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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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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트렌드] 애물단지에서 복덩어리로...中 판진시 갈대밭의 재발견

차이나 포커스

(중국 선양=신화통신) 늦가을 랴오닝(遼寧)성 판진(盤錦)시 자오취안허(趙圈河)진 갈대습지에서는 풍성하게 우거진 갈대밭을 볼 수 있다. 하얀 바다처럼 일렁이는 이곳의 갈대는 겨울 무렵 수확철을 맞이하게 되며 수확된 갈대는 가구 판재, 버섯 재배 키트 등 제품의 중요한 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자오취안허진 웨이탕습지의 면적은 120㎢에 달하며 연간 10만t의 갈대가 생산된다. 이곳은 최근 수년간 풍부한 갈대 자원을 기반으로 생태관광과 같은 고부가가치 농촌 활성화 모델을 모색했다.인근의 한 판재 생산 작업장에 들어서자 갈대 향기가 진동한다. 자오취안허진에서 수확한 갈대는 이곳에서 분쇄·압연 등 공정을 거쳐 가구 판재로 재탄생한다. 불과 몇 년 전 20여만t(톤)에 달하는 갈대가 방치돼 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이 회사의 책임자인 장빙쿤(張丙坤)은 과거 자오취안허진의 갈대는 대부분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됐지만 현지 소규모 제지공장 몇곳이 문을 닫은 후 무려 3년 동안 한 대도 팔리지 않았었다고 전했다.장빙쿤은 "갈대는 1년에 한 번 수확하는데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듬해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관련 기업과 협력해 기존 나무를 갈대로 대체하고 판재의 산업화 생산을 도모하는 등 갈대의 대량 소비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갈대로 만든 판재는 출시되자마자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고 주문도 쇄도했다. 현재 장빙쿤의 판재회사는 연간 약 10만㎥ 규모의 판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2억5천만 위안(약 486억3천250만원)에 달하고 있다.갈대는 판재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유용하고 쓰이고 있다. 판진시에 거주하고 있는 두훙(杜紅)은 식용버섯 작업장에서 갈대로 만든 키트로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갈대 키트로 재배된 버섯은 색이 밝고 씹히는 맛이 좋으며 부드럽고 향도 진하다는 설명이다.자오취안허진은 갈대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외에도 갈대밭, 붉은 해변 등 습지 자원을 활용해 생태관광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 마을에 들어선 농촌 민박집만 150여 개로 수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한 민박집 주인은 과거엔 대부분 주민이 매년 찬바람을 맞으며 갈대 수확으로만 먹고 살았지만 지금은 민박집을 차리거나 인근 관광지 직원으로 취직해 관광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민박집 하나로만 연간 10만 위안(1천945만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022.11.05 10:02

2분 소요
‘포켓몬 고’ 열풍을 보고…

산업 일반

구글에서 분사한 조그만 벤처기업 ‘나이앤틱(Niantic)’에서 개발한 아이디어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위치정보(GPS)를 기반으로 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한 ‘포켓몬 고’ 이야기다.스마트폰에서 포켓몬 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카메라가 풍경을 인식하고, 그 위에 포켓몬스터가 등장한다. 사용자는 실제 공간에 등장한 포켓몬을 포획해 수집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설계한 나이앤틱은 구글맵을 활용해서 포켓몬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구글맵이 제공하는 지도와 맞아야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다. 한국에서 이 서비스가 구현되려면 한국 상세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구글 서버를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상세 지도가 없는 구글은 9년 전 한국 서비스를 고려해 국가정보원에 상세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가 안보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현재로서는 구글이 서버를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 그러나 구글이 서버를 국내로 들여올 경우 연간 1조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이 게임은 한국을 제외한 35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 지역에서만 맛보기식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포켓몬 고를 즐기려는 젊은층의 욕구를 앞세워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는 구글 측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몇 해 전 팀 쿡 애플 CEO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성장하는 데에는 한국 중소기업의 도움이 컸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다. 한국에서 버려진 기술을 리모델링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게 만든 아이팟(iPod)은 한국 중소·벤처기업이 개발한 MP3 기술을 바탕으로 했다. 이 벤처기업은 우리나라 대기업과의 오랜 특허 분쟁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권리를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게 애플로 들어가 스티브 잡스가 재발견한 것이다.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마트폰은 1999년 경기도 성남의 한 벤처기업이 개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이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공짜로 빼앗으려 하자 필자와 같이 중국으로 건너가 차이나텔레콤 등 몇몇 업체와 협의 끝에 기술을 헐값에 넘겼고, 그게 애플로 흘러갔다. 그 결과 시가총액 700조원의 거대 기업이 탄생했다. 수백 조원의 복덩어리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우리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퀄컴과 구글은 어떠했는가. 당시 이름도 없이 초라한 벤처기업이었던 두 회사는 한국 대기업을 찾아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이전해주겠다”며 200억원씩을 요구했다 퇴짜를 맞고 돌아갔다.당시 그걸 먼 안목을 보고 받아들였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의 IT국가로 명성과 부를 창출했을 것이다. 대기업들의 오판은 이것뿐만 아니다. 기술 개발에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많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의 횡포 탓에 기술 개발을 포기했거나, 아예 기술과 인력을 통째로 중국으로 넘겨줬다.이런 점을 교훈 삼아 다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역시 더욱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2016.07.30 12:58

2분 소요
엔씨소프트 윤송이의 반란

산업 일반

그는 천재소녀로 불렸다.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했고, KAIST를 수석으로 나왔다. 미디어랩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3년6개월만에 MIT 박사과정을 마쳤다.그의 나이 24세, 최연소 여성 박사였다. 28세가 되던 2004년 3월엔 SK텔레콤 임원에 올랐다. 이 역시 최연소 기록. 단기속성의 달인 같다. 국내에서만 각광 받았던 건 아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2004)’으로 꼽았다. 2006년엔 WEF(세계경제포럼)의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됐다. 이 대단한 이력의 주인공은? 윤송이(35) 엔씨소프트 부사장이다.그는 화양연화(花樣年華·꽃처럼 아름다운 때)를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보냈다. 스스로 원했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그를 양지로 끌어냈다. 정치권도 ‘금배지’를 달아주겠다며 연일 손짓했다. 그의 앞길엔 장애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한 법. 한번 띄웠다 싶으면 보란 듯이 내친다. 윤 부사장도 그걸 피하지 못했던 것 같다. SK텔레콤 시절 그가 추진한 프로젝트(1㎜)가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세상은 ‘실패’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천재소녀의 명성에 흠집만 낸 프로젝트’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리 원하지도 않았는데 붙여진 별명이 되레 부메랑처럼 그의 가슴을 쳤을지 모른다.2007년 말, 그는 SK텔레콤에 사표를 던졌다. 32번째 생일을 꼭 일주일 앞둔 때였다. 스포트라이트는 꺼졌고, ‘왜 떠날까’라는 의문만 남았다. 납득하기 힘든 소문도 돌았다. 그는 세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언론과의 접촉도 끊겼다. 그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 건 사표를 낸 지 1년 여가 흐른 2008년 11월. 남편(김택진)이 이끄는 엔씨소프트 부사장에 취임한 직후였다. 물론 취임 소식이 전부였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도 ‘윤 부사장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방침이 그렇다고 했다.올 7월 둘째 아들 출산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2년여. 천재소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윤 부사장을 8월 9일 롯데호텔월드강남에서 만났다. 갈색 원피스에 굽이 높지 않은 구두. 생머리에 웃는 인상. 머리를 조금 길렀을 뿐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겉보기에 달라진 점은 딱 하나. 치아 교정기를 낀 것뿐이다. “교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은데”라고 묻자 “필요했어요”라며 살포시 웃는다.윤 부사장을 이제 천재소녀라고 부르기엔 어색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 두 아들의 엄마다. 첫째는 언론에 알려졌듯 2008년생이다. 둘째는 올 7월 태어났다. 윤 부사장을 만난 건 그의 출산휴가 때였다. 첫째는 자연분만했는데 둘째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유독 심한 산고 끝에 둘째를 봐서일까. 그는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렵게 세상에 나오고 길러졌는지 새삼 절감해요. 사람이 소중하다는 걸 더 느끼게 됐어요.” 두 아이 중 누가 예쁘냐고 물었다. “두 아이 모두 똑같이 예뻐요.” 한때 천재소녀로 불렸던 그는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했는데, 대한민국 엄마는 다 똑같은 모양이다.윤 부사장의 이미지는 별명을 분리하면 금세 나온다. 천재 그리고 소녀다. 그를 소개한 글을 읽어보면 늘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천재지만 ‘하하 호호’하면서 웃는 영락없는 소녀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표현인 것 같다. 별명과 그의 모습은 천양지차다. 윤 부사장은 단 한 번도 소녀 같은 웃음을 짓지 않았다. 질문이 이해되지 않으면 입을 쉬이 열지 않았다. 인터뷰 후 주고받은 e-메일에서도 그랬다. 스스로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엔 답을 하지 않거나 주석을 달았다. 이런 식으로. “문맥에 따라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답을 하기 어렵고 모호하지만…” “지향점이 어떤 모습을 의미하는지 정확하지 않아서 모호한 듯합니다만…” 치밀한 그의 성격이 읽히는 대목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고 싶었다”다음은 천재 이미지. KAIST를 다니면서도 동아리 4곳에서 활동하고, 그림·운동(테니스)·음악에 능숙. 이게 윤 부사장의 이미지다. 그야말로 천재적이다. 정작 윤 부사장은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재소녀란 별명에 대해서도 “내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그는 공부든 운동이든 즐기면서 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걸 배우고 싶어서 KAIST 1학년 때 2학년 전공과목을 들었고, 예술활동을 열심히 할 요량으로 관련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이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고등학생, 대학생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스론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내고 있다는 뉘앙스의 말이다.이런 생각은 요즘도 변함없는 듯하다. 윤 부사장이 출산한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엔씨소프트 내부 관계자도 “임신 중인 줄 알았는데”라고 했다. 그가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출산하기 바로 전날에도 그는 회사 자료를 훑어보고 e-메일로 회신했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니 출산 사실을 모를 수밖에….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윤 부사장은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한다. 천재형이라기보단 노력파에 가까울지 모르겠다.그래서일까. MIT 미디어랩의 박사학위를 땄을 무렵, 주변 사람들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특히 연구를 함께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대학교수도 떼어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새 길을 가고 싶었다. “학교에 있다 보니까 시야가 한군데로 고정되는 것 같았어요. 많은 가설을 현장에서 풀어보고 싶었죠. MIT에서 배운 걸 기업에서 적용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어요.”그는 2002년 글로벌 컨설팅기관 맥킨지에 들어갔다. 조직생활의 원리와 1차 산업을 배웠다. 2002년 10월 최태원 회장이 출자한 SK그룹의 자회사 와이더댄닷컴 이사에 발탁됐고, 2년 후 SK텔레콤 상무에 올랐다. CI(Communication Intelligence)-TF를 총괄하면서 50여 명을 이끌었다. 그의 야심작 1㎜도 2005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1㎜는 휴대전화를 음성통화·데이터통신의 도구에서 벗어나 ‘손안의 친구’ ‘손안의 비서’로 발전시키겠다며 선보인 신개념 서비스. 가령 사용자가 휴대전화에 날씨라고 입력하면 가상 캐릭터가 스스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날씨를 알려준다. 사용자가 일일이 접속할 필요가 없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같다. 윤 부사장도 “맞다”고 말했다.하지만 너무 앞선 기술이었던 걸까.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2년 동안 가입자를 22만 명 모으는 데 그쳤다. 한 달에 1만 명도 가입하지 않은 셈. 1㎜에 대해 윤 부사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건 인정해요. 그렇다고 실패로 보진 않아요. 의미 있게 도전했는데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았어요.”그가 말하는 허들은 이것이다. 1㎜를 서비스하려면 이 프로그램이 깔린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그런데 SK텔레콤은 망(網)사업자. 하드웨어를 만들지 못했다. 1㎜의 실패 요인으로 단말기 부족이 꼽힌 이유다. 윤 부사장이 1㎜의 실패를 만회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자 일부 여성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윤송이는 연구소에 있었어야 했다.” 새 길을 찾아 나선 그의 자존심을 짓밟는 이야기. 그도 “신문을 통해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이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SK텔레콤도 윤 부사장을 영입한 후 많이 변했다.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전략을 음성통신에서 무선데이터로 전환하는 데 (윤 부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그의 도전은 엔씨소프트에서 계속된다. 김택진 대표와 결혼한 후 부사장에 취임했지만 그가 엔씨소프트와 인연을 맺은 건 2004년이다. 김 대표가 먼저 ‘사외이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윤 부사장은 왜 이 제안을 선뜻 수용했을까. “엔씨소프트의 해외 지사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창구가 아니었어요. 현지인을 채용하고,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제품을 공급했죠. 국내 기업 중 (규모를 막론하고) 가장 글로벌화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둘째 아들을 산고 끝에 출산한 후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가족이 행복하고 안정돼야 회사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유명하다. 2000년 해외 진출에 뛰어든 후 미국과 유럽에 지사를, 일본·중국·대만·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제품 판매 창구가 아닌 현지화가 이들의 목적이다. 그 결과 엔씨소프트의 국내외 매출은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은 36%에 달한다.윤 부사장의 공식직책은 CSO(최고전략책임자). 회사의 미래 밑그림을 그린다. 김 대표는 윤 부사장이 취임한 후 R&D(연구개발)에 집중한다. 부부 공동경영이 아니라 분리경영에 가깝다. 김 대표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을 것 같다. 그는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CEO. 서울대 전자공학과 재학 중 동아리 ‘컴퓨터 연구회’에서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등과 함께 ‘아래아 한글’을 공동 개발했다. 한글타자 연습 프로그램 ‘한메타자’와 ‘베네치아’ 게임도 그의 작품.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김 대표가 그간 고군분투했는데 윤 부사장이 전략을 맡으면서 한결 편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윤 부사장이 출산 전 역점을 두고 진행한 것은 게임 포털 ‘플레이엔씨’의 정착이었다. 플레이엔씨는 게임 유저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에 이런 유형의 게임포털은 없다. 윤 부사장이 신경을 바짝 쓴 것으로 알려진 게임지식백과사전 ‘파워북’도 유저의 호평을 받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플레이엔씨, 파워북 모두 김 대표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라면서도 “하지만 윤 부사장의 아이디어와 경험 그리고 추진력이 녹아들면서 정착에 성공했다”고 말했다.윤 부사장 취임 후 달라진 건 또 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 감소세가 보란 듯이 멎었다. 엔씨소프트는 2006~2007년 간판 게임 브랜드 리니지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신규사업도 부진했다. 6년간 800억원을 들여 제작한 ‘리처드 게리엇의 타뷸라라사’ 게임도 흥행에 참패했다. 2005년 3388억원이었던 매출은 2007년 3297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66억원에서 495억원으로 감소했다. 회사 안팎에선 ‘게임업계 1위 자리를 뺏길 것’ ‘리처드 게리엇 형제가 먹튀 행각을 벌였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하지만 윤 부사장이 전략을 짜기 시작한 2008년 11월 이후 엔씨소프트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가 취임했을 때 선보인 롤 플레잉 게임 ‘아이온’은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2009년 12월 110만 장을 돌파했고, 북미 최대 게임축제(PAX)에서 최고 MMO게임상을 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매출은 2008년 3468억원에서 2009년 6347억원으로 83% 늘었고,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각각 4.8배(2008년 501억원→2009년 2340억원)와 7.4배(2008년 256억→2009년 1883억)가 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윤 부사장이 내실을 탄탄하게 만든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며 “김 대표도 ‘복덩어리가 들어왔다’는 말을 종종 한다”고 말했다.출산휴가 중인 윤 부사장은 지금 엔씨소프트의 새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론이 재미있다. 이른바 ‘엄마노믹스’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윤 부사장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이 행복하고 가정이 안정돼야 회사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신경을 쓰겠다는 다짐도 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윤송이의 ‘엄마노믹스’. 엔씨소프트의 성장 젖줄이 될지 모른다.이윤찬 기자 chan4877@joongang.co.kr

2010.08.23 11:38

7분 소요
무자식이 정말 상팔자일까?

산업 일반

어릴 때 우리 이웃(슬로언 씨 부부라고 해두자)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자식이 없는 부부였다. 자식을 못 낳아서가 아니라 슬로언 씨 말로는 그냥 낳지 않은 것이다. 우리 집을 포함해 다른 부모들은 해괴한 일로, 심지어 슬픈 일로 여겼다. 슬로언 씨 부부가 혹여 운 없는 일을 당하기라도 하면(어느 만성절엔 누군가 그들 집에 계란을 던졌고, 산사태로 그 집 풀장이 길 아래쪽으로 밀려난 적도 있다) 다들 자식을 갖지 않기로 한 결정이 그런 운명을 낳았다고 수군거렸다.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집엔 자식이 없잖아.” 나는 슬로언 씨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깔끔한 집 안을 둘러보며 광기나 불행, 또는 후회의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결코 보질 못했다. 적어도 내 눈엔 슬로언 씨 부부가 자식은 없어도 행복하게만 보였다. 어쩌면 우리 부모보다 더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그 집의 사탕접시가 늘 차 있었다는 사실에 감화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몇 가지 연구 결과를 보면 슬로언 씨 부부가 실제로도 주위의 대부분 전통 가족보다는 행복하게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 2006년 출간된 ‘행복 만나기(Stumbling on Happiness)’에서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몇 가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결혼의 만족도가 첫 아이를 낳은 뒤 급격히 떨어지고 막내가 집을 떠난 뒤에야 다시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부모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장을 보거나 잠을 잘 때 더 행복하다고 확인했다. 작가 아서 C 브룩스는 2008년 저서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에서 다른 자료를 인용해 자식 없는 부부보다 자식 있는 부부의 행복도가 7%포인트 작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감정 상태에 관한 가장 최근의 포괄적 연구를 보면, 자식을 가리키는 “복덩어리”라는 용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 모른다. “부모는 자식 없는 부부에 비해 정서적 행복의 수준이 떨어지고 긍정적 감정의 횟수가 적으며 부정적 감정의 횟수가 많다”고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사회학 교수 로빈 사이먼이 말했다. 사이먼은 근래 양육에 관한 연구를 몇 차례 수행했는데 결정적인 연구를 2005년 발표했다. 전국가정가구조사(NSFH)가 미국인 1만3000명에게서 얻은 자료를 분석한 내용이다. “결혼을 한 부부든, 홀몸으로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든, 양부모든, 혹은 자식을 출가시킨 노부부든 모든 부모가 자식이 없는 부부보다 정서적인 행복의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우리는 자식이 행복과 건강한 인생의 열쇠라는 문화적 믿음을 갖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사이먼은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비난조의 메일을 무수히 받았다(그중 하나를 보면 “사이먼 교수는 자녀를 증오하는 게 틀림없다”고 돼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그녀의 연구 결과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며 자란 믿음의 뿌리를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뉴스위크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0%는 가정에 자녀가 늘어나면 행복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자식의 증가가 부모의 행복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 사람은 여섯 명 중 한 명(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부모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 실제로는 자신의 인생을 덜 즐겁게 만들었다고 선선히 인정하겠는가? 부모들이 잠이 모자란다고,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고, 뚱한 10대 자녀들을 다루기가 힘들다고 대놓고 신세타령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녀를 키우기가 힘들어서 기분이 울적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녀와 자녀 양육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시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벌 받을 소리”라고 젠 싱어가 말했다. 뉴저지주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싱어는 인기 있는 육아 블로그 MammaSaid.net를 운영한다. “아기 엄마는 모두 행복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로 나오는 베이비로션 광고에서, 자녀를 데리고 놀러 갔다는 이유로 어린이처럼 굴어야 하는 디즈니월드의 광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부모 노릇이란 것이 행복한 순간의 연속인 양 꾸몄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실망한다.” 미국의 부모들이 과연 옛날에도 그처럼 환멸을 느꼈을까? 실제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 산업화 시대 이전의 미국에서 부모는 분명 자식을 사랑했다. 그러나 자식도 밥값을 했다. 농장에서 일하거나 가사를 돌보는 식이었다. 자녀는 필수품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보다 정서적인 이유에서 자식을 갖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일과 사회환경 때문에 만족을 찾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새러 매클래너핸과 줄리아 애덤스는 약 20년 전 중대한 연구를 했다. 거기에서 1950년대보다 70년대 사람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그 같은 변화의 일부 이유를 취업 패턴의 대대적 변화에서 찾았다. 요즘은 과반수의 미국인 부모가 집 밖에서 일하고 대가족의 지원을 덜 받는다. 교육·건강보험 제도도 전보다 나빠졌다. 따라서 자녀 기르기가 더욱 복잡해졌을 뿐만 아니라 돈도 더 많이 들게 됐다. 미 농무부는 자녀 하나를 낳아 17세가 될 때까지 키우는 데 13만4370~23만7520달러가 든다고 추산했다. 학교나 대학 수업료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부모 얼굴에 그늘이 질 만도 하다. 사회적 병폐는 차치하고라도, 어쩌면 우리가 부모 노릇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하는지도 모른다. 전국결혼프로젝트의 2006년 ‘결혼 현황’ 보고서는 부모들의 결혼 만족도가 무자식 부부보다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이전 세대에 비해 독신 시절과 자녀 없이 지내는 시절이 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5년 전의 평균 결혼연령은 여성이 20세, 남성은 23세였다. 요즘은 남녀 공히 4~5년 늦게 결혼한다. 결혼 후 자식을 키우는 일이 마치 직장에서의 성공(“월급이 인상됐어!”)이나 즐거운 사회생활(“와, 이 술 맛 끝내준다!”)처럼 결혼 전의 행복했던 경험과 비교된다는 뜻이다. 말 안 듣는 자녀를 학교에 등·하교시키거나 아끼는 스웨터에 아기가 토한 흔적을 묻힌 채 황급히 출근하는 일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자식이 없는 부부들은 이 모든 연구 결과에서 분명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부모들은 여전히 무자식 부부에 비해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양육에는 계량화가 불가능한 또 다른 보람이 있다. 예컨대 나는 어떤 사람을 우리 아들만큼 깊이 있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슬로언 씨 부부가 우리 부모에 비해 무의미한 인생을 살았다거나 혹은 우리 부모가 슬로언 씨 부부보다 7%포인트 덜 행복하게 살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사탕접시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일지 모르겠다. 반이 비었다고 보느냐, 반이나 찼다고 보느냐의 차이 말이다. 적어도 부모 입장에서 난 계속 그렇게 생각하겠다.

2008.07.16 15:27

5분 소요
캐나다 매장량 3000억 배럴 … 모래에서 석유를 캔다

산업 일반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오일 샌드가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한 유전지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오일 샌드(油砂)’가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일 샌드는 원유와 달리 모래·물·점토 및 초중질유(비튜멘)의 혼합물이다. 오일 샌드에서 원유를 추출하려면 채굴-비튜멘 추출-정제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비튜멘을 추출하려면 오일 샌드를 90도로 가열하는 등 복잡한 열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다시 정제하는데도 복잡한 단계를 밟아야 한다. 때문에 오일 샌드 2t에서 원유 1배럴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5달러로, 이는 땅속에 묻혀 있는 원유를 추출하는 비용(약 15달러)보다 훨씬 비싸다. 저유가 시대에는 경제성 때문에 외면당하던 오일 샌드가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자 각광받고 있다. 오일 샌드로는 나프타·등유·휘발유·디젤·제트연료 등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오일 샌드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곳은 캐나다 중서부의 앨버타주다. 추정되는 가채 매장량만 3000억 배럴이다. 세계 1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확인 매장량(2600억 배럴)보다 많다. 캐나다는 현재 오일 샌드에서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하루 총 소비량의 10%를 공급하고 있다. 캐나다는 앞으로 10년 내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등 기존 산유국들이 있는 지역의 정세가 불안한 반면 캐나다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이기 때문에 오일 샌드는 더욱 매력적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전 세계 100여 개 기업이 앞다투어 캐나다에 투자하고 있다.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로열 더치 셸, 토털, 데본 에너지, 닛폰오일 등 내로라하는 에너지 기업이 총망라돼 있다. 특히 후발주자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는 지난 6월 앨버타주 노던 라이츠의 오일 샌드 채굴권을 1억500만 캐나다달러(약 871억원)에 사들이는 등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도 오일 샌드 추출사업을 진행 중인 MEG사의 주식 17%가량을 인수했다. 캐나다도 오일 샌드에서 추출된 비튜멘을 정유공장까지 수송할 수 있는 대규모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하는 등 기반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최대의 가스설비회사인 엔브리지는 앨버타주에서 선적항이 있는 밴쿠버까지 연결되는 1200㎞ 규모의 오일 샌드 운송용 파이프라인을 2009년까지 건설하는 방안(게이트웨이 프로젝트)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시카고의 기존 파이프라인을 정유공장이 밀집한 세인트루이스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오일 샌드가 처음 발견된 곳이자 개발 중심지인 앨버타주의 포트 맥머레는 요즘 돈이 있어도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로열티 수입 등으로 앨버타주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주정부 재정에 빚이 없는 곳이 됐다. 올해 68억 달러의 재정흑자가 예상될 정도다. 때문에 앨버타주는 아예 주민들의 세금도 대폭 줄여주고 있다. 캐나다가 이처럼 세계 최대 산유국의 꿈을 키워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부족한 노동력이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향후 5년에 걸쳐 연간 이민 쿼터를 평균 30만 명으로 확대하고 70만 명의 이민 신청자 적체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혁안을 마련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9만5000명 수준인 단기 취업비자 발행도 더욱 확대,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캐나다로서는 별 볼일 없던 모래땅이 복덩어리가 된 셈이다.

2005.11.14 00:00

3분 소요
뜨는 로또, 지는 토토…

산업 일반

지난 12월14일 토요일. 국내에 로또가 발행된 지 2주 만에 20억원의 대박이 터졌다. 당첨자는 인천에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조모씨(36). 조씨는 12월16일 오전 8시 30분 일찍 국민은행 본사를 찾았다. 이날 11시께 당첨금이 담긴 예금증서를 받은 조씨는 부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조씨가 떠난 자리에는 수많은 방송·신문기자들이 진을 치고 앉아 기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로또(Lotto)’ 바람이 불고 있다. 발매된 지 2주 만에 90억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고, 20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LG경제연구소는 당첨자 발표가 있던 날의 다음날, 2003년 히트 상품으로 로또를 점찍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2회차까지 로또의 판매금액 90억원은 한 주 동안 전체 복권 판매금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숫자다. 로또가 복권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는 단적인 증거다. 로또가 등장하면서 사회 전반으로 대박의 꿈이 퍼지고 있다. 서울 논현동에 사는 주부 조미영씨(57)는 지난 12월13일 온라인 연합복권 로또를 구입하면서 “8억원에 달하는 당첨금의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 10억원대가 넘는 당첨금이 누적됐다는 소문을 들었다. 일반 복권은 대부분 (1등 당첨금이) 1억원에 불과한데 로또는 매주 10억원씩은 준다니 한번쯤 행운을 쥐고 싶다”고 구입 이유를 설명했다. 대박 효시는 인터넷복권 조씨의 말처럼 로또는 엄청난 당첨금에 대한 홍보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영화배우 송강호를 내세워 ‘인생역전’이라는 자극적인 선전문구로 복권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전국 거리 곳곳에서 뿌리기 시작한 홍보나 판촉물도 시선을 끌었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번호를 추출해 내는 소형 추출기와 열쇠고리를 경품으로 걸고 게임방식을 설명한 것. 또 매일밤 TV CF를 통해 갖가지 ‘티저광고’로 궁금증을 유발하고, 매주 3∼4회에 달하는 신문 전면광고로 ‘인생역전’을 강조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실 ‘대박’에 대한 관심은 올 초 인터넷 복권이 인기를 끌면서 고조돼 온 것이다. 국내 인터넷 복권 시장은 올해 1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인터넷을 통해 ‘플러스플러스 복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40억원이라는 대박을 연달어 터뜨렸고, 세번째 대박이 40억원 당첨자가 나온 지난 11월에 정점에 달했다. ‘내가 될 수도 있다’란 인식이 퍼져나간 자리에 로또는 편안하게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국내 복권은 마구잡이식 운영으로 20여개에 달하는 복권이 난립하면서 당첨금은 낮아지고 구매층과 시장의 관심이 떨어져나갔다. 특히 가장 많이 팔리는 즉석식 복권의 경우 대부분 1등 당첨금을 1억원으로 내걸었지만, 이 금액은 집 한채 마련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 지난 60년대만 해도 주택복권의 1등 당첨금이 3백만원어어서 당시 주택 2∼3채를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매주 ‘대박’이 쏟아진다는 로또는 노년층에게 ‘복권당첨=백만장자’라는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일확천금에 대한 꿈’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대학로 음반매장에서 우연히 로또를 구입한 직장인 곽윤희씨(26)는 “광고를 통해 새로운 복권이 발행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마침 로또 판매처가 있어 시험삼아 샀다”며 “몇몇 친구는 매주 1만원씩 꼬박이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는 점도 기존 복권과 다르다. 외국의 경우 당첨번호에 나타난 빈도수가 높은 숫자를 선택하는 방식, 최근 당첨번호 조합을 선택하는 방식,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진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 반복되는 두쌍의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 글자 대입법, 로또 추첨과 같은 방식의 추첨을 하는 기계를 통한 예측 방식 등 다양한 게임방법이 개발돼 왔다. 국내에서는 도서출판 1010이 박형빈 목포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번역으로 노베르트 헨체와 한스 리트빌이 지은 「복권당첨 이렇게…」라는 책을 출간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국내 로또 복권 당첨확률인 8백14만분의 1로 구성한 로또 번호 추출 프로그램도 나돌고 있다. 한번에 로또복권을 2백장씩 공동구매해서 당첨될 경우 당첨금을 나눠갖는 소모임도 생겨났다. 하이텔 복권 동아리인 ‘복덩어리’의 김 모 회장은 “자신이 번호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구매의욕도 불러일으킨다”며 “‘숫자 6개’ 정도 못 맞히겠냐는 자신감을 부추키는 것이 바로 로또의 유혹”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로또의 열풍은 지난해 등장했던 ‘스포츠토토’가 소리 소문 없이 몰락한 것과는 대조된다. 두 복권 모두 수많은 홍보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냈고 사회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드러난 양상이 전혀 다르다. 로또는 20대 젊은이 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반면 토토는 몇몇 매니어를 제외하고는 즐기는 사람이 드물다. 대만 복권시장의 70% 차지 토토는 경기를 예측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매니어가 되지 않으면 즐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야구가 배제된 것도 몰락의 이유로 분석된다. 게다가 곧바로 추첨 결과를 보기 원하는 한국인의 정서와도 어긋나 있었다는 평가다. 최종은 미래사회전략연구소 과장은 “토토는 경기 결과를 끝까지 확인하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승부에 집착하게 만든다. 하지만 로또는 오로지 운을 하늘에 맡길 뿐”이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스포츠토토의 경우 이미 지난 84년 국내에 도입됐던 ‘경기복권’의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예정된 몰락’이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스포츠토토의 실패에 암울해 있던 국내 복권시장은 로또의 등장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내 복권시장의 규모가 내년도 1조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국내 1인당 복권 구입액은 1만3천원으로 대략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로또가 등장하면서 24개의 달하는 복권이 판매되며, 어지럽던 복권 시장도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복권시장이 로또를 중심으로 개편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1월 로또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로또가 9개월 만에 한화로 3조2천7백20억원어치의 판매액을 기록하며 복권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전세계 시장에서도 온라인 복권이 60.7%를, 이 가운데 로또가 43%로 가장 많이 팔리는 복권이다. 복권 시장 침체로 사회복지기금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7개 부처가 연합해 발행하면서 기관간 불필요한 경쟁이 줄어들고, 종이복권 인쇄 비용도 절감된다. 사업성이 제고되고 기금 조성은 원활해진다. 침체됐던 정보통신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전용망과 단말기·시스템 구축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냈다. 일례로 복권 용지를 독점공급하는 케이미디어는 주가가 올랐고, 내년에만 30억∼40억원 정도 매출이 상승될 전망이다. 로또 단말기 공급업체인 콤텍시스템은 2007년까지 매년 3백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이밖에도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KLS 콘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짭짤한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곽보현 KLS 상무는 “복권은 당첨되지 않더라도 수익금이 공공사업에 쓰이므로, 오락을 통해 사회에 공적인 기부행위를 하게 되는 좋은 점을 이면에 깔고 있다”며 “로또는 사행성 조장보다 ‘운’에 초점을 맞춘 복권”이라고 말했다.

2002.12.19 00:00

5분 소요
大生 인수…꿈은 이루어진다

산업 일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입찰 서류를 접수하고 있는 모습. 꿈은 이루어진다? 한화그룹 컨소시엄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시한을 못박진 않았지만 정부는 이르면 7월 말까지 한화측과 대한생명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릴 경우 한화는 3년 묵은 ‘꿈’을 이루게 된다. 김승연 회장은 1999년 대한생명 매각 입찰 때 서류를 직접 들고 가기도 했다. 그 만큼 인수 의지가 강했다. 대한생명이 한화 품으로 갈 공산이 크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먼저 ‘한화측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의 문제는 일단락됐다. 자격 시비 논란의 근원지였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27일 한화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지난 2월 미국 메트라이프가 발을 뺀 뒤 한화가 유일한 협상 대상자였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매각 창구인 공자위가 한화의 존재를 인정한 셈이다. 사실 공자위 주변에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금융가에서는 최순영 前 신동아 회장의 입김 탓에 대생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최 前 회장은 대생이 한화로 넘어갈 경우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판단했다는 것. 최 前 회장은 그래서 동서 사이인 온누리교회 A씨를 창구로 이 교회 신자인 B 前 재무부장관에게 매각을 막아달라고 부탁했고, B 前 재무부장관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 공자위 C위원에게 매각의 부당성을 부각시켜줄 것을 요청했다는 게 루머의 골자다. 정부가 가격 협상과 더불어 주주간 계약 협상 등을 벌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예금보험공사는 한화측이 대생을 인수하더라도 대생이 3년간 한화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또 한화 계열사 발행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차단벽을 만들었다. 공자위는 이에 앞서 한화가 현재 2백30% 정도인 부채비율을 3년 내 2백%까지 낮추지 못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고 예금보험공사가 이사와 감사를 임명하는 등의 조건도 두기로 했다. 정부는 또 한화가 대생 지분 51%를 인수한 뒤 5년간 지분을 팔 수 없도록 하는 조건도 달 방침이다. 이렇게 지난 두어달 동안 정부측에서 나온 조건을 짚어보면 가격만 맞으면 매각 협상은 성사될 가능성이 큰 모습이다. 전윤철 부총리가 줄곧 “자격보다는 가격이 중요하다”고 말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실 공적자금 회수가 급한 정부로선 비교적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대생이 복덩어리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8천6백억원대의 순익을 올린 대생은 올 1·4분기(4∼6월)에도 2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3조5천5백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부실 기업치곤 꽤 괜찮은 성적이다. 63빌딩과 더불어 대생 매각 때 패키지로 팔리는 신동아화재의 대표이사가 갑자기 바뀐 것도 한화측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신동아화재는 지난 7월16일 이사회를 열고 김경식 前 대표이사 사장을 상임고문으로 추대하고 전화수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뽑았다. 신동아화재측은 주식 투자 실패와 지급여력비율 미달 등을 교체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측이 대생 인수를 대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사장을 경질하면서 상임고문으로 추대한 점이나 전화수 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이나 사장이 아닌 대표이사 전무로 선임한 것 모두 석연치 않다는 것. 한화가 대생을 인수한 뒤 한화 사람을 앉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한화측이 교보생명을 제치고 생명보험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대생을 인수할 경우 한화는 금융 중심이란 사업구조 재편은 물론 자산 규모도 11조원에서 35조원으로, 매출액도 두배(올해 8조3천원) 이상 껑충 뛰게 된다. 올해 투자 계획을 뒤로 미루고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제2의 구조조정을 벌여 상반기까지 5천억원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되는 것. 다만 문제는 역시 매각 가격이다. 지분 1백% 기준으로 정부측은 1조2천억~1조6천억원선을, 한화측은 1조6백50억원선을 제시해 여전히 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대생이 날로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밑지고 팔 수는 없다”며 “일단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한화 관계자도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정확한 가격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가에서는 풋백옵션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7천억원대(지분 51%)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2002.07.25 00:00

3분 소요
제주땅 구입 열풍 10년만에 다시 분다

산업 일반

서울 사람들의 제주도 땅 구입 열풍이 새해 들어서도 도대체 식을 줄 모른다. 실사례를 보자. 이모씨(48·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등 8명은 지난해 11월 말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고내리 땅 3천여㎡(자연녹지)를 공동명의로 사들였다.골프 동호인인 이들이 연고도 없는 제주도 땅을 구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만의 공동주택을 지어 휴가철에는 별장 용도로 쓰고 나머지 기간에는 남에게 빌려줘 수익도 얻을 요량에서다. 해안도로에서 2백m 남짓 떨어져 주변 경관이 뛰어난 이 땅의 매입가는 ㎡당 9만7천원. 불과 한두달 전보다 더 비싼 값에, ㎡당 1만∼2만원씩 더 얹어서 샀다. 그러나 해가 바뀐 다음에 사정이 달라졌다. 1월 들어선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을 만큼 가격이 또 뛰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 하나. 경기도 수원에 사는 조모씨(57)도 최근 서귀포시 하원동 준농림지 2만6천4백㎡를 ㎡당 1만9천여원에 매입했다. 조씨가 결코 작지 않은 땅을, 그것도 시세보다 2∼3배나 더 쳐주고 갑자기(?) 사들인 이유는 뭔가. 한마디로 말해 미래에 대한 투자전망 때문이다. 우선 별장을 짓고 농원으로 가꾸면서 여유가 생기면 휴양펜션업을 하려는 게 조씨의 희망.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라 제주지역에만 허용된 휴양펜션업은 형태만 민박일 뿐 분양까지 가능한, 지역주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다른 육지지방 사람들 사이에서 제주땅 구입 붐이 일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면 가히 열풍이라고 부를만도 하다. 먼저 문의도 급증했지만 실제 거래도 점차 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인 제주랜드 홍사진 대표는 “2∼3개월 새 토지구입 문의가 종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며 “구입문의자 1백%가 서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중개업협회 제주도지부 유태관 사무국장은 “땅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오히려 매물을 대기가 힘들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IMF 한파 이후 긴 동면(冬眠)에 빠져 있던 제주지역 부동산 경기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국제자유도시라는 막강한 변수의 등장 때문이다. 자유도시 건설이 가시화되면 제주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를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지난 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을 전후해 벌어졌던 ‘제주땅 선점 경쟁’이 1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지방 사람들이 선호하는 땅들이 제주도 특정지역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굳이 구분을 둔다면 해안도로나 중문관광단지·서귀포시 주변지역 등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요소는 외지인들에게 별로 중요치 않은 요소다. ‘그저 제주 아무데나 있는 땅이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 전체가 ‘복덩어리’인 셈이다. 선호도는 떨어지지만 개발의 제약 요인이 없는 임야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도시 부동산 업자들이 땅을 구하러 ‘장기외유’에 나서는 일도 눈에 띈다. 부민공인중개사무소 한 관계자는 “중간업자들이 떼지어 몰려와 열흘 또는 보름·한달씩 돌아다니며 땅을 물색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지 가격이 뛰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지역은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돌 정도.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산방산 주변의 땅(밭) 6천여㎡를 3년 전쯤에 매물로 내놓았던 김모씨(57·제주시)는 최근 서울의 한 부동산업자로부터 ㎡당 7만여원을 받고 팔라는 제의를 뿌리친 데 이어 일주일 뒤 금액이 10만여원으로 뛰었는데도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당 9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애월읍 해안도로변은 최소 12만원을 줘야 구입이 가능해 졌다. 국제자유도시 건설계획상 집중 개발 대상지로 지목된 중문관광단지에서 서귀포시에 이르는 일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거꾸로 내놨던 매물을 서둘러 회수하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위약금을 물고도 얼마든지 만회가 가능한 탓이다. 무성한 소문만큼 실제 거래가 따르지 않는 것도 이 때문. 오름(제주도의 기생화산)과 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북제주군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도로변에 24만여평의 임야(준농림지)를 공동 소유한 김모씨(서울 중랑구) 등 3명이 바로 이런 경우다. ㎡당 6천원대에 매물로 내놓아도 장기간 팔리지 않아 노심초사했는데 최근 땅값 상승 기미가 보이자 “㎡당 최소 7천원은 줘야 팔겠다”며 매물을 회수해 버렸다. 지난해 말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은 개발사업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IMF 한파를 만나 중단됐던 관광단지·지구 및 골프장·콘도·리조트 개발이 재개되고, 외자유치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남제주군 수망관광지구를 인수한 남광산업건설㈜는 최근 제주도 등과 각종 부담금 납부에 따른 협의를 활발히 벌이면서 공사재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99년 4월 개발공사를 멈췄던 한화국토개발도 최근 제주시 봉개휴양림관광지구 공사 재개를 위해 직원들을 대거 제주에 내려보냈다. 소리만 요란했던 외자유치도 한껏 진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세계적 투자업체인 베친스키그룹은 남제주군 성산포관광단지에 62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지난해 11월 10억 달러를 코트라(KOTRA)에 투자신고 했다. 또 미국 업체 AJ어소쉬에이트(AJ Associate)도 개발 찬반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남제주군 송악산 지구를 개발하기 위해 1억 달러의 투자 신고서를 냈다. 그러나 토지매입 붐과 개발 사업 및 외자유치 활기라는 일련의 현상들이 긍정적인 역할만 할 것으로 믿는 지역 주민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지역주민의 원주민화’를 가속화시켜 개발에서 소외되고 개발 이익 배분에서도 제외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크게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외지인들의 기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세계 ‘최후발 주자’로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성공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 또 성공한다 해도 그 열매는 먼 장래의 일일 것이다. 투기로도 비쳐지는 외지인들의 토지매입 붐은 벌써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개발이 가능한 땅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선뜻 매입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일부 생활정보지나 일간지 등에 실리는 달콤한 유혹들은 무작정 사고 보자는 ‘묻지마식 투자자들’에게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다. 제주 인(In) 제주 공인중개사사무소 강동형 대표는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기대감만 갖고 제주 현지 사정에 대한 상식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땅을 샀다 후회하는 서울 사람들을 요즘 들어 많이 본다”며 “공신력 있는 업소 등을 찾아 꼼꼼히 토지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0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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