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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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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바이오젠, 미국 제약사와 6.5조원 규모 비만·치매 치료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맺어

산업 일반

혁신 신약 전문개발 기업 뉴로바이오젠㈜(대표 김상욱)는 미국 제약사 ‘사이렉스 바이오 주식회사(Scilex Bio Inc.)’와 비만 및 알츠하이머 치매 경구 치료제 ‘티솔라질린(Tisolagiline, 물질명: KDS2010)’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판매 로열티 등을 포함해 총 6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선급금과 NDA(신약허가신청)까지의 마일스톤 금액은 700억 원이다.티솔라질린은 뛰어난 선택성을 지닌 가역적 ‘MAO-B 억제제(모노아민 산화효소 B 억제제)’로 장기 투여가 가능하다. 기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타겟 계열 비만 주사제나 ‘아밀로이드 베타’ 타겟 항체 기반 치매 주사제와 달리, 경구 치료제로 개발돼 환자 편의성이 대폭 향상됐다. 이미 다양한 모델에서 수차례 검증한 비임상 효력 시험 및 임상1상 시험 결과를 근거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에서도 뛰어난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대하고 있다.이번 계약은 티솔라질린의 모든 적응증을 포괄하며 현재 국제적으로 진행 중인 비만 및 알츠하이머 치매 대상 임상 2상 개발을 승계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대한민국 판권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 양도 및 상업화 권한이 부여된다.계약 주체인 사이렉스 바이오 주식회사는 ‘사이렉스 홀딩 주식회사(SCILEX Holding Company, SCLX)’가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로 티솔라질린 개발 및 상업화를 주도한다. 다만 국내 개발 및 국내 임상 2a상은 뉴로바이오젠이 직접 수행할 예정이다.글로벌 비만 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은 각각 연평균 75%, 98.7%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비만 치료제는 기존 약물의 부작용과 내성 문제, 치매 치료제는 근본적 치료 부재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티솔라질린이 상용화될 경우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2032년 약 135억 달러, 치매 치료제 분야에서 2038년 약 3,000억 달러의 매출 달성이 기대된다.사이렉스 홀딩스 주식회사는 현재 비오피오이드(non-opioid) 진통제 개발·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중증 신경 통증 환자 대상 혁신 치료제 제공에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 제품 개발에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제이심 샤(Jaisim Shah) 사이렉스 홀딩 대표는 "사이렉스의 개발 경험과 상업적 역량을 바탕으로 티솔라질린이 비만, 급성 및 만성 통증 관리, 신경퇴행성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통합적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김상욱 뉴로바이오젠 대표는 "광범위한 임상기관 네트워크와 다양한 중추신경계 치료 제품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경험을 고려할 때, 사이렉스는 뉴로바이오젠의 이상적인 글로벌 파트너"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현재 뉴로바이오젠은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2a상을 준비 중이다. 국내 임상은 올해 상반기 중 환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며, 미국 임상 2a상은 올해 하반기 신약 IND(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뉴로바이오젠은 향후 사이렉스 바이오의 지분 취득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편 사이렉스 바이오 및 사이렉스 홀딩 주식회사 주요 임원진은 이달 말 방한해 뉴로바이오젠과 공동 간담회 및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과 미국 내 임상 2a상 진행 협업 및 임상 이후 본격 사업화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2025.04.16 08:00

3분 소요
‘나’를 잃는 병 치매…조기 검진·관리하면 진행 늦춘다 [이코노 헬스]

전문가 칼럼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 치매에 붙은 수식어다. 세상에 잔인하지 않은 병은 없다. 모든 병은 증세가 심해질수록 잔인해진다. 환자와 가족도 병이 악화하면 육체·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 그런데도 유독 치매를 일컬어 잔인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기억’을 잃어서다. 기억을 잃으면 사람은 삶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치매는 인지 전반에서 퇴행이 발생했을 때 붙이는 병명이다. 퇴행이 기억에 그친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치매가 오면 먼저 언어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특정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이거’ ‘저거’ 등 지시사로 대상을 가리킨다. 명칭실어증(Anomic Aphasia)이다. 감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매사 의욕을 내던 사람이 갑자기 모든 일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거나 온화했던 사람이 갑자기 감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치매 환자는 판단력도 상실할 수 있다. 특히 시간·장소·사람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오늘이 몇 년 몇 월인지 잊고,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길을 잃는다. 가족의 얼굴은 물론 자신의 이름도 기억에서 지워진다. 순간 기억력만 떨어지는 단순 건망증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남력’(指南力·Orientation) 상실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치매로 ‘나’를 잃어가는 셈이다. 사람들이 치매를 다른 중증질환보다 두렵게 느끼는 이유다.가족에게 주어지는 부담도 사람들이 치매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유다. 치매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퇴행시킨다. 치매 환자의 가족들도 치매 환자를 돌보며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치매 환자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져 일상 행동에서 문제가 많아진다. 의사소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니 답답함도 해소하기 어렵다.50대 A씨가 그랬다. 그는 치매 초기 증상을 겪는 모친을 봉양하다 상담실을 찾았다. 어머니께서 집안에서 물건을 잃어버리고는 매번 책임을 A씨한테 돌려서 갈등이 생긴다고 한탄했다.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물건을 일부러 숨겼다느니, 골탕먹는 자신을 보며 좋아한다느니, 어머니가 역정을 내면 참다못해 자기도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게 된다고 A씨는 말했다.“옛날 엄마는 어디 가고 이렇게 변한 건지, 너무 속상해요.”치매 환자를 직접 돌보지 않아도 보호자의 역할을 한다면 부담이다. 치매 환자가 밖에 나가 길을 잃을까 걱정하거나, 경제적으로는 병원비·약값·돌봄 서비스 이용비 등은 보호자의 가계를 압박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치매를 진단받은 사람은 물론 치매 조짐만 있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40대 B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B씨는 평소 편두통이 심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었다. CT를 통해 치매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종합하면 대뇌 주름이 정상인보다 적어 조심해야 한다는 소견이었다. B씨는 대뇌기능검사인 간이정신상태검사(MMSE·Mini-Mental State Examination)에선 정상 점수를 받았지만, 이는 B씨가 마음을 다잡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외가 친척 중에 치매 환자들이 있어, 자기도 그들처럼 폐를 끼치게 될지 걱정스럽다는 이야기였다.“치매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다 보니까, 저도 저렇게 될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약물치료·인지활동·기억력 훈련 등으로 관리아직 치매 완치법을 모른다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다행인 점도 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인지 활동, 기억력 훈련 등을 통해 치매를 관리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받는 지장을 줄일 수 있다. 치매에서 초기 검진과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단위 별로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치매관리법을 알고 있다면 막연한 불안감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B씨는 검진 이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 생활 습관도 같이 바꾸고 있다. 평소 인스턴트 식단을 선호하던 그는 이제 채소·통곡물·육류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한다.B씨는 최근 새로 산 스마트 밴드도 자랑했다. 사실상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던 B씨가 2만보 이상 걷는 산책을 습관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한 방편이다. 치료와 습관 개선을 병행하며 치매 예방을 위해 노력한 결과 B씨는 정신 건강 측면에서 한층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다.치매 가족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신적으로는 고통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A씨는 꾸준하게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서 어머니와의 갈등에서 생기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중증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신체적·경제적 고통이 생길 수 있다. 환자가 치매 등급 판정을 받아 치료와 요양 측면에서 지원받더라도 부담이 되긴 매한가지다.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주민등록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치매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유병률은 1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100만명을 넘긴 105만명으로 추정된다. 사회 전체가 치매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시점이다. 모두가 함께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며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을 이겨내길 소망한다.

2025.01.19 09:00

4분 소요
미국투자이민 프로젝트 APN Lodge Phase 2, 빠른 수속 기간으로 주목

산업 일반

미국 투자 이민 프로그램인 EB-5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정 금액을 미국의 경제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미국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가장 장려하고 있는 이민비자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다양한 미국투자이민 프로그램들이 현재 국내의 관련 업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Expedite 승인을 받은 국내 유일의 EB-5 프로젝트인 All Points North Lodge (이하 APN Lodge) Phase 2가 주목을 끌고 있다. APN Lodge는 약물 중독 치료와 치매, 알코올 중독, 그 외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최고급 시설로 미국의 NFL 운동선수, 대기업 임원,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이용할 정도로 미국 내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여러 지역 중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메인 치료센터인 APN Lodge를 확장하는 Phase 2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EB-5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투자자들에게 전례 없던 빠른 수속기간으로 미국영주권 기회를 제공하며, APN Lodge 센터는 더 확장된 치료 공간과 향상된 시설을 통해 지속적으로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기존의 APN Lodge시설은 미국의 의료 인증 평가 기관인 ‘The Joint Commission의 Gold Seal’을 인증 받았으며, 이 인증은 환자 안전과 치료 품질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했다는 인증으로, APN Lodge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우수성을 증명한다. 또한, Phase 2 확장 건설 프로젝트는 TEA 지역에 속하는 동시에 미국의 국가적 관심으로 Expedited 승인을 받아 초고속 수속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이민법인 대양의 김지선 대표는 “APN Lodge 센터는 최근 제가 직접 대양의 EB5 팀원들을 모두 이끌고 답사를 다녀올 정도로 신뢰를 하고 있는 EB-5 프로젝트이다. 답사 당시에도 월 평균 $9만불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APN Lodge 센터의 모든 병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확장 건설 이후에도 해당 센터의 안정적인 운영 및 추후 EB5 투자자들의 온전한 투자금 회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APN Lodge Phase 2 프로젝트는 ㈜이민법인 대양에서 오는 12월 14일에 본사 대회의실에서 세미나를 개최해 상세한 프로젝트 소개 및 실제 답사 경험, 향후 2025년 미국투자이민의 방향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세미나 예약은 전화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이번 세미나 미국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한 자산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12.02 10:00

2분 소요
KDB생명,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와 치매극복선도 위한 MOU 체결

보험

KDB생명이 치매예방 관리 및 지역사회 공헌지원 사업 활성화를 위해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치매극복선도기업은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와 가족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기업을 일컫는다.업무협약 행사에는 임승태 KDB생명 대표와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편정민 센터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KDB생명타워에서 진행됐다. 행사 후에는 치매파트너 인식개선교육을 오프라인으로 실시하여 관할 지역사회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배려하는 동반자 역할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보건복지부 산하 소속인 중앙치매센터는 올해 대한민국에 100만명 넘게 추정되는 치매환자들을 위해 ‘치매로부터 가장 먼저 자유로워지는 나라’,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한국형 치매서비스망 구축 ▲배움과 나눔을 통한 치매 인식제고 ▲선도적 연구개발 및 역량강화 등의 비전을 갖고 연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DB생명은 지역사회 내 치매 극복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주체의 참여 필요성을 고려해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와 함께 관내 치매 통합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승태 대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KDB생명 임직원 모두가 치매 인식 개선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됐다”며 “최근 고령화에 따른 치매 환자의 급증으로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통해 치매 친화 사회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6.04 16:51

1분 소요
“치매 치료, 목표 설정 자체가 오류…뇌는 전기 회로”[이코노 인터뷰]

바이오

사람이 정복하지 못한 질환은 많다. 치매도 그중 하나다. 치매는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여러 질환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를 치매 환자라고 한다. 치매는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도 없다. 수년 전 세계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나왔지만, 부작용이 커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미국에서 승인되거나 치료 효과 기대가 큰 약물이 우수한 연구 결과를 내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이 약물들도 낮아진 인지 기능을 되돌리진 못한다.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이진형 엘비스 대표는 “기업들은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뇌 속 단백질 덩어리(플라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약물을 개발했다”면서도 “이런 시도는 대다수가 실패했고 현재 시장에 나온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도 치매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뇌질환 치료제가 나오지 못한 이유는 목표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뇌질환을 치료한다는 일은 뇌 기능 정상화가 목표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뇌의 기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학·생명공학과 교수다. 한국인 여성 최초의 종신교수로 주목받았다. 이 교수는 2010년 뇌신경과 헤모글로빈의 농도 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했다. 회로를 분석하듯 뇌의 기능과 질환을 연구했고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엘비스를 창업했다. 이후 학술 활동에 매진해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파이어니어(Pioneer)상도 수상했다. 파이어니어상은 보건 분야에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또 다른 뇌’로 신약 개발까지이 대표는 뇌 기능을 분석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에 주목했다. “뇌는 전기 회로”라는 발상에서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뇌를 보며 ‘회로’를 떠올렸다. 디지털 트윈은 뇌와 똑같이 기능하는 가상의 뇌를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것이다. 이 기술로 뇌질환 환자의 뇌를 가상으로 만들어 분 단위 측정이 가능하다. 의료진과 환자가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뇌를 볼 수도 있다. 특정 약물을 투여하거나 자극을 줬을 때 가상의 뇌에 변화가 생기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이 대표가 뇌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투입한 시간만 15년이다. 이 대표는 “뇌는 일종의 전기 회로기 때문에 회로를 파악하듯 뇌의 기능을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뇌의 통신을 살펴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고 이를 통해 뇌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냈다”고 했다.이 대표가 십수년의 연구 활동을 통해 내놓은 솔루션이 ‘뉴로매치’다. 뉴로매치는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뇌의 전기 회로를 볼 수 있는 솔루션이다. 뇌전증과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자폐·수면장애 등 뇌와 관련한 주요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이 대표는 현재 뇌전증과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뉴로매치를 완성했고, 뇌전증 솔루션은 올해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가 대상인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쓸 수 있는 뉴로매치 솔루션은 2년 내 출시할 계획이다.특히 알츠하이머병 진단 솔루션은 앞으로 새 치료제가 나오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 대표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한 뉴로매치 솔루션이 출시되면 5년 내 신약 개발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뉴로매치를 활용하면 뇌를 직접 열어보지 않고도 약물이 실제 환자의 뇌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비스가 신약 개발만을 위한 솔루션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뉴로매치로 특정 약물을 투여한 환자의 뇌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신약 개발의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이 대표는 “아직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뉴로매치를 임상시험에 활용한다면 특정 약물이 뇌의 어떤 부분에 작용되는지, 어떤 효과를 내는지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뇌질환 치료제의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치료 효과를 살펴볼 때 설문조사나 행동 측정 등의 방법이 사용되는데 이런 척도를 뉴로매치가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뉴로매치를 통해 파악한 특정 약물의 반응이 다른 약물보다 좋지 않다면 임상시험을 진행할지 여부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뉴로매치가 신약 개발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엘비스가 솔루션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라고 했다.집에서 ‘뇌 건강’ 챙기도록이 대표는 뉴로매치를 통해 환자가 집에서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의료진이나 제약사에 뉴로매치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환자들이 자신의 뇌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뇌질환에 특히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뇌질환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아동 자폐 환자의 수는 2020년을 기준으로 36명당 1명꼴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아동 자폐 환자의 수는 150명 중 1명꼴이었다. 이 교수는 “최근 10년간 뇌질환의 증가세를 잡기 위한 연구가 활발했고 자금 투입도 막대했다”면서도 “뇌질환의 증가세를 꺾을 기술은 하나도 개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로매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들이 뇌 건강을 집에서 관리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며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의료환경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서울에 있는 의료진이 다른 지역의 뇌질환 환자 정보를 확인하고 원격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뉴로매치가 환자의 치료 편의는 물론, 의료 비용을 줄이는 데도 쓰일 것”이라고 했다.

2024.04.14 10:00

4분 소요
한국 유일의 포맷 수출 기업 ‘썸씽스페셜’이 특별한 이유[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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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살 노인에게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라고 진행자가 묻는다. 노인은 “까맣게 잊어버렸어. 기억이 나지 않아. 정말 미안해. 아가씨가 된 다음에 뭘 했는지가 떠오르지 않아”라고 슬픈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한다. 삶의 기억이 사라진 무기력한 치매 노인에게 진행자는 “노래를 들으면서 옛일을 떠올려 보세요. 노래가 그치면 기억난 걸 이야기해달라”고 제안한다.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듣던 노인은 “(이 노래는) ‘성자의 행진’이다”며 어머니 몰래 밤에 집에서 빠져나가 콘서트에 간일, 댄서들에게 사진을 받은 일 등의 기억을 풀어놓는다. 무기력했던 노인의 표정이 음악을 들으면서 밝아진다. 다큐멘터리 ‘얼라이브 인사이드’(Alive Inside)의 한 장면이다. 치매 요양원에서 사는 노인들이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예능 형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치매 환자들이 즐겨들었던 노래를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면서 삶의 기억을 되살려보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모 방송사에서 방영 예정이고,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적인 예능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게 재탄생시킨 주인공은 황진우 썸씽스페셜(Something Special) 대표다. 썸씽스페셜은 한국에서 유일한 포맷(Format) 전문 기업이다. 포맷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초기화하는 단어로 친숙하다. 콘텐츠 산업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황 대표는 “세계포맷보호인증협회(FRAPA)에서 포맷은 ‘어떤 이야기들을 구조화하고, 다시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나 행위’라고 정의한다”면서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웃음) 한국에서 포맷 산업을 제일 처음 시작한 사람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면 ‘지식재산권(IP)을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레시피를 만드는 기술이자 상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면가왕’이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좀 더 큰 성과를 거두려면 그 이상의 다양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수다. 예능을 예로 들면 나라별로 문화적 차이에 따라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 나라별로 금기시하는 단어나 표현 등도 피해야 한다. 황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수출하려면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창성 ▲보편성 ▲시즌제가 가능한 반복성 ▲확장성 ▲수용성이다. 하지만 한국 방송사나 제작사는 수출 작품의 번역에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썸씽스페셜이 이런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 “웹소설·웹툰 IP 확보해 성장 이룰 것”글로벌 포맷 산업의 규모는 2023년 기준 300억 달러(약 39조원)에 이른다. 네덜란드의 ‘탈파 네트워크’, 벨기에의 ‘BE 엔터테인먼트’, 스페인의 ‘미디어프로’, 이스라엘의 ‘아르모자 포맷’ 등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한 포맷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썸씽스페셜이 유일무이한 포맷 기업이다. 황 대표는 “해외에 나가면 썸씽스페셜을 ‘한국의 창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원스톱 숍(One Stop Shop for Korea Creativity)라고 설명한다. K-콘텐츠가 필요하면 우리가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렇게 이야기한다”며 웃었다. 황 대표는 “한국에서 1년에 제작되는 드라마가 100여 편이고, 10년이면 1000편이 넘는 드라마가 나온다”면서 “하지만 10여 년 동안 한국 드라마 포맷이 팔린 게 30편이 채 안 된다. 글로벌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포맷에 대한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황 대표가 2020년 국내 유일의 포맷 기업 썸씽스페셜을 설립한 이유가 있다. 그는 포맷 비즈니스를 하려면 필요한 노하우를 현장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수퍼액션·OCN·XTM·tvN 등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쌓은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2012년 당시 몸담고 있던 tvN에서 기존의 기획개발팀에 방송 콘텐츠 포맷의 수출을 전문적으로 해보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콘텐츠이노베이션팀을 만들 때 낙점된 이가 황 대표다. 제작만 알고 있던 프로듀서는 그때부터 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수출이 가능한지, 포맷 산업이라는 게 뭔지 현장에서 체득하게 됐다. CJ ENM의 글로벌콘텐츠개발팀·콘텐츠액티베이션팀 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포맷 산업의 중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가 세계포맷인증보호협회 이사이자, 한국포맷산업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다. 그는 “일찍부터 포맷 산업에 뛰어들다 보니 맨땅에 헤딩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업 전략과 방향성을 깨닫게 됐다”며 웃었다. 썸싱스페셜은 짧은 시간에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황 대표를 포함해 6명뿐인 조그마한 조직이지만, 지난해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아이디어로 시작해 작품 계약을 하고, 방영을 앞둔 작품들이 올해 성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해외 6개국에 수출한 ‘스틸 얼라이브’, 네덜란드 지상파 방송국에서 최초 방영하고 미국에 수출한 ‘비트 박스’, 세계 23개국에 진출 계약한 ‘배틀 인 더 박스’ 등이 수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성과로 올해 매출액은 30억~40억원을 예상한다. 황 대표는 더 빠른 성장을 위해서 웹소설·웹툰 등의 IP를 보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각국에서 의뢰가 많이 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도 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많은 투자사를 만나서 썸씽스페셜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포맷 산업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회사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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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의 무한한 가능성…다음엔 어떤 약 나올까

바이오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였다. 인슐린의 분비는 늘리고, 글루카콘의 분비는 억제해 혈액 속 포도당(혈당)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곧 새로운 연구 결과를 얻게 된다.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다시 말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수용체 작용제(GLP-1 RA)가 체중 감소와 염증 완화 효과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려던 약물을 비만이나 심혈관질환, 뇌질환 치료제로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여러 임상 결과에 따르면 GLP-1 RA는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 물질을 단독으로 쓰거나, 혈당을 조절하는 다른 물질과 함께 썼을 때 효과는 더 두드러진다. GLP-1 RA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던 것도 이 약물의 혈당 강하 효과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제에는 인슐린이나 메트포르민, 다이펩타이드 펩티다아제 4(DPP-4) 억제제, 소디움 글루코스 공동수송체 2(SGLT 2) 억제제 등이 쓰이는데, GLP-1 RA는 이런 물질들과 비교해도 의미 있는 혈당 강하 기능을 나타냈다.특히 연구진 눈길을 끈 것은 GLP-1 RA의 체중 감소 효과였다.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비만으로 알려져있다. 비만은 내장지방이 쌓인 경우가 많다. 이때 내장지방이 많으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비만이 곧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또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투약 후 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부작용을 겪는다. 하지만 GLP-1 RA는 인슐린 부작용이 덜했다. 체중 감소 기능이 있고, 저혈당 위험도 크지 않은 GLP-1 RA가 주목받은 이유다. 비만 치료제, 심혈관·치매 예방까지?최근에는 GLP-1 RA의 새로운 기능을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효능이 대표적이다. GLP-1 RA는 체중을 줄이고 혈당과 혈압 조절 기능이 있어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산화질소를 높이고 활성산소를 줄이는 등 심장이나 혈관 관련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여러 건의 대규모 임상에서는 GLP-1 RA가 가짜약(위약)을 투여한 사람들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거나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이들 연구를 종합하면 GLP-1 RA가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평균 1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GLP-1 RA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적응증 확장을 준비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도 GLP-1 RA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심혈관질환에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는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중순, 발표된 이 임상 3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의 심혈관질환 부작용을 20% 정도 줄였다. GLP-1 계열의 약물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치료제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시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당뇨병과 비만 외 심혈관질환, 희귀혈액질환을 주요 분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사는 “심혈관질환은 노보 노디스크가 투자할 명백한 분야”라며 “입지를 다지기 위해 사업 개발이나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염증과 관련한 질환에 GLP-1 계열의 약물 적용 시도도 활발하다.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의 경우 GLP-1 RA가 지방간이 있는 생쥐의 염증을 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GLP-1 RA는 간 외 심장과 신장의 염증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 GLP-1 RA가 혈당과 혈압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여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잘 알려져 있다. 리라글루타이드 외 다른 GLP-1 RA와 관련한 연구에서도 GLP-1 RA가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고, 염증을 줄여 질환의 진행을 더디게 한다는 내용이 밝혀졌다.연구진은 GLP-1 RA가 염증을 줄인다는 점에 주목해 이 물질을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뇌질환 중에서도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 속 염증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당뇨병과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발병률, 유병률 등에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발표도 있다. 일부 연구진은 이미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시기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을지 연구에 돌입했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교수는 “해외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제3의 당뇨병’이라고 부른다”며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60세 이후 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세마글루타이드로 발병 시기를 늦추게 된다면 환자 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2.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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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연구가 곧 유전 연구…제도와 규제 개선 필요”

바이오

희귀질환의 대다수는 유전성 질환이다. 80%가량의 희귀질환이 유전성 질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유전자 분석이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여는 희망이 되는 이유다. 유전자 분석은 환자가 병명을 진단받기도, 적절한 치료제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질환이 왜 발병했는지 알려주는 지침이 된다.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있는 고려대 제1의학관에서 만난 최정민 고려대 의과학과 교수는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환자의 수가 많지 않은 희소한 질환”이라며 “환자의 대다수가 질환의 원인을 모르는 것은 물론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거나 치료 방법 등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이런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 유전자 분석이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20여 년 전 첫 유전체 지도가 나왔고, 이후 유전자의 기능과 특성을 알아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특정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알아내기 위해 전장 유전체 해독(WGS) 기술이 쓰인다. WGS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방법으로, 생물의 염기서열 전체를 온전히 해독한다.최 교수는 “지난 8월 Y염색체의 염기서열이 해독된 것도 최근 들어 유전자 분석 기술이 새롭게 개발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1000개의 염기쌍을 읽었다면 이제는 수백만개의 염기쌍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반복 구간이 많은 Y염색체도 한 번에 해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귀질환 알아야 유전자도 안다”Y염색체는 23쌍의 염색체 중에서도 분석하기 까다로운 염색체로 꼽혔다. 겹치거나 반복되는 구간이 많아 기존의 기술로는 해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Y염색체의 염기서열이 해독된 만큼, 다른 염색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는 특히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최 교수는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의 수가 많지 않다 보니 국내에서는 희귀질환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암이나 치매 등 다른 질환의 치료제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비용과 연구 인프라는 다른 질환과 비교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희귀질환을 연구하면 특정 유전자의 다양한 특성을 밝혀낼 수 있다”며 “희귀질환은 보통 단일 유전자, 쉽게 말해 하나의 유전자가 망가졌을 때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유전자가 망가졌을 때 질환이 발생하기 때문에, 희귀질환을 연구하는 것이 곧 유전자를 연구하는 일이라는 뜻이다.유전자 분석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 기술이 적용될 희귀질환 분야도 넓다. 사람의 세포에는 2만여 개의 유전자가 들어있는데 여기에서 4000개 유전자의 유전자형 상관관계만 밝혀진 것이 대표적이다. 유전자는 눈과 코, 입 등 얼굴의 모양과 색, 키, 체형 등 표현형(Phenotype)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표현형은 유전자가 상호작용해 만들어진 여러 특성을 말한다. 문제는 유전자형(Genotype)에 따른 표현형이 밝혀진 것은 일부라는 점이다.최 교수는 “표현형은 사람의 생김새 등은 물론 여러 증상과 질환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유전자를 잘 이해한다면 이런 질환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낼 단초를 마련하는 셈”이라고 했다. 또한 “희귀질환을 연구하는 것이 곧 유전자의 다양한 특성을 이해하는 일”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희귀질환 연구를 위한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질 좋은 데이터가 핵심…연구 환경도 중요”정부는 국내 유전 분야 연구가 발전할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바이오뱅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방의학과 맞춤형 의학이 중요해지면서 희귀질환을 진단하고 유전질환을 예측하는 데 바이오뱅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바이오뱅크는 사람의 유전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질병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바이오뱅크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사업을 통해 50만명의 유전정보를 수집했다. 미국은 올 오브 어스(All of Us) 사업을 오는 2026년까지 수행해 100만명의 유전정보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내 국가들도 수십만명 규모의 유전체 분석을 추진해 맞춤형 의료 인프라 구축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오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한국인의 유전정보를 본격적으로 수집·분석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환자도 이 바이오뱅크에 자신의 유전정보를 등록할 대상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희귀질환 환자 4만7000명을 포함해 국민 100만명의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다.최 교수는 “바이오뱅크를 통해 구축한 질 좋은 데이터를 연구자가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R&D) 빅데이터 사업들은 데이터를 수집했을 뿐, 실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바이오뱅크 사업도 의료와 연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는 “바이오뱅크 시범사업에서 2만5000여 명에 대한 WGS 분석을 진행했고, 이 중 1만5000여 명은 희귀질환 환자”라며 “2만5000명을 대상으로도 간신히 유전자 분석을 했고, 클라우드 컴퓨팅 등 분석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사실상 분석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생명윤리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여러 제도로 인해 좋은 데이터를 구축하고도 유전 분야 연구자들이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와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뱅크는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에 따라 유전자의 다양성이 달라서다. 최 교수는 “한국인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유전자 해독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아프리카는 전 세계에서 유전자의 다양성이 가장 높고 유럽과 아시아는 그렇지 않듯이, 지역에 따라 돌연변이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3.11.06 09:00

4분 소요
‘알츠하이머 킬러’…세계 최초 ‘먹는 치매약’ 개발한 아리바이오 [이코노 인터뷰]

바이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발병의 원인으로 밝혀진 요인은 아직 없고, 뇌 속에 특정 단백질이 뭉치고 쌓이면 신경세포의 작용을 방해해 인지기능을 낮춘다고 알려졌을 뿐이다.7월 31일 경기 성남 분당구에 있는 아리바이오 사옥에서 만난 정재준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둘러싼 ‘카더라’가 많은 점이 다중기전을 표적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다중기전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고 지목된 여러 원인을 한꺼번에 고려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이다.최근 미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좋은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 도나네맙은 모두 하나의 기전을 표적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뭉친 형태(플라크)로 뇌 속에 쌓이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레카네맙은 플라크가 쌓이지 않게 만들고 도나네맙은 뭉친 플라크를 제거한다.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한때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염증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 뇌의 혈류, 유전자와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정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여러 패스웨이를 동시에 잡는 약물을 개발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기업은 환자에게 좋은 치료제를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만큼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과 달리 다중기전 약물인 AR1001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유럽·중국 임상 3상 준비…“연내 추진 목표”아리바이오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이다. 영국 정부의 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바이오연구소 등을 거친 정 대표가 2010년 설립했다. 정 대표는 아리바이오에서만 10년 이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했다. 최근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집중하고 있다. 약물을 개발한 지 10년 만에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온 것이다.AR1001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등을 줄이는 데 집중한 레카네맙, 도나네맙과 달리 여러 효과를 내는 약물이다. 신경세포의 신호전달경로(CREB)를 활성화해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것을 막고 자가포식을 일으켜 타우 단백질을 제거한다. 뇌로 향하는 혈류의 양을 늘리고 윈트(Wnt)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해 시냅스의 가소성을 높이기도 한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을 먹는 약(경구용)으로 개발해 환자의 복용 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정맥주사(IV) 제형은 환자가 병원에 가 약물을 주사해야 하지만 AR1001은 매일 약을 먹는 것만으로 인지기능의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 또한 “AR1001은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는 최초의 약물”이라며 “케미컬 의약품으로 안전성이 높고 부작용도 적다”고 했다.아리바이오는 현재 미국의 60여 개 임상기관에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참여자는 600여 명이며 2022년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지난 6월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과 중국에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연내 이를 허가받겠다는 계획이다.정 대표는 “한국과 중국에선 150여 명, 유럽에선 4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약물이 과학적인지, 환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을 깐깐하게 따져본다”며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도 유럽에서 승인이 거절됐던 만큼 임상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자문 절차를 거치는 중”이라고 했다.“세계 첫 경구용 치료제 개발할 것”연구개발(R&D) 역량이 부족한 국내 기업은 임상 단계에서 다른 기업에 후보물질을 이전한다.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만큼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으나 특정 지역에서의 권리를 이전하거나 판매 협력 정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면 이들의 임상, 허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5~6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며 “환자에게 치료제를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AR1001은 임상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또한 “AR1001의 임상 3상을 마친 뒤 중등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할 것”이라며 “내년 중 임상 2·3상 형태의 추가 임상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항체 의약품과 AR1001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도 논의하고 있다”며 “여러 기전을 표적하는 기본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고, 혈관성 치매와 우울증을 동반한 치매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아리바이오가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첫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다. 회사는 임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을 포섭했다.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기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데이비드 그릴리 박사가 대표적이다. 미국 지사에는 에자이에서 9년 동안 일하며 레카네맙의 개발과 허가를 경험한 모니카 킴 박사가 메디컬 디렉터로 있다.

2023.08.07 08:00

4분 소요
“인종에 따라 치료효과 달라”…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넥스트 스텝은 [이코노 인터뷰]

바이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이 출시된다고 해도 결국 시장이 이들 약물을 판별할 겁니다. 환자들이 수천만원을 내고도 치료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 더 좋은 약물이 시장을 차지할 것이고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이제야 시작점에 섰습니다. 비용은 낮고, 치료 효과는 높은 약물이 지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세계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다. 하지만 이 약물은 현재 쓰이지 않는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에서 퇴출됐다.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난 묵인희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치매융합연구센터 센터장)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약물들도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도 환자가 쓰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는 만큼, 해당 약물이 시장에 안착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시장에 자리를 잡는 것 외에도 이들 치료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수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치료 비용이 장애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어떤 과제를 넘어서야 할까. 묵 교수는 “어떤 약물이든 결국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제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비용이 낮고 투약하기 쉬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개발에 착수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나네맙을 개발한 일라이 릴리도 정맥주사(IV) 제형의 약물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묵 교수는 “IV 제형의 치료제는 노인 환자가 매번 병원에 와야 해 번거롭고, 비용 자체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화합물 방식의 의약품이 방법이 될 것”이라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이나, 코에 투입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고, (당장은 개발이 어렵지만) 유전자 치료제나 DNA, RNA 유사체인 안티센스 올리고머(ASO)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기술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적용하는 것도 숙제다. 뇌혈관장벽은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장치다. 뇌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질환 치료제를 비롯한 약물이 뇌로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묵 교수는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난제”라며 “이를 통과하지 못해 치료제가 되지 못한 약물이 많다”고 했다. 이어 “실험실에선 치료 효능이 좋게 나왔어도, 정작 뇌로 들어가지 못한 약물이 여럿”이라며 “뇌혈관장벽의 문제가 해결되면 기존에 실패한 약물을 실어 치료제로 다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진단 기준 다양해져…임상도 세분될 것”묵 교수는 현재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연구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약물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진단 기준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가 발표됐다.이번 콘퍼런스에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제시한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40과 42, 타우 단백(tTau), tTau의 인산화 형태인 pTau, 미세신경섬유 경쇄(nfL), 교총섬유산성단백질(GFAP) 등이다. 묵 교수는 “올해 AAIC에서는 도나네맙의 임상 결과가 주인공이었지만,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발표한 새로운 진단 지침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은 발표 중 하나”라며 “뇌에 나타나는 염증과 신경세포, 혈관의 상태가 진단 기준에 추가됐고, 지침이 구체화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서브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맞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물 개발이 세분(specify)화되면 맞춤형 치료제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라며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인 정도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 등 환자에 따른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인종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 기전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묵 교수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모두 인종에 따라 값이 다르게 나왔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많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국제 컨소시엄에서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등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한국만 동떨어져 있지 않고, 여러 연구 자료를 비교 분석하며 깊숙이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도 했다.“조기 진단 권장…빠른 치매 관리 가능”묵 교수는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인 노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산발성 알츠하이머병이 대부분인데, 최근 40, 50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묵 교수는 “기존에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만 젊은 나이에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EOAD)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연구단에서도 컨소시엄이 구성되거나, 이 질환에 맞는 임상이 진행되는 등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는 중”이라고 했다.그만큼 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커졌다. 묵 교수는 “나이가 젊은 환자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기보다 건망증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며 “조기 진단이 활성화되면 혈액 검사 등 간단한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한 뒤, 뇌척수액이나 단층촬영 등으로 정밀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특히 “nfL과 GFAP가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에 포함돼 혈액 진단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며 “기존에는 항체 기반의 엘라이자 방식이 쓰였다면, 현재는 질량분석법(매스 스펙트로메트리)이나 압타머, DNA 증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2023.08.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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