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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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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트럼프, 中 협상 '올스톱'에

국제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무역적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EU, 다른 나라들과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며 미국의 무역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우리는 중국, 유럽연합(EU), 그리고 많은 국가들과 무역 적자를 겪고 있다”며 “이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세뿐”이라고 강조했다.최근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미국 증시가 급락한 것과 관련해선 의도적으로 투매하도록 설계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때로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단기적인 충격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적자 확대 책임을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 돌리며 “우리는 그것을 빠르게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사람들이 미국을 위한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향후 중국과의 무역 대립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상호관세 부과 이후 한·중·EU 등 주요국과 미국 간의 통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시장 불안과 기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04.07 16:10

2분 소요
美 연준, '금리 동결'…트럼프 흔들기에도 '독립성' 재확인

정책이슈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동결을 결정했다.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며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같은날 밝혔다.이번 FOMC 회의는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회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공개적으로 연준을 압박했지만, 연준이 응하지 않은 것이다. 회의에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경제지표 등을 고려하면 연준이 한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실제 연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되면서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 정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이른 매파 성향의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하고 있어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정책 조정에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을 계속 선호한다”고 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어 금리 조정에 대한 느린 접근이 유리하다”고 언급했다.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 결정 후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인 반면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준의 기준 금리 동결 결정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준은 은행 규제와 관련해 형편없었다”며 “재무부가 불필요한 규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주도하고, 모든 미국인과 사업자들을 위해 대출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파월(연준 의장)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초래한 문제들을 종결짓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이런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전 세계에서도 우리를 따라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또 금리 인하를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며 얼마나 금리를 인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많이”라고 답하기도 했다.다만 파월 의장은 연준이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우리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개입은 인사권과 더불어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여러 시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2025.01.30 09:19

3분 소요
한국투자증권, 손익차등형 ‘한국투자 미국경제주도산업 펀드’ 출시

증권 일반

한국투자증권은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한국투자 미국경제주도산업 펀드’를 8일부터 단독 판매한다고 밝혔다.한국투자미국경제주도산업펀드는 미래 성장을 주도할 핵심 산업 중 미국 경제 강세 흐름을 심화시킬 수 있는 미국 상장 주식에 투자한다. ▲반도체&하드웨어 ▲AI&소프트웨어 ▲제약&생명공학 ▲미래금융서비스 ▲전통&미래에너지 ▲인프라 ▲우주항공&방산 각각의 테마로 운용 중인 7개의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사모펀드(사모재간접 펀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펀드 운용을 맡는다.이 펀드는 고객을 선순위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계열사를 후순위로 하는 손익차등형 펀드다. 펀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15%까지는 후순위 투자자가 손실을 먼저 반영한다. 반대로 이익이 발생하면 각 사모펀드의 수익 10% 까지 선순위, 후순위 투자자가 85:15 비율로 수익배분 하고, 10%를 초과하는 이익부터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가 55:45 비율로 나눠 갖는다. 운용 기간은 3년이며, 만기 전 수익률이 15%에 도달하면 조기상환 한다. 설정 후 1년 내 상환조건에 도달할 경우에는 최소 보유기간(1년)이 지난 시점부터, 1년 이후 상환조건 도달 시에는 해당일로부터 각각 15영업일 후 상환된다.양원택 투자상품본부장은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손익차등형으로 고객의 투자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상품”이라며 “향후에도 고객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모집 청약은 1월 22일까지이며 설정일은 1월 23일이다. 온라인 클래스도 가입 가능하다.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한국투자증권 영업점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01.08 14:28

1분 소요
오락가락 정부 정책, 잘못된 신호로 부동산 시장 혼란 자초

부동산 일반

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양극화의 기세는 멈추지 않을 듯이 보인다. 지난 8월 8일 정부는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며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원인은 무엇인지 분석해 봤다. “정부가 ‘DSR 강화’ 정책을 연기한 게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두 달 연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하고 7월 1일부터 2단계를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돌연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가 급등할 위험을 미리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대출자가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이다. 가산 금리를 적용하면 대출자가 갚아야 하는 연간 이자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DSR 비율을 맞추려면 대출 한도를 줄여야 한다. 매월 갚는 원금 규모를 축소해야 늘어난 이자 폭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금융위는 스트레스 DSR을 단번에 적용할 경우 강한 충격이 예상돼 적용 업권과 대출 종류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었다. 지난 2월 26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먼저 적용했고 가산 금리 적용 비율은 올해 상반기 25%, 하반기에는 50%를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정책 시행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 한도를 줄여 주택 매수세를 잡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금융위가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이 줄어드는 차주가 약 15% 정도로 분석돼 이분들의 어려움을 고려했다”며 정책 시행을 연기한 것이다.실제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연기한 직후 은행권 가계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8월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7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1120조8000억원으로 6월보다 5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은 6월보다 5조6000억원가량 늘어나며 가계 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매매 증가, 대출금리 하락, 정책대출 공급 지속 등으로 주담대가 전월에 이어 상당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주택거래가 이뤄지면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연결된다”며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문제는 가계대출의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3월(-7109억원)까지 감소했다가 4월부터 상승 전환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월별 증가 폭을 보면 ▲4월 5조원 ▲5월 6조원 ▲6월 5조9000억원 ▲7월 5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3월 이후 20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배경에도 이런 영향이 있는 셈이다.저리 특례대출 시행하며 디딤돌 대출금리는 올리나정부가 추진한 신생아 특례대출도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건수의 33%(5269건)이 사용됐다. 인천은 8.1%, 서울이 7.7%로 특례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의 50%가량이 서울 등 수도권에 몰린 것이다.신생아 특례대출은 아이를 낳은 가구에서 시세가 9억원 이하인 주택을 구입할 때 구입 자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대표적인 저출생 대책 중 하나이지만, 정부가 주택 구입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인 것은 맞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과 상충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가계 대출이 증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꼽힌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준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리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감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다.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를 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인하 여부를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은 7월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3.50%)보다는 2.00%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금융업계에서도 한은의 금리 인하 고민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12연속 금리 동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고 했다. 본격적 금리 인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금통위도 의결문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런 가운데 가계대출이 증가하자 정부는 주택구입 자금용 정책대출인 디딤돌대출의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자금 위주로 가계대출이 늘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디딤돌대출의 금리 차이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시행을 연기하고 특례대출을 확대했던 정부가 디딤돌대출 금리를 인상해 주택 매수 수요를 잡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금융 정책을 개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일관성을 보여야 신뢰도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4.08.16 09:00

5분 소요
‘R의 공포’에 떠는 한국 경제…대미 수출 영향 받나 [스페셜리스트 뷰]

국제 경제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세계적으로 주가와 가상자산은 급락하고, 국채 금리는 급락하며 엔화는 초강세를 기록했다. 지난 8월 1일 이후 3거래일 만에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8.0% 급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4베이시스포인트(bp)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7월 초 161.7엔에서 8월 5일에는 142.6엔으로 약 20엔 급락했다. 지난 8월 5일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65.7로 치솟으며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미국경제 침체 우려에 국제금융시장 요동최근 국제금융시장이 발작 현상을 보인 데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미국경제의 침체 우려이다. 그동안 미국경제가 선진국에서 나홀로 고성장을 구가하며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 가던 상황에서 최근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최근 노동시장 지표들이 발표되었다. 특히 실업률이 예상보다 크게 올랐다. 2024년 3월 3.8%이던 실업률이 4개월 연속 상승하여 7월에는 4.3%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과 지난 6월 4.1%를 상회하였다. 그리고 올해 7월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11.4만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6월 17.9만명, 시장 예상치 17.5만명)을 크게 하회하고 지난 12개월 평균 21.5만명에 비해서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마디로 미국 노동시장이 일자리 구하는 사람은 느는데 고용은 줄고 해고는 늘어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그동안의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급랭으로 반전될 것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었다. 또한 최근에 발표된 미국의 소비·기업 심리 지표도 악화되었다. 올해 7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는 66.4로 8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으며 올해 7월 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6.8(기준치 50.0)로 크게 하락해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4개월 연속 확장기준(50)보다 낮았다. 특히 미국 실업률의 상승은 단순히 노동시장 냉각 우려에 그치지 않고 경기침체 리스크로까지 확산됐다. 실업률 지표를 이용해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샴의 법칙(Sahm Rule)이 미국경제의 침체를 알리는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샴의 법칙은 2019년 클라우디아 샴 전 미 연준(Fed) 이코노미스트가 고안한 것으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과 직전 12개월 중 최저 실업률 간의 차이가 0.5%p 이상이면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지난 8월 2일에 발표된 7월 미국 실업률이 4.3%로 높아지자 샴의 법칙 수치가 6월 0.43%p에서 7월에 0.53%p로 기준치 0.50%p를 넘었다. 기준치를 상회하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 경기침체기 이후인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지표들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됨으로써 그동안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미국경제가 이제는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다른 악재까지 겹쳤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추가 제재, 미국의 IT 업체 실적 악화에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엔캐리트레이드 청산까지 가세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지난 7월 31일 미국 당국이 올해 8월 중으로 HBM 규제에 관한 세부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지난 8월초 발표된 인텔·아마존 등의 미국 주요 IT 업체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였다. 또한 7월 31일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암살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조되었다. 엔캐리트레이드 축소로 국제금융시장 불안특히 그동안 큰 폭으로 증가하던 엔캐리트레이드의 축소 리스크가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엔캐리트레이드는 초저금리인 엔화를 차입해 고금리 또는 고수익 통화 자산에 투자·대출하는 거래로 2022년 이후 초엔저 진행 과정에서 급증하였다. 엔캐리트레이드의 대용지표로 알려진 일본내 외국은행 지점의 주요자산이 2021년 월평균 7조4000억 엔에서 2024년 1~5월 평균 11조4000억 엔으로 55% 증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캐리트레이드 규모가 지난해 말 137조 엔(약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렇게 증가하던 엔캐리트레이드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7월 중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는 엔화와 위안화의 저평가가 미국 제조업계에 재앙과 같다는 발언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행이 초엔저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재개하였다. 또한 7월 31일에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0~0.1%에서 0.25%로 인상하고, 국채매입 규모 축소(양적 축소)도 단행했다. 이는 미국 증시 급락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일 금리격차 축소되고 엔화가 강세로 반전되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촉발되었다. 이는 다시 엔화 강세, 일본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등 일본 금융시장은 악순환 양상을 보였다. 현재 엔캐리트레이드가 얼마나 청산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카고선물거래소 엔화선물의 비상업적(non-commercial, 투기적) 포지션의 순매도 규모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 3월 12일 10만2000건 계약에서 7월 9일 18만2000건 계약(2007년 6월 18만8000건 계약 이후 최대)까지 확대되었다가 7월 30일 7만 3000건 계약으로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을 통해 일정 부분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글로벌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하고 위험자산 가격 상승에 일조한 엔캐리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되면서 금융시장 및 주요국 간 촘촘히 연결된 금융거래를 통해 금융불안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R의 공포 현실화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이 당분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경기 침체 또는 경착륙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크게 네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 번째 최근 미국 노동시장 냉각이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4주차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대폭 증가한 데에는 악천후 등 일시적 요인이 가세했다. 미국 고용보고서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나쁜 날씨 때문에 일을 못했다는 응답자 수가 43만6000명으로 지난 6월 5만9000명의 약 7배, 과거 역사적 평균치(7월) 3만2000명의 약 13배에 달했다. 즉 허리케인(Beryl)의 영향으로 텍사스주의 청구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미시간주의 자동차 공장들이 여름 정비에 들어가며 해고가 늘어났고, 미네소타주가 시간제 근로자(교사 등)가 여름 동안 실업급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등 일시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즉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시적인 요인이 해소되면 노동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판단한다.두 번째 경기침체를 알리는 샴의 법칙(Sahm Rule)이 이번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표를 개발한 클라우디아 샴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근 샴의 법칙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노동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노동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최근 실업률 상승은 해고가 아니라 노동시장에 이민으로 인해 등 구직자가 더 많이 증가해 생긴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6월 해고율은 0.9%로 2000년대 들어 최저치를 보였다. 최근 점진적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은 늘어나고 기업의 구인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노동 공급(경제활동참가율)은 낮고, 노동 수요(기업의 구인자수)는 높은 수준에 있어 노동시장이 냉각되어 있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인해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노동시장 냉각을 막고 있다. 노동공급 측면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 변화(삶의 질 중시), 근무형태 변화(재택근무 선호)가 발생하고, 노동수요 측면에서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채용난을 겪으면서 잉여 고용 유지 등 기업 고용 행태가 바뀌었다(Labor Hoarding). 세 번째 최근 개선된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향후 경제전망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월 48.8 보다 높고 확장 기준인 50를 상회하는 51.4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지난 7월 25일에 발표된 미국 2분기 성장률이 2.8%(전기비 연율 기준)를 기록해 예상치 2.0%과 1분기 성장률 1.4%를 크게 상회했다. 개인소비·정부지출·재고투자가 1분기에 비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잠재성장률(1.8~1.9%) 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또한 최근 경제지표와 정보를 반영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전망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은 최근 금융시장 공포 상황을 거친 8월 9일 기준으로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을 2.9%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의 전망을 수집한 '블루칩 컨센서스'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네 번째,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 악화 시 연준의 적극적인 대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유동성 공급을 보여주는 미 연준의 자산 잔액은 2022년 5월 약 9조 달러에서 최근 7조20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약 4조 달러에 비해서는 여전히 1.8배 큰 수준이다.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다는 것은 민간의 지속적인 자금경색, 유동성 부족 사태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리고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미 연준의 금리인하·양적축소 중단 등 통화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미 연준의 두 가지 책무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다. 최근 FOMC에서 물가상승세가 꾸준히 둔화되고 있는 반면 실업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미 연준이 이제는 물가와 함께 노동시장도 중요하게 고려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향후 미국경제는 침체 가능성이 낮지만 완만한 경기 둔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된 이유는 큰 폭의 실질금리 플러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에 있어서는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가 중요하다.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현재 소비와 투자의 기회비용이 상승해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실질금리가 플러스인 상황에서 현재 소비를 하게 되면 나중에 저축해 벌 수 있는 이자소득 등을 포기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를수록 포기해야하는 가치가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가 감소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미국의 실질금리(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 (TIPS))가 2022년 8월 이후 플러스 반전되었고 그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후 큰 폭의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견조한 소비를 가능케 한 미국 노동시장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공급은 늘어나는데 반해 노동수요는 줄어들고 있어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4%를 크게 상회하던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이 지난 7월에는 3.6%로 코로나 팬데믹 직전 3.3%, 장기 역사적 평균인 3%에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끝으로 그간 소비 모멘텀을 지지해왔던 가계 전체의 초과저축이 소진된 점도 경기둔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누적된 초과저축이 2024년 3월경 소진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미 경제 변화…한국 금융·무역에 영향 미쳐향후 미국경제는 침체나 경착륙보다는 둔화나 연착륙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미국경제의 변화는 한국경제에 금융경로와 무역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우선 미국경제의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미국경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거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기 둔화로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기침체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전개될 수 있고 미-일 금리 격차 축소로 최근과 같은 엔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될 리스크가 있다. 최근 엔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기는 하였지만 그동안 크게 축적된 엔캐리트레이드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향후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발 금융불안이 재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미국의 고성장, 고금리 지속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위험자산에 대거 유입되었는데 미국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이 과정에 단행될 미국의 금리인하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최근 미국발 금융시장 패닉 과정에서 국내 주가 급락,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도 혼란을 경험해 향후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될 경우 국내 금융불안 재발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음으로 미국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한국의 제1 수출 시장인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 1~7월 미국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19.0%로 중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업종은 자동차 비중이 가장 높다. 뒤이어 전기전자 및 일반기계, 반도체, 철강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공 단계별로는 전기전자, 일반기계, 반도체, 철강 등 주로 중간재로 활용되는 제품의 교역이 대미 수출의 주력 수출군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경제의 둔화가 본격화되면 이들 업종의 대미 직접 수출과 제3국을 통한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첨단산업 유치 강화로 인해 한국기업의 대미 직접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공급망을 통한 대미 수출이 수출 급랭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높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자금관리, 환위험 관리 등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른 대미 수출 시장 부진에 대비해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화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23년간 금융 및 거시경제를 연구하였으며 현재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에서 국제금융 및 국제거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세계경제·금융위기·글로벌 자금흐름·외환시장·금융국제화·금융협력·글로벌 부동산 등이다.

2024.08.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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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우 iM뱅크 은행장 “경산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금융지원”

은행

iM뱅크는 28일 경산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경산 인터불고 C.C대연회장에서 ‘제14회 경산CEO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해당 포럼은 경산의 지역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경산 지역 ESG경영 실천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연 1회 경산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 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하며, 올해 포럼에는 경산 지역 주요 기관장·기업체 대표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이번 포럼에서는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미국경제 골디락스와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홍춘욱 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홍 대표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2022년 말부터 주택경기가 개선되면서 경제성장 하락을 저지하고 있는 미국은 코로나 기간에 중단됐던 이민이 재개돼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생산활동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TSMC(대만)를 중심으로 미국 남부와 동부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을 소개했다. 올해 미국경제가 ‘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정 상태’를 의미하는 골디락스(goldilocks)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홍 대표는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그는 “금리인하 지연, 가계부채 위기 심화 등으로 내수경기 회복이 더딜 것으로 우려되지만 미국 제조업 경기개선과 함께 반도체 중심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건설경기는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병우 iM뱅크 은행장은 “경산 지역의 최대 현안사업이던 대형쇼핑몰 입주 승인을 위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이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 심의를 통과했다”며 “이외에도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경산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 추진 등 향후 경산 지역의 미래핵심 성장 동력이 마련되고 있어 향후 경산 지역경제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iM뱅크는 가장 지역적인 시중은행으로서 경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2024.06.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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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부채역습 속에서 주식시장 운명은?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미국경제가 좋은 시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제롬 파월은 당시 금리를 높게 올리는 호기를 부리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납작 엎드렸다. 세계가 긴축의 시대로 들어선 올해 킹달러가 달러 부채 많은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는 830억 달러(약 115조37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미국발(發) 고금리와 강달러로 신흥국과 그 기업들이 갚아야 할 달러 표시 부채 부담이 더욱 커졌다. 모두가 고대하는 미국의 최종 금리인상 시기와 폭은 어떻게 될지에 시장은 계속 번민을 하고 있다. 미국의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다시 한 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신고점을 기록했고 인플레이션 정점이 지났다는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가와 경기 모두 잡지 못하고 세상을 참혹함으로 뒤엎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몰려든다. 전체(헤드라인) 물가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임대료는 매우 느리게 움직여 본격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파월 의장은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 지난 9월 연준 의장으로서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뒤늦게 움직이는 주택 가격은 임대료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 부문의 영향이 앞으로 적어도 18개월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 한다. 문제는 임대료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요금이 하락하기 어려운 구조란 점이다. 이 부분은 전체 CPI의 25%, 근원 CPI의 33% 정도를 차지한다. 병원 서비스, 의료 서비스, 금융 서비스, 법률 서비스, 전화 서비스, 등록금 같은 서비스 요금은 임금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임금이 더 오르게 되면 외식비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높아진 물가는 연준의 물가와의 싸움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노무라 증권은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연 5.5%까지 올릴 것이라고까지 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다른 국가들의 기준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세상의 빚 갚을 능력이 제대로인지 궁금해진다. 지난 9월 IIF는 금년 2분기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총부채 비율을 발표했다. 이는 차입국의 빚을 되갚을 능력을 위해 두루 사용되는 지표이다. 이 비율이 1분기 252% 수준에서 2분기 350% 수준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5분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IIF는 물가 압력과 금리인상으로 그 수준이 올 연말에는 350%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본다. ━ 주식시장 베어마켓 랠리의 재개를 보며 금리인상의 수혜주는 금융주라고 하는데 은행주 시대가 진정 왔을까. 미국 주식 시장은 11월 12월 금리인상 시나리오를 무색하게 널뛰기 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고금리에 미국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됐다. JP모간, 씨티그룹, 웰스파고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시장 기대를 웃돈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시장 한파로 폭삭 주저앉은 주식 거래 수익을 메우고도 남는 이자 수익을 냈다고 시장이 야단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대형 은행들은 미국 소비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낙관하고 있다. 모든 악재가 다 나왔고 그게 주가에 선반영되었다는 것일까? 향후 금리 추가 인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경기침체 확률이 높아지며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 증가로 도산가능성도 올라가는데 주식시장은 참 요지경이다. 증시안정기금의 투입과 공매도 금지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국내 주식 시장도 설렘에 차 있는듯하다. 영국 채권 시장은 과연 안정을 찾은 것인가? 증시랠리의 구실을 찾는데 이제 영국 채권 시장을 살펴보는 게 투자자들의 습관이 된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준은 3차례의 양적완화(QE) 정책을 단행했다. 이 기간 동안 연준의 자산은 2.1조 달러가 늘어났다. QE로 경기가 회복되자 2014년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테이퍼링(Tapering)을 실시했다. 2017년에는 재투자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QT)을 실시했지만 그 규모는 기대와 달리 소규모였다. 2020년에 팬데믹으로 QE 정책이 재개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연준의 자산규모는 4조4000억 달러가 늘어났다. 문득 2019년 9월 레포(Repo)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연준이 급하게 채권 매입을 한 게 생각난다. 레포(Repo)란 Repurchase Agreement의 줄임말로 환매조건부 채권을 뜻한다. 레포는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이 채권을 담보로 중앙은행에서 초단기 자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당시 연준은 이러한 채권 매입은 QE가 아니라 했다. QE는 경기부양을 위해서 장기채를 사서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기에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채권 매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9월 영국에서 금리가 너무 갑자기 많이 오르고 채권 시장이 마비되는 위험에 처하자 영란은행은 영국국채를 사게 된다.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을 연준이 반가워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시장의 약세 국면에서도 베어 마켓 랠리는 있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향하는데도 단기적 증시 반등은 가능하다. 가장 많은 이야기는 주가가 역사적으로 싸다는 것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많은 재료가 있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은 증시를 움직이는 중요 재료다. 반대로 낮아진 가격은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유동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우리 앞에 놓인 금리인상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들의 위험 요인이 그저 아는 사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생각이 든다. 1년에 5 퍼센트 대 수익률을 주는 저위험 금융상품이 늘고 있다. 저금리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수익률인데 저런 금리 수준을 주고 어디에서 금융기관이 수익을 낼 것인지 생각해 본다. 부채의 역습에 괴로워하는 가계와 기업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기 주식시장은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단타의 고수가 아니라면 진정으로 시장의 위험성이 줄어든 후에 주식 시장에 진입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은 그저 기우일까.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2022.10.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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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익 최소 반년 이상 감소할 듯 [이종우 증시 맥짚기]

증권 일반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이 7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341원으로 2분기에 비해 81원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건데, 생각보다 수요 감소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이익이다.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비해 32% 줄었다. 시장의 기대보다 1조원 이상 적은 수치인데, 반도체 경기가 둔화기에 들어갔음을 감안하면 이익감소 상황이 최소 반년 이상 계속될 거로 보인다. 우리 기업 실적 전망은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연간 시장전망을 내놓는 11월에 이익 전망치가 가장 높게 형성됐다가 다음해 1분기에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멀리 떨어진 미래를 좋게 보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연간 전망이 나올 때 이익 기대치가 높게 형성됐다가, 실제 한 해가 시작된 후에 현실을 인식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그다음 이익 조정은 분기별 실적이 나오기 직전에 약간의 상향과 하향 조정이 이루어지는 형태였다. 이번 3분기 실적은 하향 조정이 특히 심할 것이다.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순이익은 24.6% 줄어들 거로 예상한다. 이익이 이렇게 크게 줄어드는 건 지난 3분기에 국내외 경제가 좋지 않아서다. 각국 정부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수요 축소에 주력하다 보니 그 영향이 기업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실적이 너무 좋았던 것도 걸림돌이 된다. 비교 수치가 너무 높다 보니 올해는 감소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는 전력 같은 유틸리티업종과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화학업종의 이익 둔화가 예상된다. 대부분이 경기와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들인데, 경기 둔화가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가전, 은행 등은 소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그 외 업종의 실적 부진이 너무 커서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때를 제외하면 이번 3분기 실적은 2년 반 만에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도 이를 특별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 미국은 순이익률이 너무 높은 게 문제 우리보다 덜하지만, 미국의 기업실적도 좋지 않다. 시장에서는 스탠다스앤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하는 기업의 3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7%와 4.5% 늘어나는데 그칠 거로 전망하고 있다. 2분기 매출과 EPS 증가율 10.8%와 11.1%에 비해 후퇴한 수치다. 다행히 실적 부진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이익이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알려져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인 데다, 투자자들이 기업실적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발표되는 실적치가 기대치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제는 실적 발표 후 기업들이 내놓는 전망이다. 미국 경제의 선행지표와 후행지표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경제를 보여주는 동행지표나 후행지표는 양호하게 나오지만, 앞으로 경제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는 좋지 않다. 3분기 실적은 괜찮은 동행지표들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기업이 내놓는 전망은 선행지표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다. 선행지표의 방향성이 좋지 않아 이 부분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높은 마진율을 유지할 거로 기대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미국 시장은 내년과 내후년에 상장기업들이 13.0%와 13.7%에 달하는 순이익률을 올릴 거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는 수치로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그동안 미국 기업을 괴롭혔던 공급망 차질과 원가 상승 압박이 다소 완화됐지만, 임금 상승 등 새로운 비용증가 요인은 반대로 강해졌다. 9월에 미국 비농업 부문에서 26만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수치다. 실업률도 3.5%로 낮아졌다. 8월에 해당 수치가 3.7%였으니까 미국경제가 완전고용상태를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업률이 5% 밑으로 내려가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데, 지금 미국이 그런 상태에 있는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기업들이 인건비 증가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려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고용시장이 대단히 빡빡하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이익률이 계속될 수는 없다. ━ 실적 부진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 그럼 실적 부진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까? 그렇지는 않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코스피는 2000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을 계속해 왔다. 주가가 6년 가까이 옆걸음을 했기 때문에 해당 지수대가 상당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만약 기반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주가가 특정 지수대에서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코스피의 영업이익이 100조~120조원 정도였다. 지난해에 해당 수치가 242조원이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이익이 50% 가까이 줄어든다고 가정해도 이익이 120조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주가가 2200 부근까지 내려온 걸 감안하면 이익 감소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당분간 이익이 지난 분기나 지난해보다 얼마만큼 줄어들지를 보여주는 이익 모멘텀은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주가가 이미 이익 감소에 대해 반응을 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익의 절대 규모가 중요시된다. 이렇게 되면 이익 감소는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리는 공격적인 형태보다 주가를 일정수준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방어하는 형태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여러 가격 변수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주춤해졌고, 국내외 금리도 고점에서 다소 후퇴했지만 시원하게 내려오지는 못했다. 주가도 6월에 이어 두 번째 바닥을 만들었지만 크게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상승 탄력만 보면 첫 번째 저점 이후 나타났던 반등보다 힘이 훨씬 약하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허락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의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공포와 탐욕의 영향이 오래가기 때문인데, 금리와 환율 그리고 경제 변수가 긍정적으로 변할 경우 투자심리도 빠르게 변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가가 낮다는 인식이 힘을 얻는 게 주식시장의 방향을 위로 바꾸는 더 빠른 길일 것 같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2.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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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제재에 반도체주 추락…10일 뉴욕증시 나흘째 하락세

글로벌

10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 3·4일 일시 반등 직후 5일부터 다시 추락한 하락세는 나흘째 이어졌다.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인플레이션 난제 앞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강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3.91포인트(0.32%) 추락한 2만9202.8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7.27포인트(0.75%) 후퇴한 3612.39 ▶나스닥지수는 110.30포인트(1.04%) 하락한 1만542.10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9포인트(3.48%) 오른 32.45를 각각 나타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기술 수출 제재가 반도체 관련 주의 하락을 부추겼다. 엔비디아는 3.36%, 퀄컴은 5.22%,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89%, AMD는 1.08% 각각 떨어졌다. 게다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지난 7일 6% 넘게 급락한데 이어 10일에도 3% 넘게 추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에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3분기 기업 실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먹구름 분위기다. JP모건·컨퍼런스보드 등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강화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수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 위협, 유럽의 에너지 파동,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강화 등의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런 악재들이 계속되자 ICE달러지수(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 변화)가 113.342까지 치솟기도 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10.11 08:21

2분 소요
불안하다고 섣불리 내다팔지 말아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증권 일반

리즈 트러스 영국총리가 대규모 재정정책을 내놓자 파운드화가 급락했다. 정책의 내용이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 중심이어서 시장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영국의 정책을 빗대 ‘낙수 효과 경제는 작동한 바 없다’라고 폄하했다. 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통화정책 방향과 상충된다는 점도 파운드화의 약세 요인이었다. BOE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금까지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수요 억제에 주력했는데, 정부가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발표된 에너지 대책도 영국 재정 건전성 우려를 자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대응한 에너지 대책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이체방크는 영국의 에너지 대책과 감세 계획에 따른 재정부담이 1790억 파운드(290조283억원)를 넘을 거로 추산했다. 영국의 팬데믹 관련 공적 지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밖에 팬데믹으로 가려져 있던 브렉시트 후유증이 영국 경제에 현실화되고 있는 점도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일조했다. 그 영향으로 달러/파운드화가 1.1달러 밑으로 떨어져 1985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주요국 통화 중에서 엔, 원화에 이어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이 특히 크다. 영국의 경제 펀더멘탈이 상당히 취약한 상태여서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영국에서 재정이나 외환위기가 발생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당분간 파운화 가치 불안은 피하기 힘들 것이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불안을 무사히 넘긴다 하더라도, 높은 물가와 취약한 재정 상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불안이 달러화 강세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파운드화 절하는 영국만의 리스크는 아니고, 글로벌 리스크로 봐야 한다. ━ 달러 강세가 급변할 수도 있어 전 세계가 환율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작게는 한나라 통화가 달러보다 얼마나 절하됐느냐의 문제에 국한되지만 크게는 외환위기가 발생하느냐 아니냐와 직결된 문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음에도, 상승 속도가 좀처럼 약해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망치가 계속 올라가 1500을 넘을 거란 얘기가 나오고, 일각에서는 외환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그럴수록 달러 강세 전망이 더 세지고 있다. 높은 물가와 금리 인상, 예상되는 경기 둔화까지 세상이 위기 상황에 있기 때문에 달러가 강해지는 게 당연하다. 유로나 엔과 같이 달러를 견줄 수 있는 다른 안전통화라도 있으면 달러 강세가 좀 완화될 텐데 모두 제 코가 석 자여서 믿을 수 없다. 현재까지 상황은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달러 강세 요인은 이미 가격에 충분히 반영됐다. 유럽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어 미국만 일방적으로 금리를 올리던 상반기와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이 외환보유고를 통해 엔화 방어에 나선 데에서 보듯 자국 통화 약세를 막기 위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 가능성은 달러 강세 기대로 국제 통화시장에서 일방적인 달러 매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살 사람이 이미 다 산만큼 조금의 변화에도 달러가 흔들릴 수 있다. 1998년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시작된 달러 강세가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 선언을 계기로 절정에 도달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이 147엔까지 상승했다. 세상이 불안할수록 달러가 강해진다는 경험칙이 작동한 것이다. 달러가 강해지자 온갖 전망이 난무했다. 연이은 외환위기로 세상에서 믿을 곳이 미국밖에 없으니 이제 달러 강세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얘기부터 1998년 말에 엔화가 200엔까지 올라갈 거란 전망까지 다양했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이후 달러가 이후 조금씩 약해지더니 그해 10월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달러당 136엔이었던 엔화가 6일 만에 118엔으로 13%나 하락한 것이다. 그만큼 달러가 약해진 건데, 모두가 좋아하던 달러가 며칠 사이에 세계에서 달러를 가장 선호하는 일본의 종합상사조차 내다 파는 통화로 바뀌었다.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다. 지금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많다고 하지만 1998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힘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고, 금리도 1998년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러시아까지 국가 부도가 났던 때다. 조만간 달러 강세가 정점을 지날 거로 보인다. ━ 현재 코스피는 실력보다 크게 낮은 상태 모두가 위기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 먼저 국내외 금리가 고점을 지나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 한때 4%를 넘었던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근에 3.7%까지 내려왔다. 우리 국채 10년물도 4.4%에서 4.1%가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말 금리를 4.4%로 제시한 후 발생한 일이어서 금리의 추세 변화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도 114.7에서 112로 후퇴했다. 아직 방향이 바뀌었다고 단언할 정도가 아니지만, 일방적으로 진행되던 달러 강세가 막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 사이 코스피는 크게 하락해 2100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8월에 기록했던 고점에서 35% 정도 내려온 건데, 과거 여러 조정국면의 하락 폭을 감안하면 하락도 어지간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주가가 최근처럼 심리적 쇼크에 의해 급락할 때에는 저점을 정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주가가 시장이 가지고 있는 실력보다 더 크게 내려간 후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코스피는 자기 실력보다 더 크게 내려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코스피 2000은 2011년 이후 강하게 유지되어온 지수대다. 10년 이상 주가가 머물던 곳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 수준에 부합한 주가지수로 볼 수 있다. 코스피가 2000선에 묶여 있던 2011~2015년에 우리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42조원이었다. 실적만 보면 현재 우리 주가는 향후 몇 년간 이익이 60% 가까이 줄어든다는 가정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셈이 된다. 지금의 주가 반응은 너무 과하다. 좋을 때는 최고의 상황을, 나쁠 때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움직이는 시장의 속성이 반영된 결과인데 섣불리 주식을 내다 팔 게 아닌 것 같다. 주가가 자기 실력과 동떨어진 상태일 때에는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반대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2.10.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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