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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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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엘리엇 창업자 “지금 증시, 내가 본 것 중 가장 위험”

증권 일반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 폴 싱어가 "오늘날 주식시장의 상황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종합 미디어그룹 마켓워치에 따르면 폴 싱어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니콜라이 탕겐 CEO와 인터뷰에서 "레버리지는 점점 쌓이고 있고, 위험 감수도 점점 더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이런 상황은 정부에도 적용된다. 유럽, 일본, 스위스에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시행된 것은 정말 놀랍다"라며 "미국에선 제로금리 정책이 1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정부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제든 구출하러 달려올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위험한 안일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빅테크의 인공지능(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궁극적으로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싱어는 "AI는 사용자에게 실용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계를 넘어섰다"며 "AI가 이용되고 있고, 앞으로 더 이용되겠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끝으로 "전 세계 국가들은 미국 정부가 세계 기축통화국으로서 누리는 특권에 기뻐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안을 원한다"며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모든 남용을 안고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미국이 달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지지하고 있다? 이는 아찔하다"고 전했다.한편 엘리엇은 행동주의 투자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2025.02.28 08:33

1분 소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10년… 피크 코리아와  슈퍼 에이지 [스페셜리스트 뷰]

증권 일반

한국 경제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13년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가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로 묘사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던 사례가 기억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수년간 한국 경제는 대중국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 둔화와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는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2013년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로 지칭되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피크 재팬’과 ‘피크 차이나’에 이어 ‘피크 코리아’(Peak Korea·한국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를 우려해야 하는 국면까지 이르렀다. ‘파이낸셜 타임즈’(FT)마저도 ‘한강의 기적은 끝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다룬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모습이 역동경제에서 피크 코리아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물론 피크 코리아 리스크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수년간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누적된 결과물이다.왜 이 시점에 피크 코리아를 고민할까가장 먼저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특징인 수출주도 성장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저성장 고착화도 있지만 이전과 달리 글로벌 내 다양한 갈등이 잇따르고 있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중 패권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자국 우선주의, 부의 불평등 심화에 따른 사회갈등 등 지구촌에 다양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 및 산업은 여타 국가보다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구조라는 것이 큰 고민거리다.글로벌 수요와 투자의 구조적 변환도 우리에게는 악재다. 국내 수출과 산업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업종에 강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타 중후장대 산업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주요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그 이유 역시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에 한국 경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피크 차이나도 한국 경제에 악재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탈중국은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 수출 감소분을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로 메우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과 한국 산업간 관계 변화 역시 한국 경제의 저성장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중국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즉 경쟁관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대외적 요인과 더불어 전 세계 1위 수준의 대내 리스크도 피크 코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성큼 다가선 인구사이클, 한계에 이르고 있는 부채 리스크, 사회적 갈등 심화와 함께 취약한 내수 기반 등은 피크 코리아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주요국 정책기조 전환에서 소외된 한국피크 코리아 리스크와 관련해 최근 주목되는 이슈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한국의 더딘 그리고 미온적인 대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양 축의 통화정책과 각종 재정 부양 정책을 동원해 총수요를 자극하면서 그나마 저성장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총수요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다. 돈 풀기 정책은 모든 경제주체에 막대한 부채를 유발시켰고 고금리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한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초완화 정책의 마지막 보루였던 일본마저도 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서 총수요 정책의 종료가 확인되고 있다.이에 미국 등 주요국은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생산요소(노동·자본·기술) 향상을 위한 공급 혹은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공급 정책 강화 배경에는 기술혁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중 패권 경쟁 격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리쇼오링(Reshoring·해외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이동하는 현상), 니어쇼오링(Nearshoring·기업의 생산이나 서비스 업무를 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 등에 기반한 자국 산업 육성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기술혁신 사이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재정 정책 초점을 총수요 확대보다 제조업과 같은 산업 육성 등 공급 확대에 두기 시작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일본 경제와 정책 역시 미국과 맥을 같이한다. 공급경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의 신자본주의 5대 중점 전략인 ▲인재 ▲과학기술 및 혁신산업 ▲스타트업 ▲녹색전환 ▲디지털전환 역시 생산요소의 질적 및 양적확대라는 공급경제 정책이 기저에 깔려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미국과 분업적 산업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정책에 편승하고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 중심에는 국가 자본주의가 있다. 해석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생산요소, 즉 노동·자본 및 토지 그리고 기술(데이터)을 국가 통제 하에 두고 기술혁신 관련 공급 능력과 생산요소 향상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기조로 해석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전략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고품질발전이다.문제는 한국 경제 및 산업의 경우 2010년대에 들어 공급능력 확대 정책보다는 글로벌 총수요에 기반한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을 유지하면서 최근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정책 패러다임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제조업의 위기이자 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 차이나 쇼크 가시화논란이 있겠지만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은 한국 경제에 그 동안 실보다 득이 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중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위 차이나 쇼크를 한국 경제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하고 있다. 우선, 흔들린 한중 교역구조가 다시 복원되기 쉽지 않다. 중국이 안고 있는 각종 구조적 리스크로 중국 경제의 빠른 정상화를 바라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의 ‘대중 칩(Chip·반도체) 포위망’ 강화 움직임은 가뜩이나 꼬여 있는 한중 무역을 더욱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한중 교역이 자칫 피크 코리아에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중국 내 한국산 제품의 수요 둔화는 교역구조 측면에서 한중간 분업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던 구조가 약화됐다. 이를 반영하는 것이 대중국 중간재와 자본재 무역수지다. 대중국 중간재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고, 자본재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로 전환됐다. 반면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한국 제품과 경합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한중간 산업구조가 보완적 관계에서 경쟁관계로 전환되면서 한국 경제가 받게 될 충격이 더욱 커질 것 이다.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침투도 심상치 않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지난해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시장 점유율이 무섭게 상승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올해 2월 기준 818만명으로 지난해 2월 대비 약 130% 증가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 앱 사용자수는 1년도 안돼 581만명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초저가 공세가 한국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음은 한국 수출 기업은 물론 내수 기업에도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가 주로 이커머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침투가 또 다른 차이나 쇼크를 촉발할 전망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 등으로 한국 수출 및 산업이 차이나 쇼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산업 발전 혹은 경쟁력 강화가 한국 경제에 제2의 차이나 쇼크를 유발할 위험은 이미 현실화됐다. 너무 빠른 인구절벽 리스크…곧 내수절벽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근거가 극단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인구 사이클이다. 한국 인구 사이클에 대한 비관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 인구절벽 시 나리오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주요 선진국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는 현상인 ‘초고령화’ 시대, 즉 슈퍼 에이지(Super Age)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장래 한국 인구사이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한국 인구 비관론을 얘기할 때 단골 메뉴는 고령화 속도지만 이보다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과 관련해 주목할 데이터는 신생아 수다. 결론적으로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고 있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5만명에 불과하다. 1970년 신생아 100만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신생아 수 감소세가 2010년대 중반부터 가파르다. 2016년 40만명이었던 신생아 수는 3년 만인 2019년 30만명으로 10만명 줄어들었다. 또 3년 만에 25만명(2022년)으로 감소했다. 신생아 절벽 사이클은 이미 시작됐다. 이처럼 한국의 초저출산이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 인구 감소 전망은 시나리오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한국 인구고령화의 주요 요인인 초저출산 현상의 배경에는 각종 경제적·사회적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득(고용) 불안, 높은 주택가격에 따른 주거 불안, 양육환경과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결혼·출산 연기 및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 우스갯소리지만 이전 세대에 자녀는 필수 소비재였지만 현 세대에게는 사치재라는 말이 있다. 자녀 출생과 양육에 드는 과도한 경제 그리고 인적 비용이 자녀를 기피하게 하는 안타까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2018년을 기점으로 이미 고령사회의 문턱을 넘어섰고 이후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이다.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46년께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일본마저 앞서게 된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라는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고 예측도 쉽지 않다. 참고로 고령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을, 초고령사회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할 때 이르는 용어다.인구 고령화 리스크를 얘기할 때 일본의 사례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일본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인구 고령화가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하락 그리고 정부 부채 급등이 일본 경제 잃어버린 30년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한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 등 유럽국가의 저성장 추세와 정부 부채 급증 역시 고령화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의 사례를 비춰볼 때 한국 경제 역시 인구 사이클에 따른 성장률 둔화 압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령화 수준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속도다.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데 15년 정도가 소요됐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동 기간이 7년에 불과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인 2025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더욱이 향후 5년마다 한국의 65세 이상 비중은 5%씩 증가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고령화 속도를 기록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투입의 기여도가 2011~2015년 0.7%포인트(p)에서 2016~2020년에는 0.2%p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1~2022년에는 -0.2%p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사이클이 성장에 기여하기보다 성장을 잠식하는 생산요소가 된 것이다.물론 일본 고령화 사례를 한국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일부 한계도 있다. 일본 경제 구조는 기본적으로 내수 중심이지만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적 구조이다. 인구에 큰 영향을 받는 내수보다 해외 수요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구조가 인구 고령화 충격을 일부 상쇄시켜 줄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이전과 달리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고 공급망 이분화 그리고 중국의 추격 등 한국을 둘러싼 수출 환경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결국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 수출 둔화 리스크와 인구 충격에 따른 노동기여도 추락은 시간이 갈수록 피크 코리아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K-부채 리스크도 피크 코리아 위험 높여 2000년 이후 부채 사이클을 보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기간이 3차 가계 부채 급증 국면이다. 부채를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2000년 이후 K-부채 사이클은 수출경기와 부동산 가격이 운 좋게 맞으면서 사후적 평가지만 좋은 부채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K-부채 사이클이 한계를 맞이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경제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더 이상 조력자 역할보다 악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부채 사이클의 좋은 측면은 사라지고 나쁜 부채 리스크만 부각되는 현실은 피크 코리아 리스크마저도 덩달아 높이고 있다. K-가계 부채의 청구서를 우려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가계부채 규모이다. 한국 가계 부채 순위가 빠르게 상승 중이다. 2010년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던 K-가계 부채 순위가 2020년에는 7번째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2년 4분기 기준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5%로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K-가계 부채의 또 다른 위험은 물가와 금리의 패러다임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중물가-중금리’는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중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고용절벽과 자산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부채 리스크 현실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피크 재팬 사례에서도 알고 있듯이 피크 재팬은 부채 버블에서 비롯됐고, 현재 진행형인 피크 차이나도 부동산 부채에서 촉발됐다. 그리고 피크 USA는 아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역시 서브프라임발 가계 부채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피크 차이나를 제외하고 부채 리스크의 도화선은 영원할 것 같았던 저금리 환경 파괴에서 비롯됐다. 한국 정책당국도 부채를 통한 부양에 더 이상 나설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오히려 K-가계 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다행히 가계 부채 관리 혹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피크 코리아를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과도한 부채사이클의 종착역은 자산가격 급락을 동반한 부채사이클 경착륙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중물가-중금리 패러다임 지속은 K-가계 부채의 경착륙과 이에 동반한 피크 코리아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회적 갈등 비용도 무시하면 안 된다한국 경제와 사회가 안고 있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피크 코리아 요소는 ‘갈등’이다. 체감적으로 한국 내 갈등 정도는 근래 들어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이념·젠더·세대·소득·교육 등 사회 각 부문에 걸쳐 갈등이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이 갈등 문제에 있어 전 세계 상위 수준에 위치해 있음은 각종 자료와 지표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2021년 영국 킹스컬리지가 발간한 보고서(Cultural wars around the world: how countries perceive divisions, 2021)에 따르면 한국은 12가지 갈등 항목 중에 7개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사실상 조사대상 17개국 중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갈등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이다. 갈등지수뿐만 아니라 체감적으로 갈등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을 부채질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 여타 선진국보다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국가다. 2021년 OECD의 소득불균형 지수를 보면 한국이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소득불균형 지수를 보이고 있다. 부의 불평등 혹은 소득불균형도 문제지만 부가 세습되면서 소득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준 피상속인이 4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간 부의 격차 그리고 일자리 혹은 고용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허비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자원 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의대 진학이 어느 학과 진학보다 각광받고 있는 현상은 사회갈등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사회갈등지수가 전 세계 상위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면 제 발로 피크 코리아 국면에 진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 세계 주요국은 저성장 국면에서 좀 더 큰 성장의 파이를 차지하는 동시에 공통 문제인 고령화·부채 리스크 등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생산요소(노동·자본·기술) 향상과 관련한 무한 정책 경쟁에 돌입했다. 그 중심에는 기술혁신 사이클이 있지만 승자 독식의 게임 법칙이 지배하는 기술혁신 특성상 글로벌 기업간 및 국가간 치열한 생존게임은 격화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생산요소 우위 경쟁과 생존게임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밀려난다면 피크 코리아를 정말 피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여타 주요국과는 달리 구조적 리스크로 인한 내수 절벽이라는 잠재적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 피크 코리아의 돌파구이자 장애물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디지털 관련 인프라, IT 산업 및 디지털 문화에 쉽게 순응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생산요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잠재력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급속히 확산하는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 국면에서 한국은 그래도 주요국과 어느 정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가별 혁신 순위에서 한국이 밀려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디지털 관련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 붐이 시작된 2010년 중후반부터 관련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률을 지지해주었다. GDP 대비 설비투자(유형자산 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무형자산 투자)도 이미 역전됐다. 미국 내 모든 투자가 무형자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불안하다. 설비투자 부진 속에 딱히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강한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AI 등 디지털 산업이 자칫 잘못하면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이 아닌 갑자기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 처지에 직면해 있다.결론적으로 피크 코리아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경제 주체들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산업 및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변화 시대에서 확고한 입지를 빨리 찾는 것이 급선무다.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요소의 질적·양적 개선을 병행하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 기회는 남아 있지만 이를 서둘러 활용하지 못하면 새로운 기술혁신 시대에서 피크 코리아 늪에 빠져 허덕일 것이다. 박상현 전문위원은_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수석 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이다. 성균관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우경제연구소 해외지역팀, 루마니아 대우은행,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쳤다. 현대중공업 외환정책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경제흐름을 꿰뚫어 보는 금리의 미래 (2018년),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2020년) 등이 있다.

2024.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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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는 언제…美 연준 앞에 놓인 고차방정식[스페셜리스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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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5일 정도에 한 번씩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보통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 정도에 결과가 나온다. 이후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1시간 정도 진행한다. 이 시간이 끝나면 한국은 새벽 4시를 훌쩍 넘긴다. 필자는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 혹은 자산관리 컨설팅을 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해왔으니 어느새 20여 년 동안 이어온 일이다. 긴 시간을 해오면서 상당한 변화를 느낀다. 그런 변화 중 하나가 투자자들의 학습 열기와 수준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유튜브와 각종 블로그의 촘촘한 지식으로 중무장한 스마트한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일반 기업체 강의를 갔을 때 받는 질문은 불과 5년 전에는 결코 받기 어려웠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팀장들에게 받았던 수준이다. 수년 전에는 필자처럼 시장을 유심히 관찰하는, 그중에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새벽잠을 설치면서 FOMC를 보곤 했다. 요즘은 다르다. 일부 경제 매체가 FOMC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고, 새벽에 전문가들이 라이브로 FOMC 결과를 분석한다. 이런 콘텐츠 공급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서 진행되는 미국 금리 결정 회의를 새벽에도 열심히 보면서 트레이딩을 하는 것, 한국 투자자들의 모습이다. 그럼 한국 투자자들은 왜 지구 반대편의 금리 결정에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까? 당연히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이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미 연준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춘 투자 포지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1960년대 미 연준 총재였던 윌리엄 마틴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파티에서 ‘펀치볼’을 치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너무나 과열된 시장에서 열기를 앗아가는 불청객의 역할, 그런 연준 본연의 역할이 나온다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쉽게 느껴진다. 연준은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한다. 2% 물가 목표를 넘는 물가가 나타났을 때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인플레이션을 제압한다. 반대로 2%를 너무 하회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때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돈을 풀어줘 디플레이션 국면으로의 전환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한다. 수치 임계값(Numerical Threshold), 즉 숫자로 돼 있는 2%라는 문턱을 넘는지 안 넘는지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면 되기에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알아주는 석학들이 모여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는 FOMC에서도 상당히 이해가 안 되는 결과들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연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필자는 연준이 헤쳐 나가야 하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2%를 넘으면 기준금리를 올리고, 2%를 하회하면 내리는 단순 방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변수와 변곡점들을 머금고 있는 고차방정식이라고 생각한다. 가파르게 오른 美 금리, 전세계 관심 모여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던 필자에게 3차·4차 방정식은 보기만 해도 좌절감을 안겨주곤 한다. 물론 연준의 천재들이 필자보다 훨씬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단순 방정식과 궤를 달리 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고, 그 풀이에서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필자는 연준이 풀어야 하는 고차방정식, 그 고민의 변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국내 부동산 중 서울 강남 집값만 크게 오르고 다른 지역 주택 가격은 부진을 거듭한다는 가정이다. 강남의 주택 시장은 너무 뜨겁기에 지금 당장 금리를 인상해서 식혀야 할 것 같은데, 반면 다른 지역 주택 시장은 너무 차갑기에 당장 금리를 인하해줘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중앙은행이라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강남을 보면서 금리를 올려야 할까, 아니면 강남 이외 지역을 보면서 금리를 내려야 할까? 최대한 많은 이들의 상황을 감안하면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강남 주택 가격은 말 그대로 불구덩이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남 주택 가격 급등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의 풍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강남만 보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강남 이외 지역은 이른바 엎친 데 덮친 격의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실물 경기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난감한 상황이 조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너무나 뭉툭(Blunt)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위원들은 선출직 공무원들이 아니다. 선출직 공무원은 민의를 대변해 당선됐기 때문에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불균등하게 배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저 임금 대상자에게 월 몇십 만원의 자금을 지원해 주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저소득층에 보다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저소득층에 보다 유리하게 진행될 수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월 소득 몇백 만 원 이상에게는 0.5포인트(p)를 인상하고 저소득층에게는 0.25%만 인상하는 등의 비대칭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는 없다. 한국 국민 모두에게 동일하게 0.25p의 인상을 해야 한다. 즉,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상황이 서로 다른 모두에게 동일한 크기의 충격으로 다가가게 된다. 그렇기에 집값 상승세가 뜨거운 강남을 보면서 금리 인상을 망설이고, 주택 시장이 부진한 비강남을 보면서도 금리 인하에 선뜻 나설 수 없다. 한은보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같다고 할 수 있는 미 연준이라면 고려할 요소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금리를 인상하면 특정 국가는 무조건 힘들어질까? 그렇지 않다. 금리와 함께 성장이라는 요소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성장이 탄탄하면, 즉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해도 투자 소득이 훨씬 크거나, 급여 증가가 훨씬 높다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프레임을 국가 단위로 가져오면 미국 금리를 금리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성장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더라도 미국 성장이 탄탄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지금의 미국 경제는 이례적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40년 만에 가장 빠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워낙 탄탄하기에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 금리는 미국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앞서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의 투자자들은 FOMC를 예의주시한다. 한국 외 다른 선진국은 한국 금리 변화에는 큰 관심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한다. 즉, 미국의 고금리가 미국 이외 국가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 이외 국가들의 성장이 미국만큼 강하지 않은데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포자들의 교실이 있다고 가정하자. 또 그 교실에는 수학 영재가 1명 있다. 수학 선생님이 그 교실에 들어와서 수포자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수학 영재 1명에게만 초점을 맞춰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1주일 만에 끝내고 고등학교 2·3학년 심화 수학을 2주일 만에 끝낸 후 대학 수학으로 돌입하는 상황이다. 수학 영재는 간신히 따라가지만 다른 학생들은 혼돈에 빠진다. 미 연준은 40년 만에 찾아온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20년 만에 가장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강한 상황을 유지하고 물가는 쉽사리 잡히지 않기에 고금리를 유지한다. 다른 국가들의 성장은 미국만큼 강하지 않다. 그렇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성장 둔화 우려, 그리고 그로 인해 부메랑처럼 미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은 미국에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너무나 폭넓게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러니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그 방법은 미국이나 미국 이외 국가에 동일한 ‘뭉툭한 금리’ 인상 및 인하가 들어가 줘야 한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변경할 때 고려할 점이 많다는 점, 고차방정식의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 잡아야다음으로 연준의 미션이 만들어내는 모순들, 그리고 이런 모순들이 긴 시간 동안 쌓여온 역사가 만들어내는 고차방정식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안정을 목표로 한다. 연 2%의 마일드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운용을 하는데, 미 연준은 다소 차이가 있다. 2%의 물가목표와 별개로 고용 극대화, 즉 낮은 실업률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특정 국가의 경기가 좋다고 가정해 보자.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노동 인력의 채용이 증가한다. 임금이 상승하고 개인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가 늘고 물가가 오른다. 그럼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연준이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이러면 높아진 금리에 경기가 둔화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물가도 하락하기 시작하며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간다. 이게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좋으면 고용도 좋고 물가도 오른다.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고용이 위축되면서 물가도 하향 안정된다. 고용과 물가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그런데 앞서 연준의 목표는 ‘고용의 극대화’와 ‘물가의 안정’이다. 고용이 강해지면 사람들의 소득, 즉 임금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물가 불안이 커진다. 고용이 극대화되면 그 자체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된다. 그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기가 타격을 받게 될 수 있고 여기서 고용 극대화에 실패하게 된다. 두 가지 성격이 다른 목표를 함께 달성하고자 한다면 물가의 안정도 유지하면서 고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금리를 찾아야 한다. 그 자체를 설명하기조차 어렵다면 현실에서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침체 일로에 있을 때는 저성장·저물가가 일상화하는 분위기였다. 물가가 안정돼 있기에 연준은 성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양적완화로 대변되는 과감한 돈풀기와 제로금리 장기화가 일상으로 느껴졌다. 워낙 금융위기가 남긴 상흔이 컸기에 상당한 돈 풀기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의 성장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게 된다. 코로나 사태는 보건 위기로 볼 수 있지만 금융 사이드에서는 부채 위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보건 위기가 터져, 빚을 낸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못 하고 영리 활동을 할 수 없기에 부채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재난으로 일을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과도한 부채가 만들어내는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채무자뿐 아니라 채권자도 무너지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성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그리고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의 압력이 훨씬 강했기에 연준은 망설임 없이 과감한 돈 풀기에 돌입했다.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고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받은 사람들은 소비를 이어갔다. 결국 미국의 실물 경기도 탄탄해지고 인플레이션도 강해지기 시작했다. 강한 성장을 동반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연준 역시 방향을 바꾸면서 2022년 3월부터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다. 성장이 강하고 물가가 높기에, 금리 인상을 머뭇거릴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2022년 3월 0%였던 기준금리는 2023년 7월 5.25~5.5%까지 인상된다. 이례적인 빠른 금리 인상으로 한때 9%대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현재 3%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물론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보다는 높기에 여전히 긴축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여기서 더 금리를 인상한다면 성장 둔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연준에게는 고민거리다. 영어와 수학 모두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좋은 대학을 간다고 가정하자. 절대 시간은 한정돼 있기에 적절하게 공부 시간을 배분해 둘 다 좋은 점수를 올려야 한다. 그런데 영어 점수는 100점인데 수학 점수가 40점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수학 공부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 영어 공부를 포기해서 100점에서 점수가 내려오더라도 균형 맞추기가 필요할 것이다. 물가가 워낙에 높은데 성장은 탄탄한 2022년의 상황이 비슷했다. 성장은 워낙 강하기에 더 고민할 것 없이 9%에 달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과감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당시 연준도 “경기 침체를 불사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 과정에서 물가가 안정되면서 수학 점수가 40점에서 거의 80점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럼 영어 점수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보니 91점 수준이다. 그럼 수학이 80점인 상황인데 영어를 포기하면서 수학에만 매진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욕심이 생겨날까. 지금 연준이 처해있는 상황이다.결승전 오른 연준, 과거 실수 반면교사 삼아야성장과 물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해야 하기에 연준의 방정식은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제대로 망했던 사례들이 과거에 존재하기에 연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연준은 과거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범했던 두 가지 실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미에노의 실수와 아서 번스의 실수가 바로 그것이다1980년대 후반 일본은 1985년 9월 플라자합의 이후 나타났던 엔화의 급격한 강세 기조로 수출 성장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에 금리 인하·규제 완화 등을 앞세워 내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거대한 부동산 버블을 맞게 된다.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의 버블이 심각해지면서 일본의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자 소극적으로 일관해 왔던 일본중앙은행(일본은행)이 나서게 된다. 당시 일본은행에는 신임 미에노 총재가 부임한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당시 2.5% 수준이었던 일본의 기준금리(공정금리)를 6.0%까지 1년 이내에 인상하는 초강수를 둔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의 충격으로 인해 과도하게 올랐던 자산 시장은 충격에 빠지게 되고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게 된다. 이후 일본은행은 자산 가격의 급락 국면에서도 금리 인하 등의 정책을 늦추는 등 자산 가격 거품 빼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자산 버블은 잡았을지 모르겠지만 부채가 크게 팽창한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일본 경제는 부채 디플레이션을 겪게 됐다. ‘잃어버린 30년’의 서막을 열게 된다. 과도한 긴축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기 침체라는 부작용을 미에노의 실수를 통해 알 수 있다. 반대로 1970년대 연준의 아서 번스 의장은 미에노와는 정반대의 실수를 범한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의 연임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있는 각종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연준 스탭들에게 “엘니뇨로 인한 고등어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고, 중동 원유 수출 금지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데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적시에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런 적기를 놓치는 실수를 범했고 물가가 약간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재차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제압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은 고착화됐다. 1970년대 전체를 우리는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기억한다. 인플레이션 파수꾼이라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좌시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 1970년대 아서 번스의 실수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실수를 겹쳐보면 연준의 트라우마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너무 긴축을 강하게 할 경우 물가는 잡을지 모르지만 성장을 무너뜨려 장기 침체로 몰아넣을 우려가 있다. 긴축을 너무 약하게 할 경우 성장을 보전할지 모르지만 물가가 높은 수준을 오랜 기간 유지해 인플레이션과의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연준 입장에서는 과도한 긴축으로 일본처럼 될 우려와 과소한 긴축으로 1970년대를 재연시킬 위험이 있기에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 사이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만큼 성장을 둔화시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제압했던 사례를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연준 입장, 특히 현 의장인 제롬 파월 입장에서는 이번에 성장 둔화 없는 인플레이션 제압에 성공한다면 연준 역사에 남을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미 연준 금리는 5.25~5.5%에 달한다. 과거에 비해 확연히 높다. 그러나 물가는 3% 수준까지 빠르게 안정된 이후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연준 내 매파에서는 3%에서 2%를 내리는 것이 워낙 어려운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거나 혹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연준 비둘기파들은 시차의 문제일 뿐 물가는 안정 기미가 뚜렷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현재는 경제가 멀쩡해 보이지만 고금리가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가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둘 다 맞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어느 한 쪽에 기울어져서 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1970년대 혹은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수 있다. 신중하게 현재의 물가를 더 내려줄 수 있다면 연준 역사에 남는 공을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약간의 정책 움직임에 의해서 역사에 남을 실수를 하거나, 혹은 역사적인 영웅이 되거나 할 수 있다. 연준 파월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고민이 될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축구팀이 월드컵 결승전까지 올랐다고 해보자. 여기서 이기면 역사에 남는 영웅이 된다. 그럼 그 결승전에서 해당 팀은 과감한 공격 축구를 구사할까, 아니면 수비를 단단히 해서 실점을 최소화한 다음에 역습을 통해 안정적으로 점수를 내리려 할까. 대부분 후자의 신중함을 고를 것이다. 현재 연준이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 연초에는 연내 7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했던 시장의 전망과는 달리 여전히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연준은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십 년간 통화정책 운영을 해오면서 범했던 수많은 실수들이 있기에 과거의 기억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연준의 한 수, 한 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연준의 행보는 시장 기대보다 더욱 신중한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다. 마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하는 수학자들처럼. 오건영 신한은행 부장은_ 서강대 사회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국제공인 재무설계사와 미국공인회계사(AICPA)를 취득했다. 현재 신한은행 자산관리(WM)추진부 부장을 맡고 있다. 투자에 대한 전문적 분석과 함께 거시금융 분야에서의 깊은 통찰력으로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 ‘연준 해설가’·‘금리 전문가’·‘거시경제 일타강사’ 등으로 불린다. 저서는 ‘위기의 역사’,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부의 시나리오’ 등이 있다.

2024.05.20 08:00

13분 소요
일본 대기업, 임금 대폭 인상…

국제 이슈

일본의 대기업들이 대폭적인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것인데, 일본 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길을 열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와 교도통신 등은 13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의 주요 대기업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도요타는 자동차와 전기 업체 등은 이날 1999년 이후 지난 25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을 희망한 노조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요타 노조는 월 급여 최대 2만8440엔(25만3000원) 인상과 사상 최대 규모의 보너스 지급을 요구해 왔다. 닛산도 월 평균 임금을 1만8000엔(16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현행 임금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혼다는 노조 요구보다 높은 5.6%를 올려주면서 1990년의 6.2%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마쓰다도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6.8% 올리기로 했다. 일본제철도 이날 기본급 인상액을 노조 요구액보다 많은 월 3만5천엔(31만2천원)으로 정했다. 이밖에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NEC도 기본급 인상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春鬪)에서 1993년 이후 최대인 5.85%의 평균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기업들의 노조 요구 수용이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인상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정책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에 일본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우에다 총재는 이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금융정책 변경과 관련해 "현재 본격화하고 있는 춘투 동향은 커다란 포인트가 된다"며 향후 발표될 임금 인상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금융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은 일본은행에 일임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은행이) 정부 정책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기업과 노조 간 협상 결과, 올해 임금 인상 폭이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본은행이 다음 달까지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지난해를 웃도는 4% 이상의 임금 상승이 확실시된다"며 "이러한 흐름이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쳐 오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인지가 초점"이라고 분석했다.

2024.03.13 21:44

2분 소요
대내외 변수 우려에도 일본 투자 계속할 만한 이유

재테크

연초 한국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일본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가 3만7000을 돌파하는 등 1989년에 기록했던 역사적인 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이처럼 일본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 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을 외면하던 개인투자자를 다시 시장에 끌어들인 데 있다. 특히 18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상장주식 및 투자신탁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영향으로 지속해 줄어들기만 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자마자 개인투자자가 자리를 메운 셈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3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일본 기업들에 요구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다양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일본 시장에 진입한 것도 시장의 흐름을 바꾼 요인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표적으로 삼는 일본 기업의 시장 가치가 2022년 1170억 달러(약 156조2184억원)에서 지난해 2520억 달러(약 336조4704억원)로 불어날 정도다.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많은 기업이 현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배당 등 주주 보상을 줄여왔지만, 이제는 그 흐름이 확연히 바뀐 듯하다.일본 증시에 봄날이 찾아온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된 것을 들 수 있다. 엔화 가치가 주요 통화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데다, 최근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분기 일본 법인기업의 이익은 31조6000억엔(약 280조4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주식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던 1989년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주가는 아직 역사적인 고점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기업 이익은 이미 역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셈이다. 결국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아직 저평가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日 중앙은행 정책 전환·트럼프 당선은 변수위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면 일본 증시의 미래는 매우 밝다. 다만 시장의 미래를 무작정 낙관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첫 번째 걸림돌은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데에 ‘수익률 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YCC) 제도를 도입해 시장 장기금리의 상단을 0.5% 혹은 1.0% 수준에서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덕분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엔화로 돈을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고, 이는 다시 엔화 약세를 강화했다.만약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고 YCC 정책을 종료한다면,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본이 2000년 금리 인상 이후 가혹한 불황을 겪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일본 중앙은행이 정책을 일거에 바꿀 가능성은 작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제로금리 가능성이 유력하며, YCC의 상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정도가 일본 통화당국이 할 수 있는 정책 변경의 최대치라고 생각된다.두 번째 걸림돌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이 부각할 때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던 역사를 보면 엔화 가치 지속적인 하락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일거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주식시장은 엔 환율에 민감하게 움직이기에 앞으로 미국 정치 지형 변화를 두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부동산투자신탁·내수 기업 등 분산 투자 추천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의 약점 모두 엔화 자산 입장에서는 나쁜 뉴스가 아닐 수 있다. 바로 일본 수출 기업의 주식만 사지 않으면 될 일 아니겠는가?일본 중앙은행이 수년 내로 금리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이에 도쿄를 비롯한 일본 부동산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 등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난다면, 이는 주식시장의 수급 여건을 개선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엔화 강세에 대한 베팅 속에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따라서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괜찮은 투자처라고 판단된다. 특히 수출주 이외에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과 내수 기업에 대한 분산 투자 전략을 쓰면 어떨까.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을 일정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춘욱 대표는_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현재는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및 금융 분야, 국제 경제 전망을 아우르는 전문가로서 각종 미디어의 1순위 인터뷰 대상자로 손꼽혀 왔다.

2024.02.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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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많이 샀다던 꼬마빌딩, 고금리에 ‘싸늘’

부동산 일반

지난 수년간 각종 설문에서 ‘직장인의 꿈’ 최상위권에는 ‘건물주’가 빠지지 않았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거치며 제로금리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리며 상업·업무용 건물 가격과 수익률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일부 연예인이 소규모 빌딩 투자로 시세차익을 봤다는 뉴스가 쏟아지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꼬마빌딩 투자 강의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최근 몇 달 사이 이 같은 열풍은 주춤한 상태다. 이미 건물 시세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투자 수익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불황까지 겹치며 일부 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건물주들은 임대료도, 건물가격도 쉽사리 내리기 힘든 분위기다. 결국 호가는 높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 정체 상태가 현재진행형이다. ‘에셋파킹’이라더니…몇 달 새 거래량 급감수익형 부동산은 임대료를 받아 불로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출규제를 피해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꼬마빌딩을 비롯한 서울 소재 건물은 구분 상가 또는 오피스등과 달리 토지 투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일명 ‘에셋파킹(Asset Parking)’ 대상으로 부상했다. 안정자산으로 평가 받는 서울 토지에 자산(asset)을 주차(parking)하듯 장기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수도권 소재 건물과 함께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근린상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단독·다가구주택 등의 시세도 동반상승했다. 강남권은 물론 ‘MZ세대’ 상권으로 떠오른 성수동과 연남동, 망원동 같은 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벨류맵 거래내역에 따르면 2016년 약 20억원에 거래됐던 한 단독주택은 근린상가 건물로 개조되며 2021년 6월 두배 가격에 매각됐다. 인근 한 다가구 주택 역시 2016년 2월 23억9000만원에 매매된 뒤 근린상가 건물로 신축된 이후인 2021년 6월 4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걸그룹 시스타 출신 소유가 2016년 매입한 주택을 증축해 약 16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뒤 이 같은 건물 거래는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200~300건을 유지하던 서울시 소재 건물 거래량은 7월 들어 194건, 8월 186건, 9월 128건으로 점점 줄었다. 그러다 올해 1월에는 51건(2월 23일 기준)으로 전년 동월 224건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단독·다가구주택 거래량 역시 지난해 7월 386건을 기록한 뒤 8월 319건, 9월 280건, 10월 165건으로 지속 감소하다 급기야 올해 1월 95건(2월 23일 기준)으로 100건을 밑돌았다. 지난해 6월 이후 거래취소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50억원이 넘는 강남구, 서초구 소재 주택이나 100억원 대 건물도 마찬가지다. 강남 소재 한 빌딩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매수심리가 많이 꺾인 것은 사실”이라며 “강남 건물의 경우 투자수익률은 워낙 낮은 수준이지만 건물주들이 토지가치를 생각해 호가를 낮추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부동산 가치는 불변? 금리인상 브레이크에 ‘기대감’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업무·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모든 유형에서 떨어졌다.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전기 대비 -0.65%, 중대형 상가는 -0.47% 변동률을 보이며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은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임대수익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시장 위축으로 순수익, 자산가치 모두 전년 대비 상승폭이 감소하여 투자수익률도 오피스 및 상가 모든 유형에서 전년대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반등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특히 대출금리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 그중에서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빌딩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건물시세를 떠받치는 토지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가변동률은 지난해 11월부터 0.09% 하락하며 토지가격이 하락 전환했으나 강남구와 서초구 땅값은 상승폭이 줄었을 뿐 연말까지 오름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풀리며 상가와 오피스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 역시 청신호로 읽힌다.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졌지만 사무실이나 사옥용 빌딩을 찾는 기업 수요는 여전히 있고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면서 번화가 상가 공실 역시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 관계자는 “법인과 장기 임대계약이 돼있거나 임차 수요가 확실한 건물은 지금 같은 시기에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것도 현명한 투자법”이라면서 “강남이나 서울 역세권 부동산 가치는 결국 우상향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2023.03.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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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집 두채”…초저금리 베팅한 청년들, 빚의 늪으로[부채도사]

은행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직장인 A(36)씨는 2년 전 결혼을 하면서 경기도 성남의 20평대 아파트 한 채를 아내 명의로 구매했다. A씨는 본인 명의로도 노원구에 아파트 한 채가 있다. 그 아파트는 최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했다.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이 한 달에만 300만원 넘게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씨는 ‘부동산이 투자의 성공 지름길’이라고 믿고 적극적으로 부채를 늘려 부동산을 매입한 청년 중 한 명이다. 2~3년 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연 2%초반 금리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연봉으로 원리금 상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처럼 많은 2030세대들이 코로나 펜데믹 이후 부채 확대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시작한 초저금리 시대가 한국에서도 10년 넘게 이어지면서 낮은 금리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코로네 펜데믹에서 유동성 확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한국은행이 ‘제로금리 시대’의 마침표를 찍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대출 금리는 보통 연 5%에 달한다. 금리 변화로 인해 2~3년 사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한 청년들의 빚 부담은 갑자기 커졌다. 청년들의 빚은 얼마나 증가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19세에서 39세에 해당하는 연령층의 평균 부채는 2021년 기준 8455만원을 기록했다. 이중 부채가 있는 청년가구주만 보면 평균 부채는 1억1511만원으로 2012년 이후 2.3배 증가했다. 특히 A씨처럼 청년 가구 중 결혼한 부부가구의 부채 잔액은 2021년에 평균 1억4220만원으로, 2016년의 4464만원보다 3.2배 증가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채 잔액 증가율은 2017년부터 가팔라졌다. 청년가구 중 부채를 보유한 비율은 2021년 전체의 73.45%까지 올라왔다. 2016년에는 65.87%였다. 코로나 펜데믹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이 오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부채 증가를 만들었다. 저금리 지속할 것이란 희망에 베팅한 2030세대이런 현상은 ‘금리’에 대한 오판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낮은 금리가 단기간에 오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이는 한국은행의 고위 관계자도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를 것을 예상했다면 빚을 늘리지도, 변동금리로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빚투를 한 청년들은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과감하게 대출을 늘렸다. ‘저금리’에 베팅한 셈이다. 하지만 금리는 여지없이 올랐고, 속도는 생각보다 가팔랐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 한 번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은 기준금리도 다시 오를 수 있다. 특히 대출 금리가 올해 내에 2~3년 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투자는 필수 아닌 선택” 금리 이해도 높여야 해결 방법은 우선적으로는 ‘버티기’에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식의 전환’이다.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은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줄이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주담대는 연체를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고정금리 상품이나 청년들을 위한 이자 감면과 같은 금융지원정책을 이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빚투로 인한 고통의 기간은 부동산 시장 회복기까지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준금리 인하와 총부채원리금상환율(DSR) 완화가 나오면 부동산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집값 하락을 놔두기 힘든 정부가 DSR 규제를 풀면 시중에 자금이 많아지면서 집값 상승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물가를 생각한다면 올해 정부가 DSR을 풀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청년들이 금융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빚이 부의 확대와 계층이동의 사다리라는 생각이 꼭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투자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도 조언했다. 금리에 대한 이해 또한 자산을 지키는 필수 항목에 들어간다.

2023.03.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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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원시티 ‘1.2조 손실금’ 두고 말 다른 LH·인천시

부동산 일반

지난해 복합청사 착공과 연이은 주상복합 입주계획으로 활기를 띄던 인천 루원시티에 잡음이 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 준공을 앞두고 사업 지분 절반씩을 보유한 공동시행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광역시가 손실금 정산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1조2500억원에 달하는 LH의 예상 손실금을 사업 지분대로 50%씩 나눠야 하냐는 부분이다. LH와 인천시는 2006년 첫 발을 뗀 후 15년이 넘게 길어진 루원시티 사업에서 엑시트(자본회수)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예상보다 늦어진 사업 기간만큼 금융비용 등으로 인한 적자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누적 적자가 높은 공기업과 지자체에게 부담스런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양측은 사업 협약서 조항에 대해 각자 다른 해석을 하면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입지 좋은 도시재생사업, ‘금융위기’ 암초 만나2006년부터 추진된 인천 서구 가정동 571번지 가정오거리 일대(90만6349㎡)에 추진된 루원시티(Lu1 City) 도시개발사업은 한국의 ‘라데팡스(La Defense)’를 기치로 내걸고 업무복합도시로서 인천 서북부 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 인근이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진입하는 지역에 위치해 입지 또한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루원시티 조성비용은 다른 택지개발사업보다 높았다.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 인천 내 다른 유명 택지사업과 달리 기존 구도심을 철거한 뒤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도시재생 방식의 일환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LH는 구역 내 사유지에 대한 토지보상 및 지장물 철거비용 등으로 1조7000억원을 들였고 조성원가는 3.3㎡당 2120만원에 달했다. 토지보상이 2008년 개시돼 2010년 완료됐고 이듬해 철거 또한 진행됐으나 뉴욕 발(發)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사업은 지체됐다. 이에 따른 이자는 하루 2억4000만원 씩 불어났다. 이처럼 난항을 겪으며 비용만 늘려가던 루원시티 사업은 2015년 3월 인천시와 LH가 사업정상화에 합의하면서 2016년부터 본격 재개됐다. 웅크리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데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 등 교통 호재가 가시화하고 있었던 덕분이다.그러나 이미 큰 비용이 든 만큼 토지매각금액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했다. 인천시는 루원시티를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주거용지 대신 개발 사업성이 높은 상업용지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진행했다. 결국 주상복합용지와 중심상업용지를 포함한 상업용지는 전체 면적의 40%를 넘겼다.(2021년 6월 루원시티 개발계획 기준) 부동산 호황과 높은 용적률 덕에 2017년 처음 공급된 주상복합용지 3필지는 시행업계 1~2위를 다투는 신영과 DS네트웍스에게 예정가보다 20~30% 정도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말 아끼는 양측, 법적 조치는 아직그럼에도 루원시티 사업으로 인한 적자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준공시점 사업성(NPV)이 약 1조2500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금융비용이 1조14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관련법 상 도시개발사업 준공을 마치면 3개월 내 정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LH와 인천시는 이 같은 금융비용 처리를 두고 합의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양측은 개발협약서를 두고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협약서 상 “사업비 조달 및 운용은 LH에서 한다”는 부분과 “개발 손익 정산은 지분비율대로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인천시는 사업비 조달책임이 LH에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비용을 LH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LH는 지분비율대로 정산하는 개발 손익에는 금융비용 또한 포함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협약서 중 ‘개발손익 처리 등’ 부분에는 인천시와 LH가 인천 내 다른 사업에 공동 참여해 루원시티 적자를 보전, 또는 상계처리 하도록 합의했다는 내용도 있다. 허 의원은 이에 대해 “LH가 보상비나 공사비 등 재생사업비를, 인천시가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와 인천도시철도 2호선 등 연계사업비를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면서 인천시가 연계사업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있는 만큼 LH가 재생사업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LH가 검단신도시 등 다른 택지사업을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LH는 각 개발지구별의 시점이 서로 다른 데다 사업 시 공공임대 공급 등 공익사업을 함께 진행해야 함으로 다른 택지사업 수익으로 루원시티에서 발생한 손실을 상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이른 토지보상이 진행되면서 제로금리가 아닌 시절부터 금리가 높은 부동산 자금을 조달하게 돼 금융비용이 커졌다”면서 “루원시티 손실보전에 대해서도 검단신도시 등 다른 지역에서 반발이 나온 만큼 다른 개발지구 사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그러나 당사자인 양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둘 다 협약서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협약서 해석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이라며 여전히 협의단계라고 강조했다. LH관계자는 “협약서에 손실 정산과 관련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면서 “법적 조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3.02.12 07:02

4분 소요
韓은 언제 금리 낮추나…전기·가스비 ‘고공행진 물가’ 관건

은행

지난 1년 동안 이어진 중앙은행들의 물가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향후 ‘과잉 긴축’은 없다고 전한 것이다. 국내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에 나설 수 있을지에 쏠린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감행했던 파월, ‘발언’ 변화 나타나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간)까지 올해 첫 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4.50~4.75%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 연준은 지난해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끝냈고, 이후 7차례 금리를 인상해왔다. 지난해 11월까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을 밟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연준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실시하며 금리 인상 폭을 줄였고, 올해 들어와 첫 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을 통해 금리 인상 속도를 낮췄다. 시장에서는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도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상을 발표한 후 성명에서 “연준은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라면서도 “처음으로 물가 상승 둔화(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 과도하게 긴축할 유인이나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금리 정책의 강도에 대해서는 “적절히 제약적인(appropriately restrictive)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어 차례(a couple of more)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통화완화적(비둘기파적, dovish)이라고 평가했다.연준이 금리를 최대 2회 정도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과도하게 긴축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고, 특히 최종금리가 5.25%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바로 반응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10%포인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0% 상승했고,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다만 파월 의장은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연준이 미 정부부채 디폴트에서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물가가 아닌 시장의 어려움이나 정부의 사정에 맞춰 금리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관심은 한은 금리 동결…일부 금통위원도 ‘동결’ 지지 미 연준의 이번 금리 결정으로 국내 시장은 한은의 금융통화위원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은은 2월 23일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최종금리를 3.50%로, 나머지 3명은 3.75%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공개된 한은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한은 기준금리가 현재 연 3.50%를 기록한 상황에서 미 연준의 태도 변화를 반영하며 상반기 중 금리 동결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여전히 높아지고 있는 국내 물가는 한은의 부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전월 상승률이었던 5.0%보다 높아졌다. 전기·가스·수도가 같은 기간 28.3% 상승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은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로 인한 수요 상승과 미중 간 갈등 심화로 인해 다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며 국내 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다시 확대됐고,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2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다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요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 혹은 연준이 더 크게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만큼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점이지만, 연내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2023.02.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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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살 길’ 보이기 시작했다[부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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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부채가 자산이라는 말은 회계상 표현일 뿐,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리 연 2%와 연 6%는 분명 다릅니다. 대출로 집을 샀어도 그 대출로 집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오른 것도 처음 경험하는 것 같다.”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입장에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금리가 생소하면서 예외적으로 보였다는 표현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25%포인트 올리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종료했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미국 등 주요국 중 첫 번째 금리인상 결정이다. 이후 한은은 10차례 금리를 인상하며 현재 3.50%까지 높인 상태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말한 한은 관계자의 설명도 꼭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확대됐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더 나아가 경제 주체들과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침체(리세션, Recession)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높은 물가에 금리는 급등했고, 경기는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10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이런 현상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대출자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반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떨어지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30일 3년 만기 국채는 전날보다 0.033%포인트 내린 연 3.271%에 마감했다. 기준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월 평균 4.3%대를 기록하며 석 달 연속 낮아지고 있다. 그 결과 대출금리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1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5.56%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인하폭이 아니다. 11월까지만 해도 가파르게 오르던 대출금리가 하락 전환했다는 데 있다.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12월에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지만, 오름세는 전달의 0.30%포인트보다 약해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잔액기준 대출금리도 조만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진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예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값 반등 기대감 등에 채권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 입장에서 지난해 두 배로 뛴 대출 금리가 올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고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공시를 강화하고,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자제하도록 나섰다. 은행이 금리 인상에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들의 이자 감면 등 상생 지원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말께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한국의 대출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곧바로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출자 입장에서 버틸 이유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 연준은 시장 기대와 무관하게 금리를 인상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연준에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태도는 언제나 리스크가 된다. 은행원들은 이런 이유로 신용대출은 줄일 필요가 있지만, 주담대 등 자산 가치가 큰 대출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023.0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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