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0

유해한 법인세 인하경쟁의 종말은? [조원경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0)]

국제 경제

주요 7개국(G7)이 법인세 인상 협상을 시작한 것은 8년 전인 2013년이다. 당시 어떤 문제가 세상을 괴롭히고 있었을까. 미래에 국가 힘은 약화되고 다국적 기업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디스토피아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심취하고 있어서였을까.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법인세율이 다른 유럽 국가의 절반수준으로 12.5%였던 아일랜드에 본부를 두고 조세 회피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제적 법인세 논의를 잠시 두고 법인세 인상론자와 인하론자의 견해를 살펴보자. 법인세 인하론자들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다는 주장을 내 세운다. 기업의 국제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국내 투자를 감소시키는 반면 해외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 감소와 청년실업문제를 야기한다고 역설한다. 법인세가 높아지면 제품가격 상승으로 그 부담의 절반이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국내 주요기업 수익의 대부분이 국내 법인보다는 해외법인에서 발생하고 있고, 법인세율이 인상된다면 기업의 해외 이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인세 인상론자들은 법인세 인하 혜택을 수출 대기업이 독점했고, 대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한다고 주장한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평과세,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세금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에 증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OECD 평균 수준에 가깝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세금을 내는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이고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이유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의 결과라는 근거다. 기업과 가계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기업의 세부담 증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법인세 논의를 별개로 하더라도 국제간에 법인세 인하 경쟁이 오랜 기간 지속됐고 조세회피처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꼴불견으로 인식돼 왔다. 유해한 조세경쟁(harmful tax competition)은 세계 각국이 자국으로 국제자본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조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1980년대 이후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세계경제는 개방과 경쟁이 규범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세율은 인하하고 과세기반은 확대하는 것이 경쟁적으로 일어났다. 그 결과 다른 나라의 납세의무자가 본국의 조세제도 적용을 회피하고 자본을 유치한 국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해 국제적으로 자본이동이 왜곡되고 선량한 국가의 과세기반이 약화될 위험에 놓이게 됐다. OECD 재정위원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유해조세경쟁' 포럼을 결성했다. 각국은 자국에 투자하는 해외기업에 조세감면혜택을 주면서 자국의 경제규모를 키웠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상대국의 세원이 잠식되는 세원배분의 함정이 문제되는 것을 OECD가 묵과할 수 없었다. ━ 디지털 경제와 조세회피 유해조세경쟁으로 자국의 재정결손이 심해지자 많은 국가들이 국제적 연대로 자국 세원의 누수 방지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게다가 디지털 경제의 발전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약탈적 조세회피는 눈에 가시가 됐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은 다국적 기업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키나 새로운 국제조세 문제를 야기한다. 연구개발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높은 의존성,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치창출, 가치발생국가 결정의 어려움,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등은 기존 국제조세규정으로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이익을 줄이고 비용은 부풀리는데 능수능란했다. 그 결과 주요 20개국(G20) 주도하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채택하게 된다. 이는 나라마다 다른 조세규범의 허점을 이용해 다국적 기업이 이중비과세를 받아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15년 이전가격, 조세피난처, 과소자본계상, 조세조약 남용 등 15개의 액션플랜이 G20에서 승인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일반적으로 법인세는 기업의 고정사업장 소재지에서의 이윤에 부과된다. 고정사업장이 없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디지털 비즈니스에 고정사업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쟁점이 된다. 서버를 둔 곳을 고정사업장으로 볼 때 고정사업장 개념이 너무 좁아진다는 약점과 마주하게 된다. 그 서버를 둔 곳이 조세회피처이거나 법인세가 아주 낮은 곳이라면 불공정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온라인 거래는 물리적 사업장이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인터넷상 거래라 어디서 거래가 일어났다고 특정하기도 어렵다. 세금을 물릴 나라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다국적 IT 기업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서버를 두고 몰아주려 한다. 특허권 같은 무형자산으로 기업은 비용을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처리하고 이윤은 세율이 낮은 서버가 있는 국가로 이전해 세금을 줄여 여전히 불공평 과세가 해결되지 않는다. 디지털세는 과세대상의 확정이 쉽지 않고 과세기반을 정의하기가 어렵다. 구조적으로 복잡하여 어떤 활동이 디지털 비즈니스인지 범위를 확정하고 정의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국가별 차이도 존재하고 디지털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 검색,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 부가가치를 생산하여 과세대상이 되는 활동의 범주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세무사였던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건 수학자에게도 너무 어려워. 철학자가 있어야겠어. 소득세를 이해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야.” 그가 요즘 세상에 살았다면 더 골치 아픈 게 있다. 디지털 세상의 법인세 문제다. ━ 프랑스와 미국의 격돌 여하튼 아일랜드처럼 법인 세율이 낮은 국가에 다국적 기업이 법인을 설립하여 이윤을 몰아주는 행위로 프랑스,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의 행태를 비난했다. 인터넷 다국적 기업이 독립적인 사업수행 주체인 고정사업장을 의도적으로 설치하지 않고, 파리지사처럼 최소 기능만 수행하는 대리회사를 둔다고 하자. 프랑스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아일랜드 같은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본사에 보내니 프랑스 입장에서 화가 나지 않겠는가. 이것은 명백히 조세정의에 위반된다고 프랑스, 영국 등이 이의를 제기했다.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과세율이 낮은 EU국가가 아닌, 실제 이익을 얻는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세제개편 계획을 준비하게 된다. OECD는 과세 기준인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대하는 방안에 착수하게 된다. ━ 구글세 세부사항 불합의에 못참은 프랑스를 보며 프랑스가 최근 매긴 디지털세를 살펴보자. 이는 OECD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에정대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특정 국가가 다국적 IT기업에게 국가 내 디지털 서비스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법인세가 이윤을 대상으로 하는데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게 하니 쟁점이 남는다. 기업의 본사나 공장이 그 나라에 없더라도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올렸다면 매출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디지털세는 법인세 등 기존 세금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별도로 부과된다. 거대 IT기업이 프랑스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세금을 덜 내고 있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주장이다. 프랑스는 과세대상 기업에서 창출한 디지털 서비스 수익의 3%를 세금으로 떼어 간다. IT기업은 코로나19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정당한 만큼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프랑스는 당초엔 2020년 1월부터 디지털세를 시행하려 했으나 한 차례 부과를 유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세금 제도를 도입하지 말라며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어서였다. 프랑스 당국의 디지털세 기준에 들어가는 기업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당시에 이들 기업의 이름을 따서 GAFA세를 부과하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관세 근거로 ‘무역법 301조’를 들었다. 미국 정부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도나 관행에 대해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을 겨냥해 미국에 차별적이라고 해석될 경우 경제 제재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가 과세를 강행할 경우 프랑스산 화장품과 가방, 치즈, 와인 등 13억달러 어치 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OECD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자며 '일단 휴전'했다. OECD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표준으로 통한다. 프랑스는 OECD가 2020년 안에 디지털 거래 수익 과세 체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하면 디지털세 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OECD는 당초엔 2020년 7월 초안을 만들고, 2020년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방침이었다. OECD는 2020년 10월에 디지털세 합의 목표 시한을 2021년 중순까지로 공식 연장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관련 협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의 이런 강경한 결정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떤 입장일까 궁금하다. 디지털세는 OECD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각국이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세금 제도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은 그간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 최저 법인세에 합의한 G7 그런 와중에 너무 급작스러운 합의가 이루어졌다. 유럽의 그린딜과 미국의 그린 뉴딜이 합세하여 세상을 뒤흔들고 있어 국제공조의 정신이 계속이어지고 있어서일까. 세계를 흔드는 7개 국가의 국제 공조로 그 어려운 법인세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다국적 대기업이 세계 어디서 활동하든 각국 정부가 최저 법인세 15%를 부과하는 방안에 G7이 전격 합의했다. G7 재무장관들은 6월5일(현지시각) 런던에서 만났다. 8년간이나 교착 상태여서 미세먼지가 수북히 쌓인 최저 법인세 협상 과제에 전격 합의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번 G7 합의가 중요한 것은 최저 세율합의에만 있지 않다. 다국적기업이 본사·공장 등 물리적 법인이 있는 곳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낸 지역에서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프랑스는 덩실 덩실 춤을 출 것 같다. 이는 ‘기업이 소재한 곳에서 과세한다’는 국제 법인세의 근간을 100년 만에 흔드는 조치다. G7 합의는 이익률이 1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 예단하기에는 많은 내용이 거시적 합의에 머문 수준이라 세부 사항은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한다. 이번 합의에 따라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나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두고 각국에서 거둔 막대한 이익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는 관행에는 확실히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 결과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기업들의 본부를 유치해 경제를 지탱해온 나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번 합의는 오는 7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를 거쳐 10월쯤 OECD 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 행정부의 큰 결단과 최저 법인세 합의 시간을 거슬러 2016년 11월로 가보자. 미국 최대 제약회사 화이자는 가장 미국적인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이 미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미국의 높은 법인세로 아일랜드 회사인 엘러건과의 합병을 발표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35%이고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였다. 화이자가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면 법인세를 연간 10억~20억 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국가와 맞설 수 있는 힘을 지닌 글로벌 기업은 세금을 절약하는 조세 쇼핑을 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고강도 조세회피 규제안을 내놓으며 화이자에 직격탄을 가했다. 골칫거리였던 기업들의 법인세 회피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화이자와 앨러간의 합병이 발표될 당시에 오바마는 세금구멍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비애국적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했고, 화이자의 합병건은 무산됐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 상황도 돌이켜보자. 재정위기에 봉착한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을 감안하고 세수도 확보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강구한다. 앞서 말한 BEPS 프로젝트다. G20의 특명으로 OECD가 만든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업만 배 불리는 ‘유해한 조세 인하 경쟁’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OECD의 눈물 어린 호소가 담겨있다. 이번 G7 최저 법인세 합의를 보면서 우리는 그 이면에 작용하는 원리를 간파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대비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를 총합한 총부채의 비율이 사상 최고인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일자리와 세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넷제로 2050’ 보고서에서 2020년 대비 2030년 풍력,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는 4배로 확대되고 전기차는 18배 증가한다고 발표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비즈니스로 세계적으로 14백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 부과하는 관세다. 유럽연합은 2023년, 미국은 2025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유럽 평균보다 높으면 그 차이만큼을 탄소세로 내야 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평균 32.2%였던 글로벌 법인세는 2020년 23.2%까지 내려갈 정도로 각국이 경쟁을 벌여왔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 상황이 바뀐 것은 미 바이든 정부가 들어와서이다.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 불황 극복과 중산층·노동자 중심 경제를 주창하면서 법인세 증세를 밀어붙이면서부터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법인세만 올리면 미국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유럽 등 각국에 글로벌 최저 법인세 설정을 제안했고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앞으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1.06.12 10:30

9분 소요
“보수 인하가 비난 받을 짓인가”

산업 일반

증권업계 ‘백전노장’ 김지완(63)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또다시 칼을 빼 들었다. 지난 4월 온라인 주식거래수수료(0.015%)를 대폭 낮춰 시장에 수수료 인하경쟁을 일으킨 지 꼭 석 달 만이다. 이번엔 펀드 보수에 칼을 댔다. 인하 폭은 가히 파격, 그 이상이다. 7월 16일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본사 사장실에서 만난 김지완 사장은 “7월 말 총 보수가 연 0.15%인 온라인 인덱스펀드(피가로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빈 메모지에 ‘0.15%’란 숫자를 몇 번씩 쓰면서 말하는 김 사장의 얼굴엔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펀드 출시 이후 자신에게 쏟아질 시장의 비난을 의식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수는 연 2.5%다.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의 보수도 연 1.0~1.5%에 달한다. 즉 김 사장이 결정한 0.15%란 펀드 보수는 동종펀드에 비해서도 최고 10분의 1이나 싼 가격이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1억원을 하나대투증권의 피가로펀드에 투자할 경우 여타 펀드보다 연간 최고 135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펀드 보수 인하에 인색했던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로서는 펀드 보수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지난 4월 김 사장이 온라인 주식거래수수료를 업계 최저보다 절반가량 싼 0.015%로 인하했을 때, 증권업계는 ‘출혈경쟁’ ‘자포자기’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증권사는 온라인 주식거래수수료를 똑같이 0.015%로 내렸다. 증권업계에 펀드 보수는 주식거래수수료 다음으로 큰 수익원이다.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 증권사들은 주식거래수수료와 펀드 보수로만 7조8000억원이 넘는 영업수익을 올렸다. 증권업계가 수수료나 보수 인하 이야기만 나오면 호들갑을 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가로펀드가 출시되면 김 사장은 또 한 번 시장의 몰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미 피가로펀드 출시를 감지한 일부 증권사는 “갈 때까지 가자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스스로 비난의 과녁이 되려는 이유를 묻자 김 사장은 “보수 인하가 왜 비난 받을 짓이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덱스펀드는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펀드 운용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지 않죠.” 오히려 비싼 것이 이상하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이번 펀드 보수 인하는 출혈경쟁이 아닌 가격 현실화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수가 너무 낮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한다. 그렇다고 많이 남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0.15%로 내렸을까. 답은 마케팅을 위해서다. 김 사장은 “하나대투증권의 온라인 주식거래수수료가 0.015%라 펀드 보수도 0.15%로 하면 고객이 쉽게 기억하고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싸고 좋은 물건이라도 불경기엔 파리 날리기 십상이다. 펀드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던 새로운 펀드들이 최근 뜸한 것도 이 때문. ‘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시장이 어렵다고 상품 만들기를 포기하면 금융회사가 아니다. 증시 침체기일수록 고객을 위로하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피가로펀드의 출시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07.21 10:23

3분 소요
한국판 골드먼삭스 ‘꿈도 꾸지마’

산업 일반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을 앞둔 증권업계가 또다시 제살 깎기식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규 증권사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손쉬운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통법이 시행돼도 국내 증권 업계가 위탁매매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국판 골드먼삭스’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자통법 시행으로 자본시장 규제체제가 혁신되면 국내에도 글로벌 투자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7월 자통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권오규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국판 골드먼삭스’를 거론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선물·자산운용을 망라하는 금융투자회사가 만들어지면 국내에도 골드먼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물론 증권 업계도 자통법 국회 통과에 박수를 쳤다. 업계에는 “글로벌 금융회사들과도 이제는 해 볼 만하다”는 경쟁의식까지 생겨났다. 때마침 종합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달리며 분위기를 북돋웠다. 호기를 만난 듯 증권사들은 저마다 글로벌 투자은행, 글로벌 자산관리를 목표로 자본금 및 인력 확충 등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통법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인 것은 증권 업계뿐만 아니다. 은행·보험 등 여타 금융회사들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증권업 진출을 선언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통법을 계기로 증권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깔리면서 증권사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상 현상마저 벌어졌다. 하나대투증권 등 수수료 인하경쟁 지난 2월 말 현재 금융감독 당국에 증권사 신규 설립을 신청한 곳은 무려 13곳이나 된다. 이들 신설 증권사의 비전 역시 글로벌 투자은행, 글로벌 자산관리다. 자통법 통과 9개월이 지난 지금, 과연 증권 업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시기상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사실상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특히 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영 방식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신설 증권사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제살 깎기식 수수료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자통법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은행, 글로벌 자산관리로 거듭나겠다던 대형 증권사들마저 위탁매매수수료 인하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최근 증권업계 위탁매매수수료 인하경쟁에 다시 불씨를 지핀 곳은 하나대투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이달 중 온라인 주식 위탁매매수수료를 현행 0.1%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19%까지 대폭 인하할 예정이다. 현재 업계 최저 수수료는 한국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이 적용하고 있는 0.024%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주식 위탁매매수수료를 업계 최저인 0.024~0.019%로 인하하는 것을 준비 중에 있다”며 “하지만 시행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탁매매수수료를 인하하면 그만큼 증권사의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하나대투증권이 수익감소에도 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은 지지부진한 주식매매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나대투증권은 외형상 대형 증권사에 속하지만 주식매매영업에서는 업계 하위그룹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따라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낸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A증권사 한 e비즈니스 담당자는 “현재 온라인 최저 수수료율(0.024%)을 적용해 고객이 1억원을 거래하면 2만4000원가량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중 원가를 제외하면 실제 증권사 이익은 1만2000원 정도”라며 “수수료율을 0.019%로 낮추면 실제 이익은 8000원으로 떨어져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수익감소 우려에 대해 하나대투증권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는 은행연계계좌(은행에서 개설한 계좌)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인 만큼 수익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수수료를 대폭 낮출 경우 기존 고객들이 신규 서비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 수익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수수료 인하 방침에 여타 증권사들은 고객 이탈 및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하나대투증권이 예정대로 수수료를 내린다면 다른 증권사들도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일부 증권사는 눈치를 보면서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태세다.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KB증권과 유진그룹 자회사인 유진투자증권 등이 새로운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업계 최저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증권도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주식 위탁매매수수료를 0.024%로 인하하려 했다가 업계의 거센 반발로 인하 방침을 접은 바 있다. 현재 은행연계계좌에 업계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하나대투증권이 수수료를 내리지 않은 상태라 특별히 대응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면서도 “실제로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다면 우리도 추가 인하 등 다각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약체질로는 자통법도 ‘먹통법’ 이처럼 증권업계가 또다시 수수료 경쟁으로 치닫자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권산업의 다운그레이드(Down grade)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통법 시행에 앞서 대형화와 수익구조 다양화 등 체질을 개선해야 할 증권사들이 과거와 같은 천수답식 경영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은 골드먼삭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비교할 경우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수익 구조도 매우 열악한 상태”라며 “수수료 과당경쟁은 증권업계 전체 수익성만 악화시켜 결국 대형화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은행과 글로벌 자산관리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국내 6개 대형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6개 대형사는 전체 수익의 50% 이상을 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투자은행·자산관리·자기매매 등은 모두 합쳐 15%를 간신히 넘는 상태다. 이에 반해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전체 수익 중 위탁매매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투자은행·자산관리·자기매매 등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위탁매매수수료는 증시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증시가 침체될 경우 수익감소로 이어진다”며 “수익이 감소하면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대형화나 투자은행도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통법을 기반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수료 경쟁보다는 수익구조를 개선해 자본을 확충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당국도 규제만 완화할 것이 아니라 우리투자증권 등 정부 산하 증권사의 M&A를 통해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자통법을 계기로 너도나도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오히려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며 “자통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대형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 힘써야만 한다”고 밝혔다.

2008.04.07 13:22

5분 소요
중국 9년 만에 금리 인상 등

산업 일반

중국 금리인상으로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중국 위안화 중국이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0월28일 1년 만기 대출금리를 5.31%에서 5.58 % 로 0.27%포인트 인상했다. 1년만기 예금금리도 11년 만에 1.98 % 에서 2.25%로 인상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1995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연간 9%대에 달하는 경제성장률과 최근 7년 새 최고 수준인 물가상승의 부작용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투자 억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동차·시멘트·부동산 등 일부 산업의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과열 억제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데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9.1%)이 전문가의 예상치(8.9%)를 웃돌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특히 아시아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둔화와 투자심리 위축 등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금리 인상이 상당부분 예상됐던 데다 유가하락 등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유리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기업 3분기 실적 발표 주요 기업들이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일제히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매출 6조5,401억원, 영업이익 4,637억원)는 미국 등 해외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내수침체로 2분기(4∼6월)에 비해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LG전선(매출 5,880억원, 영업이익 190억원)도 실적이 나빠졌다. 반면 LG화학(매출 1조8,614억원, 영업이익 1,350억원)은 고(高)유가로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SK텔레콤(매출 2조4,343억원, 영업이익 6,113억원)도 무선인터넷 분야의 성장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 애니콜 모토롤라 바짝 추격 세계 휴대폰 시장 3위 삼성전자가 2위인 모토롤라와 격차를 근소하게 좁히며 1위인 노키아를 따라붙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와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3분기 세계 휴대폰 판매대수 1억6,770만대 중 삼성전자가 2,270만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13.54%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위 모토롤라(13.9%)와의 격차는 불과 0.4%다. 법원 “무학, 대선주조 인수 불가” 법원이 경남 지역 소주회사인 무학이 부산 지역 소주회사인 대선주조 인수 불가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지난 10월27일 무학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독점을 이유로 법원이 합병 불가 판결을 내린 것은 최근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 제한에 이어 두번째다. 쌍용車 中 상하이차에 매각 계약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에 매각됐다. 쌍용차 채권단과 상하이차는 지난 10월28일 쌍용차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는 새 주인을 찾는 데 9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쌍용차의 지분 48.9%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자산운용사 영업실적 악화 올 상반기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29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44개 국내·외국계 자산운용사는 올 9월 말 현재 수탁고는 17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1조3,000억원에 비해 5.9% 증가했다. 그러나 세전이익은 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91억원)에 비해 14.6% 감소했다. 금감원은 수탁고가 증가했으나 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업계의 치열한 보수율 인하경쟁을 들었다. 동원지주 한투 인수 확정 동원금융지주회사의 한국투자증권 인수가 확정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0월29일 한투증권을 동원금융지주에 5,462억원에 매각키로 한 예금보험공사의 협상 결과를 승인했다. 정부는 한국투자증권에 1조~2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시킬 계획이다.

2004.11.01 00:00

3분 소요
자동차 시장에 사스 寒波 가격경쟁 다시 불붙어

산업 일반

중국의 자동차 소비 열기가 뜨겁다. 사진은 한 결혼식 행사에 동원된 최고급 리무진과 벤츠 등 자동차 행렬 지난달 말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상하이국제자동차전시회’는 사스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내외 다양한 차종이 소개돼 명실공히 중국시장이 국제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3백25만대로 세계 5위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판매량은 3백40만대로 역시 40% 증가했다. 얼핏 생산이 수요를 못따라 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실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은 중국의 자동차 소비수준이 소득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베이징에 있는 40만위안(元·약 6천만원)짜리 20평 정도 아파트에 살면서 20만위안이 넘는 폴크스바겐 파사트(passat)를 모는 화이트칼라가 적지 않다. 대졸 초임 봉급이 2천위안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유지비도 대기 힘들 것 같지만 워낙 인구가 많고 부자도 많아 소비추세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현재 산타나·제다·샤리·파사트·보라 등 5개 차종 점유율이 44%가 넘고 이 중 4개가 폴크스바겐이다. 시트로엥·혼다·닛산·GM(通用汽車라고 부른다) 등은 흔하고 볼보·아우디·BMW·벤츠 등도 자주 눈에 띈다. 마치 전 세계 유명 브랜드의 전시장 같다. 사스가 매스컴을 타기 전인 3월까지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순탄했다. 1분기 생산량은 1백1만9천7백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새 무려 54.7%, 판매량은 97만4천8백대로 51.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생산과 판매량 증가율이 각각 36%와 37%였으니 경이로울 만한 기록이다. 3월 한달 동안에도 41만대가 팔려나가 월간 단위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사스 출현 이후 소비가 줄면서 올들어 처음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베이징의 자금여유가 충분한 계층 사이에서 ‘이 기회에 비위생적인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말고 차라리 내 차를 사자’는 인식이 늘어나는 바람에 소형차가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전체적으로는 소비 수요가 정체상태에 빠졌다. 그 결과 최근 상하이 폴크스바겐이 파사트 가격을 10%에 육박하는 2만위안이나 낮춘 것 외에도 소형차 중 베스트셀러인 시트로엥의 엘리제(elysee)가 8천위안, 피아트(fiat)의 시에나가 7천위안, 파리오(palio)가 5천위안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승용차 가격이 평균 10%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스 여파로 인하경쟁이 예상보다 빨리 닥쳤다고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연초만 해도 “가격할인은 절대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파사트 판매가 50%나 줄어드는 등 시장상황이 어려워지자 남들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값을 내려 화제가 됐다. 이런 상황이 되자 중국 최대 메이커인 제1자동차가 국산 저가 모델 체리 판매가를 15%까지 내리는 등 할인경쟁이 전차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판매경쟁이 활발하고 설비 능력도 계속 커지고 있지만, 중국 자동차업계의 속사정은 여전히 모순투성이라는 사실이다. 신규 생산 증가량의 3분의 1가량이 수입부품 조립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대표적일 것이다. 다국적 회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부품의 질이 워낙 떨어져 현지 생산보다 수입을 선호한다. 이것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가동하기 시작한 베이징현대자동차의 소나타 생산라인도 현지 생산 부품의 질이 형편없어 정상가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합작선도 조립 생산을 선호한다. 골치 아프게 부품을 하청하는 것보다 수입허가 받는 게 쉽고 ‘외제 부품 조립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훨씬 많아 이윤도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아무리 현지 생산비율을 높이라고 닦달해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진짜 이유다.

2003.05.12 00:00

3분 소요
‘위험수위’까지 내려간 중국의 물가하락세

산업 일반

가전·통신기기 값이 '팍팍' 떨어지고 있어 디플레이션 위험 우려로 경제당국자들은 속이 안 편하다. 중국에서는 가전제품 값이 한달이 다르게 슬금슬금 떨어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가격인하가 가속되면서 위험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조짐이 나타나 당국자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지금 베이징(北京)에서는 8월 들어 갑자기 컬러TV 인하경쟁이 불붙어 21인치 값이 최저 5백 위안(元)까지 떨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돈으론 겨우 7만5천원 정도다. 베이징의 가전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궈메이(國美)와 다중(大中)·쑤닝(蘇寧) 3대 양판점 가운데 쑤닝이 선수를 쳐서 회심의 칼을 내뽑은 것이다. 쑤닝은 심지어 요새 중국인들에게 한창 잘 나가는 대형 프로젝션TV를 40% 할인 가격으로 내놓아 충격을 줬다. 베이징의 9월부터 10월까지는 한국처럼 가장 날씨가 좋고 새 아파트 입주가 활발할 때다. 새 집에 갈 때는 으레 큰 TV·세탁기·냉장고를 새로 장만하는 습성도 우리와 다를 게 없다. 이런 황금계절을 앞두고 잘 나가는 프로젝션TV 가격을 내렸으니 꽤나 파격적이다. 이에 자극받아 소니·도시바·샤프·필립스·파나소닉 같은 유명 외국회사뿐 아니라 한국의 삼성·LG 등까지 최고 10% 할인에 나서 바야흐로 ‘전 메이커·전 품종’으로 가격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벌써 몇 년째 베이징 사람들은 성수기에 오히려 싸지는 에어컨 값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해도 예외없이 중국의 에어컨 업체들은 치열한 가격전쟁을 벌였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가장 더울 때인 7∼8월을 기다려 가장 싸게 에어컨을 샀다. 소비자들로서야 신나는 일이다. 반면 중국의 경제당국자들은 속이 안 편하다. 아무리 해도 경제가 좀처럼 뜨지 않는데다 물가하락으로 디플레이션으로 갈 위험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올 1∼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에 비해 또 0.8% 떨어졌다. 올 상반기 의복 값은 작년보다 2.2% 내렸고 가전품 값은 평균 6% 내렸다. 핸드폰 등 통신기기 제품은 하락폭이 유난히 커 작년 동기 대비 16.5% 떨어졌다. 작년에 1천 위안이 넘던 핸드폰이 7백 위안에 팔리고 있다. 이쯤 되니 소비자들은 더 떨어진다며 구매를 늦추는 게 보통이다. 상품출하가격지수는 연 13개월째 하락 중이어서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가격하락이 너무 오래 계속되는 바람에 기업들의 이윤이 눈에 띄게 줄어 투자감소→신상품 감소→공장가동 감소→고용 감소의 악순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향후 금융정책 방향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인민은행측은 앞으로 이런 물가하락세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통화량을 늘리자니 가뜩이나 많은 금융권의 부실채권이나 비효율적 중복투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섣불리 정책기조를 못 바꾸고 있다. 물론 중국의 물가가 하락 일변도만은 아니다. 오히려 작년에 비해 교육·오락·문화서비스 비용은 올랐다. 유독 제조업만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상위 20% 고소득층은 전체 국민저축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들이 움직여야 내수가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최근 경제시보(經濟時報)가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베이징·광둥(廣東)·저장(浙江)·장시(江西)성의 고소득층을 조사한 결과 부유층의 소득과 소비경향이 반비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마디로 최근 중국의 고민은 돈 있는 사람들이 물건을 팍팍 사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에 가는 중국의 관광객들은 대부분 중국에선 상당한 부유층들이다. 지난 월드컵 때 한국에 갔다온 한 사람을 만났더니 “솔직히 서울에서 삼성핸드폰 빼고는 사고 싶은 게 없었다. 삼성핸드폰도 통신방식이 달라 못 샀지만…” 하고 말했다. 웬만한 가전제품은 최고급 외제만 쓰는 사람들이니 한국에서 살 만한 게 없었다는 그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하물며 중국에서 살만한 게 있을 리 없다. 베이징의 경제계에선 지금 부유층의 돈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최대의 화두라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2002.08.26 00:00

3분 소요
디지털 바람 타고 케이블TV 지각변동

산업 일반

국내 TV시청자의 절반 이상이 케이블TV(중계유선 제외) 가입자다. 이는 두 가구 가운데 한 가구가 지상파방송을 케이블TV방송국(SO)을 통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SO의 손아귀에 지상파의 전송 여부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96년 출범 후 4년 동안 가입자 증가 저조로 극심한 적자에 시달리던 SO들이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열풍을 타고 인터넷 서비스 등 부가서비스를 개발하면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해 가고 있다. 이런 케이블TV업계가 디지털 전환의 계기로 다시 한 번 재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단순 기능에 머물렀던 SO들은 디지털방송·통신기술의 융합과 광파이버에 의한 광대역 전송시스템의 구축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PPV(Pay Per View; 유료프로그램 서비스)·VOD(Video On Demand)·VoIP(인터넷전화)와 그 외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총아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방송은 이제 개별SO와 MSO(복수SO)뿐 아니라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진출하는 미래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1세기 정보화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업계 꾸준한 성장=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케이블TV 가입 가구는 전국 109개 SO에서 7백만을 넘어섰다. SO들은 현재 전송망을 750Mhz나 870Mhz으로 한창 업그레이드 중이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SO업계의 총 매출액은 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연 18%씩 성장이 예상돼 2005년에는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케이블TV 가입 가구도 1천만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SO 매출액의 대부분은 프로그램 방송서비스보다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같은 부가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체 7백만 가구 중 월수신료 1만5천원을 받는 기본형 가입자는 1백만이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4천∼6천원 정도의 수신료를 받는 보급형 가입자이거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연계된 무료 또는 덤핑 가입자들이다. 이같은 방송 부분의 수익 악화는 지역 프랜차이즈가 깨짐에 따라 복수 SO지역을 중심으로 가입자 유치경쟁이 벌어지면서 수신료 인하경쟁이 촉발된 데 기인한다. 따라서 SO들은 인터넷 서비스와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 계기 사업자 재편=자기 구역을 인정받고 안정되게 사업을 펼쳤던 SO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디지털 전환이다. 막대한 디지털 전환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SO업계는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O들이 디지털 전환에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셋톱박스 보급과 망업그레이드에 자금이 많이 든다. 5만 가입자 SO기준으로 대략 망업그레드와 디지털헤드엔드 구축·셋톱박스(보급형) 보급 등을 포함 최소 1백50억원 이상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양방향 데이터서비스와 T-커머스에 제약이 없으려면 셋톱박스 값이 50만원은 돼야 하고 이 금액만 총 2백5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같은 엄청난 투자금액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SO업계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SO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전국 SO들이 7∼10개의 MSO로 통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왜냐하면 중소규모 단일 SO들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고 ▲작은 규모로 인해 투자대비 낮은 수익률로 점차 치열해지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경쟁에서 뒤떨어지며 ▲우수 콘텐츠 확보경쟁에서도 거대사업자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단일 중소규모 SO들은 거대사업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대다수 SO들이 DMC구축 사업자들의 행보을 예의주시하며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기웃거리고 있으며, 어떤 SO들은 이 와중에 몸값을 올려 M&A에 몸을 던지려 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이같은 처지에 있는 SO들은 전국 SO의 30%에 가까운 30∼35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SO연합체가 등장했고, 외부자본을 끌여들어 디지털미디어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이 나왔다. 그 대표적 케이스가 한국디지털미디어센터(KDMC)와 브로드밴드솔루션즈(BSI)의 BMC(브로드밴드 미디어센터)다. 또 다른 한켠에선 MSO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고 SO들과 제휴해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 또한 DMC 구축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케이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KDMC와 BSI를 비롯,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병행하는 시내전화사업자 하나로통신, 국내 최대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과 서울 동북부지역의 MSO 큐릭스, 부산과 경기지역 MSO 한빛아이앤비 등이다. KDMC(대표 박성덕)는 오는 12월 말 디지털방송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전국 24개 SO가 2천만원씩 갹출, 4억8천만원의 초기자본금으로 출발했으며, 추가로 8개 SO가 참가의사를 밝히고 있다. 금주 중으로 4백30억원짜리 SI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SI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현재 삼성SDS·한전KDN나 C&C·LG CNS·쌍용 등 5개 대기업 컨소시엄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KDMC는 선정업체에 50억원 안팎의 투자도 받는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4백억원의 투자의향서에 합의했다. 디지털케이블 솔루션업체인 BSI(대표 정석훈)도 미국계 투자은행으로부터 유치한 1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디지털미디어센터의 일종인 BMC(브로드밴드 미디어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BSI는 서울 은평·경기 부천지역에 35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드림씨티방송이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계의 케이블디지털서비스 기술을 도입해 서비스한 후 점차 국내 표준인 오픈케이블(OCAP)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BSI는 지난달 중순 젬스타-TV가이드사의 IPG(Interactive Program Guide) 솔루션을 향후 10년간 사용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IPG는 기존 EPG(Electronic Program Guide)에 양방향 기능이 보강된 것으로 프로그램 안내화면과 채널화면이 연동돼 나타날 뿐만 아니라 선택한 채널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OCAP표준에 맞추겠다고 밝힌 KDMC가 OCAP의 표준화에 따라 사업개시가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BSI는 목표가입자수(1백만)만 확보하면 곧장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전략이어서 디지털방송을 가장 빨리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로통신도 지난주 자본금 3백억원 규모의 드림DMC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여개 SO로 출발해 일단 단촐하게 시작하겠다는 것이 하나로통신의 전략이다. MSO진영에서는 씨앤앰과 큐릭스·한빛아이앤비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씨앤앰커뮤니케이션(대표 오광성)은 다음달 중 송파SO를 통해 케이블TV 최초로 고선명고음질(HDTV) 디지털 방송을 시작해 상반기 중 서울과 경기지역 12개 SO의 90만 가구에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화를 위해 씨앤앰은 미국의 모 투자은행과 투자협상을 벌이다 포기하고 대주주로부터 지난해 말 6백억원을 추가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씨앤앰은 상반기 중으로 7백50∼8백70㎒로 전송망 업그레이드가 마무리되는 대로 디지털헤드엔드와 본격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지원하는 CAS를 구축하고, 셋톱박스 보급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 동북지역 MSO인 큐릭스(대표 원재연)도 도봉·강북 등 6개 지역의 망을 상반기까지 870㎒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자체 초고속인터넷 사업 등 부가서비스 확충에 나섰다. 큐릭스는 지난해 SK텔레콤과 싱크로라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상품을 내놓았으나, 수익배분과 SK텔레콤과의 망사용 문제로 중단하고 자체 인터넷서비스로 돌아섰다. 부산과 경기지역 등을 중심으로 12개 지역(가입자 150만)에서 자가망 기반을 확보한 한빛아이앤비(대표 이필상)도 현재 셋톱박스 업체 휴맥스의 지분투자를 받아 디지털미디어센터 구축에 나섰다. 휴맥스(대표 변대규) 1백5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5%를 확보했으며, 셋톱박스 공급을 전담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휴맥스가 유럽식 셋톱박스를 주로 공급해온 점을 들어 한빛아이앤비가 국내 표준인 OCAP이 아니라 유럽식 DVB-C와 그에 따른 데이터 서비스방식인 MHP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추측도 낳고 있다. 이밖에 군소 MSO나 대규모 단일 SO등도 디지털 전환에 낙오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유선계열(대표 이인석) 12개 SO들도 디지털케이블TV로의 전환을 앞두고 7백50㎒이상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데 이어 자체 디지털미디어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안양과 수원·천안지역의 5개 SO를 보유한 안양방송계열(대표 배창선)도 성남·분당지역 30만 가입자를 확보한 아름방송(대표 박조신)등도 8백70Mhz급으로 망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며 자체 DMC구축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판도는=케이블TV업계는 디지털화가 업계의 M&A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투자가 완료되면 이같은 흐름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당 부가가치 창출에서 MSO와 거대 DMC사업자를 개별SO들이 따라갈 수 없으며, 인터넷 서비스와 VOD·인터넷전화·T커머스·콘텐츠 제작과 가공, 나아가 과금체계 등에서 규모의 경제가 절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는 지금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 SO들은 위에 열거한 10개 안팎의 거대사업자군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02.04.26 00:00

6분 소요
“재고털자”…때이른 에어컨 가격전쟁

산업 일반

베이징(北京)에서는 벌써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대륙성 기후로 여름이 워낙 찌기 때문에 이곳에서 에어컨은 필수품이다. 웬만한 아파트나 건물에는 창문마다 촘촘히 에어컨이 달려 있다. 그 정도로 많이 보급돼 있다. 이 때문에 이맘때쯤이면 에어컨 가격동향이 단연 언론의 최고 관심사다. 지난해에는 한여름까지도 가격인하가 계속되면서 7∼8월 성수기에 에어컨 값이 더 떨어지는 기현상으로 소비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2천4백 위안(元)짜리 개별 에어컨 하나가 어떤 것은 1천6백 위안까지 무려 30% 이상 떨어진 경우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올해도 이런 현상을 기대하며 에어컨 구매를 오히려 늦추고 기다리고 있다. 자연히 성수기는 다가오는데 도무지 에어컨이 팔리지 않는다고 업체들은 난리다. 얼마 전 궈메이(國美)의 본사가 있는 베이징 차우양취(朝陽區)의 펑룬(鵬潤)빌딩에서 극비회의가 열렸다. 궈메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제품 양판점으로 유통업계의 대표선수다. 이날 의제는 올해 에어컨 가격전쟁을 조기에 발발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가 나가자마자 다음날부터 궈메이는 에어컨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중국은 나라가 워낙 넓다 보니 무려 3백개 이상의 에어컨 메이커가 있다. 지난해 중국의 에어컨 생산량은 1천5백만∼2천만대 였지만, 실판매량은 겨우 1천만∼1천5백만대로 5백만대 이상의 재고가 남았다. 이런 재고 처분을 위해서도 대대적인 가격인하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시장에서 하이얼(海兒)·메이디(美的)·거리(格力) 등 ‘빅3’의 판매량은 전체의 40%선이 고작이다. 하이얼은 6년 연속 판매량 1위를 기록했으면서도 시장점유율은 겨우 20% 정도다. 한마디로 에어컨 업계를 좌우할 ‘초대형 기업’이 아직 없는 도토리 키재기로 보면 된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으로 2∼3년 내에 제조업체가 지금의 10분의 1인 30개사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연히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점유율이 곧 생존의 바로미터로 간주돼 당장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밀어내기식 판매로 버티겠다는 게 대부분 업체의 전략이다. 요즘 에어컨 값이 얼마나 싸졌는가는 LG·내쇼날·히타치 등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외국 브랜드 제품이 중국 브랜드 제품과 거의 가격차가 없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예컨대 LG 0752CT형은 2천4백40위안 짜리가 1천6백99위안이란 특가로 팔리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올해부터 이런 에어컨 가격인하경쟁을 다름아닌 궈메이가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예년 같으면 4월 하순은 돼야 비로소 에어컨 판매의 성수기로 들어가던 것이 당연시됐지만, 올해는 순전히 궈메이의 의도에 따라 무려 한 달 이상 앞당겨 판매경쟁이 불붙었다. 궈메이가 ‘조기점화’를 통해 노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궈메이가 치밀한 분석 뒤 ‘3월’을 선택했다고 한다. 우선 당장 다른 가전양판점과의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자기들이 에어컨값을 주도한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하겠다는 거다. 이것은 다른 가전제품에까지도 궈메이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비방이 될 수 있다. 궈메이는 얼마 전 선양(沈陽)에서 LG의 프로젝션TV를 놓고 현지 백화점들과 한판싸움을 벌일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회사다. 전국적으로 거의 대부분 도시에 대형매장을 갖고 있어 시장지배력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이 회사에서 결정한 가격이 제조업체들에게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져 사실상의 판매가격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 등 선진경제에서는 이미 월마트 같은 초대형 유통기업이 시장판매가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흔하다. 유통기업 눈에 거슬리면 판매에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궈메이에 납품되는 에어컨 값도 신문에 보도되면서 거의 시장기준가격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에어컨전쟁 가열 조짐을 보면서 중국 가전시장에서도 마침내 유통기업이 제조업체를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2002.04.08 00:00

3분 소요
돌아온 ‘증권쟁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산업 일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주식쟁이’가 돌아왔다. 1998년 말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를 도입하며 증시 활황을 이끈 일등공신인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43·사진).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찌들어 있던 개인 투자자들의 우상으로 군림하던 그가 8개월여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지난 11월27일 조용히 귀국했다. 당초 일정을 1년 3개월여 앞당긴 귀국이다. 미 실리콘밸리에 머물며 현지 금융·벤처업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매진하던 그가 조기 귀국한 이유는 뚜렷치 않다. 본인은 “원래 미국에 있으면서도 전화비가 한 달에 3백만원이 넘을 정도로 본사 경영에 관여해 왔는데 이제는 국내 사업에 좀더 힘을 쏟기 위해 온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박회장이 이제 국내 증시가 대세상승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온 게 아닐까”는 성급한 관측도 돈다. 그의 동물적인 감각 때문이다. 하지만 박회장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대세상승은 멀었다”고 단언한다. 미국으로 가기 전부터 금융기법의 국제화를 주변에게 강조해온 만큼 이에 대한 소감이 궁굼했다. 그에 앞서 그의 영어 실력 좀 늘었을까. “(웃으며) 꽤 늘었죠. 지금은 사람을 만나 통역 없이 얘기도 가능할 정도는 됐습니다. 물론 그쪽에서 말을 빨리 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는 있지만…. 사실 영어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 놀러도 못 다녔어요. 아마 사람 만나는 약속이 있는 날 빼곤 하루에 10시간 이상 영어 공부를 했을 겁니다.”(그의 측근에 따르면 박회장은 CNBC 방송을 녹화해서 제대로 들릴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 들었다고 한다) 증시는 어느 나라든 경제의 거울이다. 그리고 박현주의 눈은 한국에선 알아주는 시장통 아닌가. 그의 눈을 통해본 미국 경제를 물었다. “그동안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투자와 소비라는 두 개의 축이 약해지고 있어 강력한 경기 회복까기 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먼저 기업들은 잉여생산 설비가 남아 있어 빠른 시일내에 투자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가계에서는 주가 하락과 실업률 상승으로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많은 부문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회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또 9·11 테러사태 이후 적극적인 재정정책 시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엔 장기적으로 미 경제는 충분히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실리콘 벨리는 IT. 벤쳐산업의 국제 1번지. 그러나 최근 이곳도 사람이 떠나 텅빈 폐광 같이 삭막한 도시라고 하는데 그는 미국에 머물면서 도대체 무엇을 보았을까. 이곳에서 그는 또 어떤 돈벌이를 생각했을까. “실리콘 밸리는 지식을 파는 곳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습니다. 지식이 기업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더군요. 훌륭한 소프트웨어와 좋은 인재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깨닫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생활은 미래에셋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죠. 경쟁력이 있는 금융기관을 갖추어 가는 것은 직원을 어떤 경쟁력으로 키워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내로라 하는 ‘증권쟁이’에게 증시를 안 물어보는 것은 대단한 실례다. 박 회장은 올 초 미국으로 떠날 때 “증시침체의 어두운 터널에 진입했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그런 것인가. “우리나라 전체로 볼 때는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매출액이 내년에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내년 세계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상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9·11 테러 직후 미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뉴욕타임즈’ 칼럼을 통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신뢰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요즘 국내 증시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일반 개미 투자자들은 헷갈리기 딱 좋다. 조정을 기다리면 다락같이 올라 허탈해하고 그렇다고 뒤쫓기도 어렵다. 한편에서는 1천포인트 하면서 대세상승론을 점치는 목소리는 만만치 않고. “전 개인적으로 구체적인 지수 수준을 얘기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세상승을 논하기는 다소 빠릅니다. 주가가 강력한 상승으로 전환하려면 기업들은 자기자본이든,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든 기회비용 이상으로 이익을 재창출해야 합니다. 근데 불행하게도 아직은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한편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서 투하자본에 대한 수익률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가까운 시일내에 이를 기대하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강력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가시화돼 경쟁의 틀을 갖추어 나가고 경제 주체들이 적절히 대응만 해나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채권수익률보다는 주식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일반투자자들의 행동지침에 대한 해답은 어느 정도 나온 셈아닐까.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5백50포인트를 축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변화를 읽고 리드한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추세를 이어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바이 코리아’, 즉 ‘한국’을 사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주주 중심으로 변화를 선도하는 건전한 기업들의 주가는 개별적으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좋은 기업이 어딘지 선택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이럴 때는 간접투자 비중을 높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 박회장은 수수료 인하를 선도한 장본인이다.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경쟁을 불붙인 방화범인셈이다. 그 덕에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아우성이다. 그의 죄과(?)가 크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는 나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9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14.8%가 늘어났어요. 오히려 이 문제의 본질은 증권사들이 수익에 앞서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각종 스캔들은 증시엔 독약이다. 더구나 기반과 수급이 취약한 코스닥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증시를 둘러싼 각종 스캔들과 특정 인사를 지칭한 각종 루머는 투자자들에겐 골칫거리다. 왜 이런 문제가 자꾸 생기는 것인지 갑갑한 게 요즘 상황이다. “그런 스캔들이다 게이트다 하는 것들은 모두 비제도권 사람들이 증권시장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등 제도권 종사들을 동일시하여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도권에서는 엄격한 통제 시스템이 항상 작동되고 있습니다. 비제도권 인사들이 저지른 것과 같은 일들이 도무지 가능하지 않습니다. 스캔들을 일으킨 비제도권 인사들과 제도권 인사들을 동일선상에서 매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제도권의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각입니다. 개인적으로 그점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박회장은 인터뷰 내내 ‘백 투 더 베이직스(Back to the basics)’를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전략도 그렇거니와 자신 또한 오직 한 길을 가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회장이 앞으로 어떤 진검승부수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2001.11.29 00:00

5분 소요
‘대회’가 한번에 약정 매출도 10%나 늘어

산업 일반

중형 증권사인 한화증권(대표 진영욱)이 여러 가지 특화된 ‘서바이벌 마케팅 전략’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형사가 삼성·대우·현대·LG·대신증권 같은 빅5 대형사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자금력와 규모 면에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소형 온라인 증권사들과 같이 한 무리가 되어 수수료 인하경쟁에 나서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대형과 소형의 틈바구니에서 고민을 하는 중형사의 현재 모습이자 고민이다. 하지만 업계 7위, 시장점유율 3%의 한화증권은 다르다. 특화된 차별화 마케팅 전략을 들고 나와, 자기 시장을 지키면서 또한 ‘남의 떡을 빼앗아 오는’ 시장개척에도 나서고 있어서다. 그 차별화 마케팅의 실무주역이 한화증권 사이버증권팀이고, 이를 이끄는 사람이 바로 이병선(47) 팀장이다. 사이버증권팀이 즐겨 사용하는 전략은 주식투자자를 겨냥한 ‘특화’된 대회를 개최 ‘충성스런 고객’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1999년 4월에 유명한 한화증권 실전 수익률 게임대회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벌써 8회를 맞이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대회 아이디어를 낸 이는 진사장. 하지만 이 대회를 매년 키워 나가면서 돈 되는 매출과 연결시키는 실무작업을 한 이는 이팀장이다.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하는 작업도 일단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이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대회가 열리면 약정액이 부쩍 늡니다. 1회 때는 3개월 간 5천억원이 늘었고, 3~4회 때는 매회 2조원까지 늘었습니다. 7회 때는 7천억원이 늘었고, 이번 8회의 경우 늘어나는 약정액이 적어도 1조원은 넘을 전망입니다. 수익률 대회가 열리면 약정액 매출도 10% 정도 급증하죠.” 참가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1회 때는 4천여명에 불과했지만, 7회 때는 1만명으로 늘었고, 8회 때는 1만2천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 대회가 가져오는 부수적 효과도 대단하다. 신규 고객 유입 효과 외에, 기존 고객들이 다른 증권사로 가지 않고 계속 한화에 남아 더욱 충성스런 고객으로 발전한다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사이버증권팀이 두번째 주력하는 분야는 교육사업이다. 고객들이 한화증권 HTS인 ‘이지넷플러스’에 ‘인이 박히도록’ 해서, 좀 심하게 말하면 죽을 때까지 쓰도록 유도한다는 장기 마케팅 전략이다. 그래서 지난 8월 사이버증권팀은 이 대회 우승자인 최진식·박정윤·한관홍·정진석·이창현·김기수씨 같은 고수 스타들의 노하우를 한데 모은 주식투자 기법서인 「머니게임의 영웅」이란 책도 펴냈다. 노하우 전파도 전파지만, '고수들이 이지넷플러스라는 좋은 도구를 사용했기에 큰 수익률을 냈다'는 요지의 이지넷플러스 간접 홍보를 하는 셈이다. 사이버증권팀이 서울 여의도 본점 2층 영업부에 한경와우TV, 슈어넷과 손을 잡고 주식투자기법을 가르쳐 주는 증권사관학교를 지난 1월에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지넷플러스가 없으면 못사는 충성스런 고객을 만들기 위한 장기포석이다. 이 ‘포석’은 11월이면 대학가까지 침투된다. 이팀장은 “11월에 문을 여는 서강대 경영대학원 금융전문가 과정의 투자론 강의시간에 이지넷플러스를 이용한 실전투자연습 강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힌다. 이 강의를 듣는 이들은 투자를 담당하는 은행의 과장·차장급 직원들이다. 이외에도 전국 52개 한화증권 영업점에서 이지넷플러스를 잘 다루는 영업사원을 1명씩 불러들여 이지넷플러스 집체교육도 할 예정이다. 이들을 영업점에서 고객들에게 이지넷플러스를 전파시키는 주역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인이 박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은 HTS 업그레이드 작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팀장은 “최진식·김기수씨 같은 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근 선보인 이지넷플러스에 고급 기능을 가미했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한꺼번에 여러 종목을 일괄적으로 사겠다거나 팔겠다는, 혹은 취소하겠다는 ‘복수 종목 일괄 주문’기능이 그런 것이다. 데이 트레이딩 전문가나 사이버 고수들이 이런 기능을 갈구하고 있어서다. 또 장이 끝난 다음에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종목을 골라내는 기능도 탁월하다는 설명. 예를 들어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간 종목만을 골라내고 싶다고 하면 금세 찾아준다. 종목별로 매도·매수 신호를 리얼타임으로 보내주는 기능도 그 사이버 고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빅5에 대적하기 위해 사이버증권팀이 한 제휴전략도 돋보인다. 2000년 10월에 슈어넷과 손을 잡고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리얼타임 종목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2001.10.26 00:00

3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