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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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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파는 재미있잖아요”…중고 거래에 빠진 MZ세대 [민지의 쇼핑백]

유통

#. 사회초년생 손모씨(25)는 중고 거래 마니아다. 손씨는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하고자 당근마켓에서 수십건의 거래를 하고 있다. 주요 판매 품목은 의류로 잘 입지 않는 옷들을 당근마켓에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중고 거래를 통해 번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또 중고로 사기도 한다. 최근 손씨처럼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상가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을뿐 아니라 싫증이 난 제품을 다시 되팔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중고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생활권 내에 있는 동네 이웃과 만나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많이 하면서 중고 거래에 대한 진입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스마트폰에 중고 거래 앱을 설치하고 자신이 사는 동네를 설정하기만 하면 가까운 곳에 사는 이들이 올려놓은 중고 물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물품들 중에서도 특히나 ‘명품’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새 제품과도 같은 상태의 제품이 있는가 하면, 정상 가격에서 80~90% 할인된 제품을 ‘득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품 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인기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을 찾을 수 있고, 원하는 아이템을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이제 중고 명품 거래는 자연스러운 소비 문화가 됐다. 중고 거래 이용자 76% MZ세대…‘리셀테크’도 유행중고 거래 앱을 통한 명품 거래는 갈수록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번개장터가 최근 발표한 ‘미래 중고 패션트렌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번개장터 중고 명품 거래 이용자의 76%가 MZ세대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50% 이상은 ‘구입 1년 이내에 명품을 되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명품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 되팔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세대와 비교하면 사고파는 양이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을 쓰다가 일정 시간 후 되파는 ‘리셀테크’(재판매·Resell+재테크)도 늘고 있다. 희소성이 높은 제품을 구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MZ세대들이 운동화와 명품, 시계, 굿즈(기념품) 등의 재판매를 통해 재테크를 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3)는 “백화점에서 450만원대에 산 명품 가방을 2년 동안 사용하다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400만원에 팔았다”며 “명품 가방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상당 기간 사용하고도 원래 가격에 가까운 가격에 팔 수 있어 이득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중고 패션 거래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 플랫폼에서 패션 거래 규모는 52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600억원)보다 13% 늘어난 규모다. 올해 ‘거래액 1조원’도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유통업계도 중고 거래 사업 뛰어들어…패션 산업 뉴 패러다임 되나중고 거래 패션 시장이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앞다퉈 중고·리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리퍼 상품은 반품이나 전시상품, 이월, 단종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오프라인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 랩’을 오픈했다. 브그즈트 랩은 오픈 2년 만에 누적 방문자 수 66만명을 기록, 특히 MZ 세대 방문자 비중은 9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연말 MZ세대를 겨냥해 국내 대표 한정판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KREAM)’의 오프라인 공간을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하기도 했다. 쿠팡은 지난 3월 반품 제품 전문관 ‘반품마켓’을 론칭했다. 반품마켓은 쿠팡에서 판매됐다가 반품된 상품을 회사가 직접 검수해 재판매하는 코너다. 포장 상태, 구성품 검수, 외관 상태, 작동 테스트 등 검수 절차를 진행해 미개봉, 최상, 상, 중 등 4가지 등급을 매겨 판매한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고 패션 시장이 패션 산업의 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중고 의류업체 스레드업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62%가 “쇼핑할 때 원하는 중고제품이 있는지 먼저 검색해본다”고 응답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중고 패션 시장 규모를 총 1770억달러(약 229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2027년에는 3510억달러(약 455조원)로 두 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업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은 중고 물품을 ‘헌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가성비 높은 소비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중고 패션 거래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신상품 유통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2023.10.14 08:00

4분 소요
올해 상반기 최고 브랜드는 불황을 어떻게 극복했나

전문가 칼럼

소비자가 불황기에 주머니를 닫는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리서치인터내셔널(RI)에 따르면 이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품질은 같고 가격이 낮은 제품을 찾는다. 불황기일수록 지출한 금액에 맞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소비자의 심리 변화를 브랜딩에 적용하면, 불황기는 기회가 된다. 어떤 브랜드는 매출 부진의 이유를 불황에서 찾고, 어떤 브랜드는 불황에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 이 차이는 불황기를 맞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가치를 만드는 데 달렸다.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2023년 상반기 최고의 브랜드들은 가치에 민감해지는 불황기 소비자의 심리에 주목했다. 새로운 포지셔닝과 고객 경험, 혁신, 트렌드를 꿰뚫는 콘셉트의 힘을 통해 가치를 새롭게 제안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올해 1월은 사회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시기였다. 삼성전자는 이 시점에 신제품 ‘갤럭시 S23’을 출시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전략은 마케팅 기법의 ‘고전’으로 꼽히는 USP(Unique selling point)였다.삼성전자는 어둠 속에서도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나이토그래피’ 기능을 강조했다. 브랜드 ‘갤럭시S’의 인지도는 충분했고 경쟁제품인 ‘아이폰’과 기능적 차별화를 추구하는 건 소비자에게 의미 없는 제안일뿐이었다.광고에선 3개의 렌즈를 통해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여준다. ‘피어난다’는 뜻의 영어단어 ‘BLOOM’을 ‘BLOOOM’으로 변주해 나이토그래피의 기능을 브랜드의 감성적 가치로 치환하는 재치를 보여줬다.갤럭시 S23 광고는 이전 갤럭시S 시리즈의 이성적 광고와 달리 과감한 브랜드 전략이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실제 USP에 집중한 브랜딩으로 올해 1분기에만 1100만대의 갤럭시 S23을 팔아치웠다. 전작인 갤럭시 S22의 기록(3000만대)을 넘긴,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핸드폰=기능’, ‘백화점=명품’…공식을 깨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2020년. LG전자도 ‘LG 트롬 워시타워’를 출시해 시장의 ‘게임체인저’ 자리를 굳혔다. 워시타워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세탁·건조기다.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를 옆으로 나란히 설치할 때보다 제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크게 줄여 효율성을 높였고, 위아래로 배치할 때보단 높이를 낮춰 소비자가 통상 위에 설치되는 건조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핵심은 워시타워 중앙의 조작부다. 위아래로 설치하는 세탁·건조기는 북미나 유럽에서 일반화된 제품이다. 한국인은 세탁기를 사용할 때 허리를 숙이고, 건조기를 이용할 땐 손을 뻗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워시타워의 조작부는 분리형 제품보다 100㎜ 높게 설계돼 소비자가 쉽게 기기를 조작하도록 했다. 이른바 ‘언멧 니즈’(Unmet needs·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채워 매해 30%에 달하는 매출 성장도 기록했다.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세운 ‘더 현대 서울’의 성공담은 더 경이롭다. 이 부지는 여의도 백화점이 두 차례 철수한 후 ‘백화점의 무덤’으로 불렸다. 고급 백화점의 필수 입점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없었다. 코로나19가 한참이던 시기 문을 열기도 했다.더 현대 서울은 타기팅(Targeting) 차별화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백화점은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대상이거나 주변 상권이 조성된 지역에 들어선다. 더 현대 서울은 MZ세대를 고객층으로 선정했다. 이 세대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동해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더 현대 서울은 백화점에 통상 입점하는 브랜드를 과감히 떠났다.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매장 곳곳을 채웠다. 스웨덴의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알려진 패션 브랜드 ‘아르켓’와 유기농 성분의 뷰티 스파 브랜드 ‘뱀포드’, 번개장터의 스니커즈 중심 중고 거래 브랜드 ‘브그즈트랩’(BGZT Lab) 등을 발굴해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모았다.포지셔닝(Positioning)도 더 현대 서울의 성공 비결이다. 더 현대 서울은 상권의 개념을 넓히기 위해 매장명에서 ‘여의도’를 뺐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서울 서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글로벌 서울의 중심’을 주제로 편의 시설을 구성했다. 더 현대 서울이 들어선 지역은 주말이면 유령 상권이 되는데, 상권을 확장해 지리적 한계를 돌파했다.파격적인 공간 구성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더 현대 서울은 전체 면적의 절반에만 매장을 배치하고 남은 공간은 모두 고객의 휴식 공간으로 설계했다. 고객이 다른 고객과 적게 부딪힐수록 매장에 오래 머문다는 ‘엉덩이 부딪침 효과’(Butt brush effect) 이론에 충실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을 이기려면, 공간 자체를 체험 공간으로 구성해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도 주목했다.토스뱅크는 발상의 전환으로 혁신을 일궜다. ‘선이자 정기예금’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토스뱅크는 금융시장의 후발주자인 인터넷 은행이다. 수신예금의 86%는 불안정한 요구불 예금이었다. 토스뱅크는 예금상품의 구조를 안정적인 정기예금으로 바꿔야 했다. 아이디어는 ‘일수놀이’로 불린, 사금융에서나 가능했던 선이자에서 나왔다.토스뱅크의 선이자 정기예금은 이 회사가 금융사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다. 수시입출금 통장을 보유한 고객은 하루 한 번, 원할 때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통장 자금을 기준으로 이자가 쌓이는 일 복리 구조가 적용돼 돈을 많이 보관할수록, 이자를 자주 받을수록 유리한 상품이다. 가입과 동시에 연 3.5% 금리의 이자를 미리 지급하는, 국내 은행에선 볼 수 없었던 혁신적 서비스이기도 하다.토스뱅크는 이 상품으로 수시입출금 상품 비중을 줄이고 정기예금 비중을 높였다. 기존 사업자들이 구축한 ‘정기예금’의 이미지를 깨 브랜드 혁신도 실현했다. 고정관념을 비틀고 새로운 서비스 가치를 부여하는 브랜딩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자기다움’을 각인하는 강력한 무기다.무릎을 치게 한 마케팅…새로운 콘셉트 전달 사학의 경쟁자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편의점 빵을 놓고 ‘연고전’을 벌였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씨유(CU)의 협업 마케팅 때문이다. 이 회사의 마케팅은 무릎을 치게 한다. 사업 초기, CU는 우유로 유명한 ‘연세우유’와 함께 ‘연세우유 크림빵’을 출시했다. 생크림 함량을 80%까지 높여 입소문을 탄 제품이다. 이 제품은 빵을 반으로 갈라 사진을 찍는, 이른바 ‘반갈샷’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해졌다. 연세우유 크림빵은 1000만개 이상 팔리며 대박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CU는 이때 놀라운 생각을 한다. 연세대와 경쟁 대학인 고려대에 빵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은 물론 고려대에 애정이 있는 외부인, 교수진, 학부모를 고려해, 고려대에 브랜드 협업을 제안했다. CU는 곧 고려대의 상징색인 ‘크림슨’이 칠해진 사과잼 페스츄리 ‘고대 듬뿍앙버터’를 출시했다. 고려대의 영문명인 ‘KOREA UNIVERSITY’는 물론 고려대 교표까지 새겼다.이후 편의점에선 때아닌 ‘연고전’이 벌어졌다. 연대빵과 고대빵의 대결은 색다른 경쟁 구도라며 언론에 소개됐다. 대학의 이름을 건 이 빵들은 경쟁적으로 팔려나갔고 CU는 빠르게 실적을 키웠다. CU에 따르면 이 회사가 먼저 출시한 연세우유 크림빵은 올해 5월 기준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다. 고대빵도 고려대가 있는 안암동은 물론 주변 지역 등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이번 사학전의 최종 승자는 CU로 보인다. 대학빵 시리즈가 불티나게 팔리자, 이 회사의 디저트 부문 매출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1%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이후 16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새로)’로 국내 소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소주 제품과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콘셉트로 소주 시장의 강자인 하이트진로의 ‘진로’와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놀랍다. ‘제로 슈거라 목 넘김이 부드럽다’, ‘알코올 특유의 향이 적다’, ‘무가당이라 숙취와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새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국내 소주 시장은 오랜 시간 하이트진로의 독무대였다. ‘참이슬’과 ‘진로이즈백’ 등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이 회사 점유율은 60% 중후반으로 확대됐다. 하이트진로가 2019년 진로이즈백을 출시할 당시 발매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은 6백만병을 돌파했다. 4개월째 4000만병을 넘겼고, 7개월째 1억병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월 진로이즈백을 제로 슈거로 리뉴얼하기도 했다.롯데칠성음료는 콘셉트에 초점을 맞춰 새로를 출시해 하이트진로가 지배해 온 제로 슈거 소주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소비자들이 과당이 들어간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해 이를 소주 제품에 바로 반영했다. 주력 사업인 음료 사업에서 ‘과당을 없애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제로 슈거 소주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물리적·심리적으로 새로운 콘셉트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끄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투자자에게 메일을 보내 “수영장에 물이 가득 찼을 때는 알 수 없지만, 수영장의 물이 다 빠진 후엔 누가 발가벗고 수영장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마케팅에서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좋은 브랜드는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심사평> “브랜드의 ‘자기다움’으로 관계 구축”오늘날의 브랜드는 살아있는 인격체와 같다. 제품의 물리적 속성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이기에, 브랜드는 인격을 갖춘 사람처럼 이념과 철학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차별적 우수성으로만 브랜드에 열광하는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다움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신념을 말할 수 있어야 소비자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감동적인 시(詩)가 더 큰 울림을 주듯, 좀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말한다면 관계의 질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이코노미스트’가 엄선한 ‘소비자 만족 브랜드 대상’은 소비자 중심 서비스와 소비자 신뢰도, 소비자 공감도,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고, 부문별 브랜드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했다. 수상한 브랜드는 오랜 기간 혹은 단기간이라도 매력적인 자기다움을 표현한 기업이다. 더 많은 공감을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소비자의 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한 브랜드이기도 하다.이들 브랜드는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자기다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관된 메시지, 소비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 철학,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고객의 신뢰를 보유한 곳들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로 감동적인 메시지를 만들고,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한 브랜드에 경의(敬意)의 박수를 보낸다.

2023.07.03 06:00

7분 소요
“번개장터서 프리미엄 가구 판다”…몸집 키우는 중고 플랫폼

산업 일반

번개장터가 프리미엄 리빙 리세일 플랫폼 ‘풀티(fullty)’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16일 밝혔다. 번개장터 프리미엄 컨셉스토어 ‘브그즈트 컬렉션’에서 풀티의 프리미엄 중고 가구가 판매될 예정이다. 풀티는 가구들을 재판매하며 지속가능한 리빙 자원의 순환에 앞장서는 프리미엄 리빙 리세일 플랫폼이다. 현재 중고 리빙 제품의 구매·판매·렌탈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해외 명품 리빙 브랜드의 트렌디한 제품 구성과 합리적 가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단 설명이다. 특히 중고 리빙 제품을 매입해 검수와 클리닝 작업을 거쳐 다시 판매하는 중고 거래 전 과정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그즈트 컬렉션에서 판매되는 풀티 가구는 하이엔드 모듈 가구로 잘 알려진 ‘유에스엠 할러’(USM Haller)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까시나’(Cassina)를 비롯해 ‘무토’(Mutto), ‘볼리아’(Bolia), ‘플로스’(Flos)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파·조명·테이블 등 다양한 리빙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브그즈트 컬렉션에서 풀티 가구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1:1 맞춤 상담 및 지정일 배송 서비스, ‘풀티 개런티’ 인증을 통해 구매한 제품이 가품으로 밝혀지면 300% 보상 등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태욱 번개장터 럭셔리 사업본부장은 “하이엔드 가구 중고 거래의 전문가인 풀티와의 제휴로 고객에게 더 쉽고 편리한 중고 리빙 제품 구매에서 나아가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명품 패션에 이어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까지 중고 거래 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앞으로 중고 자원 선순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유기적 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2.16 15:03

2분 소요
백화점부터 네이버·무신사도 뛰어들었다…24조원 중고시장 ‘활활’

산업 일반

24조원까지 성장한 중고시장에 백화점부터 포털 사이트까지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친환경 가치가 중시되며 가치 소비를 하는 중고거래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단 분석이다.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며 ‘짠테크’ 트렌드가 부상하는 것도 중고시장을 키우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 백화점 ‘빅3’ 모두 중고시장에…지난해 시장 규모 24조원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중고매장을 들여오고, IT 플랫폼들도 중고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9일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한정판 거래 플랫폼 ‘KREAM(크림)’의 오프라인 공간을 유통사 최초로 선보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에 4조원 규모였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지난해 24조원까지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구매하기 어려운 명품이나 한정판 상품 등을 개인 간 거래하는 C2C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스니커즈 위주로 거래됐던 C2C 시장이 이제는 명품 가방부터 의류, 액세서리, 전자 제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대되고 있다. ‘크림’은 국내 시장 내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MZ세대일 정도로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한 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핸드’ 제품을 판매하는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 오픈했다. 세컨드 부티크는 유플렉스 4층에 806㎡(244평) 규모로 구성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중고품 수요가 높아져서 새로운 전문관을 선보이게 됐다”며 “세컨드 부티크 오픈 후 같은 층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두 배 정도 증가했고, 방문객은 하루에 1000명 이상으로 이 중 90% 이상이 20·30대”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93.9%를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프라이스홀릭’을 입점시켰고 롯데아울렛 광명점에 ‘리씽크’를 통해 일찍부터 중고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에 국내 최대 중고 리퍼브 전문숍인 ‘올랜드’ 매장을 열기도 했으며, 조만간 롯데온을 통한 중고 명품 거래와 중고나라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도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 1월 그룹 내 벤처 캐피털사를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기업인 SSG닷컴은 ‘번개장터’를 입점시켜 리셀 상품이나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1월 신세계 ‘센터필드 역삼’에 명품 편집숍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했고, 지난해 2월엔 ‘더현대 서울’과 코엑스몰에 한정판 스니커즈 매장 ‘브그즈트 랩’을 선보였다. ━ 네이버는 올해 3조원 넘게 투자…솔드아웃은 400억원 확보 IT 플랫폼도 최근 중고거래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 외에도 4분기에 리셀 플랫폼 ‘크림’에도 500억원 추가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에만 중고거래 플랫폼에 3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무신사가 선보인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두나무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솔드아웃에 100억원을 투자한 두나무는 올해 무신사와 함께 400억원을 투자했다. 중고명품 거래 서비스를 명품 리셀을 취급하는 ‘트렌비’도 최근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업계가 중고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인다. 핵심 소비층으로 거듭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신뢰도 보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과) 교수는 “중고품은 누군가 한 번 사용했던 제품인 만큼 신뢰가 더 중요한 품목”이라며 “백화점이든 IT 플랫폼이든 이 신뢰도를 보장하지 못하면 채널 자체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중고시장 전망에 대해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4조원을 기록하며 하나의 성숙한 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백화점 ‘빅3’라 불리는 신세계·현대·롯데가 모두 중고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업계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중고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2.01 09:24

3분 소요
“백화점에서 ‘입던 옷’도 판다”…‘중고품’으로 MZ 모으는 백화점

산업 일반

고가 명품 판매에 힘을 주던 백화점들이 이제 24조원까지 성장한 중고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백화점업계의 전략 중 하나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6배 성장했다. ━ 백화점에 중고품만 판매하는 층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빅3라 불리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이 백화점 내에서 중고 제품을 판매하거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 투자를 하는 등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한 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꾸며 운영을 시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핸드’ 제품을 판매하는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 오픈했다. 세컨드 부티크는 유플렉스 4층에 806㎡(244평) 규모로 구성됐다. 대표 브랜드로는 세컨핸드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중고품 수요가 높아져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전문관을 선보이게 됐다”며 “지난 주말 기준으로 같은 층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증가했고, 방문객은 하루에 1000명 이상이며 이 중 90% 이상이 20·30대”라고 밝혔다. 이어 “백화점이 기존엔 고급상품이나 신상품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지만 이젠 트렌드에 맞춰 중고품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단순히 누가 사용했던 물건을 넘어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를 갖게되는 빈티지 상품들까지 분야를 확대해 시계 및 생활소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93.9%를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프라이스홀릭’을 입점시켰고 롯데아울렛 광명점에 ‘리씽크’를 통해 일찍이 중고거래 시장에 발을 들였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에 국내 최대 중고 리퍼브 전문숍인 ‘올랜드’ 매장을 열기도 했다. 롯데는 조만간 롯데온을 통한 중고 명품 거래와 중고나라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를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 1월 그룹 내 벤처 캐피털사를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기업인 SSG닷컴은 ‘번개장터’를 입점시켜 리셀 상품이나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 ‘센터필드 역삼’에 번개장터의 명품 판매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했고, 지난해 2월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운동화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 랩’을 개장했다. ━ 고육지책 아니냐는 의견도…신뢰도 보장 필수 전문가들은 백화점업계가 중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인다. 우선 핵심소비층으로 거듭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 시장을 들여와 전략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4조원을 기록하며 하나의 산업이자 성숙한 거래 채널이 됐다”며 “신세계·현대·롯데의 전국 매장 수를 합하면 105개 정도 되는데 중고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하나씩 들어가게 된다면 중고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고거래에 거부감이 없는 MZ세대를 잡기 위한 좋은 전략이란 분석이다. 반면 중고품 판매가 백화점의 본질과 다른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이 중고품을 판매하는 것은 좋게 보면 발상의 전환이지만 고육지책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가야 하는 백화점의 이미지를 깎아 먹을 수 있어서 중고품을 오프라인 매장까지 들여오기보단 온라인상에서 플랫폼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뢰도만 보장된다면 중고품 판매를 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과) 교수는 “중고품은 누군가 한 번 사용했던 제품인 만큼 신뢰가 더 중요한 품목”이라며 “이 신뢰도를 보장하지 못하면 고급 이미지를 추구하는 백화점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9.22 10:30

3분 소요
“고급매장부터 자판기까지 등장”…앱 밖으로 나온 ‘중고거래’

유통

# 쓰던 가방을 중고거래로 팔기 위해 제품 사진을 찍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판매 글을 올린다. 해당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의미하는 ‘하트’가 세 개 이상 붙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면, 판매자는 집 근처 대형마트에 위치한 중고거래 자판기를 찾아 제품을 투명 칸으로 분리된 공간에 넣는다. 일명 ‘중고거래 자판기’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상품을 자판기 안에 넣으면, 상품은 자판기를 통해 진열되고 판매까지 이뤄진다. 마트를 오가는 사람들이 자판기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보면 바로 기기를 통해 카드결제로 물건을 산다. 결제자는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사기 때문에 가령 ‘해진 곳 없나요? 옆면도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등의 여러 질문할 필요가 없다. 판매자의 물건이 팔리면 3일 후 판매 대금을 입금받는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고거래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4조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20조원으로 껑충 뛰었고 2021년에는 24조원 정도로 늘었다. 중고거래에 참여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지닌 약점을 보완한 오프라인 공간이 생긴 것이다. ━ 신제품·중고제품 함께 판매하는 매장 등장 가장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 곳은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의 3호점인 ‘브그즈트 컬렉션 역삼 더 샵스 앳 센터필드점’을 오픈했다. 이곳은 앞서 문을 연 두 개의 브그즈트 매장과 달리, 번개장터가 직접 직매입한 브랜드 신제품과 소비자가 판매하는 중고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공간이다. 매장 콘셉트는 ‘명품’이다. 샤넬, 티파니, 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 제품들만 판매한다. 중고제품 역시 샤넬, 루이뷔통, 롤렉스, 까르띠에 제품만 가능하다. 최고가의 제품만 취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판매자들이 찾는 이유는현재 매장에서 위탁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매장에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명품 검수 전문가가 있는데 이들이 중고제품 판매 요청이 들어오면 제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고, 판매 대행을 접수한다. 판매 제품 정보는 번개장터 앱에도 공유된다. 오프라인 매장과 애플리케이션이 이어지는 ‘중고거래용 옴니채널’ 형태인 셈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이 서비스 때문에 사람들이 매장에 찾아오는 효과가 있다"면서 "중고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게 우리 서비스의 강점이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와 주유소 등에서도 중고거래가 가능한 자판기 같은 기기도 등장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파라바라’는 온라인 앱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기를 지난 2019년에 개발했다. 2019년 지하철 잠실역에 기기를 시범적으로 설치한 후, 소비자 반응이 뜨겁자 2020년부터 유통기업 등과 협업해 기기 설치를 확대했다. 판매자는 중고제품을 기기에 넣고, 소비자는 기기 속 제품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카드결제를 통해 바로 제품을 살 수 있다. 현재 파라바라 기기는 이마트24, AK플라자, 롯데마트, 공항철도, GS칼텍스 주유소 등에 총 25대가 설치됐다.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는 “사고 싶은 물건을 살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고,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야 하는 게 중고거래의 단점이다. 이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대학교 동아리에서 시작한 아이디어였다. 잠실역에 시범적으로 자판기를 운영했는데, 이용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사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 중간 판매처 생기니, 중고거래 환불도 가능해져 오프라인 공간이 생기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에서 거의 불가능했던 ‘중고거래 환불’도 가능해졌다. 오프라인 공간이라는 중간 판매자가 생기면서 구매자가 제품에서 문제를 발견했을 때 중간 판매처를 통해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번개장터가 운영하는 브그즈트 매장은 현재 소비자 보호법 환불 규정에 따라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파라바라는 환불 이유와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사진을 촬영해 본사로 보내면 이를 확인하고 합당한 이유일 경우 환불한다. 소비자 반응은 좋다. 번개장터 브그즈트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일평균 방문자가 약 200명을 넘고, 파라바라 판매 이용자만 지난해 1월 1만명에서 현재는 5만명으로 급증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매장 근처를 왔다가 우연히 매장에 들어오는 소비자도 있고, 온라인 앱을 통해 상품을 사고 제품 픽업을 매장으로 해 공간에 찾아오는 소비자 등 이곳을 찾는 형태는 다양하다”며 “중고거래 플랫폼은 여러 품목 상품이 모두 판매되는 곳으로 전문성을 지니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데, 번개장터는 브그즈트 매장을 통해 스니커즈나 명품이라는 특정 카테고리만도 판매하는 전문성을 지니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앱 밖을 나온 오프라인 중고거래 형태는 더욱 확장할 전망이다. 결국 중고거래 품목이 대부분 생활에 밀접한 옷이나 가방, 신발 등 경험 제이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고자 하는 소비자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여도 인간이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듯이 상품도 직접 경험하고 사길 바라는 본능적인 욕구는 그대로여서 온라인 앱이 편리해도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과 시스템을 꾸준히 찾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중고거래 시장도 앱과 오프라인 연계 방법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라예진기자rayejin@joongang.co.kr

2022.01.16 11:14

4분 소요
‘사기’ 딱지 뗀다…중고거래 시장은 IT 체질 개선 강화 중

산업 일반

20조원 규모까지 성장한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 대기업부터 타 분야 기업, 해외 업체까지 뛰어들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빅3’로 불리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외에도 새로운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도 늘어났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거래방식 또는 서비스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중고거래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빅3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6%에 달한다. 사실상 이 빅3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후발주자로 등장한 업체들이 중고거래의 고질병이었던 ‘사기 문제’를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이색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어 기존 업체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생존전략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 중고거래 ‘사기 리스크’…안전결제·모니터링 기능 도입하는 업계 올해로 18년 차를 맞은 ‘중고나라’는 중고거래 원조로 불리며 빅3 중 가장 많은 누적 회원수(2460만명 이상)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나라에게 이용자 간 ‘사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따라다니던 꼬리표와 같았다. 중고나라는 한때 이용자들에게 ‘중고로운 평화나라’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용자들 간 분쟁이 계속해서 생겨나자 이용자들이 ‘평화로운 중고나라’를 뒤집어 비판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이에 중고나라는 지난해 9월 29일 ‘중고나라 페이’를 내놨다. 중고거래 안전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구매자가 결제를 하면 플랫폼이 대금을 보관하다가 구매자가 물건을 수령하고 거래 완료 버튼을 누르면 대금이 전달되는 식이다. 여기에 중고나라 자체 모니터링 단계를 추가해 구매자가 거래 완료 버튼을 누른 후에도 플랫폼에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이중 검사를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휴대폰 번호로 판매자의 거래 사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고나라 사기 통합조회’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매달 약 178억원의 사기 피해를 예방했다. 이외에도 플랫폼 내에 ‘실시간 사기 제보’ 기능을 마련하는 등 사기 근절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중고나라의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에 지난해 중고나라 사기 피해 접수건은 2020년보다 72% 이상 감소했다. ‘번개장터’는 안전결제 서비스를 업계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번개장터는 지난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1650만명이다. 번개장터 또한 사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자체 플랫폼 내에 안전결제 서비스를 들여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번개페이 연 거래액은 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100% 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번개페이 월간 거래액이 330억원으로 신고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해 누적 회원 수 220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운 ‘당근마켓’도 현재 제주도에서 ‘당근페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향후 전국 지역으로의 서비스 확대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 포장택배부터 가전제품 설치까지…진화하는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는 지난 2020년 12월 업계 최초로 ‘포장택배’ 서비스도 론칭해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포장택배 서비스는 물품 픽업부터 포장 배송까지 번개장터가 전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이용자가 대면 거래를 하거나 직접 포장 또는 택배 발송을 할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물품을 전달하고 배송 기사가 지정 시간에 방문하는 방식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포장택배 서비스는 택배 또는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지던 기존 중고거래의 번거로움을 보완하며 판매 과정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고자 도입한 것”이라며 “실제로 이용자 중 포장택배 서비스를 2회 이상 이용한 비율은 80%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명품 테마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컬렉션’을 통한 ‘중고 명품 판매 대행 서비스’도 베타 서비스로 진행중이다. 명품 검수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들과 번개장터의 전문 운영팀이 상품 등록부터 판매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단 설명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샤넬·루이비통·롤렉스·까르띠에 제품은 위탁 수수료 없이 이용 가능하고 무료 이송 서비스는 강남·서초·송파를 시작으로 전국 확장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5일 서비스를 시작한 롯데하이마트의 중고거래 서비스 ‘하트마켓’은 오프라인 매장을 중고거래 장터로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매장 내 전용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는 ‘하트 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대면 거래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거래 제품을 매장에서 맡아주는 ‘하트 박스’ 서비스도 내놨다. 하트마켓은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롯데하이마트가 만든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치열한 중고시장 경쟁 속 ‘대형가전 거래 및 설치 지원’이라는 차별점과 오프라인 매장을 장터로 이용한다는 점을 앞세워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10월 5일부터 2022년 1월 12일까지 하트마켓 누적 방문자 수는 50만여명이다. 하트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안전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올해 더 뜨거워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은 각 플랫폼의 특성과 강점이 모두 드러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고거래를 넘어서 모든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으로의 새로운 확대를 위해 무형의 상품까지 판매하는 등 업계의 거래 품목 다양화 노력이 이어질 것이고, 무엇보다 이용자의 안전한 거래를 위한 거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1.15 12:13

4분 소요
신세계家 사위 문성욱 ‘번개장터’ 찍었다...중고거래 투자 나서

유통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남편인 문성욱 대표가 이끄는 신세계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지난 11일 새로운 투자처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직 투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는 전통 유통기업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중고거래’ 시장에 자본을 투자해서 나서는 첫 시도다. 번개장터는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스니커즈와 명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BGZT)’를 총 세 곳 운영하고 있다. 브그즈트 매장은 현재 더현대서울과 코엑스몰, 역삼 더 샵스 앳 센터필드 등에 위치하고 있지만 신세계 계열 공간에는 운영되고 있지 않다. 향수 브그즈트 매장은 신세계 계열사에도 오픈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번 투자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중고거래 시장을 신세계가 선점하고자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지난 2008년에 4조원이었지만 2020년에 20조원으로 껑충 뛰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번개장터는 2019년 거래액이 1조원에서 2020년엔 1조3000억원, 2021년에는 1조7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한편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투자한 대표 투자처로는 여성 패션 쇼핑 플랫폼 ‘에이블리’가 있다. 이외에도 주요 투자처는 14곳에 달한다. ‘에이블리’를 시작으로, ‘엔터타이어월드’ ‘그랩’에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홈즈컴퍼니’ ‘휴이노’ ‘파지티브호텔’ ‘비팩토리’ ‘스팬딧’ ‘락토메이슨’ ‘쿠캣’ ‘피치스’ ‘스페클립스’ ‘스파크펫’ ‘만나CEA’ 등에 투자했다. 여기에 한국모태펀드와 신세계 등이 출자한 ‘스마트신세계포커스투자조합’과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참여한 ‘신세계웰니스투자조합’ 자금을 통해 각각 ‘리테일테크, 푸드테크, 바이오·헬스케어’와 ‘스마트 농업’ 관련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적으로 나서고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2.01.12 10:34

2분 소요
새것만큼 잘 나가는 중고…당근·번개·중나 '중고 빅3 전성시대'

산업 일반

그야말로 ‘중고거래 전성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올 한해 중고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고차를 제외한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코로나19 영향과 더불어 중고거래 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 요인이다. 과거 사용했던 물건을 서로 교환하거나 사고팔던 중고시장이 최근엔 ‘한정판’ 스니커즈부터 ‘오픈런’을 해도 살 수 없는 명품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어 중고거래를 뛰어넘는 하나의 거대한 ‘채널’로 인식되고 있다. ━ 올해 트렌드는 ‘소유’보다 ‘경험’, ‘가성비’보다 ‘나심비’ 무엇보다 올해에는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유통업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자주 등장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소비 큰손으로 거듭나면서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의 경향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중고시장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해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고 다시 되파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는 올해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 ‘나심비’와도 연결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상관없이 소비자가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만족에 초점을 맞춘 소비 행태를 뜻한다. 나심비 트렌드가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한정판 제품 ‘리셀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특히 한정판 운동화와 명품을 중심으로 시장규모가 확장됐다. 중고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플랫폼’ 때문이다. 국내에선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가 중고거래 플랫폼 ‘빅3’로 불리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빅3가 차지하는 중고시장 점유율은 96%에 육박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모바일로 쉽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도 시장규모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 중고거래 뛰어넘는 플랫폼…동네생활부터 오프라인 매장까지 이중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곳은 단연 ‘당근마켓’이다. 지난 8월 당근마켓 월평균 방문자 수는 1000만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12월 기준 월평균 방문자 수가 1600만명을 뛰어넘었다. 누적 회원 수는 2200만명 이상이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는 당근마켓은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해 지역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앱을 통해 자신의 동네를 인증해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최대 3~4㎞ 이내 동네 기반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설정돼있다. 동네 이웃끼리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기존 중고거래의 한계점이었던 ‘사기 위험’을 줄이고자 했다. 당근마켓은 올해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기반 ‘동네생활’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앱 내에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을 연결하는 ‘내 근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동네 주민들끼리 다양한 모임을 만들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탭도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당근마켓은 올해 8월 국내외에서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가 3조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지난해 3월 국내 사모펀드로부터 5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1월에는 신규 투자자금 유치 과정에서 4000억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번개장터는 12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1650만명이다.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을 기록했고, 올들어 11월까지 거래액이 1조5000억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는 약 1500만 건이다. 번개장터는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운동화 리셀 전문 매장인 ‘브그즈트랩’을 개장했고, 지난 10월엔 코엑스에 2호점을, 11월에는 명품에 초점을 맞춘 3호점 ‘브그즈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소비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쇼룸에서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꾸미고 플랫폼 홍보 효과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중고거래의 시초로 불리는 ‘중고나라’는 2003년 12월 개설돼 올해로 18년 차를 맞았다. 네이버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해 활동할 수 있어 많은 회원을 끌어모아 중고거래 원조이자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오랜 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온 만큼 누적 회원 수도 2460만명으로 빅3 중 가장 많다. 중고나라는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앱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대두돼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보다는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형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리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등 정체성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동안 중고나라는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하며 앱을 개발하는 데만 그쳐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합리적 거래에서 취향 거래로…내년 키워드는 ‘안전 거래’ 소유에서 경험으로, 합리적 거래에서 취향 거래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소비시장 속에서 국내 중고시장도 차별화를 꾀하고 소비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올 한해 소비자를 중심으로 가장 두드러졌던 점은 바로 ‘취향의 다변화’였다”며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추구하는 방법이자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개인 간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중고거래가 일상에 자리 잡은 만큼 N차 신상, 리셀 등 다양한 현태로 중고거래를 계속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고거래는 더욱 쉽고, 빠르게, 안전한 거래 환경이 뒷받침 될 때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도 “국내 중고거래 이용자의 최대 관심사는 ‘안전한 거래방법’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중고나라도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월 ‘중고나라 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각 플랫폼마다 개인 간 안전한 거래 관련 기술 경쟁이 발생하며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며 “저렴한 가격의 제품 위주로 거래가 시작됐던 과거와는 달리 거래 가격 및 품목의 다양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2021.12.20 07:00

4분 소요
희소성이 돈이 된다…MZ세대 재테크 수단 된 리셀테크

산업 일반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고등학생 박지영(가명·19)씨는 어렸을 때부터 신발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발을 사 모으다 보니 자연스레 ‘신상’ 정보에 민감해졌다. 소장할 운동화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일도 잦아졌다. 밤새 기다리고 한 켤레만 사긴 아쉬워 몇 켤레 더 산 게 ‘리셀테크(물건을 되팔아 수익을 얻는 방법)’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2년 전부터 새 신발을 사서 되팔고 있는 박씨는 “지금까지 중고거래로 얻은 수익이 150만원 정도”라며 “알바를 하는 것보다 용돈벌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고판매업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리셀(되팔기)’에 뛰어드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늘었다. 정보에 민감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초기 비용 대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에선 이미 리셀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 글로벌 리셀 시장 40조원대 성장 전망 미국 중고의류 유통업체인 ‘스레드업(thredUp)’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시장은 지난 2019년 기준 280억 달러(약 31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4년엔 640억 달러(약 72조2000억원)로 5년 만에 2배 이상 커진다는 전망이다. 이중 주로 새 제품에 이윤을 붙여 되파는 리셀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70억 달러(약 7조9000억원)에서 360억 달러(약 40조6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MZ세대는 리셀 시장을 견인하는 주축이다. 브랜드 자체에 관심이 많고,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을 빨리 알아보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애플리케이션(앱)의 발달로 개인 간 거래(P2P)가 수월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리셀 시장에 쉽게 뛰어들게 됐다”며 “MZ세대는 시장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 리셀 시장에서 희소성 있는 물품들을 계속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활발히 리셀 거래가 이뤄지는 상품은 신발이다. 일명 ‘슈테크(신발+재테크)’로 불리는데, 신발은 대개 10만~20만원대로, 구매 시 부담이 적지만 찾는 사람이 많고, 수익률이 높아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주식으로 따지면 적은 시드 머니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지난해 빅뱅의 GD와 협업해 출시했던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가 대표적이다. 21만9000원에 발매된 제품은 리셀 시장에서 한때 최고 13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신발만이 아니다. 고가의 명품부터 LP판, 아이돌 굿즈 등 무엇이든 리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동현(가명·30)씨는 ‘한정판 LP’를 재테크 수단으로 모은다. 2015년 친구를 따라 서울레코드페어를 찾았던 그는 가수 브라운아이즈소울 1집 LP를 구입했다. LP 자체엔 관심이 없었지만, 200장 한정 발매된 제품이라는 말에 혹했다. 당시 판매가는 5만원 정도였지만, 최근 시세는 미개봉 제품 기준 12만원을 호가한다. 김씨는 “당시 돈이 부족해서 가수 아이유의 한정판 LP는 사지 않았는데 이 앨범이 더욱 희소해지면서 현재 200만원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며 “애초에 음악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판매를 위해서 모두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로 불리는 명품 리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명품의 경우 해마다 가격이 오르면서 리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장인 민수연(가명·29)씨는 2년 전 결혼하면서 예물로 샤넬 가방을 구입했다. 민씨가 산 가방 모델은 당시 500만원 후반 대였지만 현재는 600만원을 넘어선다. 민씨는 “디자인이나 브랜드 네임만큼이나 몇 년 들다 되팔더라도 원가격 이상을 받을 수 있단 점도 샤넬백을 선택한 이유”라며 “구입 당시에도 과거에 비해 많이 오른 가격이었지만 이후로도 샤넬에서 가격 인상을 계속 하는 걸 보고 그때 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오픈런(백화점 개점과 동시에 들어가서 구매하는 것)’으로 샤넬 신상을 구입했다. 민씨는 “이 제품도 무조건 더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밤샘 대기→온라인 추첨, 변화하는 소비 방식 과거 한정판이나 신제품 출시가 있는 날이면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밤새 기다리는 진풍경이 이뤄지곤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리셀 시장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주로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를 진행하고, 당첨결과를 기다리는 래플(추첨식 판매) 방식이 보편적이다. 관심만 있다면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누구든 구매 과정에 참여 가능하다. 물론 무작위 추첨 방식에서 당첨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인 김태환(가명·27)씨는 국내외 나이키 온라인 드로우(무작위 추첨)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구매로 이어진 건 단 두 번뿐이다. 김씨가 드로우에 당첨돼 구매한 신발 중 하나는 ‘나이키X사카이 베이퍼와플 블랙 화이트’였다. 그는 해당 제품을 관세 포함 26만원에 구매했다. 현재 리셀 시장에서 제품의 가격은 원가의 두 배가 넘는 1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씨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있어 아직 재판매를 하진 않았다”며 “당첨을 위해 가족이나 지인을 총동원하는데, 전문 판매업자들의 경우 200여 개 아이디를 돌려서 응모한다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암암리에 거래하던 리셀 시장에 유통업계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영등포점에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 오브 스탁’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들여놨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서울 압구정동 본점에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샵 ‘스태디엄 굿즈’를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오픈한 ‘더현대 서울’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랩’을 선보였다. 이곳은 얼핏 보면 일반 신발 매장과 다르지 않다. 리셀 제품이지만 투명한 랩으로 제품을 꼼꼼히 포장해 새 상품과 차이가 없다. 가격표 대신 QR코드를 찍으면 중고 시세를 반영한 가격이 뜬다. 제품 가격은 매주 일요일 저녁에 일주일 단위로 갱신된다. 매장에는 2005년 출시된 ‘나이키 피죤덩크 NYC(중고거래가 약 7000만원)’, 전세계 8000켤레 한정 판매됐던 ‘나이키 톰 삭스 마스야드 2.0(중고거래가 약 800만원)', 나이키와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슈프림이 협업해 선보였던 '나이키 덩크로우 슈프림 시멘트 시리즈(약 300만~900만원)’ 등 고가 제품도 줄을 잇는다. 백화점이 나서서 리셀 매장을 들여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소비층인 MZ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고객의 90% 이상이 20~30대일 정도로 MZ세대의 리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이들은 본인이 관심 있고, 가치를 둔 상품에 대해선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리셀숍에서 팔린 신발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은 ‘나이키 에어디올 하이’로. 1100만원 상당”이라고 덧붙였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1.05.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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