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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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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 자진상폐…메디트 합병으로 '볼트온' 나서나

증권 일반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이후 관련 기업과의 인수합병(M&A)를 통한 엑시트(자금회수) 방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치과용 3차원 스캐너 제조업체 메디트와의 합병을 통한 협업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16여년만의 일이다. 이후 약 한 달 간의 한국거래소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 협력 전략은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가 공동지분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발표했을 때부터 예상돼 왔던 시나리오다. 업계에선 사모펀드(PEF)가 최대주주가 된 데에 이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을 거란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상장폐지를 신청하면 주주들의 경영권 간섭이 사라져 사업을 재편하거나 잡음을 줄일 수 있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1위 임플란트업체로 구강스캐너 제조사인 메디트와 치과 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선 아직 구강스캐너 사용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의 영업망을 공유할 수 있고, 오스템임플란트는 메디트를 통해 해외 영업망 확장에 나설 수 있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치과들의 구강스캐너 보급 비율은 약 30% 정도다.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치과산업의 디지털화가 본격 궤도에 진입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미래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 브릿지 마켓 리서치’(Data Bridge Market Research)는 전 세계 치과용 구강 스캐너 시장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1.1% 성장해 2030년엔 13억2580만달러(약 1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MBK파트너스와 UCK는 이전에도 볼트온(Bolt-on) 방식으로 매각에 성공해 수익을 거둔 바 있다. 볼트온 전략은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동종업계 기업이나 연관 업종의 사업체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는 것을 말한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산업 전체의 가치도 끌어올려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7년 인수한 일본 아코디아골프와 2019년 인수한 넥스트골프 매니지먼트를 합병해 2021년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에 매각했다. 아코디아골프를 8000억원대 후반에 인수하고 넥스트골프 매니지먼트 지분에 86억원을 투자해 이 둘을 합친 아코디아넥스트골프를 약 4조2000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투자 원금대비 2~3배의 수익을 올리면서 밸류업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UCK파트너스도 지난해 상반기 인수한 종합 식품제조기업 엄지식품을 앞세워 가정간편식(HMR) 기업 수지스퀴진을 인수했다. 대규모 HMR 생산설비를 갖춘 엄지식품과 해외 판로 및 개발 역량을 갖춘 수지스퀴진의 강점을 상호 보완해 성장시켜 나가겠단 전략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투자한 의료기기 관련 회사들과의 M&A를 통한 사업 개편 방안도 거론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코렌텍과 디알텍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하며 주목을 받았다. 코렌텍은 국내 최초 인공관절 전문 제조 기업이고 디알텍은 디지털 진단영상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오스템임플란트와 같은 치과 관련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로 일반 의료 시장 진출에 초석을 다지고 있는 만큼 추후 오스템임플란트나 메디트와의 협력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해에 5조원 규모(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 거래금액)의 투자를 추진한 건 해당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상장폐지를 바탕으로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6.30 08:00

3분 소요
코렌텍, 우성제약 지분 80% 인수…제약산업 본격 진출

증권 일반

인공관절기업 코렌텍이 우성제약의 지분 80%인 230만4000주를 72억원에 인수했다고 9일 발표했다. 코렌텍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약산업을 전개하며, 우성제약과의 시너지를 통해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코렌텍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병원 및 대리점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성제약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장기적으로는 인공관절 수술 전후에 활용할 수 있는 의약품과 관절 관련 치료제 개발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성제약은 지난 2015년에 설립된 전문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으로 진통해열제와 미네랄 주사제, 향균제, 항암보조제 등 다양한 전문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소아 2세부터 사용이 가능한 진통해열주사제 ‘뉴아미노펜프리믹스주’를 개발해 출시하는 등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렌텍 관계자는 “이번 우성제약 인수를 통해 인공관절에서 임플란트, 제약까지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났다”며 “우성제약의 전문의약품 사업은 당사의 병원 네트워크와 판매망 등을 활용하면 지난해 대비 큰 폭의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5.09 17:51

1분 소요
코렌텍, 멕시코에 인공관절 제품 공급…132억원 규모

헬스케어

코렌텍은 멕시코의 의료기기 업체인 ‘바이오토텍’(Biortotec)에 1000만 달러(약 132억원) 규모의 인공고관절, 인공슬관절, 척추고정체 제품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이번 계약을 통해 코렌텍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인공관절 제품인 ‘벤콕스’(Bencox Hip System)와 인공슬관절 제품 ‘로스파’(Lospa TKR System), ‘이그절트’(Exult Knee System), 척추고정체 제품 ‘로스파 IS’(Lospa IS)를 멕시코에 공급할 예정이다.멕시코는 2020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7.7%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멕시코의 정형외과 임플란트 시장은 2027년 7억8420만 달러(약 1조383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멕시코는 코렌텍이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국가이기도 하다.코렌텍은 2017년 멕시코에 진출했다. 현지에서는 고관절 및 슬관절 시장에서 점유율 2위의 사업자다. 1위 사업자는 존슨앤드존슨(Johnson&Johnson)이다. 회사 측은 “스트라이커, 짐머, 스미스앤드네퓨 등과도 경쟁하고 있다”며 “해외 업체보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멕시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회사는 DMT 코팅 기술이 적용된 ‘미라보Z컵’(Mirabo Z cup)도 멕시코에 출시할 계획이다. 제품 출시와 수술기기 공급, 학회 참여 등을 통해 멕시코 내 시장 점유율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중남미 지역에서 주요 제품을 승인받아 진출 국가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일본과 유럽 등 신규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이다.코렌텍은 현재 2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동남아, 중남미 지역에서 기시적인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태국과 최근 3년 동안 750만 달러(약 93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선 추가적인 공급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2023.03.20 15:19

2분 소요
FEATURES - “한국의 메이요 클리닉(미국의 최고 병원)이 꿈”

의료

국내 대학 병원과 해외 큰 손들이 대전 선병원을 찾는다. 조그만 동네 병원에서 출발한 지역 병원이 주목 받는 데는 뛰어난 의료와 서비스로 고객 만족이 높기 때문이다. 부친 선호영 박사의 뜻을 잇기 위해 선두훈·승훈·경훈 3형제가 의기투합하면서 생긴 변화다. profile(왼쪽부터) 선두훈 이사장 1957년 서울 출생, 가톨릭의과대학원 정형외과학 박사, 가톨릭의대 교수, 2001년~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2004년~ 코렌텍 연구소장 선승훈 의료원장 1959년 서울 출생, 미국 버클리대 경제학과 졸업, 인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1987~1992년 씨티은행 자금부 부장 1993년~ 선병원 의료원장 선경훈 원장 1963년 서울 출생, 실베니아대 치과대학 졸업, 연세대 치과대학원 박사, 1997년~ 선치과병원장서울대병원·신촌 세브란스 병원·경희대병원·중앙대병원 등 서울의 대학 병원들이 벤치마킹하는 지역 병원이 있다. 대전 선병원이다.지난해 서울대병원은 이 곳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일본·중국·러시아·베트남·태국·인도·몽골 등 해외 20개국 병원과 기관에서 선병원을 배우러 왔다.지난해 선병원을 찾은 해외 환자만 2514명에 이른다. 올해 4월 보건복지부는 선병원 국제검진센터를 해외환자 유치 선도병원으로 지정했다.최근엔 방문자가 급격히 늘어 병원 업무에 영향을 주자 방문 가능한 날을 정했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이다.선병원은 고 선호영 박사가 1966년 대전 중구 은행동 동양백화점 옆에 세운 정형외과로 시작했다. 조그만 동네 병원은 현재 영훈의료재단 산하에 대전선병원·선치과병원·국제검진센터·유성선병원 암센터를 두고 있다. 모두 900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이다. 지역 병원이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비결은 뭘까.변화의 중심에는 아버지 뜻을 잇는 3형제가 있다. 다섯 형제 중 둘째인 선두훈(56)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셋째 선승훈(54) 선병원 의료원장, 넷째 선경훈(50) 선치과병원장이다.첫째는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막내는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다. 3형제는 과거 누구나 선망하는 일을 했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미국 버클리대를 나와 씨티은행 자금부장으로 일했다.1990년대 초반 부친의 부름으로 먼저 대전으로 내려왔다. 선경훈 치과병원장은 미국 치과의사 자리를 포기하고 1997년 합류했다. 2002년 마지막으로 합류한 선두훈 이사장은 가톨릭대 의과대 교수 출신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맏사위다. 그 역시 동생들 요청에 선병원 키우는 일에 동참했다.6월 초 점심 무렵에 대전 선화동 3형제의 본가를 찾았다. 대전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단독 주택이다. 3형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40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의 유일한 양옥이었다. 대문을 열자 홈드레스 차림에 단아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 반갑게 맞이했다. 3형제의 어머니 김인 여사였다. 81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젊어보였다.집 내부도 주인을 닮아 정갈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앤틱 가구들 위에는 사진 액자가 많았다. 선병원 역사가 담긴 가족 사진이다. 3형제의 어린 시절은 물론 결혼 사진과 손자들 사진이 빼곡히 진열됐다. 그는 액자를 바라보며 “영감이 열심히 해서 재미나게 살았어”라고 읊조렸다.김 여사는 2004년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후 남편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다. 꽃을 좋아했던 남편을 떠올리며 수천송이의 꽃을 그렸다. 늦은 나이에 입문했지만 수준급 솜씨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여러차례 상을 받았다.낮 12시가 되자 선경훈 병원장을 시작으로 선승훈 의료원장, 선두훈 이사장이 현관문을 열며 들어왔다. 세 사람은 한 달에 두세 번 어머니와 점심을 먹는다. 이미 식탁 위에는 음식이 차려 있었다. 각종 나물 무침부터 된장국·전복·갈비·생선 요리 등이 잔치상을 방불케했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장을 보고 손수 음식을 장만했다. 약속이 있어 일찍 점심을 먹고 온 선두훈 이사장은 어머니의 정성에 밥 한 공기를 더 들었다. 김 여사는 아들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점심 식사 후에 차를 마시며 선호영 박사의 얘기를 들었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부친은 의료에 열정이 많고 도전 정신이 강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아버지는 195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유학을 떠났어요. 당시 해외 나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경비행기로 독일까지 가는 데 이틀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아들 셋은 고국에 남겨두고 떠난 거에요. 세계적으로 손꼽는 독일의 정형외과 의술을 배우기 위한 도전이었죠.” 선병원 배우려고 서울대병원도 내방김 여사는 “당시 셋째 선승훈 의료원장이 태어난 지 겨우 열흘 지났을 때에요. 남편은 공부하고 돌아올테니 당분간 친정에 가 있으라고 했죠. 그때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2000원짜리 학고방(판잣집 작은방)을 전전하면서 살던 때에요. 하지만 남편의 결심을 만류할 수 없었어요. 그는 경상북도 김천에서 알아주는 수재였어요. 복사뼈가 까맣게 썩을 정도로 공부를 했다고 해요. 4년 뒤에야 박사 과정을 마친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에 마중나갔는데 선두훈 원장이 남편을 보더니 ‘아저씨’라고 부르더군요. (웃음)”박사 학위를 딴 선호영 박사는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대전적십자병원장을 지냈다. 대전 생활을 하며 지방에 병원이 적어 위급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개원을 마음먹었다. 1966년 선병원의 모태인 선정형외과를 설립했다. 당시 중부지역에 정형외과 의사가 흔치 않았다. 해외유학파 출신 의사는 그가 유일했다. 선 박사의 체계적인 진료는 지역에서 화제가 됐다. 선경훈 원장 역시 부친의 활약상을 들려줬다.“아버지는 선진의료 기술로 치료했어요. 수술의 기초인 소독부터 달랐다고 해요. 대부분 수술 부위만 소독하는데 아버지는 옷을 벗긴 후 넓은 부위를 꼼꼼하게 소독한 후에 수술했어요. 수술로 인한 감염 문제를 신경 쓴 거에요. 또 다리 뼈가 부러졌을 때 핀(나사)을 박는 수술 방식을 선보였고요. 중학교 2학년때 친구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아버지는 머리를 열고 피를 빼내는 수술까지 성공했어요.”김 여사는 “그가 존경받는 데는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편은 환자가 가난하면 돈을 받지 않았어요. 한번은 수술이 끝나자마자 환자가 도망 갔다고 합니다. 쫓아간 직원한테 전화가 왔어요. 환자집에 가보니 가정 형편이 엉망이라 식구들이 밥을 굶고 있더라고요. 남편은 수술비는 됐고 쌀 한가마니 팔아주고 오라고 하더군요. 남편의 철학은 ‘언제나 제약없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겁니다.”그는 “남편의 삶 자체가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육이 된 거 같다”고 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한번도 혼낸 적이 없어요. 최대한 자식들의 의사를 존중했답니다. 아이들은 물론 며느리에게 존댓말을 사용할 정도였으니까요. 아~ 유일하게 적극 권한 교육이 있어요. 독일에 유학간 남편에게 편지가 왔는데 아이들이 악기를 하나씩 배웠으면 좋겠다는 거에요.유학시절 독일 사람들이 모이면 연주회를 여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더라고요. 덕분에 다섯 아이가 모두 한 가지 이상 악기를 다룰 줄 알아요. 선두훈 이사장은 바이올린, 선승훈 의료원장은 피아노, 그리고 선경훈 치과병원장은 첼로를 배웠어요. 셋이 모이면 피아노 3중주가 가능하지요.”형제애로 뭉쳐 고향병원 우뚝 세운 3형제세 형제 중에서도 부친을 빼닮은 사람이 둘째 선두훈 이사장이다. 그는 아버지처럼 가톨릭의대 정형외과를 나와 교수로 지냈다. 점심 시간 내내 말없이 “허허허” 웃기만 했다. 언론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형은 휴일이나 명절에도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만사 제치고 달려온다”고 했다. 환자의 차림이 남루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하면 돈을 받지 않고 치료하는 일까지 아버지를 닮았다고 덧붙였다.사실 선 이사장은 고관절 분야에서 손꼽는 의사다. 2000년에 코렌텍을 세우고 인공관절 제조에 매달렸다. 8년 후 무릎을 구부리거나 양반다리를 해도 불편함이 없는 고굴곡 인공관절 개발에 성공했다. 그동안 선진국에서만 만들던 인공관절을 국내에서 처음 자체 생산했다. 코렌텍은 현재 인공관절이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선 이사장은 “신뢰받는 병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구성원 간의 어울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잘 고쳐서 환자들의 병을 낫게 해야 합니다. 수술 성공률이 높아질수록 병원에 대한 믿음은 커지지 마련이죠. 뿐만 아니라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 문화가 중요해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구성원간 신뢰가 쌓일 수 있도록 충분한 소통이 필요합니다.”격식을 따지지 않는 선 이사장은 직원들과 편하게 지낸다. 대전 유성구와 중구를 오가며 진료할 때 병원차가 없으면 본인이 직접 기아차 소울을 운전한다. 병원 리무진 차량을 운전하는 신희옥 씨는 자랑스럽게 선 이사장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여줬다. 26개월 동안 10만㎞를 무사고로 운행했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환자를 만나고 안내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얘기했다. 선 이사장은 “그동안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격려하는 답이 왔다.병원 경영은 선승훈 의료원장이 맡는다. 그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중시했다. 선병원에는 CCO(Chief Client Officer)라는 직책이 있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문 밖에 나서기까지 환자와 동행한다. 마치 환자처럼 고객을 따라다니며 불편함을 파악하는 일이다. 예컨대 대기실 의자가 딱딱할 때는 쿠션을 준비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전 나오는 음악 소리가 크면 바로 낮춘다. 단 고객이 원할 경우에만 동행한다.직원들의 친절함도 남다르다. 선병원을 방문하면 의료진이 웃는 얼굴과 함께 깍듯이 인사하며 환자를 맞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승훈 이사장은 서비스 교육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항공사나 호텔에 의뢰해 직원 친절 교육을 했다. 환자 응대시 자신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모니터하면서 말솜씨·인사법·표정·미소·손짓을 개선하도록 했다. 말뿐이 아니라 최고급 서비스를 받는 것도 교육법 중 하나다. 고객과 대면이 많은 직원과 팀장을 뽑아 해외 최고급 호텔과 병원을 경험하게 했다.좋은 의사를 찾기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스카우트 전담팀을 만들었다. 올해 초 서울 성모병원 출신 정형외과 전문의 이승구 박사를 영입했다. 그는 소아정형과 골관절종양 분야의 권위자다. 30여 년의 교수직을 마무리하고 선병원 명예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의료계에 가정의학을 최초로 도입한 윤방부 박사도 영훈의료재단 회장겸 국제의료센터 원장으로 합류했다. 검진부터 치료까지 원스톱 국제검진센터선경훈 원장은 미국 치과대학에서 임플란트를 전공했다. 그가 선병원에 합류하면서 1997년 대전에 최초로 치과병원 문을 열었다. 치과 교정·보철·치주·구강내과 등 치료 분야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키웠다. 이곳은 치의대가 없는 대전에서 치과수련의 병원으로 지정됐다. 수련의를 뽑아서 교육하는 일이다. 특히 선원장은 설립 초기부터 환자들의 근본적인 치아 문제를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충치가 생겼을 때 보철 치료(크라운 치료)를 합니다. 이때 잇몸이나 신경 치료를 꼼꼼하게 해줘야 이가 상하지 않아요. 또 근본 치료를 해서 환자 치아를 최대한 살려보고 그래도 안되면 임플란트 시술을 합니다.” 3형제는 병원에서 한 방을 쓴다. 별도의 개인 사무실이 없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셋 모두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김 여사는 “신기하게도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싸운 적이 없다”고 했다. “선두훈 이사장은 착했어요. 한번은 맨발로 집에 돌아왔어요. 알고 보니 집에 오는 길에 신발 없는 아이가 있어서 벗어 줬다고 합니다. 요즘도 길을 가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보이면 용돈을 준다고 들었어요.선 의료원장은 모범생이었고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책을 끼고 살았어요. 전교 1등을 놓친적이 없어요. 넷째는 정이 많아요. 그래서 주변에 친구들이 끊이질 않았어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잘해주니까 인기가 많아요. 형은 동생을 아끼고 동생은 형을 존경하니 3형제가 뭉쳐서 잘하는 거같아요.”지난해 7월에는 3형제의 합작품인 국제검진센터가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문을 열었다. 세종시 첫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500명 동시 검진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다. 검진 분야에서 단독으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았다. 3형제의 점심 초대에 앞서 5월 말 이곳을 방문했다. 설립 총괄을 맡은 선승훈 의료원장이 안내를 맡으며 소개를 해줬다.(건물 외벽을 가리키며)그는 “예루살렘 골드라는 대리석으로 낮에는 금빛으로 반짝이다가 해가 지면 은은한 아이보리색으로 바뀐다”고 들려줬다. 그는 검진센터를 지으면서 중국 샤먼(하문)을 수차례 다녀왔다. 그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돌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5층 규모의 이 센터는 병원 전문 설계회사인 미국 HDR이 맡았다. 아부다비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서울성모병원 등을 설계한 곳이다.선 의료원장이 꼽은 국제검진센터의 장점은 세 가지다. 우선 검진부터 치료까지 한번에 가능하다. “검진 센터 안에 암 센터를 뒀어요. 조기 암 발견에 필요한 기본 검진은 물론 뇌·심·소화기·폐 등 7대 암 정밀 검진이 가능해요. 아예 4층을 숙박검진 전용층으로 설계했습니다. 호텔급 숙박 시설을 갖춰 환자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겁니다. 센터 뒷편으로는 은구비 공원이 있어 산책할 수 있어요.”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러시아 오렌부르크시의 미쉐라코브 유리 니콜라예비치 시장이 신장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한 달 후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간 그는 선승훈 의료원장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8월 말 오렌부르크시 270주년 기념행사에 선 의료원장와 임직원을 초청했다.둘째 협진 시스템이다. 매일 아침 암 센터에서는 전문의 통합 회의가 열린다. 중복 체크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찾기 위해서다. 이 회의에는 내과·외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내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 등 암과 관련된 과가 모두 참석한다. 환자 한 명의 치료를 위해 수많은 전문의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은다.마지막은 뛰어난 서비스다. 깨끗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 검진 센터는 고급 리조트 같다. 숙박 병실에는 병원 침대가 아니라 고급 침대가 놓여있고 커다란 창을 통해 햇볕이 들어온다. 세면대는 1m15㎝로 휠체어가 밑으로 들어갈 수 있고, 침대 카트가 샤워실에 들어갈 너비에 맞춰 샤워실을 만들었다. 선 의료원장의 세심한 배려다. 최첨단 장비 도입에도 아낌없이 돈을 쏟았다. 예를 들어 60억원 상당의 암 치료장비 래피드아크를 갖췄다. 암 조직에 정확히 고주파열을 가해 산소 공급을 막아 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파괴하는 장비다.선승훈 의료원장은 “검진센터를 경험한 해외 환자가 늘면서 병원 설립 지원 요청이 많다”고 얘기했다. “중국의 한 제약그룹 경영자가 검진과 치료를 받고 나서 베이징 병원 건립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베트남의 국립섬유회사 비나텍스는 이동검진버스 설계와 운영을 제안해 진행 중이에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전문병원 설립을 요청해 왔어요. 해외 갑부 한 분은 삽으로 떠서 그대로 자기 나라에 가져가고 싶다고 하더군요.”“삽 으로 떠서 가져가고 싶은 병원”3형제의 꿈은 하나다. 선병원이 한국의 메이요 클리닉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역시 찰스 메이요와 월리엄 메이요 외과의사 형제가 경영한 병원이다. 미국 병원 평가에서 존슨홉킨슨 병원과 1·2위를 다툰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구 7만명 밖에 되지 않는 뉴욕 주 로체스터시에 병원이 있다는 점이다. 병원이 유명해지면서 세계 각국 왕족과 갑부 등 한 해 50여만 명 환자가 방문한다. 소규모 비행장이었던 로체스터 공항은 국제공항이 됐다.선 의료원장은 “메이요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에 놀란다”며 “선병원 역시 ‘언제나 제약 없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2013.09.16 13:55

10분 소요
Stock - 하반기 공모주 시장 달아오른다

증권 일반

상반기 13개 신규 상장사 주가 공모가보다 평균 37% 올라 … 부동 자금 몰리면 거품 낄 수도 KT 계열 광고판매 대행업체인 나스미디어는 7월 1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하반기 첫 상장 기업이다. 나스미디어의 공모가는 8800원으로 이날 1만5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 날 74%가 올랐다. 나스미디어는 7월 8~9일 이틀간 공모 청약을 실시한 결과 최종 경쟁률이 781.6대 1을 기록했다.공모주 청약에 몰린 돈은 1조3227억원에 달한다. 공모 청약 경쟁률은 1월 29일 상장한 포티스(834대 1) 이후 올 들어 둘째로 높았다. 7월 24일 코스닥 상장 예정인 환경에너지 전문기업 KG이티에스도 7월 15일부터 이틀간 공모 청약을 실시한 결과 경쟁률 390대 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도 1조원이 몰렸다.증시 불안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었다. IPO란 기업이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것으로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올 들어 7월 17일까지 공모주 청약에 몰린 돈만 13조원이 넘는다.조광재 우리투자증권 이사는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선진주요국의 경기 우려로 투자자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시중의 유동성이 IPO 투자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6월 27일 17조1808억원에서 7월 15일 17조7395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공모주 청약 인기는 저금리, 주식시장 침체, 투자대상 부재라는 3중고 속에서 대안 투자처로 부상하면서다. 여기에 공모 가격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내면서 인기가 더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3개 종목의 6월 말 기준 종가와 공모가를 비교하면 평균 수익률이 37%에 이른다.올해 상반기 증시에 새로 들어온 기업은 엑세스바이오·DSR·레고켐바이오·제로투세븐·코렌텍·삼목강업 등 13개다. DSR만이 유일하게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올 들어 코스닥시장 새내기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의료용품 제조업체인 엑세스바이오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삼목강업은 공모가와 비교해 각각 131%, 125% 상승했다. 세호로보트(96.1%)·아이센스(87.3%)·제로투세븐(52.4%)도 크게 올랐다.공모가보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레고켐바이오(-14.1%)·윈팩(-22.2%)·우리이앤엘(-13.9%) 세 종목에 그쳤다. 조광재 이사는 “상반기 IPO에 나선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둔데다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 자금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예정된 상장 기업의 일반 공모 청약이 흥행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투자자의 관심이 커지자 공모 시장을 찾는 기업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40여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7월 들어 상장한 기업은 18일까지 나스미디어(7월 17일 상장)와 JB금융지주(7월 18일 상장)다. 현재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곳은 해성옵틱스(카메라 모듈 제조업체)·라이온켐텍(인조대리석 제조업체)·파수닷컴(기업용 문서관리업체)·미르기술(산업용 검사장비 제조업체)·엘티씨(LCD·반도체용 박리액 제조업체) 등 17개 기업이다.동양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공모 청약에 나선 기업의 청약 경쟁률이 예상보다 높았다”며 “지난해 하반기보다 올해 하반기 공모시장 경기가 다소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올 상반기 상장된 기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그러나 2011년 3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나빠진데다 주식시장도 지지부진해 기업이 눈치만 보고 있어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면 희망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의 공모가가 형성될 수 있다.올해 최대 상장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로템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경기가 불투명해 상장 계획을 보류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실물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증시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상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사업성·재무제표 살펴야대기업 협력사와 소재부품 중소업체는 코스닥시장 상장에 나섰다. 새 정부가 벤처·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펴면서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최근 공모 흥행에 성공한 건 주로 바이오·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분야 기업이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 상장 규제를 완화한 것도 호재다.정부는 ‘설립 3년 이상 된 일반기업만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는 상장 요건을 없애고 55개 상장심사 항목을 경영투명성 위주로 심사키로 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닥 상장 기업의 부침이 심해 퇴출되는 기업이 많았지만 이번 기준 완화로 상장 기업수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공모시장에서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준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수익률이 신통치 않자 공모주 쏠림 현상이 벌어졌는데 시중자금이 너무 몰리면 공모주에 거품이 낄 수 있다”며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재무 현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장 직후에 주가가 크게 오르더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김학균 팀장은 “새내기 기업은 검증이 되지않았기 때문에 투자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청약증거금 유상증자나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해당기업 주식을 사기 위해 계약금 형식으로 내는 돈.

2013.07.24 15:29

4분 소요
산길이 최고의 집무실

산업 일반

조웅래 선양 회장과 선두훈 선병원 이사장은 맨발 걷기에 푹 빠졌다. 조 회장은 2006년 대전시 계족산 13㎞를 황톳길로 단장했다.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뛰는 ‘마사이 마라톤’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됐다. 선두훈 이사장은 올 4월 이 길을 처음 걸어본 후 일주일에 두 번씩 황톳길을 걷는다. 소주회사 사장과 병원 경영자이자 벤처기업 대표인 두 사람의 맨발 경영론을 들어봤다. 10월 3일 일요일 오전 대전 계족산을 찾았다. 대전의 소주업체 선양이 5년 전 이 야산 둘레길에 황토를 쏟아부어 13㎞의 맨발 마라톤 코스를 만들었다. 이날은 맨발로 달리는 ‘마사이 마라톤’ 대회가 다섯 번째 열리는 날이다. 대회 시작이 1시간도 더 남았을 시각. 벌써부터 등산화 없는 등산객이 산을 오른다. 마라톤 코스까지는 경사가 좀 있지만, 황톳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내린다던 비는 오지 않고 간간이 구름 사이로 해가 보였다.이날은 조웅래(50) 선양 회장과 선두훈(53) 선병원 이사장의 맨발 경영론을 듣는 자리다. 조웅래 회장은 이 산 둘레길에 5년 동안 자비로 황토를 쏟아부은 대전의 맨발 전도사다. 출발을 앞두고 열린 간단한 식전 행사장에서 그를 만났다. 인사말 대신 환하게 웃으며 손을 건넨다. 그는 축사를 할 때도 이미 맨발이었다. 준비한 원고도 없었다. 보기 좋게 환한 미소가 축사를 대신했다.선두훈 선병원 이사장을 찾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면바지에 백팩을 메고 참가자 사이에서 웃고 있는 선 이사장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얼굴 가득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두 손으로 내민 손을 덥석 잡는다. 선 이사장은 행사 사회자가 박수를 치라면 두 손을 높이 올려 박수를 치고, 뒤돌아서 손을 흔든다. 시선을 좇으니 멀리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보인다. 선 이사장의 부인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큰딸이다.오전 10시 대회 조직위원장인 조웅래 회장이 징을 울렸다. 사람들이 맨발로 산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조 회장은 간이로 마련된 작은 연단에서, 선 이사장은 황톳길 위에서 뛰는 사람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북적거리는 행사장에서 두 사람을 데려오는 게 미안할 만큼 얼굴 가득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전날 내린 비로 질척해진 황토에서 혹시 미끄러질까 봐 운동화 끈을 질끈 맸던 기자가 머쓱해진다. 조 회장은 뛰는 사람을 방해하지 말자며 결승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풍 온 아이처럼 상기된 표정의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조웅래 회장은대전 소주시장 휩쓴 마라톤 매니어【조웅래(50) 선양 회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반도체에서 엔지니어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1992년 휴대전화 벨소리·컬러링(통화연결음악) 서비스업체인 생활정보사 ㈜5425를 설립했다. 2004년 대전 지역 소주회사인 선양을 인수했다. 선양의 당시 지역시장 점유율이 40%에도 못 미쳤지만, 2005년 신제품 ‘맑을 린’을 출시해 대전·충남 시장 점유율을 37%에서 50%로, 대전은 60%까지 높였다.조 회장은 마라톤 매니어로도 유명해 이 회사 직원이 마라톤 풀코스나 하프코스 등을 완주하면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강경영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가 2006년 처음 연 맨발 걷기대회인 ‘마사이 마라톤’은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는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계족산을 찾기 전에 맨발로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까?선두훈 어렸을 때 집 앞에 텃밭이 있었어요. 형제들과 맨발로 뛰놀던 기억은 있습니다.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오래전 추억이죠. 하지만 철이 들고 맨발로 걸어본 기억은 올해 4월 조 회장이 조성한 계족산 황톳길에 한번 따라나서면서였어요.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그 후로 일주일에 두 번 이상씩 찾게 됐습니다.조웅래 제가 농부의 아들입니다. 어릴 적 농사를 지으면서 맨발로 뛰어 놀던 기억은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면서는 누구나 맨발로 걷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잖습니까? 그러다가 2005년 처음 대전에 이사 와서 계족산을 자주 찾게 됐습니다. 어느 날인가 동행한 여성 두 명이 불편한 구두를 신고 와서 고생하기에 제가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 주었습니다. 한 발짝 내딛기는 주저됐지만, 불과 몇 발짝을 더 떼니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더군요. 그때 기억이 지금의 황톳길을 있게 한 거나 다름없죠.-간밤에 비가 와서 그런가요? 맨발로 길을 걷는 게 생각만큼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미끄러지는 사람도 많네요. 지금 시대에 신을 벗는 건 자유고 일탈입니다만, 고대로부터 맨발이 되는 것은 존경심의 표현이자 경건한 수련이었습니다. 맨발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선두훈 그렇게 깊은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실제로 같이 직원과 와서 걸으면 회의시간에 닫혔던 소통이 탁 트이게 됩니다. 계족산 황톳길은 또 하나의 회의실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서로 이해하기도 쉬워집니다. 신입사원도 이곳에 함께 오면 하고 싶은 말을 참 잘하고 꾸밈이 없어요. 그런 게 큰 의미가 있죠. 회사를 끌어가는 데는 역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니까요.조웅래 맨발로 숲 속 황톳길을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잡생각이 다 사라져요. 집중력이 높아지는 거죠.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도 하나둘씩 풀리며 정리가 됩니다. 그러면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릅니다. 제가 소주회사 사장 아닙니까? 술자리가 많아요.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십니다. 신기하게도 다음날 맨발로 30분만 걸으면 몸이 개운해집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매일 계족산을 걷습니다. 건강도 챙기고 업무도 정리할 수 있는 계족산은 지붕 없는 또 하나의 집무실입니다. 손님 모시기도 좋죠. 함께 맨발로 거닐고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면 다들 무척 좋아하십니다. 선두훈 이사장은정몽구 회장 맏사위 … 인공관절 첫 양산【선두훈(53) 이사장은 가톨릭대 의대 출신의 정형외과 전문의다. 1995년 스탠퍼드대 방문교수를 지냈고, 2001년까지 가톨릭대 교수로 명성을 쌓았다. 2001년 가업인 영훈의료재단 선병원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을 생산하는 벤처기업 코렌텍을 창업해 10년간 운영 중이다. 선 이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그의 선친은 저명한 정형외과 전문의 고 선호영 박사다. 영훈의료재단은 대전 선병원을 중심으로 목동, 중촌, 유성에 병원이 있고 건강증진센터와 선치과병원도 운영하고 있다.】신입사원 말문 여는 맨발 회의조웅래 회장이 조성한 이 계족산 황톳길은 각 지자체가 앞다퉈 와서 배워가는 지역특성화의 상징이다. 초기에는 반대도 많았다. 비에 황토가 쓸려 나오는 누런 물줄기가 보기 싫다는 거였다. 하지만 황토가 없으면 산길을 맨발로 걷기 힘들다. 자비로 질 좋은 황토를 장마가 끝날 때마다 조건 없이 뿌렸다. 지금도 이 행사는 선양이 모든 경비를 댄다. 이제는 지역 주민이 더 좋아한다. 휴일이면 대전 시민이 수천 명씩 찾아온다.조 회장과 선 이사장은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 좋다고 했다. 생각이 필요 없어 좋다는데 골치 아픈 생각을 강요하는 질문을 하는 일도 고욕이었다.-조웅래 회장님께선 최근 회사를 매각한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리셨죠. 결국 근거 없는 얘기로 판명이 났습니다만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습니다. 그때도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셨나요?조웅래 그랬죠. 원래 같이 나누자고 만든 길이니 주로 여러 사람이 함께 걷습니다만, 그때는 혼자서 걸었습니다. 근거 없는 얘기다 보니 마음고생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맨발로 혼자 걷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많은 분이 힘내라고 격려해 주신 것도 도움이 됐고, 악성 루머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자문도 받았습니다. 주위 분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조 회장은 새벽 5시30분에 이곳 계족산 황톳길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맨발 걷기를 통해 얻은 몸과 마음의 즐거움을 ‘에코 힐링’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 전파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에코 힐링은 생태계를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치유를 뜻하는 힐링(healing)을 조합했다. 조 회장은 그간 “에코 힐링은 자연 속에서 치유력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누린다는 뜻”이고 “맨발로 걷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에코 힐링”이라고 말해왔다. 대전 출신이 아닌 조 회장을 견제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불거졌다. 올여름엔 그 루머가 더 심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자신이 창안한 에코 힐링을 몸소 체험한 셈이다. 선두훈 이사장에게도 이런 에코 힐링의 순간이 있었을지 궁금했다.-이사장님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인공관절 생산업체인 코렌텍을 세운 게 11년 전입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 부침이 심했을 것 같습니다.선두훈 그럼요. 많은 일이 있었지요. 하지만 맨발 걷기를 올 4월에 시작했으니, 그 효과를 회사나 제 개인에게 적응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직원과 이곳에 가끔 와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새로운 생각도 많이 나오고, 단합도 잘 됩니다. 코렌텍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질 거고 분주해질 겁니다. 인공관절 수출도 해야 하고 국내시장도 더욱 넓혀야죠. 그래서 과거보다는 지금부터가 훨씬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맨발 걷기 같은 운동이 진가를 발휘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코렌텍은 선 이사장이 국내에서도 인공관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세운 회사다. 올 초에는 인공관절에서 뼈의 역할을 하는 금속을 티타늄처럼 비싸지 않은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는 논문을 썼다. 표면 특수처리를 새롭게 해 인공 뼈와 결합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선 이사장은 자신의 이론을 실제 양산에 도입했다. 연말이면 다양한 제품군이 나온다. 세간의 시선처럼 대전의 명문가 출신이자 재벌가 맏사위라서 사업이 순탄하진 않았다. 초기에 생산을 맡았던 모 대기업 계열사가 해외수출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해 거절하니 코렌텍 제품을 양산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2004년 일이다. 그 후로 몇 년을 생산시설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투자도 유치하는 데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니 새벽 서너 시면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다. 선 이사장은 “계족산을 처음 맨발로 걷고 난 날 잠자리에 들자 발바닥이 후끈거리더니 오랜만에 숙면을 이뤘다”고 말했다.-계족산 황톳길을 처음 맨발로 걸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습니까?조웅래 그때는 계족산 숲길이 거칠고 돌도 많아 발이 좀 아프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발바닥과 다리가 화끈거리는 느낌이 오히려 좋았죠. 집에 들어와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어요. 그런 기분이 좋아서 더 많은 사람이 맨발 걷기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흙을 깔고, 마사이 마라톤대회를 개최했습니다.선두훈 주저되긴 했어요. 흙이 발에 묻어 지저분해지고, 딱딱한 지면을 밟을 때는 자극이 심했습니다. 혹시 다칠까 걱정도 했고요. 하지만 몇 발짝 떼다 보면 그런 우려는 사라지고 걷는 데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시원한 공기와 햇살, 초록의 향기를 서서히 느끼게 되죠. 이 단계에 오면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매력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참 빠르지요. 가족이 산을 찾으면 누가 가장 먼저 신발을 벗고 맨발이 되는지 아세요? 아이들입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 할 필요 없다 이거죠.-맨발 걷기를 하고 난 후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선두훈 저는 환자를 보는 의사이자 병원 경영자입니다. 그리고 인공관절을 제조하는 사업가이기도 합니다. 시간에 쪼들리기 쉽죠. 황톳길은 일주일에 한 시간 반씩 두 번 정도 걷습니다. 바쁜 생활 중에도 건강유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됐어요. 뱃살도 상당히 빠진 게 지난 반년 동안의 변화입니다. 주위 분들의 인사도 많이 받습니다. 보기 좋아졌다고요.조웅래 많죠. 여유로운 마음을 갖다 보니 농담이 많아지고, 얼굴에 웃음이 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젊어졌다는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밤에 잠을 잘자고, 부부금실도 더 좋아졌습니다.이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계족산 황톳길을 찾는 이유가 건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 회장과 선 이사장은 대전 지역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사업가다. 혼자서 올 때도 건강과 함께 명상과 비움을 챙겨간다. 사업을 하다 보면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경우가 잦다. 스트레스가 판단을 흐리게 하는 때도 있다. CEO로서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데도 황톳길 맨발 걷기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맨발 걷기는 조직 내 활발한 의견교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허물없이 얘기가 잘 통하기도 한다. 회의실에서 상사 얼굴을 바라보며 위축되기 쉬운 신입사원도 상사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을 때는 활기를 되찾는다고 했다.-두 분께는 맨발 경영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조웅래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주로 산에서 맨발 산책을 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월 2회 임원회의를 이곳에서 맨발로 걸으면서 합니다. 따지고 보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은 늘 산에서 내리게 됩니다. 최근에는 노조위원장과 맨발로 걸으면서 솔직한 대화를 했습니다. 그 결과 선양 37년 노사 역사 이래 처음으로 임금협약 백지위임에 합의했습니다. 회사도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임금을 인상키로 결정했고요.선두훈 이곳에 오면 아무 생각 없이 걷게 됩니다. 골치 아픈 일은 일단 좀 식힐 수 있는 거죠. 특정한 문제가 있을 때에 황톳길을 걸으면서 어렴풋하게나마 해결 방안이 도출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집중력이 생긴다는 뜻도 되겠죠.-경영철학이 바뀌던가요?선두훈 경영철학이라고 하면 좀 거창해 보이는데요? (웃음) 글쎄요. 그 부분은 잘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열심히 해서 나와 내 직원, 내 병원과 회사가 사회에 그 몫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있습니다. 훌륭한 직장을 오래도록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제 자신과 직원, 직장과 사회 등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이런 게 좋은 변화 아닐까요?조웅래 맨발 걷기를 통해 건강을 유지 할 수 있어서 긍적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덕분에 사업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여행 함께 다니며 우정 쌓아-조 회장님은 경상도 출신으로 대전 전통의 소주회사를 인수하셨습니다. 업종도 다르고 지역도 생소해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조웅래 인수 당시 선양은 지역시장 점유율이 40%에도 못 미치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지리적으로도 수도권에 접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했죠. 하지만 이러한 선양의 상황이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빼앗을 시장이 많은 것이었죠. 지리적으로도 중앙에 위치해 수도권 공략과 시장 확대에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돼 인수를 결심했습니다.하지만 인수 후 내면을 보니 심각한 상황이었죠. 지역민에게 선양의 기업 이미지가 매우 부정적으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직원 사기도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고요. 우선 장기적으로 선양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에코 힐링 기업철학을 만들어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했죠.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자연친화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에코 힐링 정신이란 게 이런 거죠.-선 이사장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사위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세간의 시선이 때로는 부담이 되진 않나요? CEO로서 지켜본 정몽구 회장은 어떤 분입니까?선두훈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장인은 매사 인간을 중심으로 깊고 넓게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오랜 기간 뵈었지만 어떤 일이든 결정을 신중히 하시는 부분이 CEO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선 이사장님 부인이신 정성이 이노션 고문께서 최근 활발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CEO 부부로 지내는 건 어떻습니까?선두훈 아이도 성실히 잘 키웠고, 본인도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항상 보기 좋더군요.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대담 내내 멀찍이 떨어져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라톤 참가자에게 정 고문이 먼저 인사를 하기도 한다. 남편인 선 이사장의 직장이 있는 대전을 그만큼 많이 찾기 때문이다. 선 이사장 부부는 대전에 올 때 항상 KTX를 탄다.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시간이 덜 걸려 더 좋다는 답이 온다.-두 분이 가깝게 지내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선두훈 5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났습니다. 조 회장은 연고가 없는 곳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이사까지 했죠.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늘 즐거우니 자연스럽게 가깝게 됐어요.조웅래 선 이사장님과 함께 걸으면서 진솔한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안목이 무척 넓은 분이세요. 짧은 시간에 선병원을 중부권 최대 메디컬 그룹으로 성장시킨 경영능력도 배워야죠. 특히 직원과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본받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재벌가 사위답지 않게 무척 소탈하시니 큰형님처럼 늘 든든합니다.선두훈 아니에요. 제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조 회장은 아이디어가 ‘억수로’ 많습니다. 생각하는 바를 꾸준히 힘차게 실천합니다. 생면 부지의 지역에 와서 기업을 일군 일이나, 계족산 황톳길을 만들어 시민에게 큰 기쁨을 주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습니까? 열정적이고 큰 인물입니다. 함께하면 즐거운 것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겁니다.조웅래 회장은 선두훈 이사장 부부와 함께 올 1월 세이셸공화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더욱 친해졌다.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공화국의 제임스 미셸 대통령은 지난해 ‘마사이 마라톤’에 참가한 인연으로 조 회장과 무척 가깝다. 작은 보트를 타고 프랄린 섬, 라디그 섬에서 낚시를 즐기며 함께 휴가를 다녀온 얘기는 계족산 황톳길을 걸을 때 나오는 단골 화제다.-약속을 하고 만나십니까?조웅래 약속해서 만나기도 하지만, 늦은 오후에 계족산에 가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곤 합니다. 신기한 일이죠. (웃음)선두훈 요즘은 계족산에서 자주 만나는 것 같네요. 대화 내용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인생 철학, 직원 이야기를 합니다. 가끔은 전날 술 마신 얘기도 합니다. 같이 여행 갔던 이야기도 있고 아이고 참 많네요. 주로 제가 듣는 편인데 얘기를 하다 보면 계족산 황톳길 한 바퀴가 모자라죠.계족산 황톳길은 계족산성 밑으로 해발 200m에서 높아야 300m인 코스로 돼 있어 경사가 완만하다. 대청호 갈림길을 지나고 이현동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지나게 된다. 모퉁이를 돌 때면 곳곳에 세워진 정자에서 들려오는 단소 소리가 땀을 식혀준다. 절고개를 지나면 절반이 지난 거다. 다시 임도 삼거리에서 잠시 쉬었다가 완만해진 길을 통과하면 결승점이다. 시작점과 맞물려 있는 결승점은 몇 시간 후엔 꽃잎으로 장식된다. 완주기록도 직접 적는다.대담을 서둘러 마친 두 사람이 다시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멀리서도 들렸다. 5년 맞은 마사이 마라톤대통령도 대전에선 맨발의 청춘【대전시 대덕구 장동의 계족산 산림욕장에서 5년째 열리고 있는 맨발 축제다. 선양과 마라톤 전문 여행사 에코원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13㎞ 숲 속에 조성된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뛰면서 문화공연과 예술작품도 즐길 수 있어 참가자를 5000명으로 제한해야 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특히 외국인 참가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37개국 600여 명의 외국인이 맨발로 황톳길을 달렸다. 계족산 숲 속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가 ‘5월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공화국의 제임스 미셸 대통령도 지난해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선양이 행사비 전액을 부담한다. 5㎞코스 5000원, 13㎞코스 1만3000원을 내야 하는 참가비는 행사비용으로는 쓰지 않고 전액 결식아동 급식비로 기부된다. 젊은 층 참여를 늘리기 위해 30세 이하는 무료다. 】

2010.10.11 10:02

12분 소요
무릎과 관절 사이

산업 일반

▎홍성택 코렌텍 대표 홍성택(46) 코렌텍 대표는 요즘 투자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걸 피부로 느낄 때가 많다. “처음엔 가능성 있는 의료 벤처기업 정도로 대해줬던 거 같아요. 지금은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큰 유망 기업으로 바라봐줍니다.” ▎사진제공 : 코렌텍 올 들어 호재가 이어졌다. 지난 3월엔 코렌텍 선두훈 공동 대표가 가톨릭의대 정형외과팀과 공동 개발한 인공 관절 표면 처리 연구가 미국 정형외과 고관절학회에서 최고 논문상을 탔다. 보통 인공 관절은 티타늄으로 만든다. 티타늄은 인체와 결합력이 좋아 부작용이 작다. 대신 비싸다. 코렌텍의 공법은 티타늄의 10분의 1 가격인 스테인리스를 쓴다. 표면 처리를 면밀하게 해 티타늄 못지않은 효과를 얻는다. 3월 무렵 코렌텍은 일신창투와 스톤브리지 사모펀드에서 135억원을 투자 받을 수 있었다. 7월엔 코렌텍이 자체 개발한 한국형 무릎 관절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얻었다.코렌텍이 개발한 인공 무릎 관절은 양반 다리로 잘 앉는 한국인의 생활 습관을 반영해 140도 이상 편안하게 굽어진다. 당장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대전선병원이 코렌텍의 인공 무릎 관절을 환자에게 시술하기로 했다.코렌텍은 2006년 개발한 인공 고관절로 국내 인공 관절 시장에 진출했다. 고관절은 엉덩이와 다리를 이어주는 관절이다. 4년 만에 존슨앤존슨과 짐머 같은 외국계 기업이 과점했던 국내 인공 고관절 시장의 12%를 장악했다. 2000년 처음 회사가 설립되고 10년 걸린 성과다.올해 차세대 표면 처리 기술과 새로운 주력 제품인 인공 무릎 관절까지 보강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게다가 국내 인공 관절 시장에선 무릎 관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무릎 관절 시장은 1700억원 정도이고 척추 관절 1000억원, 고관절 700억원 순이다. 한국형 무릎 관절은 중동 지역 등 해외 수출 가능성도 크다. 이슬람 문화권 역시 예배를 보느라 무릎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국내 무릎 관절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고관절 시장도 연 14% 넘게 커지고 있다. 홍 대표는 “노령화에 따라 관절 관련 질환이 늘어나면서 관절염은 참고 사는 병이란 인식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인공 관절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코렌텍은 국내 정형외과계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자체 기술력을 지닌 국산 업체라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코렌텍 선두훈 대표는 주식시장에선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맏사위로 더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다. 홍성택 대표는 말한다. “환자한테 어느 회사 인공 관절을 쓸 것이냐는 결국 의사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선두훈 박사의 명성이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죠.” 홍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뒤 2000년 이후 미국 회사를 경영했다. 코렌텍 경영은 올해 맡았다.코렌텍은 2012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 세계 인공 관절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의료장비 사업은 초기 투자에서 첫 열매를 맺기까지가 오래 걸린다. 돈도 많이 든다. 코렌텍도 10년 걸렸다.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2010.08.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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