항목에 학교운영지원비를 명시하고 있었다. 이 조항에 문제가 없다면 중학교는 합법적으로 학교운영지원비를 걷을 수 있다. 학부모 단체는 이는 의무교육의 무상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년이 지나 그들은 원하는 답을 얻었다. 헌재는 “초·중등교육법 30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위헌 결정 후 초·중등교육법은 개정됐다. ‘국공립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의무교육 대상자의 교육을 위탁받은 사립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의무교육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당시 헌재의 결정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다. ‘헌법은 의무교육의 무상원칙을 규정한다. 무상의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1조 1항에 따른다. 여기에는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업료, 입학금, 교사 인건비, 학교 시설 유지비, 신규 시설 투자비가 포함된다. 학교운영지원비는 이런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협찬금 성격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내기 싫다고 안 낼 수도 없다. 따라서 무상이 원칙이고, 학교운영지원비 징수를 명시한 법 조항은 헌법 위반이다.’ ━ ‘균등한 교육에 필요한 비용’이 무상의 범위 학교운영지원비에 대한 헌재의 논리는 명료했다. 이 돈은 일반적으로 의무교육에 수반되는 일들에 쓰인다. 따라서 무상교육의 범위고, 학부모 개인이 낼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신씨가 주장한 학교 급식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학교 급식은 무상교육에 포함될까.학부모 단체가 위헌결정을 듣기 넉 달 전, 신씨도 헌재의 결정문을 받았다. 결과는 엇갈렸다. 헌재는 중학생의 학부모에게 급식 관련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학교급식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학교운영지원비와 달리 학교가 급식비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결론이었다. 무엇이 다른 결과를 낳았을까.먼저, 헌재는 급식이 앞서 말한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비용’이 아니라고 봤다. 학계에는 무상의 범위에 대한 세 가지 학설이 있다. 수업료만 면제된다는 수업료 면제설, 수업료와 교재·학용품 등도 공짜로 해야 한다는 취학필수비 무상설, 법률이 정한 대로 해야 한다는 법정설이다. 학교운영지원비의 판례로 보면 헌재의 결정은 취학필수비 무상설에 가깝다. 다만, 급식비는 ‘필수’로 보지 않은 것이다.급식이 교육과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느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논리적으로만 보면 여기까지 헌재의 판단은 깔끔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운영지원비와 급식비는 쓰임새가 다르고, 쓰임새에 따라 무상교육 해당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헌재는 당시 여기에 몇 가지 이유를 덧붙였다.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부담을 경감하는 조항이 마련돼 있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지원방안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쯤 되면 조금 헷갈린다. 원칙적으로 무상교육이 아니라는 건가, 저소득층까지만 무상교육 대상이라는 건가, 원칙적으로는 해야 하는데 보완 방안이 있으니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건가?모호성의 원인은 경제 현실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가 재정의 문제다. 헌재는 급식비의 합헌 결정문에서 “학교 교육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으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같은 사회적 기본권을 실현하는 데는 국가의 재정상황 역시 도외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급식을 포함한 교육재정 부담은 만만치 않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제출받아 분석한 2‘ 017년도 시·도별 무상급식 지원계획(안)’, 무‘ 상급식 추진현황 및 확대전망’ 자료에 따르면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내년도 무상급식에 투입할 예산은 총 2조9420억원에 달한다.재정문제는 지방자치 체제에서 더 복잡해진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가운데 무상교육의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의 물음 때문이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다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헌재는 이 사안에 대해 중립적이다. 2004년 서울시가 “정부가 지자체에 의무교육 경비를 부담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헌재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단 “헌법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고만 했을 뿐, 누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은 내지 않았다. ━ 국가재정 현실이 모호한 헌법 판단의 원인 경제적 한계를 따지면 생각해 볼 문제는 더 많아진다. 헌재의 말대로라면, 만약 국가재정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 되는 것일까. 재정이 충분할 때는 급식이 ‘교육에 필수 항목’이고, 어려울 때는 ‘필수’에서 제외되는 것인가. 재정 규모가 어느 정도면 무상교육을 할 만큼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충분한 재정’은 무엇으로 판단할까. 국가 재정인가, 교육비 예산인가, 아니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인가. 아니, 무상교육이 가능하긴 한 건가.재원의 제약을 고려하면 무상원칙이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가령 의지가 있는 학부모로부터 조금씩 학교운영비를 걷었다면 지을 수 있는 과학 실험실을 무상원칙 때문에 짓지 못한다면? 무상급식 실시로 지방재정이 부족해져 도서지역 교사 인건비를 대지 못한다면? 의무 교육비를 학부모에게 부담 지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적정 수준의 교육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물음이다. 무상교육을 위해 우리 아이들은 ‘같은’ 교육만 받으면 되는 것일까.헌법과 헌재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급식비 관련 결정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의무교육에 있어서 본질적이고 필수불가결한 비용 이외의 비용을 무상의 범위에 포함할 것인지는 국가의 재정상황과 국민의 소득 수준, 학부모들의 경제적 수준 및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결국 무상교육·무상급식을 둔 논쟁에 답을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헌법적 이상과 경제적 현실 사이의 적절한 사회적 합의다. 또는 더 명료한 헌법의 해석이나 헌법 그 자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무척 어려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마찬가지 일 테지만 말이다.

2017.05.27 18:41

6분 소요
Travel with Bike | 전남 완도 청산도 - 남도의 정갈함 감도는 서편제의 무대

산업 일반

풍경 측면에서 ‘평범 속의 비범’을 가장 극적으로 경험한 곳이 바로 청산도다. 수많은 섬을 가보았지만 아련한 추억처럼 가끔씩 그리워지는 곳이 바로 청산도다. 사람들이 어떤 섬이 가장 인상적인가 물을 때도 주저 않고 청산도를 꼽는다. 하지만 청산도의 깊은 속내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안목이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찾는 청산도는 그냥 평범한 섬일 뿐이다. 그 평범함이 극한에 다다라서 어떤 화학적 변화를 거쳐 엄청난 미학적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만 같다. 면적 41.8㎢의 적당한 크기에 산과 들판, 마을, 길 그리고 바다가 이처럼 멋스럽게 어울린 섬이 달리 있을까. 우리나라의 섬들은 자연은 아름답지만 대체로 낙후되고 노인들만 남아 생활주변이 누추하고 정리되지 않은 곳이 많다. 그런데 도시에서도, 육지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 섬은 마치 섬 전체를 영화 세트장처럼 꾸민 듯 정갈하고 정돈돼 있으며, 마을은 아름답고 해맑다. 마을 주변에서 자연 곡선을 그리며 점층되는 계단식 논은 풍경의 격조를 높여준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슬로우시티’로도 선정됐는데, 가장 잘 어울린다.영화 ‘서편제’의 촬영무대로 이름이 알려졌으나 가상의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도 숱한 사연이 묻어 있을 것만 같은 토속과 민속의 향기가 섬 전체에 감도는 것만 같다.청산도 앞바다는 서해를 갓 벗어난 남해인데도 코발트블루의 청정해역을 이루고, 주변으로는 다도해의 섬이 많이 보여 뭍에서 한참 동떨어진, 외톨이 느낌은 덜하다.다만 남쪽 해안으로 가면 수평선이 질펀하고 망망대해가 펼쳐져 이제부터 큰 바다가 시작된다는 쾌감을 준다. 대봉산(379m)과 보적산(330m)을 잇는 매혹적인 능선은 등산이나 산악자전거 싱글트랙 코스로도 일품이다.대봉산을 중심으로 주변에 마을이 형성돼 있고 일주도로도 나 있다. 선착장에서 해안을 따라 대봉산을 시계방향으로 북쪽으로 돌아 신흥해수욕장을 지나면 길은 작은 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산간지역 같은 청계리와 부흥리가 널찍한 골짜기에 분포해 있다.군데군데 자리한 마을이 그림 같이 예쁘고 길도 아름다우며, 계단식 논은 수채화 속 풍경 같다. 도중에 장기미 해변과 범바위, 서편제 촬영지와 화랑포 등지를 둘러보면 일주 거리는 33㎞ 정도 된다. 하루 종일 여유 있게 구경과 휴식을 겸하며 둘러볼 수 있는 거리다. 몇 개의 고개를 넘지만 초보자도 큰 무리가 없다. 이처럼 다채롭고 아름다운 청산도는 과연, 그 자체로 한편의 영화가 되었고, 그 속을 달리고 있으면 누구라도 영화 주인공으로 변신한다.코스 청산항→서편제 촬영지→봄의 왈츠 세트장→화랑포→읍리→권덕리→범바위(험로)→청계리→상서리(돌담길)→신흥 해수욕장→국산리→지리→청산항 33㎞, 4시간 소요 찾아가기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들어가야 한다. 완도는 서해안고속도로~영암방조제~77번 국도를 거쳐 진입하면 편하다. 완도항에서 청산도까지는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가 하루 5번 운항하며 45분 걸린다. 요금 7700원. 겨울과 여름 성수기는 운항시간이 달라지므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청산농협 061-552-9388~9, 완도항 061-552-0116)

2014.03.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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