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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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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도 없다…여전한 ‘외딴 섬’ 임대주택 차별

부동산 일반

올해 초 서울시가 임대주택 혁신방안을 추진하는 등 환경 개선에 나섰음에도 임대주택 차별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을 향한 혐오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의식 변화를 이끌어낼 가시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주거복지포럼이 국내 주거복지 정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달 13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노후화된 임대주택 재건축,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 토론회에서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향후 공공임대주택이 더 발전하고 사회 취약계층의 보호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 등의 문제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을 향한 일방적 거리두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고질적인 문제다.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양지대림2차’, 강남구 ‘디에이치아널힐즈’ 등은 임대동만 다른 색의 벽면을 구성해, 강한 분리감을 조성한다며 비판받았다. 또 단지 내 분양세대를 공급하고 남은 세대에 임대주택을 배치하거나 별동에 따로 두는 등의 양상도 부지기수다. ‘눈에 보이는 차별’ 이외에도 공공연한 차별 의식이 뿌리박혀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인천 지역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해 논란이 된 ‘휴거’ ‘엘사’는 인천 검단신도시의 공공분양 아파트 입주자를 낮춰 부르는 말로,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 ‘LH에 사는 사람’의 줄임말이다. 지난 6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임대주택에 못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질환자가 많이 나온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이러한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양적 공급에 치우쳤던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주거복지 우선주의'로 전환하는 내용의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차별·소외를 차단하는 ‘완전한 소셜믹스’ ▶쾌적한 주거공간을 위한 ‘품질 개선’ ▶노후단지 단계적 재정비가 주요 골자다. 당시 서울시는 동·호수 차별이 없도록 공공·분양주택 세대가 동시에 참여하는 공개추첨제를 시행하고, 혼합주택 실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공공주택과 관계자는 “공개추첨제는 ‘소셜믹스(사회적 혼합)’를 위해 기획된 사업의 일환”이라며 “임대주택 품질 강화를 위해 정비사업 단계에서부터 점검해 차별 요소를 살피겠다는 방침에서 출발했으며 최근 공공임대주택 입주민과 분양주택 입주민 간 불협화음 완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임대주택 사용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건의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주거안심지원팀 관계자는 “혼합주택단지 공동대표 회의를 구성해서 국토교통부에 법령 개정 건의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공공 혼합 주택 단지는 임대 전용 주택과 달리 소유주와 임차인 양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조정이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택 내 차별 문제 및 갈등은 여전하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될 전망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9월 공급한 서울리츠 행복주택 아파트 임대동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주택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자본금을 출자해 부동산 투자 회사인 ‘리츠’(REITs)를 설립한 뒤, 민간의 투자를 받아서 임대주택을 짓고 입주자를 모집하는 민관협력형 임대주택 사업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며, 청년·신혼부부·대학생·고령자 등 주거 취약계층이 공급 대상이다.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 결과 소셜믹스단지가 다수인 국민임대 및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의 경우 주택 내·외부상태, 주거환경 만족도 등이 타 유형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특히 단지내 공동시설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중이 각각 35.6%, 45.9%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다. 전문가는 주거 취약층의 주거공간이 축소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대중의 의식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주택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을 향한 국민의 의식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충분한 교육, 홍보가 이뤄져야 함에도 이와 관련한 국가적 방안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은 아파트 관리의 투명화를 비롯한 주민 의견 반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는 것이 옳다”며 “평형 주거공간 확대의 경우 일정 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거 취약계층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예산 자체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2022.12.30 11:10

3분 소요
청년·신혼부부 등 시세 60~80% 저렴한 '서울리츠 행복주택' 공급

부동산 일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청년과 신혼부부·고령자 등을 위한 '서울리츠 행복주택' 320세대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26일 밝혔다. 서울리츠 행복주택은 대학생·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공급하는 주택이다. 가장 많은 세대 배정은 청년에게 가장 많은 172세대가 배정됐고, 신혼부부 81세대, 고령자 66세대, 대학생 1세대가 공급된다. 이번에 공급되는 주택은 ▶은평구 101세대 ▶종로구 45세대 ▶서대문구 33세대 ▶성북구 31세대 ▶용산구 27세대 등 모두 17개 지역, 320세대다. 임대 보증금과 임대료 모두 인근 시중가격의 60~80%로 산정됐다. 같은 면적이라도 공급 대상자에 따라 금액이 차등 적용된다. 면적별 평균 보증금·임대료는 ▶전용 29㎡ 이하의 경우 보증금 6700만원에 임대료 23만원, ▶전용 39㎡ 이하의 경우 보증금 1억2600만원에 임대료 44만원 ▶전용 49㎡ 이하의 경우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임대료 53만원이다. 모집 공고는 27일 오후 4시 SH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신청 자격 및 단지 배치도, 평면도를 포함한 세부 사항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약 신청은 다음 달 7일부터 9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모바일 청약으로 접수할 수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5.26 16:54

1분 소요
[스페셜리포트 행복주택②] 도심 땅 확보, 지자체·주민 합심 ‘절실’

부동산 일반

행복을 꿈꾸며 서울로 온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탈출 수단으로 ‘행복주택’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매우 적어 행복주택 입주는 복권 당첨 확률에 버금갈 정도로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바늘구멍을 통과했어도 비좁은 공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 청년의 주택 갈증을 풀어주겠다며 시작한 청년 주택 사업의 현 위치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가 진단했다.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탈출하려는 청년들의 희망을 행복주택이 모두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손사래부터 친다. 개발비용은 차치하고라도 개발지역의 주민 설득 등 실제 착공하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아서다. 2020년 제2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청약경쟁률을 보면 최대 100대 1을 웃도는 곳도 있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내글로리움 주거전용 36㎡(약 10.9평)의 경우 청년 일반공급 부문 경쟁률은 178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정파크샤인 전용 36㎡의 청년 우선공급 경쟁률은 163대 1을 나타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26-10 행복주택(다세대) 청약경쟁률은 160.5대 1에 달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행복주택 공급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주된 이유는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이동시간과 이동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직장과 대학이 밀집한 서울 도심으로 접근하기 수월한 입지는 역세권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땅값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이는 주요 대학 인근 아파트 공시지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한양대 인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삼부 아파트의 개별 공시지가는 3.3㎡(1평)당 2017년 약 1300만원대에서 4년이 지난 지금 약 1900만원대로 올랐다. 1평당 실거래가는 최근 5400만원대에 이른다. 이화여대 부근에 위치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두산아파트도 개별 공시지가가 3.3㎡당 약 1800만원대로 5년 전보다 1.5배 정도 올랐다. 1평당 실거래가는 약 4590만원대에 이른다. ━ 철도부지에 짓는 행복주택 건축비가 민간 아파트의 4배 행복주택 공급 부족은 건축 비용도 원인이다. 행복주택은 공급비용을 절감하고 도심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가급적 국유지인 철도 부지를 활용하려 한다. 이를 위해 철로 위에 인공데크를 설치해 건설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건축비가 늘어나게 되고, 완공 후에도 유지비와 관리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별도 구조물이 더 필요하고, 계속해서 유지·관리가 필요한데 철도 부지는 여러 안전 상 문제로 인해 하루에 새벽 3시간 정도밖에 점검할 수밖에 없어 일반 아파트에 비해 비용이 이래저래 더 든다”고 말했다. 2013년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당시, 국토위 소속 박수현 전 국회의원은 서울 오류·가좌지구 행복주택 건축비가 3.3㎡당 1670만~1700만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은 당시 “수도권 민간 아파트 건축비가 토지비를 제외하고 3.3㎡ 당 약 400만원 수준”이라며 “행복주택 건축비가 민간 아파트의 4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협의가 매끄럽지 않은 점도 행복주택 공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가 행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을 문의한 결과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수요를 반영해 사업 승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국가 정책 사업이다 보니 요구하는 대로 다 지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그의 말에서 우선조건이자 핵심조건인 부지 확보부터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가가 정책으로 밀어붙여도 지자체는 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서다. 베드타운 역할에 그치는 주택 건설보다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기업·상업 관련 시설이 들어서길 바라는 지자체의 속내도 한 몫 한다.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 관계자들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관련 부서와 주민 의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이유다. ━ “대학부지 활용하면 상권 활성화와 직주근접 입지에 도움”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매입·기부채납형으로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힘을 얻고 있다. 관에서 용적률을 완화해 더 많은 주택을 짓도록 유도하고, 민간에서 건물의 일정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임대주택 기부채납 방식을 언급했었다. 지난 2일에는 서울시가 수도권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역세권 주거지역 용적률을 400%에서 최대 700%까지 완화해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사업자나 주민들이 임대주택으로 인해 집값이 하락하거나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사업성이 약화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민간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해야 원활한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간 토지주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와 정부·대학이 협력해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대학 부지에 기숙사와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대학가 상권도 살리고 사회 초년생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권혁삼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은 “민간협력 사업에 공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도하고,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학협력형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직주근접 입지를 갖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2021.06.11 16:29

4분 소요
[스페셜리포트 행복주택①] 공급 극소량, 입주는 ‘하늘의 별 따기’

부동산 일반

행복을 꿈꾸며 서울로 온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탈출 수단으로 ‘행복주택’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매우 적어 행복주택 입주는 복권 당첨 확률에 버금갈 정도로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바늘구멍을 통과했어도 비좁은 공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 청년의 주택 갈증을 풀어주겠다며 시작한 청년 주택 사업의 현 위치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가 진단했다. 행복주택 입주가 수도권에 입성하려는 청년들에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행복주택의 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교통여건이 편리한 덕에 2030세대의 ‘지옥고’ 탈출 수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이제 갓 주택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한데다 물량도 극소량인데 비해,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층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행복주택은 이른바 ‘로또’ 주택이 됐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2월~2017년 3월) 추진한 주택 보급 사업의 하나로, 청년층의 주거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행복주택 사업을 이어받아 청년 주거복지 정책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문 정부는 인구 절벽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청년층 중에서도 신혼부부 계층에 중점을 둔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엔 공급이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1차 서울 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청약경쟁률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고령자를 대상으로 서울 내 457가구 입주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1만3714명이 몰렸다. 청년 대상 일반공급 기준, 서울 신촌에 위치한 e편한세상신촌(북아현1-3 구역)은 10가구 모집에 828명이 몰려 8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시 10가구를 모집한 서울 홍제동 홍제역 인근 해링턴플레이스(홍제3 구역)도 35.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 소득요건 완화해 신청기회 넓혔지만 당첨 문턱 여전히 높아 취약계층 청년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우선공급 청약경쟁률은 더욱 치열하다.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우선공급 10가구 모집에 청약경쟁률은 108.8대 1을 보였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입주 수요가 많은 것을 반영해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등 신청 기회를 넓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신청 기회(소득기준) 확대와 상관 없이 대부분 저소득층 청년들이 입주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4579가구(입주 완료 기준)를 공급했다. 이 중 약 97%가 입주했다”고 덧붙였다. 수요 대비 물량 부족이다. 신청 가능한 소득기준을 완화해 신청자가 몰렸지만, 공급 물량이 소량이라 선발인원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행복주택 입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SH가 지난해 12월 공고해 올해 1월 발표한 ‘2020년 3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입주자모집’ 청약경쟁률은 96가구 공급에 8335명이 몰려 86.8대 1을 기록했다. 2019~2020년 모집 경쟁 중 가장 높다. 2020년 1차 모집과 2차 모집 당시 청약경쟁률이 각각 6.4대 1, 15.7대 1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일단 지난해 말 완화한 소득기준이 경쟁률 상승을 이끌었다. 정부는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커지자 2019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80% 상한을 10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신청자격이 1인 가구 소득 기준, 당초 212만원에서 265만원으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행복주택 문턱을 높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구직을 위해 상경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행복주택을 찾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밝힌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선 지난해 3·4월 수도권으로 순유입한 인구가 전년 대비 2.1배 증가(2만7500명)했는데, 순유입 인구의 75%(2만700명)가 20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 수도권에 입성한 청년 수 급증, 외환위기 때와 비슷 한국고용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방의 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구직활동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해온 청년이 늘고 있다”며 “대량 실업이 발생해 구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추세를 보였던 1997~1998년 외환 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1호 행복주택으로 꼽히는 서울 가좌 행복주택 상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상민(가명) 씨는 “입주민 중에는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좌 행복주택 옆 가좌역(경의중앙선)을 이용하면 서울 도심으로 접근하기 수월해 직주근접 주거지를 찾아온 젊은 직장인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 여러 번 신청했는데도 탈락해 월세방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행복주택 공급 물량이 수요 대비 워낙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에 오거나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은 여전히 주거불안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재고율이 한참 부족하다”며 “도심 내 택지 확보 등이 어려워 장기적으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난 2월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재고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4만8000가구, 2019년 14만 가구, 2020년 15만 가구로 3년간 총 43만8000가구를 공급했다. 2022년 3월까지 공공임대주택 서울에 46곳 4540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73%(38곳 3329가구)는 행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 240만 가구를 확보하고, 재고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를 웃도는 10%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2021.06.11 15:29

4분 소요
[상생·문화·관용 도시 건설 ‘박원순의 몽(夢)’] 그는 떠났어도 ‘사회적경제’ 시정 비전은 유효

건설

스마트시티 구축은 거스를 수 없는 길… 세계적으로 도시 경쟁력 전쟁, 시민행복이 인재·자본 끌어와 “사람이 행복한 서울은 시정 좌표가 될 것이며, 시민들 삶 곳곳의 아픔과 상처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하겠다.”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54.4%의 득표율로 승리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당선소감으로 시민의 행복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당시 불공정·불합리를 타파하자는 사회 여론은 박 후보를 무난하게 서울시장으로 만들었고, 박 시장도 이에 화답한 것이다. 시민들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등 시민사회 활동에 일생을 바친 박 시장에게 비정치의 문법을 기대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사회적 경제’를 시정 가치로 내세웠다.박 전 시장은 거침이 없었다. 시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이루겠다며 생활 안전과 복지 정책에 힘을 쏟았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주력하던 전임 시장들과 달리 반값등록금·무상급식 등 정책을 펼쳤다. 박 전 시장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3180일간 정책 전반의 변화를 주문했고, 서울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관성에 젖은 늘공(늘 공무원)들과도 항상 부딪혔다.그 결과 3연임에 성공하며 역대 최장기 서울시장이 됐다. 유력 대권 후보로도 성장했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9일 돌연 고인이 됐다. 박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들에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떠나도 철학과 가치는 남는다. 이에 박 전 시장이 펼쳤던 사회·경제 정책을 돌이켜보고, 그가 남긴 숙제와 의미를 짚어봤다. ━ 취임 뒤 문화교류·교통접근성 향상 추진 서울은 거대한 도시다. 세계에서 18번째로 많은 1001만명(2020년 기준)이 살고 있다. 82만여개의 기업이 경제활동을 벌이며, 연 422조원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만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달한다. 매일 11만6000 배럴의 석유를 쓰고, 2818톤의 쓰레기를 방출하며, 연 28억 명이 지하철로 이동한다.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38명의 억만장자가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이런 거대한 도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과 인프라가 잘 닦여서다. 국제연합(UN)과 럿거스대학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도시며, IESE비즈니스스쿨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중교통망을 가진 도시다.이런 서울에도 개선해야 할 점은 있다. 일본 모리기념재단은 세계 주요 도시들을 대상으로 경제·연구개발(R&D)·문화교류·거주·환경·교통접근성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종합한 ‘세계 주요 도시의 국제경쟁력평가(GPCI)’를 매년 내놓는다. 서울은 2008년 13위에서 2011년 7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꾸준히 6~7위를 지키고 있다.세부 항목별로는 박 전 시장 취임 전인 2008년에 경제 11위, R&D 4위, 문화교류 19위, 거주 28위, 환경 37위, 교통 접근성 17위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경제 22위, R&D 5위, 문화교류 9위, 거주 34위, 환경 34위, 교통 접근성 11위 등을 나타냈다. 박 전 시장 재임 동안 문화교류와 교통 접근성 순위는 크게 올랐지만, 경제·거주 순위는 하락했다. 이런 항목별 순위 변화는 박 전 시장의 시정 철학과 최근의 도시가치 변화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박 전 시장의 지난 9년을 돌이켜보면 시민 중심의 시정 활동이라는 뼈대 위에 생활·거주 안정, 협동조합 강화, 녹지·대기 등 환경 개선, 안전한 도시 생활, 창조형 혁신도시 구축, 일자리 확보 등을 실천 전략으로 추진했다. 박 전 시장은 취임과 함께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경제를 서울의 발전 모델로 제시했다.그는 취임 첫해인 2011년 외신기자간담회에서 “토건 사업에 투입됐던 재원을 복지·환경·교육 등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겠다”며 “지출구조 개혁을 위해 추진 중인 모든 사업을 검토해 재정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시정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실제 박 전 시장은 서울시의 중앙집권적 시정을 지역공동체 기반으로 옮기고, 토건 사업에 집중된 예산을 시민들이 직접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업에 썼다. 도시재생·마을재생·청년수당·은퇴자 재취업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박 전 시장은 시민사회 활동을 할 때부터 “다수 공동체의 민의를 모으면 새로운 문화·경제적 가치가 형성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재임 시절 사회적 경제 비전을 공유하는 국제엑스포 개최를 추진하는 등 거버넌스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그러면서 재정 지출에 허리띠를 졸라맸다. 예산이나 제도는 한 번 정해지면 줄이거나 없애기 어려운데, 이런 사업들을 전면 조사해 불필요한 사업을 없앤 것이다. ━ 협동조합·대주택 정책 추진은 난항 박 전 시장이 취임 초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사업은 협동조합 육성이다. 협동조합이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끼리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을 협동하는 조직단체다. 육아·친환경 식자재 조달 등 같은 목적을 가진 시민들끼리 여러 니즈를 사기업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정책 당국으로서는 복지 등 행정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시민들은 대기업의 사업 독점과 일방적 서비스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스페인의 명문 축구단 FC바르셀로나·선키스트·서울우유·농협 등이 국내외 대표적 협동조합이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경우 협동조합 400여 개가 활동 중이며, 지역 경제 활동의 45% 이상을 협동조합이 차지하고 있다.박 전 시장은 2013년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밝히며 “서울에서만 2022년까지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속할 수 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2014년에는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확대 계획도 내놨다. 땅콩주택·타운하우스 등 아파트에서 벗어난 다양한 방식의 주거 형태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각자 삶에 적합한 맞춤형 주택단지들을 사업 초기부터 입주자들이 만들어가는 주거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당시 주택 경기 침체로 박 전 시장이 내걸었던 8만 가구의 임대주택 공급이 사실상 어려워 이런 계획을 내놓은 측면도 있다. 건설·매입형 임대공급은 택지와 재원 부족으로 사업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뉴타운 등 대규모 주택 사업을 벌인 결과 서울주택도시(SH)공사의 부채비율이 크게 올라 임대주택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2013년 SH공사의 부채비율은 311%에 달했다. 이에 박 전 시장 취임 후 택지 매각과 장기전세 주택리츠 전환 등을 통해 부채 비율을 2016년 226%, 2019년 191%로 크게 떨어트렸다.그러나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은 조합원들 간에 이견 조율이 어려웠고, 시민들은 재개발·재건축에 익숙한 영향으로 넓게 확산하지 못했다. 부엌, 식당, 세탁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점도 시민들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나중에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크게 낮춘 서울리츠 행복주택이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서울 시내 시민들의 쉼터 마련도 박 전 시장은 주요 정책 중 하나다. 2014년 9월 서울역 고가를 미국의 뉴욕 하이라인파크에 견줄 수 있는 도심 고가 녹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 5월 ‘서울로7017’을 열었다. 또 미군 용산공원 부지 243만㎡를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에도 관여했다. 2018년에는 광화문광장을 지금보다 4배가량 키운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런 사회 기반 강화 정책은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책 효과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또 도시의 이미지와 정책 평가는 국내외 전문가가 인정하고 대중적 인식이 쌓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임기가 4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 성과가 나오는 토건 사업 등에 정책과 예산을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대선을 바라보며 마음 급한 박 전 시장도 임기 중반 이후부터는 가시성 높은 정책을 늘리기도 했다. ━ 도시 재생·개발 ‘전시성 정책’ 비판도 서울의 스마트시티 전략이 대표적이다. 1조4000억원을 들여 서울 전역에 5만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 시민 행동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2022년까지 스마트시티 서울을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 2022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 발전용량을 8배 가량 늘리는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도 발표했다.2018년에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무리한 뒤 강북 발전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던 비강남권 4개 철도노선 사업 추진과 청년임대주택 확대, 구립도서관 확충, 서울시 산하기관 강북 이전 등을 추진했다. 강남에서는 코엑스부터 GBC, 잠실을 잇는 초대형 마이스밸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용산·여의도 개발에 불을 지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고 서울역∼용산역 철로를 지하화하는 한편, 그 위에 마이스 단지·쇼핑센터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유관부처와 여당 지지층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계획 발표 및 추진을 전면 보류했다.박 전 시장의 정책은 여러 논쟁을 낳았지만, 국제적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처럼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시티 개발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미국 시카고와 같은 문화 도시들은 저이용 공공건물을 활용해 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오사카는 대기업-중소·벤처기업 간 이노베이션 인재 육성 도시로 전환을 꿈꾸고 있고, 교토는 지속가능한 관광 도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전국 120여개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이런 변화는 세계적으로 부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산업 환경의 변화가 가속하면서 도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선진 인프라를 갖췄으며, 기업 활동을 뒷받침해주는 제도를 갖춰야 인재와 자본이 몰려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자유로운 예술 활동과 관용적 시민 문화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삶의 질이 곧 도시 경쟁력, 가치창출 노력 지속해야”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책 에서 “2030년까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이며, 고숙련자 중 다수가 어디에 정착하느냐 가장 큰 문제”라며 “도시의 커뮤니티의 만족도와 행복은 세련되고 안전하며, 녹지, 학군, 경영 환경 등이 경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실리콘밸리나 헬싱키처럼 생활이 안정되고 문화가 개방돼 있으며, 치안이 뛰어난 녹지 많은 도시가 세계적으로 경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삼정KPMG도 보고서에서 “미래 도시 대전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비용 외 요소와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도시의 내재 자원을 기술적으로 재창조하고, 시민의 다양성을 포용하며, 자연재해 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도은 전 서울시 대외협력보좌관은 “세계적 도시로 성장한 서울은 브랜드가 필요하며 함께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하향식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벗어나 시민 생활 안정과 국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7.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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