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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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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 날개’된 집값규제, 규제완화로 추락속도 늦춰야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전문가 칼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집값과 전세값은 너무 올라서 걱정이었다. ‘영끌’은 전셋집을 마련할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워낙 집값이 급등하다보니 전세가격 상승세도 가팔랐다. 봉우리가 높았으니 골도 깊을 것이다. 추락하는 집값, 날개가 필요하다그런데 속도가 문제다. 공시가격을 밑도는 급매거래가 등장했고, 매번 오르는 게 걱정이던 전세보증금은 오히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내린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 임대차 시장은 이제 주도권이 바뀌었다. 더 오래 거주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세입자가 아니라 오히려 집주인이 되었으며 보증금은 올리는 게 아니라 집주인이 대출이라도 받아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판이 돼버렸다. 일명 ‘감액갱신’이라는 것인데, 다음 세입자에게 높아진 보증금을 받아 이전 세입자에게 반환하고 그 차익을 실현하던 집주인들은 차익은 고사하고 다음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이 막혀 돌려줄 보증금을 월세 형식으로 세입자에게 분납 지불하는 집주인도 등장했다. 이건 ‘역월세’라고 불린다. 빌라왕으로 촉발된 전세사기로 임대차시장에서 신용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은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이 되어 버렸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일부 세입자는 임대인의 부채나 세금체납 등을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적게(5%만) 올리고 더 오래(2년씩 두 번) 살 수 있는 대항력에만 효력이 있지 전월세 가격이 추락하는 지금은 속수무책이다. 전세시장이 이 지경인데 매매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하락의 속도를 낮추고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큰 날개가 필요하다.지난 1년, 무슨 일이 생겼나정확히 1년 전엔 부동산 가격, 특히 집값 하락을 예견하는 전망이 없었다. 당시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예정돼 있었지만, 국내 주택시장의 펀더멘털(공급부족)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 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2023년 상반기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도 집값 반전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리는 그렇다 쳐도 공급부족이 주택가격을 떠받칠 것이란 해석도 오판이었을까. 주목할 점은 공급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 많던 영끌족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모든 게 다 거품이었을까.주택수요를 증폭시키는(거품을 만드는) 요인은 대략 3가지이다. 첫째, 지속되는 저금리 상황이다. 저금리는 구매자가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소비에 도전할 수 있는 배짱을 제공한다. 아직 임차로밖에 주택을 소비할 수 없는 수요자도 구매를 시도하게 한다. 또 이미 한 채 가진 이는 두 채를 갖는 도전이 가능해진다. 작은 집에 살던 사람은 좀 더 큰 집으로 이주할 유인이 된다. 둘째, 레버리지 효과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만 작동하는 일명 ‘갭투자(전세를 끼고 전세와 매매가격의 차액만큼 투자해 주택을 구매하는 방식)’는 큰 돈 없이도 비싼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거품 촉매제 역할을 한다. 마지막은 정부 정책을 들 수 있다.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는 신호이자 그들의 심리를 형성케 하는 원인이 된다. 지난 5년 동안 과도한 공급규제나 거래규제는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택의 공급을 축소시켰다. 또한 미래에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미래에 실현될 주택 구매수요(현재는 구매능력이 모자라 저축이 필요한 수요자 등)를 현재로 앞당기는 원인이 되었다. 즉 공급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미래의 수요까지 앞당겨지면서 공급이 더욱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겼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면 지금의 구매수요가 미래로 연기되면서 공급이 당장 충분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심리가 지금처럼 주택수요의 변동폭을 더 확대시킨다. 결국 주택수요를 앞당기거나 연기시키는 힘은 바로 ‘불안’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금리나 금융위기 등의 변수보다 펀더멘털을 의심하는 불안이 지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난방비,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수요의 크기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정부 규제완화, 집값에 날개 달까금리는 물가나, 환율, 미국의 금리변동과 연계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만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올리거나 내리기 어렵다. 반면, 문재인 정부 내내 강화 일변도였던 부동산 시장 규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주택시장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초 규제지역이 대폭 완화됐고,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규제도 손질 중이다. 기대보다 폭이 컸던 규제완화에 대해 시장에선 하락 속도를 낮추고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작금의 주택시장 하락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날개는 ‘규제완화’가 아닐까. 국회의 원구성이 여당에 불리하기 때문에 논란이나 이견이 있는 규제완화는 조속한 추진이 어렵다. 대신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같은 목소리로 규제완화를 외쳤던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렵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규제를 완화해도 사업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을 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불안에 갇혀있는 시장의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주택시장을 보면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의 날개’가 떠오른다. 밀랍으로 붙여 너무 높이 날아 태양 가까이 가면 녹아버리는 이카로스 날개 말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완화는 미궁 속을 헤매는 주택시장의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 단지 그 수준이 과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2.7일 드디어 국토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이것이 주택경기의 날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새 법안이 주택시장의 하락에 속도를 낮추는 이카로스의 날개가 되기를 기대한다.김 센터장은…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은 현재 경기도 고양정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자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도시계획학 박사인 그는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로 통한다.

2023.02.19 09:00

4분 소요
수도권 핵심호재 철도개발…정차역 인근에 ‘배짱 집값’도 형성

부동산 일반

인천시 서구 청라동 A아파트 호가는 최고 실거래가 대비 최소 2억원 넘게 비싼 상태다. 최근 청라국제도시 인기 단지에선 이 같은 현상이 몇 주째 지속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호재가 있으니 살려면 사라는 ‘배짱 집값’이다”라는 지적과 “호가는 집주인 마음 아닌가”라는 평이 엇갈린다. 지금 같은 상승기엔 이전 거래보다 호가가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청라에선 서울도시철도 7호선 연장과 2호선 연장 등 철도개발 호재가 집값에 급속하게 선반영 된 셈이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규 철도노선 호재가 있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새 노선 대부분이 서울 도심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 실수요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 수도권 철도 호재 지역, 평균보다 집값 2배 올라 부동산인포가 KB시계열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8월부터 2년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정차역 주변 수원·화성·인천 송도·남양주·의정부 지역 집값이 급등했다. 이 기간 동안 수원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1.04%로 전국 평균(25.73%)의 2배에 육박했다. GTX-B노선 출발점인 인천 연수구 아파트값 또한 48.67% 올랐다. 이밖에 남양주와 의정부, 화성시 집값 상승률도 45.36%, 38.92%, 36.99% 순으로 오르며 전국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분양시장에서도 철도 호재 지역이 인기다. GTX-A 종착역인 동탄신도시에선 지난 5월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가 평균 809대1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해당 단지 엔 무려 24만4300명이 청약해 그 열기를 짐작케 했다. 주택시장 최선호 상품인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 등 대체재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달 청라국제도시 북쪽 경서3도시개발사업지구에 공급된 ‘경서 북청라 푸르지오 트리시엘’은 4만3229건 신청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28대1로 전 타입 마감됐다. ━ 촘촘한 철도망 분양단지 간판으로…청약 흥행 이끌까 이에 신규철도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달부터 아파트 및 수익형 부동산 공급이 활발해질 예정이다. 대표적인 곳은 역시 경서3도시개발사업지구(25블록-3)에 조성되는 주거용 오피스텔 ‘연희공원 푸르지오 라-끌레르’다. 지상 49층 4개동 935실로 규모가 큰 편이다. 인천 지하철 3호선 정차역 부지가 인접해 해당 노선을 통해 GTX-B와 서울지하철 7호선·2호선·9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3호선이 지나는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선 ‘고양 화정 루미니’가 시장에 나온다. 루미니는 롯데건설이 선보이는 주거형 오피스텔 브랜드다. 해당 단지는 화정역 5분 거리에 위치하며 향후 고양선 완공 시 더블역세권이 될 예정이다. 3호선을 통해 대곡역에서 GTX-A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GTX-C와 4호선이 정차하는 ‘준강남’ 경기도 과천에선 옛 삼성SDS부지(별양동 1-21)에 오피스텔과 오피스,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이 공급돼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현대건설컨소시엄을 GTX-C 민간사업자로 선정함에 따라 이미 과천을 비롯해 인덕원, 의왕 등 GTX-C노선 정차 지역 주변으로 투자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 철도나 지하철은 서울 도심 등의 접근성을 개선해주는 교통망이기 때문에 지역 내 파급효과가 큰 만큼, 부동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09.30 17:34

3분 소요
중국에서 1등하는 기업에 투자하라

산업 일반

“돈에도 눈이 달렸다.” 돈 벌 기회가 있는 곳에 자금이 몰린다는 얘기다. 중국 시장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67년생 경북대 경제학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 트러스톤자산 운용(옛 IMM투자자문) 대표이사 부사장 2009~ 브레인투자자문 대표이사 랩어카운트 붐을 타고 투자자문사 시장이 커지고 있다. 랩자문업계에서 인기가 높은 곳은 브레인투자자문사와 케이원투자자문사다. 연초 이후 2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서다. 특히 브레인은 지난해 4월에 문을 연 신생 자문사다. 올 초만 해도 5000억원에 머물렀던 운용자산은 6개월 새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는 자문형 랩이 8300억원, 고액 자산가의 일임자금이 7000억원이다. 브레인 성공의 중심에 박건영(43) 대표가 있다.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는 2005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간판 상품인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펀드를 운용하며 스타 펀드매니저로 유명해졌다. 2007년에는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운용한 칭기스칸펀드 역시 성과가 좋았다. 우량 기업을 발굴하는 감각과 신념대로 밀어붙이는 배짱이 그의 강점이란 평이다.그가 세심하게 챙겨보는 자료가 있다. 바로 통화량이다. 흘러다니는 현금만 눈여겨보면 돈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다. “통화량 변화는 주식 수요와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통화량이 늘면 기업의 설비투자가 활발해져요. 그로 인해 수익성이 높아져 주식 가격이 오르는 거죠. 즉 통화량이 증가하면 금리는 내려가고 주가는 오르게 돼 있습니다. 주가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는 게 통화량이죠.”통화량이 는다고 무조건 좋은 신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돈이 한꺼번에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 버블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 대표적인 예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자산은 폭등했다.여기에 달러화 약세도 한몫했다. 자산가들은 금리가 낮은 달러화로 대출을 받아 수익성이 높은 이머징마켓에 투자했다. 2007년10월 코스피지수는 처음으로 2000대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약속이나 한 듯 3000시대를 장담했지만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인플레이션에 놀란 각국 정부가 앞다퉈 금리를 올리며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이때 투기성 자금이 부실채권이 됐다.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진 것이다.금융위기 이후 통화량의 변화는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돈이 확 풀렸다가 줄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각국 정부는 일제히 돈을 풀었다. 유동성의 힘으로 세계 경제는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회복 단계를 넘어 경기가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등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출구전략에 나섰기 때문이다.하지만 박 대표는 출구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지수가 3% 미만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하반기 이후 정부 규제가 서서히 풀리면서 세계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라며 “돈이 몰릴 곳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곳은 중국이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중국이 세계의 소비국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이 성장을 주도하고 그곳에 돈이 몰리게 돼 있습니다.현재 소비 1위국인 미국과 비교해 볼까요. 중국 인구는 미국 인구 3억 명보다 5배 많은 15억 명입니다.그들의 소비 스타일은 미국 소비자와 다릅니다. 미국은 이미 갖고 있는 제품을 교체하는 수준이지만 중국은 신규 소비자죠. 15억 명이 쓰는 제품은 단숨에 세계 유명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중국에 돈이 몰리는 두 번째 이유는 위안화 가치가 오르고 있어서다. 위안화 절상은 통화의 구매력이 강해진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6월에 한 차례 위안화를 절상했고, 앞으로 시기를 두고 더 올릴 것이다. 통화가치가 한꺼번에 오르면 투기자금이 몰려든다. 과소비가 늘면서 집값도 폭등할 수 있다. 위안화가 절상되는 시기에는 중국 쪽 자산에 자금을 묻어만 둬도 통화가치가 오르면서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이미 1985년 일본이 플라자 합의로 경험했다. 이때 프랑스,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합의했다. 이후 일본 엔화는 10년간 달러당 350엔에서 무려 80엔으로 폭등했다. 일본 부호들은 세계 유명 빌딩과 그림들을 사들였다.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버블 붕괴로 장기침체에 빠지기 전까지의 일본 모습이다. 박 대표는 중국이 버블에 빠질지 여부는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한다. 확실한 것은 지금 중국으로 세계 자금이 몰린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중국 소비자가 어떤 상품에 지갑을 열지 지켜본 후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특히 중국에서 독점하는 기업일수록 투자가치가 높다.중국 시장에서 1위 하는 기업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0.08.18 10:22

3분 소요
개미보다 베짱이 경제를

산업 일반

일본은 소비가 생산에 못 미칠 정도로 너무 알뜰해서 탈이다.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를 아시는가? 부지런한 개미는 등 따습고 배부른 겨울을 보낼 만큼 식량을 넉넉히 모았지만 그러지 못한 베짱이는 굶주렸다는 얘기다. 이솝 우화와 달리 글로벌 불황기엔 저축하는 이들이 재미를 못 본다. 미국을 비롯한 베짱이 국가들도 고통 받지만 일본과 독일 같이 저축률이 높은 개미 국가들은 아예 몸져누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2.8%, 영국은 -4.3%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과 독일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일본의 성장률은 올해 -6.8%, 독일은 -6.1%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어찌된 사정일까? 한마디로 미국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찾지 않는다면 일본과 독일 공장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말이다. 1980년대 초 이래 무역 불균형은 글로벌 경제의 일상적인 현상이며, 최근 10년간 엄청나게 커졌다. 무역 불균형엔 두 가지 요소가 맞물린다. 저축률이 낮은 국가들은 생산량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분에 넘치는 생활이 문제다. 이에 반해 저축률이 높은 국가들은 소비가 생산에 못 미칠 정도로 너무 알뜰해서 탈이다.지금까지 저축률이 낮은 나라들은 불황에 적응하는 데 힘을 적게 들여도 됐다. 이들 나라는 덜 쓰고, 더 많은 투자해야 하는데 가파르게 오른 미국 저축률이 보여주듯 이는 제법 단기간에 가능하다. 반면 저축률이 높은 나라들은 산업 생산량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 그 충격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기 침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과 독일은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위험천만한 길을 걸어왔다. 두 나라 모두 국가 전반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는 특히 일본에 더 시급하면서도 더 실현 가능한 일이다. 독일은 유로화에 묶인 탓에 화폐와 재정, 통화 정책을 맘대로 결정하기 어렵지만 그 때문에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덕도 본다. 일본은 자신을 규제하거나 지지해 줄 경제 블록에 속하지 않아 국가 목표에 어울리는 정책을 펴기 쉽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까?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에도 국내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은 잘살며 수출의존도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은 17%에 그친 데 반해, 영국은 35%, 프랑스는 28%에 이른다). 하지만 내수가 취약한 탓에 최근 경제 상황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수출과 수출 관련 기업 투자에 더 많이 의존한다. 요즘 명목 임금은 1992년과 별반 다를 바 없고, 1990년대 이후 집값의 70%가 빠진 가계 경제는 척박하다. 지난 10년간 이 문제는 일본의 토니 블레어로 통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정치적 권능에 눌려 부각되지 않았다. 고이즈미는 탁월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대처-레이건 식의 공급경제학에 (재무 관료와 대기업이 선호하는) 엔저와 긴축재정을 접목한 경제 정책을 밀어붙였다. 고이즈미 개혁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급여 소득자 입장에서는 세금과 사회 보장 부담이 늘고, 일자리는 더욱 불안해졌으며, 엔화 예금의 가치는 엔저로 인해 실질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요즘 고미즈미의 자민당(LDP)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당세가 기우는 듯하다. 심각한 카리스마 부재에 시달려온 야당인 민주당(DPJ) 지도자들은 이제 중요한 몇몇 쟁점을 깨우친 듯하다. 매달 2만6000엔씩의 아동 수당 지급 같은 프랑스식 양육 정책으로 출산율 상승을 꾀한다. 이 정책이 적중한 프랑스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한다. 일본은 아주 암울한 인구 통계 추이로 인해 장기 주택가격 전망과 일반적인 경제 신뢰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은 아주 좋은 발상이다. 민주당 정책 프로그램의 핵심은 지난 10년간의 정책 우선 순위와 사뭇 달라졌다. 민주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일본 차기 행정부는 일본중앙은행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또 (일본 경제가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만큼) 적정 수준의 물가 상승 목표를 세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그랬듯이 돈을 풀어야 한다. 또 2% 미만의 국채 수익률이 수년간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역설해야 한다. 재정적자는 민간 부문의 저축으로 충분히 충당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축 재정의 최대 피해자인 가계가 부담할 과중한 세금 부담을 기업으로 떠넘겨야 하며, 신용 안전망을 제공해 경제적 불안감을 걷어내야 한다. 일본이 거품 붕괴 이후의 정체를 딛고 재기할까? 사실 일본은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진정으로 기울인 적이 없다. 일본이 경제위기의 여파로 배짱이의 요령을 익힌다면 보통의 일본인들과 세계인들로선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2009.08.26 15:19

3분 소요
“기름값 예측 못해 큰 실수… 미국 국채 집착은 금물”

산업 일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은 많은 이가 고대하며 그 내용에 따라 주가가 들썩이기도 한다. 뉴스위크의 모회사인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 이사인 버핏이 올해는 엄혹한 경제환경을 주제로 편지를 썼다.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지난 44년 동안(다시 말해 현 경영진 취임 이래) 버크셔 해서웨이의 장부가치는 19달러에서 7만530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연간 20.3%의 복리 이율이 붙은 꼴이죠. 그러나 2008년은 버크셔의 장부가치와 스탠더드&푸어스(S&P) 500 지수 모두에 지난 44년 중 최악의 한 해였습니다. 회사채와 지방채, 부동산과 원자재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연말께는 온갖 유형의 투자자들이 피를 흘리며 마치 배드민턴 경기장 안으로 날아든 작은 새들처럼 혼란스러워했습니다. 달이 바뀔수록 세계 다수의 유수한 금융기관 안에서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잇따라 터졌습니다. 이로 인해 신용시장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곧 중요한 기능들이 작동을 멈췄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음식점 벽에서 봤던 문구가 온 미국인의 표어가 됐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지만 다른 모든 사람은 현금을 냅니다.” 4분기에 이르자 신용위기는 주택·주식의 가격폭락과 맞물려 사지를 얼어붙게 하는 공포를 낳았고 그것은 온 나라를 집어삼켰습니다. 경제활동도 뒤따라 내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빠른 속도로 급속히 마비됐습니다. 미국(그리고 세계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결과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악순환에 갇혀 버렸습니다. 공포가 경기 위축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또다시 더 커다란 공포를 낳았습니다. 이 같은 소모적인 악순환이 이어지자 미국 정부는 대대적인 대응조치에 나섰습니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포커 용어로 ‘올 인’을 한 거죠. 전에는 컵으로 공급하던 경제 회복제를 최근엔 통으로 쏟아 붓습니다. 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복용량이 반갑지 않은 후유증을 낳을 게 거의 확실합니다. 정확한 성격은 모르겠지만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그중 한 가지입니다. 더욱이 주요 산업들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됐으며 시와 주 정부들도 그 뒤를 따라 엄청난 지원을 요구할 듯합니다. 이들에게 공적 자금을 중단하기는 정치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따르든 금융 시스템의 총체적 와해를 피하려면 정부의 강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시스템이 붕괴됐다면 미국의 모든 경제 분야에 일대 격변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싫든 좋든 월 스트리트(금융가), 메인 스트리트(실물 경제) 그리고 미국의 온갖 스트리트의 주민들은 모두 한 배를 탄 셈입니다. 그러나 이런 악재 속에서도 미국이 훨씬 더 큰 역경을 이겨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20세기에만도 두 차례의 세계 대전(그중 하나는 처음에는 패하는 듯했지요), 10여 차례의 공황과 불황, 1980년 프라임 레이트(우량 대출금리)를 21%까지 끌어올린 악성 인플레이션, 그리고 수년간 실업률이 15~25%대에 머물렀던 30년대의 대공황을 겪었습니다. 미국은 결코 적지 않은 도전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어코 그런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그런 장애물(그밖에 다수의 난관)에 맞닥뜨리고도 미국인들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1900년대 중 일곱 배 가까이 향상됐으며 다우존스공업지수는 66에서 1만1497까지 상승했습니다. 인류가 수십 세기 동안 이룩한 생활환경의 아주 작은 발전과 비교하면 놀라운 업적입니다. 그 길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미국의 경제 시스템은 장기적으로는 아주 잘 돌아갔습니다. 다른 어느 시스템도 하지 못했던 인간적 잠재력을 발휘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미국의 전성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현명한 대출자는 집값 상승을 믿고 투자하지 않았다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체 중 클레이턴 홈스가 있습니다. 조립주택 업계 중 가장 큰 회사죠. 이 회사의 최근 경험이 주택과 모기지를 둘러싼 공공 정책 토론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1990년대) 조립주택 업계는 대부분 비상식적인 영업관행을 갖고 있었습니다. 실질적인 선납금의 필요성을 빈번히 무시했습니다. 때로는 서류를 위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도저히 감당 못할 액수의 대출 월부금 조건에도 계약하는 차입자들이 있었습니다.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었던 거지요. 거기서 생긴 모기지는 대체로 포장(‘증권화’)된 다음 월스트리트 회사들이 순진한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겼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폭탄 돌리기는 당연히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클레이턴은 융자할 때 훨씬 더 지각 있는 융자 관행을 따랐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실제로 클레이턴이 발행한 뒤 증권화한 모기지를 구입한 사람은 원금이나 이자를 한 푼도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클레이턴은 예외적인 경우였습니다. 전체 업계의 손실은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큰 전통 주택시장은 97~2000년의 사태를 경고신호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 정부, 신용 평가사들은 이 조립주택 사태에서 배운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 2004~2007년 전통 주택시장에서 오싹할 정도로 똑같은 재앙이 되풀이됐습니다. 대출기관은 차입자들의 소득으로는 갚을 수 없는 돈을 기꺼이 빌려줬고 차입자들도 그런 상환 조건을 따르겠노라고 선뜻 서명했습니다. 양자 모두 ‘주택가격 상승’만 믿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에 합의했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처럼 “그 문제는 내일 생각할 거야”라는 배짱이었습니다. 이런 행동의 결과가 요즘 미국 경제의 구석구석에쓰라린 고통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그러나 클레이턴의 차입자 19만8888명은 주택시장이 붕괴할 동안에도 내내 계속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상환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차입자들(대체로 소득이 많지 않고 높은 신용점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은 왜 상환실적이 그렇게 좋을까요? 그 답은 융자의 기본으로 귀결됩니다. 우리 차입자들은 최대 모기지 상환액과 실제(희망이 아닌) 소득을 비교한 다음 그런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생활할 수 있을지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그들은 주택가격이 어떻게 변동하든 간에 모두 갚을 생각으로 주택 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우리 차입자들이 무엇을 하지 않았느냐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들은 차환(저리 대출로 대체)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법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거치 기간이 지나면 상환액이 소득을 훨씬 뛰어넘는 ‘미끼’ 금리로도 대출받지 않았습니다. 모기지 상환이 부담스러워지면 언제든 이익을 남기고 집을 처분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도 않았습니다.물론 우리 차입자 중 다수도 어려움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형편이 어려워지면 버틸 만한 경제적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연체나 압류의 주요 원인은 실직이지만 사망, 이혼, 의료비도 곤경의 원인입니다. 실업률이 증가하면 클레이턴의 더 많은 차입자가 난관에 봉착하고 우리의 손실도 여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지만 더 커질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 문제는 전혀 집값 동향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의 주택 위기를 논할 때 종종 대다수 압류는 집값이 모기지 액수보다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합니다. 그보다는 차입자가 대출 월부금을 납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실질적인 선납금(또 다른 차입금이 아니라 자기 자본)을 납부한 주택소유자들은 단지 현재 집값이 모기지보다 떨어졌다고 해서 주요 주거지를 떠나는 일이 드뭅니다. 대신 대출 월부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집을 내놓습니다. 내 집 마련은 좋은 일입니다. 우리 가족은 현재의 주택에서 50년간 살았으며 당분간은 떠날 계획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택의 구매는 쾌적함과 기능성이 1차적인 동기가 되어야지 이익이나 차환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구입한 집은 구매자의 소득수준과 맞아야 합니다.주택 소유자, 대출기관, 중개기관 그리고 정부가 현재의 주택시장 붕괴로부터 몇 가지 간단한 교훈을 배운다면 앞으로 시장 불안이 사라질 것입니다. 주택을 구입할 때는 거짓 없이 최소 10%의 선납금을 내고 대출 월부금은 차입자의 소득으로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득을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주택마련 장려는 바람직한 목표지만 국가의 1차 목표가 돼서는 안 됩니다. 주택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가장 최근의 거품, 단기 국채지난해 나는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여럿 중 두드러진 하나). 석유와 가스 가격이 거의 꼭짓점에 다다랐을 때 코노코필립스 주식을 대량 매수했습니다. 하반기에 발생한 에너지 가격 급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나는 아직도 앞으로 유가가 현재의 40~50달러대보다 훨씬 더 오를 확률이 높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게다가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매수시점을 크게 그르쳐 버크셔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안겼습니다. 지난해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우리는 리글리, 골드먼삭스, 제너럴 일렉트릭이 발행한 총 146억 달러 상당의 확정금리 증권을 매입했습니다. 우리는 이 투자에 상당히 만족합니다. 현재 수익률이 높아 그 자체만으로도 더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세 건의 매입 모두 상당한 지분 참여를 보너스로 얻었습니다. 이 거액의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보유하고 싶었던 몇몇 종목(일차적으로 존슨&존슨, 프록터&갬블, 코노코필립스)의 일부를 팔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넉넉한 현금을 갖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운영하기로 약속했습니다(주주, 신용평가사, 나 자신에게). 우리는 낯선 사람의 호의에 의존해 내일의 채무를 이행할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내게 택일하라면 추가 이익의 기회를 놓고 단 하룻밤도 고민하지 않을 것입니다.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던 투자자들이 과대평가하는 쪽으로 돌변했습니다. 변화의 폭이 작지 않았습니다. 중심추가 극에서 극으로 아치를 그렸습니다. 몇 년 전 무위험 단기 국채의 수익이 제로에 가깝고 장기 국채 수익이 아이들 용돈 수준일 때도 등급이 높은 지방채나 회사채로 요즘 같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 10년간의 금융 역사를 쓸 때 분명 90년대 후반의 인터넷 거품, 2000년대 초의 주택거품이 언급될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 후반의 미 단기국채 거품도 그에 못지않게 상당했다고 여겨질지 모릅니다. 현금등가물(현금과 동등한 실현가치를 가진 자산)이나 현 수익률로 장기 국채에 집착하는 것은 장기간 지속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게 거의 확실합니다. 이런 자산의 보유자들은 물론 금융혼란이 가중될수록 마음이 더 편안해졌을 것입니다(우쭐한 마음도 생겼을지 모릅니다). 그들은 “현금이 왕”이라는 논평을 들으면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 훌륭한 현금의 수익이 제로에 가깝고 장기적으로 구매력이 분명 잠식되리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인정받는 것은 투자의 목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뇌가 자기만족에 빠져 새로운 사실이나 앞서 내린 결론의 재점검에 둔감해지기 때문에 비생산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박수갈채를 받는 투자행위를 경계하세요. 하품을 유발하는 투자가 대체로 훌륭한 결과를 낳습니다.

2009.03.03 10:56

7분 소요
두꺼비 선생의 실전 부동산 가치투자①…엉덩이 밑에 돈깔고  살지 마라!

산업 일반

이번 주부터 ‘두꺼비 선생’의 부동산 실전 가치투자 기법을 연재한다. 두꺼비 선생은 1억원도 안 되는 종자돈으로 여러 가지 부동산 투자를 해 7년 만에 100억원이 넘는 큰돈을 번, 숨어 있는 부동산 투자의 귀재며 실력파다. 부동산 개인투자자인 그는 두꺼비라는 필명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두꺼비가 돈을 벌어다 주는 신비한 영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독자들을 위해 실전 경험을 중심으로 두꺼비 선생의 투자 기법을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대책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세금 폭탄을 맞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부동산 투기가 근절될까? 절대 아니다. 부동산은 부의 원천이다. 어느 재테크 수단보다 수익률이 높다. 없어지거나 감가상각되는 것도 아니다. 유지 비용도 거의 안 드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서 부동산 투기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센 부동산대책을 내놓더라도 기득권층은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대비책을 만들 것이다. 비록 그것이 투기적이고 탈·불법적이더라도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저항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부동산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남들이 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직 애들이 어리고 가족의 미래를 위해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현재 내 집이 없어 다소 불편하더라도 ‘엉덩이 밑에 돈을 깔고 살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강남 대치동에서 7억원짜리 30평 아파트에 살고 있고 그게 당신의 재산 전부라면 당신은 부자인가? 행복한가? 만족하며 사는가? 집값만 70만 달러(7억원)지 당신의 삶은 평범한 월급쟁이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강남에 산다는 이유로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고, 생활비만 강북의 두 배 이상 드는 아주 빡빡한 삶일 것이다. 지하에 살지만 강남에 두 채 그리고 직장에서 정년까지 버틸 수 있나? 장부상 7억원인 아파트 한 채에 만족하며 살고 싶으면 그렇게 살면 된다. 그러나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대치동을 떠나라. 현재 7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건 부동산 투자에 아주 유리한 조건이다. 만일 애들 교육문제 때문에 도저히 대치동을 빠져나올 처지가 아니라면 집을 팔아 3억원짜리 전세를 살며 남은 4억원을 굴려라. 그래야 돈이 된다. 요즘엔 전세 산다고 해서 창피한 일도 아니다. 강남 아파트 절반 이상이 전세입자다. 강남 사람 60%가 아파트 세 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전부 자기 집에서 살까? 아니다. 내 주변에 가족과 다가구 주택 지하 전세방에 살며 강남에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두 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자기 엉덩이 밑에는 아주 싼 돈을 깔고 살지만 20억원대 재산가다. 물론 이런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이런 생활을 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엉덩이 밑의 돈을 빼 부동산 투자를 해 거부가 된 사람의 예를 들어보자. 올해로 공무원 생활 24년째인 A씨(48). 그는 수도권의 소도시 시청의 중간 간부로 재직 중이다. 부인도 공무원이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올해 결혼 20년차다. 이들은 결혼한 뒤 처가로 들어갔다. 맞벌이라 애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장인·장모가 자식들을 다 결혼시키고 방이 4개인 2층 집에서 두 분만 살고 있어 남는 방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처가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만 하려 했던 처가살이를 A씨는 20년째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무원의 박봉을 꼬박꼬박 모았다. 아이들은 거의 장인·장모가 키워주었다. 양육비와 생활비 정도를 약간 부담하면서 거의 공짜로 처가에서 집 걱정 없이 살았다. 말 그대로 ‘얼굴에 철판 깔고, 안면 몰수하고’ 처가살이를 하고 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도 감수하고 이들 부부는 열심히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했다. 이 덕분에 A씨는 알부자 대열에 끼게 됐다. 이들 부부는 번 돈을 차곡차곡 모아 수원 주변의 땅을 조금씩 사들였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수원 정자지구 일대는 허허벌판 논밭이었다. 전철 화서역과 성대역 사이에는 동남보건대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었고 주변은 전부 논밭이었다. A씨는 신혼 초 전세자금과 저축한 돈 등 1억원으로 이 일대 땅을 1000평(평당 10만원) 샀다. 이 땅은 90년대 중반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면서 평당 200만원으로 20배 폭등했다. 1억원이 20억원으로 급등 땅값 보상비로 20억원을 챙긴 A씨는 큰 집에 외제차를 굴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이 돈을 다시 땅에 투자했다. 97년 A씨는 수원 광교산 자락 영동고속도로(신갈~안산) 주변 밭을 1000평 정도 샀다. 주말에는 애들과 함께 텃밭도 가꾸었다. 인근에 원천유원지가 있고 그린벨트 지역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장기 투자 목적으로 사두었다. A씨가 사둔 이 지역은 요즘 수원 이의지구로 한창 뜨고 있는 요지 중 요지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판교 다음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원 경기대 후문 쪽에서 원천유원지에 걸쳐 있는 이곳은 바이오단지 입주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알토란 같은 지역이다. 화성 동탄지역 아파트가 평당 700만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은 그보다 더 셀 것이란 분석이다. 아직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지정된다면 이곳에서도 A씨는 대박을 터뜨리는 셈이다. A씨는 20년 동안 처가살이를 하면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부인과 애들한테 미안하기도 했고 돈밖에 모른다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애써 외면하고 묵묵히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결과 수십억원대 재산을 모으게 됐다. 부동산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사람은 A씨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 한다. A씨는 오로지 부동산에 올인했다. 그 흔한 주식은 손도 안 댔다. 시골 출신인 A씨는 ‘오직 땅만이 부의 근원’이라는 믿음으로 저축한 돈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보통 사람들은 대개 청약예금(혹은 청약저축)을 통해 30평짜리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하면 거기에 만족하고 대출금을 갚아가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보통이다. 우선 내 집이 있으니 부러울 게 별로 없다는 나름대로의 자기만족을 느낀다. 그러면서 남들이 하는 문화생활·여행·외식 등을 하며 적당히 만족하며 산다. 그러나 A씨는 ‘얼굴 팔리는’ 처가살이를 20년 동안 하면서 모든 것을 참았다. 그리고 30평 아파트가 아닌 더 큰 무엇을 위해 현재의 안락함과 웰빙 생활을 포기했다. 부동산에 승부를 걸어 보려면 A씨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A씨처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길지도 않은 인생 뭐 그렇게 살 필요가 있느냐’는 냉소적인 반론이 있을 수 있다. A씨는 실제로 “죽을 때 돈 싸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재미없게 살면 뭐 하느냐”는 비아냥을 수없이 들었다. 부동산에 승부를 걸려면 안락한 내 집 마련 계획을 늦추더라도 투자해라. 두꺼비 선생이 투자자에게 주는 투자 원칙 ■부동산에 승부를 걸어야 할 이유를 명확히 하라 ■국가와 사회와 회사(조직)가 내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처가살이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할 수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라 ■자식들이 입학하기 전에 승부를 걸어라(결혼 후 10년이 승부처다) ■주말에 방 구석에 있지 말고 아이들 데리고 현장학습 겸 부동산 투어(여행)에 나서라 ■대한민국 부자의 85%가 부동산 부자라는 점을 명심해라

2005.09.05 00:00

5분 소요
아드리아해의 보석 크로아티아

산업 일반

굳이 프랑스로 떠날 필요가 있을까. 크로아티아는 어떨까. 따스한 햇볕, 푸른 바다, 로즈메리향이 진동하는 언덕.그리고 무엇보다 부동산 값이 싸다. 크로아티아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원 전 400년 그리스인들은 크로아티아의 달마티아 해안을 발견하고 1,100여 개 섬까지 식민지로 삼았다. 이후 로마겫炷步푳베네치아 등 제국의 피한객(避寒客)들이 바위가 많은 이곳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이 한때 이곳의 주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멋진 건축물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245~316년) 황제는 크로아티아 도시 스플릿(Split)에서 만년을 보냈다. 그의 저택은 158m에 이르는 주랑(柱廊) 현관을 지나야 침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서 남쪽으로 177km 떨어진 ‘르네상스의 보석’ 두브로브니크(Dubrovnik)는 옛 유고슬라비아가 붕괴할 당시인 1991년 세르비아로부터 잠시 포격을 받았다. 그 뒤 지금까지 전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이제 완전 복구됐다. 오늘날 달마티아 해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2의 리비에라(Riviera)로, 별장을 지을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리비에라가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여름이면 리비에라 해변은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닷물에 들어서면 너무 탁해 자기 발가락이 겨우 보일 정도다. 크로아티아는 그동안 끈기 있게 기다렸다. 사회주의 ·민족분쟁은 크로아티아를 외부와 단절시킨 채 미개발 상태로 남겨 놓았다. 이곳 지중해, 아니 좀더 엄밀히 말해 아드리아해는 여전히 보석처럼 영롱하다. 해변에 바위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래가 없어 바닷물은 태고의 맑음을 간직하고 있다. 로즈메리 ·올리브나무 ·라벤더로 뒤덮인 가파른 석회암 언덕은 바다에서 곧바로 솟구친 듯한 형상이다. 항구 마을마다 성채겚냠툈궁이 있다. 모두 같은 석재로 지은 것들이다.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의 로버트 벤모시(Robert Benmosche ·60) 회장은 87년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했다가 때묻지 않은 장엄함에 반하고 말았다. 와인 애호가인 그는 99년 캘리포니아산 흑포도 진판델(zinfandel)의 원조로 알려진 달마티아 포도를 찾아 다시 이곳에 왔다. 그가 어느 포도주 제조업자와 만났을 때 크로아티아 정부에서 해변의 석조 주택 한 채를 경매한다는 소식에 접했다. 1934년 유고슬라비아 왕의 재무대신을 위해 지어진 집이었다. 저택은 본채와 그보다 작은 세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대지 면적은 225평으로 해변에서 46m 떨어져 있었다. 벤모시는 여기서 은퇴생활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막힌 저택이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유럽 대부분 지역에 당도할 수 있다. 배만 타면 아드리아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갈 수도 있다.” 벤모시가 들떠 한 말이다. 그는 집값으로 100만 달러를 지불했다. 개 ·보수비 100만 달러가 더 들어갈 것이다. 벤모시는 그래도 잘 샀다고 생각한다. 그는 “98년 25만 달러에 거래되던 주택이 지금 100만 달러를 호가한다”고 전했다. 두브로브니크는 석벽과 우아한 베네치아 양식 궁전 덕에 크로아티아 부동산업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두브로브니크 다음으로 각광받는 곳이 지척에 있는 스플릿 연안의 큰 섬들과 북쪽 이스트리아(Istria) 지역이다. 스페인의 코스타델솔을 런던 교외쯤으로 탈바꿈시킨 영국 부동산 중개업체 이베리안선(IberianSun)은 다음 개발지 물색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이베리안선의 자매업체인 크로아티안선(CroatianSun)이 두브로브니크에서 문을 열었다. 크로아티안선의 폴 케플러(Paul Keppler) 이사는 “크로아티아가 불가리아 ·터키 키프로스 ·북아프리카보다 훨씬 낫다”고 귀띔했다. 케플러는 지난 1년 사이 이곳 부동산 가격이 20~30% 올랐지만 아직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섬에 있는 웬만한 석조 주택은 7만 달러면 매입이 가능하다. 매우 아늑한 30평짜리 별장은 15만 달러에 소유할 수 있다. 평당 신축 아파트 가격은 코스타델솔의 절반에 불과하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안드리야 코야코비치(Andrija Kojakovic)는 크로아티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2009년이면 부동산 가격이 4배로 뛸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외국인 3만 명이 크로아티아의 해변 주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9만 명 정도는 매입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이 크로아티아에서 집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98년부터다. 하지만 아직 많은 걸림돌이 남아 있다. 외국인이 개인적으로 집을 사려면 크로아티아 외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까지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 따라서 크로아티아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등기를 완전히 이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소유주들의 동의도 일일이 얻어야 한다. 해변과 섬의 많은 석조 고택(古宅)이 수세대에 걸쳐 가족 명의로 이어져 온 것들이다. 지분 일부를 소유한 가옥주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종 상태이거나 오래전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주택 소유주나 그들의 후손을 찾을 수 없다면 소유권이 모호해진다. 배짱이 없으면 매입을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기자는 혼자 집 몇 채를 놓고 흥정에 나섰다. 하지만 기자가 집주인이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곧 변덕만 부렸다. 자신이 부른 가격을 누군가 수용한다면 분명 더 비싸게 매입할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기자는 스타리그라드로부터 수km 떨어진 조그만 마을에서 작은 석조 주택 한 채를 구입하기로 집 주인과 합의했다. 집 주인 마트코는 3만6,000달러를 불렀다. 주변 구릉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앞뒤로 각각 테라스가 딸린 데다 개 ·보수를 면 거주공간 56평도 확보할 수 있어 사실 공짜나 마찬가지였다. 흥정이 끝나자 마트코가 집 지분 가운데 6분의 1은 삼촌 몫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의 삼촌은 30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실종됐다는 것이다. 마트코가 기자와 구두계약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삼촌 가족은 꼭 찾아보겠노라고 약속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기자가 봐둔 집은 마트코의 삼촌 행방과 관계없이 6만6,000달러에 한 오스트리아 여인에게 넘어갔다. 여기서 기자가 깨달은 것은 좀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믿을 만한 부동산 중개인이 개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안선은 소유권이 불분명한 부동산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중개하는 부동산은 대개 신축 빌라다.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이 임박하면서 온갖 복잡한 규제들이 기존 EU법과 점차 통합돼 절차는 더 투명해질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오는 2006년 라이언에어(Ryanair) ·이지젯(EasyJet) 같은 저가 항공사에 공항을 개방해야 한다. 이제 크로아티아 해변이 리비에라처럼 망가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것은 크로아티아 정부의 몫이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이미 자원 보호 차원에서 가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안선에서 육지로 100m까지 개발을 금지한 새 법도 시행됐다.

2004.08.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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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아파트는 여전히 강세”

산업 일반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희소가치와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10·29대책 이후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0·29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은 겨울 한파처럼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중개업소에서는 거래가 안 돼 울상을 짓고 있고 막바지 분양에 나섰던 건설업체들도 미분양과 계약률 저조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10·29 대책이 일단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이 떨어진 재건축 아파트는 20% 이상 하락, 1억원 이상 내린 곳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일반 아파트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지역에 따라 차별화됐듯이 하락기에도 지역적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뱅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0·29 대책 이전에 비해 12월5일 기준 매매가가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오른 재건축이 아닌 일반 아파트 단지는 총 2천6백41개 단지 중 79%인 2천78개 단지에 달한다. 즉 집값이 떨어진 곳보다는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오른 곳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중소형은 영향 크게 안 받아 서울 시내 아파트를 구별로 보면 10·29 대책 이후에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아파트가 가장 많았던 곳은 서대문구로 조사 대상인 74개 단지 중 93.2%인 69개 단지에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광진구가 90.4%, 은평구 89.5%, 영등포구 88.7%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가격 하락세의 경향이 가장 컸던 곳은 강남구와 도봉구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재건축이 아닌 일반 아파트 중에서 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단지 비율이 68%, 도봉구 67%, 노원구 71%로 10·29 대책의 타깃이 됐던 강남구와 함께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도봉구와 노원구에서도 하락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내리지 않은 아파트를 평형별로 분석해 보면 20∼29평형이 34.3%, 30∼39평형이 34.3%로 전체의 68.6%를 차지하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버티고 있는 중소형 평형에서는 10·29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세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하락세를 주도해, 떨어지지 않은 단지는 서울 전체 아파트 중 8%에 불과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강남구·용산구·서대문구 등에서는 50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 중 집값이 떨어지지 않은 아파트가 20%를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아파트라도 수요가 탄탄하게 뒷받침되고 있는 곳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10·29 대책 이후 집값이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단지는 대부분 새 아파트다. 입주가 끝났거나 입주한 지 3년 미만의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노원구 공릉동 길성 그랑프리텔은 지난 10월 입주를 시작한 곳으로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오히려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7평은 10월 중순 매매가가 1억8천만∼1억9천5백만원에서 형성됐으나 12월5일 현재 1억9천만∼2억원으로 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해 최근 등기 이전 작업이 마무리된 강서구 화곡동 보람아파트도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경우다. 25평의 경우 10월 중순 매매가가 1억6천만∼1억7천만원에 형성됐으나, 12월5일 현재 1억6천5백만∼1억7천5백만원으로 평균 5백만원이 상승했다. 같은 단지 19평의 경우 10월 중순 매매가가 1억2천5백만∼1억3천5백만원에서 12월5일 현재 1억4천만∼1억4천5백만원으로 평균 1천2백50만원(9.6%)이 올랐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 여전 광진구 자양동 현대 7차·8차·9차·10차도 새 아파트 특수를 보는 곳이다. 이들 단지는 입주 2년차의 비교적 새 아파트로 인근 지역이 대부분 1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 단지라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 현대 10차 37평은 10월 중순 매매가가 4억5천만∼5억3천만원에서 12월5일 현재 5억∼5억6천만원으로 평균 4천만원이나 올랐다. 현대 9차 33평도 같은 기간 3억6천만∼4억5천만원에서 3억8천만∼4억7천만원으로 평균 2천만원 상승했다. 10·29 대책 이후 가격이 오른 아파트의 둘째 유형은 인근의 분양 호재가 작용한 지역이다. 12월 초 마포구 상암지구 대형 평형 분양과 함께 상암지구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인접한 중동 건영 월드컵아파트는 미미하나마 특수를 본 케이스다. 10월 중순 32평 매매가 2억5천5백만∼2억8천5백만원에서 12월5일 현재 상한가가 2억9천5백만원까지 올랐고 31평도 같은 기간 평균 5백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0·29 이후 집값이 오르는 셋째 유형은 한강 프리미엄이다. 마포구 신정동 서강LG의 경우 한강이 보이지 않는 지역은 가격이 약세를 보이지만 한강이 보이는 곳은 희소가치와 향후 추가 상승 기대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다. 34평의 경우 3억∼3억7천만원에서 3억∼3억9천만원으로 상한가가 2천만원 상승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한강이 보이는 로얄층은 최근에도 4억3천5백만원에 거래가 된 사례도 있고, 5억원 이하는 팔지 않겠다고 배짱을 튕기는 매도인들도 있다고 한다. 결국 10·29 대책으로 올해 가격이 급등했던 재건축 단지에서는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버티고 있는 새 아파트와 호재가 있는 곳에서는 불황기가 오히려 특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불황기에 투자자들이 노려야 하는 곳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2003.12.12 00:00

4분 소요
[부동산 투자 ABC]“임대료 낮추더라도 장기 계약을”

산업 일반

일러스트: 김회룡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토지공개념 도입, 주택거래허가제 등 연일 초강도의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 매매차익형 부동산보다는 장기 임대보장형 부동산이나 1∼2년 단위로 한꺼번에 임대료를 선불로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투자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좋다. 장기적으로 공실 없이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당분간 임대료 하락 위험 없이 유지·운영할 수 있다면 극단의 담보대출 금리인상이나 부동산값 하락과는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부동산을 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2년 또는 5년 등 일정 기간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장기 임대형 상품도 나오고 있다. 지방도시의 경우 10평 전후의 초소형 오피스텔을 신축해 대학교 기숙사 형태로 장기 임차를 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간 임대료를 할인해 주고 1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는 형태의 임대사업도 부상하고 있다. 건물·임차인 관리는 자산관리회사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분양받은 사람들은 임대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형태다. 개인적으로 건물을 임대 운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배짱을 부릴 때가 아니다. 상가·사무실·오피스텔·업무용 빌딩 등의 신축이 늘어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건물은 공실이 생기고, 임대료도 떨어지는 추세다. 상가임대차 계약은 일반적으로 1년 단위지만, 월 임대료를 다소 낮추더라도 2년 이상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임차인을 잡아두는 것도 코앞에 닥친 불황을 비껴가는 현명한 방법이다. 낡고 인테리어 수준이 떨어지는 건물도 유리한 입지만 믿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임차인 유지를 위한 방어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과 초소형 호텔식 원룸이 많이 공급된 지역의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은 조만간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1년 단위 월세를 2년 전세로 돌리든가, 월 단위로 받는 임대료를 조금 낮추더라도 1년치씩 임대료를 선불로 받는 조건을 확보하는 등 부동산경기 침체에 대비한 부동산 운용의 묘를 빨리 찾아야 한다.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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