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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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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좋은 차 어디 없나요?...‘가성비’ 크로스오버 트랙스·XM3 뜬다

자동차

지난해 말 결혼한 직장인 장모씨(33·남)는 2000만원 내외의 저렴한 신차를 찾고 있다. 그는 “아내와 주말에 교외로 나가기 위해 차를 구매하려고 한다”면서 “요즘 차량 가격이 많이 올랐고 금리도 여전히 부담스러워 가성비 좋은 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올해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김모씨(36·남)는 운전이 서툰 예비 아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차를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SUV를 선호하지만 여자친구는 세단을 좋아한다”며 “크로스오버가 세단, SUV의 장점을 결합한 차라고 해서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25일 업계에 따르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크로스오버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크로스오버(Crossover Utility Vehicle, CUV)는 세단의 안정감 있는 승차감과 SUV의 공간 활용성이 결합된 다목적 차량을 말한다.트랙스는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산하 쉐보레 브랜드의 글로벌 제품 포트폴리오 모델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디자인과 공간활용성 및 다목적성에 초점을 맞춘 크로스오버 차량이다.전장(길이) 4540mm, 전폭(너비) 1825mm, 전고(높이) 1560mm, 휠베이스 2700mm와 짧은 리어 오버행이 쾌적한 2열 거주성을 지원한다. 여기에 GM의 최신 설계 프로세스인 ‘스마트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한 고강성 경량차체는 뛰어난 운동성능과 연비 및 안정성을 제공한다.가장 큰 매력은 합리적 가격이다. 트랙스의 국내 판매 가격(개소세 인하 기준)은 2052만~2739만원이다. 일각에서는 판매 마진을 포기한 가격 정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본 옵션이 부족한 북미형 모델보다 700만원 이상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트랙스는 ‘가성비’ 크로스오버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전계약 4일(영업일 기준) 만에 1만대 이상의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쉐보레 브랜드가 세운 최단기간 1만대 돌파 기록이다. 국내 대표 소형 SUV인 기아 셀토스의 기록보다도 2배 이상 빠르다. 지난 2019년 국내 출시 후 사전계약에 돌입한 셀토스의 경우 8일간 약 3000대의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쉐보레 트랙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르노자동차코리아의 XM3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국내 공식 출시된 XM3도 크로스오버 형태의 차량이다.XM3의 차체 크기는 길이 4570mm, 너비 1820mm, 높이 1570mm, 휠베이스 2720mm다. 수치상 트랙스보다 더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진다.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그룹이 합작해 만든 4기통 1.3리터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벤츠 A클래스 등에 적용된 것과 동일하다.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편의 기능이 탑재된 것도 XM3의 경쟁력 중 하나다. 르노코리아는 차량 내에서 자유로운 결제가 가능한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을 XM3에 적용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커피를 주문 및 수령할 수 있고,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가격도 가성비 모델로 평가받는 트랙스보다 저렴하다. XM3의 국내 판매 가격(개소세 인하 후) 2080만~2557만원이다. 여기에 친환경 시대에 걸맞은 파워트레인을 구축했다는 것도 XM3의 장점 중 하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말 르노그룹 F1 머신에서 운영 중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한 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XM3 E-Tech 하이브리드(가격 3141만~3396만원)를 선보인 바 있다. 연료효율 측면에서도 XM3가 강점을 보인다. 가솔린 모델의 복합연비는 13.2~13.4km/L, 하이브리드 모델(17인치 타이어 기준)은 17.4km/L 다.업계에서는 올해 트랙스와 XM3 등 합리적 가격의 소형차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고금리 기조와 높아진 평균 차량 가격 등으로 신차 구매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산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은 3511만원이다. 전년(2021년 말) 대비 234만원 오른 것이다. 트랙스와 XM3는 주요 옵션을 추가해도 2000만원 중후반대로 구매가 가능하다.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것도 트랙스와 XM3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1~3월) 국산 소형 승용차 시장은 2만2226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8.1% 늘었다. 같은 기간 경차 시장은 전년 대비 0.5% 감소한 1만9109대에 머물렀다.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평균 가격 인상 등으로 신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일부는 높아진 진입 장벽에 신차 구매를 미루고 있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똑똑한 소비를 원하고 있다. 가성비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3.04.25 11:22

3분 소요
수도권 남부에 거점 역할 할 6조원 복합자족도시 들어선다

부동산 일반

경기 용인에 수도권 남부의 핵심거점 역할을 수행할 자족도시가 들어선다. 사업비 6조원 규모에 달하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는 광역급행철도(GTX) 기반 복합환승센터, 지식첨단산업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교통 허브, 경제자족, 친환경 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경기도·경기주택도시공사(GH)등에 따르면 경기용인플랫폼시티는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마북동·신갈동 일원 약 275만7186㎡에 첨단 산업과 상업·주거·문화·복지 공간이 어우러진 경제 자족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3년 상반기 실시계획 승인 후 하반기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6조2851억원 규모다. ━ 주택용지 1만가구, 산업·복합용지 각 44만·14만㎡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은 2022년 3월 용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개발계획을 고시했다. 이르면 2023년 상반기 실시계획 승인 후 하반기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H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를 GTX 기반의 수도권 남부 신성장 거점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2019년 5월부터 경기도·용인시·용인도시공사와 공동사업시행자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계획을 살펴보면 주택용지는 약 1만 가구 규모다. 원주민 재정착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단독주택 분양·임대형 공동주택, 주상복합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용지를 계획했다. 지역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체면적의 약 16%를 산업용지(약 44만㎡)로 계획했다. 이 가운데 27만㎡는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이 있는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해 첨단업종의 기업 유치 기반을 마련했다. 역세권 주변에는 복합환승센터와 연계한 복합용지(14만㎡)를 계획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심 중심부에 복합시설(주거·업무·상업·문화 등)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지향형(Transit Oriented Development) 개발을 진행한다. 사업구역 내 산림을 복원하고 중앙공원(플랫폼 파크)과 도심을 연결하는 녹지를 배치해 주거 만족도가 높은 친환경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GH 관계자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로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 4차 산업시대를 선도하는 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 GTX 용인역, 복합환승센터로 개발…광역교통 개선 최근 경기용인 플랫폼시티에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해 교통편도 탄탄하게 확충하고 있다. 광역교통개선책은 총 11개 사업으로 1조784억원 규모다. 국지도 23호선 지하도로 구간 연장을 사업에 반영하면서 당초 예상했던 사업비보다 2606억원 가량 늘어났다. 광역교통개선대책은 대규모 택지(면적 50만㎡ 또는 수용인구 1만명 이상) 조성에 따른 교통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교통 전문기관 용역, 지방자치단체 협의, 한국교통연구원(KOTI) 검증,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한다. 경기도는 용인시, 경기주택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와 공동으로 시행하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0년부터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해왔다. 오는 2028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별로 광역교통개선사업에 나선다. ▶국지도 23호선 지하도로 신설 ▶국도 43호선 지하도로 신설 ▶신수로 지하도로 신설 ▶사업지∼용구대로 연결도로 신설 ▶사업지∼수지 연결도로 신설 ▶구성1교 확장(3→5차로) ▶구성2교(3→5차로) 확장 ▶경부고속도로 지하 IC 설치 ▶GTX 용인역 환승시설 ▶공영차고지 비용 분담 ▶대중교통 운영비 지원 등이다. 가장 많은 사업비를 투입하는 국지도 23호선 지하도로는 기존 3.1㎞에서 4.3㎞(운전면허시험장~삼성르노자동차삼거리)로 연장해 신설할 계획이다. 상습정체를 빚고 있는 국도 43호선(수지구청사거리~풍덕천삼거리)과 신수로에도 지하차도를 설치해 교통량을 분산, 차량 흐름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변 지역과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용인 플랫폼시티에서 용구대로, 수지를 각각 연결하는 도로를 개통하고, GTX 용인역 주변 교통량 증가에 대비해 기존 구성1교와 구성2교를 확장한다. 경부선 지하고속도로의 IC 설치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한 만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지구와 기흥구 북부지역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주변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IC 설치를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속도로와 GTX 역사가 연결된 GTX 용인역 환승시설은 상업, 업무 등 지원시설을 갖춘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한다. GTX 용인역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부에 EX-HUB(고속도로환승시설)를 설치해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고속·시외·광역 버스는 물론 철도, 전철을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가 적은 입주 시기에도 버스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운영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홍지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용인시는 서울 등 수도권 출퇴근 차량으로 차량정체가 극심한 지역”이라며 “이번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수도권 출‧퇴근 시간 단축, 일부 상습정체 구간 해소 등 지역발전과 교통 접근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는 수도권 남부의 핵심이자 거점이 될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는 만큼 많은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증가하는 교통 수요에 대응하고 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증진하겠다”고 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12.27 07:00

3분 소요
얼굴부터 이름까지 전부 뜯어고친다…새출발 꿈꾸는 車업계

산업 일반

얼굴부터 이름까지 싹 다 고친다. 자동차업계에 리브랜딩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의 새로운 전략 및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 중 2곳이 리브랜딩(사명 및 로고 등의 변경)을 완료했으며, 1곳이 이를 추진 중이다.‘리브랜딩’은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제품 또는 상표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경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뜻한다.기아는 지난해 1월 사명 및 로고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산업에서 기아자동차로 1990년 사명을 변경한 뒤 같은 해 3월에는 주주총회를 거쳐 31년 만에 사명에서 ‘자동차’를 뺐다. 당시 사측은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르노코리아는 올해 3월 기존 사명(르노삼성자동차)에서 22년 만에 ‘삼성’을 뗐다. 1995년 론칭한 삼성자동차가 IMF 사태를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르노그룹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가 탄생한 바 있다. 국내 인지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한 삼성 타이틀을 포기한 것은 자체 브랜드 및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도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사명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올해 KG그룹에 인수된 쌍용자동차는 현재 사명 및 로고 변경을 추진 중이다. 곽재선 쌍용차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2022 자동차인의 밤(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에서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사명을 유지할지 변경할 것인지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면서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앞으로 나올 신차에는 ‘KG’가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내년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변경한다. 이에 따라 1988년부터 사용된 쌍용차라는 이름은 3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자동차업계의 리브랜딩 작업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19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과 로고를 발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바 있다. 브랜드의 새로운 지향점을 전 세계에 공표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얼티엄(Ultium) 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제조사에서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제조사로의 전환을 앞둔 GM 산하 브랜드 뷰익도 최근 새로운 로고를 공개한 상태다. ━ 얼굴 바꾸니 실적 뛰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사명과 로고를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와 역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르노코리아가 사명 및 로고 변경 계획을 밝혔을 당시에도 시민단체에서 반발이 있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은 부산경제의 희망으로 불렸던 삼성자동차 흔적이 사라지게 된다며 사명 변경에 반대했다.다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명 및 로고를 변경한 기업들의 판매 실적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명 및 로고 변경에 성공한 기아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시장 위축 속에서도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판매 실적(국내 및 해외 포함)은 277만7056대로 전년 동기 260만6832대와 비교해 6.5% 늘었다. 올해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기아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 실적은 266만3734대로 전년 동기 256만8091대와 비교해 3.7% 증가했다.올해 사명 및 로고를 변경한 르노코리아의 판매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 실적(내수 및 수출 포함)은 15만9964대로 전년 동기 12만51대와 비교해 33.2% 늘었다.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의 사명 또는 로고 변경은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따르지만, 고객들에게 새로운 전략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가장 명확한 수단 중 하나”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데, 이를 감수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더 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2022.12.23 14:57

3분 소요
르노자동차 “러시아 공장 중단”…생산물량 한국으로 올까

산업 일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르노자동차 러시아 공장이 운영을 중단한다. 프랑스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도 한 배경이 됐다. 이곳 생산물량이 르노 한국 공장으로 이동할거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르노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이날부터 바로 모스크바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르노 모스크바 공장의 자산가치는 약 22억 유로(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르노는 아브토바즈 운영도 중단할지 고심 중이다. 르노는 아브토바즈의 지분 69%를 갖고 있는 아브토바즈 최대주주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국민차 라다 브랜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르노 측은 “러시아 근로자 4500여명에 대한 책임도 달려 있어 아브토바즈 지분에 대해선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다국적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르노는 운영을 계속 유지했다. 르노는 지난달에 모스크바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일시적이었을 뿐 재 가동에 들어갔다. 르노는 20여년 전 러시아를 신흥 자동차 시장으로 보고 뛰어들었다. 시티뱅크는 르노의 핵심 이익의 8%가 러시아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 아브토바즈 지분 수익이다. 르노의 올해 그룹 영업이익률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당초 4%대에서 3%대로 하향 조정했다. ━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랑스 기업들에 “러시아 사업 중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프랑스 화상 연설도 르노의 중단 결심에 한 배경이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상·하원 동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프랑스 대기업들에 대해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러시아에서 돈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라는 전쟁 기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프랑스인들에게 제1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프랑스 북부 도시 베르됭을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그는 “러시아 군이 표적을 구분하지 않고 민간의 주택·병원·학교·대학 등을 파괴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프랑스에 도움이 절실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일 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가능하도록 힘써달라”며 “역사적인 결정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르노 보이콧을 주창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르노가 러시아 철수를 거부하고 있다. 나는 소비자와 전 세계 업체들에게 르노 그룹을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르노코리아 XM3 인기 힘입어 해외 수출 실적 증가세 이 때문에 르노 모스크바 공장의 생산물량이 가까운 한국 공장으로 유입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르노코리아는 원활한 내부 공급망 덕에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르노삼성에서 삼성 브랜드를 뗀 르노코리아는 오랜 기간의 부진을 씻고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소형 SUV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1월 생산·내수·수출 실적도 두드러질 정도로 증가했다. XM3는 2020년 7월 해외 수출을 시작한지 17개월여 만에 5만대를 돌파했다. 이를 기반으로 같은 해 12월엔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지난해 3월엔 전세계 28개국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전세계 코로나 대유행과 반도체·부품 공급난 속에서도 그룹 공급망 관리로 독일·벨기에·스페인·영국·이탈리아·폴란드·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그 결과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총 13만2769대(내수·수출 합산)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수출물량이 2020년 2만227대에서 2021년 7만1673대로 급증했다. 르노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 모스크바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외부의 경제적·정치적 압박이 극심하자 지난달 모스크바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이내 재 가동에 들어갔다. 르노의 모스크바 공장 가동 두 번째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이번엔 장기화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프랑스 대형 기업들을 콕 집어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연설이 프랑스 의회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이 된 지금도 현재 러시아에서는 프랑스 대기업들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코카콜라·맥도날드·펩시콜라·스타벅스 등이 러시아에서 철수를 선언했지만 유통업체 오샹, 주거·원예용품 판매업체 르루아 메를랭, 스포츠용품점 데카트롱 등을 거느린 프랑스 기업 ‘뮐리에 가족연합’(AFM)은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3.25 06:01

3분 소요
[애플·도요타가 배터리 개발에 힘 쏟는 까닭은] 초연결사회 대비 독자 기술 필요성 커져

산업 일반

합작사 세우고 배타적 협력 강화 움직임… 배터리 원자재 조달 능력도 핵심 경쟁력 글로벌 전자·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의 구축과 차세대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이 늘면서 전용 배터리 기술의 필요성이 커져서다. 그간 배터리 전문 제조사로부터 맞춤형 제품을 납품 받았으나, 통신 환경과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독자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모습이다.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애플은 삼성SDI 안순호 전무를 배터리 개발 부문 책임자로 지난해 12월 임명했다. 안 전 전무는 2015년부터 삼성SDI에서 근무했으며, 이전에는 LG화학 배터리연구소 연구위원(상무)으로 일한 배터리 분야 권위자다. 삼성SDI 재직 당시 리튬 배터리팩 개발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의 고위 임원을 영입한 것은 차세대 배터리 연구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제조사마다 스마트폰의 기술과 기능의 차별성이 비슷비슷해졌다”며 “배터리 수명·성능 같은 차별화 포인트가 중요해졌으며, 애플은 이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가려 한다”고 분석했다. ━ 통신과 디바이스의 변화에 맞춘 기술 필요 세계 자동차 판매 선두권인 일본 도요타도 배터리 분야 1위 파나소닉과 손잡고 내년 중에 배터리 합작사를 세우며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다. 지분 비율은 도요타 51%, 파나소닉 49%다.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합작 운영하는 미국 공장을 제외한 일본·중국 공장 5개 모두 합작사 소속으로 바뀐다. 두 회사는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실리는 배터리의 50배 용량인 순수전기차(EV) 배터리를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합작사는 도요타는 물론 마쓰다·다이하쓰·스바루 등 완성차 제조사의 배터리 공급을 도맡을 전망이다. 두 회사는 차세대 배터리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이처럼 전자·자동차 분야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배터리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기술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초연결사회의 미래상은 사람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다른 사람이나 스마트 디바이스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상을 그린다. 아침에 일어나 인공지능(AI)이 고른 뉴스를 접하고 자율주행차로 출근하며, 증강현실(AR)에 접속해 업무를 보는 식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인간과 스마트 디바이스 간에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며 최초 아이폰의 홈버튼을 없애려 한 바 있다.이런 초연결사회가 유지되려면 수많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통신 중계기, 서버 등이 항상 온라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꺼지지 않는 전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스마트 디바이스의 이동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무선 충전 등 배터리 부문의 기술 혁신도 필요하다. 배터리가 용량을 늘리고, 크기는 더욱 작아져야 하며, 교체가 필요 없게 수명도 길어야 한다. 디바이스의 발열량과 적정 전압 등이 다르기 때문에 기기마다 맞춤형 배터리를 생산해야 한다. 배터리는 과거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적 요구를 받고 있으며, 이를 생산하기 위한 독자 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커진 셈이다.LG화학 관계자는 “현재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용량과 충전 속도를 높이는 데 기술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통신과 디바이스의 변화에 맞춘 기술이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G 스마트폰을 공개할 예정인데, 발열을 줄이면서 배터리 용량을 4000mAh로 늘린 점을 강조하고 있다.5G 통신망을 사용한 무선 충전 등 새로운 충전 기술도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 많이 사용되는 무선 충전 기술은 충전 패드에 전류를 흘려 스마트폰 코일에 유도 전류가 발생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외부로부터 발생한 특정 진동의 진폭 에너지를 사용해 원거리 무선 충전을 하는 자기공명식 무선 충전 기술도 주목 받고 있다. 5G 주파수를 이용해 여러 대의 스마트 디바이스가 무선 충전을 할 수 있어서다. 커피숍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충전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미 BMW는 주차장의 여러 대 전기차가 무선 충전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다. 정부도 소형 전기차 주차 중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5G 주파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이스라엘·프랑스 등은 전기차가 달리는 동안 스스로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무선 충전 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차량 간 전기를 나눠 쓸 수 있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 무선 충전 기술과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앞으로 배터리 기술은 축적할 수 있는 양보다는 충전 속도와 수명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기공명식 무선 충전 방식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유해성 논란은 넘어야 할 과제다.이런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상용화 되면 제품의 부가가치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 등 전장 부품 부가가치 비중은 자동차 가격의 70%가 넘는다. 배터리 부문에서의 기술 진보는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VR 등 스마트 디바이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자·자동차 회사들이 부가가치를 나누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배터리 제조사로서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회사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도요타와 파나소닉의 합작사 설립처럼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협력 강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폴크스바겐과 기가팩토리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애플이 배터리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부품 외부 의존도를 줄여가기 시작한 것도 기술 장벽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 배터리 관련 제품 부가가치 커질 전망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연관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기술 발전과 보급을 확산할 것으로도 보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0년 이후 리튬에어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가 부각될 가능성이 큰데,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과 더불어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에 발맞춰 원자재를 얼마 만큼 잘 조달하느냐도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배터리팩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를 일부 광산 업체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성동원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정보의 전달과 물리적 구현에 맞는 핵심 부품에 대한 광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핵심 광물자원의 수요 증가에 맞춘 안정적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북한에 매장된 전체 광물자원 가치는 3조~4조 달러에 달한다”며 “남북이 기술과 자원을 결합하면 희토류 등 희소 자원에 대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9.02.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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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의 부상과 몰락의 19년] 경영 영웅에서 비리 경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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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닛산 개혁해 르노·닛산·미쓰비시 이끌어…회사돈 유용 등 혐의로 日 검찰에 체포돼 ‘재건의 카리스마가 추락했다’(요미우리 신문 11월 20일자).‘변절한 카리스마-장기 군림 사내에 불만’(니혼게이자이 신문 11월 20일자).일본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 닛산자동차와 프랑스 르노자동차,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던 카를로스 곤(64)이 11월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구속된 사건의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곤은 2010년 이후 급여 중 총 50억엔을 과소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0년 8억9100만엔을 시작으로 매년 9억~10억엔을 적게 신고했다. 올해도 7억3500억엔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검찰의 꽃’ 도쿄지검 특수부 나서 눈여겨볼 점은 ‘일본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도쿄지검 특수부가 나섰다는 사실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976년 7월 미국 항공기 제작 업체 록히드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1918~1993년, 재임 1972~1974년) 전 총리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16선 의원이자 집권 자민당에서 계파의원을 80명이나 둔 전직 총리를 잡아넣은 이 조직의 기개는 지금도 회자된다. 다나카 전 총리는 기소돼 1983년 10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다나카는 항소했지만 1985년 2월 뇌경색으로 쓰러졌으며, 대법원 상고 중 1993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사건 관련자 11명은 전원 뇌물판결을 받았다. 도쿄지겁 특수부의 철저한 수수와 집념을 보여주는 일화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잡범이나 잡아들이는 조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조직이 곤을 체포했다는 것은 사건이 쉽게 마무리 될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곤의 탐욕이 부른 개인 비리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보다 큰 그림이 배후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주목할 점은 곤 회장이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되자 닛산 CEO인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사장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사이카와 사장은 곤 체포 당일인 11월 19일에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는 “회장인 곤 용의자가 보수를 적게 신고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복수의 부정을 저지른 것을 발견했다”며 “회사는 이러한 내용의 내부 제보를 받은 후 수개월간 조사해 이를 확인하는 한편,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가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도쿄지검 특수부의 인지수사가 아니라 닛산 측의 고발에서 시작된 것임을 밝힌 셈이다. 사이카와는 “이는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곤은 물론 함께 체포된 켈리에 대한 해임을 11월 22일 이사회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11월 22일 열린 이사회는 사이카와의 제안을 받아 들여 만장일치로 두 사람을 해임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다. ━ 장기 집권에 거버넌스 무너져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닛산을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하기 위해 제3자 위원회를 설치해 부정의 배경을 조사하고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곤이 닛산과 르노의 CEO와 회장을 오랫동안 겸임하면서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거버넌스가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장기간에 걸친 곤의 통치가 기업에 부담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사이카와 사장은 곤 회장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피해보상을 청구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회사 차원에서 체포된 회장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부정의 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곤임을 강조한 셈이다. 그런 자리에서 곤의 장기 재임에 따른 문제까지 거론했으니 곤의 등을 찔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이카와는 물러나지 않고 곤을 비난했다. 사이카와는 2016년 11월 곤과 함께 공동 CEO를 맡았으며 곤이 지난해 4월 1일자로 닛산 대표이사 직은 내놓고 회장만 유지하자 대표이사 사장 겸 단독 CEO가 됐다. 닛산 이사회에는 이번에 체포된 곤과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 외에도 르노가 파견한 외국인 이사와 사외이사가 각각 한 명씩 있다.카를로스 곤은 체포 직전까지 일본 닛산자동차의 회장과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회장 겸 CEO,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3개 자동차 업체의 회장을 동시에 맡은 것은 유례가 드물다. 지난해 4월까지는 닛산 CEO도 맡았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 3개사 간의 출자 관계다. 르노자동차는 닛산의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고,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소유해 이런 자본 제휴를 통해 상호 지배를 하고 있다. 르노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15%를 보유하고 있다. 닛산은 미쓰비시 자동차의 지분 34%를 보유하며 휘하에 두고 있다.미묘한 것은 11월 20일 열린 르노 이사회에서는 곤을 회장 겸 CEO에서 해임하지 않고 일단 사건을 지켜보기로 했다는 점이다. 일본과 프랑스의 대응방식 차이를 넘어서서 뭔가 알력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곤이 르노를 중심으로 3사를 아예 합병하려고 추진했다는 주장도 있다.일단 이번 사건이 어디로 흘러가든 곤의 명예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한때 일본에서 구조조정 신화의 역사를 썼던 곤은 탐욕의 인물, 비리 인물, 거버넌스 혼란의 주범으로 몰리게 됐다. 그런 곤과 닛산과의 인연은 1999년 시작한다. 그해 3월 닛산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와 자본 제휴를 맺는 데 합의했다. 닛산·르노 연합의 탄생이다. 당시 르노는 닛산 지분 36.8%(현재는 43.4%)를 확보했다. 이렇게 닛산과 르노의 자본 제휴가 시작되면서 ‘외국인’ 곤은 일본에 둥지를 틀 수 있게 됐다. 르노의 수석 부사장이던 곤은 그해 6월 닛산 대표이사 겸 최고집행책임자(COO)로 선출되면서 닛산에 부임했다.일본에 도착한 곤은 ‘칼잡이 본능’을 보여줬다. 닛산에서의 첫 작품부터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곤은 향후 3년에 걸쳐 닛산을 뿌리째 개혁해 경영을 재건한다는 내용의 ‘닛산 자동차 리바이벌 플랜(NRP)’을 그해 10월 발표했다. 연간 비용을 1조원 줄이고 2000년 연결재무제표를 흑자로 전환하며 2002년까지 영업이익률 4.5%로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곤은 이런 재생계획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겼다. 계획을 실천하거나 집행했다기보다 밀어붙였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과감했다. 일본 고유의 기업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무라야마(村山) 공장과 닛산차체교토공장, 아이키(愛知) 기계공업 공장 등 관계회사를 포함한 3곳의 완성차 조립공장과 2곳의 트레인 생산공장을 폐쇄했다. 아케보노 브레이크를 비롯한 자회사 15개도 매각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부품 구입사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600군데로 줄였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직원 1만4000명을 해고했다. 일본 초유의 대량 해고다. 직원과 부품 공급사의 희생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협력사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직원의 고용을 우선시하는 일본 기업 문화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거센 반발이 닥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 결과인지 1999년 277억엔의 적자를 냈던 닛산은 2000년 결산에서 3310엔의 흑자로 돌아섰다. 2001년 5월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닛산 부활’을 선언했다. 곤 회장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곤 회장은 2000년 닛산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랐으며 2001년에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차지했다. 2002년에는 닛산 재생계획을 애초 계획보다 1년 먼저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자산 매각과 직원 해고, 신규 채용 중지 등 인력 감축이 가장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 닛산의 르노 지분 보유율을 15%로 올렸으며 2003년에는 중국에 합작사인 둥펑(東風)자동차를 설립하며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했다.2005년 곤은 르노자동차 사장 겸 CEO로 취임했다. 일본의 닛산과 프랑스의 르노의 사장 겸 CEO를 함께 맡게 된 것이다. 이어 2008년에는 닛산자동차의 대표이사 회장 겸 CEO에 올랐다. 닛산과 르노가 모두 곤의 천하가 된 것이다. 2010년 닛산과 르노는 독일 다임러와 3각 자본 제휴에 들어가 소형차 개발과 지구환경 대책 강화 등에서 공동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2년 닛산과 르노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의 지분 25%를 공동 매수했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 브랜드인 라다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닛산과 르노와 생산·개발을 비롯한 4개 부문의 기능을 통합했다. 곤은 2016년 다시 한번 ‘확장 본능’을 발휘했다. 그해 10월 연비 과장이 발각돼 경영난에 빠진 미쓰비시(三菱)자동차를 닛산이 인수하면서 곤은 마쓰비시자동차 회장에도 올랐다. 자동차 3사의 경영권을 움켜쥔 것이다.미쓰비시자동차는 원래 미쓰비시중공업의 일원이었으나 미국 크라이슬러가 지분 15%를 인수하면서 독립시키고 1993년까지 OEM 생산기지로 활용했다. 이후 2000년 독일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합병해 다임러클라슬러가 된 후 미쓰비시와 제휴했으나 제품 결함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곤경에 처했다. 결국 2005년 다임러클라이슬러는 미쓰비사 자동차와 결별했다. 2016년에는 연비 부정 사실마저 공개돼 위기에 처했다. ━ 세계 판매 1위 눈앞에 뒀던 닛산·르노·미쓰비시 연합 이를 구한 것이 곤이 이끄는 닛산·르노 연합이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소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관련 기술력을 탐낸 조치로도 평가된다. 그 결과 닛산·르노 연합은 미쓰비시자동차의 지분 34%를 확보하고 3사가 연합에 들어갔다. 2016년 10월 닛산·르노·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연합)의 출범이다. 3사 연합은 2016년 996만대를 판매해 폴크스바겐, 도요타, GM에 이어 세계 4위의 자동차 기업에 올랐다. 2017년에는 닛산 581만대, 르노 376만대, 미쓰비시 103만대를 각각 판매해 연합 전체로는 1060만대를 판매해 세계 2위의 완성차 메이커로 떠올랐다.닛산·르노·미쓰비시의 3사 연합을 이룬 곤은 지난해 4월 닛산 대표이사 CEO에서 물러나 회장을 맡았다. 2선 후퇴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더욱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웠다 2017년 8월 ‘얼라이언스 2022’라는 그랜드 플랜을 발표했다. 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 2022년까지 연간 1400만대 이상의 판매와 2400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세계 1위 자리를 넘보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번에 날개가 꺾이면서 추락했다. 높이 비상한 만큼 추락에 따른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닛산·르노·미쓰비시의 3사 연합은 세계 자동차 1위 등극의 꿈은커녕 연합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일본과 프랑스 이사진은 사건에 대한 태도부터 다르다. 더구나 르노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 15%를 가지고 있다. 개인 비리, 또는 민간 기업의 문제가 자칫 프랑스와 일본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계가 외국인 CEO를 대하는 일본 기업과 국민, 정부의 차가운 태도를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곤은 프랑스나 일본을 넘어 글로벌 경영인으로 통한다. 성장 배경부터가 글로벌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레바논에서 태어나 브라질로 이민 간 마론파 기독교도다. 현재 시리아와 이스라엘에 둘러싸인 근동 국가 레바논은 중세 이래 무슬림이 지배한 이 지역에서 드물게 마론파 기독교도가 다수를 차지했던 곳이다. 1516~1918년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영토였으나 19세기 이래 프랑스의 영향이 강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1923년 프랑스의 위임통치령이 됐다. 레바논은 1944년 독립을 이뤘지만 적지 않은 레바논인이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이 때문에 독립 후에도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곤은 이런 레바논 배경을 지니고 1954년 브라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비위생적인 물을 마시고 병이 든 그는 6살 때 어머니, 여동생들과 함께 할머니가 살던 레바논으로 이주했다. 레바논에서 가톨릭 예수회가 운영하는 고교 과정을 다닌 그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파리의 명문 생루이 고교를 마쳤다. 프랑스의 엘리트 대학인 그랑제콜을 목표로 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 예비학교다. 그는 그랑제콜인 에콜폴리테크를 1974년에 마치고 또 다른 그랑제콜인 파리광산학교를 1978년 졸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견주는 프랑스 최고의 공대를 다닌 셈이다.국립광업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슐린에 입사했다. 미주 담당으로 일하면서 능력을 발휘한 그는 1996년 르노자동차로 옮겼다. 운명의 전직이었다. 그는 그해 12월에 수석 부사장에 올랐다. 1999년 닛산이 르노자동차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자 닛산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면서 본거지를 일본으로 옮겨 지금까지 화려한 ‘경영 신화’를 쌓았다. ━ 도쿄지검 특수부장 출신 변호인 선임 현재 곤은 전 도쿄지검 특수부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등 추가 수사와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곤이 프랑스 정부와 르노 본사의 지원과 변호인의 선방으로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때 경영 영웅이었던 인물의 추락을 보는 입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으로 일어선 인물이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는 사실, 장기 집권과 경영 전횡에 회사 직원들이 염증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든, 기업이든 권력 집중과 장기 집권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곤이 지닌 품성의 한계일까. 이번 사건을 보면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2018.11.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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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인 연봉 랭킹의 특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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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받는거야?” 타인의 수입은 언제나 최대 관심사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 선수의 연봉은 매년 가을부터 연말에 걸쳐 큰 뉴스거리가 된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 모두 매년 ‘연봉 랭킹’을 크게 보도한다. 한국의 상장기업은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이름과 함께 수령한 금액을 밝혀야 한다. 일본의 경우 ‘유가증권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1억엔 이상의 보수를 받은 등기 및 집행 임원의 성명과 보수액을 공표한다.한국과 일본의 순위를 비교해 보면, 등기임원의 연봉에는 큰 차이가 없다. 최신 순위인 2017년으로 따지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삼성전자의 권오현 회장으로 243억8100만원을 받았다. 일본은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회장이 27억1300만엔으로 최고 연봉자에 올랐다. 1엔을 10원으로 환산하면 271억3000만원으로 권 회장보다 28억원가량 많이 받았다.한국과 일본 상위 연봉자의 가장 큰 차이라면 국적 구성이다. 한국의 상위 연봉자는 모두 한국인이다. 권 회장을 시작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기업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모두 한국인이다. 일본의 경우 1위는 히라이 소니 회장이지만 소프트뱅크의 임원과 다케다약품공업 사장, 도요타자동차 임원 등 상위 10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10위에 들지 않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임원은 많다.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일본에서도 과거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거품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토박이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한 회사에 입사해 30~40년 간 장기 근속하면서 한발씩 출세가도를 달려 임원, 사장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샐러리맨으로 출세한 인물들 모두 그랬다. 그랬던 모습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크게 바뀌었다. 시기적으로는 1990년대 초중반 일이다.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한다’는 기대를 배반 당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에 접어들었다. 10년은 금방 15년이 됐고 20년이 됐다.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이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리더십 부족’이었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바꾸고 혁신해야 하는 점을 모두 알고 있었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자신감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며 강한 리더십을 갖고 실행하는 경영자가 나타난 기업은 드물었다. 당시 많은 일본 기업은 ‘과거 경영’과의 결별이 필요했다. 그런 개혁을 한 회사에서 20~30년씩 근무한 ‘샐러리맨’이 할 수 있을까.닛산자동차는 1990년대 말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를 타개한 것은 제휴사인 르노자동차에서 초빙한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곤이었다. 곤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인사·개발·구매·생산 등 모든 ‘닛산 방식’을 재검토 했다. 닛산 계열의 부품 업체에는 닛산 출신 임직원들이 많이 재직한다. 이에 곤 사장은 거센 저항에 부딪혔지만 ‘성역 없는 개혁’을 추진했다. 닛산은 르노·미쓰비시자동차와 ‘3사 연합’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3사 연합은 지난해 세계 판매 대수 1061만대를 기록해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올 초 일본에서는 산업계를 뒤흔드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발표가 있었다.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아(Shire)를 약 7조엔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일본 기업의 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샤이아는 유전자 치료 분야의 첨단 의약품 생산 회사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우량 기업이지만 7조엔이라는 금액에 적지 않은 논란도 있었다. 다케다약품공업은 1781년 설립해 230년 이상 이어온 역사와 전통 있는 기업이다.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보수적 문화가 강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00년 이후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 벌어지고 대규모 산업 재편에 위기감을 느꼈다. 일본 최대의 제약 회사라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케다약품공업은 2015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간부를 역임한 프랑스인 크리스토프 웨버를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받아들였다. 웨버 사장은 다케다약품공업의 CEO로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2억엔 넘는 보수를 받았다. 웨버 사장은 세계 제약산업에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케다약품공업의 미래 전략를 짜고 M&A를 단행했다.다케다약품공업 전에 일본 기업의 최대 M&A는 소프트뱅크가 기록했다. 2016년 반도체 대기업 영국의 암 홀딩스를 3조3000억엔에 사들였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의 카리스마 경영이 유명하지만, 경영진 중에는 외국인이 많다. 미국 사업 책임자 미국인 로널드 피셔는 지난해 20억1500만엔의 보수를 받았다. 피셔를 비롯해 소프트뱅크에서 손 회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임원이 적지 않다. “최고의 인재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대우를….” 손 회장은 필요한 최고의 인재를 기용하기 위해 보상을 아끼지 않는다. 소프트뱅크는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하는데, 투자의 의사결정은 외국인 임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한다. 또 투자 기업에서도 유능한 경영자를 흡수하면서 인재풀을 키워간다. 일본 기업에는 회장과 사장, 창업자보다 더많은 보수를 받는 외국인 임원이 많다. 도요타자동차도 그렇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의 보수는 3억8000만엔인데, 유럽 사업을 총괄하는 프랑스인 디디에 르로이 부사장은 10억2600만엔을 받는다.일본이든 한국이든 프로야구에서 4번 타자가 없으면 외국에서 데려 오는 일이 오래 전부터 일반화 됐다. 일본의 경우 경영을 맡길 적임자가 없다면 외국에서 데려 오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니가 경영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 영국인 CEO를 기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적 회복에는 실패했다. 외국인 CEO 기용과 성공 간에 반드시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의 글로벌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체 임원 중 외국인과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 그래도 이제 등기이사에 외국인을 앉혀 세계화 등과 관련해 활발하게 논의를 시작한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경영에서 눈부신 실적을 올려온 한국 기업은 현재 대부분이 새로운 성장 전략 구축에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인재·기술·자금…. 이만큼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성장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관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기업도 새로운 ‘4번 타자’가 필요하다면 세계로 눈을 돌려 인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18.08.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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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짙어진 스마트카 시장] 국내선 삼성·현대차·LG ‘新삼국지’ ... 해외선 IT·완성차 공룡 ‘춘추전국시대’

자동차

summary | 삼성이 스마트카를 내세워 자동차 사업에 사실상 다시 뛰어든다. 삼성이 영역을 넓힌 것은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삼성·현대차·LG가 상생의 경쟁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삼성이 스마트카를 내세워 자동차 사업에 사실상 다시 뛰어든다. 삼성은 차량에 들어가는 각종 정보기술(IT) 장비를 뜻하는 전장(電裝)사업에 초점을 맞췄지만, 궁극적으로는 스마트카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위기 여파로 지난 2000년 르노자동차에 삼성자동차를 넘기며 시장에서 철수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12월 9일 조직을 개편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신임 사업팀장에 박종환(55)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으로 구성된 기존 3대 사업축에 ‘스마트카’를 더한 것이다. 전장사업팀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사업을 관장하는 권오현(63)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꾸려 무게감을 실었다. 삼성SDI도 이날 자동차용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터리 소재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영역을 넓힌 것은 I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5~6년 전만 해도 스마트카는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를 의미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첨단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이 탑재되고, 고도의 센싱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자동차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현재 35% 수준인 자동차의 전장부품 비율이 2020년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자율 주행 자동차’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는 대표적인 스마트카다. 특히 자율 주행 자동차는 스마트카 관련 기술의 총아로 꼽힌다. 이 차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센서로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달린다. 사람이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는 만큼 차량 주행 중 탑승자는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이 아예 타지 않는 무인 항공기와 달리 자율 주행 자동차는 운전자가 필요없을 뿐 차량 내 탑승자가 승차하는 게 일반적이다. ‘무인차’로도 불리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구글은 이미 2009년부터 도로에서 자율 주행차 주행 시험을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초 자율 주행차인 ‘F015’를 선보였다. ‘커넥티드 카’는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외부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차를 말한다. 전기와 모터로 달리는 전기차도 스마트카로 분류된다. 전기차는 그 자체가 커다란 디지털 제품이어서다.차량의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는 세계 자동차·IT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만일 스마트카 시스템이 다운되면 이는 그대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된 상태에서라면 해킹 등을 통해 주행 중인 차의 시동을 켜거나 끄는 일도 가능하다. 차량 제어권을 빼앗긴단 얘기다. 실제 지난 8월 테슬라의 모델S는 외부 해킹으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삼성은 스마트카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보고 삼성전자(시스템과 반도체)와 삼성SDI(배터리)·삼성전기(카메라 등 부품)·삼성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예컨대 센서와 같은 첨단 동작 인식 장치가 필수적인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카의 핵심 부품 사업에서 삼성은 이미 세계 톱 랭크 기업이다. 뇌에 해당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배터리·카메라 등은 모두 삼성의 주특기다. 자동차에 응용할 수 있는 전자 기술도 많다. ━ 15년 만에 자동차 사업에 재진출 예컨대 연비 향상 보조장치에 사용하는 ‘인버터’와 전동컴프레서 등은 이미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각종 차량 제어·관리시스템은 스마트폰에 탑재한 기술과 비슷하다. 이미 주요 계열사는 다양한 분야의 자동차 전장부품을 생산해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GM의 댄 애커슨 회장, 일본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호 회장,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 포드의 앨런 멜러리 회장 등과 꾸준히 접촉을 늘려왔다”며 “자동차와 IT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전장사업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당분간 단기에 성과를 볼 수 있는 부품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되,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분야로 영역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삼성의 전장사업팀 신설로 국내외 스마트카 시장의 경쟁구도가 더욱 복잡해졌다. 우선 국내에선 삼성·현대차·LG그룹의 ‘신(新) 삼국지’가 펼쳐진다. 외환위기 때 빅딜이 이뤄지고 난 후 처음으로 한국 대표기업 ‘빅3’가 하나의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특히 각 그룹 오너들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선만큼 자존심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현대차는 내부적으로는 삼성에 IT전략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현대차는 핵심 전장부품인 지능형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기로 했다.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외부에 생산을 맡기는 식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칩을 지금처럼 외부에서 사 와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가 12월 9일 공개한 프리미엄카 ‘EQ900’에는 차선이탈 방지 및 앞차와의 간격 조절 등의 기능을 갖춘 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탑재됐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스마트카, 자율주행 시스템 등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삼성보다 빨리 전장부품 사업에 뛰어든 LG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카는 구본준(65) LG 부회장이 10여년 전부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전사 차원에서 집중하는 분야다. 그는 2013년 전장부품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현재 LG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협력사, GM의 차세대 전기차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며 삼성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12월 10일 증시에서 LG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6.21% 하락했다. 삼성이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LG전자를 위협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현대차의 입지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삼성이) 엔진 등 핵심부품, 안전성과 디자인 등에서 따라오기 힘든 면이 많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전장사업은 대표적인 B2B(기업간 거래)인데 (삼성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글로벌 IT공룡들도 스마트카 시장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의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에 한창이다. 포드 엔지니어 출신이자 아이폰 개발을 이끈 스티브 자데스키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래 자동차에서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SW)”라며 “이른 시일 내에 자동차에서 아이폰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완성차 업체보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160만㎞ 무사고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구글은 차량의 실시간 위치를 15×30㎝ 오차 범위 내로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2019년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국 샤오미는 지난 7월 자동차 제어, 내비게이션, 주차 정보를 비롯한 스마트 차량 관련 특허를 제출했다.주요 해외 완성차 업체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벤츠는 2013년 자율주행차로 신호등과 교차로, 보행자와 자전거 등 다양한 상황에서 100㎞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 아우디는 지난 1월 자율주행이 가능한 A7 모델로 시속 110㎞ 이내 속도로 차선 변경, 추월까지 자유롭게 하며 운전자 도움 없이 900㎞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 하칸 사무엘슨 볼보 CEO는 “자율주행차 사고는 볼보가 모두 책임진다”며 2017년 자율주행차 출시를 목표로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내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연구소(TRI)를 설립하고 5년간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 국내외 업체, 자율주행차 개발에 초점 전문가들은 삼성의 진출로 스마트카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기계에서 IT로 바뀌고 있는 만큼 독자 개발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이종(異種) 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벤츠·BMW, 구글이 아우디와 손잡고 스마트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회사끼리 치열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기보다, 서로의 기술 개발을 자극하며 상호발전하는 경쟁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전자·자동차 분야만큼 상호 협력해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은데 한국은 두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미국·일본처럼 IT·완성차 업계가 경쟁 속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용·김현예·김기환 중앙일보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스마트카(smart car) : 자동차에 정보기술(IT)을 입혀 더 안전하고, 똑똑해진 차를 뜻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스마트카를 ‘자동차 기술에 차세대 전기전자·정보통신·기능제어 기술을 접목해 자동차 내외부 상황을 실시간 인식하는 차량’이라고 정의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는 대표적인 스마트카다.

2015.12.13 11:19

6분 소요
[다시 불붙은 친환경차 개발 경쟁] ‘전기차 vs 수소차’ 최후의 일전?

자동차

summary |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클린디젤’의 신화에 금이 갔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차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각각 상대적 비효율성, 긴 충전시간, 비싼 차값 등의 약점을 지니고 있어 당장 우열을 가리긴 어렵다. 기술 발전 여부, 정부의 정책 의지 등에 따라 머지않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1997년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가 새로운 형태의 차를 출시했다. 이름은 프리우스.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이브리드는 하나의 자동차에 가솔린 내연기관과 전기로 작동되는 모터를 동시에 장착한 차를 말한다. 당시 프리우스는 58마력의 힘을 내는 1.5L 가솔린 엔진에 40마력의 힘을 낼 수 있는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강점은 압도적인 연비다. 1997년의 프리우스는 L당 28km의 연비를 달성했다. 웬만한 가솔린차의 2배가 넘는 연료 효율을 달성했다. 도요타는 기술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환경까지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칭호를 얻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혹은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 자동차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가솔린 내연기관의 종말’이라는 자극적 타이틀을 단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다. ━ 하이브리드의 선공, 클린디젤의 역공 친환경차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독일차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고민의 초점이 조금 달랐다. ‘굳이 내연기관을 없애야 하나?’ 100년 전부터 자동차를 만든 독일 입장에서 내연기관은 그들의 자존심이었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버리는 셈이었다. 다시 프리우스를 살폈다. L당 28km의 연비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자동차에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다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차는 무거워졌고 가격 또한 비쌌다. 그들은 ‘디젤엔진’을 업그레이드 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클린디젤의 시작이었다. 엄청난 매연을 내뿜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디젤차와 ‘친환경’이라는 단어의 만남은 다소 어색해 보였다.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지만 입상자물질과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독일차 브랜드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인다면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까지 높은 인기를 누린 ‘클린디젤’은 이렇게 등장했다. 클린디젤을 앞세운 독일차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0여년간 전성기를 누렸다. 기술 개발 초기였던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와 달리 기존에 있던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발전했다. 연비는 1997년에 등장한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디젤차 특유의 폭발적인 주행 감이 더해지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디젤차는 ‘실현 가능한 기술 수준에서의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산 클린디젤의 아성을 무너뜨릴 차는 당분간 등장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최근 발생한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발각되기 전까진 말이다. 사실 폴크스바겐 사태가 일기 이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차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었다. 수치로 발표된 것보다 많은 배기가스가 디젤차로부터 나온다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디젤차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유럽에서는 ‘유로6’라는 새로운 디젤차에 관한 규제도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기술로 디젤에 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던 폴크스바겐의 기술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친환경차라는 클린디젤 자동차가 위기에 놓였다. ━ 친환경차 춘추전국시대 친환경차 논쟁은 다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이 가능한 ‘친환경차’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여러 차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비해 부쩍 기술력이 좋아진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다소 먼 미래에나 등장이 가능할 법 했던 ‘수소차’의 시대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진짜 친환경차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친환경차라는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가솔린 내연기관에 비해 적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차를 말한다. 각 나라마다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기준을 정해두고 이를 충족하는 차에 ‘친환경차’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환경 오염을 덜 시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들 차도 환경에 나쁜 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맞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기존의 가솔린이나 디젤 내연기관을 함께 쓰니 당연히 오염물질이 나온다.전기차의 경우 직접적인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쓰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킨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수소차 시대가 열린다면 막대한 양의 수소가 필요하게 되고 이를 생산하고 저장, 수송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태양열 자동차만이 ‘진짜 친환경차’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가솔린 엔진을 대체하는 미래의 자동차 등장이 머지 않았다. 기술도 충분히 무르익었다.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한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의지만 갖는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계기였는데, 폴크스바겐의 어리석은 선택이 친환경차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본격적인 친환경차를 논하기에 앞서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디젤은 이제 친환경차로서의 지위를 잃은 걸까? 단지 폴크스바겐만의 문제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친환경차로서의 클린디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훨씬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문제는 디젤 엔진에서 과하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다. 독일 브랜드는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치를 개발해 클린디젤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질소산화물을 없애는 장치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다. 한 자동차 전문가의 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의 차들은 배기량 2000cc 미만의 소형 디젤차였다. 완벽하게 질소 산화물을 없애는 기술은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소형차에는 이 기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적용이 되는 유로6 기준이야 어떻게 맞춘다고 해도 2018년부터 적용 예정인 유로7, 혹은 그 이후에 도입될 기준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이르면 5년 안에 디젤차가 가격 경쟁력에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밀리는 시기가 올 것이다.” ━ 강화된 환경 기준 맞추려면 가격 경쟁력 떨어져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오광철 자동차부품연구소 차세대엔진 연구센터장의 설명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폴크스바겐의 문제지 디젤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디젤 엔진은 장점이 많다. 가솔린보다 연료 효율이 높고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지금 깔려 있는 인프라를 잘 활용해 발전한다면 앞으로도 50년 이상은 지금의 지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 물론 앞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이 커지긴 하겠지만 주류 자동차로서 디젤과 가솔린의 입지는 꽤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디젤에 맞서는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도 보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내연기관의 연비를 높여 환경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친환경차로 볼 수 있다. 주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 그중에서도 도요타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열린 도쿄모터쇼에서 4세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를 발표했는데, 이 차의 연비는 40km/L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쏘나타·그랜저·K5 등 기존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꾸준히 추가해 나가고 있다.디젤 엔진에 타격을 입은 독일차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탑재했다는 점에서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같다. 다만, 내연기관의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전기를 주입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따로 충전을 하는 만큼 일반 하이브리드보다는 전기모터의 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주로 가정용 전기시설에 플러그를 꼽는 방식으로 대형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보급을 늘릴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따로 차고를 둔 단독주택의 경우 가정용 플러그를 연결하기 쉽겠지만, 한국처럼 많은 국민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라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의 최종 종착지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전기차나 새로운 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차가 등장하기까지 일시적인 대안에 그칠 확률이 크다. 서인수 카이스트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 교수는 “하이브리드란 결국 한 자동차 안에 엔진과 모터를 모두 장착하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기술의 수준이 올라가면 내연기관만 쓰는 차나 모터만 사용하는 차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결국 미래의 친환경차는 전기차가 될 공산이 크다. 세계 여러 나라에 환경 규제가 까다로워 진다는 가정 하에 그걸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차가 전기차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논외로 치고 자동차 자체에서는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 한때 출력과 토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최근에는 전기모터를 단 차가 속도의 자웅을 겨루는 레이싱 대회에도 등장하고 있다. BMW i8이나 테슬라 S같은 전기 수퍼카도 등장했다. 단순한 성능에서는 가솔린이나 디젤차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자동차 업계의 환경도 전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 이전까지 자동차 시장은 미국·독일·일본의 독무대였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많은 기술을 쌓았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나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지만 100년 동안 벌어진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다. 기존에 없던 회사가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다. 미국의 테슬라가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IT기업으로 알려진 애플이나 구글, 한국의 LG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배터리 기술 발달해도 충전시간 줄이기 어려워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3가지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인프라, 오랜 충전시간이다. 현재 양산 중인 전기차 중에서 가장 발전된 모델도 한번 충전으로 200km를 달리기 힘들다. 그나마도 오르막이 많거나 도로사정이 좋지 않으면 주행거리는 더욱 줄어든다. 더 긴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더 큰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고, 용량이 큰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를 차지한다. 부피가 늘면 사람이나 짐에 필요한 공간이 줄고, 무게가 늘면 연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기존의 주유소 외에 충전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하다. 단순히 기술에 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나 다른 사업자의 의지와 관련된 문제라서 해결이 까다롭다.하지만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충전시간이라는 주장이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말이다.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배터리 문제도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했고 앞으로도 발전할 여지가 있다. 지금과 똑같은 부피와 무게의 배터리로도 35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본다. 이 정도 주행거리면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인프라가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한번 분위기만 탄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보급이 늘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충전시간을 지금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급속충전에 15~20분, 완속충전에는 6시간 가까이가 소요된다. 그나마 급속충전은 전체 용량의 80% 수준만 채운다. 1~2분이면 연료를 완전히 채울 수 있는 내연기관과 비교해 절대적인 약점이다. 또 배터리는 오랫동안 쓰다 보면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르노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업체는 충전이 아닌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주유소와 같은 충전시설에는 정해진 규격의 완충 배터리를 보유하고, 방전된 차가 오면 다 쓴 배터리와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는 것이다. 5분 이내로 충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선충전 시스템의 발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도로 곳곳에 무선충전 시스템을 설치해 차가 달리는 중에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때는 전기료 과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최근 전기차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차가 수소연료 전지 자동차다. 자동차에 저장해둔 수소를 전기 발생 장치로 이동시킨 후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만들어 모터로 보내 구동하는 방식이다.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전혀 없다. 수소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브랜드는 현대차였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인 투산ix FCEV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이 넘어 국내 일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연구용으로 200여대 팔렸다. 판매를 위한 차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최근 일본이 수소차 생산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해 12월 도요타가 양산형 수소차 ‘미라이’를 출시한 것. 투싼 수소차의 절반 가격인 7500만원에 출시해 화제가 됐다. 출시 한 달 만에 1500대를 팔았다. 1회 충전으로 480km를 갈 수 있고, 최고속도도 시속 178km까지 나온다. 올해부터는 유럽 수출도 시작했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충전에 필요한 시간도 3분 정도만 있으면 된다. ━ 앨런 머스크 “수소차는 바보 같은 차” 수소차는 두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비싼 자동차 가격과 인프라 보급의 어려움이다. 현재 가장 저렴하게 공급되는 수소차 미라이의 가격이 7500만원 정도다. 현대 투싼ix FCEV도 미라이 출시에 맞춰 가격을 8300만원 수준으로 끌어내렸지만 여전히 비싸다. 다른 부분이야 기술이 올라가면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연료전지의 가격은 낮추기가 힘들다. 수소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에는 50~70g의 백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지만 당장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수소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분간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수소차 역시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인프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분한 충전시설이 없다면 수소차를 가지고 있어도 사용할 수가 없다. 문제는 주유소와 같은 수소 충전소를 만드는 데 40억~50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반 주유소를 짓는데 드는 비용의 10배가 든다. 수소는 그만큼 생산과 저장, 수송이 까다롭다. 초기 산업 진입 비용이 비싸면 수소를 공급, 판매하는 회사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수소 공급의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연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 “수소를 제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과 화석연료를 분해해 제조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후자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전기분해 방식보다 싸지만 여전히 비싸다. 이 경우 수소 연료 자체가 휘발유나 경유의 몇 배로 비싸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성욱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설명이다.고성능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는 수소차에 대해 “바보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다. 수소 자체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운반하는 일이 어렵고 자동차 안에서 전기분해 방식으로 수소를 얻는 것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머스크의 말처럼 수소차 자체가 몇몇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머스크가 수소차를 그만큼 견제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미래 자동차의 패권을 전기차가 쥘지, 수소차가 쥘지는 정부 의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환경 정책을 갖고, 어떤 인프라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머스크의 입장에서는 전기차에 더 많은 힘이 실리도록 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예전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았던 ‘태양열 자동차’의 양산화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일부 연구기관과 실험실에서 태양열만 이용해 500km를 달리고,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차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은 실험실에만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기술이 무르익지 않아 아직은 차량을 생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서다. 무엇보다 날씨가 흐린 날이나 야간에는 연료를 공급할 수 없다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존 전기차나 수소차와 결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지만 이 경우에는 가뜩이나 비싼 수소차나 전기차의 가격이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 태양열 자동차는 아직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2015.11.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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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미국에서 브랜드 파워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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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위.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닛산자동차가 2011년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결산에서 매출 9조 4090억엔, 영업이익 5458억엔, 순이익 3414억엔을 달성했다. 토요타자동차를 앞지르고 순이익 상 일본 업계 최고치다. 글로벌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15.8% 증가한 484만5000대를 기록했고 덕분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6.4%로 늘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1999년 프랑스 르노자동차와 제휴를 맺은 후부터 닛산자동차의 기업 체질은 크게 변화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닛산자동차는 2016년도까지는 세계시장 점유율 8%, 영업이익률 8%(2011년 5.8%) 달성이란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카를로스 곤 사장 겸 CEO에게 앞으로의 성장과 비전에 대해 물었다.닛산은 최근 13년간 본질적으로 무엇이 변화했는가?과거 닛산에 없었던 세 가지 요소를 키워내는데 힘썼다. 우선 명쾌한 전략을 가지고 그것을 회사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모든 전략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사내의 각 부서와 지역이 서로 보조를 맞추도록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사원들이 전략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계획에 정확히 참여하려는 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했다.두 번째로 2000년 초 진행된 ‘닛산 리바이벌 플랜(Nissan Revival Plan)’이나 ‘닛산180’ 등을 통해 적절한 위기감 형성한 것을 들 수 있다. 닛산 리바이벌 플랜은 1999년 최고운영책임자(COO)였을 당시 발표한 회사 재건계획으로 사내의 젊은 중역 간부를 중심으로 조직을 꾸렸다. 국내 공장을 폐쇄해 연간 생산능력을 3분의 1가량 축소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2만 명이 이상의 인력 삭감과 하청 기업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 등이 주 내용이다. 또 회사 보유주식을 매각해 하청기업의 합병과 재편을 빠르게 진행시켰다. 이 계획 이후 매출 등 회사 실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2003년까지 4년 동안 2조 1000억 엔에 가까운 거액의 채무를 변제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사내 재건계획을 통해 닛산은 위기 대응력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동일본 대지진이나 태국 홍수 등 갑작스러운 위기에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마지막으로 신흥국에서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현지에 있는 경영진이 현지 부품 메이커를 사용해 현지에 적당한 상품을 만든다. 닛산은 상위 100개 관리직 중 40%가 일본 이외 12개국 출신자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다양성이 닛산의 큰 무기다.경영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브랜드력(이미지) 향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면에서 우리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역적으로 볼 때 중국이나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는 브랜드력이 강한 반면 미국에서는 경합하는 타사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급차 브랜드인 ‘인피니티’ 는 2016년 50만대(2011년도 약 14만대)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피니티 강화 계획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달성을 위한 열쇠는 세 가지다. 우선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중국 시장에서는 롱 휠베이스(Long Wheelbase) ‘M’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차축간 거리가 길어 더 안정적인 롱휠이 사랑 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현지화다. 지금까지 인피니티는 일본 도치기 공장에서 생산해 왔으나 앞으로 도치기가 주요 거점이 아니다. 얼마 전 발표한대로 중국 및 타국에서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가격만으로는 불충분하지만 일단 가격 면에서 불리하면 살아남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현지화는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판매망에 손을 뻗치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힘쓸 계획이다. 올 4월 홍콩에 인피니티의 새로운 글로벌 본사가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고급차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판매해왔지만 앞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의 동향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망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들여 다양한 팀을 발족시킬 예정이다.그래도 국내 생산 100만대는 유지 가능한가?가능하다. 2011년 지진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약 120만대를 생산했다. 2012년도는 중국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멕시코나 브라질의 신 공장 건설에 착수할 예정인데 그럼에도 비슷한 수준의 국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늘 공언한대로 100만대는 달성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도치기 공장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재고 조정이나 모델 교체 등에 따라 감산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인피니티의 판매대수를 3배 이상 늘려가면 증가분을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다. 도치기 공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에코카 보조금 제도가 끝나면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든 타당한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인센티브가 작동하는 법이다. 지금 진행중인 보조금이 끝나게 된다고 해서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 반동으로 국내 시장의 판매량이 20% 하락하더라도 생산은 100만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만 정부에 부탁한다면 환율이 타당한 수준이 되도록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과거 업계에서는 ‘400만대 클럽’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자동차 메이커가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의 볼륨이 필요한가?나는 그런 사고 방식에 찬성한 적이 없거니와,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적도 없다. 만일 대수가 성공여부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째서 최대 자동차 메이커였던 미국 제너럴 모터스가 경영파탄을 맞이했나? 중요한 것은 정합성을 갖추고 일관된 전략을 가지는 것이다. 정합성이 필요한 이유는 그러한 정합성이 효율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업적을 올리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는 명쾌한 전략을 가지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그 점이 가장 중요하고 몇 대를 판매했는가는 그 다음이다. 요컨대 판매 대수는 전략을 극대화한 것이지만 전략 그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판매대수는 전부 자비로 늘릴 필요가 없다. 제휴에 의해 획득 가능하다는 뜻이다. 닛산의 판매대수는 2011년도 484만대였지만 르노와의 제휴를 통해 800만대로 늘어났다.타사의 경우 제휴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닛산만은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는 듯 하다.르노와 닛산의 제휴에는 자립성이 있는 동시에 규율성도 있다. 그리고 단순히 말 뿐이 아닌 실행도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러시아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압토바즈(AvtoVAZ)에 대한 출자를 결심했다. 목적은 러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현지 메이커와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쪽에서는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압토바즈는 생산설비를 제공한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후원도 받는다. 압토바즈의 주력 차종인 ‘라다(LADA)’브랜드는 그대로 남길 계획인데 르노닛산과 함께 시장 점유율 40%를 노리고 있다.전기자동차 ‘리브’의 판매 동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지진도 있었고 엔고까지 겹쳐 2011년도 판매실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리브를 출시할 당시만 해도 엔고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2012년도는 미국과 유럽에서 배터리나 차량 조립사업을 시작한다. 현지생산에 착수하게 되면 엔고로 인한 악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 올해는 판매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2012.05.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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