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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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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중심을 넘어 '용인르네상스'를 그린다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반도체가 전부는 아닙니다.”지난 2월 4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제일의 먹거리 산업이기에 초격차를 이루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그것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용인특례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국내외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동·남사읍 일대의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원을 투자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SK하이닉스도 원삼면 클러스터와 기흥캠퍼스에 각각 122조원, 20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 기준 우리나라 수출 총액은 6838억달러(약 984조원), 이 가운데 반도체는 1419억달러(약 200조원)를 기록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가 반도체 산업인데, 용인이 그 중심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상일 시장에게는 반도체를 넘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부문이 융성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22년 7월 제9대 용인특례시 시장으로 취임한 그가 시정 비전으로 ‘용인르네상스’를 강조하고 지금껏 바꾸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4~16세기 서유럽에서 일어났던 문예 부흥‧문화 혁신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르네상스’는 오늘날 혁신과 융합, 변화와 발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문화‧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을 통해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킨다는 개념이다. 그가 추구하는 ‘용인르네상스’도 시민들의 질적 향상과 도시의 변화를 통한 발전으로 이해됐다. 그래도 반도체 빼고 이 시장의 시정 활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용인르네상스 현실화를 위한 용인특례시의 강력한 자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가 시장 취임 전부터 반도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기업 유치를 위해 밑그림을 그린 것도 그래서였다. 이 시장은 “전부터 반도체는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고 우리 용인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TF를 구성하면서 반도체 전문가들로 꾸려서 반도체 공부도 함께하고 그분들의 생각을 많이 들었습니다. ‘반도체 고속도로’ ‘반도체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만들었고요.”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반도체 기업이 용인특례시로 들어와야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 기흥에서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에도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지리적 접근성과 직원들의 선호도를 종합했을 때 용인만의 경쟁력을 강조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설득력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전직 임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과거 기자로 활동했을 때의 노하우가 도움이 됐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분석력 ▲이를 토대로 변화할 수 있는 가설을 세워보는 상상력 ▲여기에 취재력과 설득력을 더해 기업 유치를 성공시킨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반도체 공장을 세울만한 곳인지) 땅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투기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삼성에 직접 결정을 맡겼다”고 했다. 또 “정부에서 국가 산업단지를 지정했으니, 긴밀한 협의는 국토교통부와 상의하도록 하고 용인시에는 상세한 투자지역을 알리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주목할 점은 반도체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민간 기업이 먼저 나섰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제조단지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 기업 ▲판교팹리스와 연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개 산업단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정해 발표하는 일이 많은데 기업이 먼저 투자를 결정하고 정부와 함께 산단 조성을 추진했던 셈이다. 용인이 얼마나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이 우선, 인도 전용 제설기 도입…반대 설득하며 ‘소각장’ 추진도반도체를 넘어 이 시장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시민이라고 했다.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과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통학버스 지원과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필요한 하차 공간(승하차 베이)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신설하는 등 11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복지 정책으로는 홀로 사는 70세 이상 주민들에게 생활 편의를 돕기 위해 전구를 교체하거나 수도-전기 부문에 문제가 생기면 간단한 수리를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정책도 펴고 있다. 그는 “겨울에 눈이 와 쌓였을 때 자동차 도로는 말끔히 치우는데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제설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인도용 제설기를 도입해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함께 묶여 이중 규제를 받던 처인구 일대 3728㎢(약 112.8만평)를 시에서 요청해 한강수계 보호구역(수변구역)에서 해제하도록 했다. 해당 지역은 환경부 규제에 따라 25년 동안 규제를 받아 개발이 묶였는데, 군부대 협의 등을 거쳐 공동주택을 건설하거나 음식점 영업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보다 자유로워지고 지역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추진하는 중요한 정책 가운데 소각장 건립도 있다. 용인에 쓰레기 소각장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게 불가능해지므로 자체 소각시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에서 소각장 입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를 검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큰 일이었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뤄둘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인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2.24 10:00

5분 소요
트럼프

국제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내 서비스 중단과 관련, 오는 20일 취임하면 이른바 '틱톡 금지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내림으로써 틱톡 서비스가 복구되게 하겠다고 밝혔다.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틱톡 금지법에 명시된 틱톡 미국 사업권의 매각 기간을 늘리는 행정명령을 20일(대통령 취임일) 낼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이와 관련, 미국의 관련 사업자들에게 틱톡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길 요청한다면서, 이 요구에 부응한 업자들은 19일자로 시행된 틱톡 금지법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미국 연방 의회는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인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는 등 국가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작년 4월 금지법을 제정했다.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권을 미국 내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이달 19일부로 틱톡 신규 다운로드 등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였다.이 법에 따라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는 지난 18일 밤을 기해 중단됐다.트럼프의 언급은 틱톡 금지법에 매각과 관련한 '중대 진전'이 있을 경우 매각 시한을 9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발동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당선인은 또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와 미국 기업이 참여하는 합작 법인을 만들어 미국 측이 그 법인의 지분 절반을 갖게 하는 구상을 제시했다.그는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틱톡을 구하고, 틱톡이 좋은 사람들의 손안에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틱톡도 없고, 우리의 승인이 있으면 (틱톡은) 수천억 달러(수백조원)의 가치를 갖는다. 어쩌면 몇조 달러(수천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첫 임기 때 틱톡을 금지하려 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작년 11월 대선 과정에서 틱톡을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틱톡을 금지하면 젊은 층이 분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틱톡 퇴출 반대로 돌아섰다.

2025.01.20 09:52

2분 소요
‘SK하이닉스’ 효과 기대, 은화삼지구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분양예정

분양

SK하이닉스의 공격적 투자가 용인 지역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였다. 기존 삼성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 ‘SK’ 효과까지 나타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미래 생산거점으로 낙점된 경기 용인에는 첨단산업 투자에 따른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수요가 쏠리는 모양새다.이는 SK하이닉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처인구 원삼면에는 SK하이닉스가 122조 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415만㎡ 면적에 반도체 생산시설(팹)을 짓고 차세대 메모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도 수백조원의 투자를 예고한 상태지만, 단기적으로는 사업이 더 가시권에 들어온 SK하이닉스 효과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선점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출하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로 1위다.정부 지원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올 5월에도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통해 금융, 세제 혜택 등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교통 개선으로 인한 물류이동 등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세종~포천고속도로(1단계 구간)이 연내 개통되면 경부 12%, 중부 20%의 통행량을 흡수하는 효과를 거둬 용인에서 서울 등 주요 도심으로의 접근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용인이 SK하이닉스 발(發) 호재로 들썩이면서 용인 내 분양 아파트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용인에 들어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도 SK하이닉스 수혜 등이 겹쳐지며 완판에 힘을 보탰다.분양이 임박한 곳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용인 처인구 남동 은화삼지구에는 총 3,700여가구 규모의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가 최초 공급물량인 1단지의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1단지는 전용면적 59~130㎡ 총 1,681가구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과 국지도 57호선과 연결되고, 추가로 삼성전자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과 45번 국도로 이어져 반도체 클러스터와 접근성이 좋은 직주근접 입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용인 역북·고림지구의 생활권을 공유해 이마트, CGV 등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부동산 시장에 삼성 효과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라며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교통망 개선, 생활 인프라 확충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용인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24.06.20 16:50

2분 소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어쩌다 사모펀드 ‘큰 손’이 됐나 [허지은의 주스통]

증권 일반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1963년 설립된 새마을금고는 올해로 창사 61주년을 맞았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지역, 직장별 회원의 출자로 설립된 개별 금고와 이들을 감독·지원하는 별도 법인인 중앙회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총 자산은 284조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3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가 알고 보면 사모펀드(PEF) 시장의 ‘큰 손’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수백조원에 달하는 자산으로 새마을금고는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해왔습니다. 새마을금고 뿐만 아니라 은행, 연기금, 공제회 등을 통틀어 기관투자자(LP)로 부릅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연금으로,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투자에 활용해 수익을 내는 식입니다. 새마을금고 역시 중앙회를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 등 기업금융 부문에서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기업금융 부문의 PEF 관련 투자수익률은 8.4%를 넘었습니다. 대체투자 시장에서 새마을금고의 위상은 최근 1~2년새 더욱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자금 경색 사태가 터지면서 주요 LP인 연기금과 공제회 등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출자를 줄여왔지만 새마을금고는 오히려 증액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신생·중견 사모펀드 운용사들에겐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자산 규모도 상당한데다, 수천억원대 펀드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새마을금고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 간 셈이죠. 새마을금고의 도움으로 일약 중견 PE로 성장한 운용사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대표적입니다. 2015년 설립된 센트로이드는 2017년까지만 해도 100억원대 펀드를 운용하는 소형 운용사였지만 2019년부터 새마을금고가 투자금을 대면서 펀드 사이즈가 급증하기 시작합니다. 새마을금고의 도움으로 센트로이드는 코오롱화이버(2019년·610억원), 웅진북센(2020년·575억원), 사우스스프링스(2021년·1917억원), 테일러메이드(2021년·1조8000억원) 등 대형 딜을 연달아 따냈습니다. 2021년 이뤄진 사우스스프링스CC와 테일러메이드 인수대금 중 새마을금고는 각각 1300억원, 6000억원대 투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새마을금고는 오너 일가의 든든한 조력자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펀드 조성에도 최대 출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송 회장과 임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11.78%를 총 3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이중 80%에 달하는 2500억원을 새마을금고가 지원할 예정입니다. 새마을금고는 오는 6월초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르면 같은달 중순 딜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배상금 재원 마련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 쉰들러는 지난 2014년 현 회장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현 회장은 수천억원의 배상금 지급을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했는데, 이때 새마을금고 계열사인 M캐피탈이 2300억원 규모 자금을 빌려주면서 현 회장은 가까스로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새마을금고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두고 세간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우선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커지고 있어서인데요. 검찰은 최근 새마을금고의 출자 관련 비리 포착하고, 새마을금고가 투자한 사모펀드·부동산·자산운용사들을 집중 수사하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 내 대체투자본부 기업금융부는 물론 사모펀드운용사 8곳 등도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특히 새마을금고 대체투자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40대 팀장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 대체투자본부 기업금융부 소속인 이 팀장은 센트로이드가 사들인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연예인, 여성 골퍼 등과 골프 라운딩을 수차례 즐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보수적 기조가 강했던 새마을금고의 적극적인 대체투자 기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무진에게 과도한 권한이 주어졌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도 대체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투자 성적이 좋았던 만큼 올해도 앵커 LP(최대 출자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인데요. 검찰 수사로 일시 중단됐던 투자심의위원회도 최근 재개된 상황입니다. 대체투자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한 새마을금고의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2023.06.01 06:30

3분 소요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금주의 CEO]

산업 일반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역량이 기업의 희비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CEO의 결정은 기업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주간 국내 CEO들의 선택을 들여다보고, 이목이 집중된 CEO를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재합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에 나선 경영인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배터리 자회사인 SK온 기업공개(IPO) 시점에 SK온과의 주식 교환을 검토한다고 밝혔죠. 주주 환원 정책이 공개되자 이 회사 주가는 13% 넘게 올랐습니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수주 잔고를 보유한 배터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주가가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다소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은 것이죠. SK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김준 부회장이 주인공입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16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주주와의 대화에 나섰습니다. 처음으로 주총 당일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주주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죠. 이 자리에서 SK온 기업공개(IPO) 시점에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주식 교환 추진을 검토하는 등 주주 환원 정책이 공개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매수를 통해 자기주식을 취득하고(추후 소각) 그 대가로 SK온의 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을 검토한다는 것인데, 주식 교환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SK이노베이션이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한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3% 넘게 올랐습니다. 물론 다음날인 31일엔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SK이노베이션 주변에선 이번 주주 환원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검토’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구체적인 주식 교환 규모 등을 수치로 밝힌 만큼, 시기와 규모의 문제일 뿐 주식 교환 자체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준 부회장은 주주와의 대화에서 “앞으로 모든 경영 활동은 기업 가치를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가 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실상의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시행한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김 부회장의 약속이 허언에 그치지 않길 바랄 겁니다. 김 부회장이 내놓은 주주 환원 정책이 주가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김 부회장은 SK그룹 내에서 손에 꼽히는 전문 경영인입니다. 오너가(家)를 제외하면 6명의 부회장 중 하나입니다. 1987년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해 석유화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도 이끌고 있죠. SK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 관리, 전략 계획, 비즈니스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지난 2017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2021년 12월에 부회장으로 승진했죠. 2021년 당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현지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 기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 2조원의 합의금을 내기로 하는 등 위기에 처했음에도 부회장으로 승진해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향후 3년간 SK이노베이션을 이끌게 됐습니다.

2023.04.01 09:00

2분 소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금주의 CEO]

산업 일반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역량이 기업의 희비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CEO의 결정은 기업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주간 국내 CEO들의 선택을 들여다보고, 이목이 집중된 CEO를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재합니다. 엄중한 위기 상황에 국내에 3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한 경영인이 있습니다.통상 위기에 처한 기업이 가장 먼저하는 일은 비용 감축입니다. 과거처럼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것은 여전히 일반적입니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운영 효율 극대화’란 말로 포장합니다만, 실상은 비용 감축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초유의 위기 상황에 수백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결단한 경영인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인공입니다. 삼성이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 남사읍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불황에 긴축 경영이 아닌 대규모 신규 투자를 감행,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일 단지를 구축한다는 겁니다. 용인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삼성전자는 기흥·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이른바 ‘반도체 삼각 편대’를 완성하게 됩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 700조원, 고용 유발 효과 160만명 창출이 예상됩니다. 삼성은 또한 전국에 위치한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지역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함입니다.충청권에 반도체 패키지 특화 단지,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차세대 배터리 마더 팩토리 등을 조성합니다. 경상권에는 차세대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생산 거점,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거점을 육성하고, 호남권에는 스마트 가전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합니다. 이 외에도 삼성은 지역 상생 프로그램에 10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안타깝게도 국내에 수백조원 투자를 약속한 삼성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불황 여파에 실적 악화가 예상됩니다. 재고자산은 10조원 넘게 급증했고, 급기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증권사도 등장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14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손실 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 역시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달 15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경영진을 향해 주가 하락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핵심 산업의 패권을 쥐기 위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국 내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뿐 아니라 해외 기업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죠. 우리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에 공감한 삼성전자가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를 확정한 셈이죠.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를 두고 “이재용 회장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023.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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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네옴시티’ 기대감에 장중 6%대 급등 [증시이슈]

증권 일반

현대건설이 수백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 기대감에 급등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일 오후 2시 16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6.45% 오른 3만7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부 홍해 인근에 서울시의 약 44배에 달하는 친환경 신도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이 사업의 규모는 5000억달러(약 650조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6월 현대건설은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의 ‘더 라인’ 사업 중 1조3000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더 라인 지하에 총 28km 길이의 철도 터널을 뚫는 사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중 사우디라아비아를 방문해 전방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방문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한미글로벌, 해외건설협회,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2022.11.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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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없는 돌봄, 엄마도 아이도 함께 자랄 수 있게 도울게요”

CEO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열아홉 번째로 만난 창업가는 워킹맘의 고충을 해결하는 키즈 플랫폼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였다. 장서정 대표가 운영하는 ‘자란다’는 아동 교육·돌봄 매칭 플랫폼이다. 아이의 연령과 교육 목적에 적합한 선생님을 알고리즘으로 추천하고, 방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일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방과 후 돌봄 공백시간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게 목표다. 자란다의 특징은 플랫폼에 등록된 선생님 대다수가 대학생으로 젊다는 점이다. 아이와 놀아주면서 동시에 숙제도 봐줄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뉴스에 나올 법한 사고를 염려치 않아도 된다. 자란다에 선생님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신원 인증, 아동학대 범죄 전력 조회, 성향 검사, 활동 오리엔테이션, 학력인증, 성범죄 전력 조회, 인터뷰, 자격인증 등 총 8가지의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해서다. 자란다는 이를 통해 선생님의 성향, 특기, 활동 데이터를 파악하고 아이 성향에 최대한 알맞은 선생님을 추천한다. 자란다가 키즈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던 이유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3배 매출 성장을 달성했고, 누적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유아동 방문교사 시장에선 매칭 점유율 1위 플랫폼이다. 자란다 서비스를 임직원 복지에 도입한 기업 수는 1100여개나 된다. 입소문에만 의존하던 기존 육아·교육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엔 31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합계출산율 0%대 시대에서 힘겹게 사는 엄마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란다의 사회적 가치는 크다. 정부가 인구절벽을 막겠다며 수백조원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대처하고 있는데도 정책의 체감효과는 적다. 무엇보다 육아와 보육 책임을 엄마에게만 짐 지우고, 이들이 경력단절로 내몰리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처럼 돌봄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출산과 육아를 주저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학습부터 놀이, 돌봄까지 아이에게 필요한 활동은 뭐든지 지원하는 작은 스타트업의 행보에 부모들이 열광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육아, 참 어려운 문제죠. 옛날에도 그랬어요. 제 배우자는 아이를 낳고 교직을 떠났거든요. 삶 전체로 봤을 땐 미안한 마음이 크죠. 계속 교편을 잡았다면 정말 훌륭한 교육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장서정 자란다 대표(장서정 대표) : 그땐 대부분의 엄마가 육아를 거의 전담했죠. 김홍일 대표 : 다행히 요새는 부부가 아이를 낳고도 맞벌이를 많이 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육아 난도는 더 올라간 것 같아요. 장서정 대표 : 육아 관련 정보가 많아지면서 아이에게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늘었어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육아의 우선 책임을 엄마에게 부여하는 관행이 없어지진 않았으니까요. ━ 퇴사 고민하던 워킹맘의 창업 도전 김홍일 대표 : 돌봄 공백을 메워줄 제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에선 다양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죠. 장서정 대표 : 이른바 이모님이라고 부르죠. 우리나라가 아이돌봄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돌보미가 중장년 여성에 국한돼있고, 입고 씻기는 낮은 수준의 육아라는 점 때문에 부모들의 니즈를 충족하긴 어려워요. 김홍일 대표 : 자란다가 아이에게 필요한 선생님을 매칭해 이런 공백을 메운다는 거죠. 지금은 업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키즈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는데,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장서정 대표 : 순전히 저 때문이었어요. 이런 플랫폼이 너무 절실했던 워킹맘이었거든요. 한국에서 아이 가진 엄마가 직장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여간 힘겨운 게 아니다. 육아와 가사, 경제적 활동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과 버거움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불평을 맘 놓고 토로하기도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모성’하면 헌신이나 희생의 키워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죄인 같은 기분으로 사는 워킹맘이 적지 않다. 모토로라·제일기획 등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UX 디자이너로 일하던 장서정 대표 역시 이런 워킹맘 중 한명이었다. 슈퍼우먼이 돼보려고 돈도 벌고 육아에도 전념했지만, 평범한 인간임을 깨닫고 좌절하기 일쑤였다. 회사에선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과 별개로 돌봄 공백이 생길 때마다 하루 단 몇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맡아줄 곳이 필요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문제는 덩달아 커졌다. 먹이고 씻기는 건 정부 지원 돌봄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이의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활동을 하는 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상과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줄 만한 특별한 선생님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워킹맘이란 이유로 아이를 온전히 케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고 자책하면서 무너졌어요. 직장과 아이의 삶을 동시에 지킬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대학생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게 됐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와 너무 잘 어울려 노는 거예요. 처음엔 이런 게 필요한 주변 엄마들에게 젊은 청년 선생님을 연결해주다가,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죠.” 김홍일 대표 : 자란다의 특징은 대학생 선생님을 매칭하는 거예요. 장서정 대표 :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어요. 부모님은 저를 꽤 자유롭게 키웠어요. 일일이 뭘 하지 말라고 제한하기보단 하고 싶은 걸 쫓게 했죠. 대신 언니, 오빠 영향력이 컸어요. 남매 중 막내였거든요. 나이 차이가 작지 않아서 저보다 먼저 어른이 된 형제가 저한테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죠. 저를 잘 지지해줬습니다. 김홍일 대표 : 멘토 같은 역할이었군요. 장서정 대표 : 대학생 선생님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를 가두지 않아요. 마음과 시선을 같은 눈높이에 맞춰서 대화하죠. 형, 누나처럼요. 김홍일 대표 : 요즘처럼 자녀를 많이 두지 않은 시대엔, 형 동생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더 효과적이겠네요. 사회적 형 같은 느낌의 선생님을 붙여주고 놀면서 돌봄과 교육을 동시에 꾀하고 있군요. 장서정 대표 : 눈높이를 맞추는 게 말은 쉬워보여도 실제론 그렇지 않아요. 가령 부루마블 게임을 하더라도 아이가 묻는 게 굉장히 많습니다. ‘이 도시는 어디에 있어요’ ‘여기는 왜 랜드마크에요’ 같은 식으로요. 이걸 일일이 알려주는 게 부모 입장에선 번거로울 수 있어요.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너무 산만한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죠. 그런데 대학생 선생님은 달라요. 역사를 엮어서 흥미롭게 스토리를 풀어주죠. 김홍일 대표 : 그런 청년 선생님이 자란다에 몇 명이나 있나요. 장서정 대표 : 19만명가량 있습니다. 이 분들이 월 단위로 방문하는 가구 수는 5000가구 정도 됩니다. 김홍일 대표 : 2017년 5월에 처음 론칭했는데, 5년 만에 세를 크게 확장했네요. 유치원하고는 어떻게 다른 거예요. 장서정 대표 :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라서 비교하긴 어렵고, 자란다 선생님 중에 유치원 교사를 하셨던 분의 설명을 빌릴게요. 유치원이 아이에게 편한 공간이 아닐 수 있다더라고요. 질서와 규칙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를 가르치는 걸 가장 우선하게 된다고요. 김홍일 대표 : 선생님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를 보는 구조라 개개인의 속도와 성향에 맞춰주는 것도 쉽지 않겠죠. 장서정 대표 : 반면 자란다는 아이에게 가장 편하고 안전한 공간인 가정에서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얘기해줬어요. ━ 아이 울음소리 줄었지만 씀씀이는 커진 키즈산업 김홍일 대표 : 엄마도, 선생님도 만족도가 크니까 자란다 플랫폼에 사람이 몰리고 있군요.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출산율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고 있잖아요. 산업 규모도 그만큼 줄어드는 건 아닐까요. 장서정 대표 : 역설적으로 한국의 키즈산업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타깃 고객인 아이가 줄었지만, 방향성이 크게 바뀌었죠. ‘에잇포켓(8-pocket)’이란 키워드를 아시나요.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까지 많게는 8명이 지갑을 연다는 말이죠. 김홍일 대표 : 자녀에게 투자하는 씀씀이가 커졌군요. 그럼에도 아이가 줄어드는 건 시장의 큰 변수입니다. 장기적으로 따져봤을 땐 자란다의 역할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장서정 대표 : 자란다는 종합적인 키즈포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일 잘하니까 우리 것만 써, 우리가 최고야’란 식의 마케팅을 하고 싶지 않아요. 육아 관련 정보를 잘 유통하고 싶어요. 자란다가 시중에 있는 여러 질 좋은 육아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부모가 되더라도 삶이 크게 바뀌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김홍일 대표 : 정작 워킹맘의 고충을 해소하고 있는 장 대표는 다시 워킹맘이 됐는데요. 월급쟁이로 일할 때보다 바쁠 텐데, 어떤가요. 다른 고충은 없나요. 장서정 대표 : 창업도 육아처럼 험로잖아요. 난관 투성이었지만, 여성 스타트업 CEO라는 점이 의외로 버겁더라고요. 딜로이트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 이사회에 등록된 여성 비율은 4.2%에 불과했다. 전 세계 평균(19.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업의 여성 이사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곳은 카타르(1.2%)와 사우디아라비아(1.7%), 쿠웨이트(4%) 등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제한된 중동 국가뿐이었다. 재계 유리천장에 많은 균열이 생겼다지만, 아직도 여성이 커리어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홍일 대표 : 여성 CEO라서 무시를 당했었나요. 요샌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텐데요. 장서정 대표 : 외부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엔 꽤 둔감한 편이에요. 여성 CEO란 이유로 고깝게 보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오히려 엄마가 창업한 엄마를 위한 스타트업이란 점에서 더 각광을 받았던 것 같아요. 자란다의 미션을 둘러싼 사명감을 진심있게 전달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주변에 같은 여성 CEO가 너무 없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김홍일 대표 : 여성 CEO로서 조언도 구하고 고충도 털어놓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는 거죠. 장서정 대표 : 창업을 해본 적이 없으니 막막한 상황이 불쑥불쑥 찾아오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당황스럽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가 너무 궁금한데, 먼저 길을 걷는 분이 많지 않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결국 장 대표가 후배 여성 CEO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겠네요. 장서정 대표 : 저와 자란다의 행보가 작은 영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세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과 머리를 맞대다 보면 많은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요. 매일 자라나는 아이처럼 엄마도, CEO도 성장하고 자라야 하니까요. ━ 기자가 본 장서정 대표 돌을 앞둔 갓난아기를 둔 기자는 주 양육자가 아닌 부 양육자다. 주 양육자인 아내는 종종 문제를 해결해줄 누군가를 기다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애초에 돌봄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데도 주전과 백업이 나뉜다. 주 양육자에게만 버거운 책임을 씌우고 마땅히 해내야 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아이를 키우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도 그렇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돌봄을 사적인 것으로,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만 여긴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장서정 대표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자란다는 부모가 해내기 어려울 게 분명한 문제를 기술과 연결을 통해 해소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부모가 온전해야 아이의 돌봄도 온전할 수 있는 게 당연했다. 장 대표의 육아관은 왜 자란다의 비즈니스가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회가 강요하는 부모 자식 간의 정형화한 모습이 정말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인간 대 인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쪽이 희생하고 헌신하기보단 같이 좀 행복하게 자라면 안 될까요.”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6.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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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야합이 만든 기시다 총리 시대, ‘기대할 것들과 포기할 것들’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일본을 바꿀 수 있을까? 기시다는 9월 29일 열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10월 4일 임시국회에서 일본의 제100대 총리에 오르게 된다. 기시다가 취임하면 21세기 들어 12번째(인물로 치면 아베가 2차례 헸기 때문에 11번째) 일본 총리가 된다. 자민당의 오부치 게이죠(小渕恵三·1998~2000년 재임), 모리 요시히로(森喜朗·2000~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2001~200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2006~2007),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2007~2008), 아소 다로(麻生太郎·2008~2009),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2009~2010), 간 나오토(菅直人·2010~2011), 노다 요시히로(野田佳彦·2011~2012), 다시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2012~2020) 2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2020~2021) 등이 그들이다. 1979년을 재임해 역대 장기 재임 6위에 이룬 고이즈미와 3186일간 자리를 지켜 1위를 기록한 아베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 2년을 넘지 못한 단명 총리다. 이 때문에 기시다가 장기 재임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명 총리에 그칠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자민당 입장으로선 장기 재임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한 장기 재임 총리인 아베와 취임 1년여 만에 코로나19 부실 대응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해 사실상 경질된 스가를 1년 새 보고 있기 때문에 기시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기시다가 싹을 보이지 않으면 누구보다 빨리 경질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뚝심과 정치력, 정책력을 보여주고 대중의 인기를 확보할 경우 상당 기간 재임이 가능하다. ━ ‘무색무취’ 정치인…내년 참의원 선거 승리 과제 기시다는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선거에 전력투구해야 할 입장이다. 오는 10월 말까지 중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고, 내년 7월엔 참의원 선거도 기다린다. 이번 중의원 선거의 결과는 전임자 탓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년 참의원 선거는 그야말로 기시다의 선거다. 자민당의 정치력, 정책력, 그리고 대중을 상대로 한 득표력은 곧바로 기시다의 책임 또는 업적이 된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곧바로 경질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번의 선거를 무사히 치르면 4년 정도는 큰 고비 없이 정주행할 수도 있다. 총리 기시다의 운명이 내년 7월까지 결판나는 셈이다. 기시다는 사실 무색무취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때문에 당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대중의 지지도는 낮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처세가 아베와 아소 체제의 지원을 얻어 큰 어려움 없이 자민당 총재가 되고 일본의 제100대 총리가 되는 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 총리는 국민이 직선으로 뽑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기시다가 21세기 일본의 12번째 총리임에도 일본 정치의 낡은 관행을 온통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가 파벌 정치다. 사실 기시다는 파벌 간, 특히 최다 파벌인 호소다파의 아베 전 총리와 아소파의 아소 전 총리의 지원에 힘입어 자민당 총재에 당선될 수 있었다. 호소다 자신이 자민당 7대 파벌의 5위에 해당하는 기시다파의 수장이지만 아베와 아소의 지원 없이 당선이 불가능했다. 기시다가 대중적 인기는 낮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기시다는 지난 9월 21일 보도된 산케이(産經)신문과 계열사인 후지뉴스네크워크(FNN)의 여론조사(응답자 1116명)에서 15.2%의 낮은 지지율로 52.6%의 지지를 얻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중에게 기시다는 그저 고만고만한 정치인으로 비쳤다. 큰 문제도 없지만 그렇다고 총리감으로 매력적이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기시다를 ‘일국의 총리’에 올린 것은 아베가 수훈갑이다. 아베는 파벌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전화기를 들고 당 총재를 뽑는 1차 선거에 투표권이 있는 수많은 국회의원과 이들과 동수인 당원 및 당우(黨友·당원이 아닌 당 외부의 지원자와 관련자)를 설득했다. 기시다가 심지어 1차 투표에서 애초 1위가 예상되던 고노를 1표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부터가 아베의 공로로 볼 수밖에 없다. 2차 투표는 국회의원과 47명의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대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애초에 파별 담합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기시다는 1차 투표에서도 256표를 획득해 255표를 얻은 고노를 1표 차이로 앞섰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에 갔다.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는 넉넉하게 257표를 득표해 170표에 그친 고노를 87표 차이로 꺾었다. 고노 돌풍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소의 경우 자기 파벌 소속인 고노가 대중적 인기를 엎고 독자적으로 총재에 출마하면서 파벌 차원의 지원을 하지 않고 기시다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시다 당선의 일등공신은 아베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아베는 일등공신 수준을 넘어 수렴청정하며 정국을 맘대로 조종하는 킹메이커로 등극한 셈이다. ━ 아베의 막강한 ‘파벌의 힘’ 드러나 지난 9년간 자민당의 파벌 간 합종연횡과 밀실 담합을 이끈 사람이 바로 아베와 아소였다. 현재 일본 자민당에는 호소다파(細田派·중의원 61명+참의원 35명=96명), 아소파(麻生派·42+13=55), 다케시타파(竹下派·32+20=52), 니카이파(二階派·37+10=47), 기시다파(岸田派·34+12=46), 이시바파(石派派·15+1=16), 이시하라파(石原派·중의원만 10) 등 7대 파벌이 있다. 무파벌은 불과 63명(중의원 45+참의원 18)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자민당은 케케묵은 파벌 정치를 해왔다. 21세기 한복판에 자민당 총재로 당선돼 사실상 총리 티켓을 예약한 기시다는 1955년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당해 보수 빅텐트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탄생하면서 성립한 이른바 ‘55년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일본 재무장에 더욱 적극적인 일본민주당계와 덜 적극적이면서 미국에 협조적인 자유당계에서 비롯한 파벌이 분화와 합종 연횡을 거쳐 오늘날까지 파벌 정치를 이어오고 있다. 기시다도 아베의 도움으로 이런 파벌 정치의 수혜를 얻어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자리를 거머쥐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가 정치 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킹 메이커로서 뒷방에 자리 잡고 앉아서 기시다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수렴청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베가 정치적 숙원으로 삼고 있는 평화헌법 9조 폐기와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드는 일,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 등은 아베의 의지를 강하게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10월 4일 이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나카타초(永田町)의 총리 공관에 들어설 기시다의 집무실에는 아베의 냄새가 날 가능성이 농후한 이유다. 기시다가 보여주는 일본 정치의 또 다른 모습이 세습정치다. 자민당에선 2017년 10월 총선으로 구성된 현재의 중의원 218명 중 72명, 즉 3분의 1이 세습의원이다. 중의원과 참의원 전체에선 29%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2) 총리 내각 각료의 과반수가 세습 정치인이다. 어디서 들은 듯한 성씨가 많은 이유다. 사실 이는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세습정치는 일본 정치의 봉건성·중세성을 보여주는 요소의 하나다. 자민당이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인이 들어오면서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고 활력으로 가득 찬 정당이 아닌 세습 기득권 정치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비판을 받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기사다는 조부·부친에 이어 3대 세습정치인이다. 와세다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집안의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9선을 기록했다. 최장수 외상(2012~17년)과 당 3역인 자민당 정조회장(2017~2020년)을 지냈다. ━ 성과와 업적을 낼 수 있는 정책 펼칠 가능성 높아 그런데도 기시다가 총리에 오르면서 일본 정치에는 일말의 희망이 모인다. 기시다는 우물 안 개구리가 판치는 일본 정계에서 그나마 국제사회를 보는 눈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려서 미국에 거주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드문 일본 총리가 된다.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 쿼더 정상회의 등에서 통역 없이 외국 정상과 영어로 대화하는 일본 총리의 모습을 이젠 볼 수 있다. 기시다는 4년 7개월 넘게 외상으로 재임하면서 능력을 보였다. 특히 외상 재임 중이던 2015년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파트너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일궜다. 당시 양국 합의와 일본의 유감 표명에 회의적이던 아베 총리를 설득한 것도 기시다였다. 반대로 합의가 번복됐을 때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쓴 것도 기시다였다. 기시다가 일본이 지닌 수많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기시다는 29일 당선 연설에서 “정치가 국민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신뢰를 잃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임 자민당 총재이자 총리 예정자인 기시다가 공개적으로 자민당이 이끄는 일본 정치가 위기이고 일본의 민주주의가 위기임을 인정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중요하다. 기시다는 또 “계속 국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대책을 필사적인 각오로 이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경제난 극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앞으로의 정책 무게를 여기에 두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수십조엔(수백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연내에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자본주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 소자화(저출산) 대책 등 우리의 미래와 관련한 중대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늘부터 전력으로 달리겠다”고 말했다. 코로나와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외교·안보에선 미국에 협력하며 중국에 대응하는 인도·태평양 체제의 구축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기시다가 정치적 퍼포먼스보다 실제로 구체적인 성과와 업적을 낼 수 있는 정책으로 대결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사실 성과와 업적은 아베의 입김에서 벗어나 총리 기시다의 단명을 막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 유일한 힘일지도 모른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1.10.02 20:30

7분 소요
삼성, 3분기에도 글로벌 반도체 '1위'…인텔은 '車 반도체'로 승부수

IT 일반

삼성전자가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위인 인텔과의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3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업체들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적인 반도체 시장 또한 성장할 전망이다. 2분기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3분기 223억2000만달러(약 26조 2483억원)을 올리며 두 분기 연속 1위를 기록할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분기 대비 10% 오른 수치다.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도 전 분기 대비 10% 성장할 전망이다. 3분기 메모리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3분기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7.89% 증가한 4.10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가는 2019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4달러대에 진입했다.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D램 영업이익률이 1분기 34%에서 2분기 46%까지 증가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삼성전자 D램 영업이익률이 2018년 이후 3년 만에 5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 고정가도 2018년 9월 이후 약 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분기보다 5.48% 오른 4.81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기업 상위 15개 중 인텔만 유일하게 역성장을 할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인텔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 감소하며 187억8500만달러(약 22조912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전분기 대비 11% 성장한 147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퀄컴 또한 72억5000만달러의 매출로 전분기 대비1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 '차량용 반도체'로 삼성·TSMC에 도전하는 인텔 최근 반도체주는 주춤하고 있지만 3분기 전체적인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IC인사이츠는 3분기 세계 15대 반도체 기업의 매출 총액을 1191억9500만달러(약 140조1733억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전분기 대비 7% 성장한 규모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치열한 투자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 인텔, TSMC 등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앞다퉈 천문학적인 시설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수·합병(M&A)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반도체 집적도 기술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한창이다. 특히 올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지난 7일 13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파운드리 세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의지다. 인텔은 아일랜드에 차량용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최근 품귀현상이 일고 있는 차량용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이 차량용반도체로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틈새시장’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AI(인공지능)나 스마트폰용 반도체보다 제조·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롭지만 수익률은 적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삼성과 TSMC는 운영 중인 생산라인의 품목을 당장 바꾸기 어렵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9% 정도로 규모가 작아, 파운드리 업체가 비용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급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많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데 최소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장이 완성되면 차량용반도체 수급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 된 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TSMC와 삼성전자 역시 이미 수백조원 대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라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지난 4월 향후 3년에 걸쳐 총 1000억달러(약 116조원)을 투자해 증설 등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등에 향후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입한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09.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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