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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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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20대男, 고민끝에 생명유지장치 떼자 기적이

국제 이슈

뉴질랜드에서 혼수상태에 있던 20대 남자가 생명유지장치를 끄자 오히려 의식을 되찾는 기적이 일어났다. 25일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윈턴 킹(29)의 이같은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윈턴 킹은 지난해 10월 친구의 약혼식을 끝내고 술집에 갔다가 싸움에 휘말렸다. 그는 누군가의 기습적인 펀치에 머리를 맞고 길바닥에 쓰러지면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의식불명이 된 킹은 병원에서 생명유지 장치로 연명하게 됐고, 그 와중에 뇌졸중까지 겪었다. 가족들은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회복된다 해도 오른쪽 몸을 쓸 수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절망했다.가족들은 고민 끝에 킹 스스로가 그런 삶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병원 측에 생명유지 장치를 꺼달라고 요청했다.그러나 킹은 생명유지 장치를 껐는데도 호흡을 계속 이어가다, 급기야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킹은 병상에 누운 채로 집중치료실을 둘러보며 가족들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미소도 보여줬다.또한 생명유지 장치를 끄고 나서 몇 주가 지나자 킹이 말도 했다. 병문안을 온 친구에게 농담을 던지고 친구와 가족들의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다만 재활치료 등 앞으로도 갈 길은 많이 남았다. 킹은 손상된 시력 탓에 다시 운전할 수 없게 됐다. 기억력의 일관성도 부족하고 기억의 일부는 사라졌다. 싸움에 휘말려 다쳤기에 재판 과정도 남아 있다.

2023.03.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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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부산 공연 예매 할인

유통

매표소 앱이 23일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부산 공연(2023년 2월 3~5일) 관람권 예매를 시작한다. 이 뮤지컬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7일간의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50주년을 기념해 7년여 만에 열리는 공연이다. KCLD는 자사 매표소 앱 회원들에게 부산 공연에 한해 28일까지 예매하면 15%(BC카드 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예매 수수료 면제 이벤트도 진행하기로 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12.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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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요르단 왕실의 갈등과 국제 정세] 요르단 왕실이 권력투쟁해도 국제 지지를 받는 이유
서방세계의 정보 채널이자 중동 난민의 피난처로 평가 받아 중동의 ‘뼛속까지 친미국가’인 요르단의 하심 왕가에서 승계와 관련된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요르단 국왕인 압둘라 2세(59·재임 1999~)의 이복동생인 함자 왕자(41)가 쿠데타 시도설 속에 계속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왕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관광이 주요 산업인 요르단은 코로나19로 인한 주민 봉쇄와 경제난으로 3월에는 수도 암만 등에서 항의 시위도 이어졌다.요르단 왕실의 불안이 표면화한 것은 지난 4월 3일이었다. 요르단 국왕의 이복동생인 함자 빈 후세인이 쿠데타 기도로 짐작되는 정치적 움직임에 연루돼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보도하면서다. BBC는 요르단 보안당국이 이날 수도 암만의 함자 왕자의 거처에 들이닥쳐 그를 사실상 구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AP·로이터 통신은 함자 왕자와 함께 바셈 아와달라 전 재무장관과 왕실의 일원인 샤리프 하산 벤 자이드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왕정국가인 요르단에서 왕실 일원이 보안당국에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일은 이례적이다.함자 왕자는 영국 BBC 방송이 입수한 영상에서 자신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 밝혔지만 쿠데타에 연루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함자 왕자는 요르단군 참모총장이 3일 오전 일찍 자신을 찾아와 밖으로 나가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통화하지도 말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함자 왕자는 참모총장이 자신에게 국왕을 비난하는 여러 부족 모임에 참석한 것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신은 어떠한 모의에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하지만 함자 왕자는 대놓고 요르단의 현실을 대놓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통치 시스템에 지난 15∼20년간 문제가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통치 실패, 부패, 무능이 가중됐지만 그 책임은 내가 아닌 의지가 부족한 기관의 책임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안위는 통치 시스템의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사익과 금전적 이득, 부패가 1000만 국민의 삶과 존엄, 미래보다 더 중요해졌으며 그 결과 우리는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함자 왕자는 동영상에서 거처의 전화와 인터넷도 끊겼다고 말했지만 이 동영상이 어떻게 BBC에 전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함자 왕자가 쏘아 올린 요르단의 부정·부패 이날 요르단군은 함자 왕자가 체포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신 국가가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데 이용될 행동을 중지할 것을 함자 왕자 측에 요구했다. 군은 함자 왕자와 측근, 그리고 관련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왕실 일원인 함자 왕자의 권위를 존중하되 그의 행동에 경고를 보낸 셈이다.함자 왕자는 5일 왕실 내부의 중재로 압둘라 2세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자신에 대한 처분을 국왕에게 맡기며 헌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함자 왕자는 삼촌인 하산 왕자를 만난 뒤 입장을 바꿨다. 하산 왕자는 전임 후세인 1세 국왕의 동생으로 1947년부터 1999년 1월까지 왕세제를 맡다가 폐위되고 왕위승계권자 자리를 조카인 압둘라 2세에게 넘겼다.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왕실에서 가장 엘리트로 평가 받는다.궁정 권력투쟁은 일단락돼 보이지만 함자 왕자가 언급한 요르단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요르단에선 지난 3월 14일 수도 암만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와 경제난, 의료 사고 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유 있는 시위였다.전날 요르단 국립병원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 7명이 산소 공급 중단 사고로 숨지는 일이 벌어져 민심이 악화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3월 13일 암만 서부의 알후세인 알살트 병원의 코로나19 환자와 임신부용 집중치료실(ICU)에 산소 공급이 1시간쯤 끊겼다. 이 국립 병원은 요르단 정부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건립했으며 지난해 8월 개원했다.사고가 나자 요르단 정부는 즉각 고개를 숙였다. 압둘라 2세 국왕이 직접 병원을 찾았으며 병원 입구에서 책임자에게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느냐고 물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요르단의 비셰르 알 하사우네 총리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공식 사과한 데 이어 사고 책임을 물어 나티르 오베이닷 보건부장관과 보건부 차관 3명을 한꺼번에 경질했다. 요르단 경찰은 병원 책임자 5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사실 요르단의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인구 1000만의 작은 나라에 4월 9일까지 확진자가 65만5456명, 사망자가 7565명이 발생했다. 4월 8일에만 477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3월 17일 하루에만 9535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심각하다.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이상 경제사정이 올해도 나아질 전망이 없다. 요르단은 여전히 안개 속에 남았다. 그동안 겉으론 중동에서 가장 안정적인 나라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요르단이 코로나19로 한계상황에 직면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 왕세제 자리를 두고 다툼 벌인 요르단 왕실 왕실의 불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잠복해왔기 때문이다. 압둘라 2세는 1999년 부왕인 후세인 1세(1935~1999년, 재임 1952~1999년)가 별세하면서 국왕에 올랐다. 압둘라 2세의 승계에는 2가지 독특한 점이 있었다. 우선 1965년 왕세제를 맡아 34년 동안 왕위계승 예정자로 있던 동생 하산(73)을 1999년 1월 25일 폐위하고 아들인 압둘라를 왕세자로 세웠다는 사실이다.사실 하산은 요르단 왕실인 하심 가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다. 형인 후세인 1세가 다녔던 영국 런던의 해로스쿨을 마치고 옥스퍼드대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에서 동양학을 전공해 우등 졸업했다. 일찍이 험악한 중동정세를 경험한 후세인은 영민한 후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후세인 국왕은 후계자를 동생 하산에서 아들 압둘라로 교체한 지 불과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후세인은 압둘라에게 배다른 동생인 함자를 왕세제로 삼으라고 요구했다. 1952년부터 47년 동안 요르단을 통치했던 4대 국왕 후세인이 1999년 1월 25일 별세하면서 압둘라 2세 국왕이 즉위하고, 그의 이복동생인 함자가 왕세제를 맡았다. 압둘라 2세는 어머니가 영국인, 함자는 미국인이다.하지만 함자의 왕세제 자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압둘라 2세가 2004년 11월 함자를 왕세제에서 폐위했다. 당시 국영방송에서 낭독한 압둘라 2세 국왕의 편지는 “상징적인 자리가 너의 자유를 속박해왔다”며 “네게 맞는 자리에서 일할 자유를 주자”고 왕세제 폐위 이유를 밝혔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요르단 헌법은 국왕의 장남이 부왕이 별세하면 왕위를 승계하도록 되어 있어 자신의 아들인 후세인(26)이 자동으로 법적인 계승권자가 됐다. 후세인 왕자는 2009년 7월 공식적으로 왕세자에 올랐다. 요르단의 궁중 투쟁은 2004년 왕세제이던 이복동생 함자를 폐하고 2009년 아들 후세인을 왕세자로 책봉하며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왕실의 이런 갈등에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동 이슬람 국가는 여전히 요르단 왕실을 지지한다. 인구 1000만의 중동의 작은 왕국 요르단의 궁정 투쟁에 서방과 이스라엘 언론은 연일 속보를 보도했다. 이는 요르단이 서방의 대중동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 미국의 대이슬람권 군사·정보 대리인 첫째는 요르단이 중동 군사·정보 분야에서 미국의 충실한 대리인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이다. 1952년 설립된 요르단 종합정보부(GID)는 왕실을 지키는 핵심 기관으로 평가 받지만 동시에 중동에서 미국을 겨냥한 반미 테러를 사전에 적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채프먼 기지에서 자폭한 알카에다 삼중스파이 후맘 칼릴 아부무달 알발라위 사건이다. 알발라위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부모로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요르단에서 자라고 터키에서 공부한 의사 출신이다 요르단에서 알카에다 인터넷 선전요원으로 일하다 체포됐다. 요르단 정보부인 GID는 그를 전향시킨 뒤 이중스파이로서 알카에다에 침투시키는 임무를 부여했다.이 작전을 맡은 요르단 정보요원은 샤리프 알리 빈 자이드라는 고위 가부로 왕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발라위는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그곳에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찾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알발라위는 사실은 알카에다의 3중 스파이였고, 채프먼 기지에서 자폭하면서 CIA 요원과 요르단 정보부 요원 등 14명을 폭사시켰다.이 사건은 2010년 미국 매체들에 의해 상세하게 보도됐다. 당시 대중은 삼중 스파이라는 화제성에 관심을 집중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대이슬람권 정보수집과 작전, 그리고 공작에서 요르단 정보부인 GID가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요르단은 중동 대테러작전의 주역이다.요르단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난민 수용이다. 1000만 국민 중 220만이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등록돼 있다. 요르단은 최근까지 자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원하면 국적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이 자치 국가를 꾸리는 등 변화가 생기면서 경계를 맞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주민이 요르단에 들어와 국적을 얻는 것을 막고 있다.사실상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은 지리적으로나, 주민들의 언어·문화 측면에서나 동질성이 강하다. 지리적으로는 요르단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시스요르단, 동족은 트란스 요르단으로 불려왔다. 라틴어로 시스는 이쪽, 트란스는 저쪽을 의미한다. 해상이나 해안에서 볼 때 요르단강의 이쪽이고 저쪽이라는 의미다. 제1차 세계대전 뒤에 프랑스가 지금의 시리아와 레바논, 영국이 옛 오스만튀르 영토인 이라크와 시스요르단, 트란스요르단에 각각 주둔했다.트란스요르단은 영국의 지원으로 나중에 요르단이라는 독자 왕국으로 자리 잡았다. 시스 요르단은 194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할하는 방안이 유엔에서 나왔지만 아랍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듬해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아랍권이 침공해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 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은 요르단이, 가자지구는 이집트가 각각 차지했다가 1967년 6일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 팔레스타인·시리아 난민 수용 보금자리 역할 이 때문에 1948년 1차 중동전쟁 직후엔 지금 이스라엘이 차지한 영토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대거 요르단으로 몰려왔다. 1991~92년 걸프전 이후엔 쿠웨이트에 살다 이라크 침략군을 환영했던 팔레스타인 주민이 쫓겨나면서 요르단으로 몰려왔다.이런 과정을 거쳐 팔레스타인 주민은 난민이 돼 전 세계에 퍼졌으며, 같은 아랍어를 쓰는 중동에 많이 정착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1948~1967년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점령했던 요르단에 많이 몰렸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 구호사업기구(UNRWA)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난민은 전 세계에 540만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요르단에 220만 정도가 거주한다. 등록된 난민 기준이다. 난민으로 등록하지 않고 요르단이 사는 팔레스타인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요르단은 압둘라 2세 국왕의 부인인 왕비부터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이다. 팔레스타인 난민 중 요르단 국적을 얻은 사람을 통합하고, 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의 귀화를 억제하는 것이 요르단의 국가 정책이자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난민으로 등록하면 주거·식량·의료·교육 등에서 UNRWA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UNRWA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별도로 팔레스타인 난민만 맡는 기구다. 1949년 설립돼 2020년 예산이 8억6000만 달러에 이르며, 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인 3만 명의 직원이 일한다. 이스라엘 건국과 유지 과정에서 생긴 팔레스타인 난민을 전 세계 각국이 분담금을 낸 유엔이 먹여 살리는 셈이다.요르단은 팔레스타인 난민뿐 아니라 국경을 맞댄 시라아에서 내란으로 발생한 난민 중 14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공식 등록된 난민은 65만 명이지만 2015년 인구 센서스에서만 126만 명이 파악됐으며 지금은 140만 정도로 추산된다. 364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터키에 이어 둘째로 많다.이뿐만 아니다. 과거 이라크 전쟁이나 내전, 이슬람국가(IS)의 모술 지역 점령 당시 발생한 이라크 난민도 상당수가 다녀갔다. 120만 명 정도가 왔다가 지금은 거의 귀국한 상황이다. 다만 귀국해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많은 이라크의 칼데아 기독교도 2000여 명은 요르단에 정착했다.요르단은 종교적 도그마가 비교적 적고, 왕실이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자들을 막아주면서 중동에서 인도주의적인 피난지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 난민, 전란으로 인한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에 이어 종교적 박해를 피해 정착한 이라크 기독교도 난민까지 자유와 안전을 찾아 이주하는 등 수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요르단은 중동의 ‘수도’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서방이 요르단에 주목하는 이유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04.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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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도시들

산업 일반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공평하고 경제적으로 자생력 있는 세계의 도시와 그 지도자들을 찾아가다 세계의 대형 도심지는 원래부터 문명이 계속 스스로 재창조하고 재구성하는 혼잡하고 종종 혼란스러운 삶의 실험실이었다. 미래가 가장 먼저 실현되는 곳이 도시다.수평선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독자에게 보여주려는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인 뉴스위크 넥스트의 일환으로 이번 호에선 모멘텀 어워드를 소개한다. 우리 편집팀과 전문가 심사위원단은 미래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응용해 오늘날의 난제를 해결하는 사람과 도시를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공평하고 경제적으로 자생력 있는 미래로 세계를 이끌어가는 돋보이는 지도자 5명을 선정했다. 또한 세계 최고의 스마트 시티와 떠오르는 또 다른 도시를 포함해 25개 스마트 시티를 찾아냈다(둘 다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을지 모른다).우리 모멘텀 어워드의 승자들은 앞으로 세계를 형성하고 언론의 화제가 될 일을 한다. 우리가 오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까닭이다. ━ 방법론 2019 뉴스위크 모멘텀 어워드는 여러 차례의 공개·비공개 후보지명과 투표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조지아공대 교수진과 협력해 모빌리티(이동성), 도시 설계, 도시 행정, 다양성, IT 관련 분야의 특정 전문지식 항목을 토대로 지난여름 업계 전문가 8명이 일찍이 선발됐다. 모멘텀 어워드 심사위원단에는 뉴스위크 편집국 대표 4명과 조지아 공대의 전문가 2명이 포함됐다.심사위원단은 잠재적인 스마트 시티, 그리고 환경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자생력 또는 윤리와 사회적 이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들을 후보로 지명했다. 2차 후보 지명은 일반인에게 개방해 뉴스위크 사이트를 통해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또한 6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에게 제안을 요청했다.뉴스위크 조사팀이 개별 후보를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후보지명자와 근거 자료를 검증했다. 그 뒤 심사위원단이 검토한 뒤 투표했다. 전체 항목의 상당히 많은 후보 숫자를 감안해 그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다.세계 스마트 시티 리스트는 알파벳 순으로 나열했다. 유일한 예외는 거의 만장일치로 2019 모멘텀 어워드의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로 선정된 메데인이다. 아울러 심사위원단은 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을 새로 떠오르는 ‘주목할 도시’로 추가했다. ━ 심사위원단 스티브 버클리 ▶ 국제컨설팅 업체 WSP의 선임 부사장 겸 계획·환경 담당 미국 국장. WSP에 앞서 캐나다 토론토의 운수 본부장, 미국 필라델피아시 운수·공공서비스국 정책·기획국장을 지냈다.다얀 캔다파 ▶ 뉴스위크의 콘텐트·구독자·상업화 전략을 이끄는 최고전략책임자. 앞서 로이터 통신에서 지역 편집자, 미주 편집자 그리고 부편집장을 지냈다.앨리스 찰스 ▶ ‘도시개발과 서비스의 미래 이니셔티브’와 ‘도시에 관한 글로벌 미래 협의회’의 운영 등 세계경제포럼의 모든 도시·도시화 프로젝트를 이끈다. 도시 개발 분야에서 17년간의 경력자다.낸시 쿠퍼 ▶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 뉴스위크 특별 프로젝트 선임 편집자,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편집국장, MSNBC.com 편집자, 공영라디오 NPR의 더 테이크어웨이 프로그램의 부편집장을 지냈다.필립 크라이스트 ▶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제운수포럼의 혁신·예지력 담당 행정가 겸 고문. 와해성 교통 혁신, 사이클링 안전, 도시 모빌리티에 관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전문가다.엘런 던햄-존스 ▶ 조지아공대 건축학 교수이자 도시 디자인 학사 프로그램 국장이다. 지속가능한 교외 개발 권위자이며 건축잡지 아키텍처럴 리코드 선정 2018~19 ‘올해의 여성 교육자’다.프레드 쿠털 ▶ 뉴스위크 특별 프로젝트 편집자. 앞서 과학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편집장이었으며 ‘생물종의 운명(Fate of the Species: Why the Human Race May Cause Its Own Extinction and How We Can Stop It)’의 저자다.데브라 램 ▶ 조지아공대 스마트 시티와 포용적 혁신 팀장이다. 피츠버그시 최초의 최고혁신·성과책임자를 지냈다.제니퍼 무시시 ▶ ‘블룸버그 하버드 시티 리더십 이니셔티브’의 책임자. 30년간 정부 기관과 시스템을 돌며 경력을 쌓았다. 2011년 우간다의 캄팔라 캐피털 시티 오소리티의 첫 행정국장을 맡았다.줄리아나 피그나타로 ▶ 뉴스위크 미국 뉴스 국장. 앞서 뉴스위크 넥스트 섹션 편집자였으며 그전에는 속보 편집자였다.크리스 리치 ▶ 고객을 보안 납품업체·공급업체와 연결해주는 애틀랜타 소재 보안 플랫폼 호크(Hawque)의 창업자 겸 CEO다. 비공개기업, 포천 500대 기업, 그리고 연방정부 기관에서 15년간 고위 관리자를 지냈다.블레어 A. 루블 ▶ 우드로 윌슨 국제학술센터의 석좌 연구원. 앞서 동 센터의 도시 지속가능성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세계 각지의 도시에 관해 여러 편의 책을 저술했다.마이크 틴스키 ▶ 포드 자동차의 글로벌 신흥 서비스 국장으로 신제품·비즈니스모델과 파트너십의 개발·실행에 초점을 맞춘다. 그에 앞서 포드의 전기차·에너지·인프라 부문 글로벌 지속가능성 활동을 이끌었다.낸시 밴다이크 ▶ 세계은행 트랜스포트 글로벌 프랙티스의 프로그램 매니저. 전 세계 55개 공공·민간 조직을 연합해 모빌리티의 미래를 바꿔나가려는 포괄적인 플랫폼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Mobility for All)’도 이끈다.- 낸시 쿠퍼 국제판 편집장

2019.11.24 17:27

4분 소요
길을 걷다가 예술을 만나다

산업 일반

멜버른부터 뉴욕, 파리, 리스본까지… 세계 곳곳에서 마주치는 다채로운 길거리 미술의 세계길거리 미술은 영향력이 큰 현대미술의 한 장르다. 현대 도시 중 길거리 미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길거리 미술에서는 낙서 같은 글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그림이 크고 아름다운 경우도 있는데 이런 작품들은 주로 공식적인 미술 축제에서 그려진 것이다. 대다수 길거리 미술 작품은 규모가 작고 간과되기 쉽지만 하나하나가 표현의 자유를 찬양하는 동시에 익명의 시위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길거리 미술은 장난스러울 수도 있고 심오한 의미를 지닐 수도 있으며 신념과 두려움, 기쁨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부드럽고 감동적이며 수수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공격적인 작품도 있다.스프레이를 써서 그렸든 스텐실 기법을 이용했든, 혹은 보도 위에 휘갈겨 썼든 마음에 와 닿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과감하고 시적인 문구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메시지들은 영감이나 놀라움, 혹은 불쾌감을 유발한다.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삶이 더 힘들어질 때는 그런 메시지들이 유난히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이 기사에 실린 사진들은 길거리 미술이 가치를 인정받는 크고 작은 도시에서 찍은 것들로 행인에게 말을 거는 힘이 있다. 미적 가치보다는 그것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기준으로 작품을 골랐다. ━ 호주 멜버른 멜버른은 길거리 미술의 메카다. 길가 벽에는 인생과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대형 벽화들이 그려졌다. 유머와 지혜, 저항의 말이 담긴 낙서도 많다. 세계 각지에서 온 미술가들이 이 복잡한 도시 미술에 자신의 흔적을 더한다. 멜버른 교외 피츠로이에 조지 로즈가 그린 ‘YOU’RE RAD’(‘당신은 정말 근사해’)는 굽이치는 화려한 색 띠와 커다란 흰 글씨, 검은색으로 과감하게 가로지른 굵은 선들과 검정 물감 방울들이 분출되는 사랑의 감정을 말해준다. 평범한 도시의 우중충한 벽에 그려진 벽화 하나가 그 이미지와 메시지로 얼마나 이목을 집중시키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멜버른은 길거리 미술을 풍요로운 문화 환경의 한 측면으로 포용했다. 교외 구석구석까지 꽤 광범위한 지역에서 길거리 미술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 모여 있는 지역은 피츠로이와 콜링우드, 리치먼드, 브룬스윅, 그리고 CBD(중심상업지구)다. ━ 미국 뉴욕 사랑은 모든 예술의 근원이다. 일상의 때가 묻은 길거리 곳곳의 미술에서도 사랑의 표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색상의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는 제이슨 네일러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네일러의 작품은 뉴욕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도시에는 재능 있는 작가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제작한 길거리 미술이 넘쳐난다. 뉴욕은 1970년대에 낙서 미술의 중심이 됐다. 1980년대에는 키스 해링이 상징적인 인물화를 중심으로 한 낙서 미술로 뉴욕 지하철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또 장 미셸 바스키아의 생기 넘치는 길거리 미술은 갤러리와 수집가의 관심을 모았다. 그 후 로어 이스트 사이드와 부시윅, 윌리엄스버그 등을 중심으로 뉴욕의 길거리 미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 노르웨이 스타방거 사랑이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와 얘기하자면 유감스럽게도 우리 모두는 사랑과 증오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꺼져가는 사랑은 미움이나 증오로 변할 수 있다. 돌크의 수류탄 모양 머리를 가진 인물들의 그림은 그런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돌크는 노르웨이의 존경받는 스텐실 아티스트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도시에 작품을 남겼다. 스타방거는 노르웨이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지만 길거리 미술의 측면에선 최강자다. 해마다 열리는 누아트 거리예술축제(Nuart Festival)에서는 국내외 미술가들이 도시 곳곳에 벽화를 그려 활기 넘치는 시각환경을 만들어낸다. ━ 영국 런던 유머는 예술에서 언제나 중요한 요소지만 길거리 미술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 작품들은 종종 보는 이의 얼굴에 미소를 떠오르게 하거나 큰 소리로 웃게 하기도 한다. 프랑스 미술가 자부가 그린 캐릭터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기쁨은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선하다. 2012년부터 런던에서 살아온 자부는 런던 길거리 미술의 중심인 쇼어디치에 이 즐거운 분위기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런던은 낙서와 길거리 미술의 역사가 길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려진 이 그림들은 금세 사라질 확률도 높다. 이들 지역에서 고급주택화가 진행되면서 오래된 벽들이 벽화와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런던에서 길거리 미술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해크니와 캠든, 펜지 등이다. ━ 포르투갈 리스본 리스본의 길거리 미술은 최근 들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 의회가 도시 재개발의 한 과정으로 길거리 미술가들에게 버려진 건물에 그림을 그리도록 독려한 덕이다. 도심뿐 아니라 시 외곽에도 멋진 벽화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에 자부심을 안겨준다. 많은 길거리 미술가가 작품 속에 ‘지혜의 말’을 담는다. 이런 작품들은 지붕 위, 보도 위, 소화전, 교량 받침대 등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되곤 한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부드럽고 감동적인 것부터 경박하거나 심오한 것까지 다양하다. 희망이나 격려, 조언이 담긴 것들도 있다. 리스본 길거리 미술에서 특히 주목받는 화가는 ±MaisMeno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포르투갈 출신의 미겔 야누아리오다. ±MaisMenos±는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그의 시각개입(visual intervention) 프로젝트다. 재치 있는 말장난을 이용해 사람들이 지배적인 사회·경제 체제를 돌아보게 하는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 프랑스 파리 대다수 도시와 마찬가지로 파리도 특정 지역에 길거리 미술이 몰려 있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13구에는 도시의 캔버스 역할을 하는 건물이 많다. 자유분방한 벨빌의 일부 거리는 야외 갤러리나 다름없다. 파리 동남쪽 교외의 비트리쉬르센은 벽들이 온통 그림과 스텐실로 뒤덮였다. C215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미술가가 이곳에 살면서 세계 곳곳의 미술가 수십 명을 초대해 함께 길거리 미술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길거리 미술을 찾아다니다 보면 클렛 아브라함 같은 다작 작가의 재미있는 작품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 즐겁다. 그는 언어의 개입 없이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도로표지판에 떼어낼 수 있는 비닐 스티커를 붙여 거리에 웃음을 전파한다.사진에서 보는 차량 진입금지 표지판 등이 좋은 예다. 아틀라스(어깨에 지구를 짊어지고 있는 거인)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여 웃음을 자아낸다. 도로표지판에 이런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그는 밤의 어둠을 틈타 작업한다. 이 스티커들은 당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짧게는 1주일, 길게는 5년씩 그 자리에 붙어 있다.길거리 미술이 활성화된 도시는 이 밖에도 많다. 첼레 발파라이소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등등.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작품 하나를 소개하겠다. 보도는 도시 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곳은 아니지만 스마트폰보다 바닥을 내려다보는 것이 즐거움을 줄 때가 있다. 난 몇 년 전 그리니치 빌리지를 걷다가 보도 위에 그려진 ‘생쥐 횡단보도(Rats crossing)’라는 표지를 보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실용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이 작품에 뉴욕의 본질이 담긴 듯했다.- 루 챔벌린※

2019.09.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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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

산업 일반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중독 심해져… 술·마약·도박을 끊을 수 없는 증상과 공통점 많아2010년 여름 어느날 영국 케임브리지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강연했을 때 스웨덴 출신인 대학원생 다니엘 베르크가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강연에서 나는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인터넷 중독’을 언급했다. 베르크는 인터넷 중독이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문제라며, 스톡홀름대학에 있는 친구 다수가 학교를 그만두고 무료 숙박소에서 폐인처럼 지내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만 계속한다고 말했다. 말도 스웨덴어보다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영어 은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느끼나요?” 내가 물었다.“불안하고 초조해해요.” 베르크가 답했다.“그런데도 계속 게임을 한다고요?”“그래요. 오로지 게임만 해요.”그런 행동은 실제로 중독처럼 보인다. 후회하면서도 일시적인 쾌락을 강박적으로 좇으면서 개인과 사회 모두에 해를 끼친다는 뜻에서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의 경우는 스웨덴 남성에게 개인적인 피해가 가장 큰 듯했다. 베르크는 “경제사를 전공하는 대학원 과정에서 남아 있는 남학생이 나 하나”라고 말했다.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디지털 기기 집착이 상아탑에서 성별적으로 좀 더 동등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학생이 남학생만큼이나 많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베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들은 곧바로 그런 유형을 잘 안다고 반응했다. 한 학생은 자신도 게임에 빠져 1년을 허비했지만 지금은 회복 중이라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성적을 보면 여전히 위태로웠다). 다른 학생은 게임을 하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컴퓨터 곁에 깡통을 두는 게이머를 봤다고 말했다.나는 컴퓨터 곁에 둔 소변용 깡통이 ‘중독’의 달라지는 개념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1970년 대만 해도 ‘중독’이라는 용어는 강박적인 마약 사용 이 외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약 40년 동안 ‘중독’의 개념이 크게 확장됐다.회고록을 낸 사람들은 도박·섹스·쇼핑·탄수화물에 중독된 경험을 책에서 고백했다. 독일의 섹스치료사들은 인터넷 포르노를 두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초기 마약’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 신문의 사설은 설탕이 ‘마약과 똑같이 작용하는’ 중독성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에 콜라 10ℓ를 마신 뉴질랜드의 한 젊은 어머니는 치아가 다 빠진 채 부정맥으로 사망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중국 장쑤성의 19세 무단 결석생은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손을 잘라 화제가 됐다. 중국 관리들은 그의 동년배 중 약 14%가 그와 비슷하게 게임에 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인터넷 중독 치료 센터를 설치했다. 한국과 일본도 그 뒤를 따랐다. ━ 헤어나기 힘든 웹의 덫 대만 의원들은 자녀가 온라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미성년자의 흡연과 음주, 마약 사용, 빈랑 열매 씹기를 금지하는 법을 확대했다). 미국에선 다른 중독은 위험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지만 온라인 중독은 다소 덜하다(2000년대 초 미국 청소년의 47%는 적어도 한 가지의 행동·약물 중독 장애를 보였다).그들은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의학 연구자들은 약물과 행동 중독의 기저가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변화와 내성패턴, 갈망·도취·금단 경험이 비슷하다. 또 그와 비슷한 성격 장애와 강박증에 대해서도 유사한 유전학적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도박 마니아와 카지노의 바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사람은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진단 및 통계 편람 5차 개정판(DSM-5)은 도박 장애를 마약 중독과 똑같이 묘사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제11차 수정안 초안에 ‘게임이용장애’를 추가했고 얼마 전 ‘게임 중독이 질병’임을 공식 의결했다.이처럼 중독을 이야기하는 문제에서 모두가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낙담시키거나 오명을 줄까 두려워 중독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자유의지론자들은 자제력 부족의 핑계라며 중독의 개념을 일축했다. 사회과학자들은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의학 제국주의’라고 공격했다. 철학자들은 중독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서로 다른 증상에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중독’이라는 용어를 고수할 생각이다. 강박적이고 조건반사적이며 재발하기 쉽고 해로운 행동 패턴을 가리키는, 간략하고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독이라는 이런 해로운 행동 패턴이 왜 더욱 뚜렷해지고 다양해졌을까?인터넷 중독과 음식 중독은 아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음식 중독자는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한다. 반면 마약과 도박 중독자는 적어도 끊으려고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온라인 유혹은 음식처럼 뿌리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사용을 생활의 일부로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중독 치료사는 그런 사정을 잘 안다. 음식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이 균형 잡힌 섭식을 지향하듯이 인터넷 중독을 치료받는 사람은 ‘문제 있는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고, 통제되고 균형 잡힌 인터넷 사용’을 목표로 한다.유사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 중독자와 인터넷 중독자는 똑같이 음식이나 인터넷에 집착하고, 절제력을 잃으며, 내성을 보이고, 불안과 강박 같은 장애를 나타내며, 금단 시기에 우울증을 겪는다. 재발하기 쉬우며, 가족의 애원과 사회적 비난에도 끈질기게 계속된다. 인터넷 중독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상황이 악화하기 전인 2000년과 2009년 미국·유럽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각각 1.5%와 8.2%였다. 중국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2.4~6.4%였고, 대만의 대학 1학년생 같은 일부 하부 집단의 경우 중독률이 18%에 접근했다.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중독이 적어도 음식 중독만큼 흔해졌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2010년 국제 연구팀은 10개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전자 미디어 없이 지내도록 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다. 전형적인 반응은 놀라움과 초조함, 지루함, 고립감, 불안·우울의 혼합된 감정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든 전자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과 중독을 솔직히 인정한 사례가 많았다.술이나 마약, 가공식품, 또는 도박처럼 전자 미디어 소비도 호르메시스(hormesis) 원칙을 따른다. 쉽게 말하자면 ‘자극’의 원칙이다. 자극제는 적은 양을 사용하면 이롭고, 많은 양을 사용하면 해로운 경우가 많다. 가끔 사용하면 좋은 휴식 시간처럼 지루함을 달래고 의욕이 생길 수 있지만, 현실 도피용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의사들은 그런 상태를 인터넷 중독, 인터넷 중독 장애, 인터넷 사용 장애, 병리적 인터넷 사용 장애, 또는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부를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과도한 사용자는 현실 세계의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잊어버리는 방편으로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 그들은 계속 빠져드는 슬롯머신 도박꾼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슬롯머신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처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초당 최대의 피해를 가하는 캐릭터가 되면 다음 차례의 대형 습격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런 추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사는 낙제점을 주고, 부모는 질타하고, 회사는 해고하고,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하고, 판사는 인터넷 중독 치료 캠프에 등록할 것을 명령한다.자유의지론자와 치료회의론자는 강압적인 치료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음식 중독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인터넷 중독 문제를 두고서도 재연되고 있다. 마약 같은 중독으로 볼 수 있는가? 특정인이 다른 사람보다 더 취약한 후천성 뇌 질환으로 볼 수 있는가? 사실 인터넷 중독을 둘러싼 논란은 그보다 더 혼란스럽다. 음식 중독의 강박적인 먹기보다 훨씬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르노, 온라인 도박, 게임, 성인용 채팅,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플랫폼, 웹 검색 등이 그런 활동의 구체적인 예다. 집단마다 중독의 형태도 달라진다.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시각적인 취향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으로 쏠린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는 후자를 중독으로 분류하지만 다른 일부는 강박 장애로 분류한다. ━ 청소년들의 은밀한 생활 인터넷 중독을 측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일반적인 중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롭다는 사실이다.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습관적인 소셜미디어 소비의 경우가 특히 새로운 현상이다. 전례가 거의 없지만 다음의 세 가지가 두드러진다.첫째, 디지털 연결성과 이동성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중독 행동을 만들어냈다. 분류와 원인을 둘러싸고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적인 사실이 됐다. 내가 사람들에게 ‘중독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말하면 모두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대수롭지 않은 골칫거리였던 습관이 진정한 우려가 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이버 괴롭힘, 불안증, 학습 포기 등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강박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다른 것을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둘째,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도박·마약·매춘·포르노 등 과거의 나쁜 행동과 중독이 다시금 전 세계로 확산될 기회가 생겨났다. 실제로 인터넷이 처음 상업용으로 사용될 때부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포르노였다.셋째, 새로 생긴 나쁜 습관과 과거 나쁜 습관의 새로운 발산 수단이라는 이 두 가지 사태 발전은 수익 창출, 소비자 정보 확보, 기기·앱의 사용 시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또 그 수단은 행동과학이 제공한다.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컴퓨터 사용에 자제력을 발휘하려는 사람 하나하나마다 그 자제력을 무너뜨리려는 전문가 1000명이 달라붙는다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는 청소년 플레이어의 성향을 연구하고 그들의 마우스 클릭을 분석하면서, 플레이를 연장하고 게임 안에서 제품 구매를 자극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나쁜 디지털 습관과 중독의 이 세 가지 측면 전부는 언론인 낸시 조 세일스의 2016년 저서 ‘소셜미디어와 십 대 소녀의 은밀한 생활(American Girls: Social Media and the Secret Lives of Teenagers)’에서 자세히 다뤘다. 세일스는 스마트폰을 가진 13~19세 소녀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조사했다.그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 소셜미디어에 중독됐거나 집착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극단적인 경우 하루 9~11시간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고 응답한 소녀도 있었다. 다른 중독처럼 쾌락이 보상으로 작용하는 ‘재강화’ 과정은 긍정적인 차원과 부정적인 차원 둘 다로 나타났다. 포스트나 사진에 달리는 ‘좋아요’와 리트윗되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작은 심리적 대박이었다. 정보의 끊임없는 흐름, 특히 새로운 것을 접하는 문제에서 자신이 얼마나 빠른지에 관한 정보가 큰 보상이었다. 그런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온라인에서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그 증상도 ‘고립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서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리킨다.여자아이 못지않게 남자아이도 손쉽고 검열되지 않는 인터넷 접근의 대가를 치른다. 그들은 수준 낮은 ‘브로 문화(bro culture, 남성적인 문화)’와 성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포르노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든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는 한 남학생은 요즘 남자 대학생이 발기가 잘 안 되는 이유가 ‘과도한 포르노 소비’라고 세일스에게 말했다.한 세기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술·섹스 혁명이 세 차례나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인공피임으로 섹스와 출산을 분리한 혁명이다. 둘째는 디지털 포르노로 섹스를 사람 사이의 실질적 접촉에서 분리했다. 셋째는 온라인 절연성과 비개인화로 섹스를 연애·결혼에서 분리했다. 섹스가 저렴하고 신속하며 언제나 가능하다면 꽃다발과 고급 만찬 데이트, 약혼반지가 왜 필요하겠는가?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디지털 유혹은 더 강해진다. 2006년 9월에 만해도 페이스북은 단지 또 다른 ‘재미있는’ 사이트였다. 13세 이상이고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트였다. 그러나 10년 뒤 페이스북은 일일 활동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세계적인 집착 현상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 온라인 인구의 약 40%가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로써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시가총액 5위인 기업이 됐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게임 개발자는 쾌락의 전통적인 혼합 비법에 의존한다. 차이가 있다면 설탕이나 소금, 지방 대신 심리적인 성분으로 구성된 메뉴에서 선택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즉시 닿을락 말락 한 유혹적인 목표, 예상할 수 없지만 자극적인 피드백, 점진적인 진전과 어렵게 얻는 숙달,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과제와 수준, 결단을 요구하는 긴장감, 비슷한 사용자들과의 사회적 유대가 그 성분이다. 내부자들은 그것의 사회적 측면을 ‘부족민의 보상’이라고 부른다. 부족민의 ‘징계’도 따른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클렘슨대학의 영어 교수로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일주일에 60시간씩 하다가 교수직을 잃은 라이언 밴 클리브는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가상의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가정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포기했을 때 그는 극심한 식은땀과 구토증, 두통에 시달렸다.주된 위험은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대화·수면·운전·공부·사색·연습·작업의 끊임없는 방해다. 그로 인해 개인 사이의 친밀감과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 기술,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몰입 상태 등을 성취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 도박장의 슬롯머신처럼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활동은 가상적인 지름길을 통한 대안의 몰입 상태를 제공한다. 그로 인해 시간과 돈이 낭비되고, 현실 세계의 성취와 만족이 줄어들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인 삶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 문학가 제이디 스미스는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휴식처였다”고 말했다. “그런 점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페이스북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문학 경력이 위험에 처하자 두 달 만에 페이스북을 포기했다. 현명한 행동이었다. 또 ‘인생수정(The Corrections)’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은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하고 그 소설의 일부분을 썼다. 그는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집필하면 좋은 작품을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교수들은 인터넷으로 완전히 무장한 학생이 독창적인 논거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연구에서도 소셜미디어 사용이 성적과는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무음 상태로 설정한 스마트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알림으로 화면이 켜지거나 진동하면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온라인 접근처럼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이다.그런 상태를 전문적인 용어로 ‘타임 서크(time suck)’라고 부른다.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는 뜻으로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속어 영영사전 어번 딕셔너리는 ‘타임 서크’를 ‘마음을 빼앗고 중독적이어서 실제 생활에서 중요한 일(생업이나 식사, 자녀 양육 등)을 못 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타임 서크’는 다른 형태의 중독 행위처럼 저절로 계속된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또 가상세계에 몰입해 외로움과 불안, 우울함이 생긴다면 또 다른 현실도피가 필요해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NIAAA)의 조지 쿱 소장은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음주는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어 결국 술을 더 마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중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로렌 브릭터는 트위터 같은 앱의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아래로 잡아당겨 피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당겨서 새로 고침(pull-to-refresh)’ 기능을 개발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자신의 발명을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이 마치 슬롯머신에서 잡아당기는 손잡이처럼 중독적이기 때문이다. 브릭터만이 아니다. ‘좋아요’ 버튼의 원형을 개발한 저스틴 로젠스타인도 산만한 디지털 세계에 ‘가짜 쾌락’을 선사하는 장치를 만들어낸 것을 후회한다. 또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확보 담당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페이스북을 “단기적으로 흥분을 유발하는 피드백 루프”라고 부르며 “그것이 사회의 작동 방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시민적인 대화도 없고, 협력도 없으며, 허위 정보와 거짓이 난무할 뿐이다.” 그는 그것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것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게임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든 않든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은 자기 가족의 기술 사용은 엄격히 단속했다. 어느 기자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집이라면 아마도 식탁마저 아이패드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잡스는 그에게 “우리는 아이들이 집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식탁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는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어제 읽은 책과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또 온라인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을 지낸 크리스 앤더슨은 잡스를 인터뷰한 바로 그 기자에게 자신의 다섯 자녀도 부모의 기기 사용 금지 규정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술을 경계하는 것은 기술의 위험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우리 아이들에겐 그런 일이 없기 바란다.”팔리하피티야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그 빌어먹을 것”을 자신도 사용하지 않고 자녀에게도 사용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IT 업체 임원이나 엔지니어들은 사용 시간제한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다. 예를 들면 자녀가 15세가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고, 침실에서는 화면을 못 보게 했다. 또 그들은 집에서 자녀의 기술 사용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이폰·아이패드만이 아니라 일반 랩톱마저 금지하는 학교를 골라 자녀를 등록시켰다.의학 역사학자인 찰스 로젠버그 하버드대학 교수는 “어떤 면에서 질병은 우리가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대응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합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중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그 중독을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그에 대응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런 과잉적 행동을 어떤 용어로 지칭하느냐가 아니라 그 대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중독의 시대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 뇌를 절제되고 고차원적인 즐거움에서 저급하고 즉각적인 만족으로 수준을 낮추도록 이끄는 상업화된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다.-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2019.07.14 17:40

12분 소요
다시 고개 드는 스리랑카의 종교·민족 갈등

산업 일반

부활절 테러로 불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새로운 전선 형성되면서 미얀마·태국 등 이웃 나라의 종교 분쟁까지 유입될 우려 커 스리랑카의 기독교도는 수십 년 동안 내전에 시달리면서도 무슬림의 원한을 산 적이 없다. 기독교도와 무슬림은 양측 모두 스리랑카에서 소수 집단이다. 그런 기독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평화스러운 공존을 생각하면 기독교 최대 축일 부활절인 지난 4월 21일 스리랑카 여러 도시의 교회와 호텔을 거의 동시에 공격한 연쇄 폭탄테러는 특히 충격적이었다. 스리랑카 보건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가 약 250여 명이었다.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그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IS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테러는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50명을 희생시킨 백인우월주의자 총기 테러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스리랑카 정부도 이번 사건이 뉴질랜드 총기 테러에 앙심을 품은 이들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이번 부활절 폭탄테러가 주로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공격은 오히려 스리랑카의 무슬림과 다수 집단인 불교도 사이의 험난한 관계에 더 깊은 상처를 준 듯하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외교정책 프로그램의 조슈아 화이트 연구원은 “이번 테러 공격으로 스리랑카의 민족주의 불교도 집단은 무슬림이 국가에 불충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실제로 테러 직후 스리랑카의 무슬림은 사방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 대안정책센터 그라운드뷰스 미디어 프로젝트의 편집자 라이사 위크레마툰게는 뉴스위크에 “부활절 테러 이후 무슬림을 차별한다는 신고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수니파와 시아파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고 쫓겨나 스리랑카 네곰보에 정착한 아마디야 무슬림 난민 중 다수가 이번 테러 이후의 불교도 박해 때문에 다시 그곳을 떠나야 했다. 테러 후 페이스북에서 부르카 착용 금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부 주류 방송 채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인종차별적인 댓글이 부쩍 늘었다. 테러 역풍을 둘러싼 두려움이 아주 크다. 특히 수도 콜롬보의 분위기가 매우 침울하다.” 유엔난민기구의 바바르 발로흐 대변인은 “스리랑카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가 두렵고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며 “일부는 위협과 협박의 표적이 된다고 호소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10년 전 사반세기에 걸친 오랜 내전을 끝냈다. 주로 민족주의와 종교 갈등에서 비롯된 내전이었다. 소수인 기독교도와 무슬림 모두 스리랑카 인구의 다수인 불교도의 박해에 시달렸다. 그처럼 종교 갈등에 따르는 폭력에 익숙한 스리랑카에서 이번 부활절 테러가 새로운 전선을 형성한다. 동시에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불교도 대 무슬림의 분쟁까지 스리랑카로 전파된다는 우려가 커졌다.역사적으로 스리랑카의 내부 갈등은 정부와 반군 사이에서 지속됐다. 한쪽의 정부는 주로 싱할라족으로 구성됐다(대부분 불교도지만 일부 기독교도도 포함한다). 다른 한쪽의 반군은 분리주의 단체 타밀 엘람 해방호랑이(LTTE)로 총칭된다. LTTE는 대부분 힌두교도지만 기독교인도 상당수 합류했다. 2012년 스리랑카 인구 중 70%는 불교도, 12%는 힌두교도, 나머지 이슬람교도(무슬림)와 기독교도(대부분 가톨릭)는 각각 10% 미만을 차지했다. 민족적으로 보면 인구의 약 75%는 싱할라족, 15%는 타밀족, 약 10%는 무슬림이었다.2009년 정부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LTTE가 격파되면서 내전이 끝났다. 그러나 내전 도중 LTTE는 싱할라족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무어족이라고 부르는 스리랑카의 무슬림을 상대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근년 들어서는 싱할라족 불교도 민족주의자 집단이 스리랑카의 무슬림을 공격 표적으로 삼았다. 그들은 불교가 오랫동안 주된 종교였던 스리랑카에서 모든 소수 민족과 그들의 종교를 외래적인 요소로 보고 그들의 정체성을 억누르려 했다.미국 브라운대학 현대 남아시아 센터의 아슈토시 바르슈니 소장은 “스리랑카에선 무슬림과 기독교도 사이의 갈등이 크게 불거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싱할라족은 다수 민족으로서 대부분 국가와 국가의 기능을 지배하는 불교를 믿는다. 그런 사실을 고려하면 스리랑카에서 정치적·문화적 불만은 원칙적으로 반(反) 불교도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의 반(反)기독교도적인 불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근년 들어 불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충돌은 자주 있었지만 둘 다 종교적 소수 집단인 기독교도와 무슬림 사이에는 적어도 눈에 띌만한 분쟁이 없었기 때문이다.”뉴욕 소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아누바브 굽타 선임 연구원은 “이번 부활절 테러로 인해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일부 불교도 집단의 사회적인 차별이 더 심해지고 기독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새로운 갈등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스리랑카의 인근 나라인 미얀마와 태국에서는 사회를 지배하는 불교도 집단과 분리독립을 외치는 무슬림 집단 사이의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미얀마는 여러 전선에서 내부 민족 갈등에 시달린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 집단이 장악한 미얀마 정부는 서부 라카인 주에서 무슬림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과 전투를 치른다. 그곳에선 정부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민족청소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는다. 태국에서는 주로 강경파 말레이 무슬림 파벌이 불교도가 지배하는 정부를 상대로 저항운동을 벌인다. ▎ 지난 4월 콜롬보의 켈라니야 사원에서 열린 부활절 테러 희생자를 위한 행사에서 승려들이 기도를 올렸다. / 사진:AP/YONHAP 이런 분쟁이 이들 나라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미얀마·태국 여행과 관련해 2단계 ‘경계 강화’ 경고령을 내렸다. 그뿐 아니라 이번 부활절 테러 후 미국인의 스리랑카 여행 단계를 1단계 ‘일반적 주의’에서 2단계 ‘경계강화’로 상향 조정하며 “테러 단체가 스리랑카에서 다시 공격을 모의할 수 있다. 관광지, 교통 중심지, 쇼핑몰, 지방 정부 시설 등을 대상으로 경고를 거의 하지 않거나 경고 없이 공격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스리랑카 정부는 현지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를 부활절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용의자 수십 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스리랑카 외부의 요인이 거기에 위험성을 더할 수 있다. ‘보두 발라 세나’ 같은 민족주의 싱할라 불교도 단체가 국외의 유사 조직, 이를테면 미얀마의 ‘969 운동’(역시 무슬림을 공격한다고 비난받는다) 같은 단체와 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경을 넘나드는 이슬람 지하디 분자들의 저항 운동을 향한 불교도 극단주의자들의 두려움은 치명적인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IS의 부추김을 받은 테러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무슬림 인구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선 여러 기독교 교회를 표적으로 삼은 테러 공격이 있었고, 기독교도가 다수인 필리핀의 경우 남부에서 이슬람 단체가 계속 공격한다. IS는 ‘글로벌 지하드’의 미명 아래 무슬림의 투쟁을 촉구하기 위한 선전 전술의 목적으로 미얀마와 태국의 종교·민족 분쟁을 이용한다.브루킹스 연구소의 화이트 연구원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스리랑카에서 무슬림 집단의 정치적 소외를 우려했다”며 “따라서 급진 단체의 등장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타밀족 기독교도인 마티아파라난 아브라함 수만티란 의원은 “집단 전체가 LTTE의 일부라고 낙인 찍히면” 어떻게 되는지 스스로 너무나 잘 안다고 말했다. “무슬림을 향한 다양한 위협이 가해지는 현 상황에서 우리 기독교도는 무슬림을 지지할 책임이 있다. 치안 당국도 부활절 테러 용의자를 체포할 때 최대한 신중히 처리하고 그들을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 스리랑카의 무슬림 사회 전체가 뭉쳐 이런 야만적인 공격에 맞서고 있다. 그런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2019.05.12 16:07

5분 소요
마를 새 없는 ‘인도양의 눈물’

산업 일반

오랜 내전 시달린 스리랑카에서 부활절 기독교인 노린 연쇄 폭발 테러로 수백 명 사망…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 IS 배후 자처해 부활절인 지난 4월 21일 일요일 아침 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스리랑카 경찰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8곳에 있는 여러 성당과 호텔 등을 표적으로 삼은 이 테러로 약 360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다쳤다.첫 폭발은 수도 콜롬보 시내 코치키케이드 지역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발생했다. 이어 중부 해안 도시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성당, 동부 해안 도시 바티칼로아의 자이언 교회, 콜롬보의 샹그릴라, 시나몬그랜드, 킹스버리 호텔, 콜롬보 남부 외곽의 트로피컬인 게스트하우스, 콜롬보 북부 교외 오루고다와타 공동 주거시설에서 동시다발로 폭탄이 터졌다. 부활절 미사를 위해 성당에 모였던 신도들이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했다. 스리랑카 관광개발청에 따르면 희생자 중 인도, 중국, 미국, 영국, 일본, 덴마크, 포르투갈, 터키 출신 등 외국인도 수십 명에 이른다.스리랑카는 종족과 종교 갈등에서 비롯되는 극심한 폭력사태의 험난한 역사를 가진 나라다. 이번 테러는 기독교의 가장 성스러운 날인 부활절을 축하하는 시점에 스리랑카의 기독교 공동체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신자들이 미사에 참석하는 동안 여러 성당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스리랑카에서는 다수 종족 싱할라족으로 구성된 불교도를 등에 업은 정치 세력들이 과거 영국 식민통치 시대를 지적하며 기독교 등 소수 종교계 주민을 식민시대의 유물로 몰아세운다. 이곳의 불교도(70% 이상)와 힌두교(12.6%), 무슬림(9.7%)은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 등의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개종을 강요한 기독교에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 CIA 월드 팩트북 2012년 추정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기독교인은 대부분 가톨릭 신자로 인구의 7.4%를 차지한다.불교도는 대부분 싱할라족이지만 스리랑카·인도 타밀족은 거의 전부 힌두교 신자다. 거기에다 소수지만 강한 기독교도 집단이 있다. 그러나 타밀어를 사용하는 무슬림은 무어족으로 인식된다. 수 세기 전 이 지역에 정착한 아랍 상인들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이 집단 사이의 이해 충돌과 무력 분쟁으로 스리랑카는 전쟁터로 변했다. 내전은 1983년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 타밀엘람해방호랑이 반군(LTTE)이 싱할라족 정부군 13명을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LTTE는 자살부대를 만들어 스리랑카 정치 지도자와 정부군을 공격했고 1991년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 암살, 1993년 라나싱헤 프레마다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 암살 등의 배후로 지목받는다. 1987년 미국은 LTTE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했다.1994년 집권한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전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시도했고 2002년 노르웨이의 중재로 휴전협정이 체결됐다. LTTE가 휴전을 거부하자 정부군은 2009년 군사력을 동원해 LTTE 무장반군을 무력 진압했다. 이때 정부군이 저지른 각종 잔학 행위는 인권 침해 및 인종청소 논란을 낳았다.LTTE는 무슬림도 표적으로 삼았다. 무슬림은 내전이 끝나도 차별에 시달렸다. 사반세기에 걸친 내전(약 10만 명이 희생됐다)의 대부분은 스리랑카 정부와 LTTE 사이에서 벌어졌지만 대부분 LTTE가 일으킨 사건에서 엉뚱하게 무슬림이 학살과 강제 이주의 대상이 됐다. LTTE는 2009년 싱할라족 불교 지도자인 마힌다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이끈 정부군의 대대적인 공세로 결국 항복했다. 그로써 내전이 종결된 뒤 10년 가까이 평온한 상태가 유지됐지만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하면서 다시 정국이 불안정해졌다. 그 조치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으로 라자팍사의 총리 임명은 무산됐지만, 스리랑카는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내전 종식 이래 싱할라 불교 민족주의가 급부상하면서 ‘보두 발라 세나’를 비롯해 정권의 비호를 받아온 불교 극단주의 조직들이 스리랑카의 다른 종교 신자, 특히 무슬림을 탄압했다. 동시에 일부 무슬림은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다고 알려졌다.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테러가 지난 3월 15일 무슬림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테러의 복수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에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격 테러로 이슬람교도 50명이 숨졌다.이후 IS는 뉴질랜드 테러에 복수를 다짐했다. IS는 지난 3월 19일 선전 매체 나시르뉴스에 44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올리고 “뉴질랜드 모스크 두 곳의 살해 장면은 잠자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깨우고 칼리프의 추종자들을 복수에 나서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IS가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지난 4월 23일 IS 선전매체 아마크는 “스리랑카 연쇄 폭발이 IS 전사들에 의한 공격”이며 “우리와 전투 중인 연합군에 속한 국가의 국민과 기독교인이 그 표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IS가 이번 테러에 직접 가담한 것인지, 아니면 IS가 스리랑카 내 이슬람 단체에 이번 공격을 지시한 것인지 아닌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스리랑카 정부는 먼저 이번 사건의 배후로 현지 급진 이슬람조직인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지목했다. 정부 대변인은 NTJ가 국제 테러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는지도 조사한다고 덧붙였다. NTJ는 불상 등을 훼손하는 사건으로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다.이와 관련해 한편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와 미국 정보당국을 통해 NTJ의 공격 가능성을 사전에 통보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미국과 인도 정보기관이 테러 발생 전인 지난 4월 4일 스리랑카 정부에 ‘테러 공격이 준비 중이라는 징후를 포착했다’는 내용의 경고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러 2시간 전에도 인도 정보기관이 구체적인 테러 정보를 스리랑카 정부에 제공했다. 그런데도 스리랑카 정부가 이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대응에 실패한 것은 정치적 분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대통령과 정부 부처를 관장하는 총리 사이의 갈등으로 총리조차 테러 첩보를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를 책임지고 총리는 내정을 통할하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현 대통령은 지난해 현 총리의 해임을 시도한 적이 있다.스리랑카 경찰은 이번 연쇄 폭발 테러와 관련된 용의자 5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 등으로 지난 4월 22일 자정을 기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2019.05.06 10:58

4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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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 | 737 맥스 기종은 보잉의 베스트셀러 지난 3월 10일 아디스아바바 발 나이로비 행 에티오피아 항공 302편이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로써 보잉 737 맥스 모델이 관련된 사고가 6개월도 안 되는 사이 두 번이나 발생한 뒤 그 기종의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첫 번째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라이언에어 항공편이 마찬가지로 이륙 직후 추락해 189명의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였다.지난 13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운항 중이던 나머지 항공기에 이륙금지 조치를 내렸다. 미국은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시킨 마지막 나라였다. 항공기 안전 감독기관인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비행기 운항정지 요청을 거부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의 발표가 나왔다. 지난 12일 FAA는 그 모델에서 “시스템에서 기능상의 어떤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태도를 바꿨다.두 사건은 보잉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737 모델이 그들의 베스트셀러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80대를 배송하고 760대를 새로 주문 받았다. 배송된 항공기 중 두 사고의 중심에 선 맥스 8 모델이 절반에 육박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보잉이 수주한 737기종 거의 모두가 맥스 모델이라는 점이 큰 문제다. 문제의 기종이 보잉의 현재와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두 번째 추락사고 전 보잉 737 맥스의 실속방지 시스템(anti-stall system)과 관련된 훈련부재와 소통부족을 두고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비판이 폭넓게 제기됐다. 신형 737 제트기는 비행기가 실속 위험에 처할 만큼 큰 상승각으로 비행한다고 시스템이 감지하면 재조정하는 자동 메커니즘을 갖췄다. 두 사건에 대한 조사에서 결정적인 추락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두 사건 모두 실속방지 시스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세라 펠드먼 스타스티스타 기자 ━ 뉴질랜드 | 반자동 무기는 모두 금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3월 21일 뉴질랜드에서 군대식 반자동 총기로 간주되는 모든 무기와 모든 공격용 소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새법은 4월 11일 전면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한 명의 총기테러범이 크라이스트처치시 이슬람사원 2곳을 공격해 50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지 한 주가 안 돼 발표됐다. 이번 금지조치에는 대용량 탄창과 총기를 군대식 반자동무기(MSSA)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모든 부품, 총기가 반자동·자동 또는 ‘자동에 가까운’ 속도로 총알을 발사할 수 있게 하는 부품들도 포함됐다.아던 총리는 “한마디로 지난 3월 15일 테러 공격에 사용됐던 모든 반자동 무기가 이 나라에서 금지된다”고 21일 말했다. “합법적인 용도로 총기를 사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총을 만져본적도 없는 뉴질랜드 사람들 사이에 이런 무기를 쉽게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리라 확신한다.”총리실이 제공한 질의·응답 문서에 따르면 MSSA 무기는 “5개 이상의 카트리지를 넣는 탈착식 탄창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반자동 화기와 반자동 엽총으로 간주된다. 총기 소유자가 금지 대상 무기를 반납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매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총리는 개인들이 총기를 반납하는 대가로 얼마를 받게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총리에 따르면 일부 당국자는 환매 프로그램 지출액이 1억~2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120만~150만 정의 총기와 24만5000건의 총기 면허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중 1만3500정이 MSSA 무기를 합법적으로 소유하는 데 필요한 E-캣 면허에 등록됐다.- 도니카 파이퍼 뉴스위크 기자 ━ 오스트리아 |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인적자원 컨설팅 업체 머서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서유럽 국가 도시들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리스트의 상위권을 휩쓸었다. 연례 삶의 질 서베이에서 톱10 중 8개 도시가 유럽에 있다. 북미 지역에선 캐나다 도시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밴쿠버가 세계 3위, 토론토가 16위를 차지했다.미국 도시 중에선 샌프란시스코가 34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다. 올해 워싱턴 DC가 53위로 내려앉는 등 미국 도시는 뉴욕을 제외하고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뉴욕은 4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미국 도시 중 꼴찌는 여전히 디트로이트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페섬의 도시 푸앵트아피트르와 동률 72위를 기록했다. 디트로이트는 수십 년 동안 방치와 범죄에 시달렸다. 지난 2월 비영리단체 ‘디트로이트 미래 도시’가 발표한 보고서에선 디트로이트 주민 중 중산층 비율이 25%에 불과해 미국 50대 도시 전체 중 가장 낮았다. 세인트루이스가 70위로 디트로이트를 간발의 차로 앞섰으며 마이애미·로스앤젤레스·휴스턴이 동률 66위에 올랐다.머서의 삶의 질 서베이 대상 231개 도시 중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꼴찌로 밀려났다. 그 밖에 하위 5개 도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방기, 예멘의 사나,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수단의 카르툼이다.머서는 경제·사회적 환경, 공공 서비스, 교육, 여가·자연환경 등 10개 항목을 분석해 리스트를 작성했다. 기업들의 해외 사업확장 대상지 선정을 도우려는 취지다. 서베이는 정치안정·범죄율·대기오염·대중교통·기후·자연재해 그리고 개인적 자유의 제한 같은 요인을 감안한다. 또한 사회안정·범죄·사법집행·개인자유를 조사해 개인안전에 관해 별도의 랭킹을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도 서유럽 도시들이 높은 점수를 받아 룩셈부르크가 선두를 차지했다. 가장 안전하지 않은 도시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였다.(서울과 부산은 각각 77위와 94위에 올랐다.)- 데이비드 심, 이브 워틀링 뉴스위크 기자 ━ 건강 | 달걀 얼마나 먹어야 할까 한 연구에서 달걀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밝혀져 달걀이 심장건강에 해로운가에 관한 논란이 분명 다시 불붙을 듯하다. 서방의 식생활에서 달걀은 식이 콜레스테롤의 최대 공급원이다. 평균적인 50g짜리 대형란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은 대략 186㎎이다. 조사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241㎎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했다.연구 결과 하루 300㎎의 식이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17% 증가하고 이른바 전 사인 사망(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18%에 달했다. 한 주 3~4개의 달걀을 섭취할 경우 전 사인 사망 위험은 8%, 심혈관계 질환 위험은 6% 증가하는 듯했다.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 메디컬스쿨 예방의학과 박사 후 연구원으로 논문 대표작성자인 빅터 웬제 종은 “우리 조사에 따르면 ‘안전한’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없다”며 “섭취량을 늘릴수록 심혈관계 질환과 사망 위험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달걀 같은 식이 콜레스테롤 풍부한 식품의 제한이 건강한 식생활 패턴의 선택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그는 말했다.전문가들은 수십 년 동안 달걀에서 얻는 혜택보다 거기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의 악영향이 더 크지 않느냐를 두고 논란을 벌여 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2015~2020년 ‘미국인 식생활 지침’은 콜레스테롤이 큰 걱정거리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식이 콜레스테롤을 가능한 한 적게 먹어야”한다고 충고했다.이같은 조사 결과는 콜레스테롤이 심장병과 거의 관련 없으며 포화지방이 더 큰 위험을 수반한다고 시사한 과거의 연구들과 대조를 이룬다고 조사에 참가하지 않은 미국 영양·식이요법학회 로리 라이트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2019.04.01 09:32

5분 소요
“내 생각 공유하는 게 예술가로서의 사명”

산업 일반

페미니스트 찬가 ‘Armor’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사라 버렐리스, 자신의 노래가 정치적 색채 띠게 된 이유 말하다 그래미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던 가수 사라 버렐리스는 당초 새 노래 ‘Amor’를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세계가 이 노래를 들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스트 찬가인 이 노래는 반대에 맞서 더 강해지고 동료 여성들의 힘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녀는 여러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고발을 당한 브렛 캐버너가 연방대법관으로 인준되자 가능한 한 빨리 이 노래를 발표하고 싶어졌다.‘Armor’는 버렐리스가 준비 중인 새 앨범의 리드 싱글이다. 그녀는 2007년 발표한 싱글 ‘Love Song’을 히트시킨 후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이트리스’의 음악을 작곡하고 NBC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라이브 인 콘서트’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를 연기했다. 그녀는 처음 음악을 시작하던 시기에 실연당해 주로 사랑 노래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스타일이 사뭇 달라졌다. 음악으로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싶진 않지만 그런 관점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사실 지금은 그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는 걸 생각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뉴스위크가 버렐리스를 만나 ‘Armor’와 ‘웨이트리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라이브 인 콘서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Armor’는 어떻게 쓰게 됐나?2016년 미국 대선이 끝나고 여성 행진에 참가한 후 그 경험을 돌이키며 영감을 얻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고 아름다우며 평화롭고 강렬한 경험 중 하나였다. 그게 씨앗이 됐고 그 다음 1년 반 동안 지금의 노래로 완성됐다. 이 노래는 매우 정치적이다. 요즘 내가 관심을 쏟는 분야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에 관해 예술가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전곡 앨범이 곧 나오나?내년에 나온다. 당초 ‘Amor’도 그때 같이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브렛 캐버너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그 노래를 서둘러 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그 노래로 미니 투어를 하고 앨범은 그 후에 발표한다.그 앨범 수록곡 중 정치적인 노래가 더 있나?그렇다. 내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공유하는 게 예술가로서 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내가 관심을 집중하는 문제는 정치다. 거기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현재의 세계를 제대로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들었을 때 매우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듯하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두렵지 않다. 난 누군가를 소외시키려는 게 아니다. 다만 예술가로서 내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싶다.‘Love Song’ 이후 예술가로서 어떻게 성장해 왔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성숙했다. ‘Love Song’을 쓴 게 23세 때였다. 그 후 개인적으로나 뮤지션으로서나 많은 일이 있었다. 뮤지션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 하는 경험이 음악에 반영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진짜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는 노래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뺐다. 우리는 매우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내 음악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고 헤쳐나갈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난 모든 문제에서 그랬다. 20대 때는 실연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그 당시 노래들은 더 단순했다. 지금은 더 깊이 있는 문제를 다룰 뿐이다.사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당신이 뉴요커라서다.내가 뉴요커라고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이곳에 산 지 6년밖에 안 됐다.뉴욕을 사랑한다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은?아주 많다. 제일 좋아하는 곳 중 하나는 놀리타에 있는 카페 하바나다. 오래된 곳이지만 최고로 맛있는 우에보스 란체로스(토르티야에 달걀 프라이와 토마토 칠리 소스를 얹은 멕시코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또 10번가에 있는 메메는 지중해 요리가 기막히다. 뮤지컬 ‘웨이트리스’를 공연하는 동안 동료들과 극장 근처에 있는 맛집들을 찾아 다녔다. 맛있는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뉴욕의 어떤 점이 좋은가?활기찬 분위기가 좋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며 대결적이고 숨이 막힐 듯 답답한 것도 좋다. 날씨가 고약할 때는 도시도 그렇게 느껴지지만 그게 인간적인 것 같다. 뉴욕은 마치 살아 숨쉬는 기관 같아서 여기서 살아가려면 이 도시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야 한다.난 뮤지컬 ‘웨이트리스’를 좋아해 두 번이나 봤다. 제나 역을 연기할 때 어땠나? 제시 뮬러가 그 역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본인이 할 계획이었나 아니면 나중에 결정됐나?나중에 결정됐다. 처음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겁났다. 그럴 능력도 없었고 준비도 안 돼 있었다. 그런데 난 운 좋게도 제시 뮬러가 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걸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녀의 뛰어난 해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뮬러가 떠나고 제나 역을 제안 받았을 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공연 팀은 아주 열정적이고 협조적이었다. 그들과 함께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난 이 작업을 통해 공연가로서, 그리고 뮤지션으로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매일 밤 동료들과 한 무대에 서면서 내가 팀의 일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무대에 설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서로를 의지했다.한가족이 된 듯한 느낌이었나?그렇다. 우린 서로 매우 가까웠고 거의 함께 살다시피 했다. ‘웨이트리스’ 뮤지컬 팀은 마치 작은 클럽하우스 같았다. 극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거의 3년째 공연을 해왔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라이브 인 콘서트’에서는 존 레전드와 공연했는데 어땠나?멋진 남자다. 내가 만나본 중 가장 멋진 사람이다. 열정적이고 두려움이 없으며 아주 다정하고 고요하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마음이 너그럽고 사랑이 많다. 예수는 레전드에게 딱 어울리는 역이다. 그는 완벽주의자다. 위대한 배우가 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며 실제로 그렇다. 그러니까 같이 일하기엔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이 없다. 난 그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걸 보고 감동했다. 그는 정말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한다.그의 부인 크리시 타이겐을 만나 봤나?그렇다. 그녀는 딸 루나를 데리고 왔는데 둘째(마일스)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였다. 정말 사랑스러운 모녀다. 난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무척 좋아한다.- 마리아 벌태지오 뉴스위크 기자

2018.12.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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